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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맥산행(완료)/금남호남(완료)

금남호남정맥 제3구간 오계재에서 강정골재까지 산행 후기

by 칠갑산 사랑 2010. 2.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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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지 : 전북 장수군과 진안군의 금남호남정맥 마루금 일대

산행날자 : 2010년 01월 30일 (토요일)

산행날씨 : 강한 바람과 추웠던 새벽과 아침이였으나 오후부터 따뜻하고 연무 가득한 날씨

산행온도 : 영하 8도에서 영하 1도

산행인원 : 칠갑산 나 홀로

산행코스 : 와룡자연휴양림-오계재-삿갓봉(1114봉)-1080암봉-홍두깨재-시루봉 헬기장-덕태산 갈림길-시루봉-임도 갈림길-

               시루봉-덕태산 갈림길-신광재-헬기장-성수산(1059봉)-헬기장-1008봉-910봉-775봉-709.8봉 헬기장-옥산동 고개 안부-

               가름내 1차선 포장도로-벌목지-가림리 30번 지방도로-숫마이산(678봉)-은수사-암마이산(685봉)-봉두산(535봉)-540봉-

               532봉-벌목지-26번 지방도로 강정골재-산행종료

산행거리 : 약 25.00 Km (접속구간 약 2 Km 포함)

산행시간 : 홀로 여유있게 사진 찍으며 널널하게 13시간 (05시 00분 부터 18시 00분까지)

 

 

정맥 산행의 고통속에 맛본 큰 희열

 

 

금남호남정맥

금남호남정맥이란 백두대간 산행 구간인 전북 장수의 영취산에서 분기하여 완주의 주화산까지 뻗어 나간 도상거리 약 64 Km의 산줄기로서 남한의 9정맥중 가장 짧은 정맥이며 영취산에서 무룡고개, 장안산, 수분령, 신무산, 팔공산, 진안 성수산, 마이산과 부귀산을 솟구쳐 놓은 후 완주의 주화산에서 호남정맥과 금남정맥으로 나뉘는 마루금을 말한다.

이 금남호남정맥은 금강과 섬진강을 나누고 백두대간을 그 끝자락에서 분기하는 호남정맥과 금남정맥을 연결하는 중요한 산줄기이다.

국토지리원에서 발행한 산행지도와 선답자들의 산행개요지도 및 나침판을 가지고 4회에 걸쳐 종주할 예정이였으나 너무나 많이 쌓여있는 눈과 러쎌을 해야하는 어려움으로 인해 기약없는 산행 횟수가 되였지만 그래도 완주를 목표로 시간 나는대로 찾아 볼 계획이다.

 

세월이 빠름을 몸으로 느끼며 2010년 1월의 마지막 주말을 남아 있는 금남호남정맥 완주를 위해 내려가기로 한다.

누군가 산친구와 함께하면 좋겠지만 오고 가는 시간적인 제약으로 마음이 쓰여 나 홀로 내려가는 시간으로 만든다.

일이 바뻐 좀 늦게 퇴근해 저녁 들고 자시 눈을 붙히고 단잠에 빠졌다 일어난 시간 밤 11시, 이것 저것 준비하고 옆지기가 준비해준 먹거리를 챙겨 집을 나서는 시간 새벽 1시 20여분이다.

무엇이 그리 좋아 이렇게 잠도 안자고 내려갈 만큼 부지런을 떨고 있는지 거울에 비친 모습에 피식 웃어 본다.

 

막힘없는 고속도로를 타고 감겨지는 눈꺼풀 치켜 세우며 도착한 금산 인삼랜드 휴게소에 들려 국밥 한그릇 먹고 다시 지난번 걷다 가족 모임으로 탈출한 와룡자연휴양림을 찾아가는 길이 어둠속에서도 낯설지는 않다.

오늘 이곳을 오르면 이제 장수군에서 벗어나 진안군으로 이동할 것이다.

