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지 : 경기도 가평과 강원도 춘천의 화악지맥 마루금 일대
산행일자 : 2009년 12월 06일 (일요일)
산행날씨 : 많은 눈이 쌓이고 매서운 칼바람이 불었던 초겨울 쌀쌀한 날씨
산행온도 : 영하 7도에서 영상 5도
산행인원 : 칠갑산 나 홀로
산행코스 : 341번 지방도로 화악리-천수사-산판도로-화악지맥 능선 상 990봉-930봉-650봉-
홍적고개-몽덕산(690봉)-납실고개-740봉-850봉-앵상골고개-가덕산(858봉)-
삿갓봉 갈림길-전명골재-퇴골고개-788봉 헬기장-북배산(867봉)-갈밭재-690봉-
싸리재-헬기장-계관산(730봉)-작은촛대봉(665봉)-삼악산 갈림길-가일고개-
개곡2리 마을회관-산행종료
산행거리 : 총 약 24 Km (지맥 15 Km와 접속구간 약 9 Km)
산행시간 : 약 10 시간 (08시 00분부터 18시 까지 식사시간 및 휴식시간 포함해 조금은 빡빡하게)
교통편 : 서울 지하철 2호선 강변역 근처의 동서울터미널에서 06:20분 발 가평행 (6,100.-원)
가평에서 화악2리 천수사 앞 341번 지방도로까지 (24,300.-원)
개곡2리 마을회관에서 가평 시외버스 터미널까지 (11,600.-원)
19:25분 가평발 동서울 터미널행 직행버스 (6,100.-원)
흩어진 또 한조각을 채우러 떠난 몽가북계에서 욕심에 빠진 자신을 뒤돌아 보며
한북정맥 화악지맥
한북정맥의 도마치봉과 도마치고개 사이의 해발고도 883 미터인 도마봉에서 남동쪽으로 분기되는 산줄기로서 도마봉에서 시작하여 도마치를 지나 석룡산, 화악산, 매봉, 촉대봉을 거쳐 홍적고개까지 남진으로 이어가던 마루금이 몽덕산에서 남쪽인 가덕산, 북배산, 계관산으로 이어가고 계관산을 지나며 남서쪽으로 방향을 바꾼 산줄기는 물안산을 지나 보납산을 우측으로 분기시키고 가평의 가평2교와 경강교 사이에서 가평천과 북한강의 두물머리에서 맥을 다하는 약 48km의 산줄기를 화악지맥이라 한다.
그리고 계관산까지 이어져 온 산줄기가 석파령을 지나 삼악산에서 그 마지막 맥이 북한강으로 흘러 들어가는
약 43km의 산줄기를 화악지맥이라 부르는 경우도 있으나 이 산객의 경우 보납산을 최종 화악지맥의 마지막 봉우리라 생각하고 산행을 이어갈 생각이다.
전날 새벽 같이 일어나 홀로 다녀오려 생각했던 곳이지만 밤새 내리는 겨울비로 인해 포기하고 하루 순연된 오늘 그 흩어진 조각들을 찾아 떠나는 시간이다.
어제 그곳에는 눈이 내렸다는 보도가 이어지지만 많은 눈은 아닐 것이라는 안이한 생각으로 가볍게 출발해 동서울 터미널에서 새벽 첫차를 타고 모자라는 잠을 청하다 보니 금새 가평에 도착하고 시간을 보니 이제 겨우 아침 7시 30여분도 채 지나지 않았다.
가평 군내 첫 버스인 8시 35분 발 화악리행 버스는 이미 안중에도 없이 가까이에 대기중인 택시에 올라 멀고도 긴 장도의 하루를 시작한다.
341번 지방도로 저 끝자락에 민둥산 머리에 하얀 눈을 이고 추위에 홀로 서 있는 응봉 정상이 애처로워 보이기까지 한다.
천수사란 암자가 생긴지 얼마 안되였는지 마을 주민들조차 알지 못하고 지난 여름 내려왔던 기억을 되살려 어렵게 마을 입구에 내리니 얼어붙은 도로 위 빙판길이 더욱 차가워진 산객의 몸과 마음을 차갑게 만든다.
