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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 후기/충청도 산

백화산 산행 후기

by 칠갑산 사랑 2008. 12.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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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지 : 충북 영동과 경북 상주의 경계를 이룬 백화산 주행봉과 한성봉 일대

산행날자 : 2008년 12월 8일

산행날씨 : 겨울답지 않게 화사하고 따스한 날씨였으나 박무로 인해 시야 제한됨

산행온도 : 영상 5도에서 영산 16도

산행인원 : 칠갑산 나 홀로

산행코스 : 반야교-동릉-주행봉(874봉)-855봉-주행봉-암릉지대-755봉-백화산 한성봉(또는 포성봉, 933봉)-

               남릉-석천-백화정사-반야교

산행거리 : 약 9 Km

산행시간 : 4시간 30분 (12시 45분 부터 17시 15분까지)

 

 

삼한시대 국경지였던 거대암릉의 주행봉과 한성봉을 돌아 보고

 

 

김천에 일이 있어 새벽같이 집을 나선다.

오늘만큼은 일만 보고 재빨리 올라오리라 마음먹었지만 집을 나서기직전 다시 마음이 변해 급하게 베낭을 준비하고 출발하는 시간 새벽 5시 40분, 한가한 고속도로를 타고 한동안 김천으로 달리니 생각보다 뻥뚫린 도로가 상쾌하게 다가오지만 청원 상주간 고속도로를 지나면서 부터 많은 교통사고가 목격되기 시작한다.

조심하며 속도를 줄여 달리니 영동 터널 부근에서 근 2시간 가까이 교통사고 처리를 위해 멈춰 서 있다.

 

백화산과 반야사로 진입하는 도로를 타고 가다 찍은 한성봉 원경

 

다리위에 살짝 얼어붙은 도로위에서 과속하다 터널을 빠져 나가면서 브레이크를 밟아 사고가 난듯 보인다.

겨울철 교통사고의 전형을 보는 것 같아 마음이 편하질 않는다.

간신히 사고 처리된 고속도로를 달려 김천에 도착하니 10시를 넘기고 있다.

1시간 30여분간 일을 마치고 재빨리 애마를 몰아 황간으로 가 반야교에 도착하니 12시 30분, 간단히 산행 준비 후 산행 들머리로 향하는 시간이 12시 45분이다.

 

석천의 모습, 한겨울인데도 맑은 물이 많이 흐르고

 

산행지도도 없이 그저 고속도로를 오고가다 본 산세가 너무 요상하게 생겼고 또한 백두대간 산행을 하면서 한번쯤 올라보고 싶었던 산이기에 주저없이 찾아 나섰지만 아무래도 사전 준비 소홀로 인해 산행에 어려움이 예상된다.

띠지가 많이 붙어 있는 좌측 시멘트 도로를 타고 오를까 생각하다 시간 관계상 최단코스인 서릉을 통해 주행봉으로 오르기로 마음먹고 올라본다.

 

석천과 지방도로 그리고 저 멀리 월류봉쪽 산군들도 들어오고

 

호젓한 산길에 조금 오르니 잣나무가 줄지어 서 있고 주위에는 간벌로 인해 시원한 조망이 열려져 있다.

가파른 경사길과 완만한 등로를 번갈아 타며 조금 오르니 생각했던 것보다 날씨가 더워 금새 등줄기에 땀방울이 맺히기 시작한다.

얼마를 올랐을까, 잠시 땀 닦으며 뒤돌아 보니 너무나 아름다운 풍경이 발아래 펼쳐지며 산세를 따라 이리저리 구비치며 돌아 내려가는 석천의 모습이 흡사 영월의 어느 산에 올라 동강을 바라보는 느낌 그대로이다.

 

반야사 뒤쪽으로 만경봉과 헌수봉이 웅장한 모습으로 바라다 보이고

 

우측으로는 반야사가 들어 서 있는 석천 넘어로 만경봉과 헌수봉이 아름다운 능선을 이루며 한폭의 산수화로 되살아 나고 있다.

좌측의 석천과 지방도로 그리고 그 끝자락에 우뚝 솟아 있는 영동 황간쪽 이름모를 고봉이 자꾸만 산행속도를 줄이고 있지만 마냥 서서 그 풍경에 취할 수만은 없는 시간적 제약이 좀 더 굵은 땀방울을 요구하고 있다.

