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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맥산행(완료)/낙동정맥(완료)

낙동정맥 제9구간 황장재에서 피나무재까지 산행 후기

by 칠갑산 사랑 2011. 7.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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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지 : 경북 청송군과 영덕군의 낙동정맥 마루금 일대

산행날자 : 2011년 07월 08일과 09일 (무박 2일 산행)

산행날씨 : 하루종일 장대같은 장마비와 무더위로 무척 고생한 날씨

산행온도 : 영상 19도에서 영상 28도

산행인원 : 칠갑산 포함 3450온누리산악회 낙동정맥 종주대 21명

산행코스 : 황장재(34번 지방도로)-464봉-길평재-절등재-대둔산 갈림 삼거리(묘지)-

               대둔산(905봉)-대둔산 갈림 삼거리-799.7봉-너덜지대-732.6봉-두고개-

               헬기장-먹구등(846.4봉)-헬기장-명동재-875봉 헬기장-헬기장-느지미재-

               왕거암 갈림 삼거리-대관령-제단바위-갓바위 전망대-798봉 헬기장-주산재-

               별바위(745.4봉)-통천문-632.2봉 헬기장-660봉-701.5봉-560봉-피나무재-

               산행종료

산행거리 : 약 24.10 Km (접속구간 00.00 Km)

산행시간 : 장마비로 인해 꾸준한 속도로 휴식없이 11시간 20분 

               (04시 30분부터 15시 50분까지)

 

낙동정맥이란 ???

낙동강의 동쪽을 따르는 산줄기로 동해바다를 가르는 한반도 동해안 지방의 담장이다.

백두산에서 남으로 힘차게 뻗어내려 금강산과 설악산을 거쳐 지리산으로 내려가는 백두대간 마루금이 천의봉(매봉산,1303봉)으로 솟아 오르기 전 1145봉 직전에서 남동쪽으로 분기하여 태백 백병산(1259봉), 통고산(1067봉), 울진 백암산(1004봉), 청송 주왕산(720봉), 경주 덕석산(829봉), 울산 가지산(1240봉), 신불산(1209봉), 부산 금정산(802봉)을 지나 백양산(642봉)을 넘어 낙동간 하구인 다대포 몰운대에서 끝나는 약 397 Km의 산줄기를 낙동정맥이라 한다.

낙동정맥 중에서 최고봉은 태백의 백병산으로 그 높이는 1259미터이다.

 

 

멋진 주왕산 조망과 무더위를 장마비와 맞바꿔 무탈한 산행을 즐겼던 시간들 

 

 

선답자들의 산행 후기를 참고한 후 난해하고 어려운 정맥 산행을 진행하여 무탈하게 맥 잇기 산행을 다녀왔기에 단 한명의 후답자라도 다시 이 산객이 걸었던 마루금을 걸으면서 산행에 도움이 될 수 있다면 하는 즐거운 마음으로 가능하면 정맥 마루금에 충실하게 적으려 노력하며 산행 후기를 적는다.

 

갑자기 바빠진 일 때문에 제대로 된 등로 확인하기도 힘든 시간에 기상청 싸이트에 들어 가 산행지 날씨를 확인해 보니 시시각각 변해가는 일기예보가 자꾸만 마음을 무겁게 만들고 있다.

산행 전날까지만 해도 산행지에는 1 ~ 5 mm 미만의 비만 내린다는 예보에 산행 후 뒷풀이 식사로 삼겹살을 준비해 놓고 다음날 확인해 보니 점점 비의 양이 많아지고 이제는 하루 종일 50mm 이상의 장마비가 내린다는 예보가 가슴을 아프게 만들고 있다.

그래도 큰 개울도 없고 어려운 바위나 암릉 구간도 없기에 산행을 강행하기로 하지만 역시나 그 멋진 주왕산 조망을 보지 못할 것 같다는 불길한 예감에 맥 잇기 산행의 어려움을 다시 한번 가슴에 묻어 보는 시간이다.

리더로서의 고민이 한두번이 아니였지만 세월이 지나면서 자꾸만 더 약해지는 스스로를 느끼며 인생무상을 생각해 보는 시간이다. 

