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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 후기/강원도 산

설악산 단풍 산행 후기

by 칠갑산 사랑 2008. 1.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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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완성의 백두대간 산행을 대체한 환상의 천불동 계곡 (제34차 백두대간 2006년 11월 4일과 5일)
 

날짜 : 2006년 11월 4일과 5일(1박 2일)
날씨 : 4일 강한 바람과 흐림
         5일 새벽엔 강한 바람과 비 아침부턴 맑고 화창
온도 : 최저 0도에서 낮최고 5도
참가인원 : 총 27명 (존칭 생략) 행자, 돌팔매, 석불산,

         베짱이, 동글이, 김산, 니오베, 그자리에, 쑤꿀,

         산과들, 산여울, 준이, 쉬크석, 바람의향, 운수대통,

         사벳, 일체무, 우산, 김치찌개, 암장, 거울, 동목,

         구름나무, 새내기, 새내기 2, 풍운, 칠갑산
산행코스 :
  4일 : 한계령 휴게소 - 매표소 - 1307봉 - 서북능 삼거리 -

         1397봉 - 너덜지대 - 1474봉 - 끝청봉 - 끝청

         갈림길 - 중청대피소 - 대청봉 - 갈림길 - 희운각

         대피소
  5일 : 희운각 대피소 - 가야동 계곡 갈림길 - 무너미 고개 -

         천불동 계곡 - 천당폭포 - 양폭 - 음폭 -

         양폭대피소 - 오련폭포 - 귀면암 - 이호담 - 문수담 -

         비선대 - 비선대 휴게소 - 와선대 - 군량장 -

         청운정 - 신흥사 - 설악동 매표소
산행거리 : 한계령에서 희운각 대피소에서 일박 후 천불동

         계곡으로 하산 총 약 19 Km
산행시간 : 총 12 시간, 4일 6시간 그리고 5일 6시간
준비물 : 속옷 상하 1벌, 양말 2족, 운동복 1벌, 얇은

         웃옷 1벌, 비옷 상의 1벌, 겨울잠바 1벌, 모자 2개,

         장갑 2벌, 머리띠 1개, 목수건 2개, 땀수건 2개,

         체인젠 1개, 스패츠 1개, 쌀 4인분, 라면 3개, 김,

         묵은 김치, 삼겹살 1근, 이슬이 2리터, 물 1리터,

         이온음료 0.6리터, 과일젤 4개, 육포 2봉, 버너,

         코펠 및 후라이팬, 물컵, 수저 1벌, 부탄가스 1통,

         에어파스, 테이핑, 가위, 일반 구급약 일체,

         헤드렌턴 1개 및 비상 건전지 4개, 디카 및 비상

         건전지 3개, 핸드폰 및 비상 건전지 1개
차에 두고 간 준비물 : 속옷 상하 1벌, 겉옷 상하 1벌,

         겨울잠바 1벌, 슬리퍼 1개, 양말 1족, 6발 아이젠 1개
교통수단 : 세진관광 이종철 기사님 011-413-9275

 

 

미시령이 언제 비선대로 이사를 했지 ???

 

백두대간을 뛰면서 실로 오랜만에 설악산 대청봉과 공룡능선을 1박 2일 코스로 오를 수 있다는 설레임에 이것 저것 준비하는 손길과 발길도 즐거움이 배어난다.

 

일주일 전부터 뜸했던 야등도 열심히 다니면서 몸 만들고 또한 희운각 대피소에서 비박하리란 짜릿한 생각에 침낭이랑 메트리스 점검하면서 신났던 몇일, 하루 하루 산행일이 다가 오면서 눈내린 설악을 대비한 겨울 산행 장비며 먹거리를 챙기다 보니 비박 장비까지 들고 가기에는 너무나 사치스럽다는 생각에 그저 기본 배낭만을 준비하기로 한다.

 


신흥사에서 너무나 안타까운 마음에 멀리 보이는 공룡능선을 줌으로 잡은 모습

드디어 산행일, 새벽부터 일찍 일어나 최종 준비물 준비하고 테이핑으로 마무리하니 마음과 몸이 날아갈 듯 상쾌하다.