삿갓봉과 시루봉 아래 청정지역에 들어 서 있는 와룡자연휴양림으로 들어가는 이정표 삼거리에서 잠시 애마를 정차시키고 사진 몇장 담아 본다.

 

꼬불꼬불 멀미나는 좁은 포장도로를 따라 한동안 오르니 지난 2주전 내려왔던 와룡자연휴양림 통나무집에는 어둠과 정적만이 홀로 내려온 산객을 맞이하고 조용히 주차장에 애마를 주차시킨 후 산행 준비를 해 본다.

생각보다 춥고 연무 낀 날씨로 홀로 오르는 외로움이 가중되고 있다.

정확히 새벽 5시, 산행 준비 후 홀로 길고도 먼 장도에 올라 집중호우를 대비한 사방댐을 지나 산행 들머리 이정표에 도착하니 2주전 발길을 붙잡던 깊은 눈은 모두 사라지고 가파른 된비알 언덕길엔 미끄러운 서릿발만이 산객의 발길을 험난하게 만들고 있다.  

 

급하지 않게 그러나 추위를 이기기 위해 조금은 빠르게 완만한 등로를 따라 오르니 어떤 등로는 얼음 빙판길을 이루고 있어 견디지 못하고 체인젠으로 무장한다.

그렇게 어둠속에 홀로 달빛을 친구삼아 오르니 생각보다 빠르게 오계재 이정표에 도착하고 시간을 보니 이제 새벽 5시 40여분을 넘기고 있다.

휭하니 불어오는 한겨울 새벽 공기가 온몸에 느껴지고 서산에 떠있는 희미한 둥근 달빛만이 외로운 산객의 앞날을 밝혀주고 있다.

 

지난 2주전 그렇게 깊게 빠지던 눈들도 이번주 내린 비로 인해 거의 녹아 내리고 없지만 가끔 빙판길을 이루는 등로가 많아 조심하며 어둠속 전사가 되어 천천히 진행하니 정상부로 갈수록 생각보다 위험한 암봉 등로가 나타나고 긴장하며 오르니 좌측으로 선각산으로 이어지는 갈림 삼거리에 도착해 그 봉우리에 설치된 팔각정에 올라본다.

참으로 멋진 조망이 기다리는 곳이지만 오늘은 일출을 기대하며 조금은 빠르게 올라왔기에 연무속에 좌측 신암리쪽과 우측 와룡자연휴양림쪽 희미한 불빛만이 산과 인간의 경계를 알려주고 있을 뿐이다.

언젠가는 다시 한번 내려와 이곳을 통해 선각산을 다녀오리라 마음먹고 보지 못하는 조망에 대한 아쉬움을 달래 본다.

   

그곳에서 바라 본 잡목속 희미한 달빛이 보름달처럼 크고 둥근 모습으로 홀로 오른 산객을 비춰주고 있다.

그 주위를 감싸고 있는 짙은 구름과 연무 그리고 잡목이 조화를 이루며 잠시 휴식 시간을 준다.

심호흡 한번 하고 잠시 카메라 내려 사람들이 살고 있는 마을 불빛을 잡아보지만 좋은 사진을 건질 수 없고 등줄기에선 한기가 느껴지기에 다시 배낭 메고 빠르게 삿갓봉 정상으로 오른다.

 

정상부로 오르며 제법 눈들이 남아 있는 미끄러운 등로를 따라 오르니 삿갓봉 정상에 아무 표식도 이정표도 없이 그저 한겨울 찬바람만이 휭하니 불어대고 있다.

높이가 높아서인지 조금씩 상고대가 열리며 멋진 모습을 보여주려 애쓰지만 아직도 어둠이 지배하는 시간인지라 그저 마음으로 느낄 뿐이다.

추위에 더 이상 지체하지 못하고 급경사 산죽밭을 타고 내려와 다시 1080 암봉으로 오르니 연무속에서도 작은 여명의 빛을 받아 방금 전 타고 내려온 삿갓봉을 담아 본다.

