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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 후기/종주와 연계산행

지리산 화대 종주 산행 후기 2

by 칠갑산 사랑 2009. 2.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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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행지 : 지리산 화엄사에서 대원사까지 화대종주 마루금

산행일자 : 2006년 12월 21일부터 12월 24일까지 1무2박4일 산행

산행날씨 : 맑고 화창한 겨울 날씨

산행온도 : 영하5도에서 영상 10도까지

산행인원 : 산친구 총6명

산행코스 : 화엄사(새벽 식사)-국수등-집선대-코재-노고단산장(아침식사)-노고단 돌탑-피아골 삼거리-

               임걸령 샘터-노루목-삼도봉-화개재-토끼봉-연하천 산장(점심식사)-형제봉-

               벽소령산장(저녁 및 1박)-선비샘-칠선봉-영신봉-세석산장(간식)-촛대봉-연하봉-

               장터목산장(점심식사)-제석봉-통천문-지리산 천왕봉-중봉-써리봉-치밭목산장(저녁식사 및 1박)-

               무제치 폭포-새재갈림길-유평리-대원사-유평매표소

산행거리 : 약 46 Km

산행시간 : 1무2박4일 산행

 

 

지리산 화대종주로 자연을 배우며 제2부

 

 

영신봉은 백두대간이나 삼신봉 산행에서 매우 중요한 위치에 있는 봉우리이다.

대부분 중산리에서 성삼재까지 1무1박3일 종주 산행으로 백두대간 첫 구간을 진행하지만 두번으로 나눠 산행할 때에는 이곳이 그 중간 탈출로로 많이 이용되기 때문이다.

또한 지리산 천왕봉에서 더 남쪽으로 이어진 마루금을 따라 신백두대간을 즐기는 종주자들도 가끔 이곳을 통해 저 멀리 웅석봉쪽까지 종주한다는 이야기를 들었기에 한동안 멈춰 서서 장엄한 마루금을 살펴 본다.

 

이제 영신봉에서 완만한 등로를 타고 내려가니 금새 세석대피소 갈림 삼거리이다.

참으로 멋지고 아름다운 곳 세석대피소와 세석평전, 이곳에서 잠시 따뜻한 커피 한잔에 준비한 떡으로 간식을 먹는다.

대피소 아래 샘물까지도 다녀오며 물한모금 마시며 종주 산행의 피로를 풀어본다.

거림 의신으로 내려가는 하산로도 한번 살펴보고 추억 한장씩 남긴 후 우측 키큰 산죽밭에도 눈길 돌리며 다시 산행을 이어가 본다.

 

세석대피소로 냐려가며 바라본 세석평전, 봄이면 철쭉꽃으로 분황빛 세상이 열리는 곳이다

 

보면 볼수록 어찌 그리 아름다운 풍경을 간직한 곳이 이런 아담한 대피소를 지을 생각을 했을까 하는 의문이 생긴다.

그냥 세상속으로 나가지 말고 이곳에 머물며 자연을 벗삼아 살아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엉뚱한 생각말이다.

나이들어 이런 산속에 들어 와 살아 갈 수 있는 기회가 있기를 바래도 본다.

 

햇살에 비추는 세석대피소와 세석평전은 차라리 그림인 듯 평온하다

 

아쉽고 그리움에 자꾸만 사진으로 남겨 본다.

촛대봉 오름길에도 주춤거리며 빠르게 오르질 못한다.

뒤돌아 보면 두눈에 밟히는 세석대피소 전경 때문이리라.

계단을 타고 나무데크로 이루워진 전망대에도 들려 세석대피소와 영신봉을 배경을 많은 사진 남기며 천천히 오르막 오르니 다시 세석평전이 부르고 있다.

 

세석평전 아래 조용히 대피소가 앉아 있고 그 뒤로는 끝없이 펼쳐진 마루금들

 

이 어찌 아름답다 말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중간에 서 있는 주목이 또한 가슴을 후벼파고 그 사이에 내려 앉아 있는 잔설이 묘한 조화를 이루며 산객의 마음을 갈기갈기 찟어 놓고 있다.

