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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맥산행(완료)/금남호남(완료)

금남호남정맥 제1구간 영취산에서 수분령까지 산행 후기

by 칠갑산 사랑 2010. 1.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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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지 : 전북 장수군의 금남호남정맥 마루금 일대

산행날자 : 2010년 01월 09일 (토요일)

산행날씨 : 오전에 맑고 강한 바람이였으나 점심부터 싸락눈과 안개로 시야 제한된 무척 추운 날씨

산행온도 : 영하 15도에서 영하 5도

산행인원 : 칠갑산 나 홀로

산행코스 : 무령고개-영취산(1076봉)-무령고개-965봉-장안산(1237봉)-985봉-948봉-960봉-밀목재-활공 장-

               사두봉(1015봉)-바구니봉재-당재-수분재(수분령)-산행종료

산행거리 : 약 21.50 Km

산행시간 : 홀로 러쎌하며 죽기 살기로 12시간 (05시 30분 부터 17시 30분까지)

 

 

또 하나의 정맥 산행에서 천당과 지옥을 맛 본 시간들 

 

 

금남호남정맥

금남호남정맥이란 백두대간 산행 구간인 전북 장수의 영취산에서 분기하여 완주의 주화산까지 뻗어 나간 도상거리 약 64 Km의 산줄기로서 남한의 9정맥중 가장 짧은 정맥이며 영취산에서 무룡고개, 장안산, 수분령, 신무산, 팔공산, 진안 성수산, 마이산과 부귀산을 솟구쳐 놓은 후 완주의 주화산에서 호남정맥과 금남정맥으로 나뉘는 마루금을 말한다.

이 금남호남정맥은 금강과 섬진강을 나누고 백두대간을 그 끝자락에서 분기하는 호남정맥과 금남정맥을 연결하는 중요한 산줄기이다.

국토지리원에서 발행한 산행지도와 선답자들의 산행개요지도 및 나침판을 가지고 4회에 걸쳐 종주할 예정이며 가능하면 다음주 산친구들과 새로 시작 할 금남정맥 출발 전 완주를 목표로 올라 볼 생각이다. 

 

이제 세번째 오르는 백두대간 마루금의 영취산, 무엇이 그리 좋아 이 야심한 새벽에 잠도 들지 못하고 빙판길을 달려 이곳에 서 있는지 말로 표현하지는 못하지만 가슴으로 느끼는 것은 남다르고 뿌듯하며 뭉클함일 것이다.

새벽 4시 30분, 장수에 도착하지만 문이 열려있는 식당하나 없는 곳에서 간신히 24시간 불을 밝히는 편의점에 들려 라면 하나에 햇반 하나 그리고 김치로 새벽 참을 때우고 햇반 하나와 김치 하나를 더 사 배낭속에 넣은 후 뜨거운 물 한통을 보온병에 담고는 길고도 먼 장도의 출발선으로 돌아 온다.

 

찬바람이 휭하니 불때마다 벽계쉼터 이정석에 붙어 있던 눈들이 흩어지며 최근 마음 고통이 심했던 산객의 가슴을 더욱 차갑게 때리고 있다.

첫 산행에서 몇몇 산우들이 이곳 주차장을 못 찾아 저 반암까지 비포장 도로를 타고 알바했던 추억과 두번째 들려 좁은 화장실 수도꼭지에 얼굴 들이 밀고 땀어 쩔어 버린 몸둥아리 닦아내던 추억이 떠오르며 홀로 어둠속에 미소로 이곳과의 인연을 생각해 본다.

 

누군가는 먼저 올랐으리란 예상과는 달리 이곳 영취산으로 오르는 등로와 나무계단 위에는 그저 하얀 도화지 뿐이다.

기분은 좋지만 생각보다 많이 내려 쌓인 눈으로 인해 왕복 30분이면 충분할 거리를 한시간 이상을 소비하고야 간신히 살아 내려왔다는 기분이다.

오늘 하루의 지옥을 예감하는듯 하지만 아직은 초반이라 그런지 지옥보다는 천당을 꿈꾸고 있다.

