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간마루금 제1기 백두대간 제13차 늘재에서 버리미기재까지 산행 일지
날짜 : 2007년 08월 17일부터 18일까지 (무박 2일)
날씨 : 새벽에 흐렸으니 오전부터 뜨거운 햇살과 무더운 날씨, 시야는 좋았음
온도 : 새벽 영상 24도에서 낮 최고 영상 30도
참가인원 : 총 27명(존칭생략) 칠갑산, 우산, 행자, 현우, 자우롬, 무시로, 하이킹, 솜이, 왕언니, 피그, 다향, 료가, 청목, 석불산, 베짱이, 고산자, 강고집, 이철주, 사강, 천동, 도롱골, 사하라, 올리브, 거울, 산바람, 시대야, 월척이다
산행코스 : 늘재-정국기원단-청화산(984봉)-도석재 갈림길-858봉-887봉-801봉-갓바위재(769봉)-조항산(951.2봉)-고모치-마귀할멈통시바위갈림길-고질라바위-집채바위-큰바위-밀재-대문바위-코끼리바위-중대봉갈림길-대야산(930.7봉)-촛대재-불란치재-미륵바위-곰넘이봉(733봉)-버리미기재
산행거리 : 17.49 Km, 접속구간 0.00 km
산행시간 : 선두 12 시간 00분, 후미 13 시간 30분
준비물 : 물 3.0 리터, 이온음료 1.1 리터, 이슬이 0.2 리터, 과일 젤 1봉, 육포, 아침 밥, 반찬 3종류, 떡 2 종류, 방수방풍의, 모자, 땀수건, 목수건 2개, 헤드렌턴 2개 및 예비 건전지, 가위, 칼, 압박붕대, 테이핑, 에어파스, 구급약, 프랭카드, 디카 및 예비 건전지, 모발폰 및 예비 건전지, 무전기 3대, 휴지 2봉, 키친 타올 1롤, 쓰레기 봉투버스에 두고 간 준비물 : 갈아 입을 옷 한 벌, 슬리퍼, 롱 스패츠, 우의
교통수단 : 45인승 버스 1대 신평고속관광 양기중 기사님
상세일정
17일
23:00 사당역 출발
23:25 서울 TG 통과 (다향님 합류)
23:35 용인 터널 통과 (행자님 합류)
18일
00:26 음성휴게소 도착하여 휴식 후 출발
02:41 늘재 (산행 들머리) 도착
03:10 스트레칭으로 몸 풀기
03:30 늘재에서 산행 시작
03:41 의자바위(길주의, 시멘트길 가로질러 직진이 대간 길)
03:50 로프 암릉 지대(산행주의)
03:54 정국기원단 이정석
04:14 로프 암릉 지대(산행주의)
04:21 전망대(길주의, 사면따라 좌측길이 대간길)
04:37 바위지대(산행주의, 바위 밑으로 통과)
04:55 헬기장 도착 후 후미 기다리며 20분간 휴식
05:18 청화산(984봉, 길주의, 청화산 내리막에서 좌측 의상골 길 버리고 우측이 대간길)
05:39 도석재 갈림길 이정표(길주의, 우측 도석재와 시루봉 길 버리고 좌측이 대간길)
05:56 858봉(산행주의, 내리막 급경사)
06:31 887봉06:52 암릉 및 전망대(산행주의, 내리막 급경사 암릉길, 길주의, 좌측 의상저수지길 버리고 직진이 대간길)
06:59 801봉 전망대07:13 갓바위재(769) 및 헬기장(길주의, 우측 궁기리 및 좌측 의상저수지길 버리고 직진이 대간길)
07:33 암릉 및 암봉 지대(산행주의)
07:53 조항산(951.2봉, 단체사진, 길주의 우측 갓바위봉길 버리고 좌측이 대간길)
08:56 후미와 합류하여 아침 식사 후 출발
09:00 삼거리 이정표(길주의, 좌측 의상저수지길 버리고 우측이 대간길)
09:21 이정표(고모치 0.3 Km, 조항산 1.1 Km)
