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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승지 자료/정감록과 십승지

정감록이란 무엇인가

by 칠갑산 사랑 2014. 5.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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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승지지 또는 십승지 자료를 정리하면서 빼놓을 수 없는 자료가 또한 정감록인데 이 정감록은 저자와 저술연대는 알 수 없으나 조선 이래 민간에 널리 유포되어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예언서라 할 수 있는 책이다.

 

 

 

 

정감록은 여러 가지 감결류와 비결서가 집성된 것으로 민간에 전해내려오는 동안 다양한 이본이 생겼는데 내용이 다양한 수십 편의 비결류의 집성이라는 것은 정감록이 단일한 인물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반증한다.

정감록은 흔히 감결을 비롯하여 동국역대기수본궁음양결, 역대왕도본궁수 등을 묶어 동국의 비기집성이라 일컫기도 하고 감결 하나만을 가리켜 따로 정감록이라 부르기도 하나 위설적인 내용 때문에 책 이름이라기보다는 정감록이라는 정체불명의 말세예언의 민간신앙으로 지칭되고 있다.

정감록의 기원은 참위설인데 은 은어나 예언으로 국가나 인사의 길흉화복과 성패를 예언하는 것이고 는 육경을 해석하여 그 숨은 뜻을 밝혀내는 것으로 그 연원은 점복과 같으나 다만 참위는 주로 국가나 왕국의 성쇠를 점치는 데 특징이 있다고 할 수 있다.

대개 참위설은 풍수지리설과 혼합되는 것이 보통인데 정감록도 참위설과 풍수지리설 및 도교사상과 복합되었고 또한 이것은 오행사상과 결부되어 천문지리적 조건이 인간사의 길흉화복과 관련된다는 민간사상으로 전환한 것이다.

이러한 풍수도참설은 신라말 고려초 도선의 도선비기에 의해 고려의 건국과 연결되기도 했으나 임진왜란 이후 성행한 풍수도참설은 통치자의 입장에서가 아닌 반왕조적과 서민적 성격을 띠었다고 여겨지는데 정감록은 여러 가지 정황을 미루어 보아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이후에 성립되었다고 보여진다.

내용은 정감과 이심이라는 인물의 대화로 전개되고 있고 대화 내용은 난세에 풍수설에 따라 복정된 피난처에서만 복을 누릴 수 있으며 궁극적으로 정씨의 성을 지닌 진인이 출현하여 이씨왕조가 멸망하고 새로운 세계가 도래할 것을 중심으로 하는 예언으로서 역성혁명 사상과 미래에 다가올 멸망에 대비한 피난처로서의 이상경에 대한 동경이 전반적으로 흐르고 있다.

전쟁 등으로 인한 사회혼란의 극심한 정세가 반영되어 반왕조적이고 현실부정적인 내용을 담게 된 것으로 혹세무민의 참설을 통하여 정상적인 백성의 의사를 반영시키고 있다.

이것은 관민의 의사소통이 통제된 봉건사회에서 억압된 민심을 보상하는 작용을 하여 강한 설득력을 가지고 민간에 전파될 수 있었기 때문에 조선에서는 정감록을 금서로 취급했으며 민간에서는 새로운 사회변혁을 갈망하는 사회심리가 반영되어 은밀히 전승되어갔다.

이 책은 조선 후기로 내려올수록 사회변동의 와중에서 왕조교체의 사회변혁사상과 우주론에 입각한 운세의 법칙이 결합되는 성향이 강해졌고 따라서 19세기에 일어난 대부분의 농민봉기는 정감록과 관련되어 있다.

또한 동학을 비롯한 신흥종교의 성립에도 그 기반을 제공하여 조선 후기 사상계와 민중의식의 변화에 강한 영향을 미쳤다.

이 책은 신비적인 요소가 강한 예언서이지만 조선 후기 민중의식과 민중운동의 사상적 특징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자료이기도 하며 규장각 등에 소장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