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지 : 강원도 인제군 상남면과 홍천군 내면의 숫돌봉에서 방태산과 깃대봉 일대
산행날자 : 2008년 8월 27일
산행날씨 : 예측불허의 새벽에 농무와 이슬비, 아침에 농무와 가랑비, 정오부터 맑고 구름 많았고 오후부터 쾌청
산행인원 : 칠갑산 나 홀로
산행코스 : 강원도 살둔마을 생둔1교와 2교 사이-숫돌봉(1104봉)-침석봉(1321봉)-동침석봉(1324봉)-개인산(1341봉)-구룡덕봉(1388봉)-주억봉(1444봉)-배달은석(1416봉)-깃대봉(1436봉)-배달은석-한니동-개인약수-약수산장-아스팔트 차도-미산리승두촌(산행종료)-칠전1교까지 도보-지나는 차량 이용해 살둔산장으로 회귀-산행종료
산행거리 : 약 28 Km
산행시간 : 13시간 (산행 21 Km 및 아스팔트 도보 약 7 Km)
지옥과 천당을 오고 간 방태산 연계산행의 황홀함
우리나라에서 가장 산세가 험하고 계곡이 깊다는 방태산, 백두대간이나 정맥길에서도 벗어나 있고 거리도 만만찮은 오지이다 보니 생각보다 자주 갈 수 없는 산군중의 하나가 되어 있는 곳이다.
언제부터인가 백두대간 마루금을 오르면서 내가 올랐던 마루금을 옆에 솟아있는 산군들을 걸으며 바라보는 모습은 또 어떤 모습일까 궁금해하면서 제일 먼저 머릿속에 떠오른 산군이 바로 방태산 종주이다.
또한 방태산하면 늘 한여름 피서산행지나 한겨울의 심설 산행만을 떠올리게 되는 것이 싫어 그 두계절을 피해 한번 올라보고 싶은 생각도 많이 작용했을지도 모르겠다.
야생화의 보고답게 수많은 야생화로 뒤덮혔던 방태산 산행 등로에서 만난 금강초롱
많은 등산객들이 이용하여 복잡한 인제군 기린면의 방태산자연휴양림쪽 적가리골이나 대골 그리고 너무나 잘 알려진 아침가리골을 피하기 위한 산행을 계획했는지도 모르겠다.
모든 산행자료 준비하고 산행들머리와 날씨까지 꼼꼼히 확인한 후 26일 밤 11시 30여분 느긋한 마음으로 애마를 몰아 강원도로 떠나 본다.
오늘 산행 들머리인 홍천 살둔마을에 무사히 도착하고
늘 주말이면 그렇게도 막히는 도로도 오늘만큼은 한가하게 급할 것 없는 산객을 맞아주고 규정속도와 신호를 모두 잘 준수하며 여유있게 달렸지만 홍천의 살둔마을에 도착하니 이제 새벽 2시 20여분이다.
살둔마을 이정표를 지나 생둔2교를 건너자 다시 살둔산장 이정표가 반기고 생둔1교 바로직전 좌측으로 살둔민박 주차장에 애마를 주차시키고 잠시 잠을 청해 본다.
맑고 풍부한 수량을 자랑하는 내린천의 모습
오는 길 미산리로 들어오면서 차창밖에서 들리는 굉음이 이곳까지 따라오고 그곳이 바로 내린천이란 사실을 알고는 있었지만 꼭두새벽에 홀로 그 소리를 듣고 있자니 소름이 돋아날 정도로 추위가 엄습해 온다.
몇일전까지만 해도 많은 피서인파로 복잡하고 시끄러웠을 이곳도 이제 밤에 한기를 느끼는 계절이다 보니 이 애마 한대만이 그 넓은 주차장을 지키고 있다.
초등학교 분교가 폐교되어 현재는 살둔민박집으로 이용되고 있는 이 건물 앞에 애마를 주차시키고
새벽 4시 눈을 뜨고 산행 준비를 위해 일어나니 이게 왠일인가??? 차창엔 온통 빗물이 고여 있고 와이퍼를 작동해도 금새 밖이 보이지 않을 정도의 농무와 안개비가 내리고 있는 것이 아닌가.
분명 오늘 이곳 지방은 구름만 많이 끼일 것이란 예보였는데 난감해 진다.