그냥 이곳에 머물며 살아갈 수 없을까 ???

아 이 그리움은 언제 사라지며 어느 세월에 저런 그림같은 집을 짓고 살아 볼 것인가...

 

암봉으로 이루워진 촛대봉에 오르니 일망무제 시야가 터지고 세석대피소가 한폭의 그림이다.

 

다시 넓은 세석평전을 거쳐 주목이 조림된 지역을 오르니 바위로 이루워진 촛대봉이 보이고 그 암봉을 차례로 올라 주위 조망을 해 본다.

우측으로 거림지구를 둘러싼 마루금이 켭켭히 쌓여 있고 좌측으로는 백무동지구의 한신계곡쪽이 시원하게 내려다 보인다.

겨울이지만 제법 따스한 햇살이 비추고 바람도 거세지 않으니 잠시 쉬어간다.

곳곳에 남아있는 잔설이 주의를 요하지만 크게 위험할 정도는 아니다.

 

촛대봉에서 바라 본 우측 거림지구의 마루금들

 

구비처 흐르는 거림지구 저 넘어 마루금이 한폭의 수묵화로 남아있다.

삼신봉과 청학동이 있을 저 멀리 아른거리는 마루금 지나 하동쪽 고산준봉들도 모두 한눈에 들어온다.

이보다 더 아름다운 자연이 어디있을 것인가...

그저 넋을 잃고 바라보며 가슴으로 느끼는 감정 이것이 진정 내가 이곳에 오르는 이유가 될련지...

그저 6인의 종주대는 서로 말없이 온화한 미소로 그 본질적인 질문에 답을 하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 오를 마루금과 지나온 마루금을 뒤돌아 보는 재미를 느끼며 저 멀리 영신봉 넘어 반야봉도 조망해 보고

 

산객들이 소망을 빌며 쌓아 올린 작은 돌탑과 암봉 사이의 좁은 등로를 타고 앞으로 다시 진행해 본다.

이제 앞으로는 올라야 할 연하봉 능선이 시원하게 펼쳐져 있고 가끔 뒤돌아 보면 밟아 온 마루금이 영신봉 넘어 저 멀리 반야봉까지 뚜렷하다.

자꾸만 멀어지는 반야봉에 비례해 연하봉은 손에 잡힐듯 다가와 있다.

연하봉 오르는 길에 뾰족한 암봉 하나가 특히 눈길을 잡는다.

 

연하봉 오름 오른쪽으로 중산리쪽 깊은계곡과 마루금이 환상이다

 

가끔 나타나는 주목과 고사목 그리고 드넓게 펼쳐진 끝없는 마루금을 벗삼아 천천히 진행하니 등로 주위로 안전 철책이 박혀있는 완만한 연하봉 오름길에 도착한다.

우측으로 멋진 바위들이 놓여 있고 그곳으로 자리 옮겨 잠시 쉬어간다.

백두대간 산행 첫 들머리인 중산리쪽 깊은 계곡이 박무에 잠겨있고 다시 끝도 없이 펼쳐진 마루금이 산객의 마음에 들어와 앉는다.

각자 다녀가는 흔적 한장 남기고 다시 갈길 떠나는 시간, 뱃속에선 허기란 놈이 자꾸만 앙탈부리며 식사 시간이 되어감을 알려온다.

 

드디어 연하봉 정상에 오르고

 

한발 두발 옮기는 발끝이 무거워져 온다.

이제 오르면 오를수록 등로 주위엔 제법 깊은 눈이 쌓여있고 조금씩 고도가 높아감을 알리고 있다.

그래도 찬바람이 강하지 않으니 산행하기에는 참으로 좋은 조건이다.

좌우로 펼쳐진 환상의 조망을 구경하며 자꾸만 뒤돌아 보고 그리움을 남겨보는 시간, 언제 다시 올라 이 환상을 즐길 수 있을련지...

그것은 바로 백두대간 산행이 되리란 상상으로 남겨 본다. 

 

연하봉을 지나자 장터목이 눈앞이고 저 멀리 제석봉이 우뚝하다.

