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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맥산행(완료)/호남정맥(완료)

호남정맥 제2구간 슬치재에서 불재까지 산행 후기

by 칠갑산 사랑 2010. 10.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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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지 : 전라북도 임실군과 완주군의 호남정맥 마루금 일대

산행날자 : 2010년 10월 13일 (수요일 당일 산행)

산행날씨 : 하루종일 구름과 안개 끼고 바람 불어 산행하기 좋았으나 조망이 없었던 날씨

산행온도 : 영상 09도에서 영상 21도

산행인원 : 칠갑산 나 홀로

산행코스 : 슬치휴게소(745번 지방도로)-슬치마을회관-실치재-

               동물이동통로(745번 지방도로 위)-416봉-469봉-군부대 경고판-장재-

               군부대 철조망-갈미봉(540봉) 및 헬기장-군부대 철조망-480봉 갈림 삼거리-

               쑥재-공기. 편백숲 갈림 삼거리-바위 전망대-옥녀봉 갈림 삼거리-

               옥녀봉(579봉)-옥녀봉 갈림 삼거리-공기. 편백숲 갈림 삼거리-한오봉(570봉)-

               고덕산 갈림 삼거리-편백나무 군락지-안테나-첫번째 암봉-

               효간치(효간마을 하산 갈림길)-두번째 암봉(454봉)-경각산(659봉) 및 헬기장-

               산불감시초소-멋진 소나무-전망바위-묘지지대-불재(749번 지방도로)-

               산행종료

산행거리 : 약 16.00 Km 

산행시간 : 식사하고 휴식하며 사진 찍은 시간 모두 포함해 06시간 40분 (06시 25분부터 13시 05분까지)

 

호남정맥이란 ???

우리나라 서남부 문화권을 나누는 의미 있는 경계선으로 산경표를 보면 백두대간에서 금남호남정맥이 분기하고 그 산줄기가 다시 금남정맥과 호남정맥으로 나뉘며 호남정맥은 그 시작점이 웅치(현재 지명으로 곰치재)라 적혀 있는 총 산행거리 398.7 Km의 산줄기이지만 어느 산꾼들은 백두대간 영취산이 호남정맥의 시작점이라 하여 총 산행거리 462 Km의 산줄기라 하기도 한다.

호남정맥은 동쪽으로 섬진강을 서쪽으로는 만경강, 동진강, 영산강, 탐진강을 가르고 있으며 주요한 산들을 살펴보면 3정맥 분기점인 주줄산(주화산)에서 남서쪽으로 분기한 산줄기가 완주 만덕산(762m)을 지난 후 내장산(763m), 추월산(729m), 무등산(1,187m), 제암산(779m), 조계산(884m) 등 남도의 큰산을 지나 광양 백운산(1,218m)을 끝으로 섬진강과 남해바다가 만나는 곳 망덕산(197봉) 앞 바다로 흘러드는 산줄기를 말한다.

 

 

홀로 여유롭게 즐긴 호남정맥 제2구간에서의 즐거운 시간들

 

 

9월 말 추석 연휴 기간에 실시된 제2구간은 유럽 출장 관계로 합류하지 못해 홀로 오르는 기회가 되였다.

늘 주말마다 계획된 산행이 있어 오랫만에 주중에 시간을 내 느긋하게 다녀오면서 거리가 짧아 일찍 내려오면 첫구간 산행 시 들리지 못했던 3정맥 분기점인 주화산에 올라 늦게나마 호남정맥 대장정에 대한 각오를 다지고 내려올 예정으로 새벽에 출발한다. 

 

대중교통을 이용해 내려가면 좋으련만 제2구간 산행 후 모래재로 돌아 가 3정맥 분기봉인 주화산을 만나야 하기에 어쩔 수 없이 애마를 이용하다 보니 내려오기 전부터 택시편을 알아 보느라 정신이 없는 시간으로 남긴다.

