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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 후기/전라도 산

지리산 화대종주 산행 후기 1

by 칠갑산 사랑 2009. 2.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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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지 : 지리산 화엄사에서 대원사까지 화대종주 마루금

산행일자 : 2006년 12월 21일부터 12월 24일까지 1무2박4일 산행

산행날씨 : 맑고 화창한 겨울 날씨

산행온도 : 영하5도에서 영상 10도까지

산행인원 : 산친구 총6명

산행코스 : 화엄사(새벽 식사)-국수등-집선대-코재-노고단산장(아침식사)-노고단 돌탑-피아골 삼거리-

               임걸령 샘터-노루목-삼도봉-화개재-토끼봉-연하천 산장(점심식사)-형제봉-

               벽소령산장(저녁 및 1박)-선비샘-칠선봉-영신봉-세석산장(간식)-촛대봉-연하봉-

               장터목산장(점심식사)-제석봉-통천문-지리산 천왕봉-중봉-써리봉-치밭목산장(저녁식사 및 1박)-

               무제치 폭포-새재갈림길-유평리-대원사-유평매표소

산행거리 : 약 46 Km

산행시간 : 1무2박4일 산행

 

 

지리산 화대종주로 자연을 배우며 제1부

 

 

자주 입산하여 산행을 즐기는 사람들에게는 서울 5산 종주와 지리산 화대종주 그리고 설악을 오르지 않고는 등산에 대해 이야기하지 말라는 이야기가 회자되고 있는 듯 하다.

이제 산행을 시작한지 얼마 안되는 필자에게는 모두 꿈같은 이야기이지만 어짜피 언젠가는 한번 아니 몇번씩이라도 올라야 하는 곳들이기에 늘 동경의 대상이 되였던 곳이기도 하다.

근 일년동안 몇십번의 산행을 미친듯이 했던 필자에게도 드디어 그 기회가 찾아오고 종주에 대한 욕심으로 선뜻 합산을 신청했지만 함께하는 산우들의 면면을 보니 괜시리 겁도 나기 시작한다. 

 

제대로 된 배낭과 등산복 그리고 등산화도 없이 무모하게 따라 나서는 것은 아닌지 두려움에 이것저것 많은 질문을 하면서 준비해 보지만 결국 제한된 준비물만 들고 나선다.

다만 함께하는 산우중 몇명이 전문 종주자들이고 비박까지 즐겨하는 사람들이니 큰 위험은 없을 듯 하다.

용산에서 구례행 마지막 열차에 몸을 실고 떠나니 몇명의 산객들이 같은 열차에 타고 있고 오랫만에 여유있는 기차 여행에 신이난 우리들은 벌써 몇병의 이슬이를 해 치운다.

 

열차를 이용해 구례역에서 내린 후 택시를 이용해 지리산 화엄사에 도착하는 시간 새벽녘

 

눈을 감아보지만 잠도 오지 않고 그렇게 자는둥 마는둥 열차는 제시간을 맞춰 찬바람 휘몰아 치는 전남 구례역에 6명의 산객을 내린 후 다시 어둠속을 사라진다.

잠시 배낭 정리 후 다시 각자 가장 큰 이슬이 한병씩 챙기고 택시를 이용해 지리산 화엄사 앞 공터에 도착하는 시간 새벽 3시 20여분, 간단히 준비한 새벽 간식으로 배를 채운 후 사진 한장 남기고 화엄사계곡을 통해 장도를 떠나는 시간이 정확히 3시 46분이다.

필자만 50리터 배낭을 준비하고 나머지 5인의 종주대는 모두 자기 키만큼 묵직하고 큰 80리터 이상의 배낭을 준비한듯 하지만 무게로는 필자와 별반 차이가 없다.

그렇기에 두 어깨에 눌려오는 중압감은 더욱 무겁게 느껴지는지도 모르겠다.

 

계곡을 타고 바위와 얼음이 뒤섞여 있는 등로를 오르니 30여분만에 참샘터이다

 

지난 일년동안 메고다닌 배낭중 가장 무겁게 느껴지는 무게에 벌써 온몸엔 비오듯 땀방울이 흘러 내린다.

다만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어둠이기에 주위 풍경을 보지 못하고 오르는 것이 아쉽고 안타까울 뿐이다.

