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지 : 충북 충주시와 제천시에 걸쳐 있는 포암산, 만수봉, 만수릿지 및 월악산 구간
산행날자 : 2009년 4월 18일 (토요일)
산행날씨 : 맑고 무더운 초여름 날씨였으나 약간의 박무현상
산행온도 : 영상 14도에서 영상 25도
산행인원 : 3450온누리산악회 종주대 9명
산행코스 : 충북 청주 미륵사지 세계사-하늘재 갈림길-능선-포암산(961.7봉)-백두대간 마루금-
마골치-헬기장-만수골 갈림길-만수릿지 갈림길-만수봉(985.2봉)-만수릿지 갈림길-
덕주봉 갈림길-덕주골 갈림길-만수릿지-덕주사 갈림길(960.4봉)-헬기장-죽음의 계단-
월악산 중봉 갈림길-월악산 영봉(1094봉)-월악산 중봉 갈림길-월악산 중봉-
월악산 하봉 우회 등로-보덕암-수산1리
산행거리 : 약 23 Km
산행시간 : 약 14시간 (충분히 쉬며 사진찍고 널널하게)
월악의 공룡 만수릿지에서 황홀한 풍경을 가슴에 담으며
오래전부터 몰래 꼭꼭 숨겨 놓고 오르기만을 간절히 소망했던 월악산 종주를 계획해 본다.
많은 구간이 휴식년제에 묶이고 위험 암릉구간이라 하여 출입이 통제되고 있는 곳이기에 들어내 놓고 다녀오기도 힘든 산행이기에 처음에는 홀로 가는 시간을 계획했지만 너무나 아름다운 곳이기에 몇분만의 제한된 인원과 함께 토요일 새벽 서울을 떠난다.
마침 차량 봉사해 주시는 산우님이 생겨 생각보다 수월하게 떠나는 시간, 쉬엄 쉬엄 달려 갔는데도 산행 들머리인 충북 청주시 수안보면 미륵리에 위치한 미륵사지에 도착하는 시간 새벽 4시 30여분이다.
이곳으로 들어오는 어두운 597번 지방도로의 양옆에는 아직도 하얀게 피어있는 벚꽃들이 고산지대임을 알리고 어두운 밤길을 밝히고 있고 몇해전 백두대간 산행을 하면서 지났던 하늘재 이정석이 가슴을 찡하게 만드는 새벽이다.
어둠으로 보이지는 않지만 오늘 산행 들머리로 이용하는 미륵사지는 고려 초기에 조성되었던 약 4천여평 규모의 대찰로 주흘산을 진산으로 하여 좌우로는 신선봉과 포암산을 끼고 멀리 월악산을 조산으로 하는 중심부에 위치하고 있는 사찰로서 한번쯤 다녀가고픈 마음 간절하지만 보이는 것이 없어 아쉬움을 남긴다.
미륵사지 주차장을 지나 안내도가 서 있는 공터에 내려 쌀쌀한 밤공기를 들이 마시며 정원에 피어있는 하얀 목련과 밤하늘에 총총히 떠 있는 별들을 친구 삼아 넘어가지 않는 새벽 밥을 먹은 후 흔적 한장 남기고 어둠속으로 숨어 들어간다.
이 시간 새벽 5시 정각, 잠시 안내도 좌측의 시멘트 도로를 타고 조금 오르다 좌측으로 나 있는 다리쪽에서 10여분 이상 서성이며 들머리 찾아 헤매다 하늘재 이정석까지 왔다갔다를 반복하며 간신히 어렵게 들머리 찾아 본격적인 산행을 시작해 본다.
산행 들머리는 시멘트 도로를 타고 오르다 첫번째 좌측으로 나 있는 다리를 건너자 마자 우측으로 나 있는 넓은 비포장 임도를 타고 10여미터 진행하면 다시 좌측 능선으로 희미한 등로가 나타난다.
날이 길어진 것을 알려주기라도 하듯 능선을 타고 조금 오르니 금새 날이 밝아오고 이마에 메달고 진행하던 헤드렌턴이 필요없을 정도로 날이 밝아온다.
새벽 5시 50여분경 정상적인 능선에 올라 등로 우측에 있는 전망바위에 오르니 방금 전 올라온 미륵사지와 넓은 주차장이 한눈에 들어오고 이곳에서 모두 헤드렌턴을 벗어 버린다.
