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정맥산행(완료)/금남호남(완료)

금남호남정맥 제2구간 수분재에서 오계재까지 산행 후기

by 칠갑산 사랑 2010. 1. 18.
728x90

산행지 : 전북 장수군과 진안군의 금남호남정맥 마루금 일대

산행날자 : 2010년 01월 16일 (토요일)

산행날씨 : 맑고 화창한 겨울 날씨였으나 아직도 추웠던 날씨

산행온도 : 영하 10도에서 영하 3도

산행인원 : 칠갑산 나 홀로

산행코스 : 수분재-당산재-신무산(897봉)-대성목장 철조망-차고개(13번 지방도로)-합미성-1013봉-

               팔공산(1148봉)-1136봉(헬기장)-896봉-서구이재-(742 지방도로)-985봉-

               데미샘 갈림길(섬진강 발원지)-1075봉-와룡 휴양림 갈림길-오계재-우측 와룡자연휴양림-산행종료

산행거리 : 약 15.00 Km (접속구간 약 2 Km 포함)

산행시간 : 홀로 러쎌하며 너무나 힘들게 09시간 30분 (07시 10분 부터 16시 40분까지)

 

 

절경에 취해 완주하지 못한 아쉬움을 남기고

 

 

금남호남정맥

금남호남정맥이란 백두대간 산행 구간인 전북 장수의 영취산에서 분기하여 완주의 주화산까지 뻗어 나간 도상거리 약 64 Km의 산줄기로서 남한의 9정맥중 가장 짧은 정맥이며 영취산에서 무룡고개, 장안산, 수분령, 신무산, 팔공산, 진안 성수산, 마이산과 부귀산을 솟구쳐 놓은 후 완주의 주화산에서 호남정맥과 금남정맥으로 나뉘는 마루금을 말한다.

이 금남호남정맥은 금강과 섬진강을 나누고 백두대간을 그 끝자락에서 분기하는 호남정맥과 금남정맥을 연결하는 중요한 산줄기이다.

국토지리원에서 발행한 산행지도와 선답자들의 산행개요지도 및 나침판을 가지고 4회에 걸쳐 종주할 예정이였으나 너무나 많이 쌓여있는 눈과 러쎌을 해야하는 어려움으로 인해 기약없는 산행 횟수가 되였지만 그래도 완주를 목표로 시간 나는대로 찾아 볼 계획이다.

 

금요일 저녁, 음성쪽에 급한 일이 생겨 아침에 출근하면서 산행준비를 하여 떠난다.

중요한 일정이고 또 꼭 가야하는 길이기에 느긋하게 자료 준비하여 도착하니 오후 5시, 하지만 사업 설명회 이다보니 자꾸만 시간이 늘어져 내가 PT를 시작할 시간은 오후 5시 40분이지만 벌써 한시간 이상 기다리고 있다.

그래도 오후 7시를 넘겨 시작해 8시 40여분에 마치고 급하게 애마를 몰아 장수로 향하면서 인삼랜드휴게소에서 간단한 국밥 하나로 저녁을 해결하고 곰팡이 냄새 가득한 장수의 허름한 여관에 들려 하룻밤 지새운다.

 

새벽같이 일어나 세수하고 여관을 나서니 새벽 6시, 아직도 문을 연 식당을 찾지 못하고 두어바퀴 돌아 다니니 드디어 희미한 불빛이 새어 나오는 김밥집을 발견하고 반갑게 들어간다.

주인 아주머니의 호의로 맛있는 아침밥과 점심 도시락까지 준비한 후 수분령으로 향하니 아침 7시 조금 못 돼 도착한다.

산행 준비와 애마를 주차 시키고 사진 몇장 남긴 후 길고도 험한 장도를 떠나는 시간 7시 10분이다.

