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지 : 충청남도 예산군 덕산면 덕산도립공원 내 덕숭산, 일면 수덕산
산행일자 : 2008년 9월 13일
산행인원 : 칠갑산 나 홀로
산행날씨 : 맑고 화창한 날씨였으나 박무
산행코스 : 덕산도립공원 주차장-수덕사 일주문-수덕여관-수덕사-소림초당-미륵불-만공탑-정혜사-
덕숭산(수덕산, 495.2봉)-수덕사 원점 회귀
산행거리 :
산행시간 : 2시간 35분 (15시 29분부터 18시 04분까지)
가까이 있어 더 자주 오르지 못했던 덕숭산에서 가을이 오는 소리를 들으며
오늘 새벽부터 예산의 가야산과 일락산 종주 산행을 계획했지만 밤새 밀려드는 가족들의 불규칙한 도착으로 인해 새벽 4시까지 술독에 빠져있다 간신히 잠이 들었다 눈을 뜨니 아침 8시를 넘기고 있다.
몸 컨디션은 좋은 편이지만 오랫만에 과음한 탓인지 움직이기 귀찮은 마음에 그냥 마음 편히 하루 쉬기로 한다.
시간이 되면 대천으로 가족 나들이나 다녀와야 되겠다는 생각으로...
덕숭산 정상에 있던 정상석, 일명 수덕산이라고도 한다
하지만 늦은 아침 식사 후 자형이 당진으로 떠나고 한여름 같은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날씨에 할일도 별로 없이 계속 술타령만 늘어 놓을 것 같아 늦은 점심 식사 후 홀로 무작정 애마를 몰아 수덕사로 향한다.
제 아무리 늦여름 태양이 뜨겁다해도 들녘엔 완연한 가을빛이 감돌고 급할 것 없는 여유로운 마음으로 드라이브도 즐기며 산행에 대한 기대심도 생기는 좋은 오후 시간이 되고 있다.
주차장에서 바라 본 덕숭산 정상부 원경
홍성을 지나 다시 예산쪽으로 방향을 바꿔 덕산도립공원 주차장에 도착하니 오후 3시 20여분, 청양에서 약 1시간을 달려 도착한 수덕사 주차장에는 이미 많은 가족단위 여행객들이 주차시킨 차들로 가득하고 생각보다 활기에 찬 모습으로 다가온다.
주차비 2000원을 지불하고 산행을 위한 등산객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다고 이야기하자 그 말에는 동감하면서도 구분하기가 쉽지 않으니 기분 좋게 오르란 답변만 뒤돌아 온다.
수덕사 일주문으로 오르던 길 우측에 서 있던 빗돌의 싯귀가 마음을 흔들고
잠시 산행 준비 후 상가들과 식당들이 즐비한 넓은 도로를 따라 수덕사로 향하는 시간 오후 3시 58분, 약 2시간 내외의 산행 시간을 예상하고 왔기에 별 걱정은 없다.
수덕사로 진입하기전 바라보니 덕숭산 정상부의 완만한 산세가 고즈넉한 수덕사와 어울려 더욱 산객의 마음을 흔들고 잠시 등산안내도 및 수덕사 안내도를 디카에 담은 후 빠르게 전진해 간다.
수덕사 일주문, 덕숭산 수덕사
생각보다 등산객은 없어 보이는 시간, 나 홀로 배낭 메고 오르는 모습이 어찌 이상했는지 많은 여행객들의 눈초리가 따갑게 꽂히고 그 따가움을 피해 빠르게 오르니 우측으로 마음에 와 닿는 문구를 담은 빗돌이 서 있다.
'삼일동안 안닦은 마음은 천년의 보배요 백년의 탐물은 하루 아침 이슬과 같다네'
바로 내가 산을 오르는 이유같기도 한데 왜 내 마음은 저 빗돌의 싯구와 같지 않는지...
