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짜 : 2008년 09월 05일부터 06일까지 (무박 2일)
날씨 : 새벽에 흐렸으나 대체로 맑은 날씨
온도 : 새벽 영상 13도에서 낮 최고 영상 22도
참가인원 : 3450 온누리 산악회 회원 총 28명(존칭생략) 칠갑산, 솜이, 나마스테, 왕언니, 베짱이, 청목, 자우롬, 산바람, 고산자, 운산, 이철주, 석불산, 겨울애, 인연, 금비령, 사하라, 설총, 은지, 도롱골, 현우, 풀뿌리, 호산, 초이스, 바다사랑, 무시로, 태평천하, 사강
산행코스 : 미시령-울산바위 갈림길-너덜길-황철봉-저항령-마등령-마등령삼거리-오세암-영시암-백담사-용대리-산행종료
산행거리 : 21.35 Km, 백두대간 13.35 및 접속구간 08.00 km
산행시간 : 선두 12 시간 30분, 후미 13 시간 00분
준비물 : 물 2.0 리터, 이온음료 0.8 리터, 아이스 커피 0.5 리터, 아침과 점심 밥, 반찬 3종류, 빵, 떡 3봉지, 수저 및 젖가락, 계절용 방수방풍의, 모자 2개, 땀수건, 목수건 3 개, 헤드렌턴 및 예비 건전지, 가위, 칼, 압박붕대, 에어파스, 구급약, 디카 및 예비 건전지, 무전기 3대, 스틱 2개, 모발폰 및 예비 건전지, 상세 지도 및 산행 자료, 쓰레기 봉투 1개.버스에 두고 간 준비물 : 갈아 입을 옷 한 벌, 슬리퍼
교통수단 : 40인승 버스 1대
신평고속관광 양기중 기사님
산행시간
9월 5일(금요일)
23:00 서울 사당역 출발
23:25 복정역 출발
9월 6일(토요일)
01:25 내설악 휴게소 도착 후 휴식
02:15 미시령 휴게소 도착
02:30 미시령 휴게소 지난 지점에서 산행시작
04:35 1080봉(길주의-좌측 울산바위 갈림 능선 등로 버리고 우측이 대간길)
05:07 바위 너덜지대(산행주의)
05:58 일출 감상
06:05 1319봉
06:13 바위 너덜지대(산행주의)
06:28 다시 바위 너덜지대(산행주의)
06:46 황철봉(1381봉, 삼각점과 전망대)
06:53 바위 너덜지대(산행주의)
06:59 1360봉
07:17 바위 너덜지대(산행주의)
07:28 저항령(산행팁-저항령 우측 200미터 지점에 식수로 사용 가능한 석간수,
길주의-우측 백담사 하산길과 좌측 저항령계곡 및 신흥사 하산길 버리고 직진이 대간길)
07:30 저항령에서 아침식사
08:32 암릉지대(산행주의)
08:54 연속 암릉구간(산행주의)
09:26 1250봉
09:47 암릉지대(산행주의)
10: 12 1178봉
10:42 바위 너덜지대(산행주의)
11:04 마등령(1327봉, 길주의-좌측 비선대와 신흥사 갈림길 버리고 우측이 대간길)
11:13 마등령삼거리(길주의-이곳에서 직진 나한봉 등로 버리고 우측 오세암 방향으로 내리막이 예정 산행로)
12:20 오세암(산행팁-좌측에 오세폭포 및 만경대)
12:31 수렴동대피소 갈림길(산행팁-우측길은 영시암으로 연결되고 좌측길은 수렴동대피소를 거쳐 영시암 도착)
13:26 영시암
13:35 수렴동계곡
13:01 곰골입구(길주의-우측 곰골을 통해 다시 마등령삼거리 올라가는 길 버리고 좌측이 예정 산행로)
14:12 길골입구(길주의-좌측 길골을 통해 저항령 오르는 길 버리고 좌측이 예정 산행로)
14:20 흑선동계곡 갈림길(길주의-좌측 흑선동계곡과 가는골 가는 길 버리고 우측 구용소 가는 길이 예정 산행로)
14:25 구용소 및 황장폭포
14:32 영산담
14:44 백담사(산행팁-이곳에서 셔틀버스를 이용해 용대리로 이동, 도보로 갈 경우 약 2시간 정도 예상)
15:35 용대리(산행종료)
황철봉에서 저항령으로 내려가며 종주대의 발길을 붙잡았던 거대한 바위너덜길
백두대간 대장정의 마지막을 이어주는 설악의 비경속에 내마음 내려 놓고
에필로그
어둠속 가시덤불이
온몸에 상채기를 내고
우거진 나뭇가지가 배낭을 붙잡고
자꾸만 가는길
막아선다.