 

뽀드득 거리는 눈을 밟으며 다시 오름직 이어가자 큰 바위지대를 지나고 고사목과 주목들이 황량한 고산을 지키는 등로가 나타난다.

이곳에서부터는 저 멀리 제석봉이 보이고 그 아래 안부속에 장터목이 잠들어 있다.

서로에게 용기를 주며 이야기 나누니 이것이 함께하는 종주의 장점이리라.

큰 배낭이 두 어깨를 누르고 머리를 들지 못할 정도의 높이이지만 모두가 잘 훈련된 종주대인 듯 숨소리만 커질뿐 투정은 없다.

 

이제 이 고개만 넘어 내려가면 장터목대피소이고 그 위로 제석봉이 가깝게 다가와 있다.

 

마지막 고갯마루 오르니 이곳에도 아직 많은 눈들이 쌓여있고 곧바로 장터목대피소가 나타날 것 같은 느낌이다.

그 위로 우똑 솟아있는 제석봉의 암봉이 위압감을 주고 장터목을 지키고 있다.

등로에서는 보지 못했던 많은 등산객들이 붐비는 장터목을 향해 조금은 빠른 걸음걸이로 다가가 본다.

 

드디어 장터목대피소 앞 넓은 공터에 도착하고

 

빠르게 진행하니 금새 장터목 산장으로 들어가는 초입의 넓은 공터가 맞이하고 그곳을 통해 장터목대피소에 여장을 풀어 본다.

준비한 떡라면과 콩나물을 넣고 우리들만의 특식을 만들어 배를 채우는 시간, 생각보다 많은 등산객들로 붐비는 식당 한쪽을 차지하고 우리들만의 공간에서 긴여정의 여유를 가져보는 시간이다.

어찌보면 이런 긴종주를 처음하는 본인에게 무척 흡족해 하는 시간인지도 모르겠다.

천오아봉 일출을 보기 위해 하룻밤 지새는 곳으로 가장 인기있는 장터목 대피소, 산청과 함양의 사람들이 물물교환을 위한 장이 섰다는 곳이기에 그 옛날 살아가던 사람들의 어려움과 힘든 삶을 잠시 생각해 보는 곳이기도 하다.

 

한시간 가까이 장터목대피소에서 점심을 즐긴 후 제석봉으로 오르며 바라 본 고사목들

 

한동안 쉬며 맛난 점심을 들고 소화시킨 후 다시 변하지 않는 무게의 배낭을 메고 제석봉으로 향한다.

안전로프가 설치된 등로 좌측으로 많은 고사목들이 서 있고 지나는 길에 흔적을 남겨 본다.

잠시 더 오르니 제석봉 고사목에 얽힌 이야기를 전하는 설명판이 서 있어 읽어 보니 가슴이 아프다.

울창한 수림이 있던 이곳에 도굴꾼들이 몰려와 벌목을 하고 그 흔적을 없애기 위해 불을 질러 민둥산이 되였다는 대목에선 눈물이 날 정도로 자연 파괴의 현장 한가운데에 서 있음이 가슴으로 전해져 온다.

자연에 대한 사랑이 조금은 더 깊어지는 순간이기도 하다.

 

제석봉 오르는 길목에서 뒤돌아 보니 지나온 장쾌한 능선이 저 멀리 반야봉 지나 노고단까지 이어지고

 

가파른 된비알 타고 오르며 중간에 잠시 쉬면서 오르다 문득 뒤돌아 보니 가까이에 고사목 지대를 넘어 지금까지 걸어 온 장쾌한 마루금이 저 멀리 반야봉을 일으켜 세우고 그 뒤로 노고단까지 뻗어있다.

인간의 힘이 얼마나 큰지를 실감하며 저 길고도 먼 등로를 따라 여기까지 올라온 자신이 대견하게 느껴지는 시간이기도 하다.

이제 이곳 제석봉을 지나면 지리산 최고봉인 천왕봉이 보이겠지...

 

제석봉 오름길에 서 있는 주목이 눈길 잡고 그 주목과 제석봉을 한번 잡아본다.