 

등로 우측 저 멀리 한성봉 또는 포성봉이라 불리우는 백화산 정상도 잡목사이로 고개를 내밀고

 

조금 더 속도를 내어 오르니 안부가 나타나고 벌목한 활엽수를 모두 비닐로 묶어 놓았다.

아마도 병해충 박멸을 위해 인위적으로 벌목한 현장으로 생각되어지며 앞을 바라보니 주행봉이라 착각한 봉우리 하나가 어서오라며 반갑게 인사를 나누는 듯 하다.

등로를 따라 낙엽에 미끄러지며 한동안 된비알 오르니 주행봉은 아직도 모습조차 보이지 않고 전망 좋은 암릉 구간이 나타난다.

 

방금 전 올라온 반야교와 지방도로를 따라 구절양장을 이루는 석천이 반야사를 두고 아름답게 흐르고

 

석천을 만들어 물길을 휘돌아 감은 만경봉 능선이 너무나 황홀하게 다가온다.

남쪽으로는 6.25의 역사적인 비극이 숨어있는 노근리 위 월류봉이 희미하게 안개속에 가물거린다.

저 월류봉도 언젠가는 한번쯤 다시 올라봐야 하는 산으로 분류한 곳중의 한곳이다.

한천팔경 중 으뜸으로 치고 있는 월류봉을 보니 가슴이 망방이질 치고 있다.

 

넓은 안부를 지나자 나타나는 바위 너덜길

 

숨 한번 크게 들이 마시고 다시 가파른 바위 너덜 구간을 오르니 그늘진 곳에는 잔설과 서리가 내려 앉아 여간 미끄럽지 않는다.

조심하며 다시 전망 좋은 바위에 올라 지나온 능선을 바라보고 주위 경관을 눈에 넣어 본다.

동강의 어라연을 연상시키는 석천의 물줄기와 그 위로 우뚝한 만경봉 그리고 그 줄기가 내려 앉았다 동쪽으로 높게 솟구친 백화산 한성봉이 시원하게 조망된다.

 

바위 전망대에 오르니 석천이 휘감아 돌아 지나는 아름다운 절경이 보이고 망경봉 넘어 저 멀리 백두대간이 가물거린다

 

암봉을 넘자 다시 등로는 평이하게 이어지며 많은 낙엽이 쌓여있다.

그곳을 지나자 좌우로 낭떨어지 절벽이 나타나고 저 멀리 좌측 능선 끝자락에 억산의 깨진 바위를 연상시키는 두개의 암봉이 기울어 가는 햇살에 비춰지며 멋지게 서 있다.

그 아래로 전망대와 정자로 이어지는 주 능선이 고운 자태로 드러누워 만남의 반가움을 표한다.

 

주행봉 정상쪽이 가까워 오자 전망대를 통해 올라오는 능선이 보이고 그 아래 석천과 저 멀리 월류봉이 좀더 선명하게 보이기 시작한다

 

다시 암봉과 평이한 낙엽 등로를 타고 마지막 된비알 치고 오르니 넓은 공터와 같은 정상에 묘 한기가 있고 그 남쪽 사면 가까이에 높은 돌탑으로 쌓은 주행봉 정상석이 앙증맞게 앉아있다.

많은 등산객들이 제각각 자리펴고 점심 먹기 위해 분주하다.

그 사이에 간신히 사진 한장 남기고 내가 방금 올라온 능선이 아닌 남서 능선을 따라 눈으로 산행을 해 본다.

 

주행봉 정상석에 입맞춤하고

 

백화산 주행봉, 분명 평범한 자연의 하나인 산이지만 자세히 보면 일부러 누군가 형이상학적인 모습으로 만들어 놓은 것처럼 착각을 불러 일으키는 산이다.

특히 자주 이용하는 경부고속도로를 타고 지나다 잠깐씩 바라본 주행봉쪽 산세가 특히 특이하다.

