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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 후기/서울의 산

삼성산 산행 후기

by 칠갑산 사랑 2009. 9.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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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지 : 서울 관악산 옆 삼성산 돌아보기

산행일자 : 2009년 9월 23일 (수요일)

산행날씨 : 약간의 황사가 있었으나 대체로 맑은 날씨

산행온도 : 영상 15도에서 영상 27도

산행인원 : 칠갑산 나 홀로

산행코스 : 관악산 정문-호수공원-제1광장-제2광장-깃대봉 국기봉-삼막사 철탑-삼성산 정상 국기봉-

               삼막사 임도-철탑-깃대봉-번뇌바위-제2광장-제1광장-호수공원-관악산 정문

산행거리 : 약 8 Km

산행시간 : 약 5시간 20분 (쉬며 사진 찍고 널널하게 16시 10분부터 21시 30분까지)

 

 

일몰과 야경을 담기 위해 오랫만에 들린 삼성산 이야기

 

 

너무 가까이 잇기에 멀리했던 삼성산, 관악산 옆에 붙어 있는 산이기에 그 이름마저 잊혀져 가는 산이지만 이곳 역시 대도시의 허파 구실을 하며 아름다운 암릉미를 자랑하는 산꾼들에게는 당당한 봉우리로 알려진 산이다.

오늘은 산행보다는 새로 장만한 카메라의 성능 시험과 사진 찍는 기술 연마에 중점을 두고 집을 나선다.

그래도 오름길에는 별 특이한 풍경이 없기에 땀 한번 흠뻑 흘리며 산행다운 산행을 해 본다.

 

오후 4시를 막 넘긴 시간, 모든 등산인들이 하산하기 바쁜 시간에 홀로 큰 배낭 속에 큰 카메를 넣고 오르는 시간이 여간 낯설지가 않다.

처음에는 관악산 정상에 올라 멋진 일몰과 야경을 잡아보려 했지만 뜨거운 시선을 피해 가능하면 등산객들이 많지 않은 삼성산으로 발길을 돌린다.

빠르게 칼바위 능선 갈림길과 호수공원을 지나 호젓한 산길을 따라 삼성산 장군봉으로 오르는 시간이 오후 5시를 넘기고 있다.

온 몸에선 쉼없이 굵은 땀방울이 솟구쳐 흐른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늘 야등 하산코스로 이용했던 등로를 약간 변형해 오른 것이다.

 

장군봉 깃대봉 오르기 직전 넓은 마당바위에 앉아 서울시내와 안양으로 통하는 길목에 서 있는 경인교대 그리고 저 멀리 서해바다쪽을 조망하며 쉬고 있는데 산비둘기 한마리가 날아와 옆에 앉아 먹이를 달라는 듯 서성이고 있다.

비둘기를 가까이에서 볼 수 있다는 즐거움과 함께 자연에서 스스로의 힘으로 살아가지 못하고 인간이 던져주는 먹이를 먹으며 살아가는 생물들로 인해 파괴되어가는 자연의 한단면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하기도 하다.

서산으로 기울어 가는 햇살을 받아 더욱 선명하게 그 모습 보여주는 암봉 위 펄럭이는 태극기가 인상적이다.

 

장군봉 국기봉에 오르자 약간의 황사가 드리워져 있지만 그래도 넓게 조망되는 시야에 흘렸던 땀방울 식히며 잠시 휴식을 취한다.

늘 봄의 유령처럼 한반도를 덮쳤던 황사가 올해에는 이 가을 날씨에도 찾아온다니 파괴되어가는 자연의 재앙 앞에 작고 작은 인간의 현실을 체험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남쪽으로 올라야 할 삼막사 위 철탑과 삼성산 정상의 태극기가 펄럭이며 아름다운 능선을 깔아 놓고 있다.

호암산에서 삼성산 지나 관악산까지 자주 종주 산행을 즐기며 지났던 능선들이기에 반가움이 앞선다.

