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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맥산행(완료)/한남금북(완료)

한남금북정맥 제2구간 말치고개에서 대안리고개까지 산행후기

by 칠갑산 사랑 2010. 3.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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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지 : 충북 보은군과 청원군의 한남금북정맥 마루금 일대

산행날자 : 2010년 02월 27일 (토요일)

산행날씨 : 강한 바람으로 추위를 느꼈던 흐리고 박무낀 날씨

산행온도 : 영하 6도에서 영상 8도

산행인원 : 칠갑산 나 홀로

산행코스 : 말치고개-580봉-524봉-592봉-새목이재-591봉-560봉-구룡치-554봉-수철령-540봉-600봉-백석리고개-422봉-355봉-구티재-515봉-탁주봉(550봉) 왕복-457봉-435봉-작은구티재-465봉-445봉-390봉-보은터널 위 통과-430봉-시루산(482.4봉)-산불감시탑-구봉산(516봉)-435봉-벼재고개-424봉-대안리고개-산행종료

산행거리 : 약 23.10 Km

산행시간 : 조금은 빡쎄게 그러나 때로는 사진 찍으며 여유있게 10시간 10분 (06시 50분 부터 17시 00분까지)

 

 

홀로 타는 롤러코스트에서의 재미와 외로움 그리고 고통의 시간들

 

 

한남금북정맥은 백두대간 마루금의 속리산 천왕봉(1508봉)에서 북서쪽으로 뻗어 충북의 북부 내륙을 동서로 가르면서 이어지다가 경기도 안성의 칠장산에서 그 맥을 다하고 다시 한남정맥과 금북정맥을 분기시키는 정맥으로서 이 산줄기에 속한 산들로서는 속리산 천왕봉에서 말티고개, 구봉산, 국사봉, 선두산, 선도산, 상당산성, 좌구산, 칠보산, 보광산, 보현산, 소속리산, 마이산, 황색골산, 걸미고개를 지나 칠장산 3정맥 분기점까지를 말한다.

3년전 홀로 진행하다 중단한 정맥 잇기를 속리산 천왕봉에서 칠장산으로 내려오며 홀로 걸어 볼 생각으로 나침판과 지도 한장 달랑 들고 무리하지 않지만 그래도 조금은 빡빡하게 진행해 볼 계획이다.

 

황금 연휴가 시작되고 마음은 산으로 달려가지만 옆지기 눈치만 살피고 있다.

금요일 저녁, 이번 주말에는 어느산으로 갈꺼야 ???

기다리던 질문에 재빨리 '막내가 살고 있는 충북의 한남금북정맥' 그리곤 주섬 주섬 배남을 꾸리고 있다.

조금은 빡빡하게 이틀간 롤러코스트르르 타야 하는 구간이기에 집에서 새벽 같이 출발하기로 한다.

무엇이 그리 좋아 떠나는지 정확한 답변은 힘들지만 내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고 또 걸어보지 못한 미답의 등로를 걸으며 각박한 사회에서 쌓인 스트레스를 조금이나마 풀고 그곳 지방에 대해 조금 더 알면 그것으로 족하리란 생각이다. 

 

 

새벽 3시 옆지기가 정성스레 준비해 준 도시락과 과일을 배낭에 담고 미안한 마음으로 집을 나서며 상쾌한 새벽 공기를 가른다.

붐비지 않은 고속도로를 타고 보은으로 들어 말티재로 향하는 37번 지방도로가 무척이나 꼬부랑 도로이다.

본격적인 꼬부랑 도로를 만드는 초입에 '말티재'란 이정표가 눈에 들어 온다.

말치고개와 말티재 무엇이 정답인지 알 수는 없지만 어찌되였던 조선을 건국한 태조 이성계와 연관된 전설이 있는 고개인 것만은 확실한 듯 하다.

어둠속에 말치고개에 도착하니 새벽 5시 20여분, 잠시 더 눈을 붙히고 새벽 6시 20분에 일어나 산행 준비 후 찬바람이 가슴을 도려내는 황량한 고갯마루에서 새벽 6시 40분 길고도 먼 발걸음을 시작해 본다.

 

 

한동안 미끄러운 등로를 타고 코가 땅에 닿을 듯한 된비알 오르막을 치고 오르니 좌측으로 희미하게 장재리 저수지와 마을이 보이지만 디카에는 잡히지 않는다.

