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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간제1차(산행완료)/백두대간 산행 후기

3450온누리 백두대간 제30차 한계령에서 조침령까지 산행 후기

by 칠갑산 사랑 2008. 7.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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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날짜 : 2008년 07월 18일부터 19일까지 (무박2일)

산행날씨 : 새벽에 흐렸고 짙은 안개 그리고 아침부터 가랑비로 인한 우중 산행을 했던 날씨

산행온도 : 새벽에 영상 13도에서 낮 최고 영상 17도

참가인원 : 3450온누리산악회 회원 총 29명(존칭생략) 칠갑산, 솜이, 청목, 왕언니, 산바람, 운산, 나마스테, 월척, 이철주, 풀뿌리, 진석이네, 여리, 고산자, 인연, 돌소리, 사강, 현우, 은지, 설총, 사하라, 도롱골, 자우롬, 겨울애, 기분존날, 베짱이, 태평천하, 아이비, 호산, 하이킹

산행코스 : 한계령-필례령-큰바위 전망대산-망대암산-점봉산-단목령-북암령-조침령

산행거리 : 23.10 Km, 접속구간 00.00 Km.

산행시간 : 선두 10시간 00분, 후미 11시간 00분

준비물 : 물 2.0 리타, 이온음료 0.8 리터, 아이스 커피 0.5 리터, 아침과 점심 밥, 반찬 3종류, 빵, 수저와 젓가락, 계절용 방수방풍의, 여름용 모자 2개, 땀수건, 목수건 3개, 헤드렌턴과 예비 건전지, 가위, 칼, 압박붕대, 에어파스, 구릅약, 디카 및 예비 건전지, 무전기 3대, 스틱 2개, 모발폰과 예비 건전지, 상세지도와 산행자료, 쓰레기 봉투 1개

버스에 두고 간 준비물 : 갈아 입을 옷 한 벌, 슬리퍼, 산행 후 먹을 삼겹살과 야채 등 일체

교통수단 : 40인승 대형버스 1대

            신평고속관광 양기중 기사님

산행시간7월 4일 23:00 사당역 출발

                       23:30 복정역 출발

             7월 5일 03:07 한계령 (산행 들머리)

                    03:15 필례령 (실질적인 산행 들머리, 입산 통제소)

                               암릉 암봉 및 고사목 지대 (산행주의)

                                1156봉 (길주의-희미한 좌측길 찾아 진행)전망바위

                                1158봉

                                산죽지대

                                930봉

                                12폭포 갈림길 (길주의-좌측 12폭포 계곡길 버리고 우측이 대간길)

                                산죽지대

                    06:25 큰바위 전망대산 (1236봉, 전망대 및 암봉 구간, 산행주의)

                                식수 있는 샘물 및 주목지대

                    07:32 점봉산 (1424.2봉, 길주의-우측 작은점봉산과 가칠봉길 버리고 좌측이 대간길)

                                홍포수막터 (산행팁-우측에 식수 구할 수 있는 샘물)

                                오색삼거리 (길주의-좌측 오색약수 하산길 버리고 우측이 대간길)

                                952봉 (길주의-952봉 직전 우측 가는골길 버리고 직진이 대간길)

                                972봉사거리 안부 (길주의-우측 가는골길 버리고 직진이 대간길)

                                920봉

                                856봉

                    10:06 단목령 (산행팁-우측에 샘물, 길주의-우측 방태천과 좌측 오색초교길 버리고 직진이 대간길)

                                잡목지대 지나

                                882봉

                                1020봉 (산행팁-노송 군락지)

                                10:56 북암령 (산행팁-우측에 샘물, 길주의-우측강선골과 방태천길 버리고 직진이 대간길)

                                1136봉 (산행팁-전망대)

                                암릉지대 (산행주의)

                                1138봉1000봉

                                962봉 (산행팁-우측으로 양양수력발전소 상부댐 및 풍력발전기)

                                1018봉

                                943봉 (산행팁-전망대)

                                900봉

                        13:17 조침령 이정석

                     13:25 조침령 (산행날머리)

 

 

아쉬움과 행복함이 함께했던 우중 산행 후기

 

 

에필로그

 

잘 못 부르는 노래이지만 입안 가득 퍼지는 양희은의 한계령을 부르며 시작한 산행

 

저 산은 내게 우지마라 우지마라 하고
발 아래 젖은 계곡 첩첩 산중
저 산은 내게 잊으라 잊어버리라 하고
내 가슴을 쓸어 내리네

 