 

3정맥이 갈라지는 곳이기에 무명봉을 영취산으로까지 바꿔 멋진 정상석까지 얻은 영취산 정상, 이제 세번째 오르지만 오를때마다 다른 모습으로 반겨주는 곳이기에 오늘은 조금 더 색다른 느낌으로 바라본다.

바람이 불때마다 눈들이 날리며 홀로 오른 산객의 등줄기에 식은 땀을 흐르게 만들고 있다.

약간의 두려움과 공포 그리고 외로움이 밀려 들지만 어둠이 사라지면 곳 정상으로 돌아 오겠지...

 

영취산 정상에서 묵념으로 오늘 하루와 앞으로의 정맥길에 안전 산행을 빌고 다시 무령고개로 내려오니 다니는 차량 한대 없는 동물이동 통로 속 터널에서 밝은 빛이 새어 나오며 전설의 고향에서나 나올법한 을씨년스런 풍경을 자아내고 있다.

 

이제 배낭 정리하고 완전 겨울 산행 복장을 한 후 본격적인 산행을 위해 장안산 들머리에 세워진 나무 계단을 타고 올라본다.

이곳은 역시 유명한 장안산이라 그런지 몇몇 선답자들의 발자국이 선명하게 찍혀 있고 러썰도 조금은 되어 있어 산행하기에 큰 어려움은 없어 보인다.

 

사면길을 이리저리 왔다리 갔다리하며 오르니 금새 안부에 도착하고 팔각정 삼거리가 나타나며 이정표 하나가 서 있지만 아직은 어둠속 세상인지라 지나쳐 다시 조금 더 진행하니 임도가 나타나며 괴목마을 하산 갈림 이정표가 서 있다.

그곳 지나 계속 진행하니 눈 내린 산죽밭이 반기고 탐스런 눈꽃송이에 반해 몇장의 사진으로 남겨 보지만 영 마음에 들지는 않는다.

 

아침 7시 20여분이 지나자 백두대간 백운산 머리 위 저 멀리 동녘에서 새벽 용트림이 시작되지만 두껍게 내려 앉은 구름으로 인해 그 찬란한 빛이 힘겨워 하는 듯 보인다.

그래도 어김없이 자리를 찾아 그 시간을 알려주는 자연의 신비와 힘에 고개를 끄덕여 보는 시간이다.

   

고도를 높이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백운산 정상에서 펼쳐지는 빛의 축제는 더욱 그 정점을 향해 치닫고 그 사이 목재칩시험포설구간 지나 샘터 삼거리에 도착하지만 온통 새하얀 눈으로 덮혀 샘조차 분간하기 힘들다.

샘터도 그냥 지나쳐 사면 등로를 따르니 너무나 환상의 눈꽃이 마른 가지에 피어나 새로운 세상을 열어 주고 있다.

  

이제 장안산을 유명하게 만드는데 일조한 억새 군락지에 도착하고 점점 더 붉게 물들어 가는 백운산 정상부터 올라야 할 장안산 정상의 산불감시철탑까지 가슴에 묻으며 열심히 그 능선을 그려 본다.

매섭게 불어오는 한겨울 찬바람이 얼굴을 때리며 붉게 물들이지만 이토록 아름다운 우리 산들을 가슴에 담을 수 있으니 다시 추위를 잊고 오르는가 보다.

 

여명의 빛으로 바라보는 백두대간 출발점인 지리산 천왕봉에서 우측으로 길게 이어진 지리 주능선 끝자락에 만복대가 자리하고 그곳에서 이곳 백운산까지 이어진 올망졸망한 능선이 새벽 공기로 맑아진 시계를 타고 영원히 잊혀지지 않을 산그리메를 만들고 있다.

내가 걸었고 또 후답자들이 걷고 있는 곳, 그리고 다시 그리워지면 한걸음에 달려가 안기고 싶은 백두대간 마루금이 이 작은 산객에게 설레임을 넘어 흥분으로 몰아 넣고 있다.