그래도 어렵게 택시를 불러 불재에 애마를 두고 다시 슬치재로 넘어 와 이렇게 출발 전 사진 한장 남길 수 있어 다행이다.

새벽인데도 식당이 문을 열어 두어 산행하는 산우님들에게는 요긴하게 이용될 슬치재이지만 이 산객에게는 언제 그런 기회가 다시 올련지...

넓은 745번 4차선 지방도로엔 간간히 지나다니는 차량만이 흔적조차 보이려 하지 않으려는듯 빠르게 질주하고 있다.

그 슬치재를 뒤로 하고 먼 장도를 떠나는 시간이 새벽 6시 25분으로 밤의 길이가 많이도 길어졌음을 실감한다.

 

잠시 슬치마을 들어가는 입구 좌측에 세워둔 작은 사각 원두막을 닮은 정자에서 산행 준비를 하고 심호흡을 크게 한번 내쉰 뒤 천천히 마을로 향한 도로를 타고 진행하니 도로 좌측에 (유)동양주류상사 입간판이 나타나고 그 앞을 지나 직진으로 계속 전진하니 슬치마을회관이 정면에 보이면서 그 앞 우측에 사당처럼 보이는 건물이 있지만 공사중이라 정확한 건물 용도를 모르겠다.

그 슬치마을회관 정문에서 우측으로 이어진 시멘트도로를 타고 민가 사이를 통해 저 앞에 높게 보이는 송전탑을 기점으로 삼아 오르면 큰 문제가 없다.

 

잠시 민가 사이를 진행하니 일찍 일어나 가축들에게 먹이를 먹이고 밭에 나가 일을 하는 농부들의 모습을 보면서 어린 시절 이 산객이 살았던 고향이 반추되는 것은 무슨 연유인지...

계속 시멘트 도로를 타고 오르니 도로 우측에 한우 축사가 보이고 그 넘어 저 멀리 거대한 송전탑도 보인다.

처음 출발하며 걱정했던 알바에 대한 두려움이 사라지는 순간이다.

  

한우 축사를 지나 계속 시멘트 도로를 타고 오르니 T자 삼거리가 나타나고 우측으로 급틀하여 진행하니 금새 거대 통신탑 위 시멘트 도로를 지난다.

그곳에서 우측 밭쪽을 바라보니 지난회차 어렵게 내려온 박이뫼산에서 슬치재 그리고 이곳으로 오른 등로가 한눈에 보인다.

다만 안개가 끼어 제대로 된 모습을 볼 수 없는 것이 아쉽기만 하다.

 

가을 걷이가 끝난 공터같은 밭과 인삼밭 그리고 콩밭등을 차례로 지나며 계속 시멘트도로를 타고 오르니 저 멀리 앞쪽으로 나즈막한 봉우리 하나가 보이고 그 우측으로 745번 지방도로 위에 나 있는 동물이동통로가 있는 안부도 보인다.

다시 앞으로 계속 전진하니 등로는 비포장 삼거리를 만나고 좌측으로 틀어 올라가니 물탱크를 지나 묘지 몇기가 줄지어 서 있는 곳 중앙을 넘어 그 끝자락에 능선으로 연결되어 있다.

 

잠시 가파른 된비알 타고 올라 봉우리 정상을 넘으니 등로는 다시 넓은 임도로 이어지고 그곳을 타고 내려가니 우측에 묘 한기가 나타나며 인삼밭은 사라지고 공터같은 넓은 밭이 나타난다.

그 밭 좌측 중앙에 멋진 소나무 한그루가 방향타 구실을 하며 서 있고 그곳에서 우측으로 틀어 밭 중앙을 가로질러 내려가면 동물이동 통로와 만날 수 있을 것이다.

그동안 산행 후기를 읽어 보면 이 밭은 인삼밭이였었는데 이제 그 안삼도 수확되어 이렇게 넓은 공터같은 밭이 되어 있다.