 

어렵게 느즈매기 즉 느지미재를 지나 장대비가 솟아지는 등로를 타고 한동안 오르막 된비알을 타고 어렵게 올라간다.

온 몸은 이미 장마비로 인해 흥건히 젖어 있고 등산화까지 물이 들어가 발걸음을 옮길때마다 개구리 울음소리가 들려 온다.

그렇게 한동안 오르니 평이한 등로가 열리고 왕거암 갈림길에 도착하여 잠시 빗방울이 잦아든 틈을 이용해 등로 좌측을 바라보니 잡목 사이로 영덕군 달산면쪽 산그리메가 아름답게 펼쳐져 있고 그 위로 하얀 운무가 오락가락 거리며 오늘 처음으로 멋진 조망이 눈 앞에 펼쳐져 있다.

디카에 물이 들어가는 것도 모른채 한동안 왕거암 들릴 생각은 하지도 못한채 그 아름다움을 즐겨보는 시간이다.

 

맥 잇기 산행을 즐기는 종주대의 마음은 모두 똑같은지 눈이 오나 비가 내리나 바람이 불어도 간다고 생각했던 산행은 후회없이 다녀오는 버릇이 있는가 보다.

장마비가 예고되어 있지만 누구하나 산행을 취소하는 종주대 한명 없이 계획된 시간에 약속된 장소에 모두 모여 멀고도 어려운 낙동정맥 제9구간 산행을 위해 떠나 본다.

심야에 안동에서 먹을 것이 없기에 마지막 휴게소에서 간단히 새벽 참을 먹은 후 2주만에 다시 도착한 황장재엔 비가 내리지 않지만 구름이 낮게 드리워져 있어 금방이라도 비가 내릴듯 찌뿌둥한 날씨이다.

어둠속에 어렵게 몇장의 사진을 담은 후 낙동정맥 등산로가 있는 곳에서 영덕쪽으로 조금 더 진행해 봄철 경방기간에 출입을 금지한다는 경고판 뒤로 나 있는 계단을 타고 또 한구간 산행을 위해 마음을 다잡는 시간이다.

 

잡목과 등로 옆에 자라난 풀섶에 내려 앉은 빗방울과 안개로 인해 금새 등산복과 등산화가 젖을 것 같아 비옷도 입고 등산화 위에 비닐 덮개까지 만들어 완벽한 산행 준비를 했지만 역시 바람이 통하지 않는 비옷은 거추장 스럽고 답답하기만 하다.

금새 비옷을 벗어 던지고 잡목가지에서 떨어지는 물방울을 맞으며 진행하니 상쾌한 새벽 시간을 만끽한다.

잠시 조금은 빠르게 진행하니 금새 묘지 하나가 있는 464봉을 지나 황장재에서 1 Km 걸어 왔다는 이정표를 만나 사진 한장 남겨 본다.

후덥지근한 날씨이지만 아직은 비가 내리지 않아 복 받은 종주대란 농담을 건네며 기분 좋은 출발이다.

 

다시 어둠속에 호젓하게 나 있는 등로를 타고 한동안 진행하니 서서히 여명이 밝아 오며 헤드렌턴 불빛이 없어도 흐릿하게 등로가 눈에 들어 온다.

그렇게 진행하니 다시 쌍묘를 지나는 데 그 쌍묘를 지나자 마자 바로 지도상 등로 우측으로는 칠보의 갈평치와 등로 좌측으로 지품의 한골지로 내려가는 갈림 사거리 표시가 되어 있는 곳이다.

어둠속에 정확하게 확인할 순 없지만 통나무를 잘라 만든 벤취 두개와 부산 낙동산악회에서 붙여 놓은 이정표가 이곳이 갈평재임을 알려주고 있다.

 

다시 완만한 오르막 등로를 타고 진행하니 어둠이 엷어지며 주위 사물들이 눈에 들어 오기 시작하고 살펴보니 원시림이 따로 없는 멋진 마루금이 열려 있다.

하지만 이곳에서 부터 조금씩 빗줄기가 떨어지기 시작하고 하나 둘 다시 우의를 입기 시작한다.