 

수분령휴게소 앞 19번 지방도로를 건너 원수분 마을을 통해 산행을 시작한 팀들이 많았지만 이 산객은 수분령 이정석 앞 도로를 건너 임도를 타고 능선으로 올라 곧바로 산행을 시작한다.

아마도 이 등로가 원 등로가 아닐까 생각되며 이곳 19번 지방도로와 수분령 휴게소를 만들면서 원래의 산줄기가 없어진듯 하다.

조금 오르니 밭을 지나 작은 임도가 나타나고 그 인도를 가로질러 능선으로 오르니 다시 무릎까지 빠지는 깊은 눈밭이 오늘 산행의 어려움을 알려주고 있다.

오늘은 특히 대전 처갓집에서 가족 모임이 있어 오후 7시까지는 올라가야 하기에 더욱 급해지는 마음과 달리 몸은 느긋하게 목적지 없는 발길을 옮기고 있다.

방금 전 올라온 수분령쪽 마을이 안개속에 묻히며 아름답게 들어 온다.

 

한동안 우측의 원수분 마을을 바라보며 앞으로 올라야 할 능선을 친구삼아 오르니 묘한기가 두꺼운 눈 이불을 덮고 외롭게 누워있고 그곳을 통과하자 철탑이 나타난다.

철탑지나 오솔길 같은 등로를 타고 진행하니 생각보다 속도가 나질 않는다.

다시 한동안 등줄기에 땀방울 흘리니 임도가 나타나고 지도를 살펴보니 당산재인듯 하며 원수분 마을을 통해 오르면 이곳에서 만나는 지점이 아닐까 생각되는 지점이다.

이곳에서 저 멀리 백두대간 마루금을 뚫고 찬란히 떠오르는 일출을 감상하고 그 우측으로 길게 뻗어있는 지리산 능선에 오늘 하루의 산행도 무사히 마칠 수 있게 해 달라고 빌어보는 시간이다.

 

신무산 오름길에 우측 원수분 마을과 수분리를 감싸고 있는 산군들 사이에 내려 앉은 아침 안개가 환상을 노래하고 그 좁은 틈 사이로 저 멀리 우뚝 솟아 있는 덕유산의 위용이 대단하다.

그저 탄성과 감탄의 연속으로 눈으로 인한 산행의 어려움은 벌써 어디로 사라지고 절경에 취한 시간이 되어 버린다.

 

그래도 능선으로 오르니 이제 발목이 아닌 무릎을 지나 허리춤까지 눈이 차고 들어 온다.

발자국 하나 뛰기가 벅찰 정도의 어려운 산행 조건이지만 날씨가 많이 풀린듯 춥지는 않아 다행이다.

소나무 사이로 쌓인 눈이 설탕가루처럼 제각각 흩어지며 눈속에 파묻히는 등산화가 이리저리 춤을 춘다.

하얀 도화지 위에 홀로 남겨진 내 발자국에 스스로 감탄을 금치 못한다.

 

깊은 눈밭을 헤치고 어렵게 많은 시간 소비하여 드디어 신무산 정상부로 오르니 북쪽으로 팔공산 정상부의 인공 구조물이 보이고 그곳으로 연결된 정맥 등로가 햇살을 받아 반짝이고 있다.

어렵게 오르는 산행인 만큼 그 정상에서 바라보는 조망은 말로 표현하지 못한 비경으로 남는다.

 

지나 온 남쪽으로는 방금전 올라 온 마루금 지나 저 멀리 박무가 드리워진 산그리메가 끝도 없이 펼쳐져 있고 그 끝자락에 지리산 천왕봉과 주능선이 하늘금에 맞닿아 환상의 세계로 안내하고 있다.

그 우측으로 돌아가며 호남의 진산들인 강천산과 모악산 그리고 내장산 넘어 저 멀리 봉우리만 내밀고 있는 무등산까지 일망무제 그대로의 속살을 내보이고 있다.