정상 등로를 잘 찾았다는 안도감에 잠시 쉬어 땀도 닦고 조끼도 벗은 다음 느긋하게 밭 중앙을 지나 동물이동통로로 접근한다. 

 

동물이동통로는 경운기나 트랙터 같은 농기계가 지나다닐 정도의 협소한 도로에 양쪽으로 철조망이 쳐져 있다.

그 철조망에는 칡넝쿨이 에워싸 담장처럼 변해 버렸다.

그래도 등로엔 트랙터가 지나다닌 바퀴 자국이 선명하다.

이곳에서 벌목되어 잡목이 무성한 장소까지는 한동안 이렇게 생긴 비포장 임도를 타고 진행해야 한다.

 

동물이동통로를 지나 야생화를 친구삼아 오르니 416봉은 오르지도 못하고 송전탑을 세울때 난 도로인지 아니면 인공적으로 조림하기 위해 낸 도로인지 모를 넓은 비포장임도를 타고 진행하도록 되어 있다.

다만 진행하며 짙은 안개속에서도 등로 좌측으로 보이는 신덕면 오궁리쪽 좁은 황금 들판과 그 들판을 둘러싼 협곡같은 산세가 눈길을 잡으며 쉬어가라 한다.

 

넓은 임도를 타고 한동안 진행하니 갑자기 벌목된 지점에 도착해 이제부터 잡목 사이를 헤치고 오르도록 되어 있다.

등로 우측으로 17번 지방도로와 전라선이 보이지만 안개로 인해 시원한 모습은 아니다.

다만 지나 다니는 차량들로 인한 소음이 제법 많은 차량들이 지나다니는 17번 지방도로임을 알려 준다.

그 뒤로 한줄기 산줄기가 지나가며 지난회차 지났던 등로를 막고 있지만 그 산줄기 이름을 모르니 답답하기만 하다.

이제 이곳 잡목지대엔 가을이 지나가는 길목에 마지막 씨앗을 뿌리기 위한 야생화의 몸부림이 처절하게 진행되고 있다.

 

한동안 비포장 임도를 타고 진행하니 다시 등로는 숲속 능선으로 이어지고 나무 터널을 이룬 등로를 지나 오르니 땅바닥에 나뒹구는 469봉 안내 코팅지가 나타난다.

누군가의 수고스러움과 노력으로 인해 후답자들은 이렇게 편안한 산행을 즐기는데 그 이정표 하나 제대로 보존하지 못하는 현실이 아쉽기만 하다.

저 코팅지가 사라지면 후답자들은 또 어떻게 이곳이 469봉임을 알 수 있을련지...

 

다시 아름다운 숲속 가을빛에 취해 정신없이 걷고 있는데 갑자기 땅바닥에 으름 껍질이 많이 떨어져 있다.

어린 시절 고향 뒷산에서 자주 먹었던 열매였으나 한동안 잊고 살았던 으름 껍질을 보니 옛 추억이 생각나 그 주위를 모두 뒤져 그 열매를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한동안 이리저리 으름 열매 찾아 돌아다니다 드디어 한송이의 열매를 발견하곤 얼마나 반가웠던지...

한국의 바나나라 불리며 속에는 검은 작은 씨가 수도 없이 만하 먹기에 불편하지만 그래도 달콤한 그 맛은 여전히 일품이였다.

 

그렇게 으름 열매와 추억 놀이를 한 후 완만한 능선을 오르니 넓은 공터엔 가을 억새가 수북히 피어 있고 그 뒷쪽 한 모퉁이에 군부대에서 설치한 폭발물 경고판이 서 있다.

이제 장재가 다 왔구나 생각되어 찾아 보지만 그전까지 보였던 코팅지는 어디로 사라졌는지 찾을길이 없어 포기하고 다시 갈길을 찾아 떠나 본다.

