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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맥산행(완료)/한북정맥(완료)

한북정맥 제6차 아리랑고개에서 큰넓고개까지 산행 후기

by 칠갑산 사랑 2009. 1.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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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지 : 경기도 포천과 가평의 47번 국도상에서 수원산과 국사봉 거쳐 큰넓고개까지 한북정맥 줄기

산행날자 : 2009년 01월 03일 (토요일)

산행날씨 : 맑고 화창한 날씨였으나 약간의 박무로 인한 시야 제한

산행온도 : 영하 4도에서 영상 8도까지

산행인원 : 3450온누리 산악회 36명과 함께

산행코스 : 47번 지방도로 지하차도-443.6봉-424.7봉-명덕삼거리(천마지맥 시작점, 56번 지방도로)-개 사육장-

               수원산 갈림길-수원산 정상-수원산 군부대 막사 끝 공터(점심식사)-헬기장1-약수터 갈림길-

               약수터 정상-약수터-약수터 정상-약수터 갈림길-헬기장2-헬기장3-585.5봉-송전탑1(60)-

               541전망바위(국사봉 이정표)-송전탑2-송전탑3(58)-송전탑4(57)-송전탑5(56)-

               547봉(국사봉이지만 표식 없음)-채석장-육군사관생도위령탑-큰넓고개

산행거리 : 약 15.00 Km

산행시간 : 약 6시간 (10시에서 16시까지)

 

 

새해에 떠나는 맥 잇기 산행

 

 

새해들어 첫 산행이다.

대전 근방의 고리산과 월류봉에 올라 새해 소원도 빌고 또 무사 산행을 기원하려던 계획이 갑작스런 외삼촌의 타계로 무산되고 그 슬품이 채 가시기도 전에 오르는 길이기에 몸도 마음도 아품으로 가득한 시간이다.

그래도 빠지지 않고 이어오던 맥 잇기 산행을 새해에도 할 수 있기에 모든 아품을 잊고 달려 가 본다.

늘 보고 또 다녀 온 곳이지만 새해라는 특별한 시기와 맞물려 새로운 세상으로 들어가는 기분만은 상쾌하다.  

 

지난 회차 눈에 덮혀 어렵게 내려온 운악산 능선이 저 멀리 아름다운 추억속에 묻히고 있다

 

만석에 가까운 참석율로 인해 좁아진 자리가 좀 불편하지만 함께 할 수 있는 산행이기에 기쁨은 배가되고 있다.

회차가 진행 될 수록 점점 가깝게 다가오는 산행 들머리, 늦게 출발하고 내촌 휴게소에서 충분한 휴식을 취했지만 들머리 도착 시간은 별반 다를 것이 없다.

10시가 가까워진 시간, 47번 지방도로 지하차도를 지나 버스에서 내리니 차가운 겨울 찬바람이 얼굴을 스치고 지나지만 차갑다는 느낌보다는 상쾌하고 산뜻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잠시 47번 지방도로를 우측에 두고 포장도로를 타고 오르다 넓은 공터에서 스트레칭으로 몸을 풀어 본다. 

 

산행 들머리에서 스트레칭하며 군부대로 연결된 포장도로를 담아보고

 

잠시 스트레칭 하는 사이 우측 47번 지방도로 건너편을 바라보니 운악의 멋들어진 암봉과 능선이 반갑게 인사하고 좌측으로 90도 꺽이며 포장도로 옆으로 많은 띠지들이 나풀거리고 있다.

지금까지 수많은 산우님들이 다녀가고 또 발자취 남기며 후답자들을 위해 정성스럽게 달아 놓은 띠지들의 반가움에 마음까지 들뜨게 만들고 있다.

좀 많은 산우님들의 참석으로 새해 벽두부터 활기찬 한북정맥길이 열리고 있는 순간이다. 

 

포장도로를 타고 진행하니 군부대 철문이 나타나고 그곳에서 우측으로 꺽어 철조망을 타고 등로는 이어진다.

 

일렬로 길게 늘어진 꼬리 한쪽을 잡고 포장도로를 타고 좌측으로 들어서니 금새 굳게 닫힌 군부대 철문이 길을 가로막고 그곳에서 우측으로 나 있는 군철조망을 따라 본격적인 정맥 산행길을 열어간다.

방화선처럼 시원하게 단장된 군철조망을 따라 오르니 지난 어린 시절의 추억이 떠오르고 잠시 내가 서 있던 그 철조망과 이곳의 차이는 무엇일까 찾아 보지만 날씨만큼이나 을씨년 스럽기는 매 마찬가지로 차이는 없는 것 같다.

다만 47번 지방도로를 따라 길게 줄지어 늘어선 봉수리 마을이 그나마 이곳에는 내가 있던 곳보다 사람들이 생활하는 곳임을 알려주고 있을 뿐이다.

 

군철조망을 따라 오르니 다시 우측 능선으로 등로가 갈라지고 그곳에는 낙엽길이 열려 있다.

 

다시 군철조망을 따라 올라오는 산우님들의 행렬이 너무나 아름다워 서성이며 바라보다 좀 더 진행하니 우측 능선으로 등로가 갈라지고 그곳으로 오르니 지난 가을을 회상시키는 낙엽이 발목을 덮으며 바스락 거린다.

군부대 철조망과 어우러져 황량하게 보이는 이곳도 다시 봄이 오면 삶이 충만한 푸르름으로 변해 오르는 산객들에게 휴식처를 제공하겠지...

장소와 시간에 따라 달리 보이는 등로가 있고 또 그것을 느끼기에 다시 이곳을 찾아 오는가 보다.

