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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 후기/충청도 산

각호산,민주지산, 석기봉, 삼도봉과 물한계곡 연계 산행 후기

by 칠갑산 사랑 2008. 5.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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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지 : 충청북도 영동군, 전라북도 무주군 설천면과 경상북도 김천시 부항면 이대에 있는 산군들

산행일자 : 2008년 5월 24일

산행인원 : 칠갑산 나 홀로

날씨 : 짙은 안개로 시야 제로였으나 하산 후 오후 늦게부터 맑고 쾌청한 날씨

산행코스 : 579번 지방도로 - 초강천 - 물한리 한천 주차장 - 각호골 - 배걸이봉(1097봉) -

          민주지산 갈림길 - 각호산(1176봉) - 민주지산 갈림길 - 대피소 - 민주지산(1242봉) -

          쪽새골 갈림길 - 1145봉 - 1144봉 - 무지말골 갈림길 - 1105봉 - 1155봉 - 석기봉(1205봉) -

          음주암골 갈림길 - 1185봉 - 1195봉 - 헬기장 - 삼도봉(1177봉) - 삼막골재 - 헬기장 -

          미니미골 - 무지소 용소 - 잣나무숲 삼거리 - 물한계곡 - 황룡사 - 물한리 주차장

산행거리 : 약 18 Km

산행시간 : 약 8시간 (알바 1시간과 점심식사 및 휴식 시간 1시간 포함) 

교통편 : 애마 이용, 경부고속도로에서 황간 IC - 매곡 - 상촌 - 물한계곡

 

 

안개속 원시림에서 더위를 잊고 지낸 하루

 

 

원래 사랑방 친구들과 강원도 홍천에 있는 백우산과 용소계곡의 경수골을 가는 날이였지만 저조한 참여 인원으로 취소하니 갑자기 주말 연휴가 생겼다.

오랫만에 맛보는 주말 연휴, 일찍 날이 잡혔다면 먼곳의 종주 산행을 위해 금요일 밤 서울을 떠났겠지만 하루 전 일정이 잡히는 바람에 부랴 부랴 산행지를 확인하기 바쁘다.

 

각호산, 민주지산, 석기봉, 삼도봉과 물한계곡 등산 안내도 

 

수도산에서 가야산 종주를 할까 아니면 영남알프스 배내고개에서 시살등까지 푸른초원을 누벼볼까 그것도 아니면 백암산에서 내장산을 다녀올까 고민하다 남부 지방에 내린다는 비 소식에 작년 이맘때 백두대간 산행을 하면서 자욱한 안개로 조망을 전혀 볼수 없었던 민주지산으로 정하니 마음이 푸근해 진다.

 

이번만큼은 멋진 마루금을 기대하며 새벽같이 일어나 집을 나서니 직선화 되어 있고 생각보다 적은 차량 통행으로 쉽게 황간 IC에 도착한다.

황간을 지나니 월류봉과 백암산 이정표가 산객의 마음을 사로잡고 매곡을 지나 상촌을 넘으니 지금까지 느꼈던 도시의 생활은 이미 과거가 되고 첩첩산중 나 홀로 깊은 수림속의 원시인이 된 기분으로 산행 들머리까지의 드라이브도 즐거움으로 변한다.

 

산행 후 뒤돌아 나오며 찍은 물한리 계곡과 삼도봉 능선들 

 

579번 지방도로를 타고 우측에 초강천을 끼고 약 30여분간 꼬불꼬불한 물한계곡을 오르니 한천 주차장과 매표소가 보이고 500원을 지불한 다음 조금 더 오르니 물한계곡 이정표와 등산 안내도가 서 있는 차량진입 불가 지역의 작은 교량에 도착한다.

 

물한계곡 이정표 

 

물한리

충청북도 영동군 상촌면에 있는 리이다.

상촌면의 남서쪽에 위치한다.

민주지산 넓은 자락 아래 남쪽으로 초강천이 흐르는 전형적인 산촌마을이다.

자연마을에는 윗마을부터 한천(물이 차다고 해서), 가정, 중말(중리), 괴재(괴현), 핏뜰(직평:임진왜란 때 동네 전체가 피바다이여서 붙은 이름), 황점 등이 있다.

 

물한 계곡의 맑고 청정한 물 

 

물한이는 삼도봉 밑이 되어 물이 많으므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괴재는 옛날에 큰 느티나무가 있었다고 한다.

중말은 물한이 중간에 있는 마을로 중리라고도 한다.

