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산행 후기/경기도 산

고려산 비박 산행 후기

by 칠갑산 사랑 2009. 12. 27.
728x90

산행지 : 경기도 강화군 고려산 낙조봉

산행일자 : 2009년 12월 26일과 27일

산행날씨 : 한겨울 동장군이 기승을 부리던 추운 날씨

산행온도 : 영하 17도에서 영하 5도

산행인원 : 3450온누리산악회 회원 총 5명 (금비령, 한뫼, 드리머, 풀뿌리, 칠갑산)

산행코스 : 미꾸지 고개-적석사 갈림길-낙조봉-적석사 갈림 능선 (비박)-미꾸지 고개 

산행거리 : 약 6.00 Km

산행시간 : 약 3시간 (쉬며 사진찍고 널널하게)

 

혹독한 추위속에 한겨울 비박 산행으로 새로운 경험을 한 소중한 시간들

 

 

겨울 비박 장비가 완벽하게 준비되지 않았기에 그 동안 자주 가지 못했던 비박 산행을 아우의 요청과 도움으로 떠나기로 한다.

연휴라 가고 싶은 곳도 많았지만 요즈음 내가 몸담고 있는 산악회에 내홍이 겹쳐 마음의 상처만 보듬고 있던 중이라 모든 것 털어버리려 올해 가장 춥다는 날 강화도 고려산으로 향한다.

그동안 진달래꽃 산행과 혈구산과 퇴모산을 연계해 다녀온 고려산이지만 이번처럼 비박 산행으로 오르기는 처음이기에 조금은 설레이는 마음이다. 

 

승용차 두대에 나눠 탄 후 강화도로 들어가 내가면 미꾸지 고개에 주차 시킨 후 서로 인사 나눈 후 곧바로 소나무 군락지로 들어 선다.

2차선 지방도로가 나 있는 곳이지만 연휴인데도 그리 차량의 통행이 많은 곳은 아니다.

특히 오늘처럼 날씨가 갑자기 추워지는 계절엔 이곳 낙조봉은 낙조 이외에는 특별한 것이 없기에 한산하기까지 하다.

 

좁은 등로 위에 살짝 내려 앉은 백설이 눈을 자극한다.

이런 계절에 비박을 생각하고 또 그곳에 합류하는 자신이 이해되지 않지만 또 다른 좋은 경험이기에 마음만은 편안하게 다려간 곳이다.

 

잠시 완만한 능선을 타고 오르니 미꾸지 고개에서 500미터 오른 지점에 이정표가 서 있고 우측으로 내가면 오상3리로 하산할 수 있는 삼거리 갈림길에 도착한다.

 

한겨울 찬바람이 불어오는 등로 위를 자신의 목 위로 몇뼘이나 더 올라온 커다란 배낭을 메고 오르는 모습이 참으로 낯설게 느껴지지만 그 포스만은 장난이 아니다.

몇년씩 산에서 살고 있는 산의 도인처럼 그런 당당한 포스인 것이다.

 

조금 더 오르니 제법 조망이 좋은 곳이 나타나고 그곳에서 흐르는 땀 닦으며 남서쪽으로 위치해 있는 내가 저수지를 담아 본다.

그 저수지 좌측으로 혈구산에서 이어져 내려온 산줄기가 퇴모산에서 내가 저수지로 흘러 들어오고 있다.

몇년전 올라 퇴모산으로 내려 와 이 내가 저수지에서 다시 국화리쪽으로 홀로 걸어 올라가며 많은 생각을 했던 추억이 떠올라 웃음 지어 본다.

 

낙조봉쪽으로 오를수록 주위 바다가 눈에 들어오고 나즈막하지만 서쪽의 내가 저수지 넘어 아기자기한 이름모를 산그리메가 첩첩산중에서 느끼는 그것과는 또 다른 느낌으로 파고 들고 있다.

 

북서쪽 창후리 선착장쪽 들판과 바다가 이색적으로 다가온다.

몇번인가 섬 산행을 위해 들렸던 창후리, 그 뒤로 교동도가 조용히 내려 앉아 있다.

그 우측 내륙으로는 봉천산이 낮지만 위풍당당하게 바람막이 구실을 하고 있다.

섬이지만 북녘땅과 접해 있어 육지같은 교동도, 삼면이 철책으로 둘러쳐져 있어 참으로 가슴 아픈 현실을 느끼고 돌아 온 농경지가 발달해 있는 섬이기도 하다.

 

남동쪽으로는 좌측 북쪽으로 고려산 정상의 군부대를 바라보며 혈구산이 서 있다.

이런 섬에 저런 높이의 산과 마루금이 있다는 사실이 처음에는 믿어지지 않았지만 강화도 섬의 크기를 생각하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를 일이다.

 

오늘 비박해야 할 낙조봉 정상 위 능선 봉우리가 보이기 시작한다.

가을이면 억새가 장관인 곳 그리고 봄이면 온산이 붉은 진달래 꽃으로 물들어 가는 곳이지만 오늘은 모든 것 잊고 그저 편안하게 산친구들과 겨울밤을 지새며 세상 사는 이야기로 꽃을 피울 것이다.

 

처음 올라 온 미꾸지쪽 능선이 서해로 떨어지는 태양의 빛을 받아 박무현상을 일으키고 그 서해바다 저쪽에 석모도가 자리하고 있다.