그래도 신의 가호에 홀리듯
가야된다는 신념을 가지고
그 어둠을 넘어 어슴프레 열리는
하늘과 맞닿아 있는 마루금을
찾아 오른다.
어느 순간 좌측으로 빛나는
속초 시내의 야경이 시야에 들어오고
범법자가 되어 통과조차 못한 미시령 휴게소의 불빛이
저 멀리 희미해지는 순간 긴장이 풀리면서 마지막 구간을
향한 마루금 이어가기의 어려움이 두 어깨에
고통을 가중시키고 있다.
하지만 그 고통이 심해지고
견디기 어려워질수록 더욱 커가는 산사랑은
두꺼운 구름을 뚫고 솟아오르는 태양처럼
이 세상을 밝게 살아가는 또하나의
이유가 되기도 하겠지.
늘 반복되는
일출과 일몰 그리고 일상생활
그러나 산상에서 느끼는 감정은 늘 새롭게
인생을 채색하고 있다
바로 오늘 이 시간처럼.
어둠이 사라지며
서서히 드러나는 설악의 마지막 태극 무늬가
울산바위를 타고 속초 앞바다로 흘러 들어가는 모습에서
이나라 이 산하를 오르는 내 자신이
위대한 한인간으로 다시 태어나는
환희의 전율을 느낀다.
만나면 헤어지고
헤어짐은 곧 만남의 시작이라는
윤회를 상기시키지 않더라도 우리는
다시 만나기 위한 이별 연습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지.
도상거리 700여 킬로미터
1800리길을 돌고 돌아 그 마루금 끝자락을 부여잡고
오늘은 또 무엇을 버리고 갈 것인가 고민할 필요는 없겠지
그저 그 길을 묵묵히 걸었을 선답자들이 피눈물 흘리며
지나간 그 발자취 위에 내 작은 발자국 찍으며
가는 것이 곧 모든것을 버리는 것이
될 것이니.
늘 최선을 다해
생각했던 결과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지만
새로운 시작에 대한 두려움이 너무나 크기에
무결점의 완벽한 결과를 만들지 못하고
미완의 마무리를 향한 이 작은 마음에
오늘밤 그나마 작은 여유를
남겨 놓는 것이겠지.
하나 둘 채워지는 종주길에
비례해 커지는 아쉬움이 남아 있는 시간
사랑했던 백두대간 종주길에서의 인연을 소중히 생각하며
그 동안 이 작은 불청객으로 인해 잠못들고 방황했을
살아 있는 자연의 모든 산친구들에게
미안한 마음 전하는 것으로
에필로그를 대신해 본다.
긴세월 함께 입산해
즐기며 힘들어했던 종주대 여러분
앞으로 종주대 여러분들이 살아가는 시간동안 백두대간 산행에서
얻었던 소중한 경험들이 좀 더 자연을 사랑하고
자연 앞에 고개숙이는 멋진 산사람들이길
또한 바라면서 미완성의 갈무리를 위한
마지막 만남을 기다려 봅니다.
마등령 전망대에서 바라 본 환상의 공룡능선과 그 뒤로 대청봉과 화채봉도 보이고
산행후기
멀고도 험한 미시령 가는 길이지만 오늘 아니면 갈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자꾸만 이성을 억누르며 떨어지지 않는 발길을 재촉한다.
이렇게 백두대간 산행을 완주한다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우문을 던져 놓고선 혼자 고소를 지으며 그래도 가야한다는 현답으로 위안을 삼아본다.
어둠속 미시령 휴게소에서 빛나는 한줄기 불빛만이 백두대간 종주대의 고민을 공유하고
늘 반복되는 범법자가 되어가는 자신과 백두대간 산행을 완주해야 된다는 명제를 안고 갈등과 고민이 깊어 갈수록 어둠은 자꾸만 작은 산객을 품에 안고 그 넓은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다.