핏들은 피가 많아 붙여진 이름이며 황점은 전에 점이 있었다고 한다.

물한계곡의 경관이 빼어나며, 미륵골과 옥소폭포에는 전설이 전해온다.

물한1리와 물한2리가 있다.

 

고마움 준 물한계곡 종점 민박 및 식당 전경 

 

이곳에서 잠시 고민하다 차 돌려 내려가려는데 물한계곡 종점민박 식당 주인이 나와 자기 주차장에 주차시킨 후 잘 다녀오라 인사까지 한다.

고마움을 전하고 있는데 익산에서 오셨다는 지프차 한대도 나와 동일하게 올라와 함께 주차 시킨 후 잠시 인사 나누니 고등학교 딸과 둘이 산행을 위해 찾았다며 웃는다.

 

황룡사 및 민주지산, 석기봉 그리고 삼도봉 오르는 산행 들머리의 콘크리트 임도 

 

나와 같은 코스로 진행하기에는 무리라 생각되어 민주지산으로 올라 3개봉을 탄 후 하산 계획이라기에 주인 아주머니에게 부탁해 그곳 동동주 한병 사들고 본격적인 산행 준비를 해 본다.

작은 다리를 건너니 등산 안내도가 서 있고 좌측으로는 황룡사를 거쳐 민주지산 오르는 콘크리트 임도가 그 좌측으로는 차량 차단막이 걸려 있는 잡풀이 무성한 임도가 갈리고 그곳에서 기회가 된다면 능선에서 만나 정상주 한잔 나누자 익산 산꾼과 딸에게 작별 고한 후 각자 갈길로 헤어진다.

 

각호산은 콘크리트 임도 우측 이 임도를 타고 계속 직진해야 되는데 이 띠지에서 좌측으로 올라 알바는 시작되고 

 

잠시 진행하자 임도 좌측에 많은 띠지들이 나풀거리고 확인해 보니 그 띠지들 사이로 등로가 나 있다. 이곳에서 확실하지 않았기에 등산 지도 한번 확인했다면 알바하는 수고를 덜었을텐데 그냥 아무 생각없이 그 등로를 타고 오르니 넓은 공터가 나타나고 집 한채가 보인다.

 

잘못들어 보지 말아야 할 이 민가도 보고 

 

이방인의 출현에 고요한 물한계곡 정적을 깨고 강아지 한마리가 요란하게 짓어대는 그 민가를 지나 오르니 다시 넓은 임도가 나타나고 그 임도를 타라 조금 더 오르니 하늘을 향해 두손벌려 누가 빨리 자라나 시합하듯 멋들어진 낙엽송들이 푸른 잎새를 나풀거리며 군락지를 이루고 있다.

너무나 멋진 자연의 아름다움에 도취되어 조금 더 진행하니 서서히 등로가 희미해지며 길찾기에 어려움을 느낀다.

 

서서히 등로가 희미해 지며 이름없는 저 무명봉으로 올랐다 내려오고 

 

이곳에서라도 등로 확인을 위해 지도 한번 확인했으면 좋았으려만 그저 오르기에만 급급해 희미한 등로를 찾아 70도가 넘을듯한 너무나 가파른 오르막 된비알을 타고 땀 한번 제대로 흘려 본다.

오를수록 이상한 기분이 들었지만 오르기 전 확인한 등로를 보니 어찌되였던 민주지산 능선으로 오른다는 자신감으로 약 30여분 이상 그 가파른 오르막을 치고 오르니 하늘이 열리면서 작은 바위 전망대가 나타난다.

 

엉뚱한 무명봉에 올라 그래도 건진 민주지산 정상부와 그 능선 

 

그곳에서 조망을 하니 이제서야 내가 오른 등로가 잘못되어 있고 이대로 계속 오른다면 각호산과 민주지산 중간의 민주지산 가까이 능선으로 오르겠다는 생각이다.

이곳에서 물한모금 마시며 다시 고민을 해 본다.

 

각호산 정상의 두 봉우리도 뚜렷이 보이고 

 

이대로 오를 것인가 아니면 하산 후 정식 루트를 타고 각호산으로 오를 것인가 생각에 잠기지만 어쩔 수 없는 노릇, 하산하여 다시 길 찾아 오르기로 결정하고 아주 빠르게 뒤돌아 내려온다.

내려오면서 바라본 등로는 정식 등로가 아닌 마을 사람들이 약초나 산나물을 채취하기 위해 다녔던 희미한 등로였음이 밝혀지고 얼마나 빨리 하산했는지 등줄기에선 굵은 땀방울이 벌써 등산복과 배낭을 적시고 있다.

