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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 후기/경기도 산

교동도 수정산 산행 후기

by 칠갑산 사랑 2008. 6.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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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지 : 인천시 교동도 수정산과 난정 저수지 일대

산행일자 : 2008년 6월 15일

산행인원 : 칠갑산 나 홀로

산행시간 : 약 2시간, 12 시 9분부터 14시 5분까지 점심식사 시간 포함

 

 

너무나 아름다운 해변과 어울리지 않았던 군사 철조망

 

 

오전에 잠시 교동도를 둘러보고 화개산에 오르면서 바라본 난정 저수지와 수정산 자락이 얕으막하면서도 너무나 근사하게 보여 저곳을 오르자 마음먹고 달려간 수정산.

 

난정 저수지 뚝방에 올라 바라본 수정산과 저수지 

 

가는 길에 잠시 드넓은 됴동의 푸른 들판을 가로질러 드라이브도 해보고 어릴적 향수에도 젖어보며 군사 철조망이 쳐진 해안을 따라 진행하니 이곳 교동도의 용수공급을 위한 바다같은 거대한 난정 저수지가 나타나고 잠시 뚝방으로 올라 가슴시리도록 파아란 저수지물과 그 넘어로 아스라히 보일듯 말듯 박무에 몸을 가린 북녘땅이 다가온다.

 

넓은 푸른 들판을 한가로이 날고 있는 백로 

 

오랫만에 느껴보는 팽팽한 긴장감과 그 반대편으로 느껴지는 온화한 평화로움이 대비를 이루며 묘한 감정을 자극한다.

다시 산행 들머리를 찾아 한참을 헤매지만 찾을길 없어 수정산 남쪽 끝자락에 애마를 주차시키고 무조건 능선으로 오르자 마음먹고 있는데 밭에 일하러 나온 농부 한분이 산행 들머리를 알려 주신다.

 

산행 들머리쪽 임도 

 

감사한 인사를 드리고 재빨리 애마를 몰아 무학리 마을 뒷편 농가의 작은 마당에 주차시키고 이방인의 낯선 출현에 부르짓는 멍멍이의 배웅을 받으며 잡풀이 우거진 넓은 임도를 따라 산행을 시작해 본다. 

이 시간 12시 09분.

 

강한 햇살이 내려 쬐지만 걱정할 필요는 없다.

소나무와 낙엽송 그리고 잡목으로 우거진 등로에는 하늘조차 보여주길 거부하듯 음침한 수풀만이 가득하고 따가운 햇살에 대한 걱정보다는 혹시 있을지도 모를 지뢰나 파충류들 그리고 고독감을 어떻게 헤쳐 나아갈 것인가 하는 문제일 것이다.

 

앞으로 전진하기조차 힘든 가시덤불 속 등로 

 

왜 수정산일까 ???

정상에 오르면 정상석이라도 있으려나 아니면 다만 수정산이란 해설판만이라도 있으려나 하는 기대와 호기심 가득 어린 생각으로 임도따라 완만한 경사를 오르니 금새 능선 안부에 도착되고 남에서 북으로 길게 이어진 본격적인 산행을 시작한다.

 

어느 고산 못지 않게 자연미를 그대로 간직한 등로, 이곳에 터전을 마련한 주민들에게만 알려졌을법한 희미한 등로는 많은 등산객들의 접근을 차단시킨 채 그렇게 자연의 품속에서 또 하나의 자연이 되어 있다.

 

그래도 가끔은 이렇게 호젓한 산길도 보여주고 

 

잠시 잡목과 잡풀들이 우거져 조금 더 지나면 이 희미한 등로조차도 없어져 버릴것 같은 그 길을 따라 작은 봉우리 하나를 넘자 갑자기 등로가 없어지며 가시밭과 잡풀들만이 오랫동안 세상사와 이별한 흔적을 말해준다.

 

가시밭길에 내가 지난 흔적을 남기며 다시 가파르지만 짧은 무명봉 하나를 넘자 갑자기 최근에 등로를 정비한 흔적이 보이고 산행하기에 참으로 편안한 등로를 제공해 준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진행하다 보니 그 잘 정비된 등로는 금새 이름없는 묘한기쪽으로 흐르고 이 산객은 다시 자연의 수풀속으로 들어가 외로운 산행을 이어간다.

 

노랑게 색칠된 돌맹이를 뒤덮고 있는 수풀 

 

이곳에서부터 한동안 확실하지만 희미해지는 등로를 따라 여유를 뒤찾고 굵은 땀방울 �아내며 북으로 진행하니 우측 우거진 잡목 사이로 방금전 보고 올랐던 난정 저수지가 거대한 모습을 내보이며 잔잔한 잔물결로 은백색의 세계를 만들어 준다.

 

보고 싶고 사진으로 남기고 싶어 안달을 해 보지만 절벽에 가까운 우거진 수림이 작은 산객의 희망을 무참히도 짓밟고 계속 등로 따라 그냥 하염없이 발걸음만 옮긴다.

얼마를 진행했을까 ???

 

작은 새새끼가 날지도 못하고 숲속에 숨어 있는 모습이 앙증맞고 

 

정상처럼 보이는 봉우리 하나를 넘자 갑자기 허리춤까지 올라온 잡풀들이 넓은 공터를 가득 메우고 그곳을 통과하며 자세히 살펴보니 노란 색 칠이 되어 있는 자갈과 바위 위에 이렇게도 무성한 수림이 자란 것이다.

또 다시 제기되는 의문들, 왜 이곳이 오란색 칠을 한 넓은 공터가 있으며 왜 또 관리는 되어 있지 않는 것인지...