 

앞으로 오를 제석봉이 눈앞에 가까워져 있다.

그 등로 주위로 많은 주목들이 제각각 폼을 내며 산객의 피곤을 달래주는 등로, 기대했던 눈은 사라져 없지만 황량한 높은 고도의 깊은 산속에 푸르름을 유지하고 살아천년 죽어천년을 노래하는 주목이 있기에 외롭지는 않다는 생각이다.

그저 이곳에 오르며 힘들고 고통스런 자신을 극복하며 친구가 되어 주는 자연이 있기에 다시 힘을 내는 시간이다.

한발 두발 오르는 발끝에 힘이 모아진다.

 

제석봉 정상부에 오르니 하얀 설원 위에 작은 돌탑들이 널려있고 산객들이 소원을 빌었던 흔적들이 보이고

 

이제 황량하기 그지없는 제석봉 정상에 올라 나도 쌓여있는 작은 돌탑 위에 돌하나 올리며 안전 산행에 대한 소원을 빌어 본다.

다 똑같은 마음으로 빌고 빌었을 소원들, 그리고 인간과 자연이 하나되는 시간임을 느껴본다.

이제 천왕봉이 눈 앞에 다가오고 지나온 능선이 더 멀고도 길게 뒤따라오며 큰 힘을 복돋아 준다.

내가 걸어가고 있는 이 길에 내 지나간 흔적을 남기지 않으며 추억을 만들기 위한 세심한 배려의 마음도 읽어본다.

산에 오르던 어디를 가던 늘 자신의 자취를 남기려던 마음이 얼나나 자연에 큰 피해를 주는지 가르침을 받는 순간이기도 하지...

 

제석봉 지나 통천문으로 가다 만난 주목과 잔설들

 

이제 통천문이 저 멀리 앞에 있다.

그 길로 통하는 마지막 등로엔 푸르른 주목이 도열해 경건한 마음을 하라 주의를 주는 듯 하다.

그 아래 깔려있는 잔설이 또한 경건한 마음을 만들기 위한 풍경으로 안성맞춤이란 생각까지 들게 만든다.

흐르는 땀방울을 훔치며 하늘로 통한다는 통천문과의 상견례를 위한 마음의 준비를 해 본다.

그러고 보니 이름까지도 절묘하게 잘 지었다는 생각이다.

오르기 힘든 절벽을 만들어 놓고 가장 높은 천왕봉을 오르기 위해 하늘로 통하는 통천문을 지나도록 만들었으니 말이다.

 

천왕봉 오르기 전 하늘로 통한다는 통천문을 지나고

 

힘겹게 통천문에 도착하니 감회가 새롭다.

많은 산에 통천문이란 문이 있지만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통천문이기에 더욱 피부에 와 닿는 느낌이 다르리라.

좁은 통로 위에 설치된 쇠계단을 타고 통천문을 지나니 다시 하늘이 열리며 발 아래 펼쳐진 산하가 산객의 가슴에 불을 지핀다.

이제 하늘로 통하는 통천문을 지났으니 하늘에 닿는 것인가...

마음마저 새롭게 경건한 마음으로 천왕봉과의 조우를 준비한다.

 

통천문을 지나 좁은 통로를 통해 오르니 이제 천왕봉이 바로 코 앞이다.

 

통천문을 지나 다시 오르니 좁은 통로가 이어져 있고 그곳을 통해 천왕봉으로 접근하자 이제 제법 넓은 헬기장 공터가 나타난다.

잠시 그곳에 도착해 지나온 마루금을 살펴보니 환상 그 자체이다.

노고단에서 이곳까지 거침없는 마루금이 모두 한눈에 들어오고 그 절경에 취해 진행하기 어려운 조건이 된다.

조금씩 바람의 강도가 세어지며 몸뚱아리를 흔들지만 아랑곳 하지 않고 넓고 넓은 세상을 굽어본다.

가슴이 후련하게 터지고 왜 산에 올라야 하는지에 대한 느낌을 가슴에 담아보는 시간을 가져본다.