이제 장재도 지났으니 산불감시초소로 향하지만 군부대 철조망을 만날때까지 산불감시초소를 만나지 못해 어리둥절한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그렇게 한동안 산불감시초소를 생각하며 진행하니 갑자기 눈 앞에 군부대 철조망이 나타나 혹시 이 산객이 알바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배낭 벗어 놓고 주의깊게 독도를 해 보지만 분명 알바는 아니다.

그러면 늘 선답자들의 산행 후기에서 봤던 산불감시초소는 어디로 갔단 말인가...

잠시 어리둥절하면서도 정상 등로를 타고 잘 진행했다는 안도감에 잠시 쉬어 가는 여유도 가져 본다.

이제 이 철조망을 타고 좌측으로 틀어 진행하니 이곳 산상에는 벌써 가을이 깊어가고 곧 겨울 채비를 서두르는 모습이 눈에 들어 온다.

 

군부대 철조망을 타고 계속 진행하니 어느 순간 우측으로 진행하는 철조망을 버리고 등로는 좌측 숲속으로 연결되어 있지만 금새 우측 가까이에 군부대 철조망은 다시 다가온다.

한동안 완만한 등로를 타고 오르니 그곳에 넓은 헬기장이나타나고 그곳에 갈미봉 이정표가 붙어 있다.

즉 갈미봉 정상이 헬기장으로 이뤄져있는데 선답자의 후기들을 읽다 보니 갈미봉 정상을 지나야 헬기장이 나온다고 잘못 이해를 했던 것이다.

 

갈미봉 정상에서 잠시 쉬었다가 다시 등로를 타고 내려가니 조금 전 만나 이곳으로 오르며 동행했던 군부대 철조망이 다시 동행하자 따라오고 그 철조망을 등로 우측에 두고 한동안 내려가니 저 아래 좌측 능선으로 등로가 철조망과 이별을 고한다.

별 특징없는 가을빛 도는 호젓한 등로를 타고 한동안 나즈막한 봉우리를 오르락 내리락 진행하니 갑자기 삼거리 갈림길이 나타나는데 양쪽 모두에 띠지가 걸려있고 등로도 양호하다.

배낭 내려 세심한 독도를 하며 등로를 찾아보니 좌측은 또 다른 군부대 철조망으로 이어지고 호남정맥은 조금 더 뚜렷한 등로가 나 있고 조금 더 많은 띠지들이 붙어 있는 우측 내리막 등로임을 알아 낸다.

다시 조금은 빠르게 진행하니 등로 옆에 곱게 물들어 가지만 성치 않은 단풍 잎을 만나 한장의 사진으로 담아 본다.

 

다시 아기자기한 등로를 타고 길 잃을 염려없이 한동안 완만한 내리막 등로를 타고 내려오니 드디어 쑥치에 도착한다.

무성한 잡풀들만이 홀로 외롭게 오른 이 산객을 맞이해 주고 그 옛날 많은 민초들이 통행했을 흔적은 그 어디에도 찾을 길이 없다.

사진 한장 남기고 다시 가파른 절개지를 타고 올라 옥녀봉으로 향한다.

 

잠시 가을빛이 물들어 가는 오르막 등로를 타고 진행하니 좌측에 묘지가 보이고 그 주위를 온통 멋진 편백나무들이 둘러 싸 멋지게 호위하는 곳을 좌측에 두고 돌아 진행한다.

후손들의 조상을 참으로 잘 모시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곳을 지나 한동안 진행하니 등로에 공기 및 편백숲이란 이정표가 보이고 등로 우측으로 나무 계단이 보인다.

아마도 멋진 편백나누 군락지가 있어 주위 마을 주민들에게 제법 인기있는 산책로처럼 보였다.

 

이제부터 옥녀봉 오름길이 장난이 아니다.

평이한 능선이나 마을길을 타고 진행하다 제대로 된 된비알 오름길을 만나 땀 한번 제대로 흘려 본다.

