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주체할 수 없는 산행에 대한 그리움을 안고서 좀 일찍 집으로 돌아와 가볍게 꾸린 베낭 하나 달랑 둘러메고 발길 닿는대로 관악산을 향했다. 들머리에 도착하니 오후 4시, 오르는 사람은 오직 나 하나, 모두 하산하는 발걸음을 재촉하는 시간이다. 평탄한 아스팔트 길을 지나 분수대를 뒤로 하고 나만의 공간을 찾아 빠르게 발길 옮기며 흐르는 계곡물에 잠시 내마음 빼앗긴다.
오봉으로 오르는 삼거리에서 준비한 한모금의 시원한 녹차로 타오르는 목 축이며 이제부턴 한가하게 혼자만의 여유로운 산행길을 생각해 본다. 산방에 들어오기 전 많이도 다녔던 혼자만의 관악산행이었건만 어느새 산우님들과 함께하는 산행에 익숙해져 한번도 내 자신을 보지 못했던 시간의 아쉬움을 달래며 오늘 홀로하게 된 산행길에서 인생 공부좀 하리라 마음 먹는다. 이미 함께하는 산행의 즐거움을 알기에.
지금까지 발밑에 스쳐 보냈던 이름모를 노오랑과 빨강 그리고 보라빛 들꽃 들이 이리도 화사한 미소 던지며 아름다운 자태 드러내 반겨주고 풍파에 시달리면서도 바위틈에 낑겨 질긴 생명력을 이어가는 꾸불꾸불 외롭게 매달린 소나무 한그루에서 내 인생을 뒤돌아 보는 시간, 너무나 한곳에 집착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그리고 너무나 큰 욕심 채우며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자문하게 되었지요.
오봉 등줄기를 타고 바라보는 서울 시내, 뿌우연 먼지가 석양에 반사되어 시원한 시야를 밝히지는 못했어도 가끔 불어주는 산들바람에 가슴으로나마 그 시원함을 대신해 봅니다. 아직은 따가운 햇살에 작은 잡목들이 만들어준 그늘에 들어가 어머니 젖가슴처럼 몽우리 만들었다 어느새 밤이슬 머물 장소 만들어 이어지는 이 아름다운 관악의 골짜기에 노래를 청해 보았지요. 가까이 있어 자주 찾았던 곳 그러나 아직 한번도 제대로된 고마움을 표하지 못했던 산. 오늘에서야 그 진면목을 바라보며 이유도 없이 왜 이리도 애타게 찾는지 조금은 이해하려 노력했답니다.
발길은 어느새 오봉의 마지막 봉우리에 머물고 거기에서 또다른 나를 만나 홀로 관악에 오르며 살아가는 세상 이야기 꽃 피웠지요. 그 산우님게 하산길 조심하라 인사 나누고 다시 시작된 홀로 산행, 보이는건 모두 자연의 짙푸른 녹음이요 들리는건 이름모를 산새들의 아름다운 오페라 노래소리라,
항상 같은 자리이건만 다르게 반겨주고 또 항상 다르게 다가서지만 항상 똑같은 자태로 품안에 품어주는 관악이 있기에 오늘도 무상무념을 배우러 여기에 있겠지요. 관악이 주는 그 마음 배울 수만 있다면 선인이 되는 길 임을 잘 알고 있으련만 .
연주대 우회길을 잘못 들어 거기서 약 30분간의 알바와 처음하는 릿찌로 그 험준한 바위를 넘어갑니다. 무섭기도 하고 떨리기도 했던 순간, 모든 것을 버리니 모든 것을 얻는다는 옛 선인들의 가르침을 조금은 배우고 실천하며 오른 길이었지요.
송신탑 앞에 앉아 잠시 흐른 땀 식히고 학바위 능선을 타고 하산을 시작 합니다. 아직 저녁놀이 지기엔 이른 시간이건만 산길엔 이미 땅거미가 지고 크고 작은 골짜기엔 어느새 밤이슬이 내려 앉아 하얗게 채색되어 가고 있었지요. 그 모습에 취해 한동안 해맑은 동심의 세계로 빠져보았답니다. 정신 차리니 서산으로 기우는 저녁놀이 손짓하며 하산 서두르라 부르고 있었지요. 늦으면 어떠리 어차피 홀로하는 산행 그리고 어둠이 밀려오면 더 운치있는 이곳에서 더 많은 인생 공부 가능하거늘.
다시 들려오는 계곡에 발길 돌려 발 담그고 잠시 누워 보았지요. 축축하지만 이렇게 편할 수가, 이곳을 잠자리 삼아 누워 잘 수 없음이 아직은 더 많은 인생 공부 필요함을 느끼며 다가올 내인생이 오늘 이 순간으로 인해 조금이나마 욕심 버리고 무상무념한 삶이 되길 바래봅니다.
날머리에 도착하니 8시가 조금 넘은 시각, 관악산 들머리엔 어느새 시원한 저녁 공기 마시며 산책하는 많은 가족들과 연인들의 속삭임이 들리고, 이 몸은 오늘 안기어 재롱 피운 그리운 님 관악을 벗어나 반복되는 일상으로 되돌아 왔답니다. 오랫만에 홀로 즐긴 관악산행을 느낀 소감대로 몇자 적어 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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