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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간제1차(산행완료)/백두대간 산행 후기

백두대간 제5차 산행(5월4일부터 6일까지 1무 1박 3일, 무령고개에서 빼재까지)

by 칠갑산 사랑 2007. 5.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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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기 백두대간 제5차 산행 일지 제1부(무령고개에서 빼재까지) 


산행날짜 : 2007년 5월 04일부터 06일까지 (무박 1박 3일)
산행날씨 : 5월 5일 - 화창한 봄 날씨
            5월 6일 - 새벽에 안개 아침에 구름 오후에 맑음
산행온도 : 5월 5일 - 새벽 영상 6도에서 낮 최고 영상 20도
           
5월 6일 - 새벽 영상 8도에서 낮 최고 영상 16도
참가인원 : 총 24명(존칭생략) 칠갑산, 우산, 산하, 따스, 쑤꿀, 무시로, 하이킹, 솜이, 왕언니, 피그, 양형렬, 료가, 일여, 청목, 석불산, 베짱이, 고산자, 이철주, 가형, 행자, 금강산, 산오름, 거울, 한살림
산행코스 : 무령고개-영취산-덕운봉 갈림길-977.1봉-민령-깃대봉-육십령-할미봉-덕유교육원삼거리-서봉(장수덕유산)-남덕유산-월성재-삿갓봉-삿갓재대피소(1박)-무룡산-동엽령-백암봉, 송계삼거리-횡경재-지봉, 못봉-월음재-대봉-갈미봉-빼봉-빼재(신풍령, 수령)
산행거리 : 43.80 Km, 접속구간 1.00 km (무령고개에서 영취산 정상까지)
산행시간 : 5일 - 선두 14 시간, 후미 15 시간
            6일 - 선두 8시간, 후미 9시간 30분
준비물 : 물 1.5 리터, 이온음료 1 리터, 이슬이 1 리터, 과일 젤 6봉, 육포, 방울 토마토, 아침 밥, 반찬 2종류, 삼겹살 1 근, 물에 불린 쌀 3식분, 콩나물 및 필요 양념 류, 야채 및 풋고추, 양념된장, 김장 김치 2봉, 빵, 인절미, 코펠, 버너, 후라이팬, 가스 통 2개, 방수방풍의, 모자, 땀수건, 목수건 4개, 반소매 티셔츠, 긴소매 티셔츠, 갈아 입을 속옷 한벌, 양말 2족, 침닝, 침낭 커버, 메트리스, 우비, 헤드렌턴 2개 및 예비 건전지, 가위, 칼, 압박붕대, 테이핑, 에어파스, 구급약, 프랭카드 및 띠지, 디카 및 예비 건전지, 모발폰 및 예비 건전지, 무전기 3대, 쓰레기 봉투 3개, 휴지 2봉, 키친 타올 1롤
버스에 두고 간 준비물 : 갈아 입을 옷 한 벌, 비옷, 스패츠
교통수단 : 45인승 버스 1대 신평고속관광 양기중 기사님