한동안 전신없이 오르니 등로 우측으로 전망바위가 나타나고 그곳에 올라 잠시 고덕산으로 이어진 산줄기를 바라보며 긴 한숨을 내쉬어 본다.

가을이 짙어가는 고덕산 줄기에 박무가 끼어 또 다른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다시 가파른 된비알 오르막을 타고 오르니 봉우리 근처에 도착하고 이제부터 급경사 직벽에 가까운 등로엔 많은 돌들이 박혀있다.

한발 두발 어렵게 조심하며 오르니 넓은 공터같은 곳이 나타나며 옥녀봉과 한오봉을 알리는 이정표가 서 있다.

드디어 옥녀봉 갈림 삼거리에 도착한 것이다.

그냥 지나칠 수 없어 생각할 겨를도 없이 직진의 옥녀봉으로 향한다.

 

옥녀봉 가는 등로 좌측으로는 희미한 박무속에서도 지나온 마루금이 인상적으로 뇌리에 박힌다.

내려오며 자세히 보기로 하고 다시 가파른 된비알 치고 오르니 옥녀봉 정상이지만 역시 조망이 없으니 오래 머무를 시간도 없다.

다시 삼거리쪽으로 내려오며 급경사 내려간 곳에서 지나온 호남정맥 마루금을 찾아보는 시간도 가져 본다.

 

방금 전 올랐던 쑥재까지의 ㅏㄴ줄기가 눈 앞에 펼쳐져 있고 쑥재로 잠시 가라 앉았던 산줄기가 갈미봉을 일으킨 후 그 뒤로 첩첩산중 보이지 않는 먼 거리까지 이어져 간다.

급하지않게 한발 두발 걸어 여기까지 올라와 있는 산객 자신에게 무한한 신뢰를 보내며 화이팅을 외쳐보는 시간이다.

이제 옥녀봉의 추억을 가슴에 담고 다시 옥녀봉 삼거리로 돌아 와 준비한 맥주 한캔과 사과로 허기와 목마름을 달래 본다.

 

옥녀봉 갈림 삼거리에서 한동안 휴식을 취한 후 사면길을 내려가 평이한 등로를 타고 진행하니 저 멀리 봉우리 하나가 보이고 조금은 비지땀을 흘리며 오르니 한오봉 이정표가 반긴다.

지도상에는 570봉 고덕산 갈림 삼거리로 표시된 곳이 언제부터인가 한오봉으로 불리며 이정표까지 서 있는 것이다.

이정표에서 약 2미터 위에 넓은 공터가 있고 그곳으로 올라 지나온 마루금과 고덕산 줄기를 조망해 본다.

 

한오봉 넓은 공터 정상에 올라 어렵게 고덕산 산줄기를 담아 본다.

이곳은 활엽수림이 적어서인지 이제사 가울 준비에 들어가는 색조이다.

마음이야 모두 들리고 싶지만 앞으로 가야 할 길이 남아 있으니 오늘은 눈으로만 걸어 볼 뿐이다.

언젠가 다시 이곳에 올라 저 산줄기를 타고 넘어 볼 기회가 주워질련지...

 

남동쪽으로는 지나온 호남정맥 마루금이 빼꼼이 드러나 있다.

방금 전 어렵게 올랐던 갈미봉도 보이고 또 쏙 들어가 있는 쑥치도 보이는 듯 가슴에 들어 와 있다.

다만 박무로 인해 선명한 그 자태를 보지 못하는 아쉬움과 함께 멋진 조망을 멀리까지 바라보지 못하는 안타까움이 공존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그래도 이렇게 흐린 조망이나마 가슴에 담을 수 있으니 그것으로 만족한 시간이 되였으리라...

 

이제 한오봉 정상 공터에서 다시 이정표로 약간 내려왔다 우측 등로를 타고 경산산으로 향한다.