몇번인가 들렸다 종주 산행 후 벤댕이 회와 무침을 즐겼던 추억이 생각나는 곳이다.

 

이제 낙조봉에 올라 동쪽으로 보이는 고려산 정상까지의 등로를 한눈에 조망해 본다.

정상에 군부대 인공 시설물을 이고 힘겹게 서 있는 고려산 정상이 손에 잡힐듯 다가오지만 그길 역시 쉽지 않은 길이다.

 

이제 적석사 낙조봉으로 향한다.

전에 없던 나무데크와 전망대가 설치되어 있고 불상을 모신 신전도 마련 되어 있다.

처음에는 이 나무데크에서 비박을 생각했지만 부처님 불상 앞이고 또 많은 등산객과 여행객들이 들리는 곳이기에 잠시 사진 몇장 남기고 능선 봉우리로 올라 텐트를 치기로 한다.

 

전망대에서 혈구산을 배경으로 멋진 모습의 포즈를 취한 건각들, 포스가 장난이 아니다.

서산으로 기울어 가는 햇살을 받아 더욱 더 강렬한 포스가 나타난다.

처음보는 산우님이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그저 오늘 하루 함께 자연을 벗삼으면 그만인 것을...

 

고려산 아래 적석사로 오르는 마을과 그 뒤로 혈구산이 우뚝하고...

몇번 올랐던 곳이지만 이렇게 미꾸지에서 오른 것도 처음이고 또 전망데크에서 바라 본 모습 또한 처음이니 어찌보면 모든 것이 처음이란 생각이다.

 

서서히 낙조가 물들기 시작하고 마음도 따라 바삐 낙조봉으로 향한다

바로 이 모습을 보기 위해 얼마나 많은 인파가 이 나무데크 전망대에 모였을까???

이제 얼마 남지 않은 한해를 보내며 이런 멋진 낙조를 볼 수 있음에 그저 감사하는 마음이다.

 

강화 8경의 하나인 낙조, 아름답고 황홀하다

내가 저수지가 강렬하게 산화하는 낙조에 불타기 시작한다

 

이 모습을 볼 수 있어 정말 행운이다.

올한해 일어 났던 모든 것 잊어 버리고 새해 새로운 마음으로 좋은 일만 있기를 빌어 본다

내일 아침 저 태양이 고려산 정상에서 다시 빛을 발할때까지 잠시 이별을 고한다.

 

해가 사라진 하늘에선 불꽃 쇼보다 더 환상의 나래가 펼쳐져 있고...

어찌보면 낙조보다 더 강렬한 인상을 남기며 그 뒷풀이를 하고 있다.

 

그 잔영이 오랫동안 남아 있다

말이 필요없고 그저 바라만 보는 것으로 모든 세상 근심 걱정이 사라지는 듯 하다.

 

강한 바람이 불어오는 능선에서 우리가 하룻밤 지새워야 할 텐트를 치고 음식을 준비하며 이슬이 한잔으로 오래된 지기처럼 그렇게 한겨울 추운 밤을 데우고 있다.

발끝과 얼굴은 얼어 붙고 있지만 가슴만은 젊음이 살아나 다시 타고 있는 아름답고 멋진 밤이다.

 

몇번인가 깨었다 잠들었다를 반복하다 드디어 여명이 밝아오는 시간 어젯밤과는 또 다른 모습으로 다가 선 고려산 정상부를 담아 본다.

 

봉천산 주변의 불빛과 바다 건너 저 멀리 교동도의 불빛이 사람 사는 모습을 남기고...

언제 다시 저 선착장 들려 또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갈 수 있을련지...

 

두꺼운 구름으로 인해 혈구산 능선에서 불타오르는 태양, 아니 일출을 보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찬란히 떠 오르는 태양에 또 하루의 시작을 감사해 본다.

 

어젯밤 약간의 사고로 날이 밝자마자 자리 정리해 내려오며 어젯밤 하루 묵었던 낙조봉 능선의 무명봉을 담아 본다.

 

내가 저수지와 퇴모산 사이의 나즈막한 능선과 저 멀리 진강산 그리고 마지막의 마니산이 가슴 시리도록 만든다.

모두 올라 본 산들이지만 이렇게 아침 일찍 구비쳐 흐르는 모습을 보니 감회가 새롭다.

 

어젯 저녁 오르면 바라 본 내가 저수지와는 분명 다른 내가 저수지도 만나보고

 

날머리인 미꾸지 고개쪽 능선과 평야 그리고 바다와 교동도 및 석모도가 그리움을 대변하고 있다.

 

예쁜 잣나무 숲길을 따라 일상으로 돌아가고

 

다시 어제 올랐던 미꾸지 고개에 도착해 길었다면 길었고 짧았다면 짧았던 하룻밤을 보내고 다시 일상으로 복귀한다.

이 추위에 왜 산에 오르는지 그리고 비박은 어떤 것인지에 대한 많은 고민을 만든 하룻밤, 그저 변치 않는 산우로서 오랫동안 함께 산에 오르길 간절히 바라는 시간이기도 하다.

 

겨울 비박의 참 맛을 느꼈기에 가끔은 이렇게 하룻밤 지새는 것도 좋을 듯 싶은 성탄 뒷풀이 였다.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칠갑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