09:26 고모치 및 고모샘(식수 보충, (조항산 0.5 Km, 고모샘 10 m, 고모치 0.9 Km)
10:02 마귀할멈통시바위 갈림길(길주의, 우측 마귀할멈통시바위 및 둔덕산길 버리고 좌측이 대간길)
10:23 854봉 및 고질라(개코 원숭이) 바위
10:40 849봉(산행 팁, 우측 우회로 이용도 가능)
10:56 구멍바위 및 집채바위 암봉 구간
11:12 큰바위 암봉 구간
11:22 밀재(701, 산행 팁, 좌측이 화양골 우측이 용추골)
11:45 암릉 구간 시작
11:54 대문바위 및 코끼리바위 이정표
12:06 중대봉 갈림길(길주의, 좌측 보덕골길 버리고 우측으로 바위지대가 대간길)
12:31 대야산(930.7)
13:37 암봉 넘어 그늘 전망대에서 후미 기다리며 휴식
13:48 절벽 로프 지대(산행주의, 두 곳의 20여 미터 로프 절벽 지대로서 적절한 인원 배치로 생각보다 빠르게 통과, 다만 산행 초보 아주머니들을 이끌고 이곳으로 무리하게 올라 간 타 산악회에서 큰 사고 발생하여 헬기로 후송됨이 안타까웠음)
14:36 촛대재 및 로프 암릉 지대(산행팁, 촛대봉 거치지 않고 좌측 우회길 이용 가능, 산행주의, 좌측 관평 매표소 및 우측 피아골길 버리고 직진이 대간길)
14:41 촛대봉(668) 우회 (체력 고갈 및 산행 시간 단축을 위해 우회 결정)
14:54 불란치재(길주의, 좌측 관평 매표소 및 우측 벌바위길 버리고 직진이 대간길)
15:03 헬기장 및 로프 암릉 지대
15:10 721봉 및 미륵바위
15:37 곰넘이봉(733) 및 입석바위
15:58 로프 암릉 및 암반 지대(산행주의)
16:10 헬기장
16:45 버리미기재(산행 날머리)
백두대간 남한 구간 산행 중 최고의 비경을 음미하며 멋진 하루를 산우님들과 함께
무사 완주 후 그 유명한 화양구곡 줄기의 계곡에 몸 내던지고 서로 바라보는 얼굴엔 안도와 행복한 미소가 교차되며 더욱 끈끈해지고 깊어지는 대간 산우애를 확인하는 순간이다.
대야산 직벽 구간 위에 떠다니며 아마도 환자 이송할 장소 찾아 헤매는 헬리곱터를 생각하니 산행대장의 산행지 및 산행코스 결정이 산행의 즐거움 못지 않게 얼마나 큰 위험을 내포하고 있는지 현실로 체험하고 돌아 온 소중한 시간이기도 하다.
조항산 정상에서 찍은 단체사진
많은 암릉과 암봉들로 인해 어려움이 예상되지만 함께하는 산우님들에게 믿음이 있고 또한 백두대간 남한 구간 산행 중 최고의 운무와 운해 및 그 속에 숨어 있는 최고의 비경이 펼쳐질 파노라마를 생각하며 설레는 마음으로 떠나보는 제13차 대간 산행 길.
이번 산행은 청화산에서 조항산을 거쳐 대야산으로 갈지(之)자를 그리며 황장산까지 이어지는 문경시계 102 Km (250리) 구간의 신비함이 가득 담긴 비경을 알리는 시발점이 될 것이며 그 첫발을 옮기는 장엄한 순간이기도 하다.
고요하게 궁기리 계곡에 내려 앉은 새벽 운해
늘재에서 시작하여 버리미기재에서 끝마친 이번 구간 산행은 백두대간 산행의 진미를 맛 볼 수 있는 최고의 암릉 암봉들이 뒤섞여 있었으며 안개에 시야가 가려 아쉬웠지만 오랜만에 백두대간 마루금에 걸쳐 있는 운무의 춤사위로 인해 우리들 산 객들에게 새로운 세상과의 만남을 알려 주었다.
또한 이곳 산행은 다음 산행에 이어지는 희양산 및 도솔봉과 함께 우리가 누릴 수 있는 남한 최고의 비경을 보여 줌으로서 그 어떠한 힘들고 어려웠던 순간보다 더 값지고 마음 뿌듯한 산행의 참 맛을 즐기고 돌아 왔다고 회상해 본다.