3.1 Km 남았으니 한시간 30여분이면 도착할 것이지만 조금 늦는다 해도 2시간 이내면 도착할 것이다.

잠시 활엽수 나무가 빼곡한 숲을 지나니 갑자기 하늘을 뒤덮은 편백나무 숲이 나타나고 쭉쭉 뻗어 있는 모습이 참으로 장관이다.

홀로 보기 너무 아쉬운 풍경이기도 하다.

 

멋진 편백나무 군락지가 보이다 사라지기를 두어번 한 끝에 저 멀리 좁은 원형의 길고 높은 통신탑 하나가 보이고 그 옆을 통과해 첫번째 암봉 구간을 땀흘리며 올라 멋진 조망을 즐겨보는 호사를 누려 본다.

등로 우측 북쪽으로 작은 광곡지가 보이고 그 좌측으로 광곡리 효관마을과 평촌리 들판이 누렇게 익어가는 가을이 펼쳐져 있다.

희미한 박무속에서도 그저 내가 살았던 농촌의 일면을 보는 것만으로 마음이 편안해짐을 느낀다.

 

한동안 누렇게 익어가는 작은 평야를 감상하고 또 그 사이에 펼쳐져 있는 농촌과 산촌 민가들도 구경하며 잠시 휴식을 취한 후 올라 가야 할 경각산을 바라보니 제법 고도를 높이며 쉽지 않은 오름길임을 알려주고 있다.

앞에 보이는 암봉을 넘으면 그래도 경각산 오름길은 그 길이가 짧아지며 참을만 하겠다는 생각도 들기 시작하는 시간이다.

시원한 물 한모금 마시고 다시 약간의 내리막 등로를 타고 효간치로 향한다.

 

효간치로 내려가는 길에 등로 좌측으로 펼쳐진 작은 연못같은 월성지와 월성리 들판도 구경해 본다.

월성리 들판의 젖줄을 형성해 주는 작은 저수지가 산자락에 붙어 마을과 들판에 풍부한 물줄기를 보내는 모습이 인상적이고 그 들판 넘어 저 멀리 구비쳐 흐르는 산그리메가 더욱 산객의 가슴에 파고 들며 그리움을 한켭 두켭 쌓아 놓고 있다.

오를 수 있을지 장담은 못하지만 저렇게나 많은 산줄기가 기다리고 있음에 그저 행복한 순간이기도 하다.

 

그렇게 세상 구경하며 거칠은 암봉을 내려 와 다시 등로 옆에 다소곳이 피어있는 야생화를 즐기며 진행하니 효관치에 도착해 누군가가 걸어 놓은 이정표를 담아 본다.

이름도 효관치로 예쁜데 효관마을까지 있다니 당장이라도 내려가 그 마을의 유래를 듣고 싶어진다.

지금이야 잡풀들이 무성한 효관치이지만 이곳도 그 옛날 어떤 순간에는 민초들의 발걸음이 끊이질 않았던 삶의 고갯마루로서 그 역활이 중요했었을 고갯마루였으리라

 

효관치를 지나 이제부터 무상무념으로 고개를 땅에 숙인 후 굵은 땀방울 흘리며 가파른 된비알 올라 본다.

얼마나 올랐을까, 전망 바위가 나타나고 거칠어진 암봉들이 보이며 그곳을 어렵게 통과하자 일망무제, 시원한 풍경을 한눈에 보여주는 전망대가 나타난다.

넓은 너럭바위 같은 장소에 올라 잠시 배낭 내려놓고 세상 모두를 가져보는 기쁨을 맛본다.

방금 전 어렵게 지나온 첫번째 암봉이 좌측에 자리하고 중앙에 뾰족한 한우봉, 즉 570봉으로 고덕산 갈림봉우리가 존재하며 우측으로는 옥녀봉이 그 존재감을 알린다.