다시 오른다 해도 똑같은 느낌으로 자연을 대할 수 있으면 좋으련만...

 

천왕봉 암봉을 오르며 바라본 정상부 전경

 

한동안 풍경을 조망한 후 다시 마지막 지리산 천왕봉을 향해 오른다.

암봉으로 이루워진 정상에는 몇명의 등산객들이 자리하고 빠르게 먼저 오르고 있는 종주대들의 뒷모습도 눈에 들어온다.

이제 급하지 않게 조심하며 그 정상에 오르니 내가 하늘아래 천계에 서 있는 느낌이다.

말로 표현하기 힘든 벅찬 감정이 끓어 오르고 해냈다는 즐거움이 복받쳐 오르는 시간, 한동안 말없이 그 자리에 주저 앉아 세상을 천천히 둘러 본다.

 

지리산 천왕봉 정상석

 

정상석에 기대어 포옹한번 나누고 자리 비켜 그 상쾌함을 맛본다.

그 누구 있어 이토록 장엄하고 장쾌한 마루금을 설명할 수 있단 말인가.

내가 서 있고 바라보는 이 감정을 잃지 않기 위해 무한정 가슴속 깊이 겹겹히 쌓아본다.

눈에 보이는 깊고 깊은 마루금과 같이

찬바람이 불어오지만 개의치 않고 만족감에 포효하는 자신에 대견하다는 생각이다.

 

백두대간 산행 들머리로 이용되는 중산리도 잡아보고

 

이제 곧 준비하고 실행에 옮겨야 하는 백두대간 마루금을 타 봤다는 성취감과 함께 처음 올라야 할 중산리쪽 산행 들머리를 바라보니 더욱 백두대간에 대한 그리움이 커진다.

이번에는 여유있게 단 한번의 산행으로 지리산 화대종주를 하지만 근 1년 반이란 장고한 시간을 산줄기를 타고 넘어야 할 길고도 험난한 여정이기에 감히 백두대간은 입에도 올리지 못했던 신비의 등로, 하지만 오늘 비로소 그 길이 내가 가야 하는 길임을 확신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어떠한 고난과 고통이 도사리고 있을지 아무도 모르지만 그래도 올라야 한다는 의무감이 되살아나는 이곳에서 그 장엄한 백두대간을 다시 입에 담아 본다.

언제 어떻게 완주해야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그것이 내 인생에서 한번쯤은 겪어야 하는 산통이라면 피하지 않고 부딫혀 극복해 내리라...

 

헬기장에서 부터 지나온 마루금을 바라보니 저 멀리 노고단까지의 길고도 먼 여정이 모두 드러나 있고

 

잠시 고개 돌려 지나온 마루금을 바라보니 말로 표현하기 힘든 벅찬 감동이 밀려온다.

날씨가 좋아 저 멀리 노고단에서 반야봉을 거쳐 지나온 마루금 전부가 한눈에 조망된다.

각본없는 드라마이자 인생의 축소판이 거기에 놓여있다.

누가 보지 않아도 그리고 찾지 않아도 자연에 순응하며 더하지도 덜하지도 않게 장구한 세월 지켜온 모습에서 내 모습을 반추해 본다.

덧없는 인생을 살면서 버리지 못하는 욕심과 과욕이 부끄러운 순간이다.

좀 더 자연을 닮아 보려는 인생으로 살아 갈 수 있기를 간절히 염원하는 시간이기도 하리...

 

국수봉과 구곡산으로 이어진 능선이 마치 아름다운 여인의 누워있는 자태로 유혹하고

 

잠시 다시 고개 돌려 중산리와 대원사 중간 계곡과 능선으로 돌아가니 그곳에 아름다운 여인 하나가 누워 유혹하고 있다.

너무나 매끈한 마루금에 넋을 잃고 바라본다.

저 능선따라 끝없이 펼쳐진 대자연에 동화되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해 진다.

언제일지 기약은 할 수 없지만 꼭 한번 올라 그 속살을 더듬어 보자 마음으로 약속해 본다.