천천히 조심하며 마을 포장도로를 타고 천수사 앞 팔각정에 올라보지만 제법 쌓인 눈으로 인해 다시 내려와 도로 옆 바위 위에 배낭 내려 놓고 겨울 산행 준비를 완료한 후 우측으로 흐르는 개울을 따라 올해 처음으로 본격적인 눈 산행을 시작한다.
언제 다시 올 수 있는 기회가 올련지...
아마도 산행이 아닌 여름 계곡 피서를 위해 아이들 손잡고 다시 올 수 있기를 바래 본다.
소복히 쌓인 눈을 치워가며 조금 더 진행하니 묘 한기가 보이고 이곳에서 좌측 가파른 능선으로 오르며 첫 눈 산행에 대한 기대와 함께 깊어지는 눈의 깊이에 홀로 또 얼마나 고통스런 러쎌을 해야 하는지 걱정도 생긴다.
코가 땅에 박힐듯한 가파른 등로를 타고 조금 전진하다 뒤로 미끌어지기를 반복하니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걸리지만 속도는 전혀 나질 않는다.
처음 계획은 잘 하면 보납산 지나 북한강에 손이라도 담그고 또 하나의 맥 잇기 산행을 마무리 하려는 생각이였지만 이제 그럼 마음을 접지 않으면 안됨을 알기에 마음만이라도 편안하게 진행해 본다.
한동안 그렇게 러쎌하며 눈과의 전쟁을 치루고 나니 지난 번 만났던 산판도로가 보이고 그곳에서 아침 햇살에 반짝이는 990봉을 빤히 올려다 본다.
가깝게 보이는 저 봉우리를 오르기 위해 또 얼마나 큰 고통과 시간이 필요 할련지.
생각보다 많이 내린 눈, 처음 오르기 시작할 땐 발목까지 올라오는 눈 높이에 깜짝 놀라는 느낌이였는데 고도가 높아짐에 따라 눈의 높이는 종아리를 넘어 무릎근처까지 묻히고 있다.
눈과 바람과 능선 그리고 온도가 만들어 준 자연의 선물을 선사 받으며 처음 올해 시도해 보는 러쎌의 어려움을 잊어보려 노력해 본다.
다시 가쁜 숨 몰아 쉬며 가다 쉬기를 반복하며 한동안 등줄기에 땀이 흠뻑 고이도록 오르니 평이한 안부 능선에 도착하고 처음에는 이곳이 화악지맥 상 능선으로 착각하고 쉬다 다시 진행하려니 어딘지 미심쩍어 지도를 살펴보니 화악지맥 능선은 아직도 조금 더 올라야 할 거리이다.
조금씩 고도가 높아질수록 더욱 깊어지는 눈밭은 이제 아예 무릎까지 차오르고 더욱 갈길을 더디게 만들지만 그래도 간간히 좌측 잡목 사이로 보이는 명지지맥의 마루금들이 환상을 노래하니 그나마 위안을 삼아 본다.
그렇게 생각보다 많은 시간 보내며 어렵게 화악지맥 능선에 오르니 지난 여름 어디에서 어떻게 잘못되였는지 확실한 등로가 눈에 들어오고 잠시 숨 한번 크게 내쉰 후 우측으로 높게만 보이는 990봉을 향한 제대로 된 산행을 이어가 본다.
순간적으로 촉대봉에 다시 한번 올랐다 내려올까 고민했지만 고민의 시간은 길지 않았다.
990봉에 올라 뒤돌아 보니 지난 6월 어렵게 올랐던 우측 저 멀리 촉대봉과 1125봉이 하얀 눈을 온몸에 덮고 포근하게 누워있다.
그 위에 화사하게 비추는 아침 햇살이 더욱 산객의 마음을 들뜨게 만든다.
고통이 크면 클수록 기대도 비례하여 커지는가 보다.