살둔산장과 생둔2교쪽을 바라보며 찍은 사진
산에 들기에는 비옷과 스패츠가 없어 준비가 미흡하고 뒤돌아 가기에는 지난 밤 홀로온 시간이 너무 아까운 순간, 잠시 고민하다 밖으로 나와 확인하곤 산에 들기로 최종 결심한다.
다만 한가지 특수 방수 웃옷을 챙겼기에 그나마 다행이며 오늘 다시 한번 산행을 위한 계절별 완벽한 준비물을 생각하며 배워본다.
특히 요즈음처럼 안개가 잦은 날씨에는 어떤 경우라도 스패츠는 필수이리라.
안개와 이슬비 그리고 어둠으로 산행 들머리 찾는데 시간 좀 허비하고
산행 준비 후 애마를 빠져 나온 시간 새벽 4시, 헤드렌턴 불빛이 짙은 안개로 산란을 일으켜 한치앞을 바라보기 힘든 상황, 높은 산세와 깊은 계곡 그리고 풍부한 수량을 이곳 날씨를 통해서도 랑 수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이다.
잠시 방향 감각을 잃고 엉뚱하게도 도로를 가로질러 살둔산장쪽으로 내려가 보지만 그곳은 내친천이 휘돌아 감고 돌아 올라 갈 수 있는 산이 없는 것인 것을...
한 10여분 동네 강아지들의 울부짓음을 들으며 한바퀴 돌고 나와 다시 지도와 나침을 들고 방향 감각을 찾아보고 산행 들머리쪽으로 이동해 본다.
하지만 어둠과 농무속에 아무리 둘러 보아도 들머리 찾기가 쉽지 않고 마지막으로 다른 등산객의 산행기를 들여다 본 후에야 드디어 도로 좌측으로 묵고 있는 밭을 찾아내곤 잠시 올라 들머리를 찾아 본다.
드디어 정상적인 들머리 찾아 오르는 시간 새벽 5시, 이 사진은 산행 후 찍은 사진
하얀 띠지들이 나풀거려 올라 보지만 등산 띠지와는 관계없는 산주가 나무 보호를 위해 매달아 놓은 띠지였으며 그 뒤로는 굵은 로프가 입산금지를 알리려는듯 빙 둘러쳐져 있다.
등산바지와 등산화가 벌써 흠뻑 젖어버리고 다시 도로로 내려와 써치라이트 모드를 작동시켜 한동안 주의깊게 살펴본 후 드디어 정상적인 산행 띠지를 발견하곤 첫발을 내딛는 시간 새벽 5시.
잠시 올라 촉촉한 등로옆을 채우고 있는 메마른 산죽길도 지나고
안개와 이슬비로 인해 완전히 젖어 있는 등로가 금새 우중 산행의 생쥐꼴을 만들지만 뾰족하게 달리 방법이 없기에 그저 흐르는 땀과 함께 빗물인지 눈물인지 모를 액체속에 자신을 적시고 있다.
좌우측으로 들려오는 성난 내린천 계곡물이 이 세상 집어 삼킬 듯 우렁차게 흐르고 올라야 할 등로엔 비에 젖어 더욱 푸르게 보이는 활엽수들과 어둠을 더욱 부채질하는 안개만이 올로 외롭게 오르는 이 산객의 등줄기에 더욱 많은 땀방울을 솟아나게 만들고 있다.
서서히 날이 밝아오며 천상천하 황홀한 운해쇼가 펼쳐지고
가끔 나타나는 개구리인지 두꺼비인지에도 서로가 깜짝 놀라며 가슴 진정시키는 시간이 필요한 순간, 왜 이런 고생을 사서하는지 내가 내자신에게 물어보지만 우매한 질문이란 답변만 메아리져 들려온다.
한시간 가까이 급하지는 않지만 계속 이어지는 완만한 오르막을 오르다 보니 서서히 날이 밝아오며 천상천하 가장 아름답다는 새벽 운해가 산마루에 걸쳐져 있고 소나무 가지 사이로 보이는 그 모습이 마치 하늘에 떠 있는 선녀로 보일만큼 이 가슴 들뜨게 만든다.