등로 우측인 남쪽으로는 백두대간 마루금인 탄항산(월항삼봉)을 필두로 우측으로 길게 뻗은 듯한 산줄기가 주흘산을 숨긴채 부봉으로 연결된 장쾌한 마루금을 보여주기 시작한다.
새벽 6시를 넘기면서 앞으로 올라야 할 포암산 넘어로 아침 햇살이 붉게 비추며 일출을 준비하고 있지만 쌍봉으로 보이는 포암산이 가로막고 오늘의 일출을 방해하고 있다.
그 좌측으로 붉게 물들어 가는 하늘만이 이 시간 일출이 시작됨을 알려주고 남쪽 백두대간 마루금에 따사롭게 비추는 햇살이 하루의 시작을 알려주고 있을 뿐이다.
날이 밝아오며 등로 주위를 붉게 물들인 진달래꽃들이 산행 들머리와는 다르게 이제 만개한 모습으로 새벽녘 땀방울을 흘리며 오르는 산객을 반갑게 맞이해 주고 그곳을 지나자 좌측으로 막힘없는 백두대간 마루금이 한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백두대간 마루금인 탄항산이 남쪽으로 부봉으로 이어지고 그 좌측으로는 주흘산 영봉과 주봉 그리고 꼬깔봉이 차례로 우뚝 솟아 하늘을 향해 치달리는 모습으로 서 있다.
2년전 백두대간 산행을 하면서 추워서 벌벌 떨었던 추억이 되살아나며 세월의 무상함을 깨우쳐 주고 있다.
다시 저 마루금을 밝고 걸어야 하는 계절엔 또 무슨 생각을 하며 걸어 볼련지...
서서히 나타나는 암릉과 가파른 등로를 타고 땀방울 흘리니 이제 탄항산(월항삼봉)을 지나 하늘재를 넘어 포암산으로 올라오는 백두대간 마루금과 그 넘어 경상도 문경쪽 관음리와 평천리의 올망졸망한 산줄기들도 발아래 고요히 잠들어 있는 모습이 들어온다.
그 위에 화사하게 퍼지는 아침 햇살이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따스함으로 다가온다.
원래 한훤령으로 불리우던 하늘재는 조선시대 조령관문이 뚫리기 전까지 한반도의 남북을 연결하는 중요한 교통로로서 그 역할이 사뭇 지대했던 고개이지만 지금은 그 옛날 추억이 그리운 여행객들이나 백두대간 산행을 위해 다녀가는 산꾼들에게나 이름이 알려진 고개로 남아 있어 세월의 흐름에 따라 살아가는 세상도 많은 변화를 겪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잠시 더 올라 너럭바위에서 탄항산을 배경으로 아름다운 단체사진과 개인사진을 남기고 조금더 진행하니 포암산 300미터와 하늘재 1 Km 지났다는 이정표가 서 있다.
이곳이 하늘재 갈림 삼거리로서 하늘재에서 올라온다면 이길로 올라올 것이다.
이곳부터는 포갠바위처럼 생긴 조금은 가파른 바위지대를 타고 땀방울을 요구하는 구간으로 그곳을 치고 오르자 금새 포암산 정상이다.
저 멀리 북쪽으로 오늘 올라야 할 만수봉과 월악산 영봉이 올망졸망한 낮은 산줄기를 발아래 두고 우뚝 솟아 있다.
정상에 오르면 백두대간 포암산이란 작은 정상석이 서 있고 그 뒤로 돌무덤이 쌓여 있다.
이곳 정상에서 바라보는 조망이 막히 가슴을 시원하게 열어주며 흘러내리는 땀방울 조차 식혀 버리는 듯 황홀하다.
다시 눈길을 남서쪽인 주흘산의 영봉과 주봉을 바라보니 저 멀리 가물거리는 황학산과 백화산도 희미하게 나타나고 그 끝자락에 속리산 마루금도 보이는듯 착각을 일으키고 있다.
포암산의 본래 이름은 베바우산으로 우리 고유어를 한자어로 풀어 쓴 것이 바로 포암산이 된 것으로 베바우산이란 의미는 하연 삼베 같은 천을 두른 산이란 뜻을 지녔는데 허연 삼베는 바위 절벽을 의미한다.