내가 오를 수 있는 의지로 오를 수있다면 언젠가는 오를 수 있겠지만 자연이 거부를 한다면 어쩔 수 없는 곳, 그 아름다움은 오랫동안 가슴에 남아 그리움으로 자라겠지...

 

이제 다시 올라야 할 중봉 능선도 바라보고

 

한동안 지리산 천왕봉에서 쉬며 간식도 먹고 다시 배낭 둘러메고 가파른 내리막을 통해 중봉으로 향한다.

내려가는 길목에서 바라 본 중봉이 벌써 가슴을 옥죄어 오지만 이어가기를 시작하면 금새 저 정상에 서 있을 것을...

북사면쪽으로 더욱 깊은 눈밭으로 치장하고 산객의 발길을 더디게 만들고 있다.

그래도 모두 멋진 종주대 이기에 조심하며 그 가파른 내리막을 타고 내려가 본다. 

 

중봉에 도착해 가야할 능선도 잡아보고

 

중봉 오름길에 바라보니 써리봉쪽 능선이 또한 가이 환상이다.

아직도 갈길이 멀고 험난하지만 바라보는 마음만큼은 부족함 없는 풍부한 자연을 닮아가고 있다.

한발 두발 내딛는 발길에 힘이 들어가고 또 그렇게 웃으며 나누는 정감있는 세상 이야기속에 어느덧 중봉에 안착한다

그곳에서 자기 키보다 더 큰 배낭을 둘러메고 홀로 지리산 종주를 하는 아가씨를 만나 처음으로 경외로운 마음을 보낸다.

지금까지 스스로 생각조차 못했던 필자를 비웃기라도 하듯 당연히 준비한 큰 배낭을 짊어지고 봄으로도 당당하게 걸어가는 모습에서 부끄러움을 감출 수 없다.

 

중봉 이정표

 

그곳에서 그 아가씨에게 부탁해 단체 사진 한장 남기고 다녀가는 흔적들을 담아 본다.

다시 한동안 쉬면서 남아 있는 간식 비우고 이제 마지막 치밭목을 향한 발걸음을 조율해 본다.

이슬이는 다 떨어지고 어떻게 하룻밤을 더 지낼 수 있을지 모두 걱정하는 가운데 지금까지 다녀보지 못한 신천지를 향한 출발을 알린다.

다만 북으로 뻗어있는 하봉과 두류봉을 오르지 못하는 아쉬움은 천상 산꾼이 되기 위한 아쉬움인지 모르겠다.

6명의 종주대중 3명의 종주대는 자주 비박이나 종주 산행의 경험이 있고 또 화대종주도 몇번 하였던 경험이 있기에 걱정은 없지만 두려움이 잔존하는 것은 사실이다.

 

마루금이 끝없이 펼쳐진 지리산

 

어느곳을 봐도 끝이 없이 길에 펼쳐진 마루금이 자연의 위대함을 알려준다.

이 넓고 광활한 자연을 두고 좁고 갇힌 인간의 공간에서 아옹다옹 다투며 이기심을 불태웠던 필자가 안쓰럽기까지 하다.

이제 저 광활한 자연을 닮아있는 삶을 살도록 노력하리란 생각에 미치자 오늘의 산행이 필자에게는 제2의 인생이 시작됨을 알리는 듯 하다.

이 모든 역경을 딛고 일어나면 좁은 인간 세상에 들어가 조금은 마음의 여유가 생기리라...

 

낮아진 고도에서도 국수봉쪽 마루금이 환상을 노래하고

 

하산길에도 계속 뒤따라오는 우측 국수봉쪽 마루금이 산객의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든다.

아름다움을 넘어 경외로운 자연의 파노라마를 그리고 있기 때문이다.

마음의 정화와 함께 눈의 호사에 그저 뿌듯한 가슴 한가득이다.

말을 하지 않지만 종주대 6인 모두 같은 생각으로 무심이 되어 간다는 느낌이다.

 

써리봉에 안착하고

 

계속되는 내리막에 눈의 깊이가 깊어 몇군데 조심하면서 암봉 구간을 따라 내려오니 어느덧 써리봉이다.