상세일정 :
4일

23:20 사당역 출발
23:50 서울 TG
23:55 신갈 정류장
 
5일
00:25 기흥 휴게소
02:55 덕유산 휴게소
03:55 무령고개 도착
04:05 무령고개에서 산행 시작
04:25 영취산 정상 도착
05:05 여명이 밝아오기 시작함
05:10 덕운봉 갈림길 (단체사진)
05:25 갈림길 전망대
05:28 산죽 밭길
05:45 942.8봉에서 일출 감상
05:55 977.1봉
06:21 북바위 (단체사진)
06:35 억새 밭 및 철쭉 동산
06:41 민령
06:52 대진 고속도로 육십령 터널 통과 지점
07:06 깃대봉 (단체사진)
07:23 헬기장
07:30 깃대봉 샘터 (식수 보충)
08:10 육십령 휴게소 도착
08:20 아침 식사
09:22 육십령 출발
10:32 암봉 지역 전망대
10:50 암릉 전망대 (단체사진)
10:54 할미봉 정상
10:57 대포바위(남근석) 사진
11:06 급경사 로프지대
12:20 이정표(육십령 5.2 Km, 남덕유산 3.6 Km)
12:45 헬기장 전망대
13:06 바위 전망대
13:37 전망대
14:10 이정표(남덕유산 2 Km, 육십령 6.8 Km, 해발 1300 미터)
14:34 약수터 갈림길 (점심 식사 및 식수 보충)
14:55 약수터 참샘에서 휴식
15:43 점심 후 약수터에서 출발
15:44 서봉(장수 덕유산 정상) 도착
15:52 헬기장 도착 (단체사진)
15:55 철 계단 하산 (계단에서 단체사진)
16:37 남덕유산 갈림길(남덕유산 0.1 Km, 삿갓골재대피소 4.2 Km)
16:58 이정표(남덕유 밑)
17:24 월성재
17:45 이정표(월성재 0.8 Km, 남덕유산 2.2 Km, 동엽령 8.3 Km)
18:03 이정표(남덕유산 2.3 Km, 삿갓골재대피소 2 Km)
18:14 전망대
18:20 삿갓봉
19:10 삿갓골재대피소 도착
20:18 다 함께 저녁 식사
21:00 취침 (1박)
 
6일
03:40 기상
04:00 아침 준비 및 식사
05:20 삿갓골재대피소 출발 (단체사진)
06:05 헬기장
06:15 구름 속 일출
06:16 무룡산 정상
06:56 전망대
07:10 이정표 (해발 1380 미터, 남덕유산 9.1 Km. 향적봉대피소 5.7 Km)
07:12 산죽 밭길
07:38 동엽령
08:07 1327봉(안성 계곡 삼거리)
08:40 백암봉(송계삼거리, 단체사진)
09:14 이정표(송계사삼거리 1.4 Km, 향적봉대피소 3.4 Km)
09:39 귀봉 (1390봉)
10:03 횡경재 (이른 점심 식사)
11:07 지봉안 사거리
11:20 헬기장
11:24 못봉
11:58 월음령(달음재)
12:32 대봉
13:08 갈미봉
13:35 헬기장
13:48 빼봉 및 삼각점
14:12 중계탑
14:16 임도
14:18 빼재(수령, 신풍령)도착
14:55 빼재 출발 (단체사진)
15:30 한우촌에서 삼겹살 파티
17:00 서울로 출발
22:30 사당 도착 후 해산
 
 극심한 고통을 이겨 낸 산우애 및 완주 후에 피어난 대간 우정
 
설레임 반 두려움 반, 제5차 백두대간 남덕유산 구간을 공지하면서 밀려오는 솔직한 심경이다.
과연 모든 산우님들과 무사히 아무 탈 없이 그 길고 험한 길을 완주해낼 수 있을지 의문도 들고 또한 과연 몇 분의 산우님들과 산행할 수 있을지 걱정도 된다.
 

깃대봉에서 바라본 할미봉과 서봉 그리고 남덕유산 
 
많은 양은 아닐지라도 일기예보에 의하면 비가 내린다는 소식에 더욱 걱정이 앞선 백두대간 산행 중 가장 길고 험한 남덕유산 산행 구간.
연휴가 시작되는 날이다 보니 도로의 정체가 심해 버스도 약 20여분 늦게 사당에 도착되고 총 22 명의 산우님들을 태운 버스가 서서히 어둠 속으로 빨려 들어 가면서 근 한 시간 이상 지체되어 서울 TG에서 양형렬님과 신갈 정류장에서 마지막으로 행자님을 태우니 시간은 벌써 4일을 넘겨 5일로 변하고 있다.
 
계속된 고속도로 정체, 이 늦은 시간까지 어디를 그리도 바삐 가는지 수많은 차들이 고속도로를 가득 메우고 주차장을 방불케 하는 지체로 더욱 마음만 타 들어 간다.
아마 백두대간 산행이 없다면 나도 수많은 저 차량 속의 한 일원이 되어 이곳 어딘가에 있겠지 하는 생각에 홀로 고소를 금치 못한다.
 