일정한 간격으로 정상에서 곧게 내리뻗은 협곡과 능선들이 책갈피를 접어 놓은 듯 또는 수많은 골짜기를 이룬 기와지붕을 연상시킨다.
꽤 높은 표고차를 보이는 수십 갈래의 지능선들이 일정한 고도에 이르러 일제히 수평으로 이어지다 갑자기 융기되면서 타다만 촛물이 굳은 형상으로 뭉툭하게 마무리되어 있다.

 

역광에 비친 855봉 가는 암릉이 등뼈를 연상시키고

 

이 백화산 남서쪽 줄기의 주봉이 주행봉이며 그 우측 최단등로를 타고 올라온 곳이 이곳인 것이다.

망망대해를 떠가는 배의 형상을 가졌으며 흡사 돛을 활짝 편 거대한 범선 같다하여 이름 붙여진 주행봉, 그 능선에 뾰족하게 솟아난 암릉길을 걷는 재미를 맛보고자 한다면 반드시 올라야 할 산중의 하나라 여겨질 만큼 산행의 재미를 느끼는 구간이다.

 

내가 방금 전 올라온 능선도 아름답게 보이고 저 멀리 반야산 위로 만경봉이 우뚝하다


동쪽으로는 내가 방금 타고 올라온 능선이 너무나 환상의 모습으로 석천을 만들고 그 우측으로 나 있는 암릉 구간을 조심하며 진행하니 갑자기 가파른 직벽이 나타나며 안전 로프가 설치된 구간이 나타난다.

눈이 내리는 겨울이나 비가 내리는 여름에는 무척 위험 스럽겠다는 생각으로 조심하여 내려가니 계속되는 암릉이 산행의 맛을 더해 주지만 조금은 위험하다는 생각이 공존한다.

 

올라온 능선 사이로 나 있는 골짜기를 타고 아름다운 석천이 구절양장을 이루고 있다

 

북쪽을 바라보니 방금 지나온 주행봉 저 멀리 햇살에 가리워진 한성봉이 하늘 높은줄 모르게 우뚝 서 있다.

저 봉우리에 인사하고 내려가야 오늘 산행도 마무리 되는 것이리라.

지나온 능선과 석천 그리고 남쪽 저 멀리 희미하게 2년전 올랐던 김천의 황악산과 영동의 삼도봉 그리고 민주지산 능선까지 바라다 보인다.

그 장쾌한 마루금에 그저 입만 벌리고 감상해 보지만 안개로 인해 사진으로 담을 수 없음이 안타까울 뿐이다.

 

주행봉에서 855봉 가는 길에 만난 직벽 위 안전로프들

 

좌우로 직벽을 만들어 위험해 보이지만 등로로 이용되는 능선은 두사람이 교행하는데 큰 어려움이 없을 정도로 안전하다.

잠시 내리막 능선을 타고 진행하니 짧은 직벽을 넘어 다시 평이한 등로가 이어지고 주위의 풍경을 조망하며 진행하면 다시 나타나는 암벽 구간이 산객의 주의를 요한다.

 

855봉 가는 길에 뒤돌아 본 주행봉과 한성봉쪽 능선

 

반대쪽에서 올라오는 등산객과 인사 나눈 후 그 암릉 구간을 오르락 내리락 하다보니 방금 전 올라오며 본 2개의 큰 암봉이 갈라지는 끝자락에 도착한다.

그곳에서 바라 본 능선길은 억산의 깨진 바위와는 사뭇 다른 모습으로 각인되고 한동안 머물며 다시 한반 주위 조망을 해 본다.

안부 넘어 반대쪽 봉우리에 걸려 있는 햇살로 인해 사진은 흐릿하다.

 

855봉 가는 등로 우측으로 보였던 오렌지 골프 클럽, 최근에 만들어진 듯 싶다

 

다시 민주지산의 송천과 합류되어 금강의 상류를 이루고 있는 석천과 고요한 마을 풍경 그리고 반야사를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는 망경봉에 눈길 주면서 북쪽을 바라보니 거기에도 조용한 마을들이 들어서 있고 최근에 생긴듯한 아름다운 골프장이 눈길을 사로 잡는다.

어느 지도에도 표기가 없는 골프장, 이름조차 모르다가 그곳에 고향을 둔 산우님이 블로그에 그 골프장 이름을 알려줘 알 정도로 새로움이 가득한 풍경이다.