  

남서쪽으로는 이제 막바지에 다다른 경각산 오르막과 봉우리가 아주 가깝게 다가와 어서 오라 손짓하고 있지만 그 정상에 자리잡은 무인산불감시 탑은 보이지 않는다.

한동안 그 바위 너럭에서 쉬면서 간식도 먹고 물도 마신 후 천천히 아주 천천히 그 암봉을 돌아 내려 마지막 경각산을 향한다.

두번째 암봉을 내려가는 등로엔 벌써 낙엽이 발목까지 쌓여 산행에 주의를 주기 시작한다.

 

비지땀 흘리며 오르는 등로에 그래도 곱게 피어 있는 단풍이 반겨 그곳으로 올라 몇장의 사진으로 담아 본다.

올해 본 단풍중에는 가장 근사하고 화려하며 깨끗한 단풍이란 생각에 산행의 어려움도 잊은채 잠시 쉬어 간다.

풍성한 숲을 이뤘고 또 나뭇가지에 영향분을 제공하며 한세월 다정하게 단풍나무의 삶에 일조를 했지만 이제 그 모든 것 내려 놓고 헤어지는 아품을 이렇게 예쁜 색깔로 표현하는 자연에서 너무나 많은 것을 얻고 배워보는 시간이다.

 

그렇게 천천히 급하지 않게 가파른 된비알 타고 굵은 땀방울 흘리니 등로 뒤로 자꾸만 따라 붙는 570봉 한우봉과 옥녀봉이 그립고 그 봉우리들을 친구삼아 이야기 나누다 보니 중간에 피어나는 단풍들도 시샘하며 말을 걸어 온다.

그렇게 진행하니 어느덧 넓은 헬기장 위에 야생화가 한가득 피어 있고 한쪽 모퉁이에 무인산불감시탑이 있는 경각산 정상에 오른다.

잡목들로 꽉 막혀있어 조망을 즐길 수는 없지만 그래도 헬기장에 피어 난 야생화를 즐기고 셀카 작동시켜 사진 한장 남기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배낭 내려 놓고 물 한모금 마시고 사과 하나 꺼내 입에 물고 주위를 배회하니 등로 좌측인 남쪽으로 월성리 마을이 펼쳐져 있고 그 들판에도 어김없이 황금 들판이 만들어지며 가을이 지나가고 있음을 알린다.

옹기종기 붙어 있는 월성마을도 예쁘고 그 작은 황금 들판 넘어 저 멀리 가물거리는 갈미봉쪽 호남정맥도 가슴 시리도록 산객의 마음을 어지럽히고 있다.

그저 가슴으로 느끼면 되는 것을 무엇이 안타까워 이리 가슴이 설레여 오는 것인지...

 

한동안 경각산에서 쉰 다음 다시 배낭 메고 호젓한 등로를 따라 진행하니 저 멀리 무인산불감시초소가 나타난다.

경방기간에는 또 많은 산불감시원들이 상주하다시피 붐빌 이곳이지만 오늘은 빈 초소만이 덩그런히 놓여 산객을 무심한 듯 내려다 보고 있다.

하지만 이곳 역시 별 조망이 없어 그냥 사진 한장 남기고 지나쳐 버린다.

 

잠시 호젓한 등로를 따라 걸어 가니 등로 옆에 수줍게 피어난 노란 단풍이 산객의 발길을 붙잡고 이야기를 걸어 온다.

잘생겼거나 예쁘거나 또 화려하지도 않은 단풍인데 왜 이 산객의 발길이 멈추며 사진 한장에 담았는지 이해할 수 없지만 그것이 인간의 간사한 마음이거늘...

그저 평범해 보이는 이런 단풍에도 웃을 수 있고 또 무엇인가 추억 할 수 있는 순간이길 바라며...

 

다시 조금은 가파라지는 등로를 타고 내려가니 평범한 등로로 바뀌면서 선답자들의 산행 후기에 단골로 등장하는 분재같은 소나무 한그루를 만난다.

