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날짜 : 2008년 03월 14일부터 15일까지 (무박2일)
산행날씨 : 하루종일 맑고 화창했던 산행날씨
산행온도 : 새벽 영하 05도에서 낮 최고 영상 10도
참가인원 : 3450온누리산악회 회원 총 19명(존칭생략) 칠갑산, 솜이, 청목, 왕언니, 베짱이, 석불산, 산바람, 이철주, 풀뿌리, 진석이네, 자우롬, 고산자, 하이킹, 여리, 운산, 도롱골, 나마스테, 칠갑산투, 월척
산행코스 : 자암재-고랭지 채소밭-1058.6봉-큰재-1062봉-1059봉-1011봉-1015봉-황장산(975봉)-댓재-산행종료
산행거리 : 08.00 Km, 접속구간 01.00 Km (광동이주단지 포장도로에서 자암재 백두대간 마루금까지)
산행시간 : 선두 06시간 30분, 후미 07시간 00분
준비물 : 물 2.0 리타, 이온음료 0.8 리터, 아이스 커피 0.5 리터, 아침과 점심 밥, 반찬 3종류, 빵, 수저와 젓가락, 계절용 방수방풍의, 여름용 모자 2개, 땀수건, 목수건 3개, 헤드렌턴과 예비 건전지, 가위, 칼, 압박붕대, 에어파스, 구급약, 디카 및 예비 건전지, 무전기 3대, 스틱 2개, 모발폰과 예비 건전지, 상세지도와 산행자료, 쓰레기 봉투 1개
버스에 두고 간 준비물 : 갈아 입을 옷 한 벌, 슬리퍼
교통수단 : 40인승 대형버스 1대
신평고속관광 양기중 기사님
산행시간 : 3월 14일(금요일)
23:10 사당역 출발
3월 15일(토요일)
00:09 여주 휴게소에서 휴식 및 식사
03:40 태백시 하사미동 천포 우의곡교(버스로 접근)
04:25 귀네미골(광동이주단지)에서 버스 회차
04:35 태백시 조탄동 자암재 접속 등로 도착
04:40 귀네미골 입구 포장도로에서 산행 시작
04:54 자암재(백두대간 산행 시작점, 길주의-좌측 댓재 방향으로 대간길)
05:02 1039봉
05:12 개척지 시작 지점
05:17 임도 만나는 지점(길주의-임도 따라 우측으로 진행)
05:23 시멘트길 삼거리(길주의-임도 우측길 따라 진행)
05:48 능선 갈림길(길주의-우측 능선 방향으로 띠지 따라 진행)
06:05 1058.6봉(길주의-농사철에는 밭 가장자리이나 겨울철엔 직진 진행 가능)
06:25 임도 만나는 지점(길주의-우측 임도 따라 진행)
06:35 큰재(이정표-댓재 5.0 Km, 황장산 4.4 Km)
06:47 헬기장
06:58 사거리 안부
07:10 1062봉(이정표-큰재 0.9 Km, 황장산 3.5 Km)
07:24 잡목지대
08:15 절골 갈림길(길주의-우측 신기면 절골쪽 길 버리고 좌측길이 대간길)
08:21 1059봉(길주의-좌측 번천 가는길 버리고 우측이 대간길)
09:13 1011봉(이정표-큰재 2.9 Km, 황장산 1.5 Km)
09:32 1015봉(이정표-큰재 3.5 Km, 황장산 0.9 Km)
10:11 황장산(975봉)
10:24 산죽지대(길주의-백두대간 표지판 따라 댓재로 진행)
10:37 댓재(산신각, 산행 날머리)
11:15 댓재 출발
11:35 약수터에서 약수 식음
12:01 삼척시내
12:20 삼척해수욕장 뒷나루 횟집 도착 후 점심식사
13:32 식사 후 해변가에서 즐거운 시간
13:55 삼척 해수욕장 출발
19:00 사당역 도착 후 해산
여유롭게 즐긴 백두대간 산행과 해변가 산책, 이런 맛 처음이야
백두대간 능선길을 걸으며 시 한수 읊어 본다
능선길
권경업
언제나 갈까
저 먼 길을
눈은 게으르고 마음은 급한데
다리는 벌써
아득한 구름길
이마에 패인
마흔개의 주름들
굽이쳐 솟는
풀내음 바람에
맺힌 땀방울을 씻고
뒤돌아보는 능선길
바람불고 눈 내리다
양지녘 파릇한 쑥내음을 맡던
여인네 가는 허리처럼
다소곳이 이어진 백두대간의 능선길
지나와 보면 벌써 왔나
기쁨도 슬픔도 서러움도
온갖 회한도
마흔 해 미련조차도
훌훌 털고 가야 할
아스라이 이어진 능선길
삶과 삶을 잇는
그 능선에 짐승 발자국 보다 깊은
길이 난다
황장산 전망대에서 바라본 황장산과 저 멀리 두타산 전경
산행지인 삼척 탐방
백두대간 제23-2차 산행의 주무대였으며 산행 후 피로를 풀었던 삼척해수욕장이 있는 삼척을 알아 보는 것으로 산행기를 시작해 본다.