짙은 구름이 하늘을 덮고 있어 더욱 어둠이 남겨진 세상, 오늘도 역시 일출을 보는 것은 그저 꿈으로만 남을 듯 싶다.

한동안 진행하니 눈 앞에 거대 검정 차단막이 보이고 그 차단막을 끼고 넓은 임도가 형성되어 있다.

이곳이 바로 산양산삼재배 단지인 모양으로 등로는 이곳에서 좌측으로 90도 꺽어 넓은 임도를 타고 진행하면 된다.

 

 

새벽 여명이 밝으며 580봉에서 보니 앞으로 올라야 할 524봉과 592봉이 쌍봉으로 희미하게 눈 앞에 나타난다.

그 봉우리를 목표 삼아 진행하니 검정 차단막과 헤어졌다 만나기를 다시 하고 무득 좌측을 바라보니 지금까지 잡히지 않던 장재리 마을과 저수지가 카메라에 담겨지고 잠시 호흡 가다듬으며 흐르는 땀방울을 닦아 본다.

그러고 보니 오늘 날씨는 구름이 잔뜩 낀 흐릿한 날씨에 기온은 낮지 않지만 불어오는 바람이 강하여 매우 춥게 느껴지는 날씨이다.

 

 

우측에 산양산삼 재배 단지를 보호하기 위한 검정 차단막을 두고 호젓한 등로를 홀로 걸어가는 기분이 묘하다.

특히 지난 밤 내린 이슬이 살짝 얼어 붙어 서리처럼 돋아나 있고 촉촉하게 젖어 있는 낙엽이 꼭 가을날 낙엽 산행을 하듯 그런 느낌으로 걸어 가 본다.

그러나 문득 좌측을 보니 잡목 사이 저 멀리 보은읍내가 드러나 있다.

이렇게 정맥 산행이 아니면 들리지 못할 보은읍, 오늘 하룻밤 묵어야 할 곳이기에 더욱 사진으로 잡아보려 애쓰지만 생각보다 좋은 사진으로 남기질 못했다.

 

 

한시간 여 함께 진행하던 산양산삼재배 단지 보호용 검정 차단막과 헤어지고 새목이재 지나 본격적인 롤러코스트를 타면서 내세울 것 없는 잡목지대에서 그래도 참으로 홀로 보기 아까운 등로 위 낙엽을 담아 본다.

수북히 쌓인 낙엽 위에 살짝 내려 앉은 하얀 서리 그리고 그 위를 사각거리며 지나는 작은 산객, 가끔 내 자신의 발자국 소리에 놀라 소스라치며 놀라 살펴보는 시간이기도 하다.

 

 

이제부터 본격적인 롤러코스트를 타며 진행한다.

고도가 높지는 않지만 연속으로 오르락 내리락을 반복하다 보니 조금은 힘에 부치기도 하고 또 땀방울이 얼굴을 타고 등로로 떨어져 내린다.

바람은 차갑게 살갗을 파고 들지만 두꺼운 장갑을 낄 정도는 아니기에 그냥 진행하니 흔적 찾기도 힘든 구룡치 지나 암봉으로 된 554봉 넘어 수철령에 도착한다.

이곳 역시 저 큰 나무 한그루가 아니였다면 그냥 지나쳤을지도 모를 그런 평이한 안부였다.

 

 

다시 좌측 잡목 사이로 종곡리와 동곡저수지가 아름답게 놓여있고 그 좌측으로 보은이 조용히 자리잡고 있다.

내가 태어나 어린시절을 보냈던 충남 청양과 별반 다름이 없는 풍경에 잠시 어린시절의 추억을 떠올려 본다.

산이 있고 저수지가 있으며 내가 먹고 살기 위한 논밭이 있는 곳 그리고 부모형제들이 살아 있는 고향이기에 더욱 잊지 못하고 가슴 한곳에 남겨두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이제 530봉에 올라 조금 더 진행하니 묘2기가 있는 전망이 트이는 장소에 도착해 앞을 바라보니 저 멀리 오늘 산행중 최고봉인 600봉이 결코 쉽지 않은 산행을 예고하듯 당당히 서 있다.