이처럼 험한 바위산인 포암산은 부근의 월악산, 주흘산, 신선봉 등과 더불어 조령 5악으로 불리는데 산세가 험한 대신 수려한 풍광을 자랑한다.
쌍봉 낙타 등처럼 생긴 포암산은 등산로 양옆이 급한 암벽을 형성해 여느 산처럼 등산로가 잘 발달되지 않았으나 등산로에는 아름드리 노송군락과 벼랑 위에 선 고사목들이 있어 자연의 신비감을 더해준다.
포암산(962봉)은 한 줄기 암릉을 따라 세 개의 암봉이 낙타 등허리처럼 연이어진 산세로 이루워져 있는데 백두대간 산행을 하면서 문경쪽에서 바라보면 바위 암봉 하나로, 이곳 미륵사지에서 오르다 보면 쌍봉으로 보이지만 주흘산쪽에서 멀리 바라보면 세개의 봉우리가 일직선상에 놓여있는 것처럼 보인다.
한동안 포암산에 머물며 너무나 환상의 주위 풍경을 조망한 후 963봉을 넘어 좌측으로 진행하니 고즈넉하게 펼쳐진 만수골이 아름답다.
오르락 내리락 봉우리를 따라 진행하니 이제부터 제법 등로를 푸르게 수놓은 산죽밭이 이어지고 간간히 세워져 있는 현위치 번호를 주시하며 전진한다.
2년전 이곳을 오르며 힘에 부쳐 이슬이 한잔 나누던 추억이 떠오르며 피식 웃음이 나온다.
이제 중요 등로마다 만수봉과 포암산까지의 거리표시 이정표가 잘 세워져 있고 잡목으로 풍경이 보이지 않는 평이한 등로를 따라 빠르게 진행한다.
아직까지 힘들어 하거나 어려워 하는 산우님들이 없기에 만수릿지 구간을 생각해 좀 빠르게 진행한 것이다.
아침 8시가 다 되어가는 시간 드디어 백두대간 마루금과 헤어져야 하는 마골치전 만수봉 갈림길에 도착한다.
이곳에 도착하니 2년전엔 보지 못한 출임금지 안내판이 세워져있고 살펴보니 작년부터 이곳도 자연휴식년제로 묶여 백두대간 산행에 어려움이 예상된다.
잠시 물한모금 마신 후 좌측으로 크게 꺽여 완만한 등로를 타고 올라본다.
아직 이곳에는 한겨울 정취가 남아 있고 연두빛 봄 빛깔은 시간이 더 필요한듯 등로엔 갈색 낙엽만이 뒹굴고 있다.
또다시 무명봉 몇개를 오르락 내리락하니 우측으로 메밀봉이 보이고 용하계곡쪽 골짜기와 우측 뒤 저 멀리 멀어져 가는 백두대간 마루금이 눈에 들어온다.
지나온 포암산 넘어 탄항산과 부봉 그리고 주흘산도 구비구비 큰 줄기를 만들어 멀어져 가는 종주대를 그리워하고 있다.
914봉이 가까운 넓은 헬기장에서 잠시 쉬며 준비한 아침을 나눠 먹는다.
따스한 햇살을 받으며 헬기장 주위에 피어난 할미꽃이 예뻐 몇장 남겨 본다.
이제 만수봉도 얼마남지 않은 거리, 여기까지는 생각보다 늦지 않게 정상적으로 잘도 진행했다는 생각이다.
다시 914봉을 넘어 오르니 일자로 길게 뻗어 있는 만수봉이 가깝게 다가오고 넓은 너럭바위가 좌측으로 절벽을 이룬 가운데 우측으로 멋진 소나무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사진 찍기 좋은 장소로 남아 있다.
많은 사진 남기며 잠시 더 쉬어본 후 멀어지는 포암산과 백두대간 마루금에 작별을 고한다.
만수봉을 오르면서 모두 같은 생각을 하는가 보다.
늘 산행 후기를 읽다보면 보였던 너럭바위 그리고 아름다운 소나무들, 그 너럭바위 저 위로 남북으로 길게 뻗어 있는 만수봉 정상부가 이제까지 필자가 알고 있는 정상 모습과는 다른 모습으로 다가오기에 또 다시 산행하면서 직접 보고 느끼는 산줄기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느껴본다.
조금은 여유롭게 다시 저 정상을 향한 집념을 불태워 본다.
