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지 : 경남 하동군 성제봉(형제봉) 산행과 최참판댁, 쌍계사 벗꽃 및 화개장터 둘러보기
산행일자 : 2009년 4월 1일
산행날씨 : 강한 바람과 박무로 시야 제한, 점심때 산상에서 함박눈 하산후엔 비
산행온도 : 영상 4도에서 영상 13도
산행인원 : 총 4명 (칠갑산과 3450온누리산악회 산우님 3명 포함)
산행코스 : 평사리 대하소설 토지 세트장-한산사-남문-고소산성-405봉-안부-통천문-신선봉(586봉)-
보문사 갈림길-봉수대(615봉)-보문사 갈림길-철계단 및 암봉-신선대(903봉)-구름다리-
철쭉제단-헬기장(1054봉)-1108봉-성제봉(형제봉, 1115봉)-수리봉(874봉)-청학사-
최참판댁-섬진강 및 쌍계사 벗꽃-화개장터
산행거리 : 약 10.5 Km
산행시간 : 6시간 (06:30에서 12:30까지 식사시간 및 휴식시간 포함하여 널널하게)
남도 벗꽃과 함께 성제봉에서 즐긴 하루
강원도에 내려진 춘삼월의 폭설 소식과 남도에서 올라오는 봄꽃 축제에 마음이 심란해며 병이 도졌다.
어느쪽으로 방향을 잡을까 잠시 고민하다 2주전 강원도 심설 산행을 맛 봤기에 이번에는 남도 꽃향기에 마음이 쏠린다.
하지만 경방 기간이라 산행지 물색에도 어려움이 있어 간단한 산행 후 여행을 즐기는 마음으로 하동의 성제봉으로 향한다.
하동하면 제일 먼저 떠올려지는 섬진강과 바다 및 매화와 벗꽃 그리고 산수유로 대변되는 봄꽃들일 것이다.
여기에 덪붙여 동서 화합을 노래한 화개장터 또한 빼놓을 수 없는 단어중 ㅏ나이다.
또한 서울에서는 너무 멀리 떨어져 있다는 느낌과 그렇기 때문에 좀 더 자연스런 풍경과 푸근한 시골 고향 같은 생각이 든다고나 할까???
문학에 좀 더 관심이 있다면 박경리 선생의 대하드라마 토지의 주무대였던 평사리 최참판댁도 빼놓을 수 없는 곳중의 한곳일 것이다.
급할 것 없이 쉬며 달려간 섬진강 변, 어둠속에서도 길가 가로수에 피어 난 벗꽃이 환상을 노래하고 있다.
최참판댁 근처 한산사에 도착하니 새벽 5시를 넘기고 있다.
잠시 애마에서 선잠을 잔 후 6시 20여분 여명이 밝아옴과 동시에 산행 준비를 해 본다.
밖으로 나오니 생각보다 심한 바람이 불어오고 개스가 차 있어 조망은 신통히 못하다.
그나마 불어오는 바람이 차갑다는 생각보다는 시원하고 상쾌하다는 느낌으로 다가와 다행이란 생각이다.
한산사 아래 넓은 임도를 따라 6시 30분부터 산행을 진행하다 좌측 언덕 위에 자리하고 있는 한산사에 들려 사진 한장 남기고 올라 본다.
넓은 시멘트 임도를 따라 한동안 오르막 오르니 좌측으로 외석문 갈림길이 나타나고 그곳에 이정표가 서 있다.
바위사이를 통과하는 석문으로 가까운 곳에 위치 하기에 잠시 들려본다.
그곳에서 뒤돌아 나오는데 우측 저 멀리 동쪽 하늘이 붉게 물들면서 금새 일출이 시작된다.
오랫만에 만나는 일출이기에 감회가 새롭게 다가오며 바위 전망대에 올라 한동안 그 붉은 일출을 감상한다.
좁은 석문 사이를 지나니 그곳 한가운데에 소나무 한그루가 서 있고 그 밑으로 임도를 지나 섬진강 소상낙원빗돌이 있는 실질적인 산행 들머리와 연결되는 등로가 나 있다.