 

암봉을 지나 이제 제법 등로가 보이는 아침시간에 조금은 빠르게 진행하니 금새 홍두깨재에 도착해 우측으로 상와룡 하산 갈림길을 담은 후 다시 시루봉을 향한 발걸음을 해 본다.

지나 온 삿갓봉과 암봉이 잡목 사이로 보였다 사라지기를 반복하고 그러는 사이 동쪽 하늘에선 일출이 시작되는 듯 하늘이 붉게 물들어 오지만 두꺼운 구름으로 그저 그 흔적만 따라갈 뿐이다.

 

다시 힘들게 된비알 치고 오르니 지도상 시루봉 헬기장이라 표시된 헬기장에 도착해 처음으로 제대로 된 조망을 즐겨 본다.

좌측 삿갓봉에서 가운데 암봉으로 이어진 정맥능선과 그곳에서 우측으로 가지친 선각산이 삼각편대를 이루며 보지 못한 조망에 대한 아쉬움을 달래 준다.

여명의 빛을 받아 더욱 그리운 모습으로 다가오는 새벽 풍경으로 저 선각산에 올라 바라보는 모습은 또 어떤 모습일지 궁금하다.

 

원래 정맥 능선은 이 헬기장에서 10여미터 진행하면 덕태산 이정표가 서 있고 그곳에서 우측 내리막 등로를 타고 진행해야 되지만 시루봉 헬기장에서 바라 본 진짜 시루봉과 그곳에서 좌측으로 이어진 덕태산 능선이 너무나 예쁘게 다가와 여기에서 미필적 알바를 자청해 약 1시간 이상 천상의 화원이 펼쳐진 상고대 밭에서 놀다 가게 된다.

우측 뾰족 봉우리가 진짜 시루봉 정상이고 좌측 완만한 봉우리가 덕태산과 임도 갈림길 이정표가 서 있었던 시루봉에서 500미터 거리의 봉우리이다.

 

시루봉 헬기장에서 조금 많은 사진을 담은 후 상고대가 피어있는 등로를 타고 진행하니 금새 덕태산 갈림 이정표가 서 있다.

정상까지 1.7 Km 남았다는 이정표로 몸은 우측 급경사를 타고 정맥길로 가지만 마음은 벌써 좌측 등로를 타고 덕태산 정상으로 향하고 있다.

그 능선에서 천상의 화원을 보고 만나면서 올들어 최고의 상고대와 대면하게 된다.

가슴 떨리는 시간이며 말이 필요없는 이 세상 최고의 선물을 받은 아침이다.

 

아직 눈이 살포시 남아 있는 산죽밭을 헤치고 오르니 금새 시루봉 정상이다.

지나온 정맥길 저 멀리 천상데미와 팔공산이 조망된다는 안내판이 있지만 오늘은 연무로 인해 그 흔적 찾기를 포기하고 주위 풍경만 느껴본다.

 

그러다 다시 시루봉 헬기장으로 뒤돌아 내려가는 것을 잠시 잊고 너무나 아름답고 황홀한 상고대에 빠져 자꾸만 덕태산쪽 등로를 타고 상고대 터널에 빠져든다.

작년 대구 팔공산과 김천 수도산 그리고 합천의 가야산에서 만났던 황홀한 상고대가 다시 살아난듯 그렇게 산객을 이끌면서 시간 가는줄 모르게 즐기고 있다.

어짜피 오늘 이곳에서 자고 내일까지 주화산에 올라 마무리하면 그만인 것이기에 급할 것도 서두를 이유도 없이 느긋한 마음으로 느끼다 보니 생각보다 많은 시간을 빼앗겼다.

 

바위틈에 자라는 잡목과 들풀 위에도 하얀 눈꽃이 내려 앉아 있고 그 뒤로 지나온 정맥 능선이 희미하게 되살아 나는 풍경에선 진행하지 못하고 한동안 멈춰 서 있어 본다.