능선으로 오를수록 어둠속 미시령 휴게소의 불빛이 감시자가 되어 자꾸만 종주대의 목덜미를 잡아채는 듯 하다.
잡목과 수풀이 우거진 길도 없는 등로를 헤매이다 발견한 구세주의 손길이 여기에 반짝이고
출입금지를 시키면서도 야광봉을 심어 등로를 확인시켜 주는 고마운(?) 친절에 이율배반적인 무지의 극치를 보는 것 같아 씁쓸하다.
산하의 무법자인 멧돼지들이 훼손하는 자연을 방치하며 순수한 마음으로 우리 국토를 알아가려는 백두대간 종주대를 무슨 자연의 약탈자인양 감시하고 단속하는 형식적인 요식행위에 이제 진절머리가 날 것 같다.
종주대의 어려움을 아는지 모르는지 속초시내 야경은 오늘도 밤바다를 밝히고
쫏기는 신세이지만 인간과 자연이 빗어놓은 아름다운 야경을 못본체 지나기는 어려웠던 시간, 속초 시내를 밝히는 야경이 그래도 어둠으로 가득찼던 이 작은 산객을 위로해 주고 그 멀리 밝아오는 새벽 빛을 받아 가물거리는 작은 고깃배들의 모습에서 삶의 가치를 느낀다.
운해위로 떠오른 일출과 함께 고단했던 어둠속 시간을 고운 추억으로 남기고
고통과 크나큰 시련을 안겨준 새벽에 대한 보상이라도 해주려는 듯 두꺼운 운해를 뚫고 찬란히 떠오르는 동해 일출이 모든 어려움 극복하고 왜 내가 이 백두대간 산행을 완주해야 하는가에 대한 희망의 불빛이 되어 준다.
저 붉은 태양이 운해와 멀어지는 시간, 또 하루를 갈무리하며 위대했던 백두대간 종주대의 하루를 추억속에 담아 놓겠지.
1319봉을 오르며 바라본 마등령까지의 마루금과 그 뒤로 대청봉에서 우측으로 이어진 서북능선이 새벽을 열고
새벽 여명이 설악의 구석구석을 비추자 잠자던 대청봉과 그 줄기를 이어주는 화채능선 및 서북능선이 웅장한 자태 그대로를 숨김없이 드러내며 어둡고 침울했던 작은 종주대의 가슴에 꿈을 심어주고 있다.
오늘 걸어가야 할 마등령 능선도 대청봉 밑에 살포시 누워 아름다운 여인의 몸짓으로 종주대를 부르고 있다.
황철봉 오름길에 바라본 백두대간 마지막 구간인 고성쪽 마루금이 새벽안개를 품에 안고 잠들어 있고
장구한 세월 반복되는 일상처럼 어둠이 거치면 그 넓은 품으로 새벽안개를 품고 노을진 하늘빛을 먹으며 새로운 앨범을 넘기듯 하는 저 끝없는 능선을 다시 이 작은 발걸음으로 알현하러 가야겠지.
그때 저 장쾌한 능선은 나에게 무엇을 속삭여 줄련지...
황철봉에서 바라본 56번 지방도로와 용대리쪽 창암계곡에 물안개가 피어 오르는 모습
밤새 올라온 용대리 창암계곡의 물안개가 사라지면 이 종주대를 반기며 웃음으로 안아줄 저 깊은 계곡도 이 시간만큼은 조용히 때를 기다리는 사랑하는 여인의 가슴이 되어 침묵을 노래하고 있는 것이겠지.
마술처럼 피어났다 사라지는 새벽안개, 언제나 젊은 사나이 가슴을 울리는 여인의 뒷모습이 되어 오늘도 이 작은 산객의 마음을 애달프게 만들고 있다.
황철봉 정상석이 아침 햇살을 받아 반짝이고 있다
늘 동경의 대상이 되였던 황철봉, 무엇이 그리 숨어 있어야 하는 사연이 많이 있기에 구애하는 모든 사랑 물리치고 오늘도 도도한 자태로 아침 햇살만 받아들이고 있는 것인지.
그리도 애닯게 먼길 마다 않고 찾아 왔건만 오늘도 침묵으로 일관하고 사랑하는 산객들의 마음에 속시원한 답을 주지 않고 있다.