등로 좌측으로 화악리와 건들내 넘어 애기봉 능선이 멋지고 그 곳 지난 서쪽에 또다른 명지지맥이 장쾌한 마루금을 시원하게 빗어 환상의 산그리메를 만들어 놓았다.
바로 이런 시원한 조망과 풍경을 보기 위해 그 추위에도 아랑곳 없이 이렇게 겨울 산행을 즐기는가 보다.
북쪽으로는 춘천과 화천쪽 산그리메가 환상으로 다가오고 우측으로 춘천호와 파로호가 어렴풋이 눈에 들어 온다.
겨울 산행의 묘미를 제대로 느끼는 시간이기도 하다.
북동쪽으로는 춘천 북쪽에 자리잡은 용화산과 그 주변 산들이 켭켭히 쌓여있는 산그리메를 만들어 또 다른 기쁨을 주고 있다.
막힘없이 시원하게 펼쳐진 광활한 대자연에 하얗게 뿌려 놓은 첫눈이 그저 반갑기 그지없는 시간으로 남아 있다.
930봉 지나 방화선이 시작되는 지점까지는 생각보다 암봉들이 도사리고 그 위에 많은 눈이 내려 생각보다 산행 속도가 더디다.
조심하며 일망무제로 펼쳐진 주위 산그리메를 바라보는 산객의 가슴도 푸른 하늘만큼이나 탁 트였다.
이제 방화선을 만나 빠르게 진행하며 홀로 반대로 오르는 산객을 만나 반갑게 인사 나누고 앞으로 가야 할 홍적고개와 몽덕산쪽 마루금을 그려 본다.
다시 미끌거리는 등로 위 유일하게 남아 있는 반대쪽으로 올라온 산객의 발자취를 더듬으며 홍적고개로 내려가며 뒤돌아 보니 촉대봉에서 내려온 마루금이 황홀하게 서 있다.
아직은 이른지 응봉의 민둥산 머리는 숨어 내밀지 못하고 있다.
그저 아무런 표현을 하지 않아도 가슴으로 느끼는 이런 시간이 최고의 행복한 시간은 아닐런지...
이제 홍적고개가 가까워 오는지 가끔 들리는 차량소리들이 귓전을 맴돌고 우측 남쪽으로는 화악1리쪽 마을이 시원하게 뻗어 있다.
보통 저 마을을 통해 홍적고개로 올라 시작하는 산행이 맞겠지만 맥잇기 산행이란 것이 그렇게 마음대로 되지 않는 산행이니 어쩔 수 없다.
몇년전 내리는 빗줄기와 자욱한 안개속에 홀로 올라 몽가북계를 종주하고 이름모를 춘천 어느 산골에서 헤매이던 추억에 피식 미소를 띠어 본다.
그렇게 유일한 발자국 위에 내 발자국을 찍으며 어렵게 내려 온 홍적고개, 가평과 춘천을 이어주는 고개이지만 차량 소통이 적어 늘 적막감에 쌓여있는 고개에 다시 들린 소감이 남다르다.
하지만 몇년전과 달리 급경사 절개지들이 눈에 보이고 등로도 어딘지 모르게 낯설게 느껴지는 것이 기억속에서 가물거리고 있다.
다시 넓은 임도를 타고 오르니 정상 바로 직전 우측 능선으로 많은 띠지 들이 나풀거리지만 조금 더 올라 군부대 벙커있는 곳까지 올라 응봉에서부터 뻗어내린 시원한 마루금을 디카에 담고서야 다시 능선 분기점으로 내려온다.
생각보다 많이 내린 눈으로 산행에는 어려움을 느끼지만 평생 못볼 화려하고 황홀한 조망을 볼 수 있으니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시간이리라...
몽가북계에는 지금까지와는 달리 제법 사람들 발자국이 남겨져 있다.
하지만 방화선 위에 거칠 것 없이 내려 쌓인 눈의 높이는 이제 제법 30센티 이상 깊이를 간직한채 산객의 조급한 마음을 달래고 있다.