비와 땀으로 범벅이 된 몸을 이끌고 계속 진행하니 다시 봉우리 하나에 올라 서고 그곳에 먹구등까지 5.8 Km 남아 있고 황장재로 부터는 3.1 Km 걸어 왔다는 이정표는 바닥에 떨어져 나뒹굴고 있다.

 

다시 서서히 이어지는 오르막 경사를 타고 한동안 진행하니 빗줄기가 더욱 굵어지고  이 산객도 더 이상 버티지 못한채 더운 비옷을 꺼내 입는다.

하지만 등산화를 보호하던 비닐 봉지가 나무 뿌리에 너덜거리는 넝마로 변해 사라지고 조금씩 스며들던 빗줄기가 이제 방수와 고어텍스란 단어가 무색한 시간이 되어 버린다.

그렇게 한동안 진행하니 먹구등 5.2 Km 남았다는 이정표를 만나 사진 한장 남기고 살펴 보니 선답자들 후기에서 봤던 모둠터가 있지만 세월이 흘러 텐트는 모두 찢겨 사라지고 있다.

 

이제 제법 가파른 오르막 등로를 타고 진행하니 이곳이 마치 정글 숲으로 들어가는 문인듯 발걸음 옮기기도 힘든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다.

철쭉나무가 무성하게 자라며 좁은 마루금은 열어 놓고 종주대들만 드나들 수 있는 통로를 만들어 놓은 듯 하다.

그렇게 한동안 올라 820봉쯤 되는 봉우리 정상에 도착하니 갑자기 하늘이 열리며 잡목과 잡풀이 가득 자라고 있는 공터에 오른다.

더욱 강해지는 빗줄기가 시원한 산행을 만들어 주지만 질척거리고 보여주지 않는 조망은 아쉬움을 남기는 시간이다.

 

그 820봉을 넘어 다시 우거진 잡목 속으로 들어가니 평이한 등로가 잠시 열리더니 금새 출입금지 안내판이 서 있다.

낙동정맥 구간에서 유일한 출입금지 구간으로서 이곳부터는 주왕산 국립공원에 편입된 구간이다.

국립공원을 지나는 구간은 왜 그리 금지하는 것이 많은지...

그저 사무실에 앉아 행정 편의로 만들어 세워둔 출입금지 안내판이 아니길 간절히 바래 보는 시간이기도 하다.

 

나즈막한 안부로 내려갔다 그곳이 절동재인지도 모르게 지나치고 다시 가파른 등로를 타고 숨가쁘게 오르니 다시 넓은 공터가 나타나고 그 한가운데에 잡풀이 무성한 묘지 한기가 보인다.

이곳이 바로 데둔산 갈림 삼거리로서 우측 능선으로 오르면 대둔산 정상으로 가는 등로이고 좌측으로 진행하면 낙동정맥 마루금으로 이어지는 삼거리 공터이다.

비는 강하게 내리고 있지만 그래도 대둔산 정상에 들려 사진 한장 남기고 다시 내려 오기로 한다.

 

다시 완만한 등로를 타고 4분여 오르니 대둔산 정상이다.

많은 자료를 찾아 보지만 역시 논산과 완주의 대둔산에 관한 자료만 가득하다.

특별한 조망도 없고 제대로 된 정상석 하나 없는 그저 낙동정맥 산행을 즐기는 산꾼들의 산행기에서나 볼 수 있는 청송의 산중 하나일 뿐임이 아쉬운 시간이다.

 

대둔산 가는 길에 있다는 절터는 구경도 못하고 그저 내리는 빗속에 한걸음 두걸음 발길 옮기기 바쁜 시간이다.

그렇게 다시 솟아지는 빗속을 걸어 가니 저 멀리 선두가 자리를 잡고 내리믐 빗속에 아침밥을 먹고 있다.

잠시 자리 잡고 아침 밥을 꺼내니 더욱 거세지는 빗줄기로 인해 밥인지 빗물인지 모르게 밥을 먹고 다시 산행 준비를 하는데 살펴보니 이곳이 바로 그 절터처럼 느껴졌다.