강원도에서 가장 동남쪽 바다물에 맞닿아 있는 삼척은 삼척시와 삼척군 모두를 이르는 말이다.
원래 강원도에서 가장 넓은 땅과 인구를 가진 곳이였으나 동해시와 태백시 그리고 삼척시로 떼어주고 나눠지면서 이제는 그저 평범한 군중의 하나가 되였다.
높은 태백산군들과 깊고 깊은 골짜기인 오십천이 있어 오지중에서도 오지의 땅으로 인식되였지만 그것이 자연을 보호하고 자연과 하나되는 삶을 만들어 이제는 천길 푸른 동해 바다와 오십의 맑은 냇물로 이름 불려질 만큼 청정의 대표 도시가 되기도 하였다.
관동팔경 중 유일하게 강을 끼고 있는 죽서루가 있으며 이승휴가 대일항쟁기에 민족의 혼을 살리고자 제왕운기를 쓴 천은사가 두타산 동쪽 계곡에 앉아 있는 곳이기도 하다.
또한 조선을 이르킨 이성계의 조상묘인 준경묘와 영경묘 그리고 이성계에 의해 한왕족의 멸명을 지켜 봐야 햇던 고려의 마지막 임금인 공양왕의 능이 함께하여 한 왕조의 멸망과 시작이 공존하는 곳이기도 하다.
그리고 지난회차 환선굴로 하산하면서 봤던 산촌 특유의 너와집과 어촌에서만 볼 수 있는 독특한 성 신앙인 해신당이 또한 발길을 머물게 하는 삼척이기도 하다.
삼척 해수욕장의 파도와 등대
에필로그
어둠속에 광동이주단지로 이어지는 접속구간 들머리를 찾아 오르니
아직 훈풍에 녹지 않고 쌓여 있는 심설이 산객의 마음을 주눅들게 만들지만
지금까지 경험한 심설 중 가장 편안한 길이기에
하늘에 반짝이는 별빛을 쫒아 능선길을 오른다.
생각보다 짧은 접속구간을 지나자
금새 광동댐 이주단지와 환선굴을 이어주는 자암재에 도착하고
살랑거리는 밤바람 맞으며 상쾌한 하루를 시작해 본다.
수몰민들의 애환이 서려있는 광활한 고랭지 채소밭 개간지를 따라 걸으며
자연보존과 인간생활의 공존을 염원해 보기도 한다.
자꾸만 파괴되는 백두대간 마루금을
보여주기 싫어하는 개간지를 이리저리 헤매이다 다시 대간 능선길을 찾아
오르내림을 반복하니 서서히 동해바다 위가 붉게 달아 오르며
세상의 빛을 밝히기 위한 진통을 시작한다.
경외로운 시선으로
위대한 자연의 힘에 압도되어 말없이 자리를 지킨 후
다시 갈길 재촉하니 큰재에 도착되고 이곳에서
우리는 하나되어 여명을 맞는다.
급할 것은 없으나
가야만 할 길이기에 다시 진행하니
잡목 사이로 하루의 세상을 열어주는 동해 일출이
가슴 뭉클하게 산객에 다가온다.
누구랄 것도 없이 이 세상에 유일하게 남아 있을
그 장면을 추억으로 담으며 다시 따스한 햇살 비추는 능선길에
옹기종기 앉아 아침상을 차려본다.