조항산 오르기 전 암봉에서 바라본 지나온 대간 마루금과 춤사위 벌인 운해
이 구간 중요 산행의 재미는 청화산과 조항산을 지나 대야산으로 이어지는 3개의 명산을 차례로 걸으면서 양 쪽으로 펼쳐지는 거대한 화강암봉과 아름다운 마루금의 선경, 그리고 청화산의 쌍용계곡, 괴산의 내선유동, 문경의 외선유동, 대야산과 둔덕산의 계곡을 따라 이어지는 피앗골과 용추계곡을 조망하는 대간길이 되었으나 대야산 직벽 하산길에 겪었던 무지한 산꾼들의 어이없는 산행 모습에서 다시 한번 자연에 순응해야 하는 인간의 보잘 것 없이 작아 보이는 모습을 볼 수 있는 행운을 얻기도 하였다.
다음 구간 가야할 희양산과 마루금
총 27인의 거칠 것 없는 대간 산행 사랑에 무더위도 잊은 채 언제나처럼 어둠 속으로 모습을 감추며 모두 함께 같은 모습으로 뒤돌아 올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사당에서 출발한다.
처음 백두대간 산행에 참여하신 월척이다님의 인사와 간단히 산행지 소개를 끝내고 음성 휴게소에서 이른 새벽 참밥으로 마음의 준비 완료하고 들머리 늘재에 도착하니 새벽 2시 40여분.
30여분간 더 취침 시간 드리고 지난 번 확인하지 못한 320년 수령의 엄나무와 성황당을 확인하지만 너무나 짙게 깔려 있는 안개 때문에 그저 확인 자체로 만족한다.
비가 내린다는 일기 예보가 있었지만 하늘을 보니 보석처럼 반짝이는 수많은 별들의 자기 자랑과 주위에 깔려있는 안개를 보니 비는 올 것 같지 않고 무척이나 더운 날씨가 되리란 예상이다.
간단히 스트레칭으로 몸 풀고 밤이슬 가득 품에 안고 잠들어 있는 잡목을 깨우며 새벽 3시 30여분에 우리들의 백두대간 사랑은 그렇게 시작 되였다. 들머리에 들어서자 마자 된비알 오름이 시작되고 10여분도 채 지나지 않아 몇 분의 산우님들 벌써 후미에 처지며 힘겨워 하신다.
줄어드는 식수의 양이 눈에 띄게 급격히 줄어들며 오늘 산행에서의 식수의 중요성을 암시라도 해주는 듯 하다.
백두대간 중원지 정국기원단 제단
20여분 오르자 백두대간 중원지 정국기원단이란 제단이 만들어져 있고 자세히 살펴보니 산신제나 시산제를 지내기 위한 제단으로는 최고의 장소일 것 같다는 생각이지만 왜 이름없고 낮은 지대에 이런 재단을 누가 만들었는지에 대한 궁금증이 다시 생겨난다. 간단히 사진 한장 남기고 몸 축인 후 오름짓은 이어지고 있다.
능선에 서면 간간히 시원한 바람이 친구되어 주지만 벌써 온몸은 땀범벅이 되어가고 입고 있는 옷들은 몸에서 배출되는 땀방울 흡수하며 완전히 물속에 담갔다 꺼낸 듯 그렇게 모양을 변해가고 있다.
청화산 정상 이정석
그래도 1시간 20여분 오르니 청화산 바로 밑 헬기장에 도착하고 거기에서 약 30여분 후미 기다리며 어둠 속에서도 희미하게 춤사위 뽐내는 밤안개의 요염한 자태에 취해본다.
선두는 청화산도 그냥 지나쳐 벌써 도석재 갈림길 지나고 이제 합류한 후미와 청화산에 올라 또 몇 장의 추억을 만들어 본다.
청화산
동국여지승람 문경조와 유형원의 동국여지지 문경조에 의하면 17세기까지는 화산(華山)으로 불렸으나 이중환의 택리지 복거총론 산수조에 청화산이라 하였고 대동지지 문경조에 화산의 일명으로서 청화산이라 기록된 것으로 보면 18세기부터 청화산으로 불려온 것으로 보인다.