날씨가 맑았다면 더욱 예쁜 모습으로 보였을 금강송들
아직 이슬비가 내려 디카 사용이 망설여지지만 이 순간을 놓치면 다시 후회될 것 같아 몇컷 남겨 본다.
바라보니 저 멀리 봉우리 하나가 보이고 아마도 숫돌봉이 아닐까 생각해 보지만 내리는 비로 인해 지도를 확인하기를 포기한다.
다시 얼마를 올랐을까, 잡풀로 뒤덮힌 넓은 공터에 다다르고 잠시 안개비가 멈춘 사이 그곳에 피어난 야생화 몇 송이를 찍은 후 다시 물방울이 우두둑 떨어지는 좁은 등로를 타고 산행을 이어가 본다.
바람이라도 불면 높은 활엽수에 맺혀있던 이슬과 이슬비가 낙수물 소리를 내며 이 산객을 더욱 힘들게 만들고 그 흔들리는 바람의 장단에 맞춰 내 몰골도 말이 아닌 모습으로 변해감을 느낀다.
그래도 두려움과 외로움을 떨쳐버리려 열심히 오르다 보니 어느덧 숫돌봉 정상 부근이다.
넓은 공터에 피어 있던 물먹은 야생화도 담아보고
좌측으로 나 있는 우회길을 따르려다 언제 다시 오를수 있을지 기약 없는 걸음걸이이기에 우측 정상으로 오르니 잡목을 제거하여 쉬기 편하게 만들어져 있으나 그 사이 관리가 안되어 다시 잡목들이 그 정상을 채우고 있다.
언뜻 우측 계곡쪽을 바라보니, 입이 벌어질 정도의 환상의 운해가 펼쳐져 있다.
잠시 안개와 안개비가 걷히면서 힘들게 오른 자만이 누릴 수 있는 자연이 만들어 낼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을 선사하고 있는 것이다.
숫돌봉에서 바라보니 월둔쪽 계곡이 온통 운해로 뒤덮혀 있어 신비를 자아낸다
정신없이 몇장의 사진을 찍고 지도를 꺼내 살펴보니 홍천의 월둔골과 골말 그리고 453번 지방도로를 덮고 있는 하얀 운해쇼가 펼쳐져 있는 것이다.
언제 다시 날씨의 방해가 있을지 몰라 다시 몇장 더 아름다운 모습 남기고 뒤돌아 내려와 한동안 젖은 등로를 걷다 보니 한가지 아쉬움이 남는다.
아무 이정표도 없기에 그 잡목 사이 어디엔가 숨어 있을 삼각점을 찾아 보고 오지 못한 아쉬움이 크지만 어쩔 수 없이 그냥 진행해 본다.
이제 날이 완전히 밝아오며 주위의 산군들이 가끔 얼굴을 내밀고 등로에 자연스럽게 피어난 아름다운 야생화가 웃음으로 인사 건네니 어둠속 홀로가는 길보다는 훨씬 풍요로운 마음이다.
어둠속에 반갑게 얼굴 내민 요상하게 생긴 나무 뿌리와 파아란 이끼
가던 길 잠시 멈춰 아름답지만 요란스럽지 않은 야생화를 담아 보기도 하고 비틀리고 가라지면서도 자연에 순응하며 생명력을 이어가는 나무들의 삶도 반추하며 그렇게 잠시 소강상태를 보이는 짖궂은 날씨를 즐겨 본다.
다시 앞을 가리는 안개를 원망하며 그저 맞는지 틀리는지 헷갈리는 등로를 따라 그저 아무 생각없이 걷다보니 어느새 커다란 바위가 앞을 가로막고 그 암봉을 다시 좌측으로 우회하여 오르니 우측으로 그 암봉을 오르는 희미한 길이 하나 나 있다.
서침석봉이라 생각되던 암봉들, 우회하여 지나친다
아마도 이곳이 서침석봉이 아닐까 생각되어 지는 봉우리이지만 올라가 본들 안개로 인해 보이는 것이 전혀 없기에 물한모금 마신 후 곧바로 좌측 등로를 타고 한동안 걸어 본다.
그러고 보니 홀로 하는 산행에 보이는 것이 없기에 다른 선답자들보다 무척 빠르게 올랐다는 느낌이다.
이 시간 아침 7시 13분.
