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지 : 강원도 태백시 도계읍의 이끼폭포와 삼척의 미인폭포 그리고 한국의 그랜드 캐넌 통리협곡
산행날자 : 2008년 8월 12일
산행인원 : 칠갑산 포함 3450온누리산악회 회원 8명
산행날씨 : 흐리고 점심에 국지성 폭우, 오후에는 계속 가랑비 및 귀가길 다시 국지성 폭우
산행코스 : 무건리 이끼폭포 : 소재말-무건리 이끼폭포-원점회귀-산행종료
심포리 미인폭포 : 혜성사 주차장-혜성사-미인폭포 및 그랜드 캐넌-원점회귀-산행종료
산행시간 : 5시간 20분 (두 폭포 모두 둘러본 시간, 중간에 차량 이동 시간 약 20분 포함)
산행거리 : 약 7.00 Km (두 폭포 모두 둘러보기)
교통편 : 자가용 2대, 서울 사당역 출발-경부고속도로-영동고속도로-중앙고속도로-제천IC-영월-태백-도계읍-하고사리역 부근 고사리버스정류장-무건리쪽 석회광산-이장님댁 앞까지 차량으로 이동-무건리 이끼폭포 산행 후 이장님댁 원점 회귀-차량으로 삼척 심포리 혜성사 주차장으로 이동-혜성사-심포리 미인폭포 및 한국의 그랜드 캐넌 협곡 산행-원점 회귀-도계읍-영월-제천-제천IC-중앙고속도로-영동고속도로-중부고속도로-서울 사당역 도착
총 소요시간 : 14시간 40분 (07:00 - 21:40)
숨어 있던 비경의 이끼폭포와 미인폭포에서 환상을 노래한 하루
무건리 이끼폭포의 하단부 모습
한여름 무더위를 피해 유명세를 타고 있는 북적이는 산행을 뒤로하고 다시 찾아 나선 오지산행과 계곡 트래킹의 재미에 한동안 빠져 본다.인터넷을 찾다가 언제부터 한번 다녀오리라 마음 먹었던 삼척 통리 계곡에 대한 자료를 준비하다 알게된 미인폭포와 이끼폭포, 두 폭포 모두 자신에게는 생소하고 또 자주 갈 수 없는 오지쪽에 있다보니 아직 둘러보지 못한 아쉬움에 홀로가는 산행보다는 함께하는 산우님들을 모시고 다녀오리라 생각하고 공지를 올려본다.
통리협곡 내에 있는 미인폭포 전경
생각보다 많은 참여 인원에 내 자신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있는데 알고보니 얼마 전 어느 TV 방송을 타고 방영된 이후 부쩍 많은 등산객들과 사진작가들의 방문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곳중의 하나가 되면서 유명세를 타고 있다는 사실을 나중에야 알게 되였다.공지 전 알았다면 물론 그곳을 산행지로 정하지도 않았을 것이지만 기왕지사 올려 놓은 공지이니 즐거운 마음으로 다녀오자 생각을 바꿔본다.
영월에서 두문동재를 지나 태백 가는 길의 통리재에서 바라 본 통리협곡 원경
또한가지 더 큰 수확은 그곳 육백산에서 육백지맥이 시작되며 생각보다 오지 능선을 타고 꽤 많은 구간을 산행하여야만 완주할 수 있다는 새로운 사실과 바로 아래쪽에 그 유명한 응봉산과 덕풍계곡이 자리하고 있다는 사실이리라.언젠가는 그곳 능선위에도 모두 자신의 발자취 남기며 둘러보는 기회가 있기를 간절히 바라며 서울을 출발해 본다.
이끼폭포 가는길에 바라 본 핏대봉 원경
간밤에 무섭도록 사납게 울리는 굉음의 천둥과 번개를 동반한 국지성 폭우로 잠못들며 진행여부를 고민했지만 어짜피 계획된 산행이기에 무조건 출발한다.빗방울이 잦아들며 제천을 지나 영월로 들어서니 내리던 빗줄기는 어느새 달아나고 뜨거운 햇살이 대지를 녹이며 아직도 한여름의 무더운 열기를 발산하고 있다.