 

의문점을 해결하지 못하고 다시 그 작은 무명봉을 넘어 묘한기가 있는 안부 직전에 도착하자 갑자기 등로 한편에서 작은 까투리 두마리가 이방인의 방문에 놀라 잘 날지도 못하는 날개를 푸덕 거리며 우거진 수풀속으로 사라지고 자신도 놀라 잠시 머뭇거리는데 무엇인가 빠른 속도로 수풀을 흔들며 짧은 구간 이동하는 물체가 눈에 들어온다.

 

난정저수지와 남쪽으로 이어진 들판들 

 

자세히 살펴보니 아직 날개짓도 못하는 어린 새 두마리가 삶에 대한 본능적인 반응으로 깊은 러프에 몸을 숨기고 있는 것이 아닌가...

잠시 다가가 간신히 사진에 남기고 앞으로 이어갈 멋진 삶을 기원하며 다시 가던길 계속 이어간다.

 

다시 나타나는 작은 봉우리 하나를 넘자 좀 더 가깝게 우측으로 난정 저수지의 진면목이 드러나고 깍아잘린 절벽 위에 도착해 잠시 쉬어 본다.

온몸이 땀으로 뒤범벅이 된 상태의 후덥지근한 날씨, 하지만 광활한 교동 들녘과 난정저수지를 타고 강하게 불어오는 바람이 금새 더위를 식혀주고 이제부터 너무나 환상적인 자연의 마술을 보여주기 시작한다.

 

 그저 탄성만 자아냈던 풍경

 

동쪽으로 바다같은 난정 저수지의 푸른 물결이 잔잔히 밀려왔다 밀려가며 잔물결을 만들어 유혹하고 그 넘어 모내기를 끝낸 들판엔 지난번 대관령 목장에서 봤던 초지 이상으로 드넓은 대초원을 연상시킨다.

그 넓은 들판 위로 오전에 다녀온 화개산과 그 밑에 고요한 마을이 펼쳐지고 북쪽으로는 애마를 이용해 둘러 본 율두산이 그림처럼 펼쳐져 있다.

 

 철조망 넘어 고양이산이 앉아 있고

 

바로 앞 발밑에는 섬속의 섬같은 고양이산이 북녘땅과 가깝게 맞닿아 있으며 수많은 새들의 자유로운 안식처 구실을 하듯 파도소리를 친구삼아 무료함을 달래는듯 하다.

다시 그곳을 빠져 나와 좀 더 북쪽 끝자락으로 이동하자 난정 저수지의 뚝방길과 조화된 고양이산과 율두산의 모습이 한폭의 풍경화로 되살아 나고 그 뚝방길 한가운데에서 햇살을 받으며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는 염소떼와 어울려 이 세상 최고의 경치를 선보인다.

 

 난정저수지 넘어 화개산이 보이고

 

할말을 잃고 한동안 바라보며 가슴 시원한 풍경에 빠졌다가 갑자기 파도소리에 놀라 북쪽을 바라보니 저 멀리 강같은 바다 넘어 북녘땅 연백군의 민둥산들이 파노라마가 되어 얕으막한 연봉들을 보여준다.

가슴 아픈 분단의 비극적인 현실 앞에 그러나 그것이 도리어 자연에게는 안식처가 되어 너무나 자연미를 잘 간직한 생명의 땅이 되어 있다.

한동안 그저 바라보고 느끼며 시원하게 불어오는 바람에 몸을 내맡기니 평온이 찾아들고 갑자기 허기가 밀려온다.

 

 최고의 밥상과 최상의 조망

 

새벽에 일어나 정성스레 준비해준 옆지기에 감사를 전하며 나만의 고급스런 식당을 차려 만찬을 즐겨본다.

눈에 보이는 너무나 아름다운 풍경을 앞에 두고 먹는 점심식사, 어느 최고급스런 식당에 들린다 한들 이보다 더 멋들어지고 맛난 점심은 없으리라.

 

 셀카 작동시켜 이런 사진도 찍어 보고

 

식사 후에도 다시 한동안 떠나지 못하고 그곳에 눌러 앉아 많은 사진 남기며 언젠가는 군사 철조망으로 가로막혀 있는 넓은 해안의 갯벌에 들어가 그 철조망 위로 자유스럽게 남북한을 넘나드는 철새들처럼 자유로운 시간을 가져보길 기원도 해 본다.

셀카 작동시켜 강하게 불어오는 능선 끝자락에서 가슴 떨리며 서 있는 자신의 모습도 찍은 후 다시 배낭 메고 올랐던 길 뒤돌아 내려가 본다.

 

등로에서 바라본 서쪽 바닷가 풍경 

 

몇기의 묘가 있는 안부에 도착해 우측 군사 철조망 있는쪽으로 가 보니 그곳에도 넓은 임도가 있지만 얼마나 인간의 왕래가 없었는지 길을 헤치고 나아가기가 힘들 정도의 잠풀들이 무성하게 자라 잠시 그쪽 바닷가 풍경만 디카에 담은 후 다시 된비알 올라 능선으로 뒤돌아 나온다.

 

 서쪽으로 보이던 불음도쪽 섬

 

다시 올랐던 길 빠른 걸음걸이로 뒤집어 나오니 햇살은 이제 머리위에 솟아 한여름의 무더위를 방불케 만들고 이렇게 또 알지 못했던 작은 산에 올라 아무도 보지 못했을 나만의 너무나 황홀한 풍경에 빠졌던 시간들을 정리한다.

 

산행 날머리 

 

다시 강아지들이 짓어대는 산행 날머리이자 들머리에서 애마를 돌려 오랫동안 가슴과 머리에 남아 잇을 시간들을 추억속에 넣어두고 보물을 숨겨 놓는 심정으로 자물쇠를 채운다.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칠갑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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