아 그러나 한줄기 바람처럼 살다 가고파
이산 저산 눈물 구름 몰고 다니는 떠도는 바람처럼
저 산은 내게 내려가라 내려가라 하네
지친 내 어깨를 떠미네

 

자연이 빗어 놓은 최고의 걸작품

설악 그 설악에 안기는 기쁨도 잠시 숨박꼭질하며

어둠속에 올라야 하는 아쉬움이 산행내내

가슴을 적시는 시간이다

 

산죽밭과 암봉을 지나 희미하게 반짝이며

멀어지는 한계령 휴게소의 불빛과부끄러운듯 구름에 얼굴 파묻은 달빛에

이 산객의 마음도 내려 놓고하루의 새벽을 열어 본다

 

큰바위 전망산에 오르니

장쾌한 설악의 서북능이 춤추는 안개에 감기고

뾰족하게 자태를 드러낸 귀때기청봉이 오늘만큼은 힘없이 주저 앉아

보여주길 거부하며 대청봉으로 이어진 설악의 주능선이

하늘에 맞닿아 선계를 이룬다.

 

앞으로 올라야 할 점봉산이 여인의 부드러운 자태로 유혹하고

살아천년 죽어천년이란 주목이 발길 붙잡으며 그 아래 생명을 틔우는 야생화와 함께

갈길 바쁜 산객을 깨우고 있다

 

아름다운 전설이 깃든 울산바위와

만상을 이루고 있다는 만물상의 숨겨진 보물이

더욱 산객의 가슴을 태우며 쉽지 않은 대간 산행을

알려주고 있다.

 

푸른 등로를 타고 단목령에 도착해

자유스럽게 하늘을 선회하는 한마리 새를 쫒아 드디어 이 산객도

자연의 품에 안겨자유의 몸이 되어 본다.

 

천근만근 무거워진 몸뚱아리와는 달리 

설악에 안긴 마음만은 솜털이 되어 벌써 오늘이 아닌 내일을 꿈꾸며

희망가를 부르고 있다.

 

보이는 것 없는 거대 양수발전소를 지나니

고달픈 삶을 마감한 고사목 위에 또 다른 새생명이 자라며 가진것 없이 태어나

어떻게 돌아가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듯 하다.

 

모두 옛말이 되어 버린 새도 자고 간다는 조침령에서

하루를 마감하며 일탈의 묘한 여운을 마시고 그 여운속에

대장정의 종착역을 그려본다. 

 

 

 

죽음은 곧 다시 시작이려니...

 

 

산행후기

 

이제 길고도 멀었던 백두대간 대종주도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의 구간만을 남기고 우리나라 최고의 비경이 숨어 있는 설악과의 만남을 위해 떠나는 시간이다.만물상과 울산바위로 대변되는 남설악산 그리고 직접 족적을 남기고 돌아올 점봉산, 그저 이야기 나누고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가슴 벅찬 구간이건만 범법자의 죄명을 쓰지 않고는 다녀갈 수 없는 현실이 자꾸만 아쉬움을 키우는 시간이기도 하다.

 

안개에 덮혀 버린 큰바위 전망산의 원경

 

연일 들려오는 기상특보, 바다에서나 볼 수 있었던 갈매기를 이번에는 산상에서 그것도 가장 깊고 높다는 설악의 한복판에서 맞이해야 되는 심정이야 이루 말할 수 없는 슬품이 되어 뒤돌아 와 가슴을 때린다.

 

그래도 중단없이 가야하는 길이기에 총29명의 종주대와 함께 휘황찬란하지만 인간의 심성을 파괴하는 도심을 벗어나 자연의 품으로 안기기 위한 출발은 항상 가슴 설레이게 만든다.한계령 근처 남설악 휴게소에 들려 하루 종일 정성스럽게 만들어 준 옆지기의 닭죽으로 새벽 허기를 달래니 오늘은 참으로 멋지고 아름다운 새벽을 열어가는 기분으로 필례령에 도착한다.

 

 

2년전 찍은 사진으로 대체, 암봉에서 바라 본 한계령과 44번 지방 국도

 

한계령높이 1,004m이다. 인제와 양양 간 국도가 통한다.설악산국립공원에 속하는 고개로, 영동과 영서 지역의 분수령을 이룬다. 옛날에는 소동라령이나 오색령이라고 불렸으며 동해안 지역과 내륙지방을 잇는 교통의 요지가 되어왔다. 1971년 12월에 양양과 인제를 연결하는 넓은 포장도로가 고개 위로 뚫려 내설악 및 외설악의 천연관광자원 개발에도 크게 기여하게 되었다.