통리재에서 바라 본 도계쪽 원경
영월에서 태백을 지나며 바라본 백두대간 마루금과 두문동재 터널이 벌써 아스라이 옛 추억이 되어가는 지난 겨울의 고통스런 대간산행에 대한 추억을 들추고 바람에 큰 날개를 돌리는 풍력발전기가 다시 이국적인 풍경을 선사할 쯤 도계읍이 내려다 보이는 고갯마루 즉 통리재(720 고도)에서 통리협곡의 작은 조망이 산객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통리재에서 바라 본 통리협곡의 또 다른 모습과 고랭지 채소밭도 보이고
그 옛날 영동지방을 가기 위해 달렸던 영동고속도로 같이 뱀이 똬리를 틀고 있는 형상이라 이곳 주민들은 강원도 사투리로 때베이재로 불렀다는 통리재에서 바라 본 통리 협곡과 동쪽으로 아늑하게 자리잡은 도계읍이 그림처럼 펼쳐져 있다.그 협곡이 바로 통리협곡으로 규모는 작지만 한국의 그랜드 캐넌이라 불리워지는 계곡, 푸르디 푸른 초록 사이로 붉은 절벽의 암봉이 보이고 그 아래 수십길 낭떨어지 협곡이 자리하고 있다.
이끼폭포 가는 길에 바라 본 고전적인 벌통도 보이고
잠시 정차하여 멋진 사진 디카에 담고 산우님들과 추억 만든 후 하고사리역 부근 무건리로 통하는 작은 시멘트 도로를 타고 석회광산을 지나니 바리게이트가 쳐져 있는 무건리 이장님댁 집앞이다.이 시간 오전 11시 50여분.
이끼폭포 가는 길에 바라 본 동해쪽 낙동정맥 마루금들
간단히 배낭 둘러메고 시멘트 임도를 따라 한동안 올라가니 S자 형으로 굽은 고갯마루에서 금새 시멘트 도로는 끝이나고 이제부터 넓은 흙길의 임도를 따라 두어채의 집을 지나니 드디어 임도가 끝이나며 우측으로 이끼폭포 가는 소로 등로가 나타난다.그곳 약수터 있는 그늘에서 잠시 휴식 취하며 준비한 과일로 목 축인 후 그늘진 등로를 타고 청아한 계곡물 소리가 들리는 가파른 계곡으로 이끼폭포를 찾아 나선다.
이끼폭포 가는길에 노송 사이로 너무나 아름다웠던 파아란 하늘과 하얀 구름
임도를 타고 가는 길에 본 핏대봉이 마치 여인의 앞가슴을 연상 시키고 그 줄기를 타고 내려와 아름답고 신비한 이끼폭포를 빗어 놓은 것이다.그 아래 저 멀리 신기리쪽 깊은 골짜기가 과거에 이곳이 얼마나 깊고 험한 곳이였나를 알려주기라도 하듯 푸른 여름옷을 입고 끝도 없이 펼쳐진 마루금과 계곡의 굴곡만 보여주고 있을 뿐이다.
이런 오지에도 그 옛날 화전민들이 살았던 흔적이 보이고
간간히 보이는 적송과 해송이 그 산하에 아름다움을 더하고 그렇게 한시간여 오르내림을 게속하니 어느덧 하늘을 가리면서 어둠침침한 울창한 숲 그대로의 자연이 이끼폭포의 신비함을 감추기라도 하듯 조심스럽게 조금씩 등로를 열어 주고 있다.