  

그러다 문득 북쪽을 바라보니 장쾌한 두 봉우리를 너무나 당당하게 펼쳐 보이며 시위하듯 가깝게 다가서 있는 덕유산의 서봉과 남덕유산이 그 옛날 만났음을 상기시키며 부르고 있다.

조만간 이 겨울이 지나기 전에 저곳에 올라 함양의 멋진 산들과 연결시켜 주는 남령으로 갈 시간이 있으리라.

 

덕유산 서쪽으로 자리잡은 장계쪽 마을과 산그리메들이 새벽 운무속에 숨어 비경을 연출하고 있다.

어찌 짧은 인간의 말로 이 절경을 표현할 수 있을까 그저 마음으로 가슴으로 느끼면 그것으로 족한 것을...

영취산 오름길에 무릎까지 빠지는 눈속을 러쎌하며 지옥을 경험했다면 이 아름다운 절경을 바라보며 천당을 생각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인 것을...

 

장안산 정상으로 오르는 억새밭에서 드디어 백운산 정상부로 떠오르는 찬란한 일출을 감상한다.

365일 중 하루의 빛이라 해도 그 고생하며 이렇게 높은 곳에서 나 홀로 맞이하는 일출이란 참으로 하나가 아닌 수천 수만가지의 빛과 희망으로 이 작은 산객의 가슴에 내려 앉는다. 

저 찬란한 빛이 이 작은 산객과 산객을 알고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희망이 되어 주길 간절히 바래도 본다.

 

찬란히 떠오르는 태양 빛을 받아 그 우측에 자리잡은 지리산 중봉과 천왕봉에서 만복대까지 길고도 먼 지리 주능선이 한눈에 들어 온다.

가히 환상이라 말하지 않을 수 없는 풍경과 조망에 조금씩 스스로가 흥분되고 있음을 느낀다.

 

그래도 다시 올라야 할 마루금이기에 나무계단 넘어 장안산 정상부와 중봉 하봉으로 이어진 능선을 담아 본다.

가을 억새가 아름답게 하늘거리는 날 다시 올라 저 능선을 타고 진행해 보리라 다짐도 해 본다.

 

장수의 장계쪽 마을과 작은 호수 그리고 그 호수에서 만들어지는 박무 위로 너무나 아름답고 장쾌한 덕유의 서봉과 남덕유가 쌍봉을 이루며 답답했던 산객의 마음을 시원하게 뚫어 준다.

오직 이 추운 겨울에만 가능한 풍경이기에 더욱 오랫동안 가슴에 남아 있을 것이다.

 

우측 우뚝한 백운산에서 좌측으로 뻗어 내린 백두대간 마루금, 그 좌측 끝자락에 오늘 새벽 올랐던 영취산이 보이고 그곳에서 이곳까지 올라 온 등로가 시원하게 한눈에 들어 온다.

참으로 아름답고 멋진 아침 풍경이다.

 

드디어 장안산 정상이다.

영화 남부군을 촬영했던 덕산계곡과 지지계곡이 있고 방화동 가족 휴양촌이 조성되어 있어 근래에 많은 등산객들과 여행객들로 붐비지만 워낙 오지에 위치해 있어 아직도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 많이 남아 있는 곳이다.

또한 지리산에서 시작한 장쾌한 백두대간 마루금이 저 멀리 북쪽의 덕유산까지 한눈에 들어 오는 멋진 조망처 구실을 하고 있으며 서쪽으로는 금남호남정맥의 산군들을 거느리고 수많은 산그리메를 만들어 놓은 곳이 바로 장안산이다.

  

장안산에서 바라보니 서쪽으로 장수를 가운데 두고 좌측으로 돌아 길게 뻗어 있는 금남호남정맥이 눈부시게 빛나고 있다.

지금부터 저 능선을 타고 차고개까지 가야하는 이 산객의 발길이 무거워지고 있다.

다만 남쪽으로 뻗어 내린 중봉과 하봉을 타고 내려가지 못하는 아쉬움이 남는 시간이다.

저곳은 다음 기회에 여유있는 시간속에 올라 보리라 생각하면서...