오랜지 골프 클럽이란다.

 

855봉에서 다시 주행봉으로 뒤돌아 가며 바라 본 암릉 능선

 

다시 그곳에서 주행봉으로 빠르게 뒤돌아 올라 본다.

저 멀리 가물거리는 한성봉을 돌아 내려가려면 빨리 움직여야 되기 때문이다.

올라오며 바라 본 주행봉과 한성봉 능선이 마치 상어 등지느러미처럼 보인다.

대담하면서도 아기자기한 암릉길이 산행의 또 다른 묘미를 안겨 주고 있다.

잠시 쉬기라도 하면 오름길에 흘린 땀방울이 능선에 오르니 불어오는 찬바람에 몸이 움츠러 들면서 추위가 엄습해 온다.

다시 주행봉에 올라 주위 조망을 관찰한 후 사진 몇장 더 남긴 후 이제부터 본격적인 암릉을 타고 한성봉으로 향한다.

 

주행봉에서 한성봉으로 가면서 바라 본 암봉 능선 및 저 멀리 755봉과 한성봉

 

방금 전 주행봉 정상을 향해 올라온 짧은 등로를 타고 직진으로 진행하다 계속 내리막 길로 떨어지는 등로가 이상해 전망 좋은 장소에서 주위 산세를 확인해 보니 지금 내가 내려가고 있는 등로는 한성봉으로 향하는 등로가 아닌 다시 반야사쪽 하산 등로로 보인다.

지도도 없고 준비한 자료가 없기에 다시 주행봉 근처까지 올랐다 우측의 능선을 타고 암릉부로 접근하니 드디어 내가 가고자 하는 등로 위에 서 있다.

 

암봉으로 이루워진 능선이 아름답고 즐거운 산행길이지만 눈이 내리면 무척 위험하게 느껴진다

 

아기자기한 암릉길이 끝도 없이 펼쳐지고 때로는 위험하게 또 때로는 산행의 재미를 느끼게 해주는 아기자기 한 등로가 펼쳐진다.

하지만 이곳에 눈이라도 내려 쌓인다면 산행에 무척 어려움이 예상되는 등로로서 겨울 산행에는 무리가 따를 것 같은 산세이다.

좌측으로는 계속 그 이름모를 골프장이 아름답게 펼쳐져 있고 그곳을 중심으로 남북으로 등로를 따라 마을들이 형성되어 있다.

 

경북 정산리쪽 마을과 야산들

 

우측의 남쪽 사면으로는 반야사쪽 능선과 그 끝자락에 형이산학적으로 돌아 흐르는 석천이 아름답게 흐르고 있다.

그 골짜기 마다 이름모를 전설을 간직한 듯 깊고 깊은 골짜기를 만들고 있는 모습이 참으로 멋들어진다.

그 암릉을 따라 정신없이 진행하니 이제부터 보이는 것은 온통 자연의 산과 암릉뿐 살아 움직이는 것은 오직 나 자신인 것을 확인하니 잠시 공포가 엄습해 온다.

좋은 날씨이지만 어딘지 모르게 음산한 부위기에 더욱 공포가 밀려왔는지도 모르겠다.

 

이제 암봉지대를 지나 755봉과 한성봉도 한결 가깝게 보인다

 

그렇게 암릉도 즐기고 또한 주위 풍경들도 감상하며 늦지도 않게 너무 빠르지도 않는 속도로 꾸준히 진행하니 생각보다 거리는 짧지만 시간이 꽤 걸린다.

작은 암봉 몇군데에서 사진도 찍고 또한 희미한 백두대간 마루금도 그려보며 그렇게 진행하니 드디어 755봉에 안착한다.

이곳의 조망 역시 멋지고 아름답지만 박무로 인한 시야 제한이 아쉽기만 하다.

 

지나온 능선이 햇살을 받아 더욱 아름다운 모습으로 다가온다

 

지나온 능선이 참으로 아름답고 멋스럽다.

특히 울퉁불퉁 튀어 오른 암봉들이 어느 동물의 등뼈를 연상시키고 그 등뼈를 타고 무사히 이곳에 안착했음이 기쁠 따름이다.

