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지 : 경기도 가평과 강원도 춘천시의 화악지맥중 삼악단맥 마루금 일대
산행일자 : 2010년 01월 01일 (금요일)
산행날씨 : 올해 가장 춥고 가끔 싸락눈 내리던 박무의 날씨
산행온도 : 영하 14도에서 영하 5도
산행인원 : 칠갑산 나 홀로
산행코스 : 개곡리 달개지-단군성전 삼거리-계관산(730봉)-작은촛대봉(665봉)-방화선-
잣나무 군락지-460봉-395봉-석파령(350봉)-바위지대-삼거리-청운봉(546봉)-
삼악산성-삼악산 용화봉(654봉)-삼악산성-청운봉 우회-617봉-등선봉(632봉)-
570봉-409봉-강촌교 육교 옆 버스 정류장(산행종료)
산행거리 : 총 약 20 Km
산행시간 : 약 09 시간 15분 (08시 10분부터 17시 25분 까지 식사시간 및 휴식시간 포함해 널널하고
빡세게)
교통편 : 서울 지하철 2호선 강변역 근처의 동서울터미널에서 06:50분 발 가평행 (6,100.-원)
가평에서 개곡리 달개지까지 택시 (15,000.-원)
17:40분 강촌 버스 터미널발 동서울 터미널행 직행버스 (7,400.-원)
새해 새마음으로 화악지맥 삼악단맥 끝자락에 올라 모두 비움을 실천하며
한북정맥 화악지맥
한북정맥의 도마치봉과 도마치고개 사이의 해발고도 883 미터인 도마봉에서 남동쪽으로 분기되는 산줄기로서 도마봉에서 시작하여 도마치를 지나 석룡산, 화악산, 매봉, 촉대봉을 거쳐 홍적고개까지 남진으로 이어가던 마루금이 몽덕산에서 남쪽인 가덕산, 북배산, 계관산으로 이어가고 계관산을 지나며 남서쪽으로 방향을 바꾼 산줄기는 물안산을 지나 보납산을 우측으로 분기시키고 가평의 가평2교와 경강교 사이에서 가평천과 북한강의 두물머리에서 맥을 다하는 약 48km의 산줄기를 화악지맥이라 한다.
그리고 계관산까지 이어져 온 산줄기가 석파령을 지나 삼악산에서 그 마지막 맥이 북한강으로 흘러 들어가는
약 43km의 산줄기를 화악지맥이라 부르는 경우도 있으나 이 산객의 경우 보납산을 최종 화악지맥의 마지막 봉우리라 생각하고 산행을 이어갈 생각이다.
보납산에 인사 드린 후 정확히 8일이 지난 오늘 그 마지막 봉우리인 삼악산 용화봉과 등선봉에 올라 실질적인 한북정맥 화악지맥 삼악단맥을 마무리 할 것이다.
오늘 삼악산에 오르면 한북정맥 화악지맥도 실질적인 마지막 산행이 되리라.
2010년 새해를 맞이하여 마음도 비우고 또 새로운 생활의 패러다임도 바꿀겸 새벽 어둠이 물러가기 전 집을 나서 본다.
이제 조금은 익숙해진 행동과 모습으로 한가한 지하철을 타고 동서울터미널로 들어가 가평행 버스표를 산 후 그저 덜컹거리는 촉감을 흔들의자 삼아 곤한 잠에 빠져 든다.
가평에 도착하면 산행을 즐기며 만난 마음씨 좋은 택시 기사님이 기다리고 있기에 그저 몸만 밀어 넣으면 될 것이다.
평소와 같이 개곡리요 하자 택시 기사님이 웃음으로 반기고 새해 인사를 건넨다.
사람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많은 배신과 절망을 당하지만 오늘처럼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에게 인사를 나눌 수 있는 이런 정이 있기에 살만한 세상이라 부르고 있는 것이겠지.
아침 8시, 아침 칼바람만 휭하니 불어대는 인적없는 경기도 가평군 북면 개곡리 달개지에 홀로 남겨진다.
하지만 외롭거나 무섭지는 않다.
내가 있고 산이 있으며 자연이 벗이 되어 주고 있으니...