그래도 디카 하나 잘 간직하고 다음에 다시 오를때를 대비해 시간나는대로 사진으로 담아 둔다.

모두 밤새워 내려와 이슬이 마시며 피곤한 상태에서도 숨소리 하나 안내고 잘도 치고 오른다. 

 

성삼재에서 올라오는 넓은 임도를 만나는 코재 지난 지점부터 조금씩 세상이 열리기 시작하고

 

다시 국수등과 계단으로 이루워진 마지막 된비알 오름 등로를 치고 오르니 서서히 동녘 하늘이 붉게 물들고 드디어 잡목이 사라지는 넓은 임도에 도착한다.

이정표가 서 있고 살펴보니 좌측으로 성삼재에서 올라오는 임도와 만나는 코재지난 지점이다.

흐르는 땀방울을 주체하지 못하고 잠시 호흡 가다듬으며 쉬어 본다.

몇일전 내린 눈이 나뭇가지에서는 벌써 떨어져 눈꽃이나 상고대로 볼 수는 없지만 등로에는 제법 많은 눈이 쌓여 미끄럽다.

체인젠으로 무장하고 그 넓은 임도를 따라 노고단대피소로 출발한다.

 

안개 낀 동녘 하늘에선 빛의 향연이 시작되고

 

잠시 임도에서 쉬고 있는 사이 동녘 하늘에서는 빛의 향연이 시작되고 그 장엄한 자연의 변화에 모두 숨 죽이고 아침을 맞이해 본다.

늘 바닷가에서나 보았던 일출을 이 높은 산상에서 볼 수 있다는 흥분이 가슴속에 밀려들고 그저 가슴으로만 담아왔던 자연의 변화를 직접 작은 디카에 담을 수 있음에 흥분은 환희로 변한다.

아마도 이런 풍경과 흥분이 있기에 그 어려움 모두 참아내며 또 다시 산으로 달려가는지도 모를 일이다.

필자에게도 그런 희망이 있기를 바래보는 시간이다.

 

임도를 따라 노고단대피소를 향하다 눈 쌓인 등로와 주위 풍경이 그냥 예뻐서 

 

이제부터 급할 것 없이 두런두런 세상 사는 이야기 나누며 진행하니 등로에 쌓여있는 눈들이 참으로 예뻐 보인다.

아마도 서울 근교 산행을 하면서 많이도 밟아 봤던 눈이지만 지리산 화대종주를 하면서 밟아 본다는 사실 때문에 더욱 예뻐 보였는지도 모르지만 어쨌던 참으로 예쁜 모습으로 다가온다.

그뿐만이 아니라 둘러보는 주위 풍경 모두가 아름답지 않는 곳이 없을 정도로 신기하고 새롭게 다가온다.

초보 산객에게 느껴지는 일상일지도 모르겠지만...

그러다 앞으로 올려다 보니 저 멀리 우뚝 솟아있는 봉우리 하나가 보이고 그곳이 바로 노고단임을 알게 된다.

지금은 오를 수 없는 곳이지만 조만간 수인사 나눌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드디어 노고단대피소에 도착해 콩나물 라면으로 아침을 해결하고

 

천천히 여유를 가지고 오르니 드디어 노고단대피소이다.

주위 풍경을 사진에 담고 공동취사장으로 들어가니 벌써 두팀이 그곳에서 아침식사를 즐기고 있다.

인사 나누고 자리 잡아 콩나물라면으로 첫 식사를 즐겨본다.

그러고 보니 오늘 식사는 참으로 근사하다

비박 경험이 많은 산우님이 콩나물과 날달걀까지 준비한 그야말로 환상의 아침식사를 제공해 준다.

물론 반주 한잔을 곁들여 가며 이야기 나누는 식사는 몸에 보약으로 다가올 것이다.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식수도 생각보다 잘 나오는 편이다. 

 

노고단대피소에서 아침준비중 계단에 올라 바라보니 저 멀리 종석대 머리엔 벌써 아침 햇살이 비추고 있다

 

식사 후 각자 볼일보며 다시 한번 주위 경관을 담아 본다.