고도가 높아짐에 따라 가슴까지 시원하게 뚫어주는 명지산과 연인산 그리고 연인지맥 줄기가 지난 봄 홀로 올랐던 추억이 되어 가슴 한켠에서 방망이질을 하고 있다.
그저 아름답고 환상의 우리 강산이란 단어뿐...
그렇게 한발 두발 미끌어지고 넘어지며 네발로 걸어 올라선 몽덕산, 몇해전 올랐던 정상석가는 조금 달라진 느낌으로 그 정상에 입맞춤하고 주위 풍경을 감상한 후 허기진 배를 움켜잡고 잠시 내려가 따뜻한 햇살이 비추는 능선 위 아늑한 곳에 홀로 식당 차려 이 세상 최고의 점심을 펼쳐 본다.
몽덕산에서 바라 본 조망 역시 환상이다.
좌측 보이지 않는 응봉 능선을 타고 북쪽으로 장쾌하게 뻗어 내린 산그리메들, 그리고 저 멀리 북서쪽으로 지난 가능부터 올랐던 한북정맥 출발점들이 하나 둘 뇌리에 떠오르며 그때 그 시절로 뒤돌아 가고 있다.
참으로 많은 산우님들과 좋은 인연을 맺었던 한북정맥, 그 장쾌함을 조금 비켜선 이곳에서 막힘없이 바라보는 마음 또한 통쾌하기 그지 없다.
가덕산 오름 방화선 능선에 쌓인 눈 위에 세명의 발자국인 총 6개의 발자취가 찍혀있고 그들이 만들어 놓은 통로를 타고 이리 저리 갈지자를 그리며 뒤따라가 본다.
그래도 북사면의 눈들은 아직 뭉쳐지지 않아 설탕가루를 뿌려 놓은듯 미끌거리고 햇살을 받은 만사면의 눈들은 녹으면서 진흙창을 만들어 발바닥에 커다란 집채를 만들고 있다.
가덕산이 멀지 않은 높은 고도로 오르자 저 멀리 북서쪽으로 응봉과 화악산 민둥머리가 보이기 시작하고 그 남쪽으로 시원하게 뻗어 내려간 명지지맥이 아련하다.
마치 카펫 융단을 깔아 놓은 듯 포근한 이미지와는 달리 산행하는데에는 많은 고통과 어려움을 주는 겨울 산행의 백미를 제대로 느끼고 있는 중이다.
헬기장인듯한 넓은 공터에서는 둘갈래 발자국으로 갈렸다가 다시 합쳐지는 모습에서 장난기 어린 선답자들의 마음을 읽어 본다.
저 멀리 가덕산 정상북 가까이 자리하며 어서오라 손짓하지만 그 가파른 오름길에서의 사투 시간은 끝날것 같으면서도 끝나지 않는 오늘 산행의 복병이였다.
일그러진 얼굴과 등줄기에 흐르는 땀방울의 간지러움을 느끼는 시간 드디어 힘겹게 오른 가덕산 정상에서 꿈같은 현실을 바라보곤 그만 넋을 잃고 만다.
저 멀리 북쪽으로 춘천의 산군들을 지나 화천의 모든 산들이 드넓게 펼쳐져 있고 춘천댐 넘어 파라호로 연결된 물줄기 위로 뜀박산과 용화산 그리고 가깝게 오봉산까지 무엇하나 숨어 있는 산들이 없을 정도로 환상이다.
어렵게 올라온 마루금 저 멀리로는 일목요연하게 잘 정리된 노트처럼 응봉에서 화악산 그리고 그 남쪽을 타고 명지지맥과 간간히 봉우리 꼭대기만 보이는 한북정맥이 가슴시리도록 산객의 마음을 붙잡고 있다.
대부분 올랐던 산들이지만 이곳에 올라 이렇게 거침없이 바라볼 수 있음에 그저 감사하는 마음으로 서 있다.
드디어 가덕산 정상에 서서 입맞춤 해 본다.
눈과 겨울 칼바람으로 오랫동안 붙잡고 이야기를 나누진 못했지만 그저 바라보고 마음으로 느끼는 것이 많았기에 그것으로 족한 시간이다.
