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산행 후기/충청도 산

영동 천태산 산행 후기

by 칠갑산 사랑 2007. 10. 28.
728x90

위치 : 충북 영동군 양산면과 충남 금산군 제원면

산행날자 : 2007년 10월 27일(토요일)

날씨 : 구름으로 제한된 시야

산행인원 : 칠갑산 홀로

산행시간 : 휴식시간 포함하여 약 3시간 (오전 8시 10분부터 11시 10분까지)

산행코스 : 천태산 주차장 - 매표소 - 진주폭포 갈림길 - 망탑봉 - 삼단폭포 - 은행나무 - 영국사 -

         A코스 - 암벽로프지대 - D코스 갈림길(685봉) - 천태산 정상(714봉) - 685봉 - 684봉 -

         B와 C코스 갈림길 - 전망바위 - D코스 - 남고개 - 주차장

 

 

신이 주신 축복, 천태산의 운해속에 피어난 단풍들의 파라다이스를 그리며

 

 

 

천태산 정상에 나웅선사가 지은 시한수가 걸려 있다. 마음을 비우며 그 뜻을 이어갈 수 있도록 도움을 청해 보지만 실행하기가 무척 어렵게 다가온다. 아주 쉬운 말이지만 실천은 아주 어려운 시 한편이 가슴속에 들어 와 박힌다.

 

천태산 정상석에 발자취를 남기고 

 

바람같이 물같이 (나웅선사)

청산은 나를 보고

말없이 살라하고

창공은 나를보고

티없이 살라하네

탐욕도 벗어놓고

성냄도 벗어놓고

물같이 바람같이

살다가 가라하네

 

대전에 계신 장모님 생신이라 금요일 밤 늦게 아이들 학원 끝나는 대로 처갓집으로 내려가기로 결정했다.

내려가 토요일 낮 동안에는 별다른 할일이 없기에 근교 산을 찾아 단풍 구경이나 하고 돌아오자 마음먹고 인터넷을 찾다가 영동에 있는 천태산을 산행 들머리로 하고 금산에 있는 서대산을 날머리로 하는 종주를 하려고 준비해 본다.

 

금산 IC에서 옥천쪽으로 가다 지방 도로변에 서 있는 천태산과 영국사 이정표 

 

대전 근교의 대부분 산들도 이미 올라 봤기에 가보지 못한 산을 중심으로 산행을 계획하는지도 모르겠다.

또한 오랫만에 만나는 동서와 처남 그리고 처제들과 이슬이 파티도 열겸 금요일 밤 10시 55분 경부고속도로 서초 나들목으로 진입하니 생각보다 차가 없다. 

무척 빠르게 애마를 몰아 대전 톨게이트를 빠져 나가니 새벽 0시 10여분을 지나고 처갓집에 당도하니 0시 30여분이다.

본격적으로 이슬이 친구 삼아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새벽 3시, 머리도 멍하고 새벽 산행도 계획되어 있기에 잠자리에 들어 곧바로 꿈나라 여행을 시작한다.

 

새벽녘 깨우는 소리에 간신히 눈을 뜨고 양치질만 한채 시간을 보니 아침 7시를 넘기고 있다.

옆지기가 준비해준 도시락과 식수 그리고 약간의 과일을 전날 밤 준비한 배낭에 넣고 집을 나서 금산 IC를 통해 영동 및 옥천 방향의 국도로 접어 드니 짙은 안개로 인해 100여미터 앞도 보이질 않는다.

 

익숙지 않은 산 이름이지만 언젠가 올라야 될 산처럼 느껴졌던 갈기산(금산 IC에서 옥천 가는 방향) 

 

아무 전망도 기대할 수 없는 날씨에 조금은 아쉬움을 남기고 지나는 길에 갈기산 안내판 있는 공터에서 잠시 쉬어 간다.

언젠가는 올라야 될 산처럼 마음에 담아두고 빛 바랜 낙엽이 뒹구는 한적한 시골 도로를 따라 천태산 이정표가 있는 도로 들머리에 도착하니 막 8시를 넘기고 있다.