오늘 산행중 마지막 봉우리에 도착하니 약간은 마음의 여유가 생기면서 피로가 밀려온다.

다시 장난기 어린 몸짓으로 휴식을 취하고 엉덩방아를 찧고 눈썰매를 타며 무릎까지 빠지는 경사면을 내려가 본다.

그 큰 배낭을 둘러메고도 이렇게 장난기 어린 산행을 즐길 수 있는 여유로움에 감사하는 시간이다.

앞으로 가야 할 능선과 지나온 천왕봉이 아스라이 멀어진다.

 

써리봉 지난 능선에서 바라본 지리산 천왕봉과 중봉이 서산으로 기울어 가는 햇살을 받아 반짝이고

 

다시 등로를 따라 미끄러지며 내려가다 언뜻 뒤돌아 보면 서산으로 기울어져 가는 짧은 겨울 햇살을 받아 지리산 천왕봉과 중봉이 빛나고 있다.

생각보다 빨리 그곳을 내려와 이제 치밭목대피소가 눈앞에 어른거림을 느낀다.

저 가장 높은 천왕봉에서 보지 못한 일출이 아쉽지만 앞으로 올라야 할 날들이 많기에 그저 가슴으로만 남겨본다.

다시 특이하지 안은 능선을 타고 계속 눈과의 전쟁을 하다보니 우측으로 국수봉 능선이 다시 마음의 동요를 일으키고 있다.

 

계속 등로 우측으로 보이는 국수봉 능선이 고도의 높낮이를 떠나 아름답고

 

높지는 않지만 길게 뻗어 누워있는 국수봉 능선이 참으로 환상을 노래하고 있다.

어서 빨리 저 능선을 타고 그 끝자락에 가 보고 싶다는 생각 간절하다.

다만 그 능선을 타고 오를 수 있는지 자료 조사는 필수이겠지...

저 마루금에 올라 바라보는 지리능선은 어떤 모습일지도 궁금하다.

 

드디어 치밭목대피소에 도착하고

 

오후 4시를 넘겨 치밭목대피소에 무사히 도착해 단독 식당과 침대를 배정 받고 저녁 준비를 한다.

하지만 이미 가장 큰 이슬이 한병씩 준비했지만 모두 동이나고 아쉬움에 앵벌이를 하지만 쉽지 않다.

대구에서 왔다는 등산객들로 부터 중간 크기와 작은 이슬이 한병을 공양받고 연신 감사한 인사를 하고 어렵게 나눠 마신다.

다시 주인장에게 부탁해 간신히 필요한 이슬이 구입해 하룻밤 멋진 추억을 만들어 본다.

사내들로 이루워진 멋진 종주 산행에서 영원한 우정과 산우애를 만드는 시간, 앞으로도 더욱 좋은 산친구로 남아있길서로에게 빌어본다.

피곤함도 잊고 머리가 몽롱해 질때까지 이슬이와 친구된 후 새벽녘에 잠자리에 들지만 아침 일찍 일어나 마지막 아침을 맞이해 본다.

 

치밭목대피소에서 바라보는 일출 또한 가히 환상이다

 

아침 일찍 일어나 근처에 있는 샘물에 들려 시원한 냉수 한모금으로 잠을 깬 후 계란 국으로 속을 다래는 사이 환상의 일출이 시작되고 있다.

국수봉 능선으로 떠오르는 아침해가 사나이 가슴을 뜨겁게 달구며 어둠을 몰아내고 서서히 세상을 밝히고 있다.

지리산 천왕봉에서의 일출이 장관이란 이야기는 들었지만 이곳 치밭목에서의 일출 또한 상상을 초월하는 절경이다.

많은 등산객들과 함께 어울려 그 잊지 못할 일출을 감상 한 후 다시 늦으막 하게 배낭 둘러메고 마지막 하루를 시작해 본다.

치밭목대피소에서의 잊지 못할 하룻밤을 뒤로하고 나무계단을 타고 계곡으로 들어서니 산죽이 반갑게 인사하며 상쾌한 하루를 열어 준다.