기흥 휴게소에서 짧은 시간 쉬었다 다시 시작된 도로 정체, 천안을 조금 지나자 서서히 정체가 풀리면서 버스에 속력이 붙기 시작한다.  
하지만 벌써 예상보다 1시간 30여분이나 늦은 시간, 오늘 중 헤드렌턴 없이 삿갓재 대피소까지 잘 들어 갈 수나 있을지 다시 걱정이 앞선다.
 

942.8봉에서 바라 본 일출 장면 


다행이 달리는 차창을 통해 본 하늘은 맑게 개어 있고 둥근 보름달이 길안내를 하듯 버스 앞에서 방긋 웃으며 반겨주고 있다.  
제발 일기 예보가 틀리기를 바라며 속력을 높인 버스가 남덕유산 휴게소로 빠르게 미끄러 들어간다.
간단히 새벽 식사를 마치고 한 30여분 달리니 지난 4차때 알바했던 무령고개에 정확히 새벽 3시 50분에 도착한다.
 
고속도로 정체로 잃어버린 시간을 많이도 벌충해 주신 양기중 기사님께 감사 드리며 버스에서 내려 한 10여분 각자 몸풀며 긴 장도에 오를 준비를 한다.
이번회차부터 선등을 하기로 마음먹고 중간대장으로 석불산님을 그리고 후미대장은 오늘도 역시 피그대장님이 맡기로 한다.
 
육십령에서 다시 버스를 만나 아침식사를 하기로 했기에 가능한 가벼운 차림으로 시작된 무령 고개에서의 들머리, 새벽 4시 10분에 정확히 출발하니 생각보다 발걸음이 가볍고 기분만을 상쾌하다.
 

영취산 정상 이정표, 제5차 대간 산행 시작점 
 
15분만에 영취산 정상에 도착하여 흐르는 땀 닦아내고 지난번 선바위 고개에서 영취산을 거치지 않고 내려간 몇몇 산우님들께 땜빵하고 오라는 농담으로 웃음꽃 피우고 이제부터 본격적인 대간 산행을 시작한다. 
 
하늘에서 비춰주는 보름달이 오늘 밤 유난히도 밝고 맑게 길 안내하니 선두도 없고 후미도 없이 일렬로 따라오는 불빛이 참으로 아름답고 환상의 모습 그대로 기억 속에 쌓인다.
 
덕운봉 갈림길에서 첫 단체 사진
 
5시를 넘기자 벌써 동녘 하늘에선 붉은 해돋이 산통이 시작되고 조금 더 지나 덕운봉 삼거리에서 처음으로 단체 사진 한장으로 우정을 과시해 본다.
5시 30여분이 지나자 이제 헤드렌턴도 필요없이 사방이 조망되기 시작한다.
 


북바위쪽에서 바라 본 반짝이는 의암 주논개 생가지 및 그 위로 대곡호
 
좌측을 보니 지난번 잠시 들려 구경한 의암 주논개 생가지에 많은 불빛이 반짝이고 그 아래 대곡호가 너무나 파아란 모습으로 아름다움을 더해 주고 있다.
또한 서쪽 하늘에선 이제 밝은 태양에 가려 서서히 빛이 바래가는 보름달이 헤어지는 아쉬움을 달래며 마지막 촬영 선물을 선사하고 사라지고 있다.
 
버스에서 희망을 안겨 준 보름달
온갖 이세상
더럽고 추한 모든 것을 덮어주다
이제 태양에 자리 넘기고
또 다른 너의 자리 찾아 떠나는 모습이
어쩌면 우리와 많이 닮았구나
 




산죽 밭을 걸으며 선두 팀
 
암봉 지나 속보로 진행하나 뒤처지는 산우님 한 분 없이 잘도 따라 오신다.  
 
매번 보는 산죽이지만 오늘도 어김없이 몇 장의 사진으로 추억 만들고 942.8봉 근처에 도착하자 동쪽 하늘의 마루금에 태양이 붉게 타오르며 마루금에 걸려 있다.
환상의 일출 장면, 구름 한 점 없이 너무나 선명한 일출에 잠시 가던 걸음 멈추고 대자연의 경외로 움에 탄식이 절로 나온다.
 