 

동쪽으로는 무너미 고개로 이어지는 계곡 위로 하얀 암봉을 드리운채 당당히 서 있는 관악산 연주대와 송신탑이 앞을 가로막는다.

수없이 오르고 올랐던 곳이지만 볼때마다 새롭게 각인되어 오는 모습에 산행의 묘미에서 멀어지질 못하는 가 보다.

조만간 저 아래 계곡을 통해 무너미로 올라 팔봉을 거쳐 오봉으로 내려오는 등로를 따라 달라지는 서울의 야경을 담아보자 다짐해 본다.

 

황사의 영향으로 흐릿한 시야가 그래도 저 멀리 한강과 남산 타워까지 보여주고 발아래 펼쳐진 거대한 아파트 단지들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곳 서울에 살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듯 하다.

이제 바쁜 일상을 마무리하고 편안한 보금자리로 돌아가 하루를 마감하기 위해 바쁘 움직이는 수많은 사람들의 안식처가 되어 줄 공간들이겠지...

다만 저 북쪽 하늘아래 봄으로도 당당히 서 있을 삼각산과 도봉산의 아름다운 자태를 만나지 못함이 못내 서운하다.

 

장군봉에서 바라 본 또 다른 서울의 풍경이 새롭게 다가온다.

삼성산 칼바위 능선 넘어 관악구와 동작구의 아파트들과 고층 빌딩들이 하늘 높은 줄 모르게 솟아 있고 그 우측 한가운데에 여의도 63빌딩도 보인다.

황사가 없는 선명한 날씨라면 좀 더 아름다운 서울의 풍경을 담을 수 있었겠지만 그래도 오늘의 주인공은 야경과 일몰이니 조금만 더 참고 기다려 본다.

  

4 - 5년전 부터 야등을 하면서 밤에 수없이 올랐던 삼성산 칼바위 능선에서 이곳 장군봉까지 이어진 능선이 참으로 곱고 아름답다는 생각이다.

헤드렌턴을 비추며 오를땐 많은 암봉들로 인해 조금은 위험하다고 생각했었는데 푸른 소나무 숲에 가려진 등로오 능선은 참으로 멋지고 아름다운 또다른 매력을 보여주고 있다.

서산으로 기울어 져 가는 햇살을 받아 더욱 그런 모습으로 다시 태어나는지도 모를 일이지만...

  

장군봉을 내려 와 철탑으로 이동하며 뒤돌아 보니 방금 전 휴식을 취했던 장군봉의 암봉과 태극기가 더없이 한가롭고 멋지게 서 있다.

산객의 마음조차 빼앗아 갈 그런 아름다운 모습이다.

그냥 지나칠 수 없어 사진 한장에 담아 본다.

지금까지 오르며 느끼지 못했던 아름다움과 멋스러움이 묻어나는 시간이다.

 

철탑으로 오르며 다시 뒤돌아 보니 방금 전 지나온 장군봉 능선이 말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의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어느 깊고 높은 산에 오르며 느끼는 감정 그대로를 오늘 이곳 삼성산에서 다시 느끼리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기에 가슴마저 벅차 오른다. 

이것이 여유로운 산행이 가져다 주는 환상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철탑 오르며 거북바위 가기 전 등로 옆에 사람 얼굴을 한 바위가 보여 깜짝 놀랐다.

다가가 살펴보니 누군가 얼굴 형상을 그린것도 같고 자연 그대로 생겨난 듯도 보이지만 아무래도 누군가가 정교하게 그린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 더 기울어 진다.

그래도 이렇게 보지 못했던 바위를 보면서 홀로 웃음 지을 수 있음에 고마운 시간이다.

  

철탑이 거대하고 그 앞에 놓여있는 황금빛 바위가 서산에 지는 가을 햇살을 받아 빛나고 있다.

사람의 황혼에도 이런 빛으로 가득 찰련지...

세상에 빛을 남기고 말없이 사라지는 그런 삶이 되길 바래도 본다. 

 

드디어 삼성산 국기봉 오르는 마지막 암봉에 도착한다.