처음에는 집터가 아닐까 생각을 했는데 지도상 나와 있는 절터는 아닐까 생각되는 그곳에서 아침 식사를 즐긴 것이다.

 

절터인지 집터인지에서 아침 식사를 하고 다시 추위가 밀려 와 배낭을 둘러 메고 평이한 등로를 타고 걸어 본다.

약간 비가 멈춘 사이 진행하다 보니 거대한 암봉이 등로를 가로 막고 등로는 우측으로 우회하도록 열려 있다.

그곳으로 내려가다 살펴보니 별바위 지나 있는 정식 통천문이 아닌 미니 통천문을 닮은 바위 구멍이 보인다.

잠시 사진 한장 남기고 다시 맥 잇기 산행을 이어가 본다.

 

장마비가 내려 붓기 시작하고 특이한 것도 없는 마루금을 타고 한동안 걸어 본다.

봉우리 몇개를 넘었지만 그렇게 머릿속에 남아 있는 봉우리는 아닌듯 잠시 올랐다 내려가고 다시 오르기를 반복하는 그런 등로이다.

그렇게 진행하니 선두에서는 벌써 먹구등 지나 열심히 진행하고 있다는 무전 소리가 들려 온다.

그렇게 진행하니 어느덧 두고개에 도착해 내리는 빗줄기 속에 분간조차 하기 힘든 등로를 담아 본다.

 

다시 완만한 등로를 타고 진행하니 잡목 사이로 흘러 내리는 빗줄기가 온 몸으로 떨어져 비옷을 입고 진행하는 것이 더 거추장 스러운 시간이다.

그래도 추위로 인해 벗지도 못하고 진행하니 갑자기 작은 헬기장이 나타나고 몇미터 앞 나뭇가지에 먹구등 NO-4가 달려 있다.

등로 우측으로는 두수람 지나 금은광이로 내려갔다 주왕산 주봉 이나 장군봉으로 내려갈 수 있는 등로가 열려 있는 곳이지만 오늘은 빗물에 그 등로를 확인하는 것 조차 힘에 벅차다.

 

남동쪽으로 진행되던 등로는 먹구등에서 북동쪽으로 바뀌어 진행하도록 되어 있다.

그렇게 진행하니 등로에는 더욱 흥건한 빗물이 흐르기 시작하고 그 위를 수많은 철쭉 나무들이 덮어 하늘을 가려주고 있다.

지나 갈 때마다 나뭇가지에 고여 있던 빗물이 흘러 내리며 빗줄기보다 더 강렬하게 산객의 발걸음을 잡고 늘어진다.

 

완만한 내리막 등로를 타고 내렸다가 다시 오르막 등로를 타고 오르니 헬기장 하나를 지나고 860봉 쯤 되는 봉우리도 넘는다.

다시 완만한 내리막 등로를 타고 진행하니 금새 명동재 이정표가 반긴다.

하지만 쉴새 없이 내리는 빗줄기로 인해 제대로 된 사진 한장 담기 어려운 조건이지만 산행 후기를 위해 디카에 무리인줄 알면서도 자꾸만 카메라를 꺼내 든다.

 

다시 조금씩 높아지는 고도를 따라 진행하니 큰 바위 지대를 지나 평이한 등로가 열려있다.

제멋대로 자란듯한 거대한 활엽수와 그 아래 낮게 누워있는 잡풀들 그리고 그 사이에 어렵게 자라고 있는 관목 사이로 안개가 드리우며 참으로 멋진 등로를 만들어 놓았다.

산행의 어려움을 충분히 보상을 받기라도 하듯 그 멋진 풍경을 즐겨 본다.

 

다시 평이하지만 약간 완만한 오르막 등로를 타고 진행하니 잘 보이지 않을만큼 숨어 있던 헬기장이 불쑥 나타난다.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고 관리까지 되지 않았는지 주위에 자라고 있는 잡목들로 인해 제 기능을 상실한지 오래되어 보이는 폐 헬기장이다.

나뭇가지에는 헬기장 NO-2라 표기되어 있다.