고암 이응로 선생의 고택인 수덕여관 전경
수덕사 매표소에서 다시 2000원을 지불한 후 수덕사 일주문을 통과하니 다시 좌측으로 고암 이응로 선생의 사적지이며 고택인 수덕여관이 새로 단장한 모습으로 반긴다.
옛 정취가 물씬 풍기는 그 고택을 둘러보니 우리나라 최초의 여류 서양화가였던 라혜석씨도 몇년간 머물렀다는 기록이 적혀있다.
예술에 문외한인 본인에게는 그리 중요하게 마음에 와 닿지 않지만 그림을 공부하고 사람에게는 가슴 찡할 장소일 것 같다는 생각이다.
국보로 지정된 수덕사 대웅전 전경
다시 그곳을 빠져 나와 이제 새로 중수된 수덕사 대웅전 가는 큰 대로를 타고 대웅전으로 향한다.
백제풍의 건물양식으로 지어졌다는 고려시대의 빼어난 건축물인 대웅전, 비구니로 유명한 사찰로 알려져 있지만 정작 비구니는 보이지 않고 비구들만 생활하는 듯한 풍경이다.
하기사 어렸을 적 부모님 따라 많은 사찰을 돌아 다니며 가족과 내 개인의 소원을 빌었지만 어려운 시기에 단 한번의 큰 도움도 못 받았다는 생각이 오늘날 무교로 지내게 된 본인에게는 별 관심있는 대상이 아닌 것이다.
수덕사 대웅전을 지나자 나타난 출입금지 표시, 등로는 이길 우측 개울 건너로 나 있다
복잡한 수덕사 사찰을 대충 훌터보고 이제부터 본격적인 산행을 시작하기 위해 사찰 뒤 능선으로 오르니 작은 개울이 좌측으로 흐르고 그 개울 넘어 다시 반듯한 등로가 나 있다.
하지만 그 등로를 따르지 않고 수림이 우거진 이쪽 등로를 따라 오르다 보니 어느새 길을 막아선 요상한 모양의 가로막이 설치되어 있고 그곳을 넘으니 이제 혼자 덕숭산을 오르는 산객이 된다.
소림초당이라 생각되는 초가집, 등로 우측으로 철 다리 건너에 있다
잠시 더 오르니 개울이 나타나고 이곳부터는 정상적인 등로와 만나 개울을 좌측에 끼고 돌계단을 오르게 된다.
급할 것도 없고 서두를 이유도 없기에 사부작 사부작 세월을 낚는 심정으로 오르다 보니 괴목이 나타나며 오른쪽으로 초가집 한채가 보인다.
소림초당이라 생각되어 다가가 들여다 보고 싶었지만 출입금지 팻말에 그 철다리 건너는 것을 포기하고 다시 깨끗하게 정리된 돌계단을 타고 계속 오름길을 이어가 본다.
미륵불과 향운각 전경
가끔 산상에 올랐다 하산하는 일반 등산객들이 내려오고 목인사 나누며 오르니 미륵불에 도착한다.
넓은 공터 북쪽 직벽쪽에 거대한 석상이 서 있고 그 앞에는 불공을 드린 흔적이 남아 있으며 우측으로 약수물이 흐르고 있다.
약수 한사발 마신 후 살펴보니 그 뒤로 큰 조릿대가 숲을 이루고 그 우측으로 사찰 한채가 보이지만 이곳 역시 출입금지란 팻말에 그냥 돌아선다.
그 옆 안내판에 수덕사내 향운각이란 설명이 붙어 있다.
만공탑
여기에서 부터 서서히 전망이 터지면서 남동쪽으로 홍성의 진산인 용봉산의 암릉이 가까이 다가와 사진으로 남겨본다.
다시 거대한 노송들이 즐비한 등로를 따라 조금 더 오르니 좌측으로 이동 화장실이 서 있고 이리 구불 저리 구불 만들어진 넓은 등로를 따라 계속 오름짓하니 만공탑이 서 있다.