황철봉에서 저항령으로 내려가며 바라본 1250봉 앞 너덜에서 마등령 전 1178봉까지의 마루금 원경
자연이 빗어 놓은 오묘한 풍경에 그저 탄성만 지르다 목이 메이는 시간, 하늘을 향해 좀 더 가까이 다가가려 뾰족한 암봉을 만들어 보기도 하고 겁없이 하늘에 덤벼 들었다가 낙뢰를 맞고 산산조각이 되어 흩어진 양 온 산세를 뒤덮어 버린 바위너덜길이 오늘만큼은 모든 것 용서 받고 이 종주대와 하룻밤 풋사랑을 만들어 보자 다가오는 듯 하다.
아침식사를 즐긴 저항령의 풀밭 사이로 난 등로
고통이 지나면 희열이 다가오고 오르막이 잇으면 내리막이 기다리고 있듯이 어렵게 바위너덜길을 지나니 푸른 초원의 등로가 다가오는 가을빛을 물들이며 잠시 산객의 쉼터를 제공하고 있다.
그 누가 그리도 힘들게 하고 못살게 하였기에 이름조차도 저항령이라 했을까???
이름과 관계없이 쉼터를 만들어 준 저항령에서 안도와 평화의 온누리 찬가를 목놓아 불러본다.
저항령 지난 암봉에서 바라 본 너덜구간을 오르고 있는 종주대들
휴식도 잠시, 머리를 달구는 햇살의 열기를 받으며 집채보다 더 큰 바위너덜길을 수행하는 구도자가 되어 한발 두발 힘겹게 올라본다.
두발로 모자라 네발을 사용하며 마치 원시인이 되어 다시 자연의 품으로 안기듯 그렇게 바위너덜길과 사랑놀이를 열중해 본다.
저항령 지난 너덜 암봉에서 바라 본 귀때기청봉과 서북능선 원경
바위너덜길을 지나 고개 들어 하늘과 맞닿은 마루금을 바라보니 언뜻 온화한 어머니 품으로 아버지의 강인한 근육질 몸매를 자랑하듯 버티고 서 있는 귀때기청봉에 그 이름 무색하게 오늘은 바람 한점 불지 않는다.
그 마루금 넘어 가리봉 능선이 얼굴만 내민채 사나이 가슴에 애간장을 태우고 있다.
1250봉쪽 암벽과 그 암벽 사이에 뿌리 내린 식물들
떨어져 흘러내릴듯 위태하면서도 오랜세월 그 자리 지키며 정처없이 떠돌아 다니는 짚시의 보금자리가 되어 주는 멋진 바위에서 소중한 나눔의 미학과 끝이 없는 포용력의 철학을 배워본다.
바위에 뿌리내리고 삶을 이어가는 저 식물들도 영원한 동반자가 되어 외롭지 않는 시간이길 바라면서...
1250암봉에서 바라본 저항령계곡과 좌측의 울산바위 및 중앙의 달마봉 그리고 저 멀리 속초 청초호와 영랑호
늘 인간 냄새 풀풀나는 저 산자락 끝에서 올려 봤던 굴곡진 능선과 계곡이 오늘만큼은 이 작은 산객의 발밑에 놓여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모습으로 부끄러움을 감추려 든다.
전설이 깃든 울산바위와 달마봉 사이로 속초의 호수들과 바다가 드러나고 그 끝자락을 향해 태극 무늬를 완성하는 설악의 장쾌한 마루금도 숨을 죽이며 사라지고 있다.
1178봉을 우측으로 우회하며 바라보니 바위너덜 저 위에 조각상의 전시장이 서 있는 듯 하고
이제 좌측으로 솟아있는 암봉지대를 우측으로 우회하며 때로는 평탄한 숲길을 걸으며 인생을 생각해 본다.
굴곡이 심한 인생, 아주 평이하다 못해 밋밋한 인생, 모든 인생살이가 다르듯이 우리 종주대가 걸어 온 이길도 천차만별이다.
오늘은 굴곡이 심하면서 너덜이란 아주 새로운 길을 알려주고 있는 것이다.
첫경험의 짜릿함과 동시에 약간의 두려움을 가지고
동해안 가고오는길에 늘 속만 태우던 울산바위가 바로 손에 잡힐듯 다가오고
진행하다 문득 좌측을 바라보니 그리도 보여주길 거부하던 울산바위가 선명하게드러나고 그 오른쪽으로 저항령 계곡 넘어 달마봉이 우뚝 솟아있다.