선두와 연락해 보니 선두는 벌써 대관령 근처까지 달아난 상태이다.

 

약 880봉인 NO-2 헬기장을 지나 진행하니 금새 또 다른 폐 헬기장이 나타나고 그곳을 지나자 이제 등로는 다시 완만한 내리막 마루금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제 느지미재까지 제법 긴 거리를 내리막 등로를 타고 내려가야 한다.

빗줄기는 더욱 강하게 내려 붓고 그 빗속을 걸어가는 종주대의 뒷모습이 안스러움을 지나 이제는 아름답게 보이는 시간이다.

그렇게 내려가니 목장의 목초가 부럽지 않은 멋진 등로가 열려 있다.

 

헬기장에서 약 25분여를 계속 아름다운 등로를 타고 내려오니 어느덧 느즈매기에 도착해 어렵게 사진 한장 남겨 본다.

오늘 대둔산 오름길과 이곳 왕거암 갈림 삼거리로 오르는 등로가 두번째로 힘들게 한 된비알 오름길이였다.

서서히 높여가던 고도가 어느새 코가 땅에 닿을듯 가파라지기 시작하고 내리는 빗줄기는 등로에 모여 작은 시냇가를 만들어 산객들의 발길을 막고 있다.

 

참으로 어렵고 힘든 된비알 오름길이였다.

사진을 찍을 수도 없었지만 찍을 수 있었다 해도 입안에서 나는 단내를 내뿜으며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였다.

그렇게 신음소리를 내며 40여분 빡쎄게 오르니 드디어 왕거암 갈림 삼거리에 도착하지만 내리는 빗줄기와 안개로 인해 보이는 것이 없기에 등로 우측 가까운 위치에 있는 왕거암 왕복도 포기하고 좌측 정맥 마루금을 타고 계속 진행한다.

 

언젠가 다시 한번 올라 왕거암을 통해 가메봉으로 들릴 기회가 있으리란 희망으로 떠나는 마음이 아프다.

다시 완만한 내리막 등로를 타고 내려가니 등로 좌측으로 절벽지대가 나타나고 그곳 저 멀리 조금씩 안개가 사라지며 멋진 조망이 잠시 펼쳐진다.

좌측 저 멀리 영덕 달산쪽 산그리메가 아름답고 앞쪽 잡목 사이러는 이제부터 올라야 할 갓바위 능선이 안개의 춤사위를 그리며 어서오라 손짓하고 있다.

 

영덕의 용덕리와 연곡리쪽 나즈막한 연봉들과 깊은 골짜기 위에 피어 오르는 하얀 안개가 그나마 답답했던 가슴을 활짝 펴게 만들고 있다.

허기가 지기 시작하고 비가 잠시 소강상태로 접어든 틈을 타 이곳에서 준비한 간식으로 배를 채워 본다.

똑딱이 카메라의 한계를 실감하면서도 비 내리는 날 이렇게 멋진 조망을 볼 수 있음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시간이기도 하다.

 

다시 한동안 완만한 내리막 등로를 타고 내려갔다 평이한 마루금을 이어 걸어가니 생각보다 우거진 철쭉 군락지를 통해 어렵게 산행을 이어간다.

좁은 등로를 타고 진행하며 철쭉나무를 흔들면 금새 우두둑 빗방울이 떨어져 비옷에 구르며 묘한 여운을 남기는 시간이다.

봄철 철쭉이 피는 계절에 올라도 전혀 후회하지 않을 그런 멋진 등로의 연속이다.

 

다시 진행하니 대관령쪽에 몇명의 산우님들이 있고 그들과 이야기 나누며 등로 좌측을 바라보니 그곳에 다시 멋진 선계가 펼쳐져 있다.

올망졸망한 산그리메가 끝없이 펼쳐져 있고 그 산그리메 위로 엷게 펼쳐진 안개가 또 새로운 풍경으로 산객의 가슴에 남겨지는 시간이다.

비가 내리면 내리는 대로 또 안개가 끼면 낀 안개대로 이렇게 즐기며 가슴에 담으면 족하다는 생각이다.