앞으로 올라야 할 한성봉 능선이 햇살을 받아 반짝이고 있다.

잠시 쉬며 준비한 간식과 음료수로 허기를 달래 본다.

 

처음 만나는 이정표, 지자체의 좀 더 세심한 배려를 아쉬워해 본다

 

마지막 암봉을 우측으로 돌아 한동안 힘들게 오르니 마지막 된비알이 기다리고 있다.

가끔씩 나타나는 바위 너덜과 낙엽길을 번갈아 타고 오르니 오늘 처음으로 좌측으로 백학중학교와 우측으로 반야사 하산 이정표가 보인다.

재빨리 사진으로 한장 남기고 다시 된비알 타고 오르니 돌아온 마루금이 환상이다.

 

지나온 마루금이 참으로 아름답다. 그저 탄성만 흘러 나온다

 

이제 한성봉이라고도 하며 포성봉이라 불리우는 백화산 정상부가 가까이 다가오며 마지막 의욕을 불사르고 있다.

다시 마지막 깔딱 고개를 넘으니 좌측으로 암봉 전망대가 나타나지만 잡목들로 인해 제한된 시야로 그냥 통과해 본다.

조금 더 오르니 넓은 공터가 보이고 저 멀리 큰 백화산 한성봉 정상석과 작은 정상석 그리고 포성봉이란 이정표와 각 방향을 알려주는 이정표가 서 있다.

 

반야사로 들어오는 지방도로 옆으로 석천이 흐르고 저 멀리 월류봉과 백두대간 마루금도 희미하다

 

충청북도 영동군 황간면과 경상북도 상주시 모동면의 경계를 이루는 백화산(933봉)은 소백산군의 중앙부를 이루며 국토의 중앙에 위치하고 있는 산이다.

백화산이란 이름은 산 전체가 티 없이 맑고 밝다는 뜻으로 산 앞을 가로질러 석천이 흐른다.

반야사에서 옥동서원까지 6킬로미터에 걸쳐 흐르는 석천에는 기암 절벽들이 둘러처져 있고 겨울철인 지금도 맑고 깨끗한 물줄기가 흐르며 얼음장 속으로 여유롭게 노니는 어류들이 한눈에 보인다.

 

백화산 한성봉 정상의 모습

 

고도 933미터의 한성봉 즉 포성봉이 주봉인 이 산릉을 이 지역 사람들은 백화산으로 부른다.

이 백화산은 북서 사면에 그리스 신전 기둥을 연상시키는 육각의 주상 절리가 총총하게 자라 그 아름다움을 배가 시켜주며 산꾼들의 가슴을 애태우게 만드는 산이다.

책장이 반듯하게 구겨진 모습으로 능선을 이루고 위로 내달리다 정상부에서 뭉툭하게 솟아 있는 우람한 산 백화산, 그 정상에서 심호흡하고 있는 자신이 자랑스럽다.

 

백화산 한성봉 정상석

 

한국의 산천과 다른 인터넷 자료를 찾아보니 포성봉과 한성봉이 어떻게 다른지 알게 되는 계기가 되기도 하였다.

어느 동물의 등뼈를 연상시키는 근육질 능선과 수많은 골짜기를 이룬 그 끝자락에 강원도 동강과 서강처럼 구절양장을 이룬 석천이 비경을 만들고 태극모양으로 휘돌아 가는 석천 물줄기에 역사도 오래된 신라때 창건된 반야사가 명산의 반열에 올려 놓았다.

 

백화산 한성봉에서 바라 본 주행봉 원경

 

백화산 정상부인 한성봉과 포성봉에 관련된 진실을 조선 중기의 학자 이만부가 쓴 지행록의 추소설이란 글로 대신해 본다.
이 글을 보면 이만부는 반야사에서 하룻밤을 자고 나서 백화산정에 오른 뒤 '이 암자의 뒷산을 한성봉이라 부르며 이곳이 백화산의 제일봉이다' 라고 기록했다.

그러므로 현 포성봉의 원명은 한성봉인 셈이다.