고급 펜션들이 늘어서 있는 산행 들머리의 넓은 임도를 오르며 올려다 보니 오늘 처음 올라야 할 좌측의 계관산과 우측의 작은 촛대봉이 하얀 눈을 뒤집어 쓰고 어서오라 손짓하지만 또 얼마나 긴 시간 입속에 단내를 내며 올라야 만날 수 있을련지...
그래도 등로에 열병하며 서서 산객의 새해 첫 산행을 반겨주는 잣나무 군락지를 걸으며 세상 풍파 모두 잊어 본다.
그렇게 코가 땅에 닿을듯한 가파른 된비알을 올라 능선에 도착하니 더욱 을씨년스럽게 불어대는 겨울 삭풍이 가슴을 움추러 들게 만들지만 아무도 다니지 않은 능선의 하얀 눈을 바라보니 오늘 이곳에 오른 이 산객의 마음 그대로를 담아 놓은 듯 하여 기분만은 최고이다.
늘 이런 도화지 같은 하얀 마음에 오물이 튀기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 또한 쉽지 않겠지만 자연의 순리처럼 봄이 와 녹아 내릴때까지는 잘 지켜주는 것이 책무라 생각되어 진다.
가파른 사면길을 어렵게 돌고 돌아 오르기 힘들었는지 얼굴에 착용했던 안경은 어디로 사라지고 희미한 영상만이 앞을 가린다.
썬그라스를 끼고 등줄기에 약간의 땀이 고일쯤 드디어 화악지맥 주능선인 방화선에 도착해 새해 첫 일출에 환하게 빛나는 화악산과 응봉에 첫 인사를 올린다.
생각보다 깨끗한 조망에 환호성이 절로 나오고 생각보다 장쾌한 산그리메에 가슴이 터질듯 뛰기 시작한다.
계관산 정상에 올라 지난번 홀로 올랐던 북배산 능선을 바라보니 그곳에 내가 찾던 파라다이스가 펼쳐져 있는 듯 산객의 마음이 흔들린다.
몇번인가 올랐지만 오를때마다 다른 느낌 다른 풍경으로 모습은 바뀌어도 그 지형 그대로를 남겨 주기에 이런 산을 좋아하는지도 모를일이다.
드디어 계관산 정상이다.
경기도 가평과 강원도 춘천을 경계하는 방화선 끝자락에 위치하며 산꾼들에겐 몽가북계로 더욱 유명세를 타고 있는 그리 높지 않은 산이지만 그곳에서 바라보는 오늘의 조망은 우리나라 그 어느산 못지 않게 아름답고 웅장하다.
아무도 없는 그곳에서 새해 소망을 빌고 또 한줌이라도 남아 있는 욕심을 버려달라고 소망해 보는 시간도 가져 본다.
동쪽으로 찬란히 떠 오른 태양 아래 하얀 안개속에 솟아있는 봉우리 몇개가 그곳이 춘천이며 의암호가 있다는 사실 자체를 알려주는지 아니면 그 자체를 숨겨 버리는지, 산객에서 숨은 그림 찾기를 채근하고 있다.
인공적인 거대 빌딩들이 보이지 않으니 그곳 춘천이 더욱 신비스런 도시로 남아 이 작은 산객의 가슴에 담긴다.
북배산 줄기를 타고 동쪽으로 흘러 내린 능선에도 온통 설화가 만발했고 그 넘어 의암댐을 건너니 그곳에 또 올라야 할 용화산에서 오봉산으로 이어지는 마루금과 마적산에서 부용산으로 이어지는 종주 능선이 산객을 유혹하고 있다.
하늘금에 맞닿아 있는 저 멀리 양구의 사명산 역시 오늘은 예쁜 얼굴 단장하고 산객 맞이에 분주한 듯 하다.
북동쪽에서 서쪽으로 이어진 화악지맥과 그 뒤로 선명한 명지지맥이 또한 산객의 발길을 붙잡는 사이 처음으로 만난 화악지맥 종주자와 잠시 인사 나눈 후 많은 산이야기로 제법 시간을 까먹는다.
이제 그곳을 지나 헬기장쪽으로 이동하며 바라보니 오늘 올라야 할 삼악산과 그 뒤로 강원도의 이름모를 수많은 산들이 산그리메를 만들어 황홀한 풍경속 수묵화를 그리고 있다.