그 두 봉우리 사이로 도시 사람들이 늘 동경하는 도시 속초가 아름답게 놓여있고 그 가장자리 한쪽을 출렁이는 바다가 접해 있다.
오른자만의 자랑이요 기쁨이 이런것이 아닐런지
1178봉에서 걸어온 능선을 뒤돌아 보니 1250봉과 저항령 그리고 황철봉이 선명하게 그 위용을 자랑하고
지나온 마루금이 언제 지났느냐며 그 거칠은 암봉 표면을 드러내고 고생했다며 손 흔들어 주고 작별의 아쉬움을 뒤로 하고 자꾸만 눈맞춤을 해 본다.
언제 다시 저 마루금을 밟아 볼 시간이나 올 것인지...
앞으로 올라야 할 마등령 능선의 암봉들과 바위너덜길이 숨가쁜 종주대의 가슴을 더욱 무겁게 만들고
지나온 능선만큼이나 높은 봉우리 만들어 남아있는 투혼 요구하는 마등령 가는 마루금이 심적 고통과 함께 오르고자 하는 의욕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같은 봉우리 같은 이름을 가졌건만 보는 각도에 따라 이렇게 달라질 수 있는 마루금, 인생살이도 동일하겠지...
이제 마등령과 그 오름길을 가로막고 있는 바위너덜길도 눈앞에 다가서고
이제 막바지 마등령 바위너덜길을 오르니 다시 좌측으로 그림같은 수채화가 그려져 있고 우측으로는 깊고 깊은 계곡 위로 너무나 아름다운 풍경화가 놓여 있다.
순하면서도 거칠고 거친듯 하면서도 부드러운 설악, 오늘 나누는 이 사랑이 마지막이 아닌 다른 시작을 알리는 출발선이 되길 간절히 바라보며...
마등령 오름 너덜길 바로 직전 전망대에서 바라본 달마봉과 속초시내 원경
달마를 닮아 달마봉이라 했던가...
설악에서 비켜나 있는 듯 하면서도 그 품에 안겨 고이잠든 아이처럼 조용히 속초를 지키고 있다.
달마가 부르면 언제든지 다시 달려가야 되겠지.
그때가 언제인지 기약없는 시간이라 할지라도
바위너덜길에 피로를 덜어주는 아름다운 낙엽송과 잘려나간 고사목
성난 이빨인지 아니면 정말 등뼈인지 무시무시한 암봉속에 눈을 편안하게 만들고 꿀같은 휴식을 안겨주는 푸른 낙엽송 사이로 잘려나간 고사목 한그루가 멋진 조화를 이루며 죽는다는 것이 죽음이 아닌 새로운 탄생임을 알려 주는 듯 하다
마등령 오름길에 끝도없이 펼쳐져 있던 바위 너덜길
이제 바위너덜 구간도 이것으로 끝이나고 다시 평상으로 돌아가 나무와 풀벌레와 그리고 이름모를 야생화에 안겨 아름다운 마무리를 해야 되는 시간이겠지.
백두대간 산행이 끝나며 마지막 남은 내설악의 경치에 취해나 볼까나...
마등령 정상부에서 바라 본 지나 온 암릉구간 및 저항령과 저 멀리 황철봉 능선이 한눈에 들어오고
숨이 가빠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는 지나온 마루금, 다시 뒤돌아 가라면 죽음을 불사하고 뒤돌아 갈 수 없는 그 길이기에 더욱 위대해 보일지도 모르지,
마등령 정상부에 무리지어 날아다니는 불개미는 무엇을 찾아 방황하고 있을까 ???
마등령을 넘자 황홀한 설악산 대청봉과 공룡능선이 대자연의 경외로움을 노래하고
이제 마지막 공룡과 대청과의 사랑이 끝나가니 더욱 진한 아쉬움이 밀려오며 좀 더 깊은 사랑을 느끼고 내려가라고 발길을 붙잡고 있다.