 

이 사진은 서북능선을 오르며 찍은 남설악 방향과 44번 지방도로

 

정식 백두대간 산행길은 한계령 휴게소에서 44번 지방국도를 좌측에 두고 1003.6봉을 타고 다시 44번 국도와 만나는 필례령에서 본격적인 남설악과의 만남을 시작하는 것이지만 오늘만큼은 그 짧은 구간 아니 시간이라도 아끼기 위해 직접 필례령 삼거리에서 소리소문없이 하차하여 빠르게 들머리로 향한다.

 

보름이 가까이 있는 기간이라 한밤중이지만 희미한 녹색 어둠이 반기고 들머리에서 잠시 인원 확인하는 동안 대형버스가 도착되고 그곳에서도 40여 밤의 전사들이 순식간에 도로를 메우는가 싶더니 금새 어둠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들머리로 들어가자 마자 잡은 고사목

 

처음부터 나타나는 된비알 급경사로 인해 출발 전부터 정체와 기다림이 시작되고 급한 마음과는 달리 기다려야 하는 산행의 현실은 그저 느림의 미학을 가리치려는 듯 보인다.구름에 가린 보름달의 희미한 빛을 받아 도로변에서 종주대를 인도하는 고사목 한그루가 바쁜 와중에도 그 옛날 달빛 아래 앉아 술한잔을 마시며 세상을 노래했던 이태백과 두보를 회상시켜주고 다 외우지 못한 그들의 시 한편으로 기다림을 대신해 보기도 한다.

 

흔적없는 등로와 산죽들

 

잠시 오르니 공원 지킴터가 보이고 그곳에서 좌측으로 크게 꺽어 잠시 세상과의 단절을 외치며 범법자의 도망자 신세를 자청해 본다.하고 싶고 쓰고 싶은 말은 많지만 앞으로 올라야 할 산군들도 많고 또 오랫동안 다녀야 할 산이기에 잠시 점봉산 지나 단목령까지의 상세 후기는 미루고 그저 가슴으로 느꼈던 짧은 생각으로 대신해 본다.어린 시절 친구들과 어울려 동해안하면 떠 올렸던 설악과 강릉 경포대, 그중에서도 울산바위와 만물상은 늘 젊은 사나이들의 가슴에 원대한 꿈과 이상을 담아주던 곳으로 아직도 남아 있다.

 

희미한 실루엣만 보이지만 여전히 아름다움을 뽐내고

 

오색의유래

훙포수막터 아래에 있는 오색은 오색화의 전설에서 기원한다.

부처의 가르침을 뜻하는 청색·황색·적색·백색·주황색이 "오색"이라는 지명을 얻은 유래가 되었다고 전해지며 오색석사 역시 같은 뜻을 가지고 세웠다고 전해지며 오색석사에 들리면 오색화을 볼 수 있다.

 

그 오묘하고 웅장한 산세며 암릉들 그리고 거기에 피어나던 환상의 운해를 바라보며 어딘지 이름도 모를 계곡에 앉아 밤새 술잔 기울이며 밤을 세웠던 그 시절, 지금 생각해 보면 그 계곡은 바로 흘림골과 주전골이였으리라.

 

주전골의 모습, 예전에 찍은 사진에서

 

술 기운이 오르면 차디찬 계곡물에 몸 한번 담그고 다시 세상 모든 시름 혼자 짊어지고 가는 고행승이 되어 잠못 들던 시절, 그 시절이나 지금이나 왜 밝은 대낮에는 그 많은 사연들이 봄눈 녹듯 사라지고 어둠속에 남아 고통스러워 하던 시간만이 전부인양 남아 있는지 모르겠지만 오늘도 이렇게 어둠을 밝히고 먼 발치에서라도 다시 찾아 볼 수 있음에 그저 감사한 마음 뿐이다.

 

 저 능선 밑으로 주전골이 있을 것인데...

 

주전골

설악산국립공원 남쪽에 있는 오색약수터에서 선녀탕을 거쳐 점봉산(1424봉) 서쪽 비탈에 이르는 계곡이다.

남설악의 큰 골 가운데 가장 수려한 계곡으로 계곡미와 가을 단풍으로 유명하다.