이 새벽에 오른자만이 느끼고 볼 수 있는 황홀경이기에 모든 어려움 잊고 또 이렇게 황홀경에 빠져 드는가 보다.

 

시루봉 헬기장으로 뒤돌아 가는 등로는 잊은듯 계속 그 천상의 화원에 빠져 발길은 덕태산으로 향한다.

그러다 뒤돌아 보니 시루봉 헬기장으로 이어진 방금전 내려온 등로에도 봄과 겨울이 공존하는 두 세상을 갈라 놓고 있다.

따뜻한 햇살을 받아 녹아 내리는 상고대의 아쉬움을 표하는 남서면과 천상의 화원 그대로를 간직한 북서면이 능선을 가운데 두고 그렇게 자연의 위대함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다 문득 앞을 보니 온통 하얀 상고대 천지가 되어 있다.

아니 터널속 하얀 세상이 마치 북극 어느 지점의 이글로에서 꿈을 꾸는듯한 그런 기분으로 이 시간을 맞이해 본다.

정맥길을 고집하고 오지 않았으면 후회할뻔한 그런 환상이자 황홀경의 세상이 눈앞에 펼쳐져 있다.

어찌 말로 표현할 수 있을 것인가 그저 가슴으로 느끼면 그뿐인 것을...

 

아침 맑은 공기와 파란 하늘 그리고 마른가지마다 탐스럽게 피워낸 하얀 상고대가 별천지를 만들고 있다.

여기를 봐도 저기를 봐도 온통 다른 세상에서 다른 생각으로 다른 꿈을 꾸고 있는 시간이다.

그저 자연에 감사하고 튼튼한 두 다리를 주신 부모님께 감사하며 이렇게 떠돌아 다니는 작은 산객을 이해해 주는 옆지기와 아이들에게도 감사하는 마음으로 서 있는 시간이다.

 

그렇게 꿈결같은 상고대 터널에서 정신없이 놀다 보니 어느덧 시루봉 정상에서 500미터나 지나 온 능선 봉우리에 서 있다.

임도와 갈라지는 곳이면서 덕태산이 가깝게 다가온곳, 마음은 벌써 그곳 덕태산으로 향하지만 오늘 갈길이 멀기에 아쉬운 마음 접고 물한모금 마신 후 시루봉으로 뒤돌아 온다.

 

시루봉 뾰족봉에서 몇장의 사진을 더 담은 후 다시 시루봉 헬기장으로 뒤돌아 오니 정상 부근에 덕태산 정상 가는 이정표가 서 있고 이곳에서 정맥 등로는 좌측으로 크게 꺽여 급경사 내리막을 타고 내려가야 한다.

정신줄을 놓을만큼 아름다웠던 시루봉 능선에서의 황홀한 상고대가 온통 머릿속을 헤집고 그 황홀경에 빠져있는 사이 이제 제법 눈이 쌓여있는 등로를 미끄러지며 내려가니 저 멀리 또다른 갈색 세상의 신광재가 내려다 보인다.

 

어느덧 눈 덮힌 가파른 등로를 타고 내려오니 넓은 고랭지 채소밭이 펼쳐져 있고 지난 가을 수확하지 않은 무우들이 혹독한 한겨울의 추위에 추한 모습으로 드넓은 밭에 나뒹굴고 있다.

좁은 밭고랑 사이 밭둑을 타고 멋진 소나무 몇그루가 길을 안내하는 곳을 따라 내려가니 비닐 하우스를 개조한 천막이 보이고 그곳을 통해 신광재 임도에 도착한다.

잠시 배낭 내려 준비한 간식과 과일로 허기를 다래며 시간을 보니 벌써 아침 10를 넘기고 있다.

와룡자연휴양림에서 오계재를 타고 삿갓봉 넘어 시루봉 정상 알바까지 꼬박 5시간 이상이 걸린 것이다.