모든 생명체에 생명력을 불어 넣어 주는 일출
매일 바라보는 같은 태양이지만
이 높은 산중에서 바라보는 너의 산고는
또 다른 생명력으로
내 가슴까지 뛰게 만들고 있구나
작은 점 하나에서 둥글게 둥글게 변해가는
너의 그 모습에서
이 새벽 우리도 너와 함께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 보자구나
 
6시가 가까운 시간에 벌써 977.1봉에 도착되고 이런 속도로 진행한다면 육십령에 9시도 못돼 도착하리란 예상이다.
 


977.1봉에서 떨어진 이정표 조각 마춤을 하며
 
너무 일찍 삿갓재대피소에 도착하여 무엇을 할까 생각해 보지만 이것이 그런 생각의 마지막이 되리라는 것을 잠시 후부터 절감하게 될 것이리라.
저 멀리 백운산과 영취산에서 부터 지나온 대간 마루금이 참으로 예쁜 미 소년의 모습 그대로 두 눈에 각인되고 앞으로 지나야 할 대간길이 깊은 골짜기 마다 새하얀 운무를 담아 산객을 맞을 준비를 하며 그 사이 고요히 누워 있는 장수 대곡리 마을이 어린 시절 자라온 내 고향의 향수를 자극하고 있다.
 

북바위 정상에서
 
조금 더 빠르게 전진하자 북바위가 나오고 그 정상에서 멋진 포즈를 취하고 있는 산우님들의 모습을 담아 본다.
잠시 북쪽을 바라보니 산줄기에 쌓여 있는 대곡호에서 물안개가 살며시 피오 오르고 동쪽 저 멀리 오늘 올라야 할 서봉과 남덕유산이 그 웅장한 모습으로 작은 우리들 인간을 압도하고 있다.
 
여기에서 잠시 후미 기다려 단체 사진 한장 찍고 다시 한번 바위를 둘러 보지만 왜 북바위인지 그 연유는 모르겠다.
 
이렇게 선두에서 선등하며 후미와 함께하다 보니 지금까지 느끼지 못한 참으로 대간다운 대간 산행인 듯 모두 인사하며 끈끈한 대간 정이 싹트고 있는 것이 아닌가.
이철주님은 2차부터 함께했지만 지금껏 모르는 산우님들이 너무나 많았고 또한 다른 산우님들도 이구동성으로 같은 말을 하신다.
 
4차례 함께 산행하였지만 아직도 누가 누군지 모르겠다며 진담 반 농담 반으로 이야기 할 때 무척 고민되던 하나가 이번 산행에서 완전히 해결될 기미가 보이니 배워야 하고 또 수정해야 될 내용이 너무나 많음을 뼈저리게 느껴본 시간이기도 하다.
 

민령 지나 철쭉 밭에서
 
민령을 지나자 마자 너무나 선명한 분홍빛의 철쭉 밭이 상쾌한 아침에 상쾌한 웃음으로 반겨주고 그 아름다움에 취한 대간 선남 선녀들이 나이도 잊은 채 그 철쭉꽃에 파묻혀 환한 미소를 띄우고 있다.
 
아무 때도 묻지 않고 보아주는 이 없어도 계절에 맞게 피웠다 지기를 반복할 철쭉, 오늘 이렇게 보여줄 수 있고 또 봐줄 수 있는 아름산 산객과의 만남의 인연이 얼마나 소중한가
 
빠른 속보로 산행하면서도 여유 있게 모두 모여 함께 즐기는 산행, 이것이 진정한 대간 산행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육십령 터널 위에서 바라 본 대진 고속도로가 시원하게 남북으로 누워 있고 그 위로 가끔 빠른 속도의 자동차가 미끄러지듯 지나며 그 양 옆으로 못자리를 해놓은 듯한 비닐 하우스가 즐비하게 놓여 있다.
세월이 조금 더 지나면 주름진 농부의 바쁜 손놀림도 볼 수 있고 그 모습에 고향에 계신 부모님 생각도 나겠지.
 

깃대봉에서 단체 사진
 
다시 열심히 오르막 오르니 깃대봉이 반갑게 맞이해 주고 시간을 보니 7시를 막 넘기고 있다.
 