계속 완만한 등로와 가파른 등로를 번갈아 타며 오르니 좌측으로 만수교에서 출발해 만수봉으로 오르는 등로와 만나는 만수교 갈림 이정표가 보인다.
만수교까지 3.6 Km이니 족히 2시간이면 오를 수 있는 거리를 오늘 종주대는 포암산을 돌아 오르며 여기까지 약 4시간 이상이 소요된 것이다.
이곳에서 사진 한장 남기고 계속 산죽밭을 지나니 이제 우측으로 만수릿지 갈림길이 나타나고 나무데크를 타고 만수봉 정상에 안착한다.
넓은 바위를 지나 만수봉 정상 이정표 위 바위로 오르니 북으로 가야 할 만수릿지와 저 멀리 월악산 영봉이 한눈에 들어오며 환상을 노래하고 있다.
시간 가는줄 모르게 이곳에서 다시 많은 사진과 추억을 만들어 본다.
983봉인 만수봉은 월악산에서 흘러내린 능선이 암릉을 타고 남으로 내려가면서 솟아 올린 암봉으로 남릉 상의 최고봉이며 좌측에 솟아 있는 용암봉의 모산이기도 하다.
만수봉이란 이름은 만수교와 만수골의 이름을 빌어 만수봉으로 불려지고 있다.
백두대산 주능선에서 월악산 쪽을 살짝 비켜 앉아 만수계곡 건너편에 있는 포암산과 마치 오누이처럼 다정스런 모습을 하고 있는 산이다.
회백색 바위 사이로 아름다운 푸르름을 간직한 소나무 군락들이 황홀경을 만들어 내는 봉우리로서 여기에서 보는 조망 역시 한폭의 산수화를 만들어 내고 있다.
정상에서 시간 가는줄 모르게 휴식을 취한 후 서쪽으로 길게 누워있는 바위 옆 소나무 가지 사이로 다가가니 그 앞으로 용암봉이 솟아 있고 미륵리와 송계리 사이의 만수골 넘어 박쥐봉과 북바위산도 조망된다.
너무나 아름다운 마루금에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다시 정상으로 뒤돌아 와 올랐던 등로를 타고 만수릿지 갈림길로 내려가며 나무데크에서 바라보니 동쪽으로 방금 전 올라오며 쉬었던 너럭바위가 보이고 그 넘어 메밀봉과 백두대간 마루금 그리고 그 끝자락에 꾀꼬리봉까지 조망된다.
조용히 산죽밭을 따라 만수릿지 갈림길로 되돌아 와 좌측 만수릿지 등로로 몸을 숨겨 본다.
생각보다 뚜렷한 등로를 타고 그곳을 지나자 눈앞에 다시 환상의 마루금이 펼쳐져 있고 지도를 꺼내 하나 둘 퍼즐 조각을 맞춰본 후 마음 다잡고 새로운 세계로 들어가 보는 시간이다.
울퉁불퉁 튀어나온 근육질 암봉이 설악산의 공룡능선이 부럽지 않은 산세를 자랑하고 그 사이마다 푸른 잎을 간직한 채 곧게 뻗어 있는 소나무들이 아름다움을 배가 시키고 있다.
월악산 영봉 좌측으로 희미하지만 푸르름을 간직한 충주호가 조용히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잠시 가파른 바위 내리막을 타고 내려오자 금새 등로는 낙엽 깔린 갈색의 겨울이 푸릇한 새싹을 틔우는 봄의 빛깔로 변신을 시도 중이고 조금 더 진행하니 좌측으로 덕주봉 갈림 삼거리가 나타난다.
잠시 이곳에서 주춤 거린 후 좌측 내리막 등로를 타고 진행하니 이번에는 산죽밭과 포갠바위를 지나 진달래가 만개한 화려한 봄의 축제가 열리고 있다.
종주대들 사진을 찍어 드리고 조금 더 진행하니 기존에 알고 있던 삼각점과는 다른 건설부 표시가 된 삼각점이 나타난다.
잠시 숨고르기를 하듯 내리막을 통해 안부에 내려섰다 오르니 좌측인 서쪽으로 덕주봉이 보이고 벌목된 사이로 소나무 줄이 길게 그어져 있다.
잘못 독도를 하면 만수릿지가 아닌 저 덕주봉으로 빠지기 쉬운 삼거리 갈림길을 무사히 통과해야 하는 것이다.