임도 옆 사면을 모두 점령해 버린 칡넝쿨, 마치 밭에 콩을 심어 놓은듯 보인다
다만 지난 여름 왔을 때보다 훨씬 넓어진 등로와 안전로프가 마음을 아프게 자극하는 것은 아마도 이 이끼폭포도 조만간 손상을 입어 보지나 못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안타까움일 것이다.벌써 대형 버스 한대를 타고 온 등산객들이 이끼폭포를 점령하고 점심을 먹으며 고요한 정적을 깨고 있다.
드디어 이끼폭포 하단부와 용소에 도착해 처음으로 대면하고
그 등산객들의 소음과는 달리 눈 앞에 펼쳐진 이끼폭포의 신비함이 오감을 자극하고 잠시 기다리며 디카에 담아가기 바쁘다.벌써 몇몇 산우님들은 더위를 이기지 못하고 그 맑고 투명하며 소름이 끼칠듯한 소에 몸을 맡기고 이 세상 최고의 피서를 즐기고 또 다른 산우님들은 작품 사진 한장이라도 더 남기고자 열심히 디키 셔터 누르기 바쁜 시간이다.
이끼하단폭포의 수량이 많은 우측 부분 전경
10여미터 조금 안되는 하단 폭포의 이끼는 약간은 누런색으로 기대했던 것보다 좋은 상태는 아니였지만 계곡을 건너 흘러 내리는 또 다른 작은 계곡의 이끼는 짙초록의 아름다운 빛깔을 발하며 적은 수량을 전혀 아쉬워 하지 않고 있다.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한공간을 공유하다 보니 그곳조차도 좁게 느껴지고 그 혼잡함을 피해 로프 사다리를 타고 위쪽 이끼폭포로 올라가 본다.
사다리를 타고 올라 바라본 협곡 속 이끼상단폭포 전경
거대한 암봉 사이에 협곡처럼 계곡이 만들어져 있고 그 사이를 흐르는 계곡물은 시원하다 못한 얼음장처럼 차갑고 대기의 무더운 열기와 혼합되면서 너무나 아름다운 물안개를 피워내 그곳 협곡의 신비함을 더해 주고 있다.
디카에 모두 담지 못하는 아쉽고 실망스런 사진에 안타까움을 남기며 다시 그 협곡을 타고 조금 더 안으로 들어가니 보이는 그곳이 바로 무릉도원이요 이 세상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을 것 같은 최고의 이끼세상이 되어 있다.
이끼상단폭포의 왼쪽부, 동굴속 맑은물이 용소로 모이는 모습과 주위의 이끼들
많은 수량이 흐르는 계곡 끝자락 왼쪽의 어두컴컴한 동굴에서도 몇줄기의 물줄기가 뿜어져 나오며 좁지만 깊은 소를 만들어 에머랄드 빛 계곡물을 한가득 채우고 흘려 보내며 그 우측 이끼폭포로 연결되는 바위에는 푸르다 못해 진녹색의 두꺼운 이끼가 마치 파아란 양탄자를 덮어 놓은듯 모든 바위를 채색하고 있다.
이끼상단폭포의 전경
그 우측 바위 위로는 계곡 주 물길이 흐르며 그 물줄기를 제외한 모든 부분을 다시 파아란 이끼들이 힘겹게 다가온 산객의 마음을 일순간 멈추게 만든다.두 가닥의 물줄기 사이에 엷은 햇살이 들어오고 그 햇살을 받은 이끼의 색깔은 진초록으로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환상의 세계를 만들어 주위의 진녹색 이끼들과 아름다운 하모니를 만들어 더 이상 숨을 쉴 수 없는 비경을 만들어 놓았다.
이끼상단폭포의 오른쪽 협곡과 고사목 한그루
다만 수많은 사람들 발길에 닳아지고 없어진 바위 위 이끼들의 생채기에 마음이 아파옴은 이 산객 혼자만의 생각일련지...다시 우측으로 눈길을 돌리니 협곡에 걸쳐진 고사목 하나가 눈길을 붙잡고 그 옆으로 깍아 지른듯한 절벽이 또한 살아 있는 생명체의 접근을 완벽하게 차단하고 있는 듯 보인다.