  

이제 장안산에서부터 다시 홀로 깊은 러프같은 눈길을 러쎌하며 진행하지만 생각만큼 속도가 나질 않는다.

아름다운 조망과 풍경과는 달리 무릎까지 빠지는 등로 위 눈길이 참으로 힘에 부치고 고통이 따르는 시간이다.

그래도 너무나 생생한 멋진 조망과 풍경에 어려움을 잠시 잊어 본다.

 

장안산 정상부터는 이렇게 하얀 설원 위에 내 발자국을 찍으며 홀로 러쎌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나무 계단을 타고 내려 와 깊은 눈속을 진행하려니 마음만큼 민첩하지도 빠르지도 못하다.

그래도 내리막 내려 와 다시 무명봉쪽으로 오르니 정상으로 이어진 산죽밭 우측으로 으회등로가 나 있고 많은 띠지들이 나풀거리며 길 안내를 하고 있다.

 

안부에 내려 섰다가 다시 오르니 장안리 하산 삼거리 이정표가 나타나고 조금 더 진행해 나즈막한 정상에 오르니 나무 벤취 위에 눈이 쌓여 새로운 풍경을 남겨 놓았다.

지도를 꺼내 확인해 보니 아마도 985봉 쯤 될 것 같다는 생각이다.

벌써 러쎌로 인해 두 다리에 전해지는 통증이 뻐근해지기 시작한다.

 

다시 나뭇잎이 모두 떨어진 잡목 사이 우측으로 보이는 덕유산의 장쾌함을 맛보며 그저 그런 능선을 타고 진행하니 산죽밭도 나오고 날짐승들이 오고 간 발자국이 어지럽게 그려진 등로도 나타나며 그렇게 무심으로 진행한다.

그러다 다시 만난 통나무 벤취에서 잠시 쉬며 지도를 확인하니 955봉쯤이다.

이곳까지는 계솟 북서진했는데 잠시 후 만나는 948봉에서 좌측으로 크게 돌아 남서쪽으로 방향을 바꾼다.

정상에 표시라도 있으면 좋으련만 ...

 

그저 잡목들만 우거진 948봉을 돌아 이제부터 크게 방향이 바뀐 등로를 타고 진행하니 작은 안부에 도착하고 그곳에 이정표 하나가 서 있다.

살펴보니 장안산 정상과 밀목재 사이의 중간쯤 되는 장소이다.

암봉과 바위들도 별로 없는 아주 산행하기 좋은 흙산처럼 보이지만 오늘은 무릎까지 빠지는 눈 때문에 홀로 러쎌을 하다 보니 시간은 자꾸만 길어지고 산행속도는 뒤처지기 시작한다.

 

그래도 간간히 우측으로 보이는 장수읍내의 풍경에 어렵고 지친 심신을 달래 본다.

내가 자라고 살았던 청양 시골과 별반 차이가 없어 보이는 조용하고 아늑한 곳 장수, 특히 이곳 장수는 주위에 높은 산들로 막혀 분지가 되어 있기에 여름에는 무척 기온이 높고 더우며 겨울에는 춥고 강한 바람이 부는 곳으로 유명한 오지의 고장중 한곳이다.

 

눈과 바람과 온도가 만들어 놓은 자연의 아름다운 선물이지만 오늘은 산객의 발목을 잡고 늘어지는 복병의 하나로 이제 조금은 지겹기 시작한다.

아무리 좋은 것 그리고 좋아하는 것도 어느 정도야지 오늘처럼 하루 종일 이렇게 발목을 잡으며 고통을 준다면 앞으로 좋아하지 않을지도 모를 일이다.

 

이제 밀목재까지는 그저 그런 등로 위에 깊게 쌓인 눈속을 허우적 거리며 힘겹게 진행해 본다.

어느곳은 발목까지 또 어느곳은 허리춤까지 빠지는 눈속 산행이야 말로 얼마나 힘들고 체력적인 부담이 큰지 다시 한번 절감한다.

얼마나 힘들고 어려웠으면 장안산에서 하봉 거쳐 하산할 걸 이란 푸념을 다 했을까... 