생각보다 강한 바람이 불어 오지만 그렇게 춥게 느껴지지는 않는 것이 벌써 봄이 성큼 다가왔음을 실감한다.
그곳 외석문에서 환상의 일출까지 감상한 후 다시 이정표로 뒤돌아 와 완만한 좁은 등로를 타고 우측으로 돌아 북으로 성제봉을 향해 본다.
제멋대로 자라고 있는 소나무들이 등로 사이를 열어주고 새벽 바람이 드센 그곳 등로를 따라 한동안 오르니 저 멀리 석벽이 보이며 고소산성 남문이 눈에 들어온다.
고소산성 오르기 직전 좌측에 고소산성 내력을 담은 설명판이 서 있다.
고소산성
1966년 9월 6일 사적 제151호로 지정되였으며 면적 18만 8881㎡, 성벽 둘레 1,500m, 높이 3.5~4.5m이다.
성의 단면은 사다리꼴로 되어 매우 견고하고, 남북에 각각 성문을 두었다.
평사리 뒷산에 있는데 동북으로 지리산의 준령을 등지고 서남으로 섬진강과 동정호를 아래에 둔 천연의 요새에 자리잡고 있다.
하동읍지에만 기록이 남아 있는데 신라시대에 축성하였으며 위치로 보아 백제의 침입을 막기 위하여 축조한 것으로 보인다.
그곳 성벽으로 오르니 생각보다 넓고 긴 성벽에 놀라게 된다.
조금 더 오르니 동쪽 평사리쪽으로 성벽 끝자락에 홀로 외롭게 서 있는 소나무 한그루가 산객의 발길을 붙잡고 잠시 쉬어가게 만든다.
고소산성을 지나 다시 고즈넉한 등로를 타고 진행하니 우측으로 주차장 하산 갈림 이정표가 서 있고 사진 한장 남긴 후 완만한 등로를 따른다.
이제보니 이곳 성제봉 등로가 셍각했던 것보다 경사도가 완만하고 산 전체가 흙산으로 소나무가 빼곡히 들어 차 산행에는 그만인 등로를 만들어 주고 있다.
사시사철 어느 계절에 오른다해도 전혀 이상할 것이 없는 아주 좋은 등로란 생각이다.
다시 오르막 치고 오르니 나무계단이 설치되어 있고 그곳을 타고 넘자 앞으로 올라야 할 신선대 넘어 저 멀리 성제봉이 보이기 시작한다.
이제 급할 것 없이 등로 주위에 피어나기 시작한 진달래도 구경하고 올라야 할 등로도 조망하며 여유로운 시간을 가져 본다.
등로 좌측으로는 급경사 능선이 펼쳐져 있고 그 넘어 전남 구례로 이어지는 차도를 따라 섬진강이 아름답게 놓여 있다.
박무속에서도 19번 도로와 섬진강 가에 피어난 벗꽃이 한껏 자태를 뽐내고 있지만 사진으로 선명한 자태를 담을 수 없음이 아쉬울 뿐이다.
이곳 섬진강 물줄기도 가뭄으로 바닥을 드러내고 그 작은 물줄기 주위로는 하얀 모래사장이 드넓게 펼쳐져 있다.
하루 빨리 이 가뭄이 사라지고 아름다운 자연속에 풍요로운 사람들의 삶이 이어지길 바라는 마음이다.
오르는 도중 이제부터 본격적인 암봉과 전형적인 흙산이 뒤엉켜 산행의 재미를 더해주는 가운데 한반도 지도를 닮은 바위와 가위 형상의 바위들도 만나는 시간이다.
동쪽으로는 칠성봉과 구제봉 능선이 평사리를 둘러싸고 고봉준령을 형성하고 남쪽으로는 섬진강을 따라 박경리님이 쓴 대하소설 토지의 주 무대였던 평사리 들판이 펼쳐져 있다.