 

오랫만에 터지는 조망이기에 빨리 떠나지 못하고 계속 머물며 다양한 모습을 담아 본다.

시시각각 변해가는 모습이 아쉽고 그리워 떠나지 못하는지도 모를 일이다.

등로 우측의 주왕산 조망을 기대했지만 그곳 대신 좌측 동해바다쪽 영덕의 산그리메에 빠져드는 시간이다.

 

그렇게 조망을 즐긴 후 다시 완만한 오르막 등로를 타고 진행하니 선답자들의 산행 후기에 단골로 등장하는 제단바위에 도착해 잠시 숨고르기를 해 본다.

이제 똑딱이 카메라에도 제법 많은 양의 물기가 스며들었는지 선명한 사진 한장 남기기도 어려운 조건이다.

그래도 악착같이 어려운 조건하에서도 사진 한장 남기고 다시 바위 사이의 가파른 등로를 타고 오르니 갓바위 전망대 가는 길이 보이지만 오늘은 그냥 패스다.

 

다시 그림같이 펼쳐진 등로를 타고 한동안 무심으로 걸어 본다.

어느 거대한 목장 한가운데에 들어 와 목초지를 걷는 그런 기분으로 걸어 보는 시간이다.

힘들게 진행하는 맥 산행이지만 생각지도 못한 멋진 선물에 그저 황홀한 기분으로 이어가는 시간이다.

올라 걸어보지 않으면 알 수도 없고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그런 시간인 것이다.

 

다시 평이한 등로가 가파라지기 시작하며 갑자기 하늘이 펑크라도 난듯 장대비가 솟아진다.

그 장대비를 피할수도 피하고 싶은 마음도 없이 그저 내리는 비를 맞으며 가파른 된비알 치고 오르니 등로가 금새 도랑으로 변해 붉은 황톳물이 가득 솟아져 내려 온다.

오늘 산행 중 세번째 큰 고통을 주는 가파른 오르막 된비알이다.

그렇게 오르는 중에도 가끔 나타나는 평이한 등로에 피어난 푸른 초원에 마음을 빼앗기며 그 고통을 참아내고 있다.

 

다시 코가 땅에 닿을듯한 가파른 등로를 타고 무념으로 걸어 간다.

앞서 진행하는 종주대의 입에서 신음소리가 길게 이어질 쯤 드디어 콘크리트로 된 798봉 헬기장에 도착해 한숨을 길게 내쉬어 본다.

생각보다 가파른 오르막 된비알에 참으로 어려운 시간이였지만 그래도 시원하게 내리는 빗줄기로 인해 무더위로 인한 고통은 없어 다행이다.

잠시 주위를 살펴 보지만 무성한 잡목들로 인해 주위 조망 하나 보이는 것이 없으니 다시 출발한다.

 

한동안 올랐으니 다시 내려가야 하는 것이 자연의 이치이기에 평이한 등로와 내리막 등로를 번갈아 타며 진행한다.

참으로 멋진 초원같은 등로를 타고 진행하니 잡풀이 무성한 묘지 하나를 지나 아래로 뚝 떨어진다.

잠시 내려가니 그곳에 안부가 나타나고 작은 돌무덤 하나가 한쪽 구석에 보인다.

무슨 용도로 누가 쌓았는지는 알길이 없지만 무속 신앙의 하나일 것이란 추측만 가능할 뿐이다.

 

다시 그림같은 푸른 초원 등로를 타고 가늘어 지는 빗줄기를 맞으며 진행하는 산행에도 이제 적응이 되였는지 별반 큰 어려움을 느끼지 않는다.

다만 젖은 바지를 입고 진행하다 보니 두 다리에 상처가 나면서 발걸음을 옮길때마다 쓰라리고 아프기 시작한다.

잠시 더 진행하니 등로 좌측 푸른 초원 옆에 문인석이 서 있다.

잠시 들려 사진 한장 남기고 돌아 나오니 함께 진행하던 종주대의 뒷모습이 벌써 저 멀리 잡목 속으로 사라지고 있다.

 

다시 내리는 빗줄기속에 아름다움이 무엇인지 알려주는 초록의 초원 등로를 타고 한동안 전진한다.