이끼폭포 상단부 전경
많은 시간 그곳에 머물며 가슴에 묻어 둔 찌든 때 벗겨 낸 후 조심스럽게 다가가 만져보니 이제까지 느끼지 못했던 또 다른 촉감이 거칠면서도 부드럽게 뇌리 한구석이 깊은 채취를 남긴다.다만 아쉬움이 있다면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져본 그 느낌 그 풍경을 그대로 담아 낼 수 없는 카메라가 안타까울 뿐이다.한시라도 빨리 좋은 카메라 한대 장만하여 좀 더 근사한 사진으로라도 남겨야 되겠다는 생각 뿐이다.
이끼폭포 상단의 모습과 시원한 물줄기
먼 훗날 다시 찾아 와서도 저 멋지고 아름다우며 신비스럽기까지 한 이끼들을 볼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하며 아쉬운 발길을 돌린다.오늘 새롭게 느낀 이끼폭포의 절경에 조만간 다시 평창 장전리와 두타산 이끼계곡 그리고 봉화의 백천계곡을 찾아 볼까 계획을 잡아본다.
상단폭포에서 바라본 하단폭포쪽 용소와 산우님들
다시 내려와 계곡물에 발을 담그니 흐르던 땀방울이 금새 마르고 한기가 느껴지기 시작할 쯤 협곡을 타고 다시 하단 폭포로 조심스럽게 다가간다.벌써 내려간 산우님들 모습 디카에 담은 후 안전 로프를 타고 하단 폭포에서 다시 멋진 추억을 만들며 허기진 배를 채울 준비를 한다.
하단폭포 우측의 수량이 적은 계곡의 이끼들
하지만 이때부터 갑작스레 내리기 시작하는 국지성 폭우로 인해 바위틈 좁은 공간에서 빗물에 밥 말아 먹으며 또 다른 추억 하나를 더한 후 계곡 트래킹을 포기하고 왔던 길 뒤돌아 내려가기로 한다.생각보다 많은 시간 지체하며 즐기고 놀다보니 벌써 시간은 오후 2시 30여분을 넘기고 그곳을 빠져 나와 축축히 젖어 있는 미끄러운 등로를 타고 다시 임도로 올라온다.
떠나기전 국지성 호우속에 간신히 담은 사진들
지루하지만 전혀 지루하지 않은 임도를 타고 내려가다 바라보니 금새 안개로 덮혀 버린 마루금이 다시 거역할 수 없는 대자연의 아름다움을 노래하고 깊은 계곡에서 계속 피어 오르는 물안개와 마루금을 감싸고 있는 산안개의 조화에 마냥 어린아이가 되어 신나게 내려가 본다.저 멀리 신기리쪽 마루금에 걸려 있는 너무나 맑고 멋진 운해에 취해 다시 한동안 무심으로 돌아갔다 걸음걸이 이어가니 드디어 무건리 이장님댁 앞이다.
이끼폭포에서 하산길에 바라 본 들머리쪽 계곡과 운해
그곳에 사시는 아주머니 한분과 짧은 대화이지만 현재 이곳이 얼마나 힘이 들고 귀찮으며 어려운 상황인지를 배울 수 있는 시간이 되기도 한다.그곳 주민들에게 도움이나 이익되는 것 하나 없이 매일 수많은 인파와 등산객들 그리고 사진작가들이 들이 닥치며 조금씩 훼손시키는 자연에 대한 연민과 그곳 주민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와 직접적인 이익이 될 수 있는 방법이 강구되지 않는 한 조만간 많은 문제점들이 노출되지 않을까 조심스레 혼자 생각에 잠겨 보기도 해 본다.