 

지리산 주능선을 타고 좌측으로 돌아 오르면 장쾌한 백두대간 마루금이 서 있고 그 넘어 희미하게 함양쪽 산군들이 보인다.

그 끝자락에 덕유산의 장쾌한 능선이 자리하고 그 작은 줄기에 작성산을 매달아 놓고 있는 형국이다.

그 사이 지나온 금남호남정맥 마루금도 한누에 들어오며 그동안 고생하며 여기까지 올라온 산객에 크나큰 선물을 주고 있다.

그저 아름답고 황홀하다는 표현 이외에 무엇이 필요하단 말인가...

 

드디어 신무산 정상에 올라 상업적인 냄새가 풀풀나는 스텐레스 스틸로 만든 정상 이정표를 담아 본다.

몇가지 전설이 묻혀있는 신무산은 금남호남정맥을 타는 산꾼들과 마을 주민들에게만 알려져 있지만 금강과 섬진강을 가르는 뜬봉샘이 있어 근래에 더욱 유명해진 곳이기도 하다.

신선이 춤을 추고 있어 신무산이란 이름을 얻었다는 이곳은 수분마을쪽 뜸봉샘에서는 금강이 발원하고 용계리쪽에서는 용계천이 발원하며 개정리쪽에서는 용의 머리를 조화해냈다고 한다. 

그런데 용계와 송천리간에 타관산이 있어 신무산에 덤벼들어 용이 승천하지 못하게 되자 신선들이 용을 승천시키려고 춤을 추게 되었으나 끝내 타관산 때문에 용의 승천이 좌절되었다는 전설도 그중의 하나이다.

개인적으로 최고의 조망을 봤기에 오랫동안 뇌리에 남아있을 신무산이 되였다.

 

이제 정상에서 대성목장 철조망쪽으로 조금 옮겨가니 북쪽으로 너무나 시원하게 펼쳐진 장수와 그 뒤로 팔공산까지 이어진 정맥 능선이 파란 하늘과 조화를 이루며 산객의 가슴으로 파고 들고 있다.

나 홀로 보기 아깝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너무나 황홀한 풍경에 그렇잖아도 더딘 발걸음이 더욱 느려지고 있다.

 

팔공산 아래 분지로 이뤄진 장수읍내가 박무에 덮혀 신비롭고 그 마을을 병풍처럼 둘러친 산군들이 너무나 아름다운 그림으로 남겨진다.

그 어느 누가 있어 이처럼 아름답고 황홀한 풍경을 담아 낼 수 있단 말인가...

그저 자연의 아름다움에 감탄사만 연발하고 있다.

 

대성목장 철조망을 타고 내려가니 지금까지보다 더 깊게 쌓여있는 눈들이 가루가 되어 날리면서 산객에게 자동으로 눈썰매를 타도록 강요하고 있다. 

피하지 않고 넘어지고 엉덩방아를 찧으며 눈썰매를 즐기다 보니 급경사 내리막을 지나 작은 봉우리를 넘어 드디어 13번 지방도로가 지나는 차고개에 도착한다.

눈만 없었어도 첫구간에 이곳까지 와서 오늘 새벽 이곳에서 올랐을 것을, 시간은 지체되지만 생각보다 더 멋진 자연 풍광을 즐길 수 있으니 그것 또한 자연의 조화가 아니겠는가...

 

대성고원이란 큰 이정석 한장 남기고 그 뒤로 나 있는 등로를 타고 한동안 땀흘리며 오르니 다시 눈밭이 깊어진다.

무척 힘들게 오르다 잠시 바위 전망대가 나타나고 그곳에 서서 뒤돌아 본 산그리메가 참으로 마음의 평화를 주고 있다.

저 멀리 남서쪽으로 호남의 명산들이 고스란히 한눈에 들어오고 그 이름 하나하나를 불러 본다.

우측 멀리부터 내장산과 가운데 모악산 그리고 담양의 추월산에서 강천산 지나 순천쪽 백운산까지 그리고 좌로돌아 지리산 주능선이 황홀하다.