 

신광재 임도에서 간식을 먹으며 바라본 지나 온 고랭지 채소밭과 등로 그리고 시루봉 정상부의 하얀 설원이 이채롭다.

이제 사물들이 또렷히 보이면서 허기가 물러나니 너무나 놀며 즐겼던 시간이 앞으로 산행에 발목이나 잡지 않을까 걱정되기도 한다.

얼마나 어렵게 또 어둠속에 내려가야 되는 것은 아닌지...

 

신광재에서 완만한 능선을 타고 고랭지 채소밭 가장자리로 오르니 무명봉 하나를 넘고 다시 시작되는 드넓은 초원같은 등로를 타고 진행하다 우측으로 바라보니 그곳에 또 다른 세상이 열려 있다.

백두대간 마루금의 덕유산 주능선이 한눈에 펼쳐지고 있었던 것이다.

우측 제일 끝 높은 봉우리가 남덕유산이고 그 바로 앞이 장수덕유 즉 서봉이며 그곳에서 좌측 하얀 눈을 이고 있는 향로봉까지 장쾌한 덕유 주능선이 남북으로 길게 뻗어 있다.

몇번을 올랐던 곳이지만 볼때마다 가슴 설레이게 만드는 능선이다.

 

이제 눈앞에 드넓은 초원이 펼쳐져 있고 그 가장자리 능선을 타고 진행하니 더덕 재배지임을 알리는 경고 안내판이 눈에 들어 온다.

완만하게 보이는 저 능선으로 오르기 위해 또 얼마나 많은 땀방울들을 흘려야 할지...

이제 추위가 사라지며 이마에선 굵은 땀방울이 계속 흘러 내린다.

 

이제 초원지대를 넘어 성수산으로 가는 오름길에 도착해 뒤돌아 보니 지나온 시루봉과 그 우측으로 환상의 상고대 터널이 펼쳐져 있던 덕태산 능선이 참으로 아름답게 펼쳐져 있다.

오늘 오르지 못한 아쉬움이 남지만 그 아쉬움이 있어 또 다음을 기약할 수 있을 것이다.

 

성수산 정상부로 오르니 고도가 높아짐을 알려주는 황홀한 상고대가 제일 먼저 반겨준다.

시루봉에서 만난 상고대와는 다르지만 그래도 자주 볼 수 없었던 모습이고 풍경이기에 오랫동안 가슴에 담아 본다.

그저 이렇게 바라보고 느끼는 것만으로도 최고인 것을...

 

드디어 성수산 정상이다.

남쪽으로 시원한 조망이 터지고 우측 동쪽으로는 백두대간 마루금이 장쾌하게 펼쳐져 있다.

그것을 보는 것만으로도 어린아이처럼 가슴 설레이는 시간이다.

 

저 멀리 남쪽으로 지나온 정맥길이 산그리메를 이루고 산객의 마음을 들뜨게 만든다.

산이름 하나 둘 기억해 본다.

가까운 초원 봉우리에서 시루봉과 삿갓봉 지나 저 멀리 팔공산까지 그 숫자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무수한 산그리메들, 그것이 내 마음으로 들어 와 함께 인생을 노래하자 한다.

 

이제 성수산 지나 완만한 등로를 타고 작은 봉우리를 오르락 내리락 하며 진행하다 헬기장 건너 1008봉을 넘으니 저 멀리 북서쪽으로 말 귀를 닮은 마이산 두 암봉이 잡목 사이로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약간의 연무가 끼어 깨끗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그 모습만이라도 볼 수 있음에 가슴 설레이는 시간이다.

이제부터 저 마이산을 친구 삼아 아니 이정표 삼아 걸어가면 될 것이다.

 

이제부터 다시 완만한 등로를 따고 작은 무명봉을 오르내리락 하니 저 멀리 마이산 암봉이 보였다 사라지기를 반복하고 그 아쉬움을 달래며 진행한다.