이끼폭포 가는 들머리에 있던 석회동굴 (석회암을 파낸 인공적인 동굴이다)
다시 주차된 애마를 몰아 석회광산으로 뒤돌아 나오며 거대한 석회암 동굴 앞에서 다녀간 흔적 한장씩 남기고 도계를 넘어 태백 가는 길에 덕풍계곡 가는 왼쪽 길을 타고 삼척의 미인폭포로 향한다.잠시 더 진행하니 좌측으로 미인폭포와 혜성사 입간판이 보이고 그 좁은 길을 타고 진행하니 자가용 서너대를 주차시킬 수 있는 작은 공간이 나타난다.
이제부터 미인폭포와 통리협곡이다
그곳에 주차 후 다시 푸른 등로를 타고 혜성사를 통과해 미인폭포에 도착하니 이곳에 또 하나의 무릉도원이 있음을 실감하게 된다.30여 미터 이상되는 거대한 폭포가 전해져 오는 전설과는 달리 너무나 웅장하면서도 아름다운 모습으로 산객을 맞이하고 가랑비가 계속 내리는 여기에서도 영원히 잊지 못할 추억 만들기에 바쁘다.
혜성사 지나 미인폭포로 가면서 바라본 전경
하나의 거대한 폭포이지만 자세히 살펴보니 세 부분으로 나눌 수 있는 폭포, 최 상단에선 좁은 물길이 용솟음 치듯 빠르고 거대하게 그 아래 중간 폭포로 흘려 보내고 그 중간 폭포에서는 좀 더 넓게 그 물줄기를 만들어 턱진 바위에서 흐름을 한번 바꾼 후 하단폭포에 도착될 쯤 그 폭포수가 흩어지며 바위의 넓은 표면적에 흰 도화지를 도배하듯 부드럽게 소로 안착하고 있다.
안개로 인해 그 멋진 통리협곡을 보지 못하는 안타까움이 배어나고
보고 또 봐도 질리지 않는 그곳에서 한동안 휴식 취하며 많은 사진 찍고 주위를 둘러보니 안개의 훼방으로 보이지 않은 협곡이 야속하기만 하다.미국의 거대한 협곡을 닮았다는 한국의 그랜드 캐넌, 미인폭포를 둘러 싼 암릉의 모습들이 범상치 않고 그 형상 또한 미인폭포와 어울려 신비함을 더해 주고 있다.
전설속 죽은 미인이 금방이라도 뛰어 나올듯한 미인폭포 상단부
옛날 절세의 미인이 자신이 찾던 완벽한 신랑감을 기다리다 어느 날 자신도 모르게 늙어버린, 폭포수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고 뛰어내려 죽었다는 전설이 서려 있는 미인폭포이지만 너무나 힘찬 물줄기를 이루며 가슴까지 시원스럽게 떨어지는 폭포수를 보고 있으니 전설이 무색해지며 한여름의 무더위에 흘렸던 땀방울들이 자취도 없이 사라진다.
역암으로 이뤄진 통리협곡, 한국의 그랜드 캐년이라 불리는 암봉의 모습
폭포수가 떨어지는 용소 한가운데에서 좌우를 둘러보면 거대한 병풍 같은 느낌을 주는 수직절벽의 붉은 암벽이 가로막고 있어 하늘 아래 깊은 협곡과 거대 미인폭포 속에 들어서 있음을 곧 느낀다. 깎아지른 붉은 암벽에는 마치 책을 층층이 쌓아 놓은 듯한 줄무늬들이 촘촘히 그려져 있는데, 그 높이가 어림잡아도 200m를 훨씬 넘을 것 같으나 오늘따라 내리는 가랑비와 그 절벽을 감추는 안개로 인해 시야가 좁아짐이 아쉬울 뿐이다.
미인폭포에서 아래 협곡쪽을 바라보지만...
내가 사는 우리강산에 어떻게 이런 깊은 협곡과 폭포가 나란히 생겨날 수 있었는지 그 궁금함에 발걸음이 쉽게 떨어지지 않는다. 돌아 와 자료를 찾아보니 강물의 침식작용이 빚어낸 협곡으로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큰 총 연장 450km에 달하는 미국의 그랜드캐년(Grand Canyon)과 규모면에서 비견될 수는 없지만 그 생성과정이나 지질학적 특성이 그랜드캐년과 비슷해 지질학자들은 통리협곡을 ‘한국의 그랜드캐년’이라 부르기도 한다고 한다.