 

하산하며 만난 미끈한 낙엽송과 잡풀들 

 

한동안 내려오니 좌측으로 풍부한 수량의 청아한 계곡 물 흐르는 소리가 들리고 그 물소리를 따라 속도를 더 빨리하니 다시 미끈하게 자라고 있는 낙엽송 군락지에 도착하고 이내 넓은 임도를 다시 만난다.

이곳에서 등산지도를 꺼내 확인하니 이곳이 아마 각호골 가기 바로 직전의 합수지점 부근으로 생각된다.

 

정식 루트인 임도를 다시 만나 푸근한 마음으로 사진도 남기고 

 

정식 이 루트를 탔다면 10 - 20여분이면 도착할 거리를 1시간 이상 알바 후 다시 뒤돌아 내려온 것이다.

늘 아쉬운 마음은 스스로 등로가 이상하다고 느낄때 제대로 다시 한번 확인하고 지도를 살폈다면 이런 고생과 시간 낭비는 없었을 것을 정식 루트를 찾은 후 늘 같은 생각을 반복하니 이것도 아마 병인듯 싶다.

 

아무튼 1시간 이상 시간 지체를 하였고 또 지정된 등로를 찾느라 무척 땀 흘렸기에 생각보다 빠른 속보로 각호산을 향해 재출발한다.

한가지 위안을 삼는다면 한시간 알바하면서 무명봉에 올라 그 아름다운 각호산과 민주지산의 장쾌한 능선을 디카에 담을 수 있었다는 사실이리라.

 

잠시 쉬며 목도 축이고 땀도 씻었던 각호골 작은 콘크리트 수중보 

 

임도타고 빠르게 진행하니 콘크리트 수중보가 나타나고 그곳에 맑고 깨끗한 각호골 계곡물이 보이기 시작한다.

잠시 가던길 멈춰 서서 얼굴과 목덜미를 닦은 후 물 한모금 마시고 다시 넓은 임도를 타고 잡목들이 우거진 정말 동남아시아 어느 원시림에 들어온 착각으로 유유자적 콧노래까지 불러본다.

 

룰루랄라 우거진 숲을 따라 

 

등로로 사용되는 임도 좌측에서 끝임없이 들려오는 계곡 물소리를 친구삼아 오르니 피로도가 사라지며 참으로 경쾌하고 싱그러운 아침에 이 세상 최고의 산행 맛을 느낀다.

다시 잡목들이 우거져 만들어 놓은 그늘을 타고 한참을 오르니 이제 작은 자갈 너덜 구간도 나오고 키 작은 산죽지대도 지나며 다시 계곡 물소리와 만나면서 그렇게 완만한 능선을 따라 오르다 앞으로를 위해 3450온누리 산악회 띠지도 헷갈리는 등로 위에 걸어 둔다.

 

첫번째 봉우리인 배걸이봉에서 바라본 물한리 방향 

 

10시가 다 되어 가는 시간, 드디어 각호골과 이별을 고하고 말라있는 우측 자갈 너덜구간으로 이뤄진 계곡 등로를 따라 오르니 다시 우측 능선으로 많은 띠지들이 붙어 있고 그곳을 따라 산죽밭을 지나 10시 40여분에 드디어 첫번째 봉우리인 배걸이봉 우측 안부에 안착한다.

 

이곳에서 잠시 우측 배걸이봉으로 올라 넓은 전망 바위에서 쉬며 주위 조망을 감상한 후 셀카 작동시켜 사진 몇장 남긴다.

동쪽으로 방금 전 올라온 물한리 주차장쪽 마을이 푸른 양탄자 위에 수를 놓은듯 하얀 점으로 나타나고 그곳에서 이곳까지의 능선이 참으로 부드럽게 푸르름을 간직하고 있다.

 

너무나 아름답고 부드럽게 펼쳐진 민주지산과 석기봉 그리고 삼도봉 마루금 

 

그 마을 건너 저편으로 병풍처럼 둘러쳐진 또 다른 능선이 마을을 감싸고 안개가 걷히는지 흐릿하지만 또렷한 마루금이 하늘에 맞닿아 있다.

서쪽으로는 올라야 할 각호산 봉우리 한쪽면이 거대한 모습으로 정상부를 감추고 남쪽으로 우뚝솟은 민주지산과 석기봉이 머리에 안개띠를 두르고 미끈한 자태로 조용히 누워있다.