그래도 오랫동안 산행을 하면서 얻은 진리중 하나인 보이면 끝나는 것이다 란 명언을 떠 올리며 고통보다는 재미와 희열을 생각하며 걸어가 보지만 몇발자국 가지 못해 지독한 외로움에 잠시 쉬어 간다.

자연의 나무와 공기 그리고 이름모를 산새들이 있지만 이야기 할 수 없기에 가끔 이렇게 지독한 외로움을 느끼는지도 모를 일이다.

 

 

이제 600봉 가는 길에 마음을 비우고 진행하니 기왓장처럼 조각나는 편마암인지 어떤 바위인지 알 수는 없지만 흔히 볼 수 없는 특이한 바위들이 많이 널려 있는 모습에 자꾸만 눈길이 간다.

이렇게 등로 위에 박혀 있는 모습조차 생소하고 특히한 현상으로 다가온다.

 

 

오늘 산행중 최고의 높이를 자랑하는 600봉이지만 특이한 이정표나 물건도 없고 또한 잡목으로 인해 조망도 없기에 곧바로 등로를 타고 계속 진행하니 내리막 경사를 타고 저 멀리 백석리 마을이 내려다 보인다.

민가 몇채가 보이는 작은 마을로 마을 앞으로는 37번 지방도로가 지나고 논밭들이 보이며 가끔 인삼밭도 보인다.

그리고 대부분의 민가에서는 한우를 키우는 축사를 보유하고 있는 듯 보였다.

 

 

논밭을 거쳐 내려가며 처음으로 인공 수로를 지나 흐르는 물을 건너 본다.

산자분수령이라 했지만 인구가 늘면서 어쩔 수 없이 이런 맥 잇기 산줄기에도 인공적으로 만들어 놓은 수로에는 속수무책인 듯 보인다.

큰 수레도로를 타고 내려가니 금새 시멘트 도로가 반기고 그 아래 거대한 한우 사육을 하고 있는 축사가 보인다.

원 정맥 등로는 저 축사 좌측 밭둑을 타고 진행해야 되지만 가시덤불과 확실치 않은 등로로 인해 좌측 시멘트도로를 타고 진행하다 삼거리에서 좌측으로 틀어 계속 시멘트도로를 타고 37번 2차선 지방도로까지 이동하면 큰 무리없이 진행 할 수 있을 듯 싶다.

 

 

이제 37번 2차선 지방도로와 만나는 지점까지 내려 왔다.

백석리와 문암리를 이어주는 백석리고개에서 도로 건너 두개의 오목 거울 사이로 난 등로를 타고 오르면 곧바로 시멘트 도로가 나타나고 그 시멘트 도로를 타고 조금 진행하다 삼거리에서 좌측으로 틀어 진행하면 양쪽으로 밭이 나오고 그 밭이 끝나는 지점 우측으로 능선을 향해 넓은 임도 하나가 나 있다.

그곳으로 오르면 좌측으로 많은 묘지들이 있고 그 뒤에 공사장에서 사무실로 사용하는 임시 콘테이너 건물 하나가 서 있는데 그 앞 능선으로 많은 띠지들이 나풀거린다.

 

 

능선으로 오르기 전 묘지 위에서 지나온 등로를 바라 본다.

밭들 사이로 방금 전 산객이 타고 올라 온 시멘트 도로가 보이고 고추밭이 끝나는 지점에 37번 지방도로가 지나며 그 건너 밭 사이로 다시 시멘트 도로가 보인다.

그 중간에 하얀게 탈색된 보리밭이 보이고 그 보리 밭 끝자락에 큰 하얀 농산물 집하장 건물에 발간 지붕이 보이는데 저곳에서 우측으로 꺽어 등로는 이어지고 있으며 저 등로를 타고 여기까지 진행해온 것이다.

 

 

백석리고개를 지나 422봉을 넘자 곧바로 우측으로 못골이 나타나며 그림같은 풍경이 펼쳐져 있다.

그냥 지나칠 수 없어 사진 한장에 담아 본다.

이제 조금은 구름이 걷히며 푸른 하늘이 드러나 있고 그 사이에 하얀 뭉게구름이 참으로 평온한 시간을 만들어 준다.

 

 

구티재 가는길에 등로 옆 홀로 서 있는 TV 난시청 해소를 위한 인공 구조물도 지난다.