좌우측으로 고무서리골과 덕주골을 두고 늠름하게 서 있는 모습이 아름답다.
좌측으로 덕주골을 두고 앞으로 올라야 할 만수릿지와 월악산 영봉이 잡목 사이로 가끔 얼굴을 내밀며 우측으로는 백두대간 마루금과 저 멀리 메밀봉 및 시루봉이 또 다른 산행을 유혹하며 부르는 듯 가깝게 자리하고 있다.
뒤돌아 보면 아직은 만수릿지의 참맛을 보여주기에는 이른 시간이라는 듯 봉우리마다 푸른 소나무 군락이 가득하다.
자꾸만 멀어지는 백두대간 마루금과 만수봉이 이제 저 멀리 가물거린다.
이제부터 본격적인 만수릿지를 보여주는가 싶으면 어김없이 나타나는 한폭의 동양화를 연상시키는 소나무가 발목을 잡아 끌고 있다.
자연만이 만들어 낼 수 있는 황홀한 멋과 환상의 아름다움이 소나무 한그루에서도 풍겨진다.
잠시 배낭 내려놓고 소나무를 배경으로 사진을 담으며 이름모를 야생화도 구경해 본다.
엊그제가 겨울이였는데 이제 봄을 지나 여름이 성큼 다가온 계절의 변화를 실감하고 있다.
또한 가끔 나타나는 고사목이 푸르고 하얀 소나무와 암릉을 배경으로 산수화를 그려 놓고 있기도 하다.
본격적인 만수릿지가 시작되는 봉우리를 넘자마자 거대한 마당바위가 나타나고 그곳에서 바라보는 풍경 역시 일품이다.
앞으로 가야 할 만수릿지의 우람한 몸통이 그대로 드러나 있고 그 끝자락에 하늘을 향해 온몸을 일으켜 세운 월악산 영봉의 암봉이 뒷배경을 가로막고 서 있다.
너무나 아름답고 황홀한 경치에 그저 주저앉아 많은 시간 보내며 추억을 만들어 본다.
마당바위 주위에 자라고 있는 소나무와 고사목이 그 아름다움에 화룡점정을 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훤히 올려다 보이는 뾰족한 암봉이 안부를 지나 솟구쳐 있고 그 하얀 암봉 주위에도 어김없이 푸른 소나무가 자리하며 황량했을 하얀 바위에 채색을 더해 주고 있다.
오르고 또 올라도 자꾸만 반복되는 암릉의 출현에 처음에는 재미도 느끼지만 조금은 위험하고 조금은 거친 호흡을 요구하고 있다.
봉우리 하나, 암릉 한 구간 그리고 소나무 한그루가 모두 아름다움의 극치를 보여주고 함께 어울린 모습은 마치 선경을 거닐듯 산객의 마음을 무아지경으로 몰아간다.
깍아지른 절벽에 거친 호흡을 내뿜으며 고달픈 삶을 살아가는 소나무가 있는가 하면 이제 그 고달픈 삶을 마감하고 한폭의 풍경화가 되어 자연을 벗삼아 영원히 함께하는 고사목도 보인다.
생물과 무생물 하나 하나가 만들어 낸 자연의 멋과 위대함에 경외로움을 느끼는 시간이다.
그러다 문득 뒤돌아 보면 어느새 하얀 암봉은 사라지고 푸른 소나무 군락이 함께하는 첨봉의 마루금이 우리를 뒤쫒아 오고 있는 듯 하다.
어떻게 올르고 내리면서 여기까지 왔는지 인간의 무한한 힘에도 존경심이 느껴지는 시간, 잠시 쉬어 물 한모금 마시며 갈증을 달래본다.
펑퍼짐하게 보이는 만수봉이 이제 시야에서 멀어지고 만수릿지 암릉들에 둘러쌓여 고립된 종주대만이 이마에 굵은 땀방울 쏫아내며 따사로운 햇살을 만끽하고 있다.
이제 만수릿지도 막바지에 이르고 좌측으로 덕주골의 멋진 골짜기가 발 아래 한눈에 들어온다.
여름이면 또 얼마나 많은 피서인파들로 몸살을 앓을까 생각하니 끔찍하다.
하지만 지금 이 시간만큼은 봄꽃이 피어나며 계곡마다 연두빛 봄색이 완연하다.