평생 이곳에 살면서 천년 만년 이어지는 사랑이나 한번 해봤으면 하는 바램을 담아본다
공룡 등뼈를 연상시키는 뽀족한 암봉들의 전시장 공룡능선
저 날카로운 등뼈를 올라타고 구름속 신선이 되였던 시간이 엊그제였는데 벌써 시간은 흘러 작별을 고해야 한다니...
늘 그 자리 지키고 그 위엄 간직해 주길 소원하며 저 뾰족한 암봉 끝자락에 내마음 살짝 올려 본다.
마등령 전망바위에서 바라본 1275봉과 범봉 그리고 천화대가 거친 남성미를 발산하고 그 넘어 화채봉이 조용하게 공룡능선을 굽어보고 있다.
야생화의 금고 화채능선, 눈으로 호사했으니 발자취 남길 수 있는 기회가 한번쯤 찾아 오길 기대하며 마음속으로 그 아름답고 신비스런 등로를 따라가 본다.
이 푸르름이 지워지는 시간, 하얀 도복으로 갈아입는 시간에 다시 한번 조우하자 무언의 약속을 남기며...
오세암 뜰에서 바라본 오세암과 암봉
가을이 되면 이 푸르름은 칼라풀한 형형색조가 되어 다양한 산객의 발걸음 만큼이나 다양한 모습으로 남아 있겠지.
그윽하게 울려퍼지는 풍경소리 들으며 밤벌레 노래하는 계절에 다시 한번 이 풍경을 담아낼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래본다
오세암에서 영시암으로 내려가며 바라본 수렴동계곡과 나무계단
청아한 계곡물소리를 들으며 말고 깨끗한 그 계곡물에 마음의 때를 닦아 본다.
수많은 산객과 이방인들이 솟아내는 소금끼와 먼지를 자연 순화시키며 말없이 흐르는 저 계곡물이야 말로 이 설악을 지키는 젖줄이 되어 왔겠지
영시암과 등로
잠시 조용한 암자의 뜰에 펼쳐진 평상에 다리 펴고 쉬어가는 시간,목마른 산객의 목축임을 위한 식수의 차가움이 뜨거워진 가슴을 촉촉히 적시고 있다.
자 이제 얼마남아 있지 않은 산행 날머리, 마지막 힘내 모두 무사히 내려갈 수 있기를 부처님 앞에 고개숙여 빌어 본다.
백담사로 향하는 넓은 임도를 가린 활엽수들과 그늘진 등로
드넓은 임도를 모두 덮고도 남아 있는 활엽수 길, 저 멀리 앞서 걸어가는 산우님은 이길을 걸으며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
꾸미지 않아도 그 순수한 아름다움이 저절로 배어나오는 이 시간 이곳이야말로 이 세상 최고의 비경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계곡에 쌓아 둔 돌탑들, 무슨 의미가 있는 듯 하였는데
하나 둘 정성스레 쌓아 올린 개울가 돌탑, 누가 무슨 연유로 쌓았는지는 모르겠지만 장마비에도 끄덕없이 저렇게 저 자리 지키고 있는 모습이 경외롭게 다가온다.
다가가 한번 더 눈길 주고 싶었지만 이기심으로 가득찬 가슴 한구석에 남아 있던 간사한 마음이 그것조차도 허락하질 않는다
백담사 안내도 및 설명판
이나라 최고 권력자에 의해 유명해진 백담사, 그저 평범한 시민들이 편하게 다녀가고 마음을 다스리는 산사이길 바라며 앞으로는 그런 이유가 아닌 평범한 우리들로 인해 유명세를 탈 수 있기를 기도해 본다.
백담사 들어가는 다리와 그 넘어 백담사 원경
이 다리를 건너면 다시 돌아오지 못하는 다리가 아닌 다시 이쪽으로 뒤돌아 나오는 시작점이 되길 바라며 장장 2년여 기간동안 단 한구간의 남겨둔 구간없이 완주하는 석불산대장님과 베짱이님의 투혼에 박수를 보내 드림니다.
오늘도 선두에서 수고해 주신 사하라 선등대장님, 늘 후미에서 고생하시는 설총님 그리고 부족한 살림살이에 마음 고생하시는 솜이총무님과 마지막으로 함께한 28인의 온누리 백두대간 전사님들, 무탈한 하산을 자축하며 다시 다음 구간에서 멋지게 마지막 퍼즐 조각을 맞춰볼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감사합니다.
백두대간 산행대장 칠갑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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