올라야 할 등로를 타고 계단을 오르니 노고단 화장실 저 넘어 종석대가 솟아있고 밝은 아침 햇살이 비추며 그리움을 노래하고 있다.

오르지 못하는 곳에 대한 그리움이기에 더욱 간절하게 다가오는지도 모를 일이다.

이제 백두대간이란 단어를 입에 달고 지낼 정도로 산행에 대한 어설픈 기대가 커지는 시간이기도 하다.

 

노고단 돌탑에 올라 흔적 한장씩 남기고

 

한시간여 식사와 휴식을 취하고 다시 무거운 배낭을 둘러메고 산행을 이어가 본다.

계단을 타고 조금 오르니 우측으로 노고단 봉우리가 보이지만 나무 철책문이 굳게 잠겨있어 오를 수 없는 곳이다.

조만간 개방된다 하니 그때를 기다려 볼 수 밖에...

노고단 돌탑이 있는 곳에서 각자 다녀간 흔적 한장 남기고 단체 사진 한장 어렵게 담은 후 이제 돼지령으로 향한다. 

 

노고단에서 돼지령으로 향하는 산우님들 뒷태와 등로 주위에 피어난 상고대가 아름답고

 

노고단에서 돼지령으로 가기 위해 계단을 타고 내려오자 등로 주위에 자라고 있는 키작은 잡목 가지마다 환상의 상고대가 피어있다.

앞서 진행하는 산우님들의 거대한 배낭과 어울려 너무나 아름다운 모습으로 남는다.

긴 종주 산행이지만 시간적인 여유가 있기에 급하게 서두를 이유는 없다.

그저 자연을 이해하고 배우며 즐기면 그것으로 족한 시간들이다.

우리 6인의 종주대 이외에는 아직 등로에서 만나는 등산객들은 없어 보인다.

서서히 세상이 열리며 우리들 종주대의 눈도 열리는 아침 시간이다.

 

등로 주변에 자라고 있는 산죽밭에 쌓여있는 눈

 

그 상고대 지역을 벗어나자 이번에는 키작은 산죽이 한아름 눈을 담고 그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처져있다.

온통 하얀 세상에 푸르름을 보니 이 또한 별나라 세상인듯 새로운 세상으로 다가온다.

지금까지 제대로 된 종주 산행 한번 못했기에 더욱 보이는 풍경 모두가 신기하고 아름다운 것인지도 모르겠지만...

진행하며 앞으로 나아가는 발걸음이 자꾸만 더뎌지고 산행속도는 잘 나지 않는다.

그래도 누구하나 탓하게나 보채는 일이 없다.

종주란 원래 자기 페이스로 꾸준하게 걷고 자연을 배우는 산행이 아니던가... 

 

돼지령을 지나며 잠시 뒤돌아 보니 왔던 등로 위엔 안개가 자욱하고

 

그래도 쉬지 않고 꾸준히 진행하니 금새 돼지령에 도착하고 올라야 할 능선과 지나온 능선을 바라볼 수 있는 시간을 가져본다.

고산지대 특유의 변화무쌍한 날씨속에 안개가 금새 저 멀리 봉우리들을 모두 삼키고 그저 종주대가 지나야 할 등로만을 짧게 밝히고 있다.

춤추는 안개의 춤사위가 보통을 넘는다.

이리저리 자유자재로 몸을 흩날리며 이 세상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자기만의 춤사위를 뽐내는 모습에서 잠시 이야기 나누며 미소를 머금어 본다.

 

이제 임걸령도 얼마 남지 않았고, 쌓여있는 눈이 아름답다

 

이제 피아골 삼거리와 임걸령도 얼마남지 않은 듯 하다.

안개가 서서히 사라지며 황량한 잡목들의 모습과는 달리 대지 위엔 하얀 눈들이 내려 대지를 포근히 덮고 있다.

다른 산우님들은 무감각하게 지나치지만 그렇게 지나칠 수 없어 다시 사진으로 찍어 본다.

평범하지만 자주 접하지 못하는 풍경이기에 지나치는 손길이 안타깝기만 하다.

 

임걸령 샘터에 도착해 시원한 물한모금 마시며 휴식 취하고

 

노고단대피소를 출발한지 한시간여 드디어 우측으로 피아골대피소가 있는 피아골삼거리를 지나 임걸령샘터에 안착한다.