 

옆지기가 정성스레 만들어준 전복죽으로 든든히 배채우고 나서는 대간길, 오랜만에 새벽 공기 가르며 시원하게 뚫린 남부순환로를 타고 사당에 도착하니 반가운 산우님들 모두 어린 시절 소풍가던 그런 기분으로 맞이해 주시고 모두 함께 즐거운 콧노래를 부르고 계신다.


아침 7시 30분, 약간 지체된 시간이지만 급할 것은 없다.

얼마전 내렸던 장대비에 도로 곳곳이 유실되고 복구되지 않은 상태라 고속도로를 이용하여 양양을 거쳐 가기로 하고 출발하니 뻥 뚫린 경부고속도로를 막힘없이 질주하는 버스는 우리들 마음을 알고나 있는 듯 재빠르게 서울을 벗어나 이천 휴게소에 도착한다.

 

얼마전부터 대간길에 합류하여 대간 중독증?에 걸리신 우산님이 모든 산우님들을 위해 정성스레 준비한 닭죽으로 아침 해결하니 이보다 더한 꿀맛이 어디 있을까.

이 시간 아침 8시 40분 아침 먹기에도 적당한 시간이다.

 


최북단에 위치한 38선 휴게소 전망대에서 바라본 바다

 

다시 급한 마음 달래며 한계령 휴게소를 향해 달리는 차창에 스치는 가을에서 겨울로 이동중인 들녘을 바라보니 그 빛깔이 우리 대간길의 마지막과 비슷한 색깔이란 느낌을 주었다.

 

어느덧 고속도로를 빠져 나온 버스가 다시 동해안 해변도로로 접어들자 손에 잡힐 듯 깨끗하고 드넓은 동해안 바다가 눈에 들어오고 누구랄 것도 없이 모든 산우님들 환성을 지른다.

 

잠시 최북단에 위치한 마지막 휴게소인 38선 휴게소의 전망대에서 사진도 찍고 바다 구경하며 얼마남지 않은 거리의 한계령 휴게소를 생각해 본다.

 


산행전 한계령 휴게소에서 단체 사진

 

꾸불 꾸불 힘겹게 올라가는 버스에 비친 만물상의 아름다운 비경 밑에 얼마전 내린 홍수로 할퀴고 무너져 내린 설악의 계곡이 마음 아프게 한다.

도로 곳곳이 파손되고 유실되어 서울에서 한계령 휴게소로 직접 못 올라가기에 양양으로 돌아 가는 길이 이렇게 멀 줄이야.

 

그래도 아픈 상처 치유하기에 바쁜 중장비가 도로 곳곳에서 굉음을 내며 정리하고 그 사이를 간신히 빠져 올라가는 버스가 드디어 2주전 비에 젖어 반갑게 보았던 그 한계령 휴게소에 도착이다.

시간은 벌써 11시 50분.


양희은이 부른 한계령을 흥얼거리면서 배낭 정리하고 잠시 몸풀면서 결전의 시간을 기다리는 산우님들 얼굴엔 비장함 마저 감돌고 간단히 단체 사진 한장 찍고 드디어 12시 정각에 돌로 이루워진 108계단을 타고 설악루로 오르는데 너무나 심한 폭우 피해로 인해 콧끝이 찡해진다.

 


지난번 올랐던 구간의 만물상

 

생각보다 기온은 낮지 않고 날씨 또한 쾌청하여 일기 예보가 잘못 되었나 하고 착각할 정도의 좋은 날씨이다.

다시 오르고 또 지나야 될  길이기에 매표소를 통과하여 나무 계단으로 올라가니 시야가 트이면서 전망 좋은 바위에 이른다.

지난번 대간길에 지났던 점봉산과 망대암산이 만물상과 어울려 멋진 장면 연출하고 그 황홀경에 입 다물지 못하고 있지만 그 밑엔 여전히 망가진 44번 국도를 다듬기 위한 분주한 장비와 손길의 움직임에 자연의 힘을 다시 한번 느끼며 아름다운 강산 우리가 소중하게 잘 가꿔야 한다는 사실을 다시 깨달았다.

 

다시 남서쪽을 바라보니 웅장한 가리봉이 버티고 서 있고 여기서 몇장의 사진을 찍어 본다.


오늘도 변함없이 니오베님이 선두에서 리딩하시고 나는 후미에서 사부작 거린다.