전망바위에 올라 보지만 안개로 인해 이런 고사목만 디카에 담기고
이미 일출이 되였건만 해는 보이지 않고 그저 바람에 쓸려 다니는 짙은 안개만이 오늘의 친구가 되어준다.
이제 평이한 등로를 따라 진행하니 밥상도 치우지 못한 멧돼지들의 식흔이 자주 목격되고 이 산하의 무법자로 전락한 그들의 초법적인 자연 훼손이 안따까운 마음을 더해 준다.
잠시 더 오르니 좌측에 전망바위가 보여 오르지만 역시 안개의 방해로 그저 농무속에 고고히 서 있는 고사목만 담아 내려온다.
짙은 안개속에 홀로 길찾기 어려웠지만 이 삼각점을 보고 얼마나 반가워했던지, 침석봉 정상이다
얼마나 지났을까 ???
갑자기 농무가 심해지며 다시 방행 감각을 잃고 잠시 서성이다 안개비를 피해 간신히 지도와 나침판을 꺼내 독도를 해 보지만 틀림없이 이길이 맞는다는 생각이다.
다시 발걸음 재촉하니 완만한 등로를 타고 넓은 공터로 되어 있는 봉우리에 안착한다.
그때는 잘 모라했는데 지금 생각하니 아마도 그곳이 침석봉(동침석봉이라고도 한다)이지 않았나 싶다.
원시림답게 예상하지 못한 이끼와 식물이 등로옆 바위에 붙어 생명을 이어가고
분명 하늘을 보면 왼쪽에 해가 떠 있는듯이 보이지만 독도를 해 보면 좌측은 서쪽이고 동쪽은 우측에 자리잡고 있다.
헷갈리게 매달려 있는 띠지들을 모두 확인하고 다시 주위를 살펴 드디어 삼각점을 찾아내곤 얼마나 기뻐했던지.
한동안 머물고 그 봉우리 넘어 등로를 이어가 본다.
이제 조금씩 날이 개이면서 등로도 구별하기 쉬울 정도의 알맞은 산행 조건을 만들어 준다.
잠시 완만한 산행 이어가니 바위틈에 원시림에서나 볼 수 있음직한 예쁘고 파아란 이끼가 나풀거리고 그 모습 지나칠 수 없어 다시 한장 남겨 본다.
월둔쪽 마을만 남기고 모두 감춰버린 안개
칼날 등로를 타고 진행하다 문득 우측을 바라보니 다시 너무나 환상의 운해쇼가 그곳에 펼쳐져 있다.
우거진 수림을 헤치고 조심하여 바위 전망대에 오르니 천상천하 이런 아름다움이 또 다시 가능할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산객의 발길을 붙잡는다.
지도를 꺼내 확인해 보니 이곳도 홍천의 골말과 월둔골쯤 되어 보인다.
너무나 깨끗한 마을 풍경 뒤로 운해를 가득 이고 있는 고봉들이 마치 병풍을 둘러쳐 있는듯한 착각을 일으키고 있다.
아무리 바빠도 잠시 쉬면서 많은 사진 남기고 완만한 등로를 따라 개인산으로 향한다.
아쉬움만 남긴 개인산 정상, 아무 표식도 없이 그저 많은 가지를 펼친 저 나무 하나가 외롭게 정상을 지키고
하늘을 가리는 울창한 수림과 물기를 머금은 촉촉한 등로 그리고 바람에 실려 이리저리 춤을 추고 있는 운해, 새벽의 두려움과 외로움을 벌써 사라진지 오래고 너무나 많은 산친구들과 이야기 나누다 보니 어느덧 열가닥 활엽수 한그루가 정상을 지키고 있는 개인산이다.
이 시간 아침 8시 50분, 생각보다 무척 빠르게 올랐다는 생각에 잠시 물한모금 마시며 주위를 살펴보지만 전망은 전혀 없다.
지자체의 좀 더 세심한 관리를 요청해 본다.
이제 등로는 야생화가 뒤덮고 짧아지는 햇살을 받아 후대를 남기려는 보이지 않는 치열한 삶의 터전이 되어 있고 조금 더 지나니 키 작은 산죽이 푸르름을 과시하듯 등로를 메우고 있다.