다가가 살펴보지만 이 산객에게는 큰 의미가 없는 조형물처럼 보여 다시 사람소리 들리는 정상부를 향해 좀 빠르게 오르니 좌측으로 정혜사가 서 있고 큰 문이 열려 있다.
정혜사와 석탑 전경
하산길에 문이 닫히면 못볼 것 같다는 예감에 잠시 들려 목한번 축이고 정혜사를 둘러본 후 그 가장자리로 나와 아름답게 펼쳐진 전망을 바라본다.
동남쪽으로 용봉산이 몇개의 봉우리를 거느리고 위풍당당히 서 있고 정남쪽으로 방금 전 올라온 수덕사와 홍동산을 지나 넓은 들판을 수놓고 있으며 남서쪽으로는 광천저수지 넘어 삼준산자락이 오후 햇살을 받아 반짝이고 있다.
정혜사 뜰앞에서 바라 본 수덕사와 주차장 그리고 들녘 원경
잠시 정혜사와 그 앞에 펼쳐진 아름다운 조망을 디카에 담은 후 셀카를 작동시켜 다녀 간 흔적도 남겨 본다.
다시 그 정혜사를 빠져 나와 조금 더 오르니 우측 낭떨어지 아래 민가 한채가 보이고 주위에는 많은 채소와 여러 작물들을 재배하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아마도 수덕사나 정혜사 스님들이 수양하며 자체 삶을 살아가기 위한 도구로 이용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덕숭산 정상 오르기 전 전망 바위에서 바라 본 서쪽으로 삼준산 능선 원경
이제부터 별 특징없는 소나무 숲을 계속 지나 오르니 서쪽의 광천 남은들상여쪽에서 올라오는 능선길과 만나는 주 능선길에 도착하고 그곳 멋진 바위 위 전망대에서 주위 전망을 해본다.
정혜사에서 봤던 조망들과 더불어 기울어 가는 서산의 햇살이 비추는 곳으로 덕산휴게소 방향의 주능선이 가깝게 자리하고 그 좌측 저 멀리 삼준산 능선이 더욱 선명하게 그 모습 드러내고 있다.
덕숭산 정상에서 북쪽으로 조망한 가야산과 원효봉 원경
남쪽으로는 수덕사와 황금빛으로 물들어 가는 들녘이 그리고 북쪽으로는 덕숭산 자락에 살짝 얼굴 파묻고 있는 가야산과 일락산 줄기가 웅장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저 멀리 서쪽으로는 서해바다도 가물거리지만 기울어져 가는 햇살에 반사되어 디카에는 잡지 못하는 안타까움이 배어 난다.
남동쪽으로 홀로 우뚝솟은 용봉산 자락 우측에는 홍성 시가지가 많은 건물들을 쌓아 올리며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를 전해 주는 듯 하다.
덕산 온천 방향 시가지와 예산 평원
다시 그곳을 내려와 완만한 소나무 능선을 따라 오르니 입산금지 플랭카드와 철조망이 쳐져 있고 그 옆으로 아주 자연스러운 등로가 나 있다.
전시 행정과 책상 행정의 전형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한 마음이지만 그것을 탓하기 위해 오른 것이 아니기에 조용히 그 철조망을 우회하여 정상으로 향한다.
좌측 저 멀리 홍성 용봉산과 그 넘어 홍성 시내도 보이고
이고에서도 남쪽 전망이 깨끗하게 내려다 보이는 바위에 올라 잠시 쉬며 멋진 조망을 추억속에 담아본다.
다시 오르던 길 재촉하니 이제는 북쪽으로 전망 바위가 있고 그곳에 서서 또 한동안 산행을 멈춘다.
정북쪽으로 45번 지방도로 넘어 원효봉과 가야산이 그 위용을 자랑하고 좌측으로 해미쪽 마을이 예쁘게 보이며 우측으로 덕산 온천쪽 시가지가 어서오라 손짓하고 있는 모습이 참으로 목가적이다.