하지만 박무로 인해 시원한 조망이 없기에 아쉬움이 남지만 그냥 지날 수 없어 가능하면 많은 풍경을 디카에 담다보니 어느덧 통천문에 도착한다.
간신히 몸 하나 빠져 나갈만한 통천문을 지나니 등로 주변의 진달래가 다시 반기고 안전로프가 설치된 소나무 군락지가 한동안 이어진다.
땀방울을 요구하는 구간이기도 하다.
땀방울이 이마에 맺힐쯤 완만한 오르막 끝자락에 봉화대 이정표가 서 있고 고사목 한그루와 약간의 돌무덤이 반겨 준다.
이곳에서 우측으로 올라야 할 능선과 봉우리가 나뭇가지 사이로 언뜻 보이고 등로도 우측으로 크게 꺽여 내리막으로 이어지고 있다.
소나무를 친구 삼아 내리막으로 내렸다가 다시 가파른 오르막을 치고 올라보니 드디어 전망이 트이는 585봉인 신선봉에 도착한다.
이정표가 서 있지만 필자가 오르는 등로와 반대방향에서 부터 세워진 이정표이다 보니 전망바위 지난 585봉이란 이정표이다.
이곳에서의 전망 또한 일품이지만 박무로 인해 희미한 전망으로 안타까운 마음이다
암봉에서 사진 몇장 남기고 다시 급할 것 없는 발길 옮기니 넓은 틈새바위가 나타나고 그곳을 통해 계속 진행해 본다.
하지만 이곳에서 우측 산죽밭쪽으로 약간의 알바를 한 후 다시 정상 등로를 찾아 적당히 섞여 있는 암봉을 타고 오르니 갈림길 이정표를 지나고 햇살에 비추는 지나온 등로가 너무나 아름답게 눈에 들어 온다.
오르기전 바라보면 너무나 멀고 험한 길이였지만 오른 후 뒤돌아 보는 등로는 그렇게 아름답게 느껴질 수 없을 정도로 마음을 평온하게 만든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했던가, 바람이 잦아든 바위 틈에 몸을 숨기고 조촐하지만 맛난 아침 식사를 즐기는 시간도 가져 본다.
다시 추워지는 바람에 따뜻한 커피 한잔으로 몸을 데운 후 오르니 철구조물로 된 철제 계단이 설치된 암봉이 나타나고 그곳을 넘자 신선대와 성제봉이 시원하게 펼쳐져 있다.
이곳에서 바라보니 민둥산처럼 보였지만 올라보니 그곳은 철쭉 천지의 정상부였음을 알게 된다.
나중에 철쭉이 만발하면 또 한번의 멋진 장관이 펼쳐지리란 생각이다.
그 암봉에서 지나온 능선을 바라보니 그곳 또한 너무나 아름다운 전망이 펼쳐져 있다.
특히 햇살이 비추며 몽가적인 풍경을 보여주는 산세에 그저 넋을 잃고 감탄사만 연발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눈 앞에 우뚝 솟아 버티고 있는 신선대 암봉이 거대하다 못한 위압감마저 주고 있다.
몇장의 사진으로 담은 후 좀 더 크고 넓은 잎사귀를 나풀거리는 산죽지대를 넘으니 큰바위 이정표가 나타나고 남동쪽 저 멀리 희미한 평사리 들녘 넘어 광양의 백운산이 우뚝 솟아 있다.
몇일 전 매화꽃 구경과 연계해 다녀오고 싶어 했던 백운산이였기에 더욱 뚜렷한 모습으로 가슴에 담아 본다.
내년에는 꼭 다시 저곳에 올라 이곳을 바라 볼 수 있으리란 희망도 남겨두고...
신선대앞 평지 Y형 나무 이정표를 지나 이제부터 본격적인 신선대 암봉을 향해 진행해 본다.
거대한 두 암봉 사이로 나 있는 좁은 등로를 따라 땀방울 흘리니 드디어 안부에 도착하고 그곳에서부터는 저 멀리 북쪽으로 성제봉 철쭉밭이 시원하게 조망된다.