한국의 여러 명산에 대해 탁월한 글을 남긴 고 김장호 박사는 포성봉이란 지명에 대해 '일본에서 발행되는 조선학보에 실린 조선성곽일람 경상남북도편이 상주군 모동면 수봉리에 포성산성을 기명하고 있으며, 지금 지도상의 포성봉이란 산이름이 바로 이 산성이름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가 싶다'고 했다.

그렇다면 일제 때 이름이 바뀐 것이니 한성봉이란 원명을 찾아주는 것이 좋지 않을까 싶다.

 

백화산 한성봉에서 북동쪽으로 조금 진행해 바라 본 상주 모동쪽 풍경

 

박무와 서산으로 기울어져 가는 석양으로 인해 생각했던 것보다 조망은 뛰어나지 않다.

정상에서 많은 휴식 시간 만들어 사진으로 풍경 남긴 후 다시 북동쪽 등로를 타고 진행한다.

이정표가 서 있고 직진하면 금돌성과 보문사터 또는 방통재를 지나 보현사 입구로 하산하는 길이고 반야사는 우측으로 90도 꺽어 내려가면 된다.

 

 하산 해야 할 반야사와 그 앞을 휘돌아 흘러 가는 석천 원경

 

내가 내려가야 할 능선과 석천 그리고 반야사쪽 원경도 담아 본다.

가깝게 보이지만 족히 한시간 이상 빠르게 내려가야 할 것 같다.

서산으로 기울어 가는 햇살이 더욱 빠르게 걸음걸이 재촉하고 그에 덩달아 내 발걸음도 빨라진다

 

하산할 때 만난 낙엽길

 

하산하며 바라보니 제법 암봉들이 서 있고 무척 가파른 경사도를 유지하고 있어 이쪽으로 오르는 등로도 만만치 않음을 보여주고 있다

그래도 이렇게 가끔 만나는 양탄자 같은 낙엽이 고단에 지친 몸 풀어주고 사각거리는 소리가 힘을 북돋아 주고 있다

 

낙엽길을 지나면 이런 바위 너덜지대도 만나고 

 

그러다 다시 만나는 바위 너덜길이 갈길 먼 산객의 걸음걸이만 더디게 만든다.

무릎에 전달되는 무게가 상당히 전해져 올쯤 이 바위너덜 구간도 끝이 난다

여름날 계곡에 물이라도 불으면 산행 후 탁족하기에 안성맞춤이란 생각으로 내려온다

 

이제 마지막 하산길을 서두르다 찍은 등

 

이제 산행 날머리도 멀지 않는가 보다.

바위너덜과 낙엽 등로가 사라지며 등로 자체도 완만해져 간다.

해는 더욱 빠르게 제 모습을 감추고 벌써 세상은 어둠을 부르고 있다.

바람이 강해지면서 몸으로 전달되는 한기가 심해진다.

걸음을 재촉해 빨리 백화정사로 향한다

 

백화정사쪽 산행 날머리에 도착해 바라 본 반야교  

 

백화정사 앞 날머리에 도착해 점심때 건너온 반야교를 잡아 본다.

그 아래 유유히 흐르는 석천에는 얇은 얼음이 얼어 겨울이 시작되였음을 알리고 여름날 시원한 탁족을 위해 다시 한번 찾으리라 다짐해 본다.

 

백화정사 앞에 세워져 있던 백화산 산행 안내도 

 

이 백화산 산행 안내도를 끝으로 하루 일과를 마무리 해 본다.

어렵게 성사된 산행 그리고 깔끔한 마무리, 하고 싶었던 산행을 무사히 마친 기쁨이 밀려 온다.

석천가로 내려가 얇은 얼음 조각을 치우고 얼굴과 손을 닦은 후 애마를 타고 이곳을 빠져 나간다

 

산행을 마치고 서울로 돌아오며 바라 본 백화산 원경과 석천의 모습

 

반야교에서 서울 가는 방향으로 뒤돌아 나와 49번 지방도로를 달리다 아쉬움에 다시 한장을 찍어 본다.

석천에 어른거리는 백화산 잔영이 자꾸만 갈길 바쁜 산객을 붙잡고 마지막 인사나 하자며 따라 오고 있다.

그 안타까움을 뒤로 하고 월류봉에 오를 때 다시 한번 멋진 조우를 약속해 본다.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칠갑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