 

된비알 타고 오르니 곧이어 합미성 성터가 나타나고 그 돌담에 올라 다시 한번 멀어지는 산그리메를 가슴 깊이 담아 본다.

그 성곽을 타고 진행하며 조금만 더 신경 써 정비하고 역사적인 복원을 하였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래도 1500년 된 성곽치고는 깨끗하게 남아있는 모습에 역사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본다.

 

합미성에 대한 자료를 읽어 본 후 깊은 눈밭을 통해 다시 오르기 시작하니 암벽에 도착하고 짧은 로프를 타고 오르니 그곳에 신비의 세계가 펼쳐져 있다.

지난 제1구간에 걸었던 금남호남정맥 줄기가 한눈에 들어오고 그 좌측으로 장수읍이 조용히 자리잡고 있으며 그 남쪽으로 지리산 주능선이 동서에 서쪽으로 길게 뻗어 사람이 사는 마을을 가르고 있다.

눈 내린 모습이기에 더욱 선명하게 산객의 가슴에 남는지도 모를 일이다.

 

눈을 다시 좌측으로 돌려 동쪽을 바라보니 분지 형태의 장수읍내와 그 가운데 나즈막한 봉우리 하나 넘어 장쾌한 백두대간 마루금과 덕유산이 장관을 이루고 있다.

세번씩이나 걸었던 백두대간 마루금이지만 이렇게 조금 비켜 서 바라보니 그곳에서 바라보지 못했던 고산준령이란 단어가 딱 어울림을 알게 된다.

 

삼거리 지나 다시 된비알 타고 오르니 돌탑 하나가 자리를 지키고 있는 1013봉에 도착해 잡목으로 보이지 않는 조망을 아쉬워 해 본다.

그래도 이렇게 순백색의 나라에 홀로 발자국 남기며 오를 수 있는 건강이 있음에 감사하며 오랫동안 산사람으로 남아 있길 간절히 바래보는 시간으로 남겨 본다.

이제 팔공산도 가깝게 시원한 모습으로 다가온다.

 

1013봉 지나 조금은 빠르게 진행하니 진안 팔공산이 머리 위에 있고 아쉬움에 지나온 마루금을 뒤돌아 보니 그곳에 선계가 열려있다.

지리산 주능선이 박무속에 길게 누워있고 그 앞으로 가까운 산그리메가 산객의 가슴으로 파고들며 자리하나 비집고 들어온다.

아마도 오랫동안 아니 평생 잊혀지지 않을 그런 추억으로 담길 것이다.

 

정상부의 인공 시설물를 제외하고는 사방팔방이 시원하게 터진 조망이 압권인 진안의 팔공산 정상에 도착해 잠시 호흡을 가다듬어 본다.

대구에서 온 산악회 사람들 한무리를 처음 만나고 그분들과 앞서거니 뒷서거니 헬기장으로 가는 길에도 온통 시원한 조망에 절로 즐거워 지고 있다.

 

찬바람이 강하게 불어대는 헬기장에 도착해 장수읍내와 덕유산에서 장안산 거쳐 이곳 팔공산까지 장수읍내를 두고 반원을 그리며 올라온 정맥길을 바라본다.

끝없이 펼쳐진 산줄기가 아름답다 못해 공포감이 밀려오고 지나온 발자국을 따라 오니 그저 위대한 자연속 위대한 산꾼의 발자국을 떠 올려 본다.

 

제1구간 마지막과 오늘 산행 들머리쪽 마루금도 시원하게 펼쳐지고 그 넘어 지리산은 영원한 친구가 되어 뒤따라 온다.

언제 다시 저 곳에 올라 오늘 바라보고 있는 이곳 팔공산을 바라 볼 수 있을련지...

 

헬기장에서 서쪽으로 서 있는 진안 팔공산 정상부의 인공 시설물을 담아 본다.