배도 부르고 남아 있는 산행거리도 짧기에
훈풍에 녹아 든 낙엽 능선길에 배낭 내려 놓고 쉬며 우리들만의 춤사위를 벌여보는데
나이도 잊고 신분도 필요없는 내가 하고 싶고 우리가 즐기는
우리들만의 시간이 된 것이다.
작은 봉우리 몇개를 오르락 내리락하며
세월의 흐름을 아쉬워 하듯 심설에 묻혀 다시 소중한 추억 만들며 전진하니
어느덧 하늘이 열리며 오늘의 마지막 봉우리인
황장산에 도착을 한다.
저 멀리 보이는 424번 지방도로가
마치 살아 움직이는 뱀처럼 길게 누워있고
그 넘어 지난회 차 올랐던 햇댓등과 두타산 능선이 아름답다 못해
신비로운 자태로 우리 종주대를 유혹하고 있다.
사선을 넘으면서 고생한 시간은 벌써
옛 추억이 되어 가물거리고 눈앞에 보이는 찬란한 백두대간 마루금만이
산객들 가슴속에 한겹 두겹 쌓이면서 오늘의 산행 날머리인
댓재에 무사히 도착을 한다.
산에서만 살아 온 산꾼들의 바닷가 나들이가 낯설지만
마치 알에서 막 깨어난 병아리가 처음으로 물가로 나와 신기한 듯 마구 뛰어 노는 모습에서
고통도 잊고 시름도 털어 버리며 그저 이 시간
행복의 노래만 부르고 있었다.
황장산 하산길에 나마스테님이 찍은 단체 사진
산행후기
늘 시간에 좇기듯 떠나던 백두대간 산행, 하지만 이번만큼은 여유롭게 출발한다.
한달전 다녀왔던 삼수령에서 댓재까지의 산행 도중 너무 많이 내린 눈으로 목적지인 댓재까지 가질 못하고 자암재에서 환선굴로 탈출하면서 기진맥진 내려오고 또 2주전 댓재에서 원방재 구간에는 더욱 아찔한 상황에서도 목적지인 원방재까지 산행은 못했지만 그래도 늦은 시간까지 아무 사고 없이 무사히 하산했기에 이번만큼은 몸과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산행하자 마음먹고 떠난 보너스 같은 구간이였다.
훈풍에도 아직 등로에 쌓여 있는 심설
하지만 지난 회차 너무나 고생한 경험이 약이 되였는지 인터넷을 찾아 하사미동, 조탄동 그리고 무사동과 귀네미골 이장님들과 통장님들에게 일일이 전화 통화하면서 35번 국도변의 우이곡교에서 귀네미골, 즉 광동이주단지까지 대형버스의 출입이 가능한지 그리고 그곳에서 버스를 돌려 나올 수 있는지 모두 확인하는 작업을 하다보니 경험보다 더 소중한 스승이 없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달아 본다.
광동이주단지 마을 모습, 인터넷에서 활인심방님 사진
그래도 미심적은 무엇이 남아 있어 양기중 버스 기사님과 통화하면서 쉽게 자암재까지 오를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떠나지만 또다시 걱정이 밀려 오는 것은 어떻게 눈 쌓인 등로에서 정확히 자암재 오르는 들머리를 찾을 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하지만 노련한 양기중 기사님이 계시기에 맞겨두고 다시 여유로운 마음으로 자리를 지켜본다.
마음 편하게 그리고 유유자적, 실로 오랫만에 급하게 서두르지 않고 들머리 찾아 떠나는 마음이 가벼워서인지 피곤함도 잠시 잊은채 뒤척이다 보니 여주 휴게소에 도착하고 여기에서 잠시 휴식 취한 후 달리고 달려 몸의 흔들림이 심해질 쯤 드디어 우이곡교에 도착하고 우측 포장도로 따라 조심스럽게 진입하여 오르다 보니 어느새 민가가 나타나고 너무 지나쳐 귀네미골 마을까지 진입한 모양이다.