앞서 걸어가던 종주대의 뒷모습도 사라진 등로를 홀로 걸어가는 맛도 꽤 운치있게 다가온다.

피하지 못하고 부딫혀야 한다면 즐기자 마음 먹으니 그저 좋은 날씨나 별반 큰 차이가 없는 듯 하다.

다만 그 멋진 조망이 없다는 사실이 그저 안타까운 시간일 뿐이다.

 

다시 평이한 등로를 타고 진행하니 경주이씨 묘지 하나가 묘비와 함께 보이고 그 앞을 통해 진행하니 그저 나즈막한 봉우리를 오르락 내리락 진행한다.

30여분 그렇게 큰 특징이 없는 등로를 타고 진행하니 갑자기 암릉이 나타나고 살펴보니 무슨 절터나 성곽터처럼 보이기도 하는 그런 바위군들이다.

그 옆을 통해 다시 가파른 된비알을 타고 오르기 시작한다.

 

그렇게 올랐다 내려가니 절골삼거리라 생각되는 곳을 지나지만 지도를 꺼내 확인하기도 힘드니 확신을 하지는 못한다.

이제 빗물은 더욱 세차게 디카속으로 스며들고 사진을 찍은 후 살펴볼수록 더욱 희릿한 영상만 산객의 마음을 아프게 만들고 있다.

그래도 후기를 위해 최선을 다해보지만 사진 찍는 것도 조만간 멈춰야 할 것 같다는 느낌이다.

 

그렇게 진행하며 주산재 삼거리를 향해 오르다 잠시 등로 우측에 서 있는 큰 소나무 한그루가 멋져 바라보니 방금전 지나 온 558.5봉이라 생각되는 봉우리가 소나무 가지 사이로 희미하게 다가온다.

급하게 사진 한장 남기지만 역시나 빗물이 스며든 렌즈엔 흐릿한 영상만이 아쉬움을 대변해 주고 있다.

그래도 이렇게 사진 한장 남길 수 있어 다행이란 생각으로 다시 오르며 사진을 담아보지만 이 똑딱이 조차 먹통이 되면서 마지막 사진이 되였다.

 

이제 종주대들의 사진과 선답자들의 사진을 빌려 와 남겨 본다.

다시 강해지는 빗줄기를 맞으며 완만한 오르막 등로를 오르니 넓은 공터가 나타나고 직진의 등로에는 쓰러진 커다란 고사목 하나가 누워있다.

이곳에서 잠시 간식을 나눠 먹으며 휴식을 취한 후 어렵게 지도와 나침판을 꺼내 독도를 해 보니 등로는 우측으로 크게 꺽어 올랐다 별바위를 지나 내려가도록 되어 있다.

주산재 삼거리에서 가야 할 등로를 바라보니 우측으로 별바위가 우뚝 솟아 있고 그 좌측 능선을 타고 피나무재로 향하는 정맥 마루금이 아름답게 누워있다.

하지만 이 사진속 조망 하나 보지 못하고 그저 상상속에 그림으로만 그렸다 지우기를 반복하는 야속한 우중 산행이 되고 만다.

 

등로 좌측으로 오늘 구간에서 유일한 탈출 구간인 주산재 삼거리를 지나 다시 우측으로 크게 꺽어 진행하니 계속 가파른 오르막 된비알이 이어지고 다시 빗속에 굵은 땀방울을 흘리다 보니 어느새 별바위 삼거리에 도착한다.

더욱 짙어지는 안개가 잠시 강하게 불어 오는 바람에 춤을 추는 사이 주위 풍경을 살펴 보지만 통천문 위로 솟아 있는 암봉 두개만 희미하게 눈에 들어오는 것이 전부이다.

 

별바위 삼거리에서 우측 별바위로 오르니 길죽한 삼각점 하나가 서 있고 곧바로 별바위 정상이다.

아래로 바라보면 저수지에 뿌리를 박고 멋진 삶을 살아가는 왕버들이 진사들을 불러 모으는 주산지가 선명하게 내려다 보여야 하는데 오늘은 그저 백야 현상만 가득하다.