다시 주차장에 들어서니 거의 모든 공간이 비어 있고 한무리의 많은 등산객들이 버스를 타고 내린다.

 

가까이에 계신 등산객들 같이 보였기에 그냥 지나쳐 매표소를 통과하니 8시 18분을 가리키고 있다.

아직 이른 시간이라 주차비는 물론 입장료도 면제 받고 폼으로도 당당히 넓은 등로를 따라 천태산과의 인연을 만들어 가기 시작한다.

 

주차장에서 영국사 가는 길에 곱게 물들어 가는 단풍나무들 

 

푸르름을 유지하던 등로변 단풍 나뭇잎들이 산행을 진행할수록 노랑과 빨강의 다채로운 색의 향연을 베풀고 충북의 설악 천태산 계곡이란 이정석 근처로 오르자 본격적인 단풍잎들의 반김과 동시에 아름다움의 극치를 보여주듯 박무속에 하늘거리고 있다.

디카에 소중한 추억을 담고 영국사와 정상 이정표 따라 오르자 우측의 계곡옆 등로에 이끼로 한껏 화장을 한 활엽수 한그루가 멋지게 인사하고 있다.

 

삼신할멈 바위 직전 보았던 이끼낀 나무와 계곡 

 

좌측의 바위와 우측의 계곡을 사이에 두고 나 있는 등로 따라 더 진행하자 진주폭포 갈림길이 나오고 여기에서 영국사 방향으로 길을 잡아 오르니 삼신할멈 바위란 이정표가 나타난다.

 

왜 삼신할멈 바위일까??? 

 

왜 삼신할멈 바위일까 궁금해 하며 자세히 살펴보지만 이유를 알지 못하고 다시 나무계단 지나니 삼단폭포란 이정표와 함께 풍부하지 못한 수량이지만 지나는 산객의 눈길 잡을 정도의 물이 3단 폭포를 이뤄 흘러 내리고 있다.

 

수량이 풍족하진 않지만 산객의 눈길을 붙잡는 삼단폭포 

 

그 폭포 지나 계곡을 우측으로 이별하고 능선쪽으로 오르자 수많은 띠지들이 우측 띠지 걸이에 달려 나풀거리고 있다.

길이가 약 5미터쯤 되어 보이는 2단 높이의 띠지 걸이에는 수백 아니 수천장의 띠지가 붙어 있는 듯 보였다.

 

망탑봉 갈림길에 무수히 달려 있는 띠지들(영국사를 바라보며 찍음) 

 

이곳에서 좌측 망탑봉을 들려 보기로 하고 얕으막한 능선 오르자 넓은 공터엔 기암들이 자태자랑하고 있고 그 옆으로 삼층 석탑과 그 설명을 적어 놓은 안내판이 서 있다.

 

영국사 망탑봉 삼층석탑(보물 제535호)

이 탑은 영국사에서 동쪽으로 500 m쯤 되는 곳에 일명 망탑봉이라는 작은 봉우리 정상에 위치한 화강암반 위에 세워졌는데 자연암을 그대로 이용하여 암석을 평평하게 다듬어서 기단을 만들었다.

탑 몸돌은 괴임 받침을 두고 그 위에 세웠고, 지붕돌은 다른 돌로 만들어졌다.

 

고려 중기 작품으로 추정하고 있으며 이탑의 전체 높이는 2.43m이다. 또한 이탑에서 서북쪽으로 20m쯤 되는 지점에 흔들바위가 있는데 크기가 6m, 높이 8m, 무게는 10여톤인데 마치 고래가 헤엄을 치며 바다 위를 오르는 형상을 하고 있다. 혼자서 흔들어도 흔들려서 흔들바위라 한다.

 

망탑봉에 서 있던 영국사 망탑봉 삼층석탑 

 

이곳에서 부터 서서히 안개가 걷히면서 기대도 안했던 너무나 아름다운 운해의 쇼가 펼쳐지기 시작한다.