이제 육십령을 지나는 도로가 눈에 들어 오고 너무나 위풍당당히 버티고 서 있는 할미봉과 서봉 그리고 남덕유산이 한손에 잡힐 듯 가까이 조망된다.
작은 존재이면서 지나 온 대간 마루금을 바라보면 참으로 위대한 것이 인간, 아니 산객이란 생각이 든다.
 
앞으로 밟아야 될 마루금을 바라보면 도저히 오르고 내리지 못할 나 자신이라 생각하면서도 지나온 그 길을 바라보면 언제나 위대해지는 나 자신에 다시 한번 놀라게 되니 그런 맛으로 다시 대간 마루금을 찾게 되는 것이리라
 
깃대봉에서 다시 후미조 기다려 단체 사진 한장 남기고 아기자기한 능선을 따라 내려가니 깃대봉 샘터가 기다려 주고 잠시 쉬어가라 졸졸졸 생명수 흐르는 소리를 내고 있다.
모두 꿀맛 같은 약수로 목 축이고 급경사길을 조심 조심 내려가니 벌써 육십령이다.
 
이제 겨우 8시 10여분, 참으로 여유있게 후미 기다리며 산행했다 생각했는데 빠르게 육십령까지 왔다는 생각이다.
계획보다 1시간 이상 단축된 산행 속도.
 

육십령에서 맛난 아침 식사 중
 
여기에 근사한 상 차리고 임금님 수라상보다 더한 이 세상 최고의 맛난 음식과 반주로 앞으로 이어질 대간길을 위해 든든히 배를 채우고 있다.
양기중 기사님이 준비해 주신 시원하게 냉장시켜 놓은 이슬이 한잔에 너무나 큰 감명이 들며 이제 뗄래야 뗄 수 없는 대간의 한식구가 되어감을 느낀다.
 
맛난 아침 식사 후 9시 20여분에 떠나는 배낭 무게가 두 어깨를 짓누르고 지금껏 메고 온 몇 십 배의 무게로 발목을 잡아 끈다.
 
그래도 올라야 되는 길이기에 출발은 했지만 너무나 감당하기 힘든 무게에 자꾸 뒤로 처지고 할미봉 근처에 도착할 때쯤엔 더 이상 산행하기가 어려울 정도의 몸에 이상을 느낀다.
하늘이 노랗게 변하고 얼굴은 창백해 지면서 발걸음 옮기는 것조차 힘이 든다.
여기에서 다른 산우님들의 도움으로 몇몇 짐을 나눠주니 이제 좀 좋아진다.
 

할미봉 오르는 전망대에서 바라 본 장수 마사고교 방향 

 
그래도 전망대에서 바라본 장수 명덕천과 몇몇 목장들 그리고 한국 마사고교들이 너무나 아름다운 모습으로 전형적인 조용한 시골 풍경을 보여주고 있다.
 
고지가 낮은 농가 부근은 벌써 연두색에서 짙푸른 색으로 변해가고 있지만 중간엔 여린 연두빛이 막 피어나고 고도가 높은 정상 부근은 아직도 갈색의 황량함으로 자연의 순리를 보여 주는 듯 하다.
다시 할미봉 정상부 삼각점에서 단체 사진 찍으니 시간은 11시를 향해 달린다.
 

할미봉 암봉들
 
아름다운 할미봉 암봉을 뒤로 하고 급경사 암릉 구간을 로프에 의지한 채 조심 조심 내려오니 대포바위 (일명 남근석) 사진이 보이고, 찾아 보니 저 아래 멋진 모습으로 하늘을 향해 위풍 당당히 그 모습 노출하고 있는 바위가 보인다.
 
평생 저런 힘을 갖고 있는 사내가 있다면 행복할까 아니면 불행할까 잠시 엉뚱한 생각을 해 보고 스스로 민망해 웃음으로 날려 버린다.
이제 이 구간 최고의 난코스이며 백두대간 전 구간을 통틀어서도 몇째 안가는 어려운 서봉 오름길이 시작된다.
 