늘 올라 와 느끼는 것은 역시 산은 계절에 따라 또 그 오르는 목적에 따라 이렇게도 달리 내가슴에 남겨진다는 사실이다.
그래도 하고 싶은 이야기는 나눠야 되겠기에 조금 더 머물며 앞으로 올라야 할 마루금을 담아 본다.
저 멀리 북배산이 가깝게 느껴지지만 약 4 Km 가까이 되는 ㅏㅁㄴ만치 않은 등로, 특히나 눈이 많이 내려 생각보다 느린 걸음걸이이다.
그 마루금 좌측으로 의암호와 춘천댐으로 연결되는 북한강이 흐르고 그 북한강 넘어로는 아름다운 호반의 도시 춘천이 아담하게 자리하고 있다.
더 얼마나 이곳으로 와야 저 수많은 산그리메를 모두 넘어 이 그리움이 사라질련지...
지나온 능선 저 멀리 한북정맥이 시원하고 그 우측 끝자락을 타고 화천과 철원의 산군들이 황홀하다.
한발 두발 걸어 이렇게 올라 온 이 작은 산객의 두다리에도 힘을 불끈 줘 본다.
왜 이렇게 겨울산행을 즐겨하게 됐는지 알수는 없지만 아마도 지금 가슴에 담고 있는 이런 감정 때문은 아닐련지...
북배산 가는 등로의 어느쯤인가 오르막 오르다 보니 이제와는 조금 다르게 등로 주위의 잔나뭇가지마다 탐스런 눈꽃송이가 매달려 아직도 한들거리고 있다.
아마도 북사면의 가장 햇볕이 들지 않는 곳에 위치해 이런 아름다운 풍경을 남겼다 보여주는 듯 하여 추억으로 담아 본다.
이제 북동쪽의 조망이 압권으로 다가온다.
춘천댐과 용화산 그리고 그 산을 이어주는 산그리메가 끝도 없이 펼쳐져 있고 그 끝자락에 수평선을 만들어 ㅎ늘과 맞닿아 있다.
바로 눈 앞에 펼쳐진 작은 호수인지 아니면 춘천댐의 일부인지 푸른 물빛을 그대로 드러낸채 하얀 설원에 당당히 한자리 차지한 모습이 오늘따라 애처로워 보이기 까지 한다.
다시 고도를 높여 정상부로 오르자 이제 북서쪽으로 멀어져 가는 화악지맥의 화악산과 응봉 그리고 그곳에서 이어져 내려온 촉대봉과 오늘 걸어 온 마루금이 겨울 찬가를 부르고 있다.
이 멋진 풍경을 두고 어찌 지나갈 수 있단 말인가...
그러다 줌으로 조금 당겨 몽덕산과 가덕산 줄기를 잡아보니 그곳 또한 절경의 모습으로 산객의 마음을 사로 잡는다.
가까이 지나올 땐 몰랐던 아름다움과 멋스런 풍경이 한눈에 들어오며 몇년전 비와 안개속에 그렇게 힘들게 올랐던 곳인가 할 정도로 환상을 노래하고 있다.
나 홀로 이 아름다움을 감상하고 있음이 미안할 정도이다.
드디어 북배산 정상이다.
하지만 이곳에서부터 마음의 갈등이 서서히 시작되고 있다.
얼마전 화왕산 환종주를 하면서 짧은 겨울해를 경험했기에 오늘도 계관산 넘어 가일고개까지 과연 갈 수 있을련지 아니면 계관산에서 좌측 능선을 타고 목동리 싸리재로 내려나 갈 수 있을련지 걱정이 되기 시작한다.
그래도 계관산까지는 가야된다는 오기인지 신념인지가 가슴 한켠에서 꿈틀거리고 있다.
북쪽으로 화천과 춘천 그리고 저 좌측 멀리 철원의 산군들이 조금은 걱정거리를 덜어주는 듯 하다.