그래도 한발 두발 걸어 이제 밀목재가 눈앞에 다가왔다.

 

밀목재 수몰민이주마을인 신덕마을이 보이기 시작하고 그 위로 활공 장과 이어진 정맥 능선이 아름답게 펼쳐져 있지만 저곳을 오르기 위해 또 얼마의 사투를 벌여야 할지 끔찍하기도 하다.

그래도 믿는 것은 내 두다리와 머릿속 의지이니 이제와 어쩔 수 없는 상황이다. 

 

드디어 밀목재 도착이다.

2차선 포장도로인 이곳에서 사진 몇장 남기고 도로따라 좌측으로 돌아 고개 넘으니 우측 도로가에 신덕산 가는 이정표가 서 있다.

그리고 그 가는 등로 중간에 신덕마을이 들어 서 있는데 이제 수몰민 이주마을이란 느낌은 모두 사라진듯 반듯하고 깨끗한 전형적인 시골의 풍경 그 자체이다.

 

정맥 등로는 밀목재 고개 넘어 오다 저 이정표가 보이면 이정표 있는 곳에서 우측 신덕산 방향으로 90도 꺽어 진행하여 시멘트 도로를 끝까지 따라가면 그곳에 산으로 연결된 산판도로가 있고 많은 띠지들이 널려 있기에 쉽게 등로를 찾을 수 있다.

마을 뒤쪽으로 활공 장이 있어 정산 부근까지 산판도를 닦아 페러글라이딩을 즐기는 동호인들을 불러 모으고 있는 것 같았다.

 

산판도로가 시작되는 지점에 도착해 지나온 950봉(또는 960봉)쪽 마루금에서 신더마을로 이어진 등로를 담아 본다.

겨울 눈 내린 등로와 마을이 또 새롭게 각인되고 있다.

 

햇빛이 비춰 등로에 남아 있던 눈들이 약간 녹으며 활공장으로 오르는 등로가 무척 미끄럽다.

그래도 몇번의 휴식으로 어렵게 그곳 활공장 정상에 오르니 얼굴을 때리는 차가운 겨울 바람이 무섭게 휘날리고 그래도 잠시 그곳에서 바라보는 풍경이 꿈결같기에 몇장 담아 본다.

다만 너무나 추운 날씨로 인해 페러글라이딩을 즐기는 동호인은 전혀 없음이 아쉽다.

 

950봉을 기점으로 좌측이 정맥길이고 우측은 덕산리로 내려가는 산줄기이다.

가까운 살줄기 넘어 희미하게 장안산 상봉에서 하봉까지 일직선의 능선도 아름답게 늘어 서 있다.

홀로 러쎌하며 힘겹게 올라 바라보니 인간의 위대함을 다시 한번 느껴본다.

 

활공장에서 바라 본 장수읍내가 더욱 뚜렷하고 아름답다.

모든 지저분하고 보기 흉했던 것들을 눈이 뒤덮어 하얀 세상을 만들었듯 우리들이 사는 세상도 저렇게 깨끗해졌으면 하는 바램을 남겨 본다.

추위로 더 이상 지체하지 못하고 다시 등로를 타고 진행해 본다.

 

활공장 지나서 부터 서서히 싸락눈이 내리고 시야가 제한되면서 우측으로 보이는 장수읍내만을 내려다 보며 깊은 눈속을 걸어 가야하니 체력은 두세배 더 들고 시간도 많이 소요되며 속도는 나질 않는다.

잠시 사두봉 가기전 좌측 덕산분교쪽으로 이어진 능선 삼거리에서 등로 찾아 헤매였지만 금새 제대로 된 등로를 찾아 한동안 진행하니 정상에 묘2기가 누워있는 사두봉 정상이다.

많은 전설을 담고 있는 곳이기에 잠시 배낭 내려 쉬어 본다.

 

다시 보이지 않는 조망에 잔 나뭇가지를 헤치고 홀로 러쎌하느라 진땀을 빼고 진행하니 그래도 멋진 소나무와 잣나무 그리고 낙엽송 군락이 가끔 산행하는 맛을 알려 준다.