귀네미골 포장도로에서 접속구간 들머리 철다리
다시 버스 돌려 네비게이션 확인하며 삼척시 하장면과 태백시 경계 지점에 정차하여 좌측 들머리쪽을 확인하니 작은 냇가 위에 철다리가 놓여 있고 그 넘어 산나물 채취 금지 안내판이 서 있다
개인 생각으로는 좀 더 버스에서 쉬었다 오른다 해도 일찍 하산할 수 있을 것 같은 등로를 바라보며 이야기하려 하자 많은 산우님들이 빨리 올랐다 일찍 하산하여 쉬자며 벌써 철제 다리 저 건너편으로 이동해 있다.
어둠속에 남아 있는 잔설을 밟으며 산행은 시작되고
인원 확인 후 몇 안되는 선답자의 발자국 위에 살포시 내려 앉아 있는 눈으로 희미해진 등로를 따라 오르니 선답자의 발길이 지나간 자리엔 굳어 있는 눈으로 산행에 어려움이 없지만 조금만 벗어나도 아직 무릎까지 빠지는 심설이 산행에 주의를 시킨다.
작은 고랑밭을 지나 본격적인 등로 찾아 오르니 저 멀리 잡목 사이로 벌써 하늘에 떠 있는 반짝이는 별빛이 보이고 산행 시작 후 금새 자암재 이정표에 닿는다.
백두대간 산행 들머리인 자암재 이정표
모두들 놀라워하며 한달 전 환선굴로 하산할 때의 아픈 기억을 더듬으며 간사해지는 사람의 마음을 이야기해 본다.몇 산우님들 사진을 찍어 드리고 서서히 강해지는 새벽 공기를 마시며 진행 방향에서 좌측으로 90도 꺽어 이제 본격적인 백두대간 산행을 시작해 본다.
하지만 벌써 계절이 변화하여 불어오는 바람도 칼바람이 아닌 땀을 식혀줄 정도의 훈풍이 되어 산행하기에는 좋은 조건을 만들어 주고 있으니 이 지긋지긋 하던 눈속의 산행도 이제 머지 않아 끝이 보일 것이라는 희망을 가져본다.
새벽 6시를 넘기자 벌써 동녘 하늘이 붉게 변하며 밤이 짧아짐을 알려주고
생각보다 등로도 좋고 지나다닌 흔적은 없지만 길찾기에 큰 어려움이 없기에 처음으로 정시간에 하산하여 점심을 먹을 수 있겠다는 즐거움으로 어둠을 헤치고 진행하니 금새 1039봉을 오른다.
아직 어둠속에 묻혀있는 세상에 보이는 것도 없고 사진을 찍을 수도 없어 계속 진행하니 넓은 평지가 나타나고 지도를 살펴보니 이곳이 바로 고랭지 채소밭을 만들기 위한 개간지의 시작점인 듯 하다.
광동이주단지 수몰민들이 삶의 터전으로 삼고 있는 고랭지 채소밭 개간지, 산으로님 사진
개간지 오른쪽 능선으로 몇개의 띠지들이 보이지만 농작물도 심어져 있지 않은 광활한 밭이기에 그곳을 따라 진행하니 후미는 정상적인 등로 따라 저 멀리 앞선 능선 자락에서 선두를 부르고 있다. 소위 알바란 것을 약간하고 다시 무릎까지 빠지는 심설을 헤치고 능선으로 오르자 평탄한 등로가 나타나고 다시 임도로 접어 든다.
고랭지 채소밭을 가로질러 산행은 이어지고, 산으로님 사진
많은 대간꾼들이 이곳을 밝은 대낮에 통과하기에 큰 어려움 없이 색다른 풍경을 감상하며 지나겠지만 어둠속에 등로가 파헤쳐진 이런 곳이야 말로 길찾기에 매우 어려운 곳이란 것을 알기에 지도를 자주 꺼내보며 길찾기에 주의를 해본다.
몇갈래의 임도와 개간지를 번갈아 타며 선두와 후미없이 그렇게 그 지역을 벗어나자 오른쪽 능선 방향으로 대간 띠지들이 나풀거리고 그것을 이정표 삼아 다시 임도에 오르니 이곳이 바로 1058.6봉이다.