골이 깊어 한여름에도 한기를 느끼며 고래바위, 상투바위, 새눈바위, 여심바위, 부부바위, 오색석사, 선녀탕, 십이폭포, 용소폭포 등 곳곳에 기암괴석과 폭포가 이어져 풍광이 빼어나다.

 

주전골이란 이름은 용소폭포 입구에 있는 시루떡바위가 마치 엽전을 쌓아 놓은 것처럼 보여서 붙여진 이름이라고도 하고, 옛날 이 계곡에서 승려를 가장한 도둑 무리들이 위조 엽전을 만들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도 한다.

교통편은 한계령과 양양을 잇는 오색행 시외버스가 다닌다. 승용차로 가려면 한계리 민예단지 휴게소 앞 삼거리에서 한계령 쪽으로 25㎞ 가면 용소폭포 주차장이 나오고 주차장을 지나 오색온천 입구에서 우회전하면 오색약수 종합주차장이 나온다.

 

이런 사진만 올려야 하는 이 심정도 편하지 않고

 

그 누가 만들어 준 조림지대도 아닌데 치열한 삶의 현장에서 이기고 그자리에 터를 잡아 영역을 넓혀가는 산죽들이 간간히 보이는 거대한 수목 사이에서 자연의 조화를 이루는 모습에서 잊혀졌던 내 삶의 일부를 다시 찾으려는 시간이 되어 돌아 온다.

 

마음에 들지 않아도 가슴으로 몸으로 바짝 껴 안아야만 자신의 몸을 허락해 주는 거대한 암봉을 오르며 머리위에 살짝 모습을 드러내는 보름달에 오늘 이 시간 느끼는 아품과 절망과 고통을 모두 전해주고 그저 빈 가슴으로 하늘을 향한 끝없는 구애만이 소리없이 메아리치고 있다.

 

오늘만큼은 일출이 아닌 달빛을 찍어 본다

 

몸에 생기는 생채기보다 더욱 깊고 괴로운 마음의 생채기를 녹이며 얼굴과 등줄기를 타고 흐르는 짜디짠 땀방울을 마시며 암봉 정상에서 바라본 세상은 내 마음에 담아둔 회색빛 세상이 되어 시원한 바람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답답함만을 더욱 부채질 하고 있다.

 

수십길 낭떨어지가 바로 등로 옆에 길게 목 빼들고 영혼이 없는 산객을 기다리고 그 공포를 떨쳐버리고 오르락 내리락 하며 무사히 그 암릉을 벗어나자 구름속에 숨었던 달빛이 잠시 얼굴 내밀고 내 마음에 그 문을 열어 주고 있다.

 

여인의 넉넉한 품을 닮은 점봉산으로 가는 능선 

 

이제 완만한 등로따라 우거진 숲을 헤치니 거대암봉이 눈앞에 어른거리고 잠시 시원한 바람이 불어주는 안부에서 레드캡의 감시망에서 멀어졌음을 안도해 보지만 아직도 갈길이 먼 산객에게는 그저 쉬어도 쉬지 못하는 시간이 되고 있다.

 

 

거대암봉전망산(?)에 모여 있는 산우님들

 

거대암봉전망산(1234봉) 인제 동쪽 21km 지점, 양양 서쪽 18km 지점에 있다.태백산군 설악산 군봉 중의 하나로, 북동쪽에 최고봉인 대청봉(1708봉), 남쪽에 점봉산(1424봉), 남서쪽에 시선봉(1167봉) 등이 같은 산체 안에 있는 형제봉으로서 삼각형을 이루어 대좌하고 있다. 대청봉 북쪽의 한계령은 남쪽 대관령과 함께 영동과 영서 간 교통의 요로이며, 북동 산록에는 오색약수, 오색온천이 있어 휴양지로 알려져 있다. 산은 정상이 첨봉이고 망대암과 금표암 등 기암괴석으로 덮여 있다.소양강과 양양 남대천의 분수령으로서, 사면에서 발원하는 하천이 좁고 긴 협곡과 폭포, 벽담을 이룬 데다 삼림이 울창하여 설악산국립공원의 일부를 이룬다.

 

울산바위와 만물상 그리고 저 멀리 한가운데 보이듯 말듯한 귀때기청봉

 

거대암봉에서 바라보니 장쾌한 설악의 품이 너울춤을 추는 안개속에 사라졌다 나타나기를 반복하고 좌측으로부터 그 이름 하나 하나를 가슴에 깊게 새겨본다.10시 방향으로 가리봉이 주걱봉과 삼형제봉을 더 좌측으로 거느리고 위풍당당히 그 모습 들어내며 언제 한번 가리능선에서 다시 조우하자 따뜻한 눈빛으로 부르고 그 우측 11시 방향에선 볼때기도 날려버린다는 설악의 서북능선상의 가장 뾰족한 귀때기청봉이 3년전 기억을 뒤살리며 아쉬웠던 한번의 만남을 늘려보자 약속이라도 하려는듯 다가온다.