너무나 아름다운 자태에 한동안 넋을 잃고 바라보며 다시 한번 우리산하의 아름다움에 홀로 도취해 본다.

 

바위에서 자라는 질긴 생명력 

 

다만 날씨가 맑아지기를 간절히 소망하며 더욱 깨끗한 조망을 꿈꿔 본다.

휴식 후 뒤돌아 내려와 안부를 지나 바위 암릉 구간을 넘자 다시 눈앞에 펼쳐지는 너무나 고운 자태의 석기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이 산객을 부르고 힘든줄도 모르고 전진하자 등로 좌측으로 이제 막 만개한 화사한 철쭉이 반기며 우측으로는 바위 전망대가 보여 그곳으로 올라가 잠시 휴식 시간을 갖는다.

 

너무나 화사하게 만개한 자연 철쭉이 반겨주고 

 

한참을 앞으로 가야할 민주지산과 석기봉 능선을 바라보며 쉬고 있는데 바위 밑 저 위쪽에서 사람들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리고 알아보니 삼도봉이 어디냐며 물어온다.

그분들은 산나물 채취를 위해 용화면 고자리재, 일명 도마령에서 오르신것 같다.

등산 지도도 확인안하고 그저 이곳 근방이 삼도봉이라 여기고 무턱대고 올랐으며 오르는 도중 산나물이 없어 자꾸만 물어왔던 것이다.

 

각호산 정상석은 도마령쪽으로 가 봉우리를 올라야 되고 

 

위치를 알려 드리니 오늘은 삼도봉 가는 길을 포기하고 이곳에서 산나물 뜯은 후 하산하신다는 소식에 안도의 한숨을 쉬고 조금 더 오르니 각호산 정상이라는 이정표와 함께 민주지산 갈림길에 도착한다.

이곳이 정말 각호산 정상인줄 착각하고 이정석이 있는 암봉지대를 지나치기 쉬운 곳으로 판단되는 지점이기에 다시 띠지 한장 걸어 놓고 로프를 타고 두개의 암봉으로 이뤄진 각호산 정상석에 입맞춤해 본다.

 

각호산 정상석 

 

각호산(1176봉)

각호산은 백두대간상의 삼도봉에서 상촌면을 사이에 두고 백두대간과 상당부분 나란히 북으로 뻗어내리며 석기봉-민주지산-각호산-삼봉산 등을 솟구치게 한 뒤 황간부근을 흐르는 초경천에서 끝나는 길다란 능선의 한 봉우리이다.
건각들일 경우 삼도봉-석기봉-민주지산-각호산을 잇는 코스로 종주하기도 하여 민주지산 범주안에 넣어버리는 예도 있으나 독자코스로 오르는 예가 많다. 


옛날에 뿔 달린 호랑이가 살았다는 전설에서 산의 이름이 유래되었으며, 배거리산이라고도 한다.

산간오지에 있어 잘 알려지지 않은 조용한 산이다.

정상은 두 개의 암봉으로 되어 있고, 멀리 동쪽과 서쪽에서 바라보면 M자형을 이룬다.

간신히 한장 남기고 


등산의 출발점은 북쪽의 상촌면 둔전리와 서쪽의용화면 조동리 불당골, 민주지산 영동쪽 입구인 물한리 한천마을이다.

정상 암봉에 서면 남쪽으로 3km 지점에 민주지산이 있고, 충청북도와 전라북도의 도계를 이루면서 석기봉, 삼도봉으로 이어나간 산맥이 성벽같이 이어져 있다.

정상에서 뻗은 능선에는 모두 길이 나 있으며, 조동리로 내려가는 길도 석기봉의 능선을 통하는 길과 흘기골 계곡을 따라 내려가는 길이 있다.

흘기골 계곡은 이 지방의 대표적 명승지로 거목이 숲을 이루고 있으며 여름에도 한기가 드는 곳으로 유명했으나 지금은 벌목으로 훼손되었다.

물한리 버스 종점 가까운 곳에 황룡사가 있으며, 석기봉 암벽에 새겨진 마애불상을 볼 수 있다.

그 옆에는 샘과 야영터가 있다.

교통편은 영동군 황간면에서 물한리행 버스가 있으며 한천 종점에서 내리면 된다.