배낭이라도 가벼우면 좋으련만 1박하는 관계로 최고의 무게로 오르는 서봉이 힘들게 옮기는 발걸음 뿐만 아니라 마음까지 얼어 붙게 만든다.
벌써 체감 온도는 한여름 30도로 느껴지지만 앞에 버티고 쉽게 허락하지 않는 서봉을 바라보는 마음의 온도는 영하 20도 이하의 시베리아 북풍이다.
 

서봉(장수덕유산) 오르는 길에 바위 전망대에서 바라 본 서봉
 
중간 중간 힘들게 오르는 산우님들 바라보며 힘을 얻어 보지만 몇 걸음 못 가 다시 주저 앉기를 반복해 본다.
오름 중간에 너무나 편하게 누워 쉬시는 솜이님을 몰카로 찍어 드리고 몇 마디 개그로 기분 전환 후 다시 오르기 시작이다.
 
올라도 올라도 끝이 없어 보이는 서봉, 중간 바위 전망대에서 얼마 남지 않은 물 아끼며 마시고 다시 힘을 내 오르니 헬기장이 보인다.
 
그 헬기장에서 바라 본 지나온 대간 마루금이 어머니 품처럼 편하게 느껴지지만 올라야 할 서봉은 왜 그리 멀게만 느껴지는지, 처음으로 왜 이런 힘든 백두대간 산행을 하는지 자문자답을 해 본다.
 
푸른빛에서 갈색으로의 진입, 꽤 올랐다는 표시이기도 하지만 좀 삭막하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나 혼자만의 생각일련 지.
양사언 님의 시조 한편이 생각 나는 것은 또 왜 일련 지
 
태산이 높다 하되 하늘 아래 뫼이로다
오르고 또 오르면 못 오를지 없건마는
사람이 제 아니 오르고 뫼만 높다 하더라
 
이제 오후 2시가 지나고 머리 위에선 한여름 더위를 연상 시키는 뜨겁고 강렬한 햇살이 내려 쬐고 땅 위에선 벌써 뜨거워진 지열이 얼굴을 달구고 있다.
남아 있는 식수도 얼마 없고 가야 될 구간은 많이 남아 있고 오름 길은 이리도 힘이 드니 언제나 대피소까지 가야 할지 아침에 잠시 했던 룰루랄라 생각은 싹 없어지고 온통 걱정이 앞선다.
 

참샘 가는 삼거리에서 점심 식사 후 바라 본 서봉
 
오후 3시가 다 된 시간 서봉 바로 아래 넓은 공터에 도착하니 모든 아름 산우님들이 기다리며 식사 준비를 하고 먼저 오신 일여님과 금강산님이 사막의 오아시스 같은 시원한 식수를 구해 놓고 건네 주신다.
 
아 얼마나 시원하고 맛있게 마셨던지.
참지 못하고 200여 미터 떨어진 참샘 약수터로 내려가 3바가지의 물로 배를 채우고 손과 머리에 물을 뿌려 본다.
너무나 차가운 약수에 머리가 다 멍멍해지고 떠나오기 아쉬워 다시 한 바가지의 물을 더 마시고 올라 오니 배속이 울렁 꿀렁 물로 흔들 거린다.
 
한 시간 삼십여 분 더 기다려 마지막으로 다리에 쥐가 나는 청목님과 말동무 해주시는 왕언니님 모시고 서봉에 오르니 이제 시간은 오후 4시를 지나고 있다.
헬기장으로 이동해 멋진 단체 사진 한장 찍고 조심 조심 철 계단을 내려와 오늘 최고봉인 남덕유산으로 향한다.
 

서봉에서 남덕유산으로 가는 하산길에 있던 철 계단들
 
남덕유산 100미터 하산 지점에 모두 배낭 내려 놓고 남덕유산 정상으로 향했지만 나는 포기하고 대피소 예약 관계로 먼저 선두를 보낸 다음 천천히 출발한다.
 
한 30여분 내려오니 월성재가 반갑게 맞이해 주고 이제 삿갓재대피소까지 2.9 Km가 남았다고 알려준다.
경험으로 이 정도 거리면 힘내 한번 가보자 마음 먹어 본다.
하지만 이것은 큰 오산 이였음이 곧바로 밝혀진다.
 