910봉과 775봉 지나 709.8봉 헬기장을 지나니 마이산 암봉들이 조금 더 가깝게 보이고 그 아래 고즈넉한 산골 마을이 아름답다

 

다시 벌목지대를 지나면서 조금 더 선명하게 바짝 다가온 마이산을 목표로 진행하니 옥산동 임도에 도착하고 그곳 삼거리에서 좌측에 인삼밭을 두고 좌측으로 돌아가니 곧바로 우측 능선쪽 밭 가장자리로 띠지들이 나풀거린다.

그 밭 가장자리로 오르니 작은 등로를 타고 저 멀리 능선으로 정맥길이 이어져 있다.

 

이제 다시 완만한 등로를 타고 우측으로 푸른 지붕을 한 마을을 지나니 벌목지 넘어 마이산이 시원하게 조망된다.

이제 오후 2시 30여분이 지나고 조금은 두 다리에 묵직한 무게감이 들 시간인 듯 하지만 그래도 아직 갈 길이 멀기에 무상무념으로 걸어 본다.

걷다보면 그 끝이 나온다는 평범한 진리를 알기에 그저 뚜벅뚜벅 그 길을 걷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진행하니 좌측 가름내와 우측 외기 마을로 연경되는 1차선 포장도로가 나타나고 공사중인 대형 트럭이 가끔 그 도로를 타고 왔다갔다하며 흑ㄹ먼지를 일으키고 있다.

도로 건너 좌측으로 10여미터 진행하면 밭 가장자리에 시멘트 옹벽이 나타나고 그 옹벽을 타고 오르면 다시 능선으로 정맥길이 연결된다.

이제 30번 지방도로가 얼마 남아있지 않은 거리이다.

  

다시 완만한 능선을 타고 작은 봉우리를 넘으니 벌목지대가 나타나고 거대한 마이산 암봉이 바로 눈앞으로 다가온다.

참으로 자연의 오묘함을 느끼며 피곤이 밀려오는 시간에 그래도 그 피곤을 풀어주는 조망이 있으니 다행이란 생각이다.

잠시 아주 잠시 30번 지방도로에서 산행을 멈추고 쉬고 싶다는 생각을 해 보지만 내일을 위해 조금맘 더 힘을 내보자 다짐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그러다 앞쪽으로 차량 지나다니는 소리가 제법 귓전에 울리고 이제 30번 지방도로가 보이니 금새 마음이 풀어진다.

금새 도로가 나오리란 예상과는 달리 한동안 북쪽으로 이어지는 벌목지대 평이한 능선이 끝도 없이 이어지고 있다.

조금은 지루한 마음에 뒤돌아 보니 벌목된 지점과 벌목이 안된 지점을 경계로 지나온 정맥길이 예쁘게 이어져 있다.

보기에는 그저 평범한 등로이지만 잡목들이 길을 막아 여름이나 가을에는 진행하기에 무척 어려움을 겪어야 할 등로로도 생각되는 곳이다.

 

그렇게 지루한 진행이 이어지다가 드디어 30번 지방도로에 도착한다.

마령과 진안읍내를 연결하는 지방도로로 시골이라 그런지 생각보다 차량 통행은 적은 편이다.

도로를 건너 좌측 마령쪽으로 10여미터 걸어가면 도로 표지판 있는 곳에서 등로는 우측 능선으로 연결되어 있다.

그곳으로 올라 다시 느긋하게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마이산과의 사랑 놀이에 집중하기로 한다.

 

한동안 완만한 능선으로 오르니 등로 중간에 생각보다 많은 묘소들이 놓여있어 의아한 마음이다.

마이산의 기를 받기 위한 것인지...

중간에 벌목된 지대를 지나 다시 평이한 등로를 따르니 숫마이산 암봉이 바로 눈앞으로 다가오고 그 거대한 자연 현상에 경외로움을 느낀다.

가까이 다가온 모습이 저 멀리에서 보았던 모습과는 많은 차이가 있음에 다시 한번 놀라움을 느끼는 시간이기도 하다.