책장이 구겨진 모습으로 그러나 쓸모없이 구겨진 모습이 아닌 나중에 다시 펴서 보고 싶을 때 볼 수 있는 그런 느낌으로 산객의 마음을 흔들고 있다.
남쪽으로는 서산으로 기울어 가는 햇살을 받아 희미한 박무속에 가평쪽 산그리메가 눈부시다.
저 산군들 속에 내가 찾고자 하는 가평천과 북한강이 만나는 보납산 줄기 끝자락도 있을 것이지만 그저 눈대중으로 짐작만 할 뿐이다.
이 아름다움에 그저 탄성만 흘러 나온다.
남동쪽으로는 이제 계관산 지나 삼악산으로 이어지는 또다른 줄기가 시원하게 조망되고 그 끝자락에 북한강을 따라 그리움의 대미를 장식할 것이다.
우측의 계관산까지의 능선이 아기자기하면서도 산객의 마음을 급하게 만들과 좌측 저 멀리 우뚝 솟아있는 삼악산이 언제 다시 만날 수 있을지 기약 없는 안타까움을 보내고 있다.
지나 온 능선은 벌써 아름답고 부드러운 속살을 드러내며 또 다른 어둠과의 만남을 준비하고 그 좌측 끝자락에 살포시 얼굴 내밀고 멀어져 가는 산객의 발길에 힘을 실어주는 화악산 정상부의 민둥이가 화사하게 웃고 있다.
참으로 멀고도 긴 여정을 돌고 돌아 왔다는 생각이다.
시간은 자꾸만 빠르게 흘러가고 가야 할 등로는 아직도 많이 남아 있는 시간, 이제부터는 방화선에 잡목과 잡풀들까지 제거되지 않아 더욱 진행하기에 애를 먹고 있다.
하지만 허기란 놈이 다시 발길 붙잡고 잠시 휴식을 청하고 등로 옆 양지바른 장소에 앉아 준비한 작은 캔맥주 하나와 사과 하나를 입에 물고 얼어오는 손등을 불어가며 마지막 불꽃을 피워본다.
몇년 전 오르며 제거되지 않은 억새와 잡풀들로 인해 온 몸에 상처 투성이로 안개속에 헤매이다 춘천 어느 산골짜기 마을로 내려갔다 죽기 일보직전에 살아났던 추억이 떠오르며 미소짓게 만든다.
오늘은 안개 대신 소복히 쌓여 있는 눈꽃송이들이 산객의 발길을 붙잡지만 그래도 웃을 수 있는 여유가 있어 좋은 시간이다.
잠시 만나는 헬기장에서 지도 꺼내 방향 확인하고 다시 빠르게 계관산을 향해 올라간다.
그러다 뒤돌아 보니 그곳에 환상의 세계가 열려 있다.
구비쳐 물결치는 산그리메가 내가 지나온 방화선을 가운데 두고 양 옆으로 열려져 있다.
꿈이 아닌 현실이 되어 있는 이 순간이 마냥 행복해 진다.
서쪽으로 기울어 가는 햇살을 받아 환상의 몽가적인 풍경으로 다가오는 북한강과 그 넘어 호반의 도시 춘천이 한폭의 풍경화로 살아난다.
늘 자주 들렸던 곳이지만 이곳에서 바라보는 호반의 도시는 또 다른 모습으로 나를 깨우고 있다.
이제 제법 그럴듯한 모습으로 춘천의 속살을 만져 본다.
높은 빌딩 숲 주위로 자연이 인공의 구조물을 덮어버리고 또 다시 구비쳐 흐르는 물결을 만들어 세상사는 맛을 더해주고 있다.
얼마나 더 저곳을 와야만이 저 많은 봉우리에 올라 그리움 덜고 내려 갈 수 있을련지...
붉게 물들어 가는 지나온 능선 저 멀리 응봉이 다시 보이고 멀리도 돌아 내려온 산객의 다리에서 서서히 피곤이 밀려든다.