북서쪽으로 저 멀리 머리 위에 구름을 이고 하늘에 맞닿아 있는 화악산에서 애기봉으로 뻗어 내린 능선 넘어 명지지맥의 연인산 능선이 장쾌하다.
저곳에 올라 나무만 보고 보지 못한 숲을 이곳에서 바라보는 마음이 어딘지 모르게 풍요롭다.
작은촛대봉으로 내려가며 내려왔던 길을 뒤돌아 보니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수없이 길게 이어진 이 방화선도 잠시 후면 헤어지는 이별일 것이리라.
사람이던 자연이던 세월이 지나고 생명이 다하면 모두 흙으로 돌아가 하나되는 것을 무엇이 그리 욕심이 많아 늘 아옹다옹 싸우고 상처 받고 있는지...
그러다 잠시 바라 본 서쪽의 화악지맥 월두봉에서 물안산 지나 보납산까지 지난 주 올랐던 그 길이 시원스레 열려있고 그날 보지 못했던 풍경이 가슴 시원하도록 뚫려있다.
그 뒤로 칼봉과 명지지맥이 이 작은 산객의 좁은 마음을 넓게 열어 주고 있다.
언제나 다시 저 광활한 마루금이 그리워 오를수 있을지 기약은 없지만 산을 좋아하는 마음이 변하지 않는다면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있을 것이리라
이제 작은촛대봉에 도착해 잠시 상념에 빠져 본다.
두어번 올랐다 한번은 화악지맥 완주를 위해 서쪽으로 달려갔고 또 한번은 우중 안개속에 능선을 헤매이다 산에 대한 두려움과 공포를 체험했던 시간이였기에 평생 지워지지 않을 추억으로 남아 있는 곳이다.
구비쳐 흐르는 마루금 저 멀리 의암호에서 안개를 피워 올리고 그속에 호반의 도시 춘천이 잠들어 있다.
그 뒤로 가리산과 백우산 자락의 봉우리들이 끝없는 산그리메를 만들어 재회의 시간만을 기약하는 듯 하다.
이제 홀로 화악지맥을 완주하기 위해 오른 산객과 헤어져 서쪽으로 보내 드리고 홀로 미지의 세계로 달려가듯 방화선을 타고 남쪽 삼악으로 내려가 본다.
그러다 고개 들어 바라보면 부모 잃고 그리움에 사무쳐 울부짖는 중년의 사나이가 되어 평생 기다려 줄 그곳으로 달려가고 있다.
걷고 걸어 저곳에 올라 이곳을 바라봐야 오늘의 산행도 끝이 나겠지...
방화선을 타고 내려가다 독도에 주의해 본다.
3년전 여름 비오는 날 짙은 안개속에 이곳에서 길을 잃고 방황하며 크나큰 두려움에 떨었던 추억이 있었기 때문이다.
우측 능선으로 삼악단맥 띠지가 나풀거리지만 저 아래 보이는 산불감시초소까지 방화선을 타고 내려가 본다.
3년전 잘못된 부분을 확인하고 그 잘못을 바로 잡아야 할 의무감이 들었기 때문이다.
3년전에는 저 산불감시초소에서 직진하여 춘천의 덕두원리로 내려가 의암호까지 먼 거리의 시멘트도로를 타고 내려가 그곳 파출소의 소장으로부터 큰 호의를 받고 무사히 돌아 온 기억이 뚜렷하다.
너무 짙은 안개로 삼악단맥으로 이어지는 정상 등로도 이탈하고 또 이곳에서 우측 산판도로를 타고 진행하여 정상 등로를 찾지도 못해 그 고생과 고통을 감내해야 했던 시간들 이였다.
이제 임도를 타고 우측으로 내려가 이정표가 있는 안부에서 정상 등로를 타고 한동안 지루한 능선 산행을 이어가 본다.
잡목들로 조망도 없이 오랜 시간 홀로 걷다보니 어느덧 석파령이 가까워지고 395봉쪽에 올라 드디어 우측 저 멀리 화악지맥 끝자락을 바라본다.
낙엽진 낙엽송 넘어 저 멀리 삼악산 아래 다리골이 보이고 저 아래 덕두원리로 이어지는 산길이 구불구불 이어지며 어린 시절 칠갑산 자락에서 뛰어 놀던 추억에 잠시 잠겨 본다.