 

각호산에서 내려오며 뒤돌아 본 정상부 모습 

 

사방팔방 희미하게 박무가 끼어 있지만 조망에는 큰 어려움이 없기에 많은 사진 남기고 어렵게 셀카 작동시켜 사진 몇장 남기고 떠나려는데 한무리의 등산객들이 올라오고 기다렸다 인사 나누니 이분들도 익산에 있는 산악회에서 단체 등반을 오셨다는 소식을 전한다.

 

부탁해 다시 사진 한장 남기고 먼저 그 암봉 로프를 타고 이정표가 있던 민주지산 갈림길로 뒤돌아 내려와 셀카 작동시켜 사진 한장 남긴 후 이제 우측 등로를 타고 민주지산으로 향한다.

하지만 이것이 마름금에서의 조망이 마지막이 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던 시간, 서서히 안개가 짙어지며 능선 아랫부분은 모두 삼켜 버리고 고봉들만 잠시 그 모습을 남겨 놓고 있다.

 

민주지산 가는 길에 바라본 각호산, 좌측이 정상석 있는 부분의 봉우리 

 

재빨리 뒤돌아 서서 방금 전 지나온 각호산의 모습을 사진으로 남기고 산죽과 잡목이 우거진 푸른 등로를 따라 전망 없는 능선을 타기 시작한다.

전망이 없으면 없는대로 등로 옆에 무수히 피어 있는 야생화를 친구삼아 푸른 원시림 같은 마루금을 타고 넘는 재미도 아주 쏠쏠하다.

 

민주지산 대피소의 뒷배경 

 

이제 그 익산에서 오셨다는 단체 등산객의 선두와 조우하여 무척 빠르게 진행하며 몇개의 아기자기한 봉우리를 오르고 내리기를 반복하니 119산악구조 표시판인 민주지산 제7지점 이정표가 나타나고 다시 산죽과 철쭉 그리고 야생화에 취해 걷는지 즐기는지 모르게 진행하니 저 멀리 우측 등로 내래로 작은 민주지산 대피소가 나타난다.

 

대피소 입구 이정표 

 

잠시 들려볼까 생각하다 그저 대피소 모습을 남겨 놓는 것으로 만족하고 등로 옆 나무 벤취에서 물 한모금 마신 후 가파른 나무계단 타고 오르니 민주지산 정상이다.

 

민주지산(1242봉)

소백산맥의 일부로 추풍령에서 남서쪽으로 15㎞ 정도 떨어진 지점에 있다.

북쪽으로는 국내 최대 원시림 계곡인 물한계곡과 각호산(1,176m)이 이어지며, 남동쪽으로는 석기봉(1,200m)과 삼도봉(1,176m), 경상북도 쪽으로는 직지사가 이어진다.

산세가 부드러우며, 감천의 지류인 송천의 발원지가 된다.

민주지산 정상석 


산의 이름은 정상에 오르면 각호산, 석기봉, 삼도봉을 비롯해 주변의 연봉들을 두루 굽어볼 수 있다 하여 붙여진 것으로 보인다.

봄이면 산을 붉게 물들이는 진달래가 각호산, 석기봉, 삼도봉의 능선을 따라 8㎞에 걸쳐 핀다.

산행을 하려면 영동군 상촌면 물한리, 용화면 조동리, 무주군 설천면 대불리, 김천시 부항면 해인리 등 4곳에서 올라갈 수 있지만 영동군 쪽의 산세가 완만하기 때문에 주로 물한리에서 오른다.

버스 종점에서 숲이 우거진 산판도로를 따라 옥소를 거치면 삼도봉과 갈라지는 삼거리가 나오고 삼거리에서 의용골폭포 쪽으로 가서 음주암골 골짜기를 따라 석기봉과 삼도봉 사이의 능선안부에 오른다.

 

민주지산 정상에서 바라 본 안개낀 물한리 모습 

 

안부를 지나 전라북도, 충청북도, 경상북도의 3도를 가르는 삼도봉에 올랐다가 울창한 수목으로 짜임새 있고 50m 높이 암벽에 마애불상이 조각된 석기봉을 지나 정상에 오른다.

정상에 오르면 초지에 정상을 알리는 표적이 있고 황학산에서 덕유산으로 뻗어나간 소백산맥의 준봉들이 조망된다.

하산하려면 속새골, 황룡사를 지나 물한리로 내려온다.

주변에 박연의 신주를 모신 난계사(충북기념물 8)와 양산8경의 하나인 영국사가 있다.

찾아가려면 영동역이나 황간에서 물한계곡행 버스를 타거나, 무주군에서 설천면 대불리행 버스를 타고 내북동 입구 삼거리에서 하차하거나, 영동 시외버스 정류장에서 무주군 설천면행 직행버스를 탄다.