신이 내린 축복, 천태산 운해.

안정화 되지 못하고 시시각각 변해가며 천의 얼굴로 다가오는 운해로 인해 많은 시간 지체하며 환호성을 지르고 있다.

디카에 담고 돌아서면 또 다른 모습으로 다가오고 찍고 돌아보면 다시 다른 형상으로 달려오는 운해의 매직쇼에 그저 할말을 잃고 바라만 봐도 행복한 시간을 가져 본다.

 

망탑봉에서 찍은 남쪽 산자락에 피어난 운해 

 

마냥 즐길 수 만은 없기에 특이하게 생긴 바위며 석탑등을 디카에 담고 천태산 정상부쪽을 바라보지만 685봉에 가려 그 모습을 찾을 수는 없다.

다시 올랐던 길 뒤돌아 내려오며 조금 전 오름길에 보았던 삼단폭포를 위에서 감상해 보고 짙어가는 가을 정취를 느끼며 많은 띠지가 달려 있는 등로에서 좌측으로 꺽어 앞에 보이는 영국사로 향한다.

노란색으로 변색되어 가는 아름다운 노란은행 나무를 바라보며 그 앞에 열려 있는 빨간 감나무를 배경으로 다시 추억 한장 만드는 사이 거대한 은행나무 앞에 도착한다.

 

영국사 은행나무 

 

영국사 은행나무

높이 약 31m 가슴 높이의 둘레가 11m 나이는 대략 1000년쯤 되였다는 이야기와 국가에 큰 난이 있을 때 소리를 내어 운다는 사실이 안내판에 적혀 있다. 참으로 인간보다도 더 충절이 깊은 나무임을 알 수 있는 이야기일 것이다약 1,300 여년 동안이나 이산을 지키고 있는 영국사의 은행나무 (천연기념물 제 233호)의 뛰어난 자태를 엿볼수 있다

 

오래된 나무를 증명이라도 하듯 땅쪽 아래로 늘어진 가지가 찢어지지 않고 잘 유지할 수 있도록 노력한 스님들의 지지 버팀목과 둘레에 그물망으로 나무를 보호하기 위한 수고가 엿보이기도 하다.

은행이 떨어졌나 하고 둘러 보지만 이미 철이 지났는지 아니면 숫나무라 은행이 열리지 않았는지 흔적조차 없고 은행이 떨어질 때 나는 고약한 냄새도 전혀 느낄 수 없다.  

 

영국사 대웅전 

 

영국사

영국사는 신라 문무왕 8년 원각대사가 창건하였고 그 후 효소왕이 육궁백관을 인솔하고 피난했다는 전설이 있는 옥새봉과 육조골이 있고,  고려 문종때 대각국사가 국창사라 한 것을 공민왕이 홍건적의 난을 피하여 이곳에서 국태민안을 기원함으로써 국난을 극복하였다 하여 영국사라 개칭한 곳으로 지금은 청소년들의 역사 교육의 장으로 이용되고 있다. 

은행나무 위에 위치한 영국사를 돌아 보고 조금 내려 와 우측으로 난 등로를 따라 본격적인 산행을 시작해 본다.

 

영국사 지난 등로에 한가롭게 풀을 뜯고 있는 한우와 송아지 

 

넓은 등로에서 송아지 한마리를 옆에 두고 한가롭게 풀을 뜯고 있는 한우 한마리가 더욱 고즈넉한 시골 마을의 고요함을 알려주고 어렸을 적 시골에서 꼴을 베고 풀을 뜯기던 향수에 젖어도 본다.

서서히 안개가 걷히면서 햇살이 비추고 나무 계단을 타고 오르자 본격적인 산행을 알리는 능선길 등로가 시작된다.

 

암봉에 매달려 있는 로프들 

 

A코스를 알리는 이정표엔 정상까지 1370m가 남았다는 거리 표시가 있고 조금 더 수목 사이를 오르자 등로를 개설한 배상우씨의 환영의 글도 보인다.