어쩔 수 없는 인공 시설물이겠지만 사용 후 자연에 돌려 줄 정상이기에 더 이상의 훼손은 없기를 간절히 바래도 보는 시간이다.

대구의 팔공산 정상부도 인공 시설물로 인해 오르지 못했던 아쉬움이 교차되며 오버랩 되는 시간이다.

 

떠나면서 아쉬움에 장수읍내와 작성산과 덕유산 그리고 장안산에서 이곳으로 이어진 정맥 줄기를 담아 본다.

그저 이렇게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황홀하고 멋질 뿐 다른 어떤 단어도 어울리지 않는 듯 하다.

오른자만이 느낄 수 있는 대자연의 아름다움이랄까 ...

 

조금은 빠르게 서구이재쪽으로 내려오며 산죽밭도 지나고 또 깊은 눈밭을 건너니 그 앞에 오아시스가 펼쳐져 있다.

그저 아름답다는 말밖에 다른 표현이 필요없는 삿갓봉과 시루봉까지의 정맥길이 어서오라 손짓하며 부르듯 장쾌하게 뻗어 있다.

이제 제법 시간이 흘러 과연 저곳까지 갈 수 있을지 조금씩 회의가 들기 시작한다.

갈데까지 가보고 가기 힘들면 내려가면 그만이란 생각을 하니 급했던 마음이 누그러들며 여유를 찾아 본다.

 

서구이재 내려가기 전 내려온 팔공산쪽 능선을 바라보니 금새 여기까지 내려온 자신의 발걸음에 존경을 표한다.

다시 저 능선에 올라 오늘 이곳에서 느꼈던 감정을 회상할 수 있는 시간이 있을 것인지...

그런 날이 오면 좋겠지만 오지 않는다 해도 오늘 담아 놓은 사진이 있고 이런 느낌이 있기에 안타까움은 덜 하겠지...

 

장수쪽에서 올라오셨다는 아주머니 한분을 따라 빠르게 팔공산 헬기장에서 서구이재까지 내려온다.

중간에 아름다운 조망을 바라보며 또 때로는 깊은 눈속에 미끄러지며 그렇게 한시간 가까이 내려오니 742번 지방도로와 만나는 서구이재에 도착한다.

다만 한가지 능선에서 서구이재로 내려오는 길목에 와룡휴양림 갈림 이정표가 있는데 그쪽으로 직진하면 동물이동 통로를 타고 서구이재를 거치지 않고 그냥 능선으로 통과하는 등로처럼 여겨진다.

 

서구이재에 도착해 우측으로 장수를 담고 좌측으로 도로를 타고 오르니 저 멀리 고개 정상에 동물이동통로가 보이고 등로는 그 우측 절개지쪽으로 나 있다.

아마도 이 서구이재를 통하지 않고 와룡휴양림으로 직진하면 만나는 동물이동 통로 위 철조망이 보인다.

그래도 왔으니 서구이재를 들려 간다는 의미를 두니 그저 조급해지는 마음이 가라 앉는다.

 

한동안 된비알 오르막 타고 오르니 허기가 지고 사과 한쪽으로 허기만 달랜 후 다시 능선으로 오르니 방금 전 지나온 팔공산 능선이 벌써 저 아래 남쪽으로 멀어져 간다.

햇살을 받아 선명하진 않지만 그래도 아름다운 지나온 등로를 바라보며 나즈막한 탄성을 질러 본다.

 

이제 985봉 지나 완만한 능선을 타고 진행하다 햇살이 잘 드는 따스한 등로 옆에 조촐한 상차리고 늦은 점심을 먹는다.

섬진강 발원지인 데미산이 가까워지고 눈속에 허우적 거리며 진행하니 저 멀리 봉우리 정상에 벤취와 이정표가 서 있다.

바로 데미산 갈림 이정표이고 한번쯤 들려보고 싶은 마음 간절하지만 오늘은 발길이 떨어지질 않는다.