어쩐일인지 행자님과 석불산님이 힘들어 하시고 돌팔매 형님도 초반 페이스 조절에 애를 먹고 계신다.

아마도 등에 짊어지고 가는 배낭 무게 때문에 더욱 힘들고 숨가빠 하시겠지.

 


1307봉에서 바라본 귀때기 청봉과 서북능선

한시간여를 오르니 1307봉이 나오고 여기에서 잠시 쉬어 서북쪽으로 길게 뻗어 있는 귀때기 청봉을 찍어 본다.

올 봄 금수강산 대장님과 지났던 그길 지금 와 뒤돌아 봐도 멋지고 장엄한 능선이다.

 

출입통제란 입간판이 있고 줄로 통제 시킨 최 정상 전망대에 올라 잠시 넋을 잃고 그 아름다움에 빠져 버렸다 깨어나니 빨리 그 멋진 장면 담아 달라 말썽 부리던 디카가 정상으로 돌아 와 손길 잡는다.


다시 내리막길로 조금 내려가니 말라 있는 계곡이 보이고 얼마나 심한 홍수였는지 집채보다도 더 큰 바위들이
나뒹굴고 거대한 나무들이 뿌리가 뽑힌 채 넘어져 있다.

가슴 아픔 장면이다.

 


책장처럼 생겼다고 붙힌 이름 책장바위

다시 30여분 올라 책장처럼 생긴 바위을 지나 쉼터에 이르자 시간은 13시 35분을 가리키고 있다.

북쪽으로 삿갓 모양의 바위를 디카에 담고 잠시 땀 닦으며 흐리게 변해가는 날씨의 변덕에 기상청의 정확한 정보가 달갑게 생각되지 않는다. 

 

점점 날씨가 꾸물해 지고 바람은 한겨울 칼바람은 아니어도 사촌 비슷한 바람이 귓때기를 사정없이 때리고 있다.

역시 산에서의 날씨 변화는 무서우면서도 공포감마저 동반 시킨다.


지그재그로 등산로를 안내해 주는 철 구조물을 지나니 곧바로 서북능 삼거리가 나온다. 시간은 벌써 14시를 가리키고 여기에서 늦은 점심으로 허기 달래본다.

이제부턴 능선길을 타고 멋진 내설악과 외설악을 구경하며 가는 길이기에 느긋하게 시간을 즐겨본다.

 

우리가 내일 지나야 할 공룡능선과 용아장능도 볼 수 있고 또 아직도 산객에게 몸을 허락하지 않는 아름다운 화채봉과 귀때기 청봉도 다른 각도에서 볼 수 있겠지 하는 기대와 희망이 솟아나고 있다.

 

다시 끝청을 향한 오후의 발걸음이 시작되고 한 10여분 올라 400 미터 정도 지난 지점에 오늘 선두대장으로 리딩하시던 니오베님이 오른쪽 장딴지 근육 파열로 보이는 부상으로 남아 계신다.

 

고통은 많지 않아 보였지만 오르막에선 거의 오른쪽 발을 사용하지 못하고 계시는 것으로 봐서 함께 산행하기엔 불가능해 보였다.

남아 있는 산우님들은 행자님, 암장님, 김치찌개님 그리고 칠갑산과 니오베대장님 이렇게 5명이다.

 

이제부터 선두는 일체무대장님이 맡아 운수대통님과 쉬크석님 그리고 그자리에님이 이끌고 후미에서는 니오베대장님을 어떻게 할 것인지 최종 결론을 내야되기에 망설이고 있다.

 

먼저 불애대장님께 전화하여 간단한 응급처치며 테이핑 도움 받아 치료하고 부목을 찾아 압박붕대를 감아 본다.

장딴지에서는 핏멍이 든 것처럼 빨간 혈관이 튀어 나오고 약간의 부기도 있어 보인다.

 


장딴지 근육 파열로 헬기로 후송중인 니오베 리딩대장님

 

최종 결론은 니오베님을 하산시키고 우리가 이용했던 버스는 서울로 뒤돌아 갔기에 다른 차량이라도 수배하여 병원으로 후송시키고 다시 희운각에서 합류하기로 최종 결론을 내린다.

 

잠시 후 김산님이 가던길 뒤돌아와 합류하고 행자님은 어짜피 동글이님과 함께하셔야 되기에 먼저 출발시키고 곧이어 암장님과 김치찌개님도 출발 시킨다.