남동쪽으로는 평사리 들녘이 펼쳐져 있지만 분지처럼 생긴 그곳에 안개가 남아 있어 전망은 시원하지 못하다.
신선대 구름다리 남편 마지막 철계단 앞이란 이정표를 지나 계단을 오르니 구름다리와 성제봉으로 연결된 시원한 능선이 한눈에 들어오고 그 아름다움에 잠시 쉬어가며 옷가지들을 정리해 본다.
아직도 바람이 불고 있지만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열기로 인해 더욱 많은 땀방울이 흘러 내리고 있다.
또한 지나온 능선도 박무속에 너무나 아름답게 누워있고 그 끝자락에 황톳빛 섬진강이 유유히 흐르고 있다.
쉬엄 쉬엄 올랐다 생각했는데도 참으로 많은 거리를 걸어 올라왔다는 생각이다.
단지 아직도 뒤돌아 보면 좌측으로 평사리 들녘이 보이지만 희미한 안개속이라 아쉬움만 커진다.
칼등능선을 지나니 금새 구름다리가 나타나고 바람에 흔들리는 그곳을 조심하며 건너본다.
밑으로는 수천길 낭떠러지가 도사리고 있지만 큰 걱정은 없다.
바람에 약간의 흔들림이 있지만 그래도 이 높은 산중에 이런 등로를 만들어 준 지자체에 감사하는 마음이다.
구름다리 지나니 철계단이 길게 누워있고 그곳을 타고 내려가기 전에 올라야 할 암봉과 성제봉 철쭉능선을 잡아본다.
생각보다 아름답고 멋진 풍경에 산행의 재미도 배가 된다.
그저 호호깔깔 웃으며 그 웃음이 메아리쳐 산중에 흩어진다.
그 길고도 가파른 철계단을 따라 내려왔다 다시 가파른 암벽을 타고 오르니 지나온 등로가 환상이다.
그 모습을 디카에 담고 다시 산우님들에게 추억을 만들어 드린다.
철쭉이 피면 다시 한번 더 찾아오고 싶은 멋진 풍경이다.
자연속에 만들어진 철계단의 인공물까지도 오늘만큼은 용서란 단어가 유용하게 사용될 것 같다는 생각이다
한동안 그 암봉에서 시간을 보낸 후 다시 짧은 칼등능선을 타고 진행하니 철쭉동산 제단이 나타난다.
우측으로 강선암과 좌측으로 약수터 가는 갈림 이정표가 서 있고 그 위쪽에 철쭉 제단이 서 있다.
저 멀리에서는 그저 황량한 민둥산처럼 보였던 이곳이 온통 철쭉 천지라는 사실이 이채롭다.
그 철쭉제단을 지나 꼬불꼬불 이어진 철쭉밭 사이를 오르니 저 멀리 지나온 등로가 발아래 펼쳐지며 환상을 노래하고 있다.
작은 암봉을 지나 철쭉과 억새의 갈색이 휘날리는 능선에 이르니 이제 성제봉도 눈앞에 가까워지고 있다
철쭉밭을 지나 넘어 온 암봉을 바라보니 칼등능선에 점점히 박혀있는 바위들이 아름답고 그 철쭉속에 간간히 보이는 소나무들이 더욱 이 능선을 멋지게 만들고 있다.
이제 다시 완만한 능선을 타고 계속 진행 방향으로 올라 본다.
암봉이 쌓여있는 무명봉에 오르니 그곳에 전망처가 있고 이곳에서 바라보는 전망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안내판이 설치되어 있다.
그 아래에는 넓은 헬기장이 있고 그 헬기장을 타고 등로가 열려있지만 좌측 위쪽으로 봉우리가 있어 그쪽으로 진행해 본다.
하지만 이 봉우리에는 그저 무덤 한기가 잠들어 있고 희미한 등로를 타고 잡목들이 무성하게 자라 얼굴을 때리고 있다.
이곳이 성제봉 정상이라 착각하고 올랐지만 이곳은 그저 성제봉 오름길에 있는 무명봉일 뿐이다.