속리산을 서쪽으로 마주보고 있으며 기암괴석으로 이루어진 속리산이 남성미를 상징한다면 청화산은 부드러운 여성미를 가진 산이다. 풍수지리에서는 소의 뱃속을 닮았다고 하여 우복동이라고 하는 조선 제일의 명당터가 남쪽으로 한자락을 차지하고 있어 더욱 빛을 발한다.(우복동은 십승지 중의 하나이다)
청화산의 초입이라 할 수 있는 늘재는 한강과 낙동강의 분수령으로 북,서쪽의 물줄기는 화양천을 따라 한강으로 흘러들고 동,남쪽의 물줄기는 병천과 용암천을 따라 낙동강으로 흘러간다.
동,서,남,북 어느 곳이나 수량이 풍부하고 시루봉에서 시작되는 산줄기는 청화산과 속리산 도장산의 산줄기 따라 천혜의 환형을 갖추게 되니 이중환님은 수려한 산수가 어울려진 청화산을 천하 제일의 경관이라 했을 것이다.
환형을 따라 안쪽(내경)으로 흐르는 물줄기는 용암천이 유일한 수문이며 도명산과 시루봉의 산줄기가 만나는 쌍용(협곡)계곡은 우복동의 관문임을 알리는 “동천”이라는 글귀가 계곡암반에 새겨져 있는데 이글은 전설적인 도승 ”개운조사”가 맨손으로 쓴 것이라 한다.
이러한 산수에 반하여 스스로를 청화산인이라 부른 이중환은 택리지 복거 총론에 적기를 “산이 높고 크기는 속리산에 미치지 못하나 속리산처럼 험준하지는 않다. 흙으로 된 봉우리에 있는 돌들은 밝고 깨끗하여 살기가 없다. 모양이 단정하고 좋으며 빼어난 기운이 나타나서 가리운 것 없으니 거의 복지다” 하였다.
청화산이란 이름의 내력은 동국여지승람 문경조와 유형원의 동국여지지 문경조에 의하면 17세기까지는 화산(華山)으로 불렸으나 이중환의 택리지 복거총론 산수조에 청화산이라 하였고 대동지지 문경조에 화산의 일명으로서 청화산이라 기록된 것으로 보면 18세기부터 청화산으로 불려온 것으로 보인다.
887봉 넘어 전망대에서 바라본지나온 청화산과 대간마루금
아직도 어둠이 여명에 자리 내주기를 거부하고 도석재 갈림길 지나 능선길로 접어들자 동녘 하늘에 새빨간 해돋이가 시작되고 시간을 보니 이제 6시도 채 안된 시간이라 의심해 보니 아직 숨어 있는 햇살의 뜨거운 빛을 받아 보름달이 해돋이인양 그렇게 우리를 놀리고 있다.
한 컷 찍고 좀 더 오르자 858봉이 나타나고 어스름한 여명을 받으며 아름다운 우리의 마루금이 눈에 보이기 시작한다.
저 멀리 뒤쪽으로 지나온 청화산 자락이 어머니 앞 가슴 모양으로 멀어지는 아쉬움 토로하고 오른쪽 809봉 지나 저 멀리에선 시루를 엎어 놓은 듯한 모양의 시루봉이 희미하게 자신의 존재를 알리고 있다.
시루봉이 희미하게 그 모습을 보이기 시작한다
구름 속 하늘에선 또 다른 생명을 잉태하듯 아름다운 빛의 향연이 시작되지만 그저 상상 속의 일출이 되어가고 있음을 안타까워 해 본다.
다시 887봉 지나 전망 바위에서 바라보는 시루봉과 그 아래 운해속에 잠들어 있는 궁기리 그리고 지나온 청화산이 이 산객의 마음을 뒤흔들고 있다.
시루봉
시루봉은 청화산 동쪽으로 분지하는 능선으로 도석재에서 연결되며 연 이어 연엽산을 낳고 남쪽으로는 비치재를 따라 쌍용터널 아래 도로에서 끝 나는 산줄기로 용암천 건너편 사우정에서 시작되는 도장산 줄기와 마주보는 환(環)형으로 우복동의 산줄기를 형성한다.