이렇게 산에 오르면 그저 평범한 풍경조차도 이렇게 아름답고 멋진 자연이 내 가슴으로 들어 오는 것을...
그렇게 지루한 능선길을 홀로 빠르게 걸어 오니 영원히 만나지 못할 것 같던 석파령에 도착한다.
산판도로 위에 이정표가 서 있고 이제부터 본격적인 삼악산 오름길과 만나는 시간이다.
늘 북한강쪽에서 올랐던 그 정상을 오늘은 화악지맥 삼악단맥이란 맥잇기 산행으로 그 반대쪽에서 오르는 기분이 남다르다.
이제 제법 가파른 된비알 타고 쉬엄 쉬엄 오르니 드디어 청운봉 정상이다.
삼악산성 돌담이 있는 정상 나뭇가지에 비닐 코팅된 정상 이정표가 눈길을 잡는다.
그 옛날 궁예과 왕건의 역사가 살아 숨쉬는 삼악산성에 올라 오랫동안 기다려 온 재회의 반가움을 남긴다.
이제 점심시간도 지나고 서서히 뱃속에서 허기가 져 온다.
청운봉 아래 양지밭에 작은 상을 펴 보지만 온몸이 꽁꽁 얼어 그저 목구멍에 넘어가지 않는 도시락을 삼켜본다.
이제 돌담을 타고 좌측으로 돌아 용화봉으로 내려가다 좌측 잡목 사이로 드러낸 의암호와 춘천시내를 처음으로 제대로 잡아 본다.
많은 추억과 기억이 남아 있는 춘천, 오랫만에 다시 이렇게 만나고 보니 문득 저 도시가 그리워진다.
내려가는 길에 잠시 잡목을 피해 우뚝 솟아 있는 삼악산 용화봉과 동봉을 잡아 본다.
눈 내린 겨울엔 처음으로 올라와 보는 곳, 특히나 이렇게 석파령에서 올라오는 길은 처음이기에 또 새로운 모습으로 다가온다.
내려가는 길에 잠시 넓은 마당바위 위 소나무 몇그루가 자라고 돌의자가 마련된 쉼터에서 사진 몇장 남겨 본다.
동쪽으로 시원스레 펼쳐진 의암호와 호반의 도시 춘천시내 그리고 그 뒤로 펼쳐지 춘천의 명산들, 조만간 다시 춘천의 산들을 둘러보러 올 기회가 있을 것이다.
이제 그 끝자락을 타고 삼악산성 안내판에 도착한다.
그 옛날 궁예와 왕건의 역사가 서려 있는곳, 이제 다 허물어져 가는 성터만 남아 그 옛날 치열했던 전투와 인생을 반추하며 현재의 나를 돌아 본다.
다시 코가 땅에 박힐듯 가파른 등로를 타고 마지막 땀방울 흘리니 정상이 눈앞에 다가오고 잠시 심호흡하며 뒤돌아 보니 잠시 후 올라야 할 등선봉의 뾰족한 암봉들이 위압감을 더한다.
눈이 내려 더욱 위험하고 미끄러운 등로라 생각되기에 내려가기 전 마음이 변해 포기하고 폭포쪽으로 하산하지 않기를 바래본다.
이제 삼악산 정상인 용화봉이다.
몇명의 산객들이 쉬고 있고 정상 주변에는 눈이 녹아 제법 질척이고 있다.
사진 한장 남기고 잠시 전망대로 가 주위 풍경을 조망해 본다.
참으로 아름답고 황홀한 풍경이 아닐 수 없다.
북쪽으로 가까운 청운봉 넘어 오늘 걸어 내려온 마루금이 한누에 들어 온다.
능선을 타고 좌중앙의 계관산을 넘어 추측 하얀 설원이 펼쳐진 북배산까지 거침없는 조망에 탄성이 절로 흘러 나온다.
내 자신 걸어 내려온 그 마루금을 바라보며 대견함을 느끼는 시간이기도 하다.
북동쪽으로는 좀더 가깝게 다가온 의암호와 춘천이 그리움을 더한다.
오봉산 종주와 용화산 산행을 위해 다시 들려야 할 곳, 그리고 화천과 양구쪽 산들을 둘러볼 때 아마도 다시 거쳐가야 할 그곳, 바로 춘천이다.