날짐승이 만들어 놓은 발자국을 따라 진행하지만 역시 오늘 차고개까지 가는 것은 무리라 판단해 수분령에서 산행을 접기로 한다.

그래도 거기 수분재에 도착하면 시간은 어떻게 되고 또 무령고개까지는 다시 내린 눈으로 올라갈 수나 있을지 걱정이 앞서는 시간이다.

 

한동안 특별한 것이 없는 등로를 타고 힘들게 러쎌해 진행하다 사거리쪽에서 잠시 등로 찾아 몇분간 헤매인다.

알고보니 정상적인 등로를 지나쳐 조금 더 내리막길 내려와 사거리 안부에서 헤매였던 것이다.

알고 있는 지식 총동원하고 지도와 나침판으로 확인 후 정상적인 등로를 찾아 바구니봉재에 도착하는 기쁨이란 느껴보지 못한자 모를일이다.

 

다시 지루하고 힘든 눈속 산행을 진행하며 흩뿌리는 싸락눈 속에 희미한 풍경만으로 위안을 삼아 본다.

우측으로 제법 달리는 자동차 지나다니는 소리가 굉음으로 들리는 것으로 봐 이제 수분재도 그리 멀지 않음을 느낀다.

하지만 그 수분재를 가기 위해 꼭 거쳐야 하는 당재가 있기에 그 당재를 그리워하며 진행한다.

 

드디어 당재이다.

호남정맥 산행을 하다 잠든 산우를 기리는 추모비가 서 있는 임도로서 이곳에서 마지막 무명봉으로 오르는 등로 역시 만만치 않다.

고갈된 체력과 무거워진 발걸음으로 인해 높지 않은 마지막 봉우리가 왜 그리 높아만 보이던지...

 

마지막 무명봉 넘어 이제 수분재와 다음 구간 올라야 할 신무산을 조망해 본다. 

19번 지방도로 위를 씽씽 달리는 차량들의 소음이 제법 크게 들리는 시간이다.

이제 시간은 자꾸 흘러 어둠이 밀려오기 시작하고 땅거미가 들기 시작한다.

 

어렵게 무명봉에서 내려 와 조림식수를 한 지역을 지나 넓은 도로를 타고 19번 지방도로쪽으로 진행한다. 

저 앞 도로에서 좌측으로 돌아 들어가면 수분령휴게소가 나타나고 그곳에 뜬봉샘과 수분령 이정석이 있다.

이제 마자막 발걸음을 하고 있는 것이다.

 

금강 발원지인 뜬봉샘은 이곳 휴게소에서 약 30여분 거리에 있다.

다녀오고 싶었지만 눈이 내리고 어둠이 깔리며 지친 몸으로 갈 수 없기에 그저 이렇게 이정석 한장 남기는 것으로 위안을 삼아 본다.

하지만 언젠가는 꼭 한번 들려 그 물맛을 보리라...

 

이곳 수분령 이정석을 찍고 오늘의 산행은 마무리를 한다.

너무나 지치고 힘들게 진행한 산행에서 아무 사고 없이 무사히 완주할 수 있음에 감사드리고 다시 와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원래 계획은 오늘 이곳 번암에서 자고 내일 다시 올라 30번 지방도로까지 가는 것이였지만 러쎌이 안된 등로를 홀로 진행한다는 것이 너무 무모한 짓 같아 그냥 서울로 올라가기로 한다.

눈이 조금 녹으면 그때 마음 놓고 다시 찾아 마지막 구간까지 완주하리란 희망으로...

 

눈이 내려 생각보다 힘들고 어렵게 다녀 온 금남호남정맥 첫구간, 그 구간에서 천당과 지옥을 경험하며 스스로에게 많은 반성을 해 보는 시간이다.

욕심을 버리고 조금만 더 세심하게 준비하여 죽기 살기가 아닌 즐기며 세상을 바라보는 혜안이 도길 간절히 바래 본다.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칠갑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