801봉 전망바위에서 조망 해 보는 "의상저수지" 이다.
선명하지는 않지만 보여주는 그 모습만으로도 감사의 마음을 담아보며 801봉 지나 전망대에서 다시 산우님들과 멋진 시간의 추억 여행을 떠나본다.
서서히 피어 오르는 의상저수지의 물안개와 계곡 속에서 신비한 몸짓으로 꿈틀대는 새벽 운무가 또한 우리들 산 객의 마음을 붙잡고 한동안 자리 지킴을 강요하고 있다.
구름에 흐렸다 햇살이 웃었다 반복하지만 비는 내릴 것 같지 않으나 무척 덥고 힘든 산행이 되리라는 것은 자명해 보이는 날씨이다.
다시 조망없는 769봉 갓바위재 지나 헬기장 넘으니 거대한 암봉과 그 뒤에 숨어 있는 조항산이 작은 이 산객의 마음을 너무나도 무겁게 만들고 있다.
조항산 오르기 전 암봉에서 바라 본 지나온 대간마루금과 환상의 운해
암봉에서 바라보는 마루금의 운무는 시시각각 가히 천상천하 기기묘묘한 형상을 만들며 다시 못 볼 천혜의 아름다움에 마음껏 취해 보라 권해 본다.
힘겹게 발걸음 옮겨 하늘이 보이는 정상에 오르니 바로 조항산의 작은 이정석이 반갑게 반겨준다.
조항산
조항산, 綠野(청화산)의 아름다움을 뒤로하고 마루금 따라 양 쪽으로 조망 되는 기암괴석에 감탄하며 오른 조항산은 아주 옛날 대홍수 때 물에 잠겨 정상 부분만 남아 있는 모습이 황새목 (실제로 갓 바위 봉이 새의 부리를 닮았고 조항산정상 부분이 머리를 닮아 보인다)을 닮았다고 하여 지어진 이름이라 한다.
조항산(이것은 물에 잠긴 대야산의 정상부분이 대야를 업어놓은 듯 하다 하여 대야산이라 부르는 것과 일치하지만, 구름바다 위에 섬처럼 떠 있는 봉우리 모습을 비유한 것으로 보인다)의 정상에서 바라본 조망은 시시각각 변해가는 빠른 세상을 뭉게구름 타고 유람하는 신선이 된 산 객의 마음으로 변해져 있을 정도로 아름다움의 극치를 이루고 있다.
다만 그 아름다운 이면에 골재 채취로 살짝 드러난 깍여진 마루금 줄기를 바라보니 산 객의 마음이 아파옴을 절감하고 있다.
조항산에서 바라본 운해와 파헤쳐진 산하 그리고 마루금
여기에서 후미 기다려 아침 해결하고 단체 사진 한 장 남긴 후 또 바쁜 발걸음 옮겨 본다. 이제 식수도 고갈되어 가고 원 없이 흘리는 땀방울에 체념하듯 그렇게 대간 길을 내려온다.
사막의 오아시스 아니 생명수, 조항산에서 30여분 내려오니 우측에 너무나 시원하고 맑은 고모샘(어린 조카를 잃은 고모의 한이 서려 있다는 설이 있다는데 아직 정확히 찾지를 못하였다)이 반겨 주고 모든 산우님들 비어 있는 물통 꽉꽉 채운 후 이 세상 최고의 만족한 표정으로 그 맛난 석간수를 음미해 본다.
백두대간 산행 길에 그것도 산행 중간 지점에 이렇게 맛있고 멋진 샘이 있음을 산신령에게 감사 드리며 다시 시작되는 된비알 올라 본다.
고모샘에서 물 보충하고 계신 산우님들
세상 살기 어려워 넓은 하늘도 바라보지 못하고 많은 자식(나뭇가지)들 낳아 키우기 어렵다며 자꾸만 아래로 처지는 노송들의 힘겨워 하는 삶에서 생명의 끈질김과 고귀함을 동시에 느껴본다.