여름과 가을에 오른다면 천상천상 그 아름다움을 어디에도 비교할 수 없는 피아골이지만 오늘 눈내린 계절에는 찾는 산객이 적은 골짜기 이기도 하다.

사진 한장 남기고 배낭 내려 놓은 후 좌측에 흐르는 샘터로 내려가 시원한 식수 한모금 마신 후 쉬어 본다.

여름날 종주 시 아주 중요한 역활을 해 주는 임걸령샘터이기에 더욱 살갑게 추억으로 남겨 본다.

물 맛 역시 얼마나 달콤하고 맛있던지...

 

반야봉 갈림길에 도착해 잠시 고민하다 반야봉은 포기하고 천왕봉으로, 개인적으로 아쉬움이 남는다

 

한동안 휴식을 취한 후 임걸령을 출발하니 이제부터 제법 자란 파아란 잎새를 팔락이는 산죽밭과 높은 고도에서 똑바로 자라지 못하고 세상 시름 홀로 다 짊어지고 살아가는 듯한 나무들의 형상을 친구삼아 진행해 본다.

잡목들로 시야도 막혔으니 그저 발에 밟히는 하얀 눈과 산죽 그리고 기기묘묘하게 자라고 있는 잡목만이 등로를 모두 채우고 있다.

그래도 무슨 그리 즐겁게 할말들이 많은지 6인의 종주대 입에서는 쉴새없이 웃음을 터트리는 재잘거림이 흘러 나온다.

 

그러다 문득 발앞에 보이는 이정표와 종주 산행 안내도, 이곳이 바로 좌측으로 반야봉 오르는 갈림길이다.

잠시 이야기 나누다 반야봉은 포기하고 종주길로 진행하자는 의견이 우세하다.

개인적으로 무척 아쉽지만 어쩔 수 없기에 뒤 따를 수밖에 없어 아쉽다.

저 멀리에서 바라보면 엉덩이를 하늘로 치솟아 올린 모양의 반야봉, 그 특이한 모습으로 산객들의 방향타 구실을 하고 있는 봉우리이기도 하다. 

 

이제 삼도봉으로 가는 길에

 

아쉬움 남기고 계속 직진으로 진행하니 올라야 할 삼도봉과 걸어온 능선이 한누에 보이고 가는 중간에 다시 좌측으로 반야봉 이정표가 눈에 들어온다.

평범하지만 높은 고도에서 바라보는 부드러운 능선은 여느 산에서 느끼지 못하는 아름다움이 배어 있는 듯 하다.

몇장의 사진으로 남기고 다시 산우님들 꽁무니 쫒아 따라가 본다. 

 

삼도봉에 도착한다. 전라남북도와 경상남도를 가르는 삼도봉, 백두대간을 종주하다 보면 세군데의 삼도봉을 만나는데 그 중 가장 남쪽의 삼도봉이 바로 이곳인 것이다.

 

주위 풍경을 둘러보고 잠시 쉬고 있는데 아주머니 몇분이 올라오시고 준비한 간식을 나눠 먹으며 단체 사진 한장 더 남겨 본다.

물론 각자 좋아하는 지역의 이정표를 앞에 두고 사진 한장씩 남겨보는 시간도 가져 보면서...

지나온 능선과 햇살이 반짝이는 올라야 할 능선도 잡아보며 꿀맛같은 휴식을 뒤로하고 다시 가파른 계단을 타고 하염없이 내려가 본다. 

 

좌측으로 반선 및 뱀사골계곡 하산 갈림길이 있는 화개재에 도착해 잠시 쉬고

 

한동안 내려오니 다시 평이한 등로가 연결되고 곧바로 완만한 오름길이다.

오름길을 타고 진행하니 넓은 공터에 이정표가 서 있는 화개재에 도착한다.

좌측으로는 반선과 뱀사골 계곡으로 내려가는 갈림길이 있는 곳이다.

올해 봄 처음으로 뱀사골 계곡에 들려 그 웅장하고 아름다운 계곡미를 즐겼던 추억이 떠오르고 다음 가을에 다시 한번 들려보자 계획한 산행을 하지 못한 아쉬움이 밀려온다.

그저 이정표에서 바라보는 이름만으로도 가슴 설레이는 곳이다.