꾸미지 않고 가꾸지 않아도 예쁜 산하,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봄빛깔의 향연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제 마지막 암봉을 넘어 직벽 구간을 지나면 만수릿지도 끝이 보이기 시작한다.
그 직벽을 넘기 전 잠시 휴식 취하며 남아 있던 과일로 목마름을 달래본다.
저 멀리 갈색의 잡목을 걸치고 위풍당당하게 드러나 있는 월악산 영봉의 암봉이 오늘따라 너무나 높고 거대하게 보인다.
잠시 휴식 후 가파른 암릉을 타고 내려가지 아슬하게 걸쳐져 있는 로프 한줄을 메달고 10여미터는 족히 넘을듯한 암벽 구간이 주의를 요한다.
위험하긴 하지만 내려오기 까다롭지는 않는 직벽구간, 로프 한줄에 의지하며 조심하여 내려오니 다시 마지막 직벽이 앞을 가로막는다.
그 암벽을 올라 직벽을 내려오는 산우님들 조심시키고 이제부터 소나무 군락으로 하늘을 덮어버린 등로를 타고 레드캡과의 보이지 않는 신경전을 펼쳐 본다.
저 멀리 시끌벅적한 소리들이 들리고 빨간 옷을 입은 사람들의 모습에 잠시 몸을 낮췄다가 오르니 그분들도 모두 등산객들이다.
한숨이 절로 입가를 타고 흘러 나온다.
마지막 960봉 오름길에 잠시 뒤돌아 보니 지나온 만수릿지가 만수봉에서 봤던 아름다운 모습은 모두 어디로 사라지고 뾰족하게 튀어 오른 첨봉의 모습으로 셀 수 없는 무수한 봉우리들로 연봉을 이루고 있다.
그래도 그 연봉을 모두 무사히 통과했다는 안도감이 밀려오고 그 하얀 암벽에 새생명을 불어 넣고 있는 푸른 소나무를 바라보며 삶에 대한 의미를 찾아 본다.
드디어 덕주사에서 출발하여 덕주골을 타고 오를수 있는 남서능 갈림 삼거리에 도착해 증명 사진 한장씩 남기며 휴식을 취하니 이곳 지방에 살면서 부부가 올랐다는 마음씨 좋은 등산객을 만나 예상하지도 못한 귀한 드릅전을 얻어 먹으며 그동안의 피로를 풀어 본다.
몇일 굶은 사람들처럼 단숨에 그 귀한 드룹전을 다 해치우곤 다시 발길 돌려 헬기장 직전 공터 그늘에서 마지막 남아 있던 간식으로 허기를 달래 본다.
거대한 직벽으로 이뤄진 월악산 영봉이 오늘따라 더욱 크고 높게만 느껴지고 저 암봉을 우측으로 우회하며 두어개의 작은 봉우리를 넘은 후에나 만날 수 있다는 생각에 벌써 다리의 힘이 빠지는듯 하다.
헬기장에서 암봉 사진을 남기고 야생화가 줄지어 피어있는 등로를 따라 이제부터 죽음의 계단을 타고 작은 봉우리 두어개를 넘는다.
지쳐가는 시간에 장거리 산행에서 오는 피로감이 급격하게 체력을 고갈 시키고 있다.
좌측 신륵사로 빠지는 갈림 이정표를 지나 나무계단을 타고 작은 봉우리 하나를 넘자 평이한 등로가 나타나고 다시 곧이어 나무 계단이 끝도 없이 이어져 있다.
월악리와 광천이 보이고 조금씩 짙어가는 개스를 몸으로 안고 계속 진행하니 드디어 보덕암 삼거리에 도착한다.
이제 월악산 영봉까지는 300미터, 하지만 이곳에서부터 정상까지 이어진 가파른 계단이 오르기도 전에 산객의 마음을 질리게 만들고 있다.
그래도 올라야 하는 등로이기에 마음 다잡고 한발 두발 올려 본다.
계단을 오르며 바라보는 중봉과 하봉이 그나마 힘든 산행길에 친구가 되어 마음에 위안을 주고 있다.
드디어 정상에 오른다.
일망무제, 거침없는 조망이 온세상을 발아래 두고 저 멀리 하늘과 맞닿은 마루금이 가물 거리는 곳까지 보여주고 있다.
