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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 후기/서울의 산

밤안개의 질투에 몸사린 야경

by 칠갑산 사랑 2007. 8.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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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 후기] 밤안개의 질투에 몸사린 야경(6/30 샤프란대장님과 삼성산 야등)
글쓴이 : 칠갑산 번호 : 4172조회수 : 2312006.07.01 08:37

다시 북상한다는 장맛비 소식에

야등에 참가하는 산우님들의 꼬리가 무척 짧습니다.

단지 세사람

나 칠갑산과 김치찌개님 그리고 야등대장인 샤프란님 뿐이었지요

엇그제 저녁까지만 해도.

 

아침에 일어나니 새로운 산우님인 세인트님이

그 짧은 꼬리 잡으며

비가 내려도 야등하자 대장님께 응석부리며 합류합니다.

조촐하지만 의미있는 야등이 되리란 생각에

장대비가 내리길 은근히 기다려 보기도 했지요.

 

낮게 드리워진 구름이

비를 부르기엔 너무나 하얀색으로 퇴색되어

햇님을 대신해 세상 밝히고

아무 걱정 없이 삼성산 야등 잘 다녀오라 속삭였던

마음 설레이던 저녁이었지요.

 

늘상 하던 생활의 하나이듯

너무나 자연스럽게 관악산 들머리로 향하는 마음은

벌써 수줍어 고개숙이며

동네 어귀에서 기다리는 소녀를 찾는 그런 설레임이였지요.

 

생각보다 많은 산우님들이 모이셨네요.

우루사 대장님도 보이고 돈반구리대장님의 굵은 목소리도 들림니다.

그리고 그 옆에 앉아 손내밀며

또 만나 반갑다며 반겨주는 비조님도 계셨고

새로운 얼굴 연주대님도 인사 나눴지요.

 

들머리에 들어서자 마자 샤프란대장님

무척 빨리 발걸음 옮깁니다.

랑이와 데이트 약속시간 늦어 달려가듯

함께한 산우님들 몰아세우며 빡센산행의 묘미를 알려주었지요.

 

혹시 생각보다 많은 산우님들 참석에

마음의 평정을

잃지나 않았는지 생각될 정도로

무척 상기되어 있는 듯 보입니다.

 

항상 시작하는 발걸음은 무겁게 이어지고

흐르는 땀방울은 벌써 등줄기 타고 흘러내려 발목잡고 놀자하네요.

급히 서두르는 대장님 마음 잡기 위해

단체사진 찍자 꼬드겨 잠시 휴식 취하며

보이지 않는 희뿌연 서울 야경 들여다 봅니다.

 

그러나 벌써 밤안개가 내려앉기 시작해

미끄러운 야등길 만들고

추한 세상 감추려는듯 바람 한점 없이

야경 숨기고 있네요.

 

거친 숨소리 내뿜는 사이

어느새 칼바위 능선에 오르니

이제사 한줄기 시원한 바람이 불어와 힘들게 잘 올랐다며

이마에 맺힌 땀방울 닦아 줍니다.

 

이제부턴 평탄한 오솔길입니다.

지금까지의 산행속도를 보면

오늘은 무척이나 일찍 하산할 모양입니다.

 

그러나 특별한 하산을 불허하듯

더욱 짙게 내려앉은 밤안개가 온세상 하얗게 물들이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회색빛 세상 만들며

쉬엄 쉬엄 가자 노래하네요.

 

단지 희미하게 흔들리는 불빛만이

우리가 여기 있음을 알리고

그 불빛따라

오늘의 야등이 무사하기만을 기원했던 시간.

 

떨어지지 말자 무언의 약속으로

끈끈한 정 나누니

어느덧 삼거리 앞

넓다란 바위에 올랐지요.

 

돈반구리대장님이 밝힌 환한 등불에

준비한 막걸리 한잔으로 피로 풀고 허기 채우니

문득 눈앞에 있는 산우의 얼굴도 볼 수 없는 현실에

처음하는 이런 멋진 야등과 하산길에 대한 두려움이

교차되었던 시간이었지요.

 

재수없는 계단길로 하산하니

너무나 짙게 깔려있는 밤안개의 질투에 온세상이 밤안개뿐

암흑 천지 였답니다.

그 암흑이 내일 아침이면 다시 원상 회복되어

오늘 느끼고 있는 이런 멋진 추억 만들지 못하겠지요.

 

원점회기해 인사 나누니

그리 심하게 질투하던 밤안개가

이미 너무나 휘황찬란히 빛나는 야경에

언제 그랫냐는듯 자취감추고 달아나네요.

 

오늘 안전 리딩에 고생하신

샤프란 칭구 대장에게 감사드리며

함께한 산우님들께 다시 만나 더 멋진 추억 만들자

감히 청합니다.

 

내일의 종주를 꿈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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