이 작은 공간의 자연 훼손으로 많은 사람들이 조금은 더 편안하고 안락한 삶을 살아 갈 수 있다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였음을 알면서도 조금 더 자연 친화적인 방법은 없었을까 아쉬운 시간이기도 하다.

그래도 이 산객에게는 산행의 이정표로 활용 할 수 있으니 그것으로 위안을 삼아본다.

 

 

 이제 구티재가 보이고 그 구티재 넘어 올라야 할 탁주봉 전위봉이 보인다.

처음에는 저곳이 탁주봉인줄 알고 왜 저리 나즈막한 높이를 가지고 있는 곳에 550봉이라 했을까 궁금했는데 오르다보면 입안에 단내가 날 정도로 오르고 또 올라야 만나는 탁주봉임을 실감하게 된다.

 

 

드디어 구티재에 도착한다.

575번 지방도로가 지나는 고갯마루로서 동화리와 산외를 연결해 주는 도로로서 생각보다 차량의 소통은 많지 않은 듯 보인다.

산세가 거북이 모양을 닮았다는 설과 아홉구비를 돌아 올라야 하는 고개이기에 구티재라 하였다는데 그저 설로만 있는지 아니면 정말 그런 모양을 하고 있는지는 알길이 없다.

 

 

이제 오늘 산행 중 가장 힘들게 올라 가장 멋진 풍경을 감상 할 수 있는 탁주봉 정상으로 향한다.

마을 산불 감시 요원으로 활동중인 젊은이를 만나 탁주봉 정상에 있는 산불감시초소까지 동행하며 많은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으로 남겨 둔다.

정상에 올라 동쪽을 바라보니 동화리를 가운데 두고 우측으로 백석리와 좌측으로 원평리가 그림같은 마을을 형성하고 그 저 멀리 활목고개에서 부터 속리산을 거쳐 형제봉과 구병산으로 이어지는 장쾌한 충북알프스가 한눈에 들어 온다.

장관이 아닐 수 없다.

   

 

눈을 서쪽으로 돌리니 그곳에는 올망졸망하면서도 아기자기한 앞으로 올라야 할 능선들이 롤러코스트의 끝은 아직 멀었다면 그 위용을 자랑하고 있다.

높이는 높지 않지만 오르고 내려야 할 그 굴곡이 심한 능선에 현기증이 날 지경이다.

  

 

남동쪽으로는 방금 전 어렵게 올라 온 정맥 능선이 햇살을 받아 눈부시게 빛나고 있다.

바로 앞에 높아 보이는 전위봉으로 뒤돌아 내려가 우측으로 틀어 진행해야 오늘의 정맥길을 이어갈 수 있으리라

그 젊은 청년과 많은 산사랑과 입산통제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고 아쉬운 이별 인사를 나눈 뒤 다시 전위봉으로 뒤돌아 내려 와 정상 등로를 타고 진행 해 본다.

 

 

탁주봉에서 내려 와 평이한 낙엽 등로를 타고 진행하니 금새 456.7봉에 안착한다.

그곳에서 요상하게 생긴 삼각점을 발견하곤 홀로 실소를 금한다.

어떤 사연이 있길래 저토록 요산한 몸짓으로 이 정상을 지키고 있는지 알길이 없어 답답하기만 하다.

그래도 산객에게 산행의 이정표 역활을 해 주니 고맙기 그지없는 모습이다.

 

 

다시 땀 흘리며 435봉에 오르니 우측으로 방금 전 올랐다 내려온 탁주봉 정상과 산불감시초소 그리고 전위봉이 한눈에 보인다.

서서히 허기가 지기 시작하고 시간을 보니 12시가 가까워지고 있다.

아침 3시에 누룽지를 먹고 나와 지금까지 굶었으니 허기가 질만도 하다.

탁주봉이 올려다 보이는 이곳에서 간단히 준비한 도시락을 먹고 체력 보충을 한 다음 내리막을 타고 계속 전진해 본다.

 

 

천천히 발길을 돌려 내리막 타고 내려오니 작은 구티재를 통과하는 차량 소음이 간간히 들려오고 그 작은 구티재 넘어 올라야 할 465봉이 부드럽게 손짓하며 부르고 있다.

