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하느님이 삼성산 야등길을 쉽게 허락하지 않으실 모양입니다. 아침부터 먹구름이 끼는가 하면 방긋 웃는 햇살도 가끔 보여 주시고 그러다 갑자기 소낙비도 뿌려댑니다.
점심이 지나자 벌써 삼각산 야등은 최소되고 나머지 한자리 청주 대장님의 삼성산 야등만 굿건히 자리 지키고 있었지요. 신청자도 달랑 두분 둥근산님과 다소미님, 속으로 생각했지요 그래 오늘 밤 비맞으며 넷이서 종주보다 더 빡센 야등 한번 멋지게 하고 내려 오자고.
좀 일찍 둥근산님과 삼성산 들머리에 도착해 인사 나누는 사이 총무이신 효원님 도착하시고 연이어 돈반구리님과 순심님이 또 우리를 놀래키십니다. 환담도 잠시 언제나 구름처럼 흔적없이 구름나무님 도착하시고 옆지기 대동하신 대장님을 끝으로 우리의 한결같은 야등은 시작되었지요.
우두둑 떨어지는 빗줄기에 잠시 머뭇거렸지만 대장님 구령 맞춰 어둠 뚫고 삼성산의 일원이 됩니다. 야등에 대한 우리들의 열정을 하늘도 예쁘게 봐 주셨는지 금새 빗방울은 멈추고 먹구름이 가시기 시작했지요. 오길 잘했다며 연신 만족함을 드러내시는 산우님들.
항상 그렇듯 오늘도 숨가쁘게 초반 숨오름고개를 치고 올라갑니다. 묵직하고 후덥지근한 밤이슬이 온몸 덮어 누르며 땀방울 짜내고 소금기 같은 그 짜릿한 맛만 있을 뿐 아무 생각 없습니다. 그저 앞서 달리는 대장님 따라 발길 옮길 뿐.
바람도 없고 달빛도 없는 오르막. 나뭇잎 사이로 보였다 사라짐을 반복하는 산등성이 넓찍한 장소 골라 한모금 막걸리와 시원한 맥주로 목을 축입니다. 효원님이 준비한 수박과 돈반구리 대장님이 손수 해 오신? 소면 ?볶기를 안주 삼아.
다시 우리들 여행은 시작되고 어느덧 삼막사 국기봉에 걸터 앉아 불어오는 시원한 남풍에 땀방울 식혔지요. 휘날리는 태극기 아래 바라본 삼성산의 계곡, 아 이곳이 정녕 삼성산이란 말인가? 어느 심심 유곡의 그 멋진 풍광 그 차체를 옮겨 놓은 듯 뿌엿게 흩뿌려 놓은 운무가 발아래 춤을 추고 있었지요.
먹구름이 걷힌 하늘에선 영롱한 별빛 보내고 살랑살랑 불어주는 바람은 깊이를 알 수 없는 운무 계곡 만들어 오늘 야등한 우리들 가슴에 벅찬 뿌듯함을 선사했던 우리들만의 세상. 이 자리 함께한 산우님들만을 위한 자연의 신비로움과 변화무쌍한 마술을 보면서 조그마해지는 인생을 배웠지요.
잠시 숨돌리고 정상에서 듣는 대장님 옆지기의 감미로운 노래 가락과 답가로 이어지는 다소미님의 산행찬가가 양옆에 깊은 계곡 만들고 있는 운무와 조화되어 이렇게 멋지고 운치있는 야등은 처음이라고 모두들 벌린 입 다물지 못했답니다.
몇장의 아름다운 추억 만들고 삼막사 돌아 계곡길로 우리들의 한밤 운무 야등은 이별을 고했지요. 하산 후 피로 풀어 주는 시원한 계곡물에 탁족 즐기면서 내가 아닌 우리가 되어 멋들어진 운무속 야등을 무사히 끝마침을 자축하였지요.
영원히 잊지 못할 멋진 운무속 추억 만들어 주신 청주 대장님과 총무이셨던 효원님, 단촐했지만 하느님도 감동주신 함께한 칠인의 산우님들, 자주 함께하는 자리 만들기를 기대하면서 좋은 하루 열어 가시기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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