 

치밭목대피소를 떠나 계곡으로 내려가며 무재치폭포로 가며 만난 산죽들

 

산죽밭을 지나 계곡물에 얼굴도 닦으면서 다시 여유있게 진행하니 그저 평이한 등로가 연속적으로 이어진다.

이곳에서부터 좀 빠르게 진행하며 땀방울 흘려본다.

지난 밤 마신 이슬이가 두통을 유발하지만 고통이 심하지는 않다.

한동안 땀방울 흘리며 빠르게 진행하니 금새 정상적인 신체로 돌아오고 다시 주위 풍경 조망하며 여유로운 시간을 가져본다.

 

대원사로 내려가며 조망한 골짜기와 봉우리들

 

내려가야 할 대원사쪽 골짜기와 무명봉이 또한 아름답다.

계곡을 옆에 두고 청아한 물소리 따라 무한정 내려가니 무재치폭포 이정표가 보이고 잠시 둘러보지만 폭포수는 보이지 않고 얼음만 두껍게 덮혀있다.

다시 산죽밭을 따라 하염없이 이어진 내리막 등로를 걸어본다.

아름다웠던 지리산 종주산행이 마무리되고 있음을 감지한다.

 

이제 무재치폭포 지나 막바지 산죽밭을 지나고

 

끝없이 펼쳐진 산죽밭을 지난다. 어떤곳은 산객보다 더 큰 산죽이 등로 양쪽에 늘어서 도열하듯 산객을 반기고 지날때마다 사각거리는 소리로 반가움을 표한다.

다시 계곡을 두고 왔다갔다 몇번 진행하니 드디어 임도가 나타나고 저 멀리 민가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참으로 멀고도 길었던 지리산화대 종주에 마침표를 찍는 순간이다.

처음 올라 본 화대종주길, 많은 것을 배우고 인생을 논했던 길이기에 오랫동안 그 지리산 화대종주와 함께 하리라.

 

임도와 만나는 민가에 걸려있던 곶감 만들기 위한 감들

 

민가로 내려와 시원한 샘물로 목 한번 축이고 탐스럽게 걸려있는 곶감용 감들을 담아 본다.

처음 본 이방인에 대한 경계심인지 아니면 오랫만에 만나는 이방인이 반가운지 견공들이 계속 조용한 마을에 정적을 깨고 짖어대고 있다.

종주대도 오랫만에 다시 돌아온 문명세계에 무사히 안착함을 고하고 시멘트 도로를 타고 마지막 종착지로 향한다.

 

대원사 지나 바라 본 계곡 풍경

 

대원사를 간단히 둘러보고 계속 이어진 시멘트 도로를 타고 내려오니 좌측으로 맑고 청아한 계곡물이 흐르며 도로의 지루함을 달래주고 있다.

그곳으로 들어가 잠시 쉬면서 얼굴 단장을 하고 다시 멋진 소나무가 자라고 있는 유평리로 향한다.

생각보다 모두 건각들이기에 아직도 힘이 남아있는 듯 장난기를 펼쳐본다.

그리고 마지막 자신의 모습을 담은 후 이른 점심시간에 그 종주 끝자락으로 안긴다.

 

대원사 일주문을 나서며

 

대원사 일주문을 지나며 마지막 사진 한장 담은 후 유평리 상가를 지나 대원사매표소를 지나니 우측 아래쪽에 주차장이 보이고 그곳으로 내려가 막걸리 한잔 앞에 두고 브라보를 외쳐 본다.

진주 가는 버스를 기다리며 모두 한마음으로 무사히 화대 종주 산행을 마무리할 수 있음을 자축하니 지리산이 응원보내며 다음을 기약한다.

 

덜컹거리는 공용버스로 진주에 도착해 시외버스 터미널 주변 국밥집에서 국밥과 이슬이 한잔으로 갈무리 하고 크리스마스 종소리가 들리는 이브 오후, 서울로 돌아 와 아쉬운 작별을 고한다.

 

다음엔 백두대간 종주를 꿈꾸며...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칠갑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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