미인폭포 하단부와 용소의 모습
그 한가운데 거대한 물줄기를 뿜어내는 오십천 상류에 발달한 미인폭포, 이곳에서 맑은 상태를 유지하던 오십천의 물길은 탄광지대인 도계를 지나면서 검은 색으로 변한다. 그 검은색 물줄기를 피해 이렇게 깊은 협곡에서 하얀 포말을 만들며 떨어지는 미인폭포를 볼 수 있음에 그저 감사하는 마음뿐이다.
시기적으로 가장 덥다는 계절이지만 시원한 물줄기를 이루며 30여m를 힘차게 떨어지는 폭포의 광경은 그야말로 서서하는 피서중 최고의 피서가 되고 있다.
역암이라 불리는 특이한 형태의 바위들
폭포 바로 아래와 그 물줄기가 흘러가는 계곡바닥을 보면 절벽에서 떨어져 나온 사람 크기보다 더 큰 승용차만한 바위덩어리들이 뒤엉켜 있다.그 바위덩어리들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마치 자갈과 모래가 시멘트와 섞여 함께 버무린 콘크리트 덩어리와 같은 모양새를 하고 있는데 이것이 바로 역암이란 사실을 나중에 자료를 통해 알게 되였다.
역암은 해안이나 강가에 퇴적되어 형성된 암석으로 이 지역이 과거 바다나 호수 또는 강가였음을 말해주는 증거이며 그러한 사실을 더욱 분명하게 해주는 것을 협곡을 이루는 양쪽 암벽면에서 찾을 수 있는데 풀 한 포기 자라지 않은 가운데 붉은 색조를 띠며 깎아지른 수직절벽은 마치 시루떡을 층층겹겹 포개놓은 것과 같은 모양을 하고 있다.
과거 호수나 바다였을 것으로 추정되는 특이한 바위 형상들
이는 퇴적암에서만 나타나는 전형적인 모양으로 과거 이곳 일대가 바다 또는 호수를 이루고 있을 당시 퇴적된 지층임을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다는 학설이 지배적이다. 부안의 채석강과 부산의 태종대 그리고 진안의 마이산 일대 역암층 및 공룡 발자국으로 유명한 해남의 우항리와 고성의 덕명리 등에서 볼 수 있는 퇴적층들은 모두 이곳 통리협곡과 거의 비슷한 시기에 형성된 것이란 사실도 알게 되어 지리학적인 공부도 많이 하게된 산행으로 기록된다.
안개가 드리워진 미인폭포를 떠나기가 아쉬운듯 자꾸만 뒤돌아 보며
좀 더 굵어지는 빗줄기를 피해 이제 다시 혜성사를 지나 주차장으로 뒤돌아 올라 와 그곳을 빠져 나간다.무슨 조화인지 폭포를 보는 동안은 참았던 빗줄기가 애마로 뒤돌아 오면 굵어지는 요상한 하루의 일기에 잠겨 다시 서울로 뒤돌아 오는 길은 물폭탄 그자체이다.
언제 봐도 아름답고 신비로운 이끼폭포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의 거대한 폭우가 속도를 줄이고 조심 운전을 강요하고 어렵고도 힘들게 제천으로 돌아 와 저녁 식사 후 다시 잦아 든 빗줄기를 타고 서울에 돌아 오는 저녁 9시 40여분.길었지만 멋진추억을 남긴 하루가 또 이렇게 저물어 가고 있다.
산행을 못한 아쉬움과 협곡을 보지 못한 안타까움이 배어 있지만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아름답고 신비스러웠던 숨겨진 비경을 보고 돌아 온 기분만은 최고의 하루가 되였다.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칠갑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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