동해바다와 등대도 보이고, 활인심방님 사진
아쉬움이 있다면 광활하게 상처난 대간 마루금의 색다른 풍경을 보지 못하고 지난다는 사실이지만 고향을 강제로 잃고 생면부지의 장소로 쫒기듯 내몰린 수몰민들이 터를 잡고 이렇게라도 삶을 이어가는 광동이주단지에서 흘러나오는 전등 불빛이 그나마 많은 생각을 하게끔 해 준다.
임도를 따라 잠시 내려가다 다시 우측 능선길로 내려서서 조금 더 진행하자 이제 제법 넓은 임도가 나타나고 변천국유임도란 입간판 위에 누군가 큰재라고 작은 글씨를 적어 놓았다.
변천국유임도란 이정표가 있는 임도에서 미니 단체 사진도 찍어보고
처음에는 이곳이 큰재라 착각했지만 큰재에는 뚜렷한 이정표가 있다는 사실을 알기에 지도를 펴 놓고 다시 위치 파악을 해보니 역시 큰재는 조금 더 진행하여 나타날 것 같다.
우측으로 중간마을과 감나무골이 밝아오는 여명을 받아 서서히 그 모습 드러내고 그 넘어 동해 바다쪽으로 부터 하늘에선 새빨간 용트림이 시작되고 있다.급할 것도 없고 또 등로도 좋아 너무 일찍 이곳에 도착했기에 후미 기다리며 사진도 찍고 세상사는 이야기 나누며 쉬어 간다.
밝아오는 여명속에 마루금이 선명하게 드러나고
2주전 이 시간이였으면 서 있기조차 힘들었을 추위도 물러가고 그저 등줄기에 조금씩 배어 나오려는 땀 방울을 식혀 주기에 적당한 훈풍이기에 불평 불만없이 시간을 보내고 있다.
후미까지 도착하여 다시 몇장의 사진을 찍은 후 임도 따라 출발하여 진행하니 금새 큰재에 도착하고 여기에서도 한동안 쉬면서 디카의 성능을 시험하고 있다.시간을 보니 이제 아침 6시 35분.
밝아오는 새벽에 큰재에서 찍은 미니 단체 사진
갈길은 얼마 안남았는데 시간은 왜이리 더디 가는지...눈이 쌓여 있어 확인하기 어려운 헬기장을 지나고 알아볼 수 없는 안부를 지나 1062봉 오름길에 잡목 사이로 일출이 시작되고 재빨리 잡목 헤치고 전망이 좋은 곳으로 이동해 디카 셔터를 누르기 시작해 본다.
동해로 떠오른 일출에 희망과 무사 완주도 빌어보고
오늘 동해 바다 상공에는 약간의 구름이 덮혀 있지만 다시 오랫만에 찬란한 일출을 감상하는 기분이란 이곳에 올라보지 못한 자는 알 수 없는 오묘한 기분이다.
탄생과 시작 그리고 좋은 것들과 희망만을 생각하게 하는 산상에서의 황홀한 일출, 시간 가는줄 모르게 지면에 달라 붙어 있다 제일 후미로 다시 종주대 따르니 서서히 허기가 밀려오고 선두에 연락하여 이른 아침을 먹기로 한다.
중간마을과 감나무골이 일출에 잠을 깨우고
잡목지대 부근 따스한 햇살이 드는 동쪽 사면에 아침상 차려 오랫만에 추위에 떨지 않고 내것 네것 없이 둘러 앉아 먹는 아침상이 호화롭기까지 한다.
지난 가을부터 홀로 해온 백두대간 산행을 몇구간 남겨 놓지 않은 칠갑산2님이 준비하신 중국산 동주 세잔에 뱃속이 따뜻해져 올 때 다시 자리 접고 1059봉을 오른다.
지나온 대간길과 임도도 찍어 보고
계절의 변화를 곳곳에서 실감하지만 훈풍으로 변한 등로 위에 불어오는 바람과 함께 등로 위에 쌓여 있는 눈들이 햇살을 받아 녹으면서 체인젠에 달라 붙어 연신 털어내지 않으면 솜을 들고 물에 뛰어든 형국으로 발끝이 무척 무겁게 느껴졌다는 사실이다.