이제 용화봉을 내려와 삼악산성을 넘어 등선봉으로 향한다.
그 오르막 등로 역시 만만치 않고 땀방울이 맺힐쯤 저 멀리 북서쪽으로 길게 펼쳐진 화악지맥 마지막 구간과 그 뒤로 아스라히 멀어져간 연인지맥, 아니 명지지맥의 그리움도 함께 그곳에 남겨 본다.
소나무 가지가 늘어진 그 사이로 서산으로 기울어 가는 햇살을 받아 더욱 운치있게 드러난 북배산에서 삼악산까지의 삼악단맥이 그대로 놓여 있다.
싸락눈이 내리며 봉우리마다 구름으로 덮혔있던 그곳이 이제 날씨가 개면서 제법 그럴듯한 모습으로 서 있다.
방금 전 올랐다 내려온 용화봉도 이제 조금씩 멀어져 가고 있다.
햇살을 받아 불그스레한 빛깔이 참으로 곱고 운치 있게 다가온다.
자연의 빛이기에 더욱 그 빛이 아름다운가 보다.
어렵게 칼바위 능선 위에 쌓여 있는 눈을 조심하며 많은 시간 보낸 후 드디어 등선봉 정상이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조망 역시 최고의 풍경이다.
이렇게 맑고 멀리 보이는 조망이 있기에 그토록 추운 날씨에 이렇게 올라 바라보는 것이겠지...
인생 역시 단조롭고 변화가 없다면 얼마나 답답할까...
남산면쪽 이름모를 능선들이 깊은 산골짜기의 산그리메가 남부럽지 않은 너무나 당당하고 멋진 모습으로 강촌 유원지 옆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젊은 시절에 많은 꿈과 낭만을 노래했고 나이들어 부모님 모시고 노랫말 같은 삶을 갈망했던 강촌이기에 한동안 머무는 눈길을 재촉할 수 없다.
서남쪽으로는 넘어가는 햇살 바로 아래 검봉산과 봉화산이 자리하고 그 사이에 있을 남이섬이 가물거린다.
지난 해 여름 역시 가랑비 내리는 날 올라 아쉽고 그리운 마음만 내려 놓고 왔던 검봉과 봉화산, 이렇게 이곳에서 바라보니 감회가 새롭다.
서쪽으로는 북한강 우측으로 화악지맥 마지막 구간이 자리잡고 그 아래 가평이 놓여 있을 것이지만 오늘은 산그리메에 덮혀 있다.
수없이 지나다녔던 길이고 그림이기에 이제 조금은 질릴법도 한데 이렇게 설레이는 마음으로 바라보는 이유는 무엇인지...
이제 오늘 하산해야 할 강촌역쪽 능선과 북한강 그리고 강촌을 담아 본다.
저곳에 내려서기 위해 또 얼마나 많은 시간 암봉과 암벽 그리고 눈과 가파른 등로 위에 덮혀 있는 낙엽들과 사투를 벌여야 하는지 알 수가 없다.
그래도 얼어죽지 않으려면 바쁘 움직여 저곳으로 내려가야 할 것이다.
내려오며 다시 강촌 좌측으로 펼쳐진 이름모를 나즈막한 산그리메를 담아본다.
끝없이 펼쳐진 그 모습에 마음의 평화가 찾아온다.
이제 사회에서 가졌던 많은 욕심과 불확실성을 배제하고 조금은 도화지 같은 하얀 마음이 된것 같아 마음만은 뿌듯하다.
그렇게 가파른 등로를 타고 다시 한시간 가까이 걸려 내려선 곳 강촌교, 북한강이 흐르고 강 넘어 강촌역이 있으며 젊음으로 가득찬 그곳을 뒤로 하고 동서울로 향하는 시외버스에 몸을 실고 단잠에 빠져 들며 또 하루해를 넘기고 있다.
많은 상념을 버리고 편안해진 마음으로 돌아오는 길이기에 온몸으로 전해오는 피곤함보다 상쾌하게 깨어있는 머리가 시원해지는 시간이다.
이 기분 이 상태 이대로 오랫동안 자신의 삶을 살아가길 빌어본다.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칠갑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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