아쉬운 마음에 이정표만 담고 발길을 돌린다.

 

이제 오계재 지나 삿갓봉과 그 앞에 서 있는 전망 정자가 보이기 시작하지만 저곳에 오를 수 있을지 고민되기 시작하는 시간이다.

시간은 벌써 오후 4시가 가까워져 오고 대전에서는 모든 가족들이 모여 함께 저녁 식사할 준비에 바쁘고 갈길은 멀고...

일단 오계재까지 가기로 하고 남아 있는 사진 담으며 깊은 눈밭을 어렵게 진행해 본다.

 

와룡휴양림으로 하산하는 갈림 이정표가 보이고 오계재가 700미터 남았다는 글자에 힘을 내 내려가 본다.

그 이정표 넘어 우뚝 솟아있는 삿갓봉이 부르지만 아무래도 오늘은 오르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가족 모임만 없어도 늦게나마 신광재까지 달려가고픈 마음 간절하지만 오랫만에 온 가족이 모이는 자리에 빠지면 다음 산행에 어려움이 있을 것 같아 오계재에서 포기하기로 한다.

 

이제 느긋한 마음으로 진행하니 그 마지막 조차도 쉽게 허락해 주지 않는 정맥 마루금, 다시 무릎 위까지 빠지는 눈속을 허우적거리며 간신히 그 길고 힘들었던 눈밭을 빠져 나온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다시 러프보다 더 깊은 수렁속에서 몸부림치며 오늘 못다한 완주를 멋진 조망과 맞바꿔 다음을 기약하는 시간으로 남긴다.

 

그래도 이제 오계재가 눈에 내려다 보이는 곳에서 다음에 올라야 할 전망정자와 삿갓봉을 담아 본다.

그림보다 더 그림같은 아름답고 수려한 풍경에 그저 가슴만 드근거릴 뿐이다.

다음에 저기를 오르며 이곳을 바라보는 감정은 또 어떤 감정 어떤 느낌일련지...

 

마지막 나즈막한 무명봉에서 내려온 내 발자국을 바라보며 한없는 그리움과 희열에 잠시 서 있는다.

이런 감정 느낌 그대로를 가지고 일상 생활에서도 살아 갈 수 있기를 바라며...

삭풍이 불어오는 계절이 지나고 훈풍이 불때 다시 한번 올라 올 수 있기를 바라는 것은 또 무슨 마음인지...

 

오계재 이정표에서 직진하지 못하고 우측 와룡자연휴양림 방향으로 돌아 내려가는 심정이 아프지만 어쩔 수 없는 선택에 푸근한 마음도 함께 다가온다.

다음 구간 들머리이기에 자세히 눈도장 찍은 후 더욱 깊어진 눈속을 헤집으며 러쎌하는 발길이 무거워져 온다.

그래도 끝이 보이는 길이니 그리 오래 걸리지는 않을 것이다.

 

두어번의 미끄럼과 넘어짐을 반복하고 드디어 와룡자연휴양림에 도착해 장수 택시를 부르고 무릎까지 빠지는 눈속을 걸어 내려가니 일가족이 눈썰매장에서 아이들과 한가롭게 토요일 오후를 보내고 있다.

문득 우리 아이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며 조금 더 자상한 아빠로 남아 줄 수 있도록 노력을 다짐해 본다.

 

저 멀리 택시가 기다리는 모습이 들어오고 그 사이 위를 올려다 보니 다음 구간 올라야할 정맥 능선이 참으로 아름답게 서 있다.

서서히 어둠이 찾아들며 깊은 산골짜기 동네에는 조금 더 일찍 어둠이 스며들고 있다.

이렇게 또 한구간 마무리하며 대전으로 향하는 발길이 무겁지만 마음만은 새털처럼 가볍게 날아갈 듯한 기분으로 하루를 마무리 한다.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칠갑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