새벽의 일출과는 또 다른 붉은 세상이 펼쳐지며 말로 형용할 수 없는 뜨거운 무엇이 가슴속 깊은 곳으로 부터 용솟음치고 있다.
그렇게 힘들게 오른 계관산 정상, 산객의 키보다도 더 높게 자란 억새속에 찾았던 정상석의 추억이 벌써 옛날이 되어 가고 오늘 새로운 추억속에 그 정상석 앞에 마주 선다.
이제 목적했던 마지막 봉우리까지 만났으니 계관산 정상석 뒤로 나 있는 좁은 등로를 타고 목동리 싸리재로 하산하기로 하고 등로를 찾아 보지만 보이지 않는다.
많은 눈이 쌓여 지나간 흔적 하나 없는 그 등로를 타고 내려가기 어려워 다시 빠르게 작은 촛대봉으로 향하면서 작은 욕심이 화를 부르고 있는 듯 해 스스로에게 자책을 해 본다.
조금 더 시간적인 여유를 가지고 자연을 음미하며 진행하면 좋을 것을 늘 시가넹 쫒기며 이렇게 어둠속에 내려가는 산행이 일상화되어 가는 듯한 느낌에 스스로에게 화도 난다.
하지만 서산마루에 걸려있는 일몰을 바라보며 다시 마음의 평온을 뒤찾곤 가던 길 이어가 본다.
가파른 등로를 타고 내려서니 헬기장이 보이고 그곳에서 하산할 등로를 담아보니 이곳 역시 환상이다.
우측으로 화악지맥 끝자락이 가물거리고 좌측으로는 몇해전 그렇게도 어렵게 올랐던 삼악산 능선이 시원하게 펼쳐져 있다.
다시 이곳으로 올라 저 삼악산을 돌아 내려갈 수 있는 기회가 조만간 있기를 기대해 본다.
그저 바라만 봐도 가슴 두근거리는 화악지맥의 또 다른 능선 삼악산, 하얀 눈이 내려 더욱 산객의 가슴에 불을 당기는 자연의 풍경속에 하루가 저물어가며 아쉬운 탄성 소리만이 메아리쳐 돌아 온다.
이제 삼악산으로 가는 등로와 헤어지는 갈림길에 도착해 이정표와 그 뒤로 보이는 춘천을 배경으로 다녀가는 흔적 한장 남긴다.
이곳은 삼악산으로 가기 위해 다시 한번 올라야 하기에 헤어지는 아쉬움이 덜하다.
그래도 그 끝자락을 보지 못하고 헤어진다는 것은 안타까운 심정 뿐이리라...
이제부터 어둠이 내려 앉는 등로를 타고 빠르게 가일고개까지 진행하지만 중간에 땅거미가 지고 하얀 설원에 나 있던 발자국도 모두 사라져 우측 가파른 경사면을 타고 개곡리로 하산하기로 한다.
약 30여분을 더 진행하면 가일고개라 생각되지만 무리할 이유가 전혀 없기에 다음 들머리에서 올라오는 길이 어렵고 힘들더라도 오늘 이곳에서 아쉬운 마음 접기로 한다.
하산길에 아침에 만났던 택시에 전화해 개곡리 마을회관 앞에서 만나기로 하고 임도로 내려 와 많은 팬션이 있는 공터에서 배낭과 옷가지들을 정리한 후 추위속에 빠르게 내려가니 개곡리 마을 화관 앞 마을 버스 정류장 잊ㅇ표가 나타나고 그곳에서 택시를 만나 가평으로 돌아 간다.
길고도 힘든 하루의 여정이 마무리되니 올 겨울 처음으로 해본 러쎌로 인해 다리에 느껴지는 무게가 평소와 다르게 다가온다.
그래도 그 어둠속 빙판길을 무사히 내려올 수 있음을 감사하게 생각하며 다음부터는 너무 무리하지 않는 겨울 산행을 생각해 본다.
올 해가 가기전 보납산 넘아 화악지맥을 마무리하고 덤으로 작은 촛대봉에서 삼악산까지의 종주 산행으로 대미를 장식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칠갑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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