 

이제 조금만 더 진행하면 숫마이산을 우측에 두고 좌측으로 돌아 은수사로 하산하는 지점에 도착한다.

그곳에서 박무속에 우측으로 시원하게 조망되는 진안읍내를 처음으로 잡아 본다.

내가 살던 청양의 시골 읍내와 비슷한 규모와 모양인 진안읍, 이런 정맥 산행이 아니였다면 어떻게 이런 모습을 볼 수 있었을까 생각하니 어려움 속에서도 그저 고마운 마음 뿐이다.

오늘밤은 저 작은 시골 읍내 어디에서 하룻밤 묵고 있을 자신을 생각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숫마이산을 어렵게 돌아 은수사로 내려가는 등로는 작은 돌덩어리들이 채워 무척 미끄럽고 더디게 진행해야 하는 죽음의 내리막길이 되고 있다.

그래도 천천히 은수사로 내려가며 가까이에서 바라 본 마이산 암봉의 실제 모습을 보고선 스스로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거친 돌맹이들과 시멘트를 섞어 만든 거친 시멘트 모양의 암봉이였기 때문이다.

손으로 만지면 금방이라도 조각나 흘러 내릴 것 같은 불안감이 들기도 하는 암봉들이다.

그곳을 다 내려오니 마이산 시전이 맞이하고 곧 은수산에 도착한다.

  

은수사를 한바퀴 돌아보고 돌탑있는 곳으로 내려오니 이제 제법 많은 여행객들과 등산객들의 모습이 보이고 신기한 돌탑에 소원을 비는 모습들도 들어온다.

그속에 들어가 산객도 안전 산행을 빌고 작은 돌하나 올려 놓은 후 사진 몇장 남기고 가야할 길이 멀기에 빨리 출발한다.

다음에 아이들 손잡고 다시 들릴 수 있는 기회가 있기를 기대하면서...

 

돌탑에서 잠시 큰 도로를 타고 내려오니 우측으로 마이산 등산 안내판과 봉두봉 오르는 이정표가 서 있다.

주의하지 않으면 그냥 지나칠 수 있는 곳이기에 잘 살피며 진행해야 하는 곳이기도 하다.

그곳 돌 계단을 타고 코가 땅에 닿을 듯한 가파른 된비알을 타고 땀방울을 다시 흘려 본다.

 

봉두봉 오름길은 암마이산과의 대면에서 시작하여 암마이산과의 이별로 끝이 난다.

멀리에서 봤던 초라한 암마이봉의 모습과는 달리 숫마이산보다 더 위용있는 자태에 스스로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작은 협곡을 가운데 두고 이렇게 가깝게 암마이산을 볼 수 있는 행운에 감사하기도 해 본다.

중간에 뚫린 구멍이 또 한번 이채롭게 다가온다.

정상에 자라는 나무의 모습은 더욱 경이로운 모습이리라...

 

평소같으면 그저 웃으며 오를것 같은 봉두봉 오름길이 오늘따라 왜 그리 힘이 들던지...

그래도 거북이처럼 한발 두발 오르다 보니 고무 계단을 넘어 드디어 봉두봉 정상석이 있는 정상에 도착한다.

하지만 이곳 정상석이 있는 장소는 봉우리도 아니고 바로 위에 넓은 헬기장도 있어 자찻 잘못하면 보지 못하고 진행할 수도 있는 애매한 위치에 서 있다.

그래도 정상 하나를 올랐다는 안도감이 드는 시간이다.

 

봉두봉 지나 우측 단양리 가는 하산 갈림길에서 잠시 추춤하다 정상적인 등로를 찾아 완만한 오르막 오르니 보지 못했던 제2쉼터가 나타난다.

몇개의 벤취가 준비되어 있고 앞으로 탁 트인 전망이 매우 뛰어난 전망바위 지대이다.

좌측으로 뻗어 나간 고금당과 나옹암 능선이 한눈에 들어온다.