지도에 길찾기 주의할 구간이라 적혀 있지만 지나간 흔적이 없기에 띠지 따라 다시 1011봉을 향해 출발한다.완만한 내리막 내려와 1011봉 오르막이 시작되는 지점에 눈이 모두 녹아 버린 낙엽 쌓인 동쪽 사면에 배낭 내려 놓고 남아 있는 간식 먹으며 잠시 쉬어 가기로 한다.
햇살 비추는 등로에서 잠시 쉬며 왕언니님의 텔미춤도 감상해 보고
모두가 너무 일찍 하산하니 하산 후 다시 지난 회 차 가지 못한 백복령에서 갈미봉까지 다녀오자 농담도 하고 그러는 사이 기분 좋아진 우리의 막내 왕언니님은 텔미를 부르며 춤을 추고 계신다.
여느 여성이라면 그 연세에 아리랑 가락에 맞춰 고유의 춤을 춰야 되겠지만 어찌 그리 나이를 거꾸로 드시는지, 젊은 우리도 하기 힘든 최신 텔미춤으로 젊은 엉아들의 기를 죽이고 있다.
눈이 녹은 등로와는 달리 저 멀리 마루금엔 아직 하얀 설원이 펼쳐져 있고
여기에서도 한동안 쉬면서 백두대간 산행인지 아니면 기획.테마 산행을 나와 쉬고 있는지 분간하기 힘든 즐거움을 만끽하고 있다.그곳에서 약 30여분 쉰 후 1011봉 오르니 이제 시간은 9시 13분을 넘기고 앞으로 보이는 낮으막한 봉우리 하나만 넘으면 금새 황장산이 보일 것 같다.
충분히 쉬면서 천천히 왔는데도 너무 빠른 시간이라 이곳에서 부터 등로에 많은 시간 보내며 사진도 찍고 눈썰매도 타면서 시간을 죽여 보지만 탄력을 받아 있는 산우님들의 무언의 재촉에 떠 밀려 금새 1015봉에 도착한다.이 시간 9시 35분.
언제부터인지 말없이 후미 든든히 지키는 우리의 호프 하이킹님
그렇게 쉬고 사진 찍으며 밀려 왔는데도 20여분만에 또 다른 봉우리 하나를 넘은 것이다. 이곳에서 양기중 기사님께 전화했더니 다 죽어가는 아주 귀찮은 목소리로 왜 전화하여 달콤한 잠을 깨우냐는듯 약간은 신경질적인 답이 돌아 온다. 황장산 하산길에 다시 전화 하기로 하고 재빨리 전화기를 접는다.
하기사, 일찍 내려왔으면 하는 날엔 늘 너무 늦게 하산하고 지난 이틀동안 잠못자 피곤한 오늘같은 날엔 좀 늦게 내려와도 된다고 하였는데 양 기사님에게는 한밤중인 아침 9시 넘겨 전화했으니 신경질이 날만도 하다는 생각이다.
하산길에 눈썰매 타며 어린아이가 되어 보기도 하고
시간으로 보면 이미 5시간 이상 걸어 왔지만 피곤이나 어려움은 어디가고 모두 들뜬 어린이가 운동회 기다리는 표정으로 그저 즐기는 얼굴빛이 역력하다.
내리막길 내려가며 다시 눈썰매를 타 보기도 하고 지나온 능선에 뿌려진 하얀 능선을 배경으로 사지도 찍어 보며 얕은 오르막에 서 있는 적송과 요상하게 생긴 활엽수에 몸을 내맡기고 사진도 찍으며 천천히 진행하자 갑자기 하늘이 열리면서 저 멀리 웅장하지만 포근하게 다가오는 두타산이 반겨준다.
뱀의 형상을 하고 있는 424 지방 국도와 햇댓등도 보이고
우측 앞으로는 댓재로 이어지는 424번 지방도로가 동쪽으로 직벽을 이루며 꾸불 꾸불 강원도 특유의 뱀형상을 이루고 한폭의 그림처럼 다가오고 그 위로 지난 회차 밤에 올랐던 햇댓등 봉우리가 우뚝 솟아 있으며 그 좌측으로 어디가 험하냐며 부드러운 능선으로 두타산으로 연결되어 있다.