지금 시간 15시 30여분.

 

이제 남아 있는 인원은 총 3명 니오베대장님과 김산님 그리고 나 자신.

먼저 강원 119와 설악 구조대에 구조 요청하고 이 상태로는 하산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해 보여 헬기의 도움까지 요청해 본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다시 서북능 삼거리까지 뒤돌아 내려 와 구조대던 헬기던 기다리기로 한다.

 

16시가 거의 다 된 시간, 119와 구조대에서 최종적으로 헬기를 띄우기로 결론을 내렸다며 연락이 오고 잠시 기다리라며 행동요령을 알려준다.

 

넓은 공터는 있는지, 또한 헬기는 접근이 가능한지를 체크하고 헬기가 뜨면 손을 흔들고 와이어줄이 내려가면 잘 잡아 달라는 그런 행동 요령과 환자의 상태 및 보온 등을 세심하게 알려 준다.

참으로 고맙고 친철한 구조대란 생각이 들었다.

 

단지 장딴지 부상이라 그런지 시간이 많이 지체되어 그것이 불만이였지만 그 정도의 불만과 기다림은 당연히 감수해야 되겠지.

이제나 저재나 마냥 기다리기를 한시간, 그 사이 니오베님은 운영진들과 전화 통화하며 보험관계를 확인하고 나머지 둘은 낮아지는 기온과 더욱 세차게 불어오는 바람에 몸 데우느라 정신없다.

 

정확히 17시 헬기가 도착되고 구조요원 한명이 함께 내려와 와이어 줄에 몸을 맡긴채 하늘에 떠 있는 헬기로 무사히 이송된다.

가슴이 찡하면서 답답하고 눈시울이 붉어진다.

함께 희운각까지 가서 삼겹살 파티라도 했으면 좋으련만 이렇게 헬기를 태워 보내야 하는 마음이 무척 무겁다.

 

대청으로 가는 도중 김산아우도 같은 심정이였음을 말할 땐 정말 눈물이 흐르는 듯 하였다.

어둠이 짙게 깔려 보이지만 않았을 뿐.


이제부터 김산 아우와 둘이 뛰어 본다.

참으로 고맙기 그지없고 함께하는 진한 동지애를 느껴본다.

아마 16시 30분 쯤 선두는 이미 대청을 지났고 중간팀들도 중청 근방이라 했으니 지금 시간이면 대청에서 희운각으로 하산중일 것이다.

 

어둠이 모든 설악을 집어 삼키고 단 둘이 헤드렌턴 불빛에 의지해 대간길을 찾아 오르는 지금, 절경을 못보는 아쉬움보다 니오베 형님의 안부와 앞서간 팀원들이 걱정하고 있을 것이 더욱 마음 아프게 짖누르고 있다. 

 

한 40여분 속보로 걸어 1397봉 쯤에 니오베님께 전화하니 속초 병원에 잘 도착하여 간단한 치료 받은 후 서울로 가기 위해 버스 터미널로 이동할 계획이란다.

 

불행중 다행이며 이렇게 감사할 수가.

아마도 이래서 종교가 필요한가 보다.

무교인 이 칠갑산은 왜 이럴때만 종교가 생각나는지 참내 원.

이 시간 17시 40분.

 

아직 중청까지 3.6 Km가 남았다는 이정표가 보이고 선두팀과 연락해 보려 무척 애 써 보지만 연락 두절이다.

니오베님께 부탁해 돌팔매님과 무선으로 교신해 보려 부탁 하지만 그것 역시 연락 두절이란다.

 

어쩔 수 없이 김산 아우님과 단둘이 그 추운 날씨에 땀 뻘뻘 흘리며 그냥 어둠속을 걸으며 많은 인생살이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친 아우보다 더 친밀한 사이가 되어 버렸다.

다시 얼마를 걸었는지 시간을 보니 18시 15분을 가르키고 이정표에 중청이 아직 2.6 Km가 남아 있다고 표시되어 있다.