정상 1100m 지점을 알리는 안내판이 보이고 여기에서 부터 로프 암릉 암반 구간이 시작되지만 크게 어려운 코스는 아닌듯 싶다.

 

잠시 로프에 몸을 맡기고 오르자 바람이 살랑 거리며 시원한 가을 맛을 전해 주고 다시 1000m 이정표가 있는 곳에 로프 암벽 지대가 있어 오르니 점점 안정화 되어가는 운해를 마음껏 즐길 수 있는 바위 전망대가 나타난다.

 

발밑 영국사와 그 앞에 펼쳐져 있는 환상의 운해, 전망 바위에서 

 

영국사와 그 멀리 운해에 쌓인 산군들과 도로를 디카에 담고 100여 미터 오르자 다시 거대한 암봉이 앞을 가로막고 우측으로 우회도로도 나 있다.

근방에 사신다는 중년 부부와 만나 인사하고 함께 그 로프를 잡고 릿지의 스릴과 산행의 재미를 몸으로 느껴본다.

릿지에 대한 약간의 경험만 있어도 쉽게 오를 수 있도록 안전한 로프가 설치되어 있지만 수직에 가까운 암벽이기에 초심자들에겐 우측 우회길로 유도하는 것이 좋을 듯 싶은 코스이기도 하다.

 

다시 그 암봉 오르자 전망이 좋은 장소에서 끝없이 펼쳐진 운해의 장관을 감상하고 서서히 물들어 가는 산마루의 아름다움도 즐겨본다.

다시 나타나는 거대 암벽과 로프타기를 반복하다 보니 정상이 800m 남았다는 이정표가 보이거 이제보니 정상까지 매 100m 마다 이 작은 이정표를 매달아 산객들에게 거리감을 알려주고 있다.

등로를 개설하고 또 이렇게 세심하게 산객을 배려해 주는 관리처에 고마움을 전하며 계속 이어지는 운해의 환상적인 모습에 산행의 또 다른 묘미를 느낀다.

 

운해를 배경으로 멋진 사진도 남기고 

 

왜 이렇게 운해가 좋고 보면 가슴이 후련해지는지 모르겠지만 유난히 운해를 좋아하는 자신을 바라보며 천태산에서의 행복한 시간을 기억에 담아 두기 바쁘다.

그 부부 산객에서 부탁해 멋진 운해를 배경으로 사진도 찍고 산행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로프를 타고 암봉을 넘나들다 보니 암봉이 거의 끝나는 지점에 도착하고 여기에서 한동안 쉬면서 동쪽 산자락에 펼쳐진 또 다른 운해를 감상해 본다. 

 

천태산에서 서대산까지 종주시 걸어야 될 좌로부터 천태산 중간에 국수봉 그리고 저 멀리 서대산과 운해 

 

국사봉
국사봉(國師峰)은 여러 곳에 있다.  산내 삼괴동과  옥천 군서면 경계 천주교 묘지 위에 480m봉, 옥천군 청성면과 안남면 경계에 422m봉, 보은군 회북면과 희남면 경계에 552m봉, 대전 대덕구와 보은군 회남면 경계 대청호반에 320m봉, 옥천군 이원면 의평리에 호롱 꼭지 같이 기이한 260m급 봉우리, 그리고 금산군 군북면과 제원면 사이의 668m봉이 있으며, 선비 사(士)를 쓴 502m 국사봉도 영동군 심천면에 있다. 

 

그런데 지도의 국사봉이라고 되어있는 이 산들을 현지 주민들은 한결같이 국수봉이라 부르는데 그 까닭은 알 수 없다.

이들 산의 거개가 봉화대터가 있거나 봉우리에 석축 흔적이 있다.


국어사전에 국수는 먹는 국수가 있고 나라의 병을 고친다는 의국수(醫國手)의 준말로 이름 난 의사의 뜻이 있으며, 바둑ㆍ장기의 명수로 나라에서 일류인 사람을 말하는 경우가 있고, 두 손을 오목하게 하여 물을 뜨는 것을 말하는 경우도 있다.