비에 젖은 산죽이 더욱 푸르게 다가오고
한동안 디카 작동시켜 이름은 모르지만 많은 야생화를 담고 가끔 후답자들을 위한 띠지도 걸어 놓으며 여유롭게 진행하니 살아천년 죽어천년이란 주목 몇 그루가 산객을 유혹하고 있다.
다시 젖어 있는 디카 꺼내 그 모습 담고 셀카를 작동시키지만 본인의 모습을 담는데는 실패하고 만다.
구룡덕봉 오르는 첫 임도를 만나지만 왜그리 가랑비는 줄기차게 내리던지, 빗방울까지 잡혔다
아침 9시를 넘겨 한동안 특징없는 등로를 따라 진행하니 드디어 구룡덕봉 오르는 임도를 만나게 되지만 이곳에서 난데없이 굵은 빗방울이 떨어지며 이 작은 산객의 마음을 조급하게 만들고 다시 한번 갈등속으로 밀어 넣는다.
이미 등산화속에서는 철지난 개구리 울음소리가 들리기 시작하고 우중 산행에 대비한 준비도 없이 이 굵은 빗속을 헤치며 완주한다 한들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하는 고심의 시간이다.
늦은 아침을 해결한 구룡덕봉 가는 넓은 임도, 왜 그리 비는 솟아지던지
하지만 달리 방법이 없기에 일단 그 비를 맞으며 구룡덕봉 정상까지 오른 후 다시 생각해 보자 마음 먹고 오르니 좌측으로 넓은 공터가 보이고 주위엔 온통 야생화 천국이다.
아무리 비가 내린다 한들 허기를 달래지 않고는 갈 수 없는 노릇이기에 다시 빗줄기가 가늘어진 틈을 타 재빨리 늦은 아침을 해결해 본다.
진정 왜 산에 들어오는가 그리고 왜 이 고통을 참으며 고독을 씹어야 하는가 하고 다시 많은 질문을 던져 보지만 확실한 답은 없다.
그저 마음으로 느끼고 가슴으로 채우는 열정이 있기에 오르겠지라는 메아리만 뒤돌아 올뿐.
구룡덕봉가는 임도엔 많은 차량 바퀴자국이 선명하고 살펴보니 페러글라이딩을 즐기려는 사람들이 통행한 모습
식사를 끝내니 다시 짙은 안개와 안개비가 부슬부슬 내리고 빠른 걸음걸이로 완만한 오르막 임도를 타고 오르니 좀 더 넓은 차가 다닐 수 있는 임도가 나타나고 자세히 살펴보니 페러글라이딩을 즐기려는 사람들이 차를 몰아 올라오는 도로처럼 보인다.
벌써 몇 가닥의 차바퀴 자국도 보이지만 이 안개속에 사람이 올라왔을리는 만무하고 지난날 올랐던 흔적이겠지.
문명의 이기와 자연보호라는 병립할 수 없는 근복적인 문제에 다시 부딪혀 머리가 아파오지만 시원한 결론이 없기에 그저 지금 이 상태의 자연이라도 있는 그대로 보존될 수 있기만을 기대하고 바랄뿐이다.
안개 자욱한 구룡덕봉 정상에서 배낭과 스틱을 놓고
민둥산으로 이루워진 구룡덕봉 정상 가는길에 비를 피할 장소도 없고 바람을 피할 공간도 없기에 계속 전진하니 다시 헬기장이 보이고 인공 통신 시설물들이 시야에 들어온다.
하지만 이곳에서 뜻하지 않게 추위가 엄습해 오면서 몸을 지탱하기 힘이 들 정도로 어려운 산행 조건을 만들어 준다.
옷 한벌을 다시 꺼내 젖은 등산복 위에 걸치고 그 위에 다시 젖은 방수옷을 덧입으니 그나마 조금 참을만 하다.
하지만 정상에 올랐어도 보이는 것이 없고 그저 하얀 안개 세상이다 보니 서운하고 아쉬운 마음 한가득이다.
한동안 머물며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조망이 터지길 기다려 보지만 안개가 전혀 물러갈 기미조차 보이지 않기에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 옮겨본다.
앞으로 가야할 주억봉쪽 등로도 찍어 보고, 야생화 천국이 따로 없다
다행이도 이곳에서 부터 비가 멈추고 간간히 구름 사이로 햇살이 반기는 날씨에 안도하며 계속 종주 산행을 이어가는 것으로 결심해 본다.