저 멀리 좌측 산자락에 멋진 암릉군이 있고 지도를 꺼내 찾아 보니 마귀할멈통시바위와 그 아래 손녀마귀통시바위가 눈에 들어 오지만 나무들로 인해 시야 확보에 어려움 겪고 있다. 간신히 사진 한 장 남기고 좀 더 오르니 통시바위 갈림길이 나오고 고질라바위 지나 854봉 전망대에서 잠시 쉬어간다.
다시 발길 옮겨 849봉 오르고 그곳에서 홀로 백두대간 남진하는 제주도 백록 산악회의 미소년님을 만나 많은 이야기 나눠 본다.
7월 말 진부령에서 시작하여 홀로 야영하며 이곳까지 왔다니 대단히 존경스럽고 자랑스러워 보이기도 하다.
거대한 집채바위
다시 인사 나누고 진행하니 좌측 능선에 이름 모를 멋진 모습의 바위 군이 보이고 곧바로 가는 길 가로막고 서 있는 거대한 집채바위와 그 위를 덮고 있는 살아있는 초록의 이끼가 산 객의 발길 붙잡는다.
좀 더 내려오는 우측으로 큰 바위라 불리는 또 다른 바위가 반겨주고 그곳을 지나자 화양골과 용추골로 내려갈 수 있는 밀재에 도착한다.
밀재
밀재를 경계로 서쪽으로는 괴산의 내선유동이 있어 화양계곡으로 이어지고 동쪽으로는 용추계곡을 따라 문경의 외선유동이 있어 양쪽 모두 구곡을 갖추고 있다. 퇴계 이황 선생은 이 곳에 친지를 찾아 왔다가 절경에 반하여 9개월을 머물며 내선유동에 9곡의 이름을 새겼다고 전해진다.
밀재 이정표
화양골쪽에서 올라오는 많은 등산 객들과 잠시 환담하며 물 한모금 마신 후 오늘 산행 중 최고의 비경을 자랑하지만 위험을 내포하고 있는 화강암봉 대야산을 향해 출발한다.
30여분 어려운 오르막 오르자 커튼 모양의 바위가 좌측을 수놓고 다시 좀 더 진행하자 대문바위와 코끼리 바위의 이정표가 나타난다. 아기 코끼리인지 아니면 예쁜 작은 고래인지 한 마리가 반겨주고 기암이 즐비한 암릉 지대의 급사면을 오르면서 바라보니 참으로 아름다운 우리 산하임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시간이다.
대야산
대야산, 괴산군과 문경시의 경계를 이루는 대야산은 두 개의 선유동이 있는데 괴산 쪽을 내선유동 문경쪽을 외선유동이라 하고 양 쪽 모두 구곡을 갖추고 있다.
대야산과 대치산, 대하산, 대산, 상대산 등으로 불리던 대야산은 조선 후기부터 신선이 내려와 노닐던 산이라 하여 "선유산" 이라 불리게 된다.
복거총론에서 이중환은 “동북쪽에 있는 선유산은 정기가 높은 데에 모아진 국 판이어서 맨 꼭대기는 평편하고 골이 매우 깊다. 위에는 칠성대와 학소굴이 있다(중간 생략). 이 산은 수도하는 자가 살만한 곳이다” 라고 적었고 실제로 문경 쪽에 선유동과 괴산 쪽의 선유동이 지금도 존재하는 것으로 보아 선유산으로 보기도 한다.
대야산 정상을 필두로 밀재와 촛대재 사이 동쪽 사면의 피아골, 다래골, 용추골이 만나서 연출하는 용추계곡은 대야산의 백미이며 계곡을 따라 흐르는 물줄기에 파여져 천연적으로 만들어낸 백색암반의 용추는 보는 이로 하여금 탄성을 연발하게 만드는 최고의 계곡소로 불린다.
대야산 정상에서 북동쪽으로 조망되는 희양산과 백화산 구간의 암릉 미 또한 오랫동안 이 곳에 머물게 하는 충동을 느끼게 하지만 촛대재로 내려서는 직벽에 가까운 대야산의 북사면은 백두대간 산행 중 최고의 난코스로 유명하다.
대야산 정상의 이정석
13시 07분 드디어 대야산 정상에 도착한다. 중대봉 갈림길에서 우측으로 암릉을 오른 다음 오르고 내림을 몇 번 한 후 드디어 오늘 산행의 백미인 대야산 정상에 우뚝 선 것이다.