월성재에서
 
월성재에서 출발 시간 오후 5시 30분.
여기에서 지난 1기 아름다운산 백두대간 팀의 선두와 조우하며 인사를 건넨다.
지금은 헤어져 함께 산행하기 힘들지만 이렇게 산에 오르면 같은 목적 같은 생각으로 편하게 만나는 것을 많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남덕유산 밑 100미터 지점에서 바라본 삿갓봉 능선
 
몇몇 지인들과 이야기 나누다 보니 양탄자를 깔아 놓은듯한 아름다운 마지막 삿갓봉 능선이 부드러운 자태로 누워 있다.
앞으로 지나야 할 마지막 삿갓봉, 눈앞에 놓여 있는 저 봉이 선답자들의 후기글을 읽다 보면 능경봉처럼 산객을 잡는 봉이라 적혀 있지만 현재 보이는 것으로는 그저 평범한 능선길로 보인다.
 
오후 4시 반에 출발한 남덕유산 그리고 인내의 한계를 시험하는 삿갓봉과의 혈투, 이제 마지막 봉이 삿갓봉이겠지 하고 오르면 다시 한봉 또 다시 한봉, 입에선 쓰디쓴 단내가 나면서 육두문자가 튀어 나온다.
에이구 C8, 언제나 삿갓봉은 나오는겨.
 
또 이정표는 왜 자꾸 왔다리 갔다리 해 놓았는지, 어느 선답자가 하도 어렵고 짜증이나 200미터 남은 거리를 다시 2 Km로 고쳐왔다는 소식을 대피소에 내려와 듣고는 괜시리 화까지 내 본다.
 

삿갓봉 바로 전 전망대에서 마지막 힘을 모아
 
벌써 시간은 오후 6시를 넘기고 있다.
삿갓봉 바로 직전 마지막 전망대에서 지나온 서봉과 남덕유산을 바라보니 감회가 새롭고 울컥 눈물이 날 정도로 감동이 밀려 온다.
어떻게 저 높고 긴 대간 마루금을 오르고 돌아 여기까지 왔는지 스스로에게 믿어지지 않는 힘이 있음에 스스로 놀라는 시간이기도 하다.
 
마지막 남은 힘 짜내 하산하니 푸른색 지붕을 한 아름다운 삿갓재대피소가 보이고 한걸음에 달려 내려가니 따뜻한 어머니 품에 안긴 듯 푸근한 마음이 밀려 들면서 피로가 누적된다.
이제 저녁 7시가 다 된 시간.
 
충분한 인원의 예약이 안된 상태이기에 대피소 주인에게 특별히 부탁하여 20자리 이상 확보가 가능하다는 확답을 받고선 곧바로 취사장으로 내려가 저녁 준비를 해 본다.
모두 남자 산우님들이 한마음으로 정성껏 준비한 만찬을 앞에 두고 밤 8시부터 한잔의 이슬이와 함께 백두대간 파이팅을 외치며 우리들만의 달콤한 시간을 가져본다.
 

삿갓재대피소에서 맛난 저녁 식사 및 이슬이 반주
 
다행이 행자님이 특별 취사장을 예약해 놔 아주 오붓하고 정겨운 우리들만의 시간을 갖게 돼 감사 드리며 또한 다리에 쥐가 나 힘든 산행을 하신 청목님도 잘 도착하여 함께 자리할 수 있음에 감사한 저녁이다.
 
양형렬님과 둘이 취사장에서 비박 장비로 잠을 청하며 누우니 밤 10시가 가까워진 시간에 혼자 짧은 상념에 빠진다.
 
정말 사랑하고 존경하는 아름다운산 백두대간 산행 종주자님들, 오늘 그 긴 장도 모두 무사히 완주하심에 감사 드리며 잘 주무시고 내일 아침 웃으면서 다시 만나자 인사하고 꿈나라로 여행을 떠나본다.
 
감사합니다 제1부를 마침니다.
 
산행대장 칠갑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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