이 중에서 나라와 관계 있는 말은 나라의 병을 고친다는 뜻의 국수 밖에 없다.

 

주민들이 말하는 국수봉이 이 뜻인지는 확실치 않으나 나는 주민들이 부르는 대로 국수봉이라 부를 작정이다.

400m 이상의 국수봉 중에서 보은군 회북면과 회남면 경계의 552m봉은 멀고 외진 곳이며 대전 동구 삼괴동과 옥천 군서면 경계의 480m봉은 천주교 공동묘지가 그 산기슭에 있다. 

 

국수봉 중에서 제일 높은 금산군 군북면 두두리와 길곡리 경계에 있는 668m높이의 이 국사봉은 그 모습도 좋거니와 골짜기의 개울도 좋고 숲도 울창하다. 

국사봉은 몸집이 우람하고 높은 서대산이 부러운 듯 서대산의 턱밑에서 서대산을 우러러 보고 있으며, 갈곡리 새방이골에 한줄기, 산안리 사기점골에 두줄기의 좋은 개울을 거느리고 있는 산이기도 하다.

아쉬움에 흩어지는 운해를 담아도 보고 

 

그 운해 앞쪽으로 종주시 가야 될 국사봉과 서대산이 가물거리고 그 유혹을 참지 못하고 오후에 서대산에 오르리라 마음 먹어 본다.

천태산 제3지점에서 가장 인상적인 환상의 운해를 끝으로 D코스 갈림길에 도착하고 이곳에서 빠르게 오름짓하여 200여 미터 오르자 천태산 정상이다. 

 

천태산 정상석과 이정표 

 

천태산

옛 절 신안사, 영국사 등을 거느리고 우뚝 서 있는 천태산은 높은 바위 벼랑과 아름다운 동천까지 갖춘 훌륭한 산이다. 

천태산은 원래 지륵산이라 불리우던 것이 천태종의 창시자 태각국사의 천으로 인하여 천태산으로 되었다는 이야기가 있다. 

 

금산쪽으로 장선리, 신안골 등 긴 골짜기를 가지고 있으며 신안골에는 옛절 신안사와 향토문화재인 석탑이 있다.

금강줄기를 내려다보는 천태산은 기암괴봉과 암릉의 경관이 아름다우며 산의 모습이 우뚝하여 전국에서 많은 등산객들이 몰려든다. 

금산 제원면 일대 에서 동쪽으로 갈매빛의 천태산을 언제나 볼 수 있다. 

이곳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던 다른 산객의 도움을 받아 멋진 사진 한장 찍고 잠시 사방을 둘러 보지만 잡목들로 인해 전망은 시원치 않다.

하지만 잡목보다는 박무 현상이 더욱 시야를 가리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잡목 사이로 정상에서 간신히 잡아 보지만 운해와 박무로 인해 시야가 제한 받고 있다

 

단지 올라오면서 보았던 서쪽으로 서대산과 국사봉만이 안타까워 하는 이 산객의 마음을 헤아려 주고 남쪽으로 보인다는 성주산, 멀리 덕유산 그리고 황악산을 찾아보지만 마음속으로만 느낄 뿐이다.

다시 북서쪽으로 혹시나 하고 계룡산과 남동쪽의 속리산을 찾아 보지만 아쉬움만 더해갈 뿐이다.

 

잠시 산객들과 이야기 나눈 후 다시 부부 산객과 정상에서 내려와 685봉을 지나 D코스로 동행하다 두분의 데이트를 방해하는 것 같아 먼저 인사 드리고 빠르게 하산한다.

10시가 조금 넘어 전망이 좋은 바위에 올라 아직 사라지지 못하고 흩어짐의 아쉬움을 달래고 있는 운해와 저 멀리 가물거리는 마루금을 사진에 담아 본다.