잠시 구룡덕봉에서 진행하니 다시 멋진 주목 몇그루가 산객을 반기고 그 모습 정성그레 담은 후 앞으로 이어가니 이제 조금씩 안개가 엷어지며 수려한 방태산 줄기를 보여주기 시작한다.
언제 어디에서 만나도 그 고고함을 잃지 않고 당당히 자리 지키고 있는 주목
우측 적가리골 방향은 아직도 농무에 가려 모습이 드러나지 않지만 미산계곡쪽은 확연히 안개가 걷히면서 다시 환상의 세계로 이 외로운 산객을 인도하고 있다.
그래도 적가리골 우측으로 솟아 있는 1249봉 아래로 희미하게나마 적가리골의 원경이 살짝 보이고 그것을 놓치지 않으려는 산객의 몸부림에 바람마저 불어주며 사진 몇컷 찍어가라 소원을 들어주는 듯 하다.
천상만화를 일으키는 안개속에 적가리골쪽 원경도 잡아보고
10시 50분 드디어 우측으로 방동리 하산 갈림길에 도착하여 배낭 내려 놓은 후 잠시 쉬어 간다.
많은 띠지들이 나풀거리고 그곳에 내가 속한 산악회 띠지도 하나 예쁘게 달아 놓은 후 주위 경관을 살피지만 아직도 보여주기를 거부하는 방태산 마루금을 아쉬워 하며 추위를 피해 다시 그곳을 떠나 본다.
우측으로 방동리 하산 갈림길이 있는 삼거리에서 셀카 작동시켜 한장 남기고
꽤 가파라지는 주억봉 오름길에 잠시 멈춰 뒤돌아 보니 이제 완연하게 안개가 사라지며 지나온 능선길이 희미하게 보이고 좌측으로 미산리 방행도 제법 그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이다.
마침 햇살도 두꺼운 구름 사이를 비집고 나와 주위를 밝히니 이제사 제법 산행하는 묘미를 느껴본다.
방태산 주억봉 바로 아래 공터에서 바라본 지나온 능선 및 미산계곡쪽 원경
주억봉 정상 바로 아래 좌측으로 작은 공터가 있어 그곳에 들어가 바라 본 미산계곡쪽 원경이 참으로 아름답다.
바람결에 춤을 추며 순간적인 변화를 일으키는 안개가 온 세상을 자유자제로 바꾸며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황홀한 풍경을 선사해 주고 있다.
드디어 방산태 주억봉에 안착하고
그래도 올라야 하는 길, 다시 조금 더 오르니 드디어 방태산 주억봉 정상이다.
정상은 이곳에서 10여미터 위쪽에 자리잡고 있지만 이곳에 넓은 공터를 만들고 또 정상 표시기도 이곳에 세워 놓았다.
다시 배낭 내려 간식과 과일을 먹으며 젖은 옷가지도 말릴 겸 한동안 편안한 휴식을 가져 본다.
전망이 트이는 아름다운 방태산의 모습을 기대하면서.
미산리쪽 마루금과 깊은 계곡 원경
잠시 쉬고 있는데 오늘 처음으로 부부 산객 두명이 올라온다.
그분들도 오늘 새벽 일찍 서울에서 출발해 방태산자연휴양림쪽에서 올라오시는 길이라며 비에 젖은 등산복을 보이며 기상천을 나무라고 계신다.
그분들과 서로 사진을 찍어준 후 과일을 나누고 먼저 보내 드린다.
방태산 자연휴양림과 적가리골쪽은 아직도 짙은 안개에 묻혀있고
11시 30여분 이건만 아직도 식사를 못했다며 정상부 적가리골이 잘 보이는 전망바위에서 식사를 즐기시는 모습을 바라보고 산객은 주억봉 주위의 야생화를 친구삼아 잠시 세상 시름 덜어 본다.
산상화원이란 표현이 적당하려는지, 주위에는 온갖 야생화가 곱게 피어 물기 머금고 그 신비한 자태를 뽐내기 바쁘다.
그저 바라보고 가슴으로 느끼는 아름다움을 어찌 글로 다 쓸수 있으련지...