참으로 아름다운 능선으로 다음에 꼭 한번 오르고픈 충동이 강하게 든 곳이기도 하다.

 

이제 마이산도 서서히 시야에서 멀어지며 이제 잡목 사이로만 그 모습을 보여주기 시작한다.

동쪽에서 바라보기 시작해 남쪽으로 돌아 서쪽을 지나 이제 북쪽에서 바라보니 그 모양이나 형태도 시시각각 변해 간다.

보는 각도에 따라 다양한 모양으로 다가오는 마이산, 이제 그 마이산과의 이별도 멀지 않았다는 느낌이다.

 

제2쉼터인 540봉을 넘으니 이제부터 좌측으로 절벽을 이루며 너무나 황홀한 절경을 보여주는 삿갓봉을 돌아 오늘의 날머리로 향한다.

약간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지만 조심하면 큰 위험은 되지 않을 등로, 그 바위틈에 자라나고 있는 소나무 몇그루가 풍경화를 그리고 있다.

다만 아침에 연무 때문에 보지 못한 일출이 저녁까지 이어져 일몰도 보기 어려워 졌다는 사실이 아쉽기만 하다.

 

칼로 도려내듯 큰 자국을 남긴 바위와 소나무 한그루, 그리고 저 멀리 보이는 아늑한 시골 마을들과 오늘 내려갈 26번 지방도로를 달리는 차량의 소음들이 뒤섞이며 착찹한 마음이다.

그렇게 멀고도 힘든 거리를 돌고 돌아 이제 막바지 날머리가 가까워짐에 따라 천근만근 무거워진 몸과는 달리 맑고 깨끗하게 깨어나는 머리가 부조화속에 조화를 이루고 있다.

그저 아름다운 자연을 볼 수 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행복한 시간이다.

 

이제 서서히 밝음이 물러나고 어둠이 밀려오는 시간, 마이산과 삿갓봉 암봉들을 넘어 벌목지대로 들어서니 저 멀리 북서쪽으로 조망이 터지면서 날머리로 이어지는 26번 지방도로 넘어 내일 올라야 할 부귀산 능선이 거대하게 다가온다.

저 곳을 넘어 지나면 또 하나의 맥 잇기 산행도 마무리가 되는가 보다.

하지만 그 마무리를 짓기 위해 또 얼마나 큰 고통이 기다리고 있을지...

 

이제 마지막 묘지 몇기 있는 곳에서 남아 있는 과일로 허기 달래며 진안 택시에 전화를 걸어 강정골재에서 만남을 약속한다.

서서히 어둠이 깔리며 땅거미가 밀려 든다.

남쪽 숲 위로 마이산 실루엣이 나타나며 오늘 수고한 산객에 손을 흔들고 있다.

아쉬운 마음 달래며 다음을 기약하는 순간이다.

 

이제 어렵게 26번 지방도로 위 강정골재에 도착하니 이미 어둠이 온 세상을 삼키고 있다.

내일 올라야 할 들머리를 확인하고 싶었지만 몸도 마음도 모두 지쳐있고 또 마음씨 착한 진안택시가 일찍 와 기다리고 있기에 지체하지 못하고 사자상 하나만 사진으로 남기고 진안으로 들어 간다.

 

시골이다 보니 좋은 잠자리는 기대도 하지 않고 그저 깨끗하고 조용한 여관을 소개받으니 진안장을 소개해 준다.

목욕탕과 겸하고 있는 그곳에 들려 따뜻한 물로 샤워하며 길고도 멀었던 정맥길을 뒤돌아 본 후 식당에 들려 소맥 몇잔과 맛난 시골 밥상을 치우고 세상 모르게 단잠에 빠져 든다.

이제 내일 하루만 더 오르면 금남호남정맥도 가슴속 저 멀리 추억으로 쌓여 갈 것이다.

 

남아있는 마지막 금남호남정맥을 위해 아자 아자 화이팅 ~~~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칠갑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