 

넓은 공터에 이정표 하나 있던 토끼봉 넘어 명선봉으로 향하던 중 등로를 막았던 바위와 고사목도 잡아보고

 

이제 정신없이 산행에만 집중하며 땀방울 흘려본다.

12월 말이지만 이번 산행 기간 내내 날씨는 맑고 큰 추위도 없어 다행이라 생각했지만 벌써 땀과의 전쟁을 원하던 바가 아니기에 흐르는 땀으로 인해 더욱 힘이 부친다.

그래도 넓은 공터가 있는 토끼봉 지나 요리조리 굴곡진 등로를 따라 사면길과 오르락 내리락 하다보니 멋진 고사목 한그루와 바위가 등로를 감싸고 멋지게 서 있다.

잠시 배낭을 멘채 서서 휴식 시간을 가져 본다.

 

연하천산장에 도착해 허기진 배를 달래며 맛난 점심을 먹고

 

휴식 후 다시 빠르지는 않지만 꾸준하게 능선을 타고 산행을 진행하니 특이할 것 없는 명선봉이 앞에 보이지만 암봉으로 오를 수 없는 명선봉을 좌측으로 우회하여 진행해 본다.

이곳에서 점심식사 거리가 많이 들어있는 산우님 한분과 둘이서 무척 빠르게 나무계단을 타고 내려가 본다.

먼저 연하천산장에 도착해 식당 자리도 확보하고 점심식사 준비도 해야 되기에 둘만의 숨가뿐 산행을 해 보는 시간이다.

가슴이 터질듯 빠르게 진행하니 나무 계단을 타고 내려가는 중에도 이제 0.4 Km밖에 안남았다는 이정표가 반갑기 그지없다.

간신히 연하천산장에 도착해 좁은 식당에 자리 만들고 먼저 식사하는 등산객들이 하나 둘 빠져 나감에 따라 6명의 식사 자리가 제대로 확보된 느낌이다.

이곳에도 역시 두꺼운 얼음속으로 식수는 제대로 나오고 있다. 

 

토끼봉 가는 길에 암벽 사이의 나무 계단을 타고 가다 한 컷

 

꿀맛 같은 점심 식사를 마치고 다시 무거운 배낭을 둘러메고 길을 나서 본다.

철조망 옆으로 나 있는 등로를 따라 진행하니 고사목이 반기고 완만한 내리막 길을 타다 평이한 등로로 이어진 산행을 계속해 본다.

지나온 명선봉이 아스라이 멀어지고 암봉 옆 등로를 따라 자기 머리보다 높게 올라온 배낭을 메고 앞에서 진행하는 산우님들의 모습도 참으로 아름답다.

정신없이 진행하니 암봉 사이에 계단이 걸려있고 그곳에서 잠시 숨고르기를 해 본다.

 

앞으로 올라야 할 형제봉이 가깝고

 

다시 그곳을 넘자 이제 곧 형제봉이 가깝다.

고사목과 잡목 사이로 드러난 형제봉을 담고 계속 그곳을 향한 발걸음은 쉬지도 않고 이어진다.

서서히 조망이 터지면서 산행의 즐거움을 더해주며 어렵고 고통스런 시간은 줄어들고 있다.

나쁜 날씨는 아니였지만 낮게 드리워진 개스로 인해 지금까지 조망다운 조망을 보지 못했기에 더욱 기대되는 풍경일지도 모른다.

 

형제봉 전 바위전망대에서 바라본 저 멀리 천왕봉과 중봉으로 이어진 지리산의 장쾌한 마루금이 이제 제대로 보이고

 

어렵게 마지막 된비알 오르니 세상이 열리며 시원한 조망이 터진다.

모두 탄성을 지르며 잠시 배낭 벗어 놓고 쉬어 본다.

쉬는 동안 바위에 올라 바라보니 앞으로 올라야 할 지리산 주 능선이 시원하게 한눈에 들어온다.

앞으로 형제봉에서 숨어있는 벽소령 그 넘어 덕평봉과 촛대봉 그리고 저 멀리 가물거리는 연하봉, 제석봉 넘어 천왕봉과 중봉까지 거칠것 없는 조망이다.