수없이 올랐던 곳이지만 이렇게 오랫만에 햇살을 받으며 오르니 감회가 새롭다.

늘 밤의 전사가 되어 별을 땄던 곳, 언제 다시 밤의 전사가 될 수 있을지...

 

등산객이랄까 아니면 산행인들을 위함일련지, 각 지자체에서 산상에 세워 놓은 정상석이 이곳에도 세워져 있다.

올 6월 설치를 했으니 이 객에게는 생소할 수 밖에

그래도 이렇게나마 그 정상에 정상석 하나 세워주니 마음만은 한결 편안해 짐을 느낀다.

다만 자연은 자연 그대로 존재할 때 그 존재 이유가 있음을 인지하고 조금이나마 인간의 손길이 묻어나지 않도록 세심한 배려가 필요한 시점은 아닌가 생각해 본다.

 

이제부터 기다림의 시간이다.

하루동안 세상을 밝혔던 햇살이 구름과 저 멀리 서해바다로 사라지며 마지막 불꽃을 태우는 장면은 어느곳 어느 시간에 만나도 황홀경 그 자체이다.

 

지금 이 시간 아무 말도 필요 없다.

다지 보고 느끼는 것을 가슴에 담아두면 그뿐인 것을...

저 떨어지는 해를 보며 욕심없이 살다 떠나는 삶을 생각해 본다.

 

점점 작아지는 햇살 그리고 멀어지는 밝음, 어둠이 찾아오고 그 어둠속에서 빛을 찾아 다시 헤매이고 있겠지...

 

내 황혼의 빛깔이 있다면 그 색은 무슨색일련지...

붉게 물들어 가는 하늘과 밀려오는 어둠속에 더욱 선명한 노을, 이런 느낌을 간직하고자 이렇게 또 어둠을 뚫고 올라온 것이리라

 

석양의 노을이 점점 사라져 가는것과 동시에 사람들로 가득찬 도심은 인공 불빛이 고개를 들기 시작한다.

안양시내와 그 아래 남쪽으로 이어진 저녁 노을과 인공 불빛이 묘한 조화속 부조화를 이루고 있다.

 

이제 완전히 어둠속에 잠긴 도심에 피어나는 인공 불빛이 화려함을 뽐내고

  

어둠이 깊어 갈수록 더욱 선명하게 빛을 발하는 서쪽 노을이 인상적이다.

도심속에 신선한 공기를 주입시켜주는 나즈막한 봉우리들 사이로 저녁이 익어가고 있다.

안양시내와 군포쪽 그리고 산본을 지나 인천쪽으로 뻗어 내린 도로의 불빛이 오늘 따라 더욱 선명하다

 

불야성을 이루는 안양시내 전경 

 

서울과 안양을 이어주는 도로와 가까운 경인교대 그리고 도심과 도심사이에 솟아있는 능선을 따라 피어난 인공 불빛이 환상을 노래하고 그 위에 떠 있는 초생달이 산객의 마음을 어지럽히고 있다

 

같은 모습이지만 조금 더 가까이 잡은 모습이 어딘지 모르게 낯설고

 

삼성산에서의 시간을 보내고 철탑을 돌아 다시 장군봉으로 되돌아 와 바라본 서울 야경이 더욱 불야성을 이루며 그 정점에 한강을 앞에 둔 남산타워가 서 있다.  

 

대학의 요람이라는 서울대학교가 발아래 머물고 휘황찬란한 불야성을 이룬 시내를 지나 저 멀리 남산타워가 방향타 구실을 하고 서 있다 .

그 앞으로 반짝이는 한강과 한강다리들이 또한 밤의 열기를 북돋고 그속에 자리한 보금자리를 찾아 어둠의 전사는 하산하고 있다.

 

모든 추하고 악한 것을 묻어 버리고 어둠속 희망과 찬란한 불빛이 되어 돌아 온 서울 야경이 오늘따라 산객의 가슴을 파고 들며 잠못이루는 시간이 된다.

 

감사합니다.

 

칠갑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