 

지나온 능선과 저 멀리 가리봉과 주걱봉 그리고 삼형제봉도 보이고

 

그 정 가운데에 울산바위와 만물상이 가깝게 보이지만 천상만화를 일으키는 자연의 조화에 그저 제한된 디카를 눌러대며 선명하지 못한 조망의 아쉬움을 안개춤사위에 날려버리며 그 품에 안길 수 있는 날을 기약해 본다.

 

저 구름과 안개속에 아주 희미하게 대청과 중청 그리고 끝청이 보이고

 

이제 눈을 1시방향으로 돌리니 더욱 희뿌연 안개가 하늘에 맞닿아 있는 대청과 중청을 다 가리지 못하고 그 주위를 맴돌고 그 한가운데에 우뚝 솟아 세상을 바라보는 아름다움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다.한동안 넋 나간 그대로 천지간도 분간하지 못하는 작은 미물이 되어 그 장엄한 자연의 변화에 순응해 보려 노력하는 순간이기도 하다.

 

오를때마다 찍었던 고사목 

 

다시 아름다운 여인의 앞가슴을 닮아 있는 어여쁜 점봉 능선을 타고 죽어천년 살아천년이란 주목지대를 지나며 장구한 세월 옷갖 세상풍상을 다 겪고도 굿굿하게 자리지키는 그 자태에 변함없는 기개를 발견하는 시간도 가져본다.

 

살아천년 죽어천년이란 주목

 

눈에 보이지 않는 미물에서 이 산야를 지배하는 멧돼지들에 이르기까지 온갖 생명체를 그 넉넉한 품에 담고 더욱 풍요롭게 만드는 그곳에 그 질서를 방해하는 방해자가 아닌 협력자로서 함께 할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도 해 본다.

 

잡풀과 잡목을 헤치며 오르다 아쉬운 마음에 뒤돌아 보면 다시 변화무쌍한 등로와 거대암봉이 새로운 모습으로 헤어지는 서운함을 노래하고 그 모습이 밟혀 자꾸만 서성이며 오름짓을 더디게 만든다.수많은 야생화의 화사한 모습 또한 발길을 붙잡는 여인이 되어 그렇게 시간을 즐기며 아쉬움을 달래본다.

 

고사목과 하늘 그리고 안개의 조화

 

조금 더 오르니 2년전 아름다운 단풍으로 치장했던 점봉산 정상이 이제는 푸르름으로 그 열정적인 가을 단풍을 준비하고 그곳에서 우리들은 다시 하나되는 여운을 담아 본다.

 

점봉산(1424봉) 한계령을 사이에 두고 설악산 대청봉과 마주보며 점붕산이라고도 한다.설악산국립공원 중 남설악의 중심이 되는 산으로, 설악산의 최고봉인 대청봉을 오르는 시발점이기도 하다. 북동쪽에 대청봉(1708봉)이 있고, 북서쪽에 가리봉(1519봉), 남서쪽에 가칠봉(1165봉) 등이 솟아 있다. 산의 동쪽 비탈면을 흘러내리는 물은 주전골을 이루어 오색약수를 지나 백암천에 합류한 뒤 양양의 남대천으로 흘러든다.

산자락에 12담계곡, 큰고래골, 오색약수터, 망월사, 성국사터 등 명소가 많으며, 오색약수를 거쳐 오르는 주전골은 단풍명소로서 흰 암반 위를 흐르는 계곡물과 단풍이 어우러져 매우 아름다운 풍경을 빚어낸다.
등산로는 약수터와 온천이 있는 오색에서 시작하고 정상에 오르면 대청봉, 가리봉 등 설악산의 영봉과 푸른 동해가 한눈에 들어온다.

 

이 한장의 사진으로 모든 어려움에 대한 보상을 받고

 

산 일대에 펼쳐진 원시림에는 전나무가 울창하고, 모데미풀, 엘레지, 바람꽃, 한계룡풀 등 갖가지 다양한 식물을 비롯하여 참나물, 곰취, 곤드레, 고비, 참취 등 다양한 산나물이 자생한다. 일명 천상의 화원으로 불리기도 한다. 특히 한반도 자생식물의 남북방한계선이 맞닿는 곳으로서 한반도 자생종의 20%에 해당하는 8백 54종의 식물이 자라고 있어 유네스코에서 생활권 보존구역으로 지정하기도 하였다. 주전골 성국사터에 보물 제497호인 양양오색리삼층석탑이 남아 있다. 