승용차로 가려면 경부고속도로를 타고 황간인터체인지로 나가 매곡면, 상촌면을 거쳐 물한계곡 주차장으로 가거나, 경부고속도로를 타고 영동인터체인지로 나가 영동읍을 거쳐 무주군으로 들어가 설천면을 지나 대불리로 갈 수 있다.

 

내려와 암봉 전망대에서 바라 본 민주지산 정상부의 등산객들 

 

하지만 이미 사방은 보이는 것이 없고 안개가 자욱하게 끼어 바람을 타고 정상부를 넘나들며 춤을 추는 모습만이 눈에 들어 온다.

간신히 부탁해 사진 몇장 남기고 추워지는 바람 피해 안부 지난 바위 전망대에 올랐으나 그곳 역시 보이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다시 뒤돌아 서서 민주지산 정상의 안개속에 서성이는 등산객들 모습을 디카에 담은 후 가파른 내리막 타고 이제 석기봉을 향한다.

시간은 12시 40여분을 지나고 이제 허기가 서서히 말을 하며 좀 쉬었다 가라 이야기 하는듯 하다.

조금 진행하자 곧바로 좌측으로 쪽새골 하산 갈림길이 나타나고 이곳에서 몇명의 젊은 친구들이 우왕좌왕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오고 물어보니 하산길에 대한 의견으로 분분하다.

 

쪽새골 갈림길 이정표 

 

등산 지도를 펴 놓고 상세히 안내해 준 후 다시 진행하다 1145봉 오름길 우측에 있는 넓은 바위에 올라 준비한 점심을 펴 놓고 꿀맛 같은 식사를 한다.

들머리 식당에서 구입한 농주 석잔을 단숨에 마시니 속이 짜릿해지며 최고의 기분을 느낀다.

아직 따뜻한 온기가 남아 있는 도시락을 비운 후 냉커피 한잔까지 마시니 이 세상 모두가 내것이 된다.

 

산죽과 잡목에 쌓여 있는 등로 

 

다시 몇몇 등산객들에게 길안내 해주고 산죽이 도열해 있는 좁은 등로를 타고 1144봉을 넘지만 잡목들과 안개로 보이는 것이 없기에 산행 속도만이 자꾸만 빨라진다.

좌측으로 무지말골 하산로를 지나고 완만한 1105봉도 지났건만 보이는 것이라곤 앞뒤의 등산객들과 등로 주변의 푸르름 뿐이다.

 

계속 이어지는 석기봉 정상부 오름길의 로프 암릉부 

 

가끔 숨 한번 크게 내쉬고 등로 따라 계속 진행하니 갑자기 나무 계단이 나타나고 그 끝 지점을 넘어가자 거대 암봉이 앞을 가로막고 많은 로프가 걸려 있는 위험지대에 안착한다.

날씨가 좋았다면 천상천하 아주 멋진 조망이 있을법한 지역이기에 아쉬움은 더욱 커지고 그 로프를 잡고 조심하며 암봉 하나를 넘자 저 멀리 안개속에 희미한 석기봉 정상이 보이고 많은 등산객들로 만원을 이루고 있다.

 

안개속의 석기봉 정상부 

 

석기봉(1200봉)

바위산이며, 쌀겨처럼 생겼다고 하여 쌀개봉이라 부른데서 석기봉이란 이름이 유래되었다.

삼도봉(1,176m)을 시작으로 민주지산(1,242m), 각호산(1,176m)과 함께 웅장한 서북 능선을 이루는 산군에 속한다.

각호산, 민주지산, 삼도봉을 잇는 능선은 수림이 우거지고 바위들이 섞여 있으며 봄이면 능선을 따라 8㎞에 걸쳐 진달래가 만발한다.

그 산들 사이에는 유명한 피서지인 물한계곡이 자리잡고 있다.   
  

반듯한 정상석 하나 없이 이런 이정표가 정상을 대신하고 


석기봉, 삼도봉, 민주지산의 산행이 모두 물한계곡의 대형 주차장에서부터 시작할 수 있는데, 어느 쪽 등산로든 잘 정비되어 있다.

산행 코스는 삼도봉, 석기봉, 민주지산 3개산 종주 코스(6시간 30분)와 각호산까지 연계한 4개산 종주 코스(7시간 이상), 그리고 석기봉 단독 코스(4시간)가 있는데, 종주 코스도 어려운 구간이 별로 없기 때문에 힘들지 않은 편이다.