많은 등산객들과 뜨거운 햇살로 인해 단체 사진 찍는 것을 포기하고 작은 암봉 지나 나무 그늘 속에서 후미 기다리며 무한정 쉬어 본다. 기다리며 40여분 지나 후미까지 도착한 후 개별 사진으로 마지막 추억 만들고 머리 위를 맴도는 고추잠자리들의 배웅을 받으며 이제 본격적으로 가장 위험한 대야산 직벽 구간을 내려 선다.
대야산 북사면의 직벽 내리막 암릉. 대간 산행 중 가장 위험한 구간중의 한 곳
선두에서 나 홀로 하산이 가능한 10여명의 산우님들을 먼저 보내고 고산자님을 선등으로 암벽 내려가는데 어려움을 느끼는 산우님을 샌드위치로 하여 주의 시키며 하산을 시작하자 부산에서 왔다는 어느 산악회의 일반 산우님들이 장비 하나 없이 릿지나 암벽의 기초 교육도 없는 일반 아주머니들을 대동하고 그 어렵고 가파른 직벽을 오르기 위해 긴 기다림의 줄을 만들고 있다.
위험 천만하고 너무나 무모한 산행에 산행 예의도 모르는 그 등산객들과의 만남에 화가 치밀지만 참는 수밖에. 하지만 자일에 몸을 맡기고 오르는 그 등산객 한 분 두분 오를 때 마다 우리들 등줄기에서 식은 땀이 흘러 내린다.
함께하는 남자 등산객에게 주의 당부 시키며 간신히 그 직벽을 모두 내려오니 생각보다 약 30여분 이상 지체하였지만 아무 사고 없이 무사히 내려옴을 감사하며 촛대재에서 모임을 가져 본다.
촛대재 이정표
여기에서 잠시 촛대봉에 오를까 망설이다 힘도 들고 날씨도 너무나 더운 관계로 우회하기로 결정하고 중간 선등하다 보니 몇 몇 산우님들은 이미 다른 산우님들 보다 일찍 출발하여 촛대봉에서 하산 중이고 우리는 그 길을 재촉하여 불란치재를 넘어서고 있다.
불란치재
불란치재, 언뜻 듣기에 어느 외국에서 따온 지명인가 하여 인터넷을 통해 알아 보니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설명을 인용할 수 있게 되었다.
첫째는 옛적에 불이 났던 고개 즉 불 난 고개 → 불난치 → 불란치(재))란 의미가 있고 이는 현지 주민들의 이야기인 듯 한 설명이고 다른 하나는 옛 지리 지에 불한령(弗寒嶺)으로 표기되어 있는데, 이는 이 골짜기가 대야산 능선에 둘러 싸여 겨울에 찬 바람을 막아주어서 춥지 않은 곳이란 뜻이라 한다.
이때부터 대야산 북측 직벽 부근에서 헬기가 선회하여 바라보니 아마도 아까 만났던 40여명의 일반 등산객 중 어느 산우님이 사고를 당해 후송 할 장소를 물색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 다시 한번 등골이 오싹 해 짐을 느낀다.
건강을 위해 오르는 산행, 그곳에서 사고를 당한다면 산행해야 할 하등의 이유가 없는 것을…
안타까운 마음이지만 어쩔 수 없다고 넘기기엔 너무나 마음이 아파온다.
지자체인 문경이나 괴산에서 안전 계단을 설치하여 더 많은 등산객들이 안전하게 아름다운 대야산을 둘러 볼 수 있다면 하는 바램 간절할 뿐이다.
미륵바위
다시 헬기장 통과하여 로프를 타고 암릉을 지나 곰넘이봉인가 생각하면 다시 한 봉이 나타나는 진실 게임이 벌어진다.
미륵바위 지날 때엔 정말 너무나 뜨거워진 바위의 열기에 참지 못하고 주저 앉아 마지막 남아 있는 냉수 들이키며 미륵바위 앞에 앉아 예쁜 사진첩 만들어 본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대야산 정상부는 정말 지금 생각해 봐도 아찔할 정도의 우뚝 솟아 있는 직벽의 위력을 실감케 하여 준다.