 


한계령에서 대청봉을 오르기 위해 통과해야 할 아치형의 나무, 개선문처럼 생겼다하여 개선문 나무라 불리기도 한다

 

잠시 껴 입었던 옷가지를 정리하여 배낭에 넣고 물한모금 마신 후 달리니 어둠속에서도 대청을 오르기 위해 통과해야 될 개선문 같은 나무가 아치를 만들어 반겨주고 있다.

통과 의례를 간단히 마치고 사진 한장으로 아쉬움 달래며 다시 뛰어 본다.

 

무척 깔딱이란 생각만 들뿐 얼마나 더 올라야 끝청인지 조차 분간하기 힘든 어둠.

희미하게 보이던 산계도 하늘도 모두 숨어 버리고 차가운 겨울 설악 칼바람만이 우리들 앞길이 얼마나 험난한 길인가를 알려 주고 있을 뿐이다.

 


끝청에 도착하자 벌써 보이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단지 칠갑산과 김산 아우님 뿐.

 

김산 아우와 협의해 본다.

어짜피 늦었으니 대청까지 올라 흔적 남기고 정통 대간길인 죽음의 계곡으로 해서 희운각으로 가자고 합의하고 오르다 보니 이제 끝청이다.

18시 52분.

 

너무나 매섭게 불어오는 칼바람에 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하고 재빨리 사진 한장 찍고 내려와 바람이 잦아든 곳에서 잠시 숨고르기 해 본다.

 

좀 빨리 걸었다 생각하고 김산 아우에게 몸은 어떠냐고 질문해 보니 무릎이 약간 아프고 근육이 안좋다고 한다.

간단한 테이핑이라도 하고 가자며 이야기했더니 참을 수 있다며 내일 공룡 갈 때나 부탁 한단다.

소지하고 있던 근육 이완제하고 진통제로 참아 가며 가던길 재촉한다.

 

속으로 생각해 본다.

내 욕심만 생각하고 대청으로 갈 것인가 아니면 그냥 중청에서 희운각으로 빠질 것인가 고민하고 있는데 그 마음 읽었는지 대청으로 가잖다.

 

다시 발길 재촉해 전진하니 저 멀리 희미한 불빛이 보이고 중청 대피소가 눈에 들어온다.

얼마나 반갑고 흐믓하던지.

중청 군부대 위에 있는 축구공을 우회하여 대피소로 접근하니 우리를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반김에 한걸음에 달려가니 암장님과 김치찌개님이 대청에서 하산하며 쉬고 있단다.

 

배고품에 간단히 빵 한조각으로 허기 달래고 대청으로 가려했지만 우리들이 갖고 있는 이슬이와 고기가 너무 많아 일찍 하산한 산우님들이 애타게 기다릴 것이라며 암장님이 그냥 희운각으로 하산 하잖다.

 

동의하기 싫었지만 김산 아우의 몸도 정상이 아닌듯 하여 아쉽지만 대청은 다음에 다시 오기로 하고 하산이다.

현재 시간 19시 35분


다시 약간의 너덜 구간과 가파른 내리막길을 타고 내려가는데 김산아우의 행보가 심상치 않다.

좀 더 천천히 발길하며 부담 주기 싫어 저 멀리 앞서가며 상태를 관찰 해 본다.

 

아직은 참을 수 있지만 다리에 약간의 무리가 있었던 듯 약간 절룩 거린다.

마음이 아프지만 조금만 더 참아 보자고 이야기 할 뿐 해 줄 수 있는 것이 많지 않기에 안타까울 뿐이다.


이제 희운각까지 한 400여 미터만 가면 된다.

저 멀리 아래에서 우리를 부르는 반가운 목소리가 들리고 다가가 보니 궁금하기도 하고 고생한다며 운수대통님하고 쉬크석님이 마중 나오셔서 김산아우의 배낭을 들어 주고 잠시 계단을 타고 더 내려가니 일체무대장님과 그자리에님이 너무나 반갑게 맞이해 주신다.

 


희운각 대피소에 거의 도착하는 마지막 계곡구간에 설치된 계단들

 

니오베형님을 헬기로 실어 보낼 때 느겼던 감정과는 또 다른 감동이 가슴에서 벅차 오르고 이것이 산우애이고 대간길이구나 하는 뜨거운 가슴 뭉클함이 밀려온다.

한잔술에 오늘의 수고와 고생을 위로하며 내일의 신나는 공룡잡이 놀이를 위해 일찍 잠자리에 들어 꿈속으로 향한다.