그저 환상이란 단어가 어울리는 장관이 아닐 수 없다.

 

지나 온 능선은 서산으로 기울어져 가는 햇살을 받아 운치를 더해 가고

 

지나온 능선도 아름답게 보이지만 그쪽으로 기울어 가는 햇살이 자꾸만 역광을 만들어 눈을 부시게 만들고 있다.

사진으로도 저 멀리 앞으로 올라야 할 능선만큼 깨끗하고 시원하게 보여주질 않는다.

조금은 아쉬운 부분이지만 다음을 기약 할 수 있기에 위안을 받는다.

한동안 머물며 쉰 다음 다시 멋진 암봉에 살며시 올라 떠나는 안타까운 마음 전하고 바위도 담아본다.

 

암봉을 지나기도 하며

 

평이한 암봉처럼 보이지만 높은 고도에서 장거리 산행 중 만나는 바위는 특별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보이는 것이 평범해도 모든 종주자들이 그리 생각하면 특별한 바위가 되는 이치이리라...

조만간 다시 봐야 하는 바위들이기에 눈에 아프지 않을만큼 넣고 출발이다.

한동안 다시 쉼없이 진행하니 벽소령대피소가 눈 아래 보이는 마지막 봉우리에 안착한다

 

벽소령대피소에 거의 도착해 지나온 마지막 봉우리도 잡아보고

 

이제 벽소령대피소 삼거리에 도착한다.

빠르지도 그렇다고 느리지도 않게 잘도 왔다는 생각이다.

지나온 마지막 봉우리가 방긋 웃어주고 벽소령 검은 담벼락이 반갑게 인사한다.

지나는 길손을 위해 수고한다는 마음속 인사만 건네고 어두워지는 날씨에 그 보다 더 컴컴한 벽소령 대피소로 몸을 숨겨본다.

재빨리 취침할 수 있는 방과 모포를 배정 받고 식당으로 옮겨 우리들만의 저녁 만찬을 즐겨본다.

 

드디어 오늘 저녁 묵어야할 벽소령대피소에 무사히 도착하여 여장을 풀고

 

준비한 몇근의 삼겹살이 금새 동이나고 마실 수 있는 이슬이도 바닥을 알리는 시간, 얼마나 많은 이야기와 산 그리고 개인 이야기를 나눴는지도 모르게 시간을 보내고 2층 침대로 들어가 이 세상과 잠시 작별하듯 꿈 속으로 떠난다.

더위로 인해 목마름을 달래려 몇번인가 깨기도 했지만 머리 위 선반에 올려 놓은 물 한모금 마시곤 다시 꿈나라 행이다.

그렇게 하루해를보내고 어김없이 새벽 5시에 기상해 점심 밥까지 준비한 후 여명을 반찬으로 먹히지 않는 아침밥으로 배를 채운다.

 

벽소령대피소를 출발해 바라 본 환상의 지리산 여명

 

아침 6시 40여분, 완벽한 배낭 꾸리기를 마치고 여명이 밝아오는 등로를 따라 다시 먼 길을 나서본다.

앞으로 진행하는 방향으로 붉게 하늘이 불타오르고 그 빛을 받아 검은 등로가 조금씩 그 베일을 벗고 있다.

차마 쉬어가잔 말은 못하고 조용히 뒤로 처져 몇장의 사진을 담은 후 앞서가는 산우님들 꽁무니를 쫒아 빠르게 달려본다.

우측 낭떨어지 등로가 조심스럽지만 크게 위험하지는 않기에 그저 그 깊은 골짜기에서 피어 오르는 운해의 속삭임에 귀를 기울여 본다.

대성골쪽으로 첩첩히 쌓여있는 마루금들이 환상을 넘어 절경을 노래하는 시간인가 보다.

 

여명속 운해에 잠긴 봉우리들이 말로 표현하기 힘든 풍경을 탄생시키고

 

대성골지구 넘어 쌍계사로 이어진 골짜기와 능선이 여명의빛을 받아 잠에서 깨어나기 시작하는 안개와 함께 너무나아름다운 풍경을 만들고 있다.

한폭의 수묵화가 거기에 그려져 있고 그 수묵화를 감사하는 이 작은 산객도 그 속에 빠져 들어가는 시간이다.