이 산은 조선시대에 산골짜기에서 어떤 사람이 몰래 엽전을 만들다가 들켰다고 하는데, 지금도 이 근처에서는 꽹과리 소리를 가리켜 ‘덤붕산 돈 닷 돈, 덤붕산 돈 닷 돈’ 한다고 한다.

이 산을 한자로는 점봉산(點峰山)이라고 하지만, 원래 둠 계통의 산이름인 덤붕이다. 아마도 다른 산에 비해 그리 험하지 않고 산머리가 둥글게 보여 이런 이름이 나왔으리라고 본다. 즉, 점봉산은 둥금(圓)의 뜻인 둠을 취했음을 그 산세를 보아서도 잘 알 수 있다는 이야기다. 그래선인지 덤붕산이나 둠붕산이란 이름이 그 산모습에 아주 잘 어울린다
.

누군가는 말했다. “설악이 화려한 재주와 마력을 두루 갖춘 대부쯤 된다고 보면 점봉은 속 깊고 온화한 여인의 품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굳이 국어 학자가 아니라도 덤붕산이 한자로 점봉산으로 소리옮김되었을 것이라는 데는 그리 어려움이 따르지 않는다.(백과사전과 운해님 글에서)

 

 

큰바위 암릉전망산과 그 넘어로 귀때기청봉과 대청이 아른거리고

 

현 시국을 말해주듯 구호도 독도로 정해 우렁한 목소리를 담아 사진 한장에 남기려는 열정과 나라 사랑이 바로 오늘 우리가 여기 오른 의미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다.아직도 범법자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한 몸들이기에 다시 입 다물고 조용히 그곳을 빠져 나와 이제부터는 잎이 넓은 활엽수와 노송이 섞여 있는 그늘진 등로를 타고 하산을 서둘러 본다.

 

홍포수막터 바로 위 포토 포인트에서 바라 본 큰바위 암릉 전망산 원경

 

홍포수막터

홍씨 성을 가진 사냥꾼이 살았다고 하여 홍포막수처로 불리고 있으나 실제로는 포수의 수발을 들던 수하가 홍포수 행세를 하며 마을에 들락거리자 사람들이 그를 포수로 착각하여 "홍포수"라 부른데서 연유하였다고 전해 져 온다.

 

무엇이 그리 어려워 자기 몸을 저리도 갈갈이 찢어 놨을까

 

가파른 등로를 타고 내려오니 벌써 배고품을 참지 못하는 산우님들은 허기 다랜 후 이어가자 아우성치고 약간의 위험부담은 있었지만 넓은 공터에 모여 하루의 체력을 만들어 갈 식단을 만들어 본다.걸죽한 농담과 맛난 음식 그리고 함께하는 우정이 어우러져 이 세상 최고의 시간을 만든 후 한두방울 떨어지기 시작하는 등로위를 미끄러지듯 흔적을 감춰 본다.

 

고산지대 특유의 미끈하지 못하고 가운데가 움푹 파인 거목들의 힘겨운 삶 앞에서 잠시 내 자신을 반추도 해보고 자연 그대로 자라나고 있는 야생의 산하에서 그 멋들어진 풍경에 탄성도 질러보는 시간이다.매500미터 마다 설치된 거리 이정표가 산행의 길잡이를 자청하고 어김없이 파헤쳐진 맷돼지들의 식흔에 자연의 무법자임을 다시 한번 실감해 본다.

 

멧돼지들의 식흔이 여기저기 널려있고

 

농담처럼 먹이 사슬을 다시 복원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면서도 호랑이와 같은 맹수들이 이곳에서 먹이 사슬의 최정점에 있다면 우리 산객들도 지금처럼 이렇게 편안한 마음으로 백두대간 산행을 이어갈 수 있을까 하는 걱정 또한 앞선다.

 

그렇다 하더라도 먹이 사슬을 바로잡고 자연을 원상 복귀시키는 일이야말로 이 산하에 최고의 선물은 아닐련지...함께 오랫동안 산행을 했지만 서로에게 많은 이야기 시간을 가져보지 못했던 산우님들과의 새로운 삶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어느새 단목령이다.