22시 30분.

 


희운각 대피소를 떠나기 직전 찍은 단체 사진

목도 마르고 이층에서 자다보니 덥기도 하여 몇번인가 뒤척이다 깨어 보니 5일 새벽 2시.

많은 산우님들이 같은 생각이였나 보다.

코고는 소리 그리고 달콤한 향기? 낯선 잠자리에 조금 일찍 깨었지만 할 일도 없도 또 무지막지하게 불어오는 바람 소리에 그냥 그 자리에서 뒤척이고 있다.

 

새벽 4시 30분, 풍운대장님의 기상소리에 모든 산우님들 밖으로 나오니 어둠속에서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하고 하늘에선 한여름 장마때 치던 천둥번개가 요란하면서 갑자기 장대비로 바뀌어 솟아지고 있다.

 

간신히 라면을 끓여 라면국물인지 빗물인지 알수 없지만 허기 채우고 떠날 채비하는데 산장지기가 말하기를 '아름산 오늘 공룡 못갑니다' 한다.

현재 시간 새벽 5시 20분.

 

몇몇 적은 숫자의 다른 산우님들은 중청에서 자고 내려와 여기 희운각에서 잠시 쉬었다가 대간길로 가는 것이 목격되었지만 26명의 대인원으로는 무리란 판단에 최종적으로 천불동 계곡으로 하산하기로 한다.

 

너무나 아쉽고 안타깝지만 안전이 최우선이기에 어쩔 수 없지 않는가.

코스를 변경하니 급할 것이 없다.

날이 밝아 오기만을 기다리며 조크를 안주삼아 남아 있는 이슬이를 비우니 날이 밝아오고 떨어지는 빗방울도 가늘어 진다.

아침 7시 10분.

 


희운각 대피소를 떠나 전망대에서 마지막 한 컷

 

모두 짐 챙겨 밖으로 나와 주변 정리하고 단체 사진 한장으로 아쉬운 희운각과 작별하고 돌아 서는 발길은 천근 만근이다.

 

올해 세번 왔다가 한번도 밟아 보지 못한 공룡능선.

올해가 가기전 혼자라도 꼭 다시 밟아 보리라 다짐하며 밝아오는 세상을 향해 또 다른 발걸음을 옮겨본다.

 

7시 30분, 희운각을 떠난 일행은 낮으막한 봉을 넘어 가파른 내리막으로 천불동을 향한다.

천개의 불상을 모아 놓은 것 같은 기암괴석의 봉우리가 연속해서 우리를 감탄 시키는 천불동 계곡.

 

아마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답고 수려한 경관을 자랑하는 곳이 바로 이 천불동 계곡이리라.

공룡능선이 위에서 아래를 내려 보면서 즐기는 산행이라면 이 천불동 계곡은 그 계곡사이를 걸으면서 위를 처다보며 느끼는 산행이란 것이 다르겠지.

날씨는 더욱 개이고 햇살이 올라와 우리들 약이라도 올리듯이 방긋 웃고 있다.

 

잠시 전망대에서 지나온 길과 대청을 바라보며 사진 한장 찍고 뒤따라 계곡으로 내려가니 지난번 내린 비가 얼마나 심하고 험악했는지 그 현장을 아직도 생생히 간직하고 있다.


이제부터 후미는 동목님, 우산님 그리고 준이님과 나 이렇게 오붓하게 거닐면서 사진도 찍도 그 아름다운 절경도 구경하면서 양폭에서 만경봉이나 올랐다 내려오자며 여유있는 산행을 해 본다.

두어번 이 천불동 계곡을 다녀간 적이 있었지만 이번처럼 맑은 날씨에 아름다운 계곡을 감상한 적은 없었던 듯 하다.

 


천당 폭포

하늘은 더 작아지고 주위는 바위숲과 계곡물 뿐인 천당 폭포에서 세속의 때를 다 벗기고, 음양이 하나되어 조화를 이루듯 갈림길에서 서로 힘차게 떨어지는 양폭과 음폭에서 복잡한 세상사 모두 잊고 즐겼노라 적어 본다.

 

다시 거울님과 사벳님이 후미에 동참하여 몇장의 사진을 찍고 잠시 후 다시 산과들님과 산여울님이 동참하여 절경 즐기니 이곳이 바로 무릉도원인 것을.