어느 고관대작의 정원에서 만났다면 그저 평범하게 그럴수도 있겠구나 하며 지나쳤을 소나무 한그루, 하지만 이런 첩첩 산중에 그것도 자연 발생적으로 이렇게 자랄 수 있다는 것이 믿을 수 없는 현장이다.

무엇이 이토록 트러지고 굴곡진 인생을 강요하고 있는 것인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소나무 자체의 고통은 아랑곳 없이 이런 모습이 즐거워 만들어 가는 사람들의 마음은 또 어떻고...

 

그렇게 즐기며 진행하니 이제 12시를 조금 넘긴 시간이다.

천천히 사진 찍으며 진행했지만 빨리도 올랐다는 생각이 미치자 갑자기 허기가 지면서 배가 고파오기 시작한다.

잠시 전망 바위에 올라 주위 조망을 즐기다 조금 더 내려가니 제대로 된 전망바위가 등로 우측에 자리하고 그곳으로 올라 주위 조망을 즐기며 점심상을 차려 본다.

서쪽으로 덕천리 들판을 지나 구이저수지가 드넓게 펼쳐져 잇고 그 뒤로 웅장하게 솟아있는 김제의 진산인 모악산은 정상에 안개를 덮어 알아보기 힘들지만 그 산세만큼은 여전한 위용을 자랑하고 있다.

 

모악산 우측 즉 북서쪽으로는 덕천리와 ㅍㅇ천리의 드넓은 평야에 황금물결이 일고 그 우측 가장자리엔 작은 마을이 형성 돼 아기자기한 농촌 마을이 정겹게 다가온다.

그 좌측으로는 구이저수지가 따라와 이곳 마을의 젖줄 역활을 하고 있다.

조만간 다시 한번 올라야 할 모악산이기에 아쉬움을 털쳐내고 마음 편히 즐기는 시간이다.

 

서쪽으로는 이제 점심 식사 후 이 산객이 내려 가야 할 능선 끝자락에 불재가 보이고 그곳에는 참숯 건물들이 보이고 그 뒤로 다음 구간 올라야 할 활공장을 따라 좌측으로 오봉산과 국사봉으로 이어진 마루금도 보인다.

호남정맥이 아니였다먼 찾을 시간이 없었을 곳이기에 다시 한번 가슴에 담아 두고 다음 구간엔 저 오봉산에 올라 옥정호에 잠긴 붕어섬을 만날 수 있기를 바래 보는 시간으로 남겨 본다.

 

그렇게 바위 전망대에서 느긋하게 점심식사를 즐기고 조망을 담은 후 평이한 등로를 타고 내려가니 불재가까이에 몇기의 묘지 지대를 두어번 지나 드디어 산행 날머리인 불재에 도착한다.

749번 2차선 지방도로가 지나는 불재, 불재참숯이란 거대 입간판이 서 있고 그 입구에는 경각산과 치마산 등산로를 알리는 이정표도 서 있다.

시간을 보니 이제 막 오후 1시를 넘긴 시간이다.

홀로 가는 산행이였다면 운암삼거리까지 가고 싶은 마음 간절했겠지만 다음 구간부터는 대형 버스를 타고 함께 올라야 할 마루금이기에 오늘은 이곳에서 마음을 접고 애마를 몰아 모래재로 향한다.

 

제1구간 산행 들머리인 모래재에서 3정맥 분기봉인 주화산을 들리지 못한 것이 못내 마음에 걸리고 그것을 참지 못해 오늘은 꼭 그곳 주화산 정상에 올라 마음으로나마 대장정인 호남정맥을 무탈하게 완주시켜 달라고 산신령에게 빌고 내려올 생각이다.

 

이제 시작했으니 이 호남정맥도 언젠가는 그 날머리에 서서 오늘을 추억하는 순간을 맞이하리라 생각하며 홀로 오른 제2구간을 마무리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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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갑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