 

단목령의 모습

 

단목령

박달나무가 많은 곳이라 하여 "檀木嶺"이라 하며 순수 우리말은 박달령이다. 

그러나 이 곳에는 와전 된 이야기가 전해 져 오는 곳이기도 하다.

점봉산과 북악령 사이의 안부로 인제군 진동리와 양양군 오색을 넘나들던 고개로 1217년(고려고종4년) 김취려 장군이 거란군을 제천과 원주에서 추격하여 이 곳에서 격퇴하였다고 전해 져 오지만 김취려장군이 거란군을 격퇴한 장소는 제천의 박달령으로 문헌에 기록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 이곳은 박달나무가 많아 "박달령"이라 하는 것 같으며 박달나무 단(檀)과 나무 목(木)을 써 단목령이라  지명한 것으로 보인다. 

 

참고로 백두대간 상 남한구간에는 선달산과 옥돌봉 사이에 있는 박달령과 두타산과 청옥산 사이에 있는 박달령이 유명하며 밝고 큰 고개라 하여 "박달령"이란 지명을 가지고 있다.(운해님 글)

 

서서히 밀려오는 안개속에 이끼낀 바위가 오묘한 맛을 풍기고

 

몇해 전 추운 가을 날씨에 고운 단풍을 친구 삼아 처음 올라와 아침을 먹으며 추워 벌벌 떨었던 기억이 주마등처럼 스치며 그때와 많이도 변해 버린 단목령의 모습에서 세월의 무상함을 느껴본다.이제부터 그 누구의 간섭도 없이 마음 놓고 즐기며 조급한 마음 단목령에 내려 놓으니 이 세상 부러운 것 하나 없이 모두 내것이 되어 간다.

 

후미를 기다려 주는 선두의 배려와 그 선두의 배려에 답하며 굵은 땀방울 흘리는 후미의 노력이 공존하던 시간, 잠시 얼굴 한번 둘러보고 선두는 배낭 메고 다시 그 공터를 후미에게 넘겨준 후 바람처럼 산죽밭을 가른다.

 

나무에 달라붙어 자라고 있는 이끼의 모습

 

이제부터 그 선두를 따라 좀 빠르게 진행하니 제법 굵은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하고 잠시 우비를 입어야 하나 하고 갈등을 일으킨다.하지만 오늘은 시원하고 또 그렇게 많은 양의 비가 내릴 것 같지 않아 그냥 맞기로 결정한다.풀잎에 내려 앉은 빗방울이 점점 더 큰 방울이 되어 산객이 지나는 길목마다 등로를 적시며 또한 바짓가랑을 타고 살갗에 달라 붙지만 어짜피 처음부터 각오하고 온산행이다 보니 싫지만은 않은 느낌이다.

 

북암령 이정표

 

북암령 양양군 북암리와 인제군 진동리를 이어주는 고개로 북암리와 미천골의 선림원지 북쪽에 있는 암자의 이름에서 유래 했으며 다른 이름으로 "북애미"라고 부르기도 한다.

 

산죽밭의 사각거림과 청초한 야생화의 물머금은 미소를 따라 정신없이 선두를 뒤따르다 보니 어느새 북암령에 당도하고 여기에서 잠시 배낭 내려 물 한모금 마시며 단가는 흔적을 남겨 보지만 잡목 사이로 말없이 등로를 덮어가는 산안개의 빠른 움직임에 그저 흐릿한 모습만이 디카에 담긴다.

 

비에 젖은 산하에 안개가 밀려오며 새로운 세상을 만들고

 

가파른 된비알을 타고 올라 이제 제법 솟아지는 빗줄기를 피해 산행을 이어가다 보니 카메라의 작동 횟수도 줄어들고 특별한 조망이나 전망도 보이지 않는 등로이기에 꽤 속력이 붙어 있다.헉헉대는 숨소리가 커질쯤 다시 무명봉에 도착되고 숨 한번 크게 내쉬고 잠시 호흡 가다듬다 보면 다시 나타나는 된비알 오르막, 그래도 멈출 수 없는 발걸음은 자꾸만 조침령으로 치닫고 어느 넓은 마당 바위 위에 쉬어가며 남아 있는 간식으로 소모된 체력을 보충해 본다.

 

양수 발전소에서의 경고문이 붙어 있던 1018봉

 

국내 최대 양양 양수 발전소
강원도 양양군 서면 영덕리. 양양에서 홍천으로 가는 구룡령 자락에 자리잡은
 전형적 산골 마을이었다.
그런데 최근 너른 호수가 생겨나면서 풍경이 강촌으로 바뀌었다.