어찌 그리 멋지고 아름다울 수 있는지...

 

등로를 따라 계속 진행하면서도 한시도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드는 지리산 여명

 

안부가 있는 무명봉 오르기 전까지도 계속 눈 앞에 어른거리는 여명과 운해로 인해 정신이 몽롱할 정도이다.

누구랄 것도 없이 모두 산행 속도 늦추며 그 장엄한 지리산의 아침을 가슴으로 느껴본다.

일일히 셀 수 없이 수많은 봉우리들과 마루금 그리고 그 사이를 채우는 하얀 안개와 운해들, 마지막으로 그 위해 채색을 돕고 있는 아침 여명 그 무엇이 지금 이 순간 더 필요할 것인가...

그저 이 자리 지키고 서 있는 자체가 행복이요 즐거움인 것을...

 

능선으로 가로막혀 햇살이 들어오지 않는 장소에서 뒤돌아 보니 저 멀리 반야봉이 보이고

 

이제 그 여명도 사라지고 앞에서 반짝이던 불꽃 놀이도 능선으로 가로막혀 보이지 않는 등로를 타고 계속 진행해 본다.

가끔 종주자들이 대피소의 소음과 냄새를 피해 비박하는 장소인 넓은 공터를 지나 다시 완만한 오르막을타고 오르며 뒤돌아 보니 방금 전 출발한 벽소령대피소가 숨어있고 지나온 능선이 길게 저 멀리 반야봉으로 이어져 있다.

참으로 아름다운 풍경이 아닐 수 없다.

다시 침묵하는 사이 발걸음은 빨라지고 어느덧 저 멀리 지난 밤 묵었던 벽소령이 잡목 사이로 보였다 사라지기를 반복한다.

 

덕평봉을 넘기 전 대성리쪽 운해와 마루금이 절경으로 살아나고

 

다시 조금 더 진행하자 능선에 숨었던 대성리 방향의 운해와 마루금이 아침 햇살을 받아 환상의 풍경화를 그리고 있다.

가다 서다를 반복하며 그 아름다움에 취해 본다.

이토록 아름다운 그림을 본 적이 없음을 자인하며 왜 산에 올라야 하는지에 대한 답을 조금씩 얻어가는 순간이다.

낮은 인간 세상에서 작은 것을 두고 다투고 싸우고 욕심을 부렸던 마음이 부끄러울 정도로 고요하며 말없이 있지만 그 모든 것을 알려주는 듯 하다.

왜 그렇게 다투고 싸우며 사느냐고...

 

샘물과 덕평봉 지나 암봉쪽으로 진행하니 능선으로 막혀있던 뒤늦은 일출이 시작되고

 

다시 벽소령을 우측 뒤로 두고 반 원형을 그리며 한동안 진행하니 식수를 구할 수 있는 넓은 공터 밑 샘물이 있는 덕평봉에 도착한다.

그곳에서 다시 졸졸 흐르는 식수로 목 한번 축이고 너덜과 잡목 사이를 지나 능선으로 오르니 뒤늦은 아침 일출이 반긴다.

바위 위로 솟아 있는 일출을 담은 후 그 아래 멋진 소나무 한그루에서도 추억을 남기며 천천히 진행한다.

이제 치밭목산장에서 다시 하룻밤 묵어가야 되기에 급할 것이 없는 산행 속도이다.

또한 아직도 두 어깨를 짓누르는 배낭의 무게가 속도가 중요하지 않음을 일깨워 주는 듯 하다.

 

올라야 할 방향으로 지리산 천왕봉과 중봉이 가깝게 다가오고

 

덕평봉 지난 전망대에서 잠시 앞으로 진행할 방향의 마루금을 조망해 본다.

이제 연하봉과 제석봉 그리고 천왕봉과 중봉이 좀 더 가깝게 보이기 시작한다.

보이는 거리는 가깝지만 또 얼마나 오르고 내려야만 저 먼곳에 도착 할 수 있을련지...

한발 두발 내딛는 발걸음에 힘을 주고 꾸준히 진행하니 이제 칠선봉 암봉도 눈 앞이다.

저 곳에 올라 잠시 휴식을 취하기로 하고 힘을 내 본다.