아름다운 야생화도 다시 담아보고
남서쪽으로 내린천 넘어 맹현봉 능선이 아스라이 펼쳐지고 그 위로 하얀 안개가 넘실거린다.
그 안개로 솟아 오른 아름다운 능선이 햇살을 받아 반짝이고 그 넘어 저 멀리 끝도 없이 펼쳐진 켭켭 산들이 하늘금에 맞닿아 환상의 세상을 보여주고 있다.
안개 넘어 맹형봉 능선도 아스라이 보이고
다만 아쉬움이 있다면 방금 전 지나온 구룡덕봉 능선과 동쪽으로 저 멀리 가칠봉과 이어진 백두대간 마루금이 아직도 흰 안개속에 묻혀 보이질 않는다는 사실이다.
저 마루금을 보기 위해 밤새 달려 왔건만 보지 못하고 떠나야 하는 산객의 마음이 무겁다.
두 부부가 식사하는 자리를 지나며 인사 나누고 다시 홀로 하는 산행을 이어간다.
주억봉 정상부를 다시 한번 살펴보고
정상쪽 잡목을 헤치고 잠시 바라보니 앞으로 올라야할 능선이 부드럽게 다가오지만 작은 무명봉에 가려 배달은석과 깃대봉은 보이질 않는다.
다시 부드러운 능선을 타고 작은 무명봉을 넘자 좌측으로 미산계곡 갈림길이 나타나고 사진 한장 찍은 후 다시 배달은석으로 전진해 나아간다.
이곳에서 부터 완전히 날씨가 개이면서 일망무제 거칠것 없는 방태산 주능선이 나타나고 주위 산군들이 시원하게 눈앞에 펼쳐진다.
지나온 주억봉도 보이지만 그 넘어 있을 구룡덕봉은 아직도 이 산객에 보여주길 거부하고 있다.
지나온 주억봉 능선이 너무나 아름답게 누워있고
쉼없이 좌우측으로 펼쳐진 거대한 산군들을 음미하며 작은 바위 암릉과 고사목 지대를 넘으니 다시 좌측으로 한니동 계곡 하산 갈림길이 나타나고 띠지 하나 걸어 놓은 채 배달은석으로 향한다.
자꾸만 지체되는 산행시간 그리고 환상의 주위 조망과 뒤돌아 보면 금새 따라 올 것 같은 주억봉이 한폭의 그림으로 남아 있다.
우측으로 백두대간 마루금과 연결된 산군들
이제 막바지 힘을 모아 된비알 오르니 다시 일망무제 거칠것 없는 환상의 세계가 반기고 선계와 하늘금이 맞닿아 고생하며 진행한 오늘의 산행에 대한 큰 선물을 주고 있다.
배달은석을 지나 깃대봉 가는길에 좌측으로 한니동 계곡쪽 능선이 너무 예뻐 잠시 발걸음 멈추고 감상한 후 주위에 널려 있는 야생화를 친구삼아 간식 시간을 가져 본다.
혼자 느끼고 감사하는 그 그림같은 풍경이 그저 안타깝고 아쉬울 뿐이다.
간간이 암봉이 섞여 있는 배달은석 원경
이제 마지막 봉인 깃대봉을 오른 후 다시 뒤돌아 내려와 배달은석을 넘어 우측으로 한니동 계곡 갈림길에 안착하니 시간은 13시 53분을 가리키고 있다.
2시간 남짓이면 하산이 가능할 것 같아 무리해서라도 개인약수를 들리기로 결정한다.
작은 등로를 타고 하산하는 길에 산악회에서 왓다는 몇명의 등산객을 만나 등로 이야기를 전해 주지만 리딩하는 자의 고집이 강해 그만 포기하고 하산길을 서둘러 본다.
배달은석과 깃대봉 사이의 암봉 사이로 바라 본 미산계곡쪽 원경
한니동계곡으로 내려가는 것을 포기하고 좌측 능선을 넘어 등로도 보이지 않는 산속을 걷다보니 금새 개인약수로 빠지는 마른 계곡이 보이고 그 계곡을 타고 조금 더 하산하니 계곡물 흐르는 청아한 소리가 들리면서 개인약수에 도착한다.