 

조망이 좋아서 정상에서는 북동쪽으로 황악산, 동남쪽으로 가야산, 서남쪽으로 마이산이 잘 보인다.

수목이 울창하고 정상 서남쪽으로 50m쯤 아래 암벽에는 삼두마애불이 새겨져 있으며 바로 옆에 샘과 캠핑장이 있다.

 

암릉부 내려와 바라본 석기봉 정상부 

 

샘에는 물이 마를 때마다 3도 인근 마을에 번갈아가며 상이 생긴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승용차로 가려면 경부고속도로에서 황간인터체인지로 나가가마자 우회전하여 579번지방도로를 타고 가다가 매곡면과 상촌면을 지나면 물한계곡 주차장에 이른다.

숙박은 물한계곡의 민박집을 이용한다. 

 

팔각정에도 많은 등산 인파로 붐비고 

 

자리 양보 받아 간신히 사진 몇장 남기고 정상석 대신 나무 위에 걸려 있는 정상 이정표를 배경으로 포즈 한번 잡은 후 다시 가파른 암릉 내리막길을 타고 내려가 본다.

그 석기봉 정상의 암봉을 타고 내려오니 그곳에 석기봉 정상이란 이정표가 서 있고 안개를 머금은 철쭉과 인사 나누며 내리막 내려오니 등로 좌측으로 팔각정이 눈에 들어 온다.

 

파아란 등로를 힘들게 오르고 있는 등산객들 

 

많은 등산객들이 쉬고 있는 한구석으로 올라 주위를 바라보지만 그곳 역시 등산객과 주위의 잡목 그리고 산죽만이 이 세상의 전부인양 반기고 있다.

빠르게 그곳을 빠져 나와 좀 더 진행하니 좌측으로 음주암골 하산 갈림길이 나타나고 특징없는 등로를 따라 완만한 1185봉과 1195봉을 지나니 작년 백두대간 산행 시 만났던 삼도봉 전 헬기장이 반겨주고 철쭉꽃이 안개속에서도 수고했다며 인사를 건넨다.

 

삼도봉 인공 구조물 

 

삼도봉(1176봉)

충청, 전라, 경상의 삼도와 접한다 하여 삼도봉이라 부른다.

충청북도 영동군 상촌면과 전라북도 무주군 설천면 사이에 있는 민주지산(1,242m)의 봉우리 가운데 하나이다. 

민주지산은 1000여 년 전 백제와 신라가 서로 차지하려고 싸웠던 곳이다.

삼도가 만나는 곳이어서 각도의 사투리와 풍속, 습관 등을 모두 볼 수 있다.

등산은 충청북도 영동군 상촌면 물한리, 전라북도 무주군 설천면 대불리, 경상북도 김천시 부항면 해인리 등 3곳에서 시작된다.

국내 최대 원시림 가운데 하나로 손꼽히는 물한계곡이 있으며, 예부터 용소, 옥소, 의용골, 음주골폭포 등이 있어 경치가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삼도봉을 내려오며 바라 본 정상부 


1989년부터 매년 10월 10일에 전라도의 무주군, 충청도의 영동군, 경상도의 김천시가 모여 삼도봉 행사가 열린다.

삼도의 문화를 활발하게 교류하고 지역 감정을 없애기 위하여 생겼으며, 산신제, 삼도 풍물놀이, 터울림 사물놀이 등이 펼쳐진다.

 

작년의 백두대간 산행을 회상하며 사진 한장 남기고 

 

너무나 반가운 헬기장 그리고 삼도봉 조형물, 작년에 올랐을 때에도 비와 안개로 보이는 것 없이 추위에 벌벌 떨면서 비빔밥을 먹었던 삼도봉 정상, 바람은 왜 그리 강하게 불고 추위는 또 얼마나 기승을 부렸던지 지금 생각해도 아찔한 순간이였지만 지나고 나면 모두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는 것.

 

지난 날을 회상하며 등산객에게 부탁해 간신히 사진 한장 남기고 내 발자국도 쌓여 있을 등로 위 안개로 인해 벌써 어두워져 오는 등로를 타고 백두대간 산행에 대한 회상에 잠겨 본다.

임도 같은 넓은 등로위 나무 계단을 타고 내려오기를 몇번 이름없는 무명 바위지대도 넘고 그렇게 홀로하는 사색의 시간을 가지니 벌써 삼막골재이다.