양수발전소로는 국내 최대 규모인 양양 양수발전소가 들어섰기 때문이다.

양양 양수발전소는 다양한 소규모 발전시설도 갖춰 눈길을 끌고 있다.
상부댐 주변에는 풍력발전기를 2개 설치했다.

용량은 1500㎾급으로, 1000가구분 전기를 생산한다.

또 하부댐에서 방류하는 물을 이용한 소수력발전소(용량 1400㎾)도 들어섰다 하부댐에는 대형 댐으로는 처음으로 물고기가 상류로 갈 수 있도록 어도도 만들었다.

 

포토 포인트에서의 선두팀

 

한동안 빗방울 맞으며 걷다보니 드디어 양양의 양수발전소 부근에 당도하고 섬뜩한 경고문을 옆에 두고 보이지 않는 발전소의 모습만을 상상으로 남겨본다.드디어 이정표가 서 있는 1018봉에 도착하니 시간은 12시 16분을 지나고 예상했던 11시간 보다 빨리 조침령 터널에 도착할 것 같다는 희망이 보이기 시작한다.

 

전망대이지만 보이는 것이 없고

 

새로 만들어 놓은 등산로 철봉과 로프를 타고 진행하자 사진을 찍고 전망도 구경할 수 있는 포토 포인트에 도착하지만 흩뿌리는 빗줄기와 세상을 삼켜버린 안개로 인해 이곳에 모여 있는 산우님들 얼굴 한번 찍어 드린 후 다시 빠른 걸음걸이로 목적지를 향해 전진해 본다.

 

한시간 가까이 얕으막한 능선을 타고 오르락 내리락하며 비에 훔뻑 젖어 무거워진 등산화를 이끌다 보니 어느새 나무데크가 나타나고 전망대가 보이기 시작한다.하지만 이곳에서도 보이는 것은 없고 단지 조침령 임도를 따라 넘어가는 작은 임도만이 안개를 치우고 산객을 반갑게 맞이해 주고 있다.

 

조침령가는 마지막 나무 데크

 

잠시 전망 팔각정에 올라 사진으로만 남기고 나무데크를 타고 내려가니 지난회차 반갑게 만났던 조침령 이정석이 변함없는 반가움으로 맞이해 주고 그곳에서 마지막 남아 있는 간식 모두 털어내고 양양 터널 앞 계곡에 몸을 맡기니 또 한구간 무사히 완주했다는 안도감이 밀려오며 적당한 계곡물이 언제 다시 만나느냐며 애교로 몸을 안아주고 있다.

 

조침령 이정석

 

한명 두명 쏙쏙 도착하는 산우님들의 웃음 띤 얼굴을 바라보며 모두 하산 후 말끔한 신사숙녀가 되어 운치있는 다리 밑에 자리 펴고 우리들만의 세상에서 우리들만의 시간으로 길었지만 짧게 느껴진 하루를 마감해 본다.

 

늘 선두에서 리딩하며 후미를 위해 배려해 주시는 사하라 리딩대장님께 무한한 감사를 드리며 후미에서 질주 본능 억제하며 수고해 주신 설총님과 산바람님의 봉사에도 큰 박수 보내 드림니다.

 

조침령 터널쪽 도로 전경

 

삼겹살 파티를 위해 늘 많은 수고를 해 주는 옆지기 써누님의 수고에도 감사를 표하며 홍어무침으로 그 맛을 더해 준 겨울애님의 대간 사랑에도 고마운 마음 전해 드림니다.

 

무엇이 그리 좋은지 사재를 털어 수건 한장씩 돌리신 솜이 총무님께 감사 드리며 오늘 처음 백두대간 산행에 참여하여 고생하신 아이비님과 호산님의 투혼에도 큰 박수 보내 드림니다.

 

늘 함께 가까이에 있기에 자주 말씀은 못 드렸지만 백두대간 종주대 여러분, 감사 드리며 진심으로 고마운 마음 전합니다.

 

평범함 속의 아름다운 자연

 

이제 얼마 남아 있지 않은 진부령, 그곳에 우리들의 발길을 올리고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그 순간까지 무탈하게 이어온 산행의 대미를 장식할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하며 후기글을 대신합니다.

 

모두 고생 많이 하셨으며 고맙습니다.

 

백두대간 산행대장 칠갑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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