하얀 잡목과 푸른 소나무가 어울려 멋진 등로를 만들고 있지만 저곳을 오르기 위해 또 얼마의 땀방울을 흘려야 할련지...

 

 

드디어 작은 구티재에 도착한다.

산대리와 구티리를 연결해 주는 고갯마루로서 많은 차량의 소통은 없는듯 한산하다.

산대리쪽 도로와 마을을 담아 본다.

 

 

작은 구티재를 넘어 부드러운 능선을 타고 465봉 오름길에 방금 전 내려 온 435봉을 바라보니 저 능선 역시 나즈막하게 아름다워 보이지만 롤러 코스트를 타고 넘는 능선이란 생각보다 힘이 들고 고통이 따르고 있다.

많은 맥 잇기 산행을 해 봤지만 오늘 산행이 고도와 관계 없이 무척 힘들고 어렵다는 느낌은 지울 수 없다.

 

 

 465봉에 오르니 바로 앞에 뾰족히 솟아 오른 492봉 넘어 좌측으로 445봉이 보이고 저 멀리 계속 이어진 내일 올라야 할 선두산과 선도산이 톱날 능선을 자랑하며 산객의 힘을 빼앗가 버린다.

보이면 끝이라는 평범한 진리도 오늘 이 시간만큼은 통하지 않을 것 같은 멀고도 두려운 롤러코스트 능선인 것이다.

 

 

492봉 오름길에 보였던 자작나무 조림지이다.

나무껍질이 묘하게 벗겨지며 안쓰럽고 안타까운 사람의 마음을 자극하는 나무, 하지만 그 조림지를 타고 오르는 급경사 492봉 오름길은 최고의 고통으로 산객을 압박하고 있다.

수많은 땀방울을 등로에 뿌린 다음 힘겹게 그 봉우리 정상에 오를 수 있었다.

 

 

이제 다시 고만고만한 능선을 타고 롤러코스트의 최고조를 향한 발걸음이 무겁다.

잡목과 오르내림이 심한 등로를 타고 진행하기에 특별한 것이 없어 그냥 무심결에 발걸음만 옮기고 있다.

그렇게 무심하게 진행하다 보니 청원과 보은을 연결해 주는 보은터널 위를 지나 우측으로 작은 실개천이 정맥길의 말동무가 되어 주고 있다.

385봉 지나 이름없는 안부에 도착 해 이곳만의 전설이 깃들어 있을 법한 작은 고개를 넘는다.

 

 

이제 시루산 오름길과의 말없는 전쟁이다.

체력적인 어려움이 가중되면서 이제 나즈막한 봉우리 하나를 오르는 것도 힘들다.

그래도 간간히 보여주는 이런 제단과 이름없는 볼거리들이 무거워진 산객의 다리품을 덜어 주고 있다.

마을 사람들의 안녕과 가족의 평온을 빌었을 법한 제단이다.

 

 

430봉을 넘고도 한동안 잡목으로 조망없는 등로를 진행한 다음에야 드디어 시루산에 도착한다.

돌탑과 돌 삼각점이 그 정상을 대신하고 있다.

멀리에서 보면 시루를 엎어 놓은 듯한 모습이라 시루산이라 했는가 보다.

그래도 정맥 줄기의 당당한 이름을 가지고 있는 산인데 그 정상에 변변한 정상석 하나 없음이 아쉽다.

 

 

시루산에서 480봉 오르는 중간에 채석장이였던 장소가 나타나고 그 가파른 경사를 어렵게 타고 내려와 그 아픈 상처를 담아 본다.

그러고 보니 이곳 등로 주변에는 크고 작은 채석장이 많음을 알 수 있고 그 자갈들 역시 다른 곳과 다른 종류의 질좋은 바위들임을 알 수 있다.

다만 사람들의 편이를 위해 돈벌이를 위해 깍아낸 산자락을 원상 복귀시킬 책임 역시 우리들 인간임을 아쉬워 해 본다.

 

 

 480봉에 오르자 지나온 능선이 한눈에 보이며 그 아름다운 롤러코스트를 타고 넘어온 작은 산객의 발걸음에 찬사를 보내고 있다.

이제 목적지도 얼마 남아 있지 않지만 늘 경험상 가장 위험하고 안전에 신경 써야 되는 시간임을 알기에 다시 조심하며 남아 있는 맥 잇기의 장도를 향해 진행해 본다.