이곳에서부터 조금씩 눈발이 내리기 시작하더니 햇살이 내리쬐는 봄날에 금새 하얀 함박눈이 온세상을 뒤덮고 있다.
무명봉을 넘자 서쪽으로 직벽을 이루고 있는 성제봉이 드디어 제모습을 드러내고 반갑게 인사를 건넨다.
4갈래나무 이정표를 지나 좌측에 묘1기를 통과하니 눈발이 더욱 거세어 지며 온세상을 하얀게 만들고 있다.
하지만 높은 온도와 따뜻한 햇살로 인해 금새 자취를 감추고 녹아 내린다.
마지막 좁은 등로를 타고 오르니 성제봉 정상석이 있는 정상 봉우리이다.
추억의 사진 한장씩 남기고 가야 할 능선을 바라보니 넓은 안내판 하나가 서 있는 봉우리가 보이고 그곳으로 연결된 부드러운 능선이 유혹하고 있다.
함박눈과 싸라기눈이 번갈아 내리며 산객의 마음을 흥분 시키는 시간, 모든 산우님들도 그 잊지 못할 풍경에 매료되어 가고 있다.
안부로 내려가는 길목에 이정표 하나가 서 있고 살펴보니 성제봉은 청학사 방향으로 조금 더 올라야 한다는 화살표가 붙어 있다.
이미 방금전 성제봉 정상석에서 사진까지 남기고 내려오는 등로에서 이상한 이정표를 만나니 자신도 헷깔려 온다.
지도를 살펴보니 정상석은 1108봉에 세워져 있고 실질적인 성제봉은 삼각점이 있는 1115봉이 아닌가 하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통일된 표식이 필요한 지점이 아닌가 하는 느낌도 들었다
삼각점이 있는 지도상 성제봉 오름길에 뒤돌아 보니 방금 전 지나온 성제봉 정상석 봉우리와 헬기장이 있던 봉우리가 오버랩 되면서 아름답다.
그 사진찍는 순간에도 내리는 함박눈이 숨어 들어 하얀 점들을 남겨 놓았다.
평생의 잊지 못할 풍경으로 각인되는 순간이다.
오늘 올라야 할 마지막 성제봉 삼각점에 도착한다.
우측으로 청학사 갈림길이 있고 계속 능선 등로를 따르면 활공장으로 진행한다는 이정표가 서 있다.
그 아래 삼각점이 박혀있고 그 옆으로 하동의 절경 성제봉철쭉과 등산로 안내판이 서 있다.
개인적으로는 활공장을 거쳐 원강재를 지나 청학이골로 하산하고픈 마음 간절했지만 함께하는 산우님들이 어려워 하기에 우측 청학사로 하산을 시작한다.
청학사까지 약 4 Km 남아 있으니 결코 짧은 거리가 아닌듯 싶다.
수리봉과 무명봉으로 이루워진 부드럽고 낮아지는 능선이 또한 가끔 암봉을 대동하고 아름답다.
결토 쉽게 하산할 수 없는 느낌에 그저 여유롭게 내려가 본다.
가끔 나타나는 산죽밭을 지나 가파른 등로를 타고 내려가니 지나온 성제봉과 삼각봉이 한눈에 올려다 보이는 전망바위에 도착되고 잠시 쉬면서 철지나 내리는 함박눈을 즐겨본다.
언제 다시 이런 풍경을 볼 수 있을지 기약할 수 없는 신기한 현상이기에 이 모습을 남겨 보리라 생각하지만 뾰족한 방법이 없기에 그냥 찍히는 사진속에라도 남아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한동안 내려오니 이곳에도 통천문을 닮아 있는 바위굴이 나타나고 고개숙여 인사하며 통과하니 시원한 조망이 터진다.
청학사로 이어지는 골짜기와 지나온 암봉 능선이 시원하고 저 멀리 산행 들머리쪽 풍경도 조금씩 눈에 들어오지만 그곳에는 아직도 박무가 남아 흐릿한 원경으로만 그 느낌을 맛본다.