북쪽으로 중봉과 하봉 넘어 충주호가 시원하게 내려다 보이고 좌측으로 서산에 지는 해를 등지고 한수면 송계리가 사람사는 모습으로 돌아와 있다.
남쪽으로는 오늘 종주대가 걸어온 종주길이 한눈에 펼쳐져 있고 동쪽으로는 또 하나의 암봉 넘어 월악리가 잔잔히 앉아 있다.
백두대간이 소백산군에서 속리산군으로 연결되는 중간에 위치한 월악산은 산세가 험준하고 기암단애가 맹호처럼 치솟아 심산유곡과 폭포 그리고 소 등이 어우러져 한껏 아름다운 경관을 자랑하고 있다.
월악산을 중심으로 여름에도 눈이 녹지 않는다는 하설산을 비롯하여 용두산, 문수봉, 만수봉 등 수려한 산봉우리들이 즐비하고 정상(영봉)에 오르면 만고풍상을 견디며 자라온 잣나무가 사계절 푸르고 동서남북으로 훤히 트인 하늘이 쾌적하게 펼쳐지며 또한 충주호의 아름다운 모습이 한눈에 들어온다.
월악산 영봉은 국사봉이라고도 불리며 예로부터 신령스런 산으로 여겨져 "영봉"이라고 불리어지고 있다.
해발 1,097m로 험준하며 가파르기로 이름나 있고 암벽 높이가 150m, 둘레가 4km나 되는 거대한 암반으로 형성되어 있다.
945봉 능선길에서 바로 앞에 영봉이 보이지만은 바위 봉우리를 한참 뒤로 돌아서 철재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야한다
월악산에는 마의태자와 그의 동생인 덕주공주의 전설이 숨어있다.
신라 진평왕 9년에 창건했다는 덕주사는 원래 월악사라고 불렸는데 경순왕의 딸 덕주공주가 피신하면서 덕주사로 불렸다고 한다.
절이 있는 골짜기는 현재 덕주골로 불리고 있다.
많은 시간 쉬면서 사진도 찍고 추억도 만들면서 주위 풍경을 다시 한번 살펴 본다.
남쪽으로 저 멀리 주흘산 영봉과 주봉의 쌍봉 아래 산행 들머리인 미륵사지에서 부터 조그만 쌍봉을 이룬 백두대간 마루금에 속한 포암산이 우뚝 솟아있고 그 좌측으로 끝이 뾰족한 만수봉이 멀리에서도 늠름한 자태로 서 있다.
그 만수봉 지나 우람한 암릉을 이루며 발 아래까지 이어져 달려온 만수릿지가 수없이 많은 연봉을 거느리고 거대한 공룡을 자랑하듯 서 있고 가까운 거리에 960봉부터 부드러운 능선을 타고 헬기장이 보인다.
말로는 설명할 수 없고 느낌으로만 느낄 수 있는 환상의 마루금이다
힘들게 다시 나무 계단을 타고 내려와 보덕암 갈림길에서 좌측으로 방향을 틀어 중봉으로 향한다.
낮은 안부에 내려섰다가 다시 한번 가파른 중봉 된비알을 타고 오르는 가슴은 터질듯 가빠온다.
그래도 주위로 보여지는 아름다운 풍광이 그 어려움 잊게 만들고 어렵고도 힘들게 중봉 정상에 오른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지나온 월악산 영봉이 신령스럽기까지 한다.
중봉에서 바라보는 하산 능선과 충주호가 또한 절경이다.
북서쪽 아래로 펼쳐지는 전망이 일품이다.
충주호수 위에 가로놓인 월악교와 송계로 들어오는 첫번째 다리인 월악1교, 월악2교가 한낱 성냥개비처럼 보이고 은빛 물비늘을 이룬 충주호수면을 내리깔고 높고 낮은 산들이 멀리 그리고 가까이 병풍처럼 두른 조망에는 경탄을 금할 수 없다.
여기서 서쪽으로는 수리봉이 마주보이고 그 아래로는 느긋한 평화속에 송계 마을이 잠겨 있다.
남쪽으로는 영봉이라는 칭호가 아깝지 않은 월악산 정상이 주흘산, 월항삼봉, 북바위산, 용마봉, 박쥐봉을 거느리며 시야에 와닿는다.