양폭 대피소에서 다시 단체 사진 한장 찍고 선두 후미 없이 느긋하게 하산이다.

놀고 즐기며 하산한다 해도 일찍 설악동 매표소에 도착 하기에 서두를 이유도 없고 또 그럴 필요성도 없으리라.

 


오련 폭포

 

귀면암과 양폭 사이에 깍아지른 바윗골짜기를 두고 만들어내는 5개의 연속되는 폭포라 이름 붙여진 오련폭포, 하얀 물줄기 따라 담에 하얀 포말 만드는 오련 폭포 일대의 암벽이 천불동 계곡의 수문장 같다하여 암문다지라 하였다는 설명서도 있다.

시간은 이제 막 9시를 넘기고 있다.

 


귀면암
 
다시 절경을 구경하며 천천히 발길하니 귀면암이 다가오고 몇장의 흔적을 남겨본다.

가파르게 솟아오른 기암이 마치 귀신의 얼굴 형상과 같다하여 이름 지어졌다는 설명이 있어 자세히 보았지만 귀신의 귀자도 보지 못한 나로서는 정말 귀신의 얼굴을 하고 있는지 어떤지 알 수가 없다.

 


문수담

 

이제 시간은 9시 35분을 넘기고 오랜만에 노오랑게 물든 단풍길을 따라 내려가니 문수담이 보인다.

맑은 물이 고여 있는 문수담, 전설에 의하면 아득한 옛날 문수봉을 형성할 때 석가여래의 왼편에서 지혜를 맡은 문수보살이 이곳 맑은 물에 목욕을 하였다하여 문수담 또는 문주담이라 불린단다.

지금보니 낙엽만 가득 고여 정말 맑은물인지 확인할 길은 없다.

 


만장굴

 

금강굴을 배경으로 다시 몇장의 사진 남기고 비선대를 지나 휴게소에서 조가비 막걸리에 해물 파전으로 근사한 상차림을 해 본다.

사진 작가이신 준이님께 멋들어진 인물 사진 부탁하며 희희낙락. 정말 즐기는 산행 즐거운 시간 잘 보내고 있다.

 


비선대 휴게소에서 조가비 막걸리와 해물파전 파티

 

모든 기암괴석과 폭포들 그리고 자신의 마음까지 읽어 보는 참 산행의 묘미를 만끽하고 있다.

와선대를 지나 군량장과 청운장을 지나니 신흥사가 나오고 다시 여기에서 얼마간을 보내며 즐거운 시간 만들고 있다.

시간은 이제 12시.

 


신흥사로 하산 후 미니 단체사진

가고 싶었던 공룡이 저 멀리 아득하게 옅은 운무에 쌓여 자태 뽐내며 다음 기회에 다시 보자 손짓하고 있다.

미니 단체사진 한장 다시 찍고 하산하여 물치해변으로 가 씽씽한 오징어와 숭어회로 하루를 마감하니 공룡 못간 아쉬움이 동해바다로 떠내려 가고 다음주 쫑파티 후 다시 공룡잡이 나서보자 약속했네요.

 


물치해변에서

정말 힘들고 아쉬움이 남았던 한계령에서 희운각 대피소까지, 불편했지만 그 옛날 어린 시절 생각해 본 희운각 대피소에서의 하룻밤, 공룡 못간 아쉬움 달래며 환상의 계곡을 둘러본 천불동 계곡, 참으로 길고도 험난한 일정이였지만 그래서 그 아름다운 천불동 계곡을 다시 한번 볼 수 있어 좋았다.
니오베 산우님의 건강을 빌고 다음주 쫑 파티땐 정말 건강한 몸으로 다시 뵐 수 있기를 바래면서, 언제나 처럼 잘 기획하고 즐거운 산행 이끌어 주신 풍운대장님께 감사 드리며 또한 그 무거운 닭죽을 만들어 27인 모두의 아침을 해결해 주신 우산님께 고맙다는 말 전하면서 함께한 산우님들 행복한 웃음으로 즐거운 설악 잘 다녀오심을 감사 드림니다.


다음 기회에도 백두대간길에서 자주 뵐 수 있기를 기대하며 즐거운 하루 되십시오.


칠갑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