다시 산죽밭을 통과해 계속 가파른 등로와 암릉을 조심하며 내려오다 무명봉에 오르니 지나온 등로 주변의 잡목 사이로 푸르름을 간직한 당당한 소나무들이 곳곳에 서 있어 운치를 더하고 있다.
녹음이 우거지면 그 푸르름이 빛을 잃고 사라졌다 춥고 긴 겨울을 지나며 그 위풍당당함을 고수하는 외로운 소나무에 자꾸만 눈길이 멈추는 것은 왜 그런지...
한동안 내려오니 이제 매계리쪽 마을의 푸른 들녘이 가깝게 자리하고 있다.
내려 가야할 능선도 그 들녘에 자취를 감추며 또 새로운 산하를 만들어 내고 있는 것이다.
맥 잇기 산행을 하면서 너무나 익숙해져 있는 산줄기의 소멸에 다시 한번 자연의 위대함을 느낀다.
그 산줄기와 골짜기를 경계로 살아가는 인간들의 모습이 너무나 작게 느껴지는 시간이기도 한다.
산행 날머리가 가까워진 지점에서 마지막으로 내려온 능선을 잡아본다.
그저 푸른 소나무와 갈색의 잡목과 철쭉 나무들, 그러나 시간이 조금만 더 지나면 푸른 소나무는 황홀한 철쭉빛에 바래 그 존재감을 상실하겠지...
그 누구 철쭉꽃밭에서 이 아름다운 소나무를 기억이나 해 줄련지...
나즈막한 마지막 봉우리에 올라 저 멀리 푸르게 내려다 보이는 매계리 들녘을 바라본다.
도로와 청보리밭 사이로 작은 가옥들이 보이고 그 넘어 이름없는 마루금이 둘러 싸 분지형태를 이루고 있는 모습이 아름답다.
그저 특별한 것이 없어도 바라만 봐도 기분 좋고 마음이 편안해지는 우리강산, 언제까지나 이 모습으로 반겨주길 바라는 시간이다.
한동안 편안한 소나무 군락지를 타고 내려오니 넓은 안부가 나타나고 이곳에서 몇몇 등산객들을 만나 인사 나눈 후 다시 완만한 등로를 타고 내려오니 시멘트 임도와 만나면서 산행도 마무리 되어 가고 있다.
청학사 앞 마당에 피어있는 고운 동백나무에 들려 빨간 동백과 매화 그리고 벗꽃을 남긴 후 미리 알아 둔 악양면 택시를 불러 한산사 산행 들머리로 향한다.
한산사로 돌아 와 애마를 회수해 내려오며 잠시 최참판댁 쵤영지에 들려 여유로운 시간을 가져 본다.
박경리님의 대하소설 토지의 주무대였던 평사리 최참판댁
화개장터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박경리 소설 토지의 배경으로 널리 알려진 최참판댁이 자리잡고 있다.
유유히 흐르는 섬진강을 바라보며 지리산 치마폭에 고즈넉히 담겨 있는 작은 마을 악양 평사리, 중국의 악양과 형세가 흡사하여 악양이라 이름지었다고 한다.
하지만 하동 평사리는 서희와 길상의 이야기를 통해 사람들의 입에 더 자주 오르내리게 되었다.
논길을 따라 평사리로 들어가면 최참판댁의 첫 관문인 듯 우뚝 서 있는 두 그루의 소나무가 정겹게 맞이한다.
비포장 언덕길을 뒤덮어버린 회색의 아스팔트 길을 오르다 보면 평사리 언덕에는 초가들이 한폭의 그림처럼 펼쳐진다.
그 언덕 중턱에 고래등 같은 기와집이 자리하고 있으니 그곳이 바로 최참판댁이다.
최참판댁은 소설 속의 가상공간을 평사리라는 지리적, 공간적 위치로 옮겨놓은 곳이다.
최참판댁의 방문객치고 대문을 그냥 들어서는 사람이 없다.