 

삼막골재의 이정표 

 

이곳에서 직진 백두대간 등로를 버리고 좌측 황룡사쪽 길을 택해 끝없는 내리막길 내려온다.

자주 나타나는 나무 계단을 피해 옆길도 걸어보고 500미터 마다 서 있는 삼도봉 정상까지의 거리 이정표를 바라보며 아무 생각없이 발길 옮기니 드디어 쉼터가 나타나고 그곳에서 다시 하산길 내려가니 석기봉 오름 갈림길이 나타난다.

 

음주골 폭포라 생각되지만... 

 

오후 3시 40여분, 드디어 미니미골 계곡을 만나고 그곳에서 잠시 휴식 취하려 계곡으로 들어가니 아침에 만났던 익산의 부자를 우연히 다시 만나고 반갑게 인사 나눈 후 남아 있던 간식과 막걸리 한잔을 나눠 마시며 담소를 나눠본다.

 

20여분 그곳에서 계곡물에 발 담그고 땀 방울 씻어 낸 후 다시 임도 따라 내려가니 우측 계곡 내래로 거대 폭포가 흐르고 사진으로 남겨 보지만 어두워져 오는 날씨 탓에 잘 보이지는 않는다.

지도를 꺼내 살펴보니 음부골 폭포란 생각이다.

 

잠시 산객들이 쉬기 편한 물한계곡 

 

물한계곡

물이 차다는 한천마을 상류에서부터 약 20㎞를 흐르는 깊은 계곡으로, 삼도봉(1,176m), 석기봉, 각호산(1,176m), 민주지산(1,242m)에 둘러싸여 있다.

원시림을 보존하고 있어 곳곳에 야생 동식물이 살고 있는 손꼽히는 생태관광지이다.

황룡사에서부터 용소(일명 무지개소)에 이르는 구간이 가장 아름답다.

 

물한리에서 삼도봉으로 오르는 길은 옥소폭포, 의용골폭포, 음주암폭포, 장군바위 등 폭포와 소, 숲이 어우러져 있어 등산객과 피서객으로 사계절 붐빈다.

매년 10월 10일이면 충청북도, 경상북도, 전라북도의 3도 만남의 날 행사가 삼도봉에서 열리고 있다.

맑고 시원한 계곡 물 떨어지는 모습 


주변에 조동산촌마을, 한천팔경, 반야사 등 관광지가 많다.

찾아가려면 영동시내에서 물한리행 시내버스를 타거나, 승용차로 가려면 경부고속도로를 타고 황간 인터체인지로 나와 임산 방면 579번 지방도를 타고 매곡면을 거쳐 상촌면을 지나면 계곡 주차장으로 갈 수 있다.

 

이곳에서 부터는 물한계곡의 계곡물 보호를 위해 우측 계곡쪽으로 철조망이 둘러쳐져 있어 아쉬움을 남기고 나무 벤취로 쉼터를 만들어 놓은 등로를 타고 무지소 용소를 지나니 넓은 임도가 다시 나타나고 그곳을 지나 한동안 내려오니 민주지산 오름 갈림길에 도착한다.

 

잣나무숲의 민주지산 등산로 갈림길 

 

이제 산행 날머리도 얼마 남아 있지 않은 거리, 시간을 보니 오후 4시 10여분을 넘기고 산행 시간은 벌써 8시간째를 기록하고 있다.

잣나무 숲 삼거리와 민주지산 지름길을 지나니 우측으로 황룡사가 보이고 그곳에 잠시 들려 합장한 후 사진 몇장 남기고 다시 뒤돌아 내려오니 종점 민박 아저씨와 아주머니가 반갑게 맞이해 주고 물한바가지 얻어 마신 후 고맙다는 인사를 건네고 하루를 마감한다.

 

너무나 멋진 잣나무 숲 

 

애마를 몰고 뒤돌아 나오는 오후 5시가 다 된 시간, 잠시 멈춰서서 능선을 바라보니 하늘이 말끔히 개이면서 선명한 마루금이 한눈에 눈이 부시도록 반짝인다.

너무나 아쉽고 안타까운 마음이지만 자연이 준 또 다른 선물로 생각하고 다음 기회를 기약해 본다.

 

황룡사 전경 

 

황간으로 나오면서 잠시 월류봉을 다녀올까 생각하다 하루 날잡아 오자 마음 먹고 경부고속도로를 타고 서울로 귀경하며 뜻깊은 원시림에서의; 하루를 마무리해 본다.

 

애마를 몰고 나오며 찍은 물한리 방향 원경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칠갑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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