이제 헬기의 선회 소리는 멈췄지만 그렇기에 더욱 안전한 산행이기만을 가슴 속으로 빌어 보며 좀 더 진행하자 거대한 입석 바위가 눈앞에 보이며 721봉을 넘는다.
이제 막 내려온 대야산 직벽 원경
이제 마지막 곰넘이봉을 넘으려는 순간 료가님이 빠르게 따라오고 자셀히 보니 다른 산우님 배낭을 겹쳐 짊어지고 하산하는 것이 아닌가.
너무나 고맙고 감사한 마음으로 잠시 인사 나누고 마지막 로프 지역 통과하여 바위에 오르니 짐 정리에 바쁘시다.
이곳에서부터 강고집님이 그 배낭 대신 나눠 지고 하산하는 모습에서 아름다운 백두대간 종주대의 마음씨를 다시 한번 알게 되였다. 이런 산우님들이 계시기에 우리 대간 산행은 완주하는 그날까지 계속 이어지리라…
마지막 헬기장 전 전망대에서 앞으로 올라야 하는 장성봉에서 희양산까지의 마루금을 눈에 익히고 헬기장 지나 빠르게 내려오니 일사불란하게 잘 가꿔진 침엽수 조림지가 나오고 좌측으로 돌아 내려오니 그렇게도 보고 싶은 우리 신평 버스의 고운 자태가 눈에 들어 온다.
양기중 사장님이 따라주는 기가 막히도록 시원하게 냉장된 맥주 한잔으로 갈증 달래고 시원한 계곡물에 몸 담고 목욕하며 찌든 땀방울 씻어내니 이제사 정신이 들며 지나온 오늘의 어려운 산행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
다시 산바람님이 또 다른 산우님의 배낭을 짊어지고 돌아오는 모습에서 아름다움을 넘어 고귀한 산우애를 느끼고 마지막 피그대장님 등장으로 버리미기재에서의 또 다른 하루의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현재 시간 17시 04분.
버리미기재로 하산하는 피그 후미대장님
버리미기재
버리미기재의 유래를 찾다 보니 벌어먹이다의 경상도 지방의 사투리로 버리믹이다에서 마지막 다자를 탈락시키고 고개를 의미하는 재를 붙여 "버리미기재"가 되었다는 설을 찾을 수 있었다. 즉 버리믹이다→버리미기다=버리미기재로 변한 것은 아닌지…
닭백숙으로 허해진 몸 데우며 선등과 후미의 어려움을 공유하고 나누니 이제부터 대장으로서의 역할이 별로 없을 것 같은 좋은 예감에 마음마저 새털처럼 가벼워진다.
일년 중 가장 무더운 날씨에 강한 햇살 받으며 가장 험난한 코스를 무사히 완주할 수 있게 도와주고 협조해 주신 산우님들과 기쁨 나누며 올라오는 도중 여주에서 잠시 휴식 가진 후 저녁 9시 40여분 사당에 도착하여 해산하니 몸과 마음이 다시 쇠뭉치가 되어 산행 때보다 더 무거워 옴을 느낀다.
오늘도 선등하며 수고해 주신 사하라님과 이철주님께 감사 드리며, 특히 이철주님은 몸 조리 잘하시고 다음 회 차엔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뵐 수 있기를 바래 봅니다.
늘 후미에서 묵묵히 궂은일 도맡아 해 주시는 피그대장님과 처음으로 피그대장님 도와가며 후미에서 수고 아끼지 않으셨던 현우님, 산바람님, 고산자님 그리고 료가님께 다시 한번 진심 어린 감사를 드립니다.
오늘 처음으로 대간 산행에 참여하신 월척이다님도 즐거운 산행 하셨으리라 믿으며 자주 산행에서 뵐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마지막으로 함께한 산우님들, 정말 고생은 많이 되였지만 생각보다 좋은 날씨 속에 아쉬운 대로 최고의 비경을 볼 수 있었음에 함께 그 즐거움 나눠 봅니다.
늘 건강하시고 다음 구간에서도 건강한 모습으로 인사 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백두대간 산행대장 칠갑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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