삼삼오오 모여 대문 앞에 설라치면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이 이리오너라하고 목청을 높이니 마당을 쓸고 있던 머슴이 금방 달려와 문을 열어줄 듯하다.
외양간, 사랑방, 부엌, 우물, 정자, 안채, 뒤뜰 등... 잘 정리된 가옥들은 우리 한옥의 구조를 쉽게 파악할 수 있다.
사랑채의 대청마루에 올라앉으면 평사리의 넓은 들판이 한눈에 들어오면서 소설 토지의 장엄함이 느껴진다.
평사리 최참판댁을 둘러 본 후 19번 지방도로를 타고 화개장터로 향한다.
그곳에서 만개한 섬진강 벗꽃과 녹차 밭 그리고 수많은 관광객들로 붐비는 도로를 추억으로 남겨 본다.
쌍계사 십리벗꽃을 상상하면서...
하지만 평일인데도 너무나 많은 상춘객들로 인해 정체되는 도로를 벗어나 화개장터 근처의 한식당에서 참게탕으로 늦은 점심을 먹은 후 쌍계사는 포기하고 화개장터를 둘러 본다.
화개 십리 벚꽃길 또는 쌍계사 십리 벚꽃길
쌍계사 벚꽃길이라고도 한다.
하동군 금남면 노량리에서 쌍계사까지 이어지는 '하동포구 100리 벚꽃길'은 전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벚꽃길로 유명한데, 그중에서도 특히 장관을 이루는 화개장터에서부터 쌍계사까지의 약 6km 구간을 가리킨다.
1931년 화개면 주민들이 벚나무 1,200그루와 복숭아나무 200그루를 심은 것을 계기로 지금은 전국에서 수많은 관광객이 찾아드는 관광명소가 되었다.
벚꽃이 장관을 이루는 매년 4월 초에는 진해군항제와 더불어 벚꽃을 주제로 한 대표적 축제인 화개장터 벚꽃축제가 열린다.
섬진강을 끼고 도로 양쪽에 자리한 수령 50~60년 이상의 벚나무에 꽃이 피면 환상적인 벚꽃터널이 이루어진다.
젊은 남녀들이 이 길을 함께 걸으면 결혼을 약속하는 경우가 많다고 하여 '혼례길(목)'이라고도 한다.
돌아오기 전 잠시 비내리는 화개장터를 둘러보며 시골 인심과 시골장을 맛보기 여행으로 즐겨 본다.
화개장터
지리산 맑은 물이 흘러내려와서 섬진강과 만나는 곳에 자리한 화개, 경상남도와 전라남도를 이어주는 화개장터는 해방전까지만 해도 우리나라 5대 시장중 하나로 전국의 어느 시장보다 많은 사람이 붐볐던 곳이다.
이곳엔 5일장이 섰으며, 지리산 화전민들은 고사리, 더덕, 감자 등을 가지고 와서 팔고, 전라도 구례,경남 함양 등 내륙지방 사람들은 쌀보리를 가져와 팔았다.
그리고 전국을 떠돌던 보부상들도 이 장을 놓칠세라 생활용품을 가지고 왔으며, 또한 여수, 광양, 남해, 삼천포 충무, 거제 등지의 사람들은 뱃길을 이용하여 미역, 청각, 고등어 등 수산물을 가득 싣고와 이 화개장터에서 팔았다.
김동리 소설 [역마]의 무대이기도 한 화개장터는 벚꽃길 따라 수많은 관광객이 지리산 쌍계사와 더불어 왕래하고 있으며, 화개장터에서 쌍계사까지 이어지는 도로변은 봄날이면 환상적인 벚꽃터널을 이룬다.
옛날 시골장터의 정취를 물씬 느낄수 있는 화개장터에는 국밥집, 도토리묵, 개첩국집, 주막, 엿장수, 산나물,녹차 등의 특산품 등이 있어 훈훈한 인심을 주고받는 만남과 화합의 명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좋은 날 좋은 산우님들과 멋진 곳에서 즐긴 하루를 마감하는 시간 얼굴에 미소가 번진다.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칠갑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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