 

 

그렇게 힘들게 진행하니 드디어 마지막 이름있는 구봉산 정상 직전의 산불감시 초소에 도착한다.

너무나 시원한 조망에 잠시 서성이며 물한모금 마셔 본다.

예상했던 시간에 예상했던 장소에 도착한 기쁨이 배가 되는 시간, 끝없이 오르고 내렸던 롤러코스트의 완주도 이제 얼마 남아 있지 않은 시간이다.

 

 

이제 마지막 구봉산에서 가야 할 435봉과 아곡리를 굽어 본다.

그저 평범했을 작은 능선이 맥 잇기 산행의 당당한 일원이 되면서 너무나 위대한 산줄기로 변하는 순간이기도 하다.

이제 저 산줄기를 타고 내려가다 오른쪽으로 돌아 내려가면 오늘 산행의 목적지인 대안리 마을에 도착 할 것이다.

자 이제 마지막 힘을 내보는 거야...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옮기며 힘들게 내려가 435봉을 넘어 내려가니 아름다운 소나무가 열병하며 도열해 어렵게 완주를 목전에 둔 산객에 큰 박수를 보내고 있다.

향기로운 소나무 향기를 맡으며 마지막 힘을 짜내 본다.

 

 

이제 벼재고개로 내려가는 마지막 등로에 도착하니 등로 우측으로 새로운 산업단지가 들어서 있고 신축 공장 건물들이 들어서 있다.

등로 좌측으로는 망가진 철조망이 함께 따라 내려오고 있고 이 건물이 모두 완공되면 혹시 이 등로도 막히지 않을까 걱정도 된다.

부디 사람과 자연이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이 마련되길 바랄 뿐이다.

 

 

이제 벼재에 도착해 작은 2차선 포장도로를 건너 저 앞에 보이는 인삼밭 앞에 나 있는 임도로 들어가면 마지막 봉우리를 향할 것이다.

가파른 등로를 타고 조심하며 내려가 포장도로에서 등산화에 묻어 있는 진흙을 털어 본다.

새로운 공장에서 정맥 산행을 하는 산객들을 위한 작은 등로 하나 제대로 마련해 주길 간절히 바랄 뿐이다.

 

 

눈 앞에 거대하게 보이기만 하던 마지막 424봉을 끝까지 오른다는 생각으로 마음 생각없이 오르다보니 8부 능선에서 좌측으로 우회하여 그 봉우리 정상을 오르지 않고 대안리 고개로 내려가고 있다.

간사한 마음을 억누르며 내려가니 몇기의 묘지들이 늘어 서 있는 곳에 도착하고 시계를 보니 이제 오후 4시 35분을 지나고 있다.

이곳에서 베낭 내려 남아 있는 간식을 먹고 장비 정리한 후 천천히 대안리고개로 내려가니 그곳에서 다시 몇기의 묘지들이 더 나타나고 마지막 잡목 사이로 난 등로가 예쁘다 못해 멋스럽기까지 하다.

마지막 발걸음을 옮기며 닷기 간사한 인간의 마음을 읽는 시간이다.

 

 

드디어 대안리고개에 내려선다.

보은군 내북면 대안리와 아곡리를 이어주는 19번 지방도로로 오늘 산행의 마지막 고개이다.

내일 어둠속에 이곳에서 다시 현암삼거리까지 무사 완주를 마음속으로 빌며 지나온 등로에게 감사의 인사를 건넨다.

 

 

 대안리 마을로 들어가는 길목 좌측으로 나 있는 다음 구간 산행 들머리를 확인하고 지나는 택시를 타고 보은으로 들어가 애마를 회수한 후 대호장과 목욕탕에서 하루의 피로를 푼다.

그곳 주위를 돌아다니다 24시간 영업하는 해장국집을 발견하곤 맛난 저녁 식사와 소맥 몇잔으로 하루를 마감하고 내일의 장도를 위해 뜨거운 잠자리에 들어 꿈나라로 향한다.

 

길고도 멀었던 롤러코스트 구간, 아무 사고없이 제시간에 무사히 내려옴을 자축하며 또 한구간 어렵게 완주한 것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려 본다.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칠갑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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