철을 녹인 용광로속 쇳물처럼 붉은 빛을 띠고 솟아나는 개인약수
좌우 양쪽 계곡에서 흘러 내려오는 물이 만나는 합수지점에 위치한 개인약수, 약수물이 나오는 곳에는 붉게 변해버린 수로가 보이고 그곳에서 거품을 물고 약수물이 조금씩 솟아나고 있다.
천연사이다보다 진한 맛을 느끼며 한바가지의 약수를 마신 후 물통을 모두 비워 그 약수를 담아 본다.
너무나 아름다웠던 내린천 최상류 지점인 대개인동 계곡과 이끼
그곳에서 부터 내린천 최상류의 계곡을 따라 끝도 없이 펼쳐진 자갈 너덜길을 타고 내려오며 수많은 작은 무명폭포와 소들을 담은 후 드디어 개인산장에 무사히 도착한다.
하지만 이곳에서 참으로 난감한 이야기를 전해 듣고 모든것 포기하고 느긋한 마음으로 계곡물에 들어가 땀을 닦아 본다.
차도까지는 포장도로로 약 5 Km 남짓, 빨리 걷는다 해도 약 1시간 이상 소요되는 무지막지한 거리인 것이다.
몸의 소금끼를 닦아낸 개인산장 옆 계곡물
몸 닦은 후 새옷으로 갈아 입고 흙이며 먼지를 털어낸 후 다시 그 포장도로를 타고 한없이 내려오니 마지막 고통이 다리에 실려 오지만 그동안 못 보았던 고봉의 방태산과 끝이 보이지 않는 깊은 계곡을 몸소 체험하는 시간이기에 그저 즐거운 마음만 한아름 가득 담아 내려온다.
몇대의 자가용이 지나며 태워달라 손흔들지 않는 모습을 이상하게 생각하는지 멈칫멈칫 지나가지만 차에 오르고 싶은 마음이 사라진지 오래다.
개인산장에서 차도로 하산하며 바라본 왼쪽의 깃대봉과 안개를 이고 있는 배달은석봉
차도 가까이 내려오자 북동쪽 저 멀리 배달은석과 깃대봉이 머리에 하얀 두건을 쓰고 수고했다며 손을 흔들어 주고 있다.
드디어 미산대교에 도착해 사진 몇장 남기고 그 다리를 건너 삼거리 민박집 앞에 도착하니 그곳에서 모여 막걸리 한잔씩 나누던 할아버지들이 불러 시원한 막걸리 한잔을 주신다.
미산대교와 내린천
너무 고마운 인사를 드리고 지나가는 차를 기다리지만 통행하는 차량이 없어 다시 생둔교를 향해 도보를 실시한다.
약 2 Km 정도 지났을까 자가용 한대가 올라오고 손을 드니 반갑게 태워주며 오래된 지기처럼 즐겁게 미소짓는다.
고마운 마음 전해 드리고 다시 산행 들머리인 생둔교에 도착, 애마로 달려가니 저녁 18시 22분을 지나고 있다.
손수 자가용으로 픽업 써비스를 해준 고마운 아저씨, 개인적인 프라이버시 때문에 이렇게만 찍었다
한가지 위안이 되는 것은 새벽 오르면서 안개와 어둠으로 전혀 느끼지 못했던 숫돌봉 오르는 능선이 서산으로 기울어 가는 햇살을 받아 반짝이며 이 산객의 가슴에 오랫동안 지워지지 않을 영상을 선물하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애마를 몰아 인제군 상남을 거쳐 홍천군 내면으로 돌아오는 길에 너무나 빨간 일몰을 바라보며 사진 한장 남기니 갑자기 허기가 밀려오며 하루의 무사 완주를 자축해 본다.
새벽에 올랐던 숫돌봉 가는 능선도 이렇게 활짝 드러나고
남아 있는 간식으로 배를 채우고 뻥 뚫린 도로를 타고 집에 안착하니 밤 9시를 조금 넘긴 시간이다.
장장 22시간 동안 멀고도 험했던 방태산 종주 산행을 마친 후 밀려오는 피곤을 이슬이 한잔으로 갈무리하고 단잠에 빠지니 고단하지만 행복했던 하루의 영원한 추억이 되였다.
홍천 내면으로 돌아 나오는 길에 본 일몰 모습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칠갑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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