 

벽소령대피소를 출발한지 근 두시간만에 칠선봉에 도착하고

 

적당한 자갈들과 풍경이 어우러진 완만한 등로를 타고 진행하니 바위로 이루워진 칠선봉 안부에 이정표가 서 있다.

잔설이 남아 을씨년스럽게 다가오지만 마음만은 모두 따뜻한 시간이다.

잠시 배낭 내려 놓고 물 한모금으로 어려움을 달래본다.

우뚝 솟아있는 암봉 위에는 오를 수 없기에 디카 사진 한장으로 남겨본 후 주위 전망을 바라본다.

우측의 대성골 지구쪽 깊은 골짜기엔 아직도 박무가 고요하고 좌측 한신계곡쪽 풍경은 하늘에 뭉게구름을 이고 평화롭게 누워있다.

참으로 멋진 아침이다. 

 

영신봉 가는 등로에서 바라 본 절경의 한신계곡쪽 골짜기

 

한동안 주위 풍경에 취했다 깨어나 다시 산행을 진행시켜 본다.

남동쪽으로 돌문봉과 삼신봉으로 이어진 마루금을 타고 깊고 깊은 대성골계곡을 빗어 놓았고 그 능선 사이마다 하얀 운해를 만들어 동양화를 그려 놓았다.

잠시 뒤돌아 보면 지나온 칠선봉 넘어 반야봉의 두 봉우리가 뚜렷히 조망된다.

또한 북쪽으로는 백무동 지구의 한신계곡이 운해를 벗어 던지고 너무나 깨끗하면서도 맑게 빛나며 그 위에 하얀 뭉게구름 모자를 쓰고 있다.

아 그저 탄성만 흘러 나온다.

 

지나온 칠선봉 넘어 우뚝한 두 봉우리를 뽐내고 있는 반야봉이 지척이다.

 

조금 더 진행하니 잡목이 없는 전망바위가 나타나고 그곳에 앉아 다시 주위 풍경을 조망해 본다.

설명할 수 없는 그리움과 아름다움이 교차하며 앞으로 몇번이나 더 올라야 이 그리움이 사라질지 가늠하기 힘들어 진다.

산자락에 서 있는 몇그루의 낙엽송 고사목도 오늘만큼은 이 아름다운 산하의 주인이 되어 한폭의 동양화에 힘을 실어 준다.

하나 둘 모두 가슴에 담고 마음으로 느끼다 보니 내 작은 산객의 가슴이 터질듯 부풀어 오르는 기분이다.

 

보이는 마루금과 계곡이 모두 환호성을 유발시키고

 

보고 또 봐도 질리지 않는 등로를 타고 다시 한동안 침묵속으로 빠져든다.

완만한 오름길이지만 길이만큼은 만만치 않는 등로를 타고 다시 주위 풍경에 빠져 허우적 거리니 금새 영신봉이 눈 앞이다.

세석대피소가 얼마남지 않았다는 이정표를 지나고 끝없이 펼쳐진 대자연의 파노라마를 즐기다 보니 앞을 가로막는 암봉이 나타난다.

옆으로 우회하며 함께한 종주대들과 사진으로 남기고 다시 이어가던 산행을 진행시키니 저 멀리 평퍼짐한 영신봉이 눈에 들어온다.

 

넓은 공터 위쪽에 설치된 영신봉 이정표, 이제 그림같은 세석대피소와 그 건너 세석평전이 눈 앞에 펼쳐지고

 

그림같은 풍경이 펼쳐져 있는 풍경을 감상하며 철계단을 타고 오르니 넓은 공터에 이정표 하나가 서 있는 영신봉이다.

이제 세석대피소는 발아래 놓여있고 거리는 단지 600여미터, 금새 도착할 거리이다.

필자 개인적으로 이곳 세석대피소와 세석평전을 지리산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이라 감히 말하고 싶다.

자주 유럽을 방문하며 느꼈던 조용하면서도 운치있고 또 홀로 외로운듯 하면서도 외롭지 않는 그림같은 곳이 바로 세석대피소라 생각했기 때문이리라.

세석대피소에 들려 간식을 먹고 출발하자 약속했기에 다시 여유롭게 그림속으로 내려간다.

 

다음은 제2부 산행 후기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칠갑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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