그래도 별바위 정상에서 바라 본 내려가야 할 통천문쪽으로 서 있는 소나무 한그루 저 멀리 암봉이 흐릿한 실루엣으로 드러나니 그것만으로도 감사한 시간으로 남겨 본다.

 

참으로 아쉬운 조망이다.

별바위 정상에서 바라 본 지나온 갓바위와 헬기장 그리고 저 멀리 대둔산이 시원하게 보여야 하는데 짙은 안개로 인해 그저 머릿속에서만 상상으로 그려보는 그림이 되고 말았다.

언젠가는 저 마루금을 타고 다시 한번 걸으며 오늘을 추억하는 기회가 있기를 간절히 바래보는 시간이기도 하다.

 

다시 별바위 정상에서 삼거리로 내려 와 이제 우측 급경사 내리막 등로를 타고 내려가 본다.

잔 자갈들이 등로를 이루고 비까지 내리는 최악의 산행 조건이지만 모두들 베테랑답게 조심하며 한발 두발 걸어 내려 간다.

그렇게 잠시 내려가니 등로 좌측으로 석병산 일월문처럼 생긴 통천문이 보인다.

그 통천문 위로 솟아 있는 암봉을 우회하며 내려가는 등로에서 바라 본 통천문은 아쉽게도 통과 할 수 없는 문이 되어 있다.

 

이 또한 많이도 아쉬운 풍경이다.

영덕의 풍력단지가 시원하게 펼쳐져 있고 동해바다도 보여야 할 마루금인데 오늘은 그저 다음을 기약하는 시간이다.

급경사 등로를 타고 한동안 내려오니 632.2봉 헬기장을 지나고 701.5봉을 넘어 이제 마지막 피나무재만 남았다고 생각하는 순간 560봉이 앞을 가로 막으며 정맥 산행의 어려움을 제대로 보여 주고 있다.

 

마지막 560봉을 넘어 다시 완만한 내리막 등로를 타고 진행하니 금새 차량 통행 소음이 들리는 피나무재 도로가 내려다 보이고 우리들이 타고 가야 할 애마가 보인다.

온 몸이 완전히 젖어 버린 상태로 내려오니 종주대가 몇장의 사진을 담아 준다.

바닷가에서 물고기를 잡다 나온 어부의 모습이 따로 없을듯 그렇게 온 몸이 젖어 버렸다.

오늘 마지막 내려 온 산행 날머리 피나무재에서 그래도 멋진 사진 한장 남겨준다는 종주대의 손에 이끌려 추억 한장 남겨 본다.

 

닦지도 못하고 간신히 배낭 정리하고 젖은 등산화 벗어 버린 후 비옷을 정리하니 종주대 한명이 다시 멋진 사진 한장 남겨 준다.

무슨 불만이 있는지 아니면 어려움을 호소하는지 표정이 묘하다.

그렇게 버스 제일 뒷자석에 들어 간단히 젖은 옷 벗어 버리고 새옷으로 갈아 입으니 그나마 살 것 같다는 느낌이다.

 

선두는 채 10시간이 되지 않아 내려왔지만 후미는 11시간 20여분이 지나 어렵게 그러나 모두 무탈하게 내려 와 간단히 옷 갈아 입고 버스로 928번 지방도로를 타고 청송쪽으로 진행하다 도로 우측의 정자에서 준비한 삼겹살과 이슬이로 뒷풀이를 하니 이 세상 모두가 온누리 낙동정맥 종주팀의 것이 되어 버렸다.

무엇이 그리 좋아 이 세찬 장마비를 마다 않고 이 먼 곳까지 내려 와 산행을 하는지 알 수는 없지만 함께하는 종주대가 있기에 다시 다음 구간을 생각하는 여유가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이제 낙동정맥도 반환점을 지나 남으로 달려가며 걸어 온 마루금보다 남아 있는 거리가 더 짧아지는 시간을 만끽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모두 무탈하게 완주한 21인의 낙동정맥 종주대의 투혼에 감사하며 다시 새로운 마음으로 다음 구간을 기다려 본다.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칠갑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