그저 감탄하기에도 바쁜 시간이다
월악산 중봉 마지막 봉우리에서 바라다 보는 하봉과 충주호는 지금까지 봐왔던 풍경의 결정체라 해도 무리가 아닐 듯 가히 절경으로 오랫동안 뇌리에 남아 있을것 같다.
기묘하게 생긴 오르지 못하는 하봉의 뾰족한 첨봉 사이로 군데군데 소나무 군락지가 보이고 그 아래로 펼쳐진 하산 등로는 푸르다 못해 눈이 시릴 정도로 푸른 소나무 세상이다.
그 끝자락에 조용히 서산으로 기울어 가는 저녁 햇살을 받아 반짝이는 충주호가 온 세상 시름을 모두 안고 잠들어 있듯 고즈넉하다.
이제 가파른 계단을 타고 중봉을 내려와 급경사 등로를 타고 진행하니 하봉을 좌측으로 우회하는 우회로가 나 있다.
너무나 가파르고 급경사 암봉이라 오르지 못하는 하봉을 우회하는 것이다.
때로는 바위 너덜길이 때로는 푹신한 낙엽길이 있는가 하면 또 다른 길은 낙엽과 바위가 뒤섞여 있기도 하다.
계절이 조금만 더 지나면 이곳도 갈색에서 푸른색으로 옷을 갈아입고 그늘을 만들어 등산객들의 땀을 식혀 주는 친구로 남아 있으리라.
하염없이 하봉을 우회하여 계단도 내려오고 평이한 등로도 따라 내려온 갈림 삼거리가 나타나고 우측 등로를 따라 내려오니 좌측으로 책바위들이 무더기로 나타난다.
참으로 묘하게도 생긴 바위들이다.
인위적으로는 도저히 만들어 낼 수 없는 자연의 위대함에 그저 찬사만 흘러 나온다.
이제 좀 평이한 등로를 타고 한동안 내려오니 보덕암이 보인다.
보덕암 경내에 들려 잠시 대웅전 사진 한장 남기고 절 아래로 흐르는 약수터로 옮겨 시원한 약수물을 한없이 마셔 본다.
하지만 이곳에서 독도 한번 못해 본 것이 결국 통나무 휴게소가 아닌 최장 코스인 수산리로 하산하게 된다.
시멘트 도로를 타고 한동안 진행하니 좌측으로 간이 화장실이 보이고 그곳에서 잠시 후미 기다리며 쉬어 본다.
하지만 아무래도 이상해 이정표를 살펴보니 이곳은 수산리 하산길이고 통나무 휴게소는 보덕암 경내를 통해 보덕굴쪽으로 나 있다.
거리상으로 얼마 차이가 없어 그냥 수산리로 하산하는 것을 결정한다.
이런 시멘트 포장 도로를 약 2킬로 미터 이상 진행하니 저 멀리 우측으로 빨간 지붕들이 보이는 마을이 나타나고 그곳으로 내려가 마지막 구판장에 부탁해 저녁 식사와 차량 회수를 위한 트럭 운행을 부탁해 본다.
길가에 피어 있는 진달래와 싸리꽃이 눈길을 잡지만 너무나 피곤하고 길었던 하루에 그것조차 사진으로 남기기가 어려워 진다.
하루 해는 완전히 서산 마루로 지고 그 일몰이 시작되는 능선 위 붉은 노을만이 오늘 하루의 산행이 얼마나 멀고 힘들게 진행되였는지 알려주는 듯 하다.
그래도 모두 무사히 완주 할 수 있음에 감사하는 시간으로 남겨 본다.
한가지 아쉬움이 있다면 좋은 날씨에 일출과 일몰 모두를 놓쳤다는 사실이리라...
수산리 마을로 내려오니 이곳은 산상과는 달리 벌써 봄이 시작되어 새생명으로 가득하고 그 생명들이 살아가는 소리가 잠들어 있던 종주대의 머리도 깨우고 있다.
오늘 하루 힘들고 먼 종주 산행이였지만 산행 후 시원한 맥주 한잔 웃으면서 마실 수 있어 감사 드림니다.
어렵게 손수 운전까지 해 주신 인연님께 감사 드리며 9인의 종주대에게도 개인적인 고마운 마음 전합니다.
몸 잘 추스리고 다시 멋진 산행에서 만날 수 있기를 바람니다.
감사합니다.
칠갑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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