 

전망 바위 옆에 서 있는 입석대 모양의 바위도 추억으로 남기며 여유를 부리자 그 중년 부부가 언제 추월했는지도 모르게 저 멀리 가파른 하산길을 내려가고 있다.

빠르게 부부를 뒤�아 내려오니 헬리포터가 햇살에 반짝이고 그곳 지나 천태산 정상부를 바라보지만 정상은 보이지 않고 685봉만이 천태산인양 그렇게 버티고 서 있다.

 

D코스로 하산 중 헬기장 지난 지점에서 바라 본 685봉, 천태산은 보이지 않는다 

 

수북히 쌓인 낙엽 등로를 조심하며 내려오니 이제부턴 온 산하에 팔색조화의 요술을 선보이듯 불타고 있다. 

운해에 취했던 추억이 다시 형형색색으로 물들어 가는 가을 단풍에 자리 내 주고 어떻게 하산했는지도 모르게 내려오고 있다.

 

C코스 갈림길을 지나 전망바위에서 고요하게 자리하고 있는 영국사와 은행나무를 내려다 보며 참으로 좋은 터에 자리하고 있음을 실감하면서 햇살에 반짝이는 얼머 안되는 억새에 앵글도 맞춰 본다.

삶에 지쳐 죽어간 고목나무의 애환을 그리며 조금 더 내려오니 길게 두러누운 형상의 암릉 구간이 나오고 그 위에서 다시 아름다운 산하를 즐기기에 여념이 없다.

 

너무나 고요하게 자리잡고 앉아 있는 영국사와 은행나무 그리고 단풍으로 물들어 가는 산자락 

 

D코스 갈림길 바위를 지나 전망바위에서 준비한 과일을 먹으며 허리가 움푹 패인 채석장의 자연 훼손 흔적에 가슴 아파해 보고 바위 틈에 생명줄 이어가고 있는 소나무 한그루의 삶에 박수를 보내본다.

 

다시 나타나는 짧은 로프 암릉 구간을 지나자 평탄한 능선 길과 나무 계단들이 나오고 남고개 지나 우측 D코스 갈림길에서 그 길을 따라 계곡쪽으로 빠르게 하산한다.

내려오는 중간에 지자체에서 심은 듯한 어린 단풍나무들이 빨간 잎새를 햇살에 드러내 놓고 마음껏 자태를 뽐내고 그 아름다움에 발길 멈추고 몇장의 사진으로 남겨 본다.

 

너무 아름답게 물들어 가고 있던 단풍 

 

아마도 몇년 지나 이 나무들이 성장하게 되면 이곳도 불타듯 빨간 단풍잎들로 가득찬 멋진 단풍 명소가 되리라 생각도 해 본다.

옥새봉 갈림길에서 잠시 고민하다 오후에 서대산을 결정했기에 그냥 D코스 따라 내려오니 갈대가 작은 군락을 이루며 떠나는 계절을 아쉬워 하고 있다.

계곡에 흐르는 물에 손과 얼굴을 씻고 조금 더 내려오니 철 로프가 보이고 그곳을 안전하게 내려서니 진주폭포와 영국사 갈림길에 도착하고 곧이어 주차장에 들어선다.

 

주차장으로 하산길에 찍었던 등로 옆 단풍나무 

 

이미 많은 가족단위 등산객들이 올라오고 있고 주차장엔 빈자리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만차가 되어 있어 이곳 천태산이 산객들로 부터 얼마나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지 여실히 보여 주는듯 하다.

 

애마를 몰고 주차장을 빠져 나와 곧바로 길가에 있던 단풍을 지나칠 수 없어 

 

햇살에 반추되어 반짝이는 가로수 역활을 하고 있는 단풍나무를 디카에 담고 애마를 몰아 나오는 길에 정원에 피어 있는 너무나 빨간 단풍잎에 잠시 내려서서 두어장을 추억에 남기며 환상의 꿈을 꾸며 다녀온 천태산에서의 시간을 마무리 해 본다.

 

2007년 10월 28일

 

칠갑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