용봉산 북쪽으로 연결된 수암산 줄기와 들녘
다시 배낭 둘러메고 조금 더 오르니 오늘 목표지점으로 삼은 덕숭산 정상이다.
일망무제, 거칠것 없이 탁 트인 조망을 바라보며 준비한 과일 하나를 먹고 있으니 간간히 등산객들이 들려 사진 찍기 바쁘다.
이제부터 잠시 일어나 360도 돌아가며 지도를 찾아 그 이름을 붙여 본다.
수덕사와 주차장도 가깝게 줌으로 당겨보고
북쪽으로 45번 지방도로를 타고 펼쳐진 덕산의 시량리와 대치리를 넘어 원효봉과 가야산 그리고 가야봉이 우뚝 솟아 별개의 큰 봉우리를 만들고 그 우측으로 덕산 온천 휴양지와 맞닿은 들녘이 수려하게 누워있다.
그 우측으로 좀 더 눈길 돌리니 가을빛을 발하기 시작한 넓은 들판을 가로질러 용봉산과 연결되는 수암산 줄기가 작년에 만났던 과거 이야기를 들려 주는 듯 하다.
그 앞에 푸른 빛을 발하는 용봉 저수지가 또한 그 아름다움을 배가 시키고 있다.
삼준산 끝자락으로 저 멀리 서해바다가 보였지만 서산으로 지는 햇살로 인해 희미하고
가야산 좌측으로는 해미고개 넘어 연암산과 삼준산 자락이 남북으로 길게 뻗어 있고 그 넘어 서산으로 떨어지는 햇빛을 받아 서해바다가 붉게 물들어 오고 있지만 아쉽게도 디카에는 잡히질 않는다.
많은 시간 보내며 쉬며 사진 찍고 느긋하게 휴식 취하다 보니 이제 서서히 하산해야 되는 시간이다.
정혜사 아래 사찰로 가는 석문
내려가며 넓은 전망 바위에 올라 다시 한번 헤어지는 아쉬움을 달래고 이제부터 마사토가 깔리 등로 좌측을 타고 내려오니 아까 오르며 보았던 채소밭과 이제 좌측으로 푸른 지붕을 한 민가가 보이기 시작한다.
잠시 들려볼까 생각하다가 그냥 지나쳐 벌써 그늘로 인한 어둠이 밀려오는 등로를 타고 좀 빠르게 내리막길 내려가 본다.
정혜사를 떠나며 노송이 너무 아름다워
정혜사를 막 지나자 우측으로 석문이 보이고 그곳을 통과해 정혜사 아래에 있는 진영각과 그 주변 사찰을 둘러 본다.
이곳 역시 전망이 좋아 수덕사와 그 앞으로 주차장 및 드넓은 들판이 한눈에 들어오고 사칠 뜰 바로 앞에는 오래된 노송들이 병풍처럼 사찰을 감싸 안고 있다.
덕숭산 주차장으로 가는 길 상가앞에 서 있던 등산 안내도
그곳을 빠져 나와 올랐던 길 뒤짚어 내려와 수덕사로 원점 회귀하는 산행을 마무리 해 본다.
이곳에서 다시 애마를 몰아 홍성을 거쳐 청양으로 오는 길에 바라 본 오서산과 환상의 일몰에 잠시 넋을 잃고 사진으로 남긴 후 시골집으로 돌아오니 반기는 것은 이슬이와 삼겹살이다.
산행 후 먹는 꿀같은 음식들, 예정 되였던 모든 산행은 못했지만 그래도 많은 산군들을 돌아보고 올 수 있는 기회가 되어 이 작은 산객에게는 더욱 값진 풍성한 한가위가 되였다.
홍성에서 청양으로 뒤돌아 가면서 바라 본 환상의 일몰
내일 대전에 들려서는 식장산에 오를 수 있으련지 궁금한 마음 달래며 아름다운 가을이 오는 소리를 접는다.
감사합니다.
칠갑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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