도착한 이곳이 바로 황장산 바로 직전 전망 봉우리이다.이곳에서 단체 사진 한장 남기고 싶었지만 좁은 공터로 포기하고 사방팔방 막힘없이 보여주는 마루금 따라 상상의 여행을 즐겨 본다.
전망대에서 바라본 황장산(앞쪽)과 햇댓등(중간 오른쪽) 그리고 두타산(저 멀리 가운데)
황장산 봉우리 저 멀리 가물거리는 두타산 봉우리가 햇댓등 사이에서 빛나고 아직 쌓여 있는 하얀 눈밭이 잡목사이로 빛나며 지난 회차 고생한 것은 모두 잊어 버리고 지금 이 순간 보이는 아름다움을 만끽해 본다.
너무나 힘들고 사선을 넘나들었던 순간들도 지나면 잊혀지는 망각의 뇌속에서 이렇게 또 잊혀져 가는 것을 느끼며 이 백두대간 산행이 고통이 아닌 삶의 희망이 되는 기억으로 남아 있길 바래 본다.
황장산에서 찍은 단체 사진
몇 발자국 앞에 있는 오늘의 마지막 봉우리 황장산에 발을 드려 놓으니 이제 시간은 10시 10여분을 지나고 있다.이곳에서 다시 배낭 내려 놓고 사진도 찍고 간식도 꺼내 먹으며 잠시 쉬어 가기로 한다.
눈이 따뜻한 햇살을 받아 녹아들고 있다지만 아직 고도가 높은 지역은 높이 쌓여 있어 완전히 녹으려면 5월은 지나야 되겠다는 생각이다.이곳 황장산 정상석도 아직 깊은 눈속에 묻혀 간신히 주위의 눈을 치운 후 정상 표시석만 디카에 담을 수 있었다.
쌓여 있는 눈을 헤쳐 간신히 찍은 황장산 정상석
몇장의 사진을 더 찍은 후 로프와 철봉 끝까지 쌓여 있는 등로를 따라 가끔 한잎씩 보여주는 산죽 밭을 내려오니 이제 오늘 산행 날머리 댓재에 도착한다.산행 완료 시간 10시 37분.
댓재 조형물 앞에서 찍은 단체 사진
6 시간의 널널한 산행에 이제부터 바닷가로 나가 맛난 회를 먹은 후 바닷가 구경할 생각에 모두 환한 표정으로 댓재에서의 아쉬운 이별 연습을 해 본다.
11시를 조금 넘겨 버스가 도착하고 424 지방 도로를 타고 약수터에 들려 약수 맛도 보며 삼척으로 들어가 바닷가에 인접해 있는 삼척해수욕장 뒷나루 횟집에서 과메기와 씽씽한 회로 허기 달래고 바닷가에 들려 시간 가는줄 모를 한때를 보낸다.
산행 후 즐기는 삼척 해수욕장에서의 한가로운 오후
양말을 벗고 바닷물에 들어가도 벌써 춥거나 차갑다는 느낌보다는 시원하다는 느낌이 먼저 전해지는 것을 보며 아무리 많이 쌓여 있는 눈길이라 해도 곧 봄에게 그 자리 빼앗길 수 밖에 없다는 평범한 진리를 느끼면서 중천에 떠 있는 햇살에 이슬이 말리면서 솜이 총무님이 들려 주시는 달콤한 노래를 들으며 잠에 빠져 본다.
양은 충분하지 못했지만 맛있게 즐긴 점심을 준비한 삼척해수욕장 바닷가 뒷나루 횟집
선두도 없고 후미도 없이 그저 즐거운 하루 보내고 함께 돌아온 19 종주대 여러분에게 감사 드리며 오늘 처음 우리 온누리 백두대간 산행에 참여하시어 의미있는 만남을 가지신 칠갑산2님께도 감사의 마음 전해 드림니다.
솜이총무님의 감미로운 노랫소리에 모두 달콤한 꿈나라로 빠져 들고
이제 몸도 마음도 여유를 가지고 체력 보강을 하였으니 얼마남아 있지 않은 백두대간 산행길에서 완주를 향해 힘차게 다시 다음 구간에서 뵙겠습니다.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그리고 즐거웠습니다.
백두대간 산행대장 칠갑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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