다만 한가지 등로 우측으로 보이는 채석장으로 인해 자연이 통째로 사라지는 현장에 가슴이 무너진다

 

능선길을 따라 443.6봉에 올랐다 다시 군철조망을 만나 따라가니 저 멀리 앞쪽으로 수원산이 보인다.

 

완만한 오르막을 따라 443.6봉에 올라 후미 기다리며 옷가지 정리한 후 지금까지 북서쪽으로 오르던 등로를 270도 바꿔 이곳에서 남서쪽으로 크게 꺽어 진행한다.

푹신한 낙엽을 밟으며 약간의 잔설이 길을 밝히는 등로를 따라 진행하니 다시 아까 헤어진 군철조망과 만나고 그 시원하게 뚫린 길을 따라 오르락 내리락 해 본다.

등로 좌측은 군부대가 막아서고 우측으로 올라야 할 수원산이 조망되며 정상에는 인공 시설물이 서 있고 그 주위를 하얀 설원이 펼쳐져 있다.

제법 높아 보이는 정상이지만 한발 두발 오르다 보면 또 금새 정상에 닿겠지... 

 

망루가 서 있는 군부대 철조망에서 바라 본 철조망 넘어 운악산 능선

 

군 철조망을 타고 진행하니 다시 등로는 우측 능선으로 분기되고 그 길을 따라 지그재그로 이어지는 등로를 따라가 본다.

급하지도 험하지도 않은 등로 위엔 간간히 잔설이 제법 쌓여 있고 이제 제법 높은 고지에 도착했음을 알려주고 있는 듯하다.

바람은 차갑게 얼굴을 때리지만 생각보다 춥지 않은 산행 날씨에 모두가 즐거운 발길을 옮기고 있다.

다시 군 철조망을 만나 후미 기다리며 막걸리 한잔으로 목을 축여 보는 시간을 가져 본다.

초병이 보이지 않는 망루에는 초병 모습을 한 마네킹만이 한없이 부러운 눈초리로 산객들의 발길을 붙잡고 있다.

아마도 이곳이 424.7봉을 막 지난 마지막 군 철조망인가 보다.

벌써 진행할 앞쪽으로 22번과 56번 지방도로가 만나는 명덕 삼거리가 눈앞에 어른 거린다. 

 

명덕 삼거리로 향하는 등로엔 아직 잔설이 남아 주위를 환기 시키고 있다

 

짧지만 급경사 등로를 타고 내려가니 56번 지방도로가 보이고 그곳으로 내려서니 간간히 속도를 내며 달리는 차량들로 인해 위험하다.

모두 안전하게 도로를 건널 수 있도록 수신호를 보내며 한적한 그 명덕 삼거리를 모두 건너간다.

그저 평범한 이곳 명덕 삼거리, 하지만 숨겨진 낮은 산세에도 불구하고 천마지맥의 시발점으로서 그 이름을 천하에 알리는 곳이다.

 

명덕 삼거리에서 후미를 기다리는 산우님들

 

지금이야 서파사거리까지 도로가 뚫려 그곳에서 시작하는 것이 일반화 되였지만 실제 시발점은 바로 이곳 명덕삼거리가 맞을 듯 싶다.

한번 올라야 할 곳이기에 마음만 살짝 내려 놓고 떠나 본다.

 

천마지맥은 한북정맥의 운악산과 수원산 사이 424.7봉에서 동남쪽으로 분기되어 주금산, 철마산, 천마산, 백봉, 갑산, 적갑산, 예봉산을 지나 북한강과 남한강의 합수점인 두물머리에서 그 맥을 다하는 산줄기로서 도상거리는 약 49 Km에 이른다. 

 

사거리에서 남쪽 시멘트 길을 따라 조금 내려가니 시멘트 옹벽 끝자락 우측으로 등로가 이어지고 그길을 따라 산행을 이어가 본다.

 

명덕삼거리 지나자 마자 좌측으로 보이던 호화묘지 아래 개 사육장과 민가들

 

완만한 등로를 따라 조금 오르니 좌측으로 개짓는 소리가 크게 들려오고 살펴보니 호화묘지 몇기가 누워있고 그 아래 민가와 개 사육장이 하얀 잔설로 오염된 자연을 감추고 서 있다.

늘 느끼는 것이지만 왜그리 개사육장을 지나면 더욱 을씨년스럽고 마음마저 추워오는 것인지...

이곳부터는 제법 가파른 등로가 이어지며 간간히 낙엽송들이 줄지어 도열하듯 반기는 등로로 기억되고 있다.

 

수원산 오름길에 간간히 보였던 잘 생긴 낙엽송 군락지

 

잔설과 낙엽송이 반기는 수원산 오름길, 크게 뒤처지는 산우님도 없이 그저 등로에 나 있는 발자국 따라 땀방울이 맺힐 쯤 드디어 수원산이 눈앞에 보이는 능선에 오른다.

저 아래에서 보기와는 달리 크게 어려운 등로는 아닌 듯 싶다.

앞서 진행하던 산우님들이 모여 잠시 휴식 취하는 사이 수원산 정상이 보고 싶어 대장님께 말씀 드리고 재빨리 수원산 갈림길로 향한다.

몇명의 산우님들이 뒤따르고 빠르게 눈밭을 전진하니 몇개의 발자국이 수원산 정상으로 나 있지만 그 순간을 놓치고 갈림길까지 진행해 본다. 

 

수원산 정상으로 가는 등로를 타고 군철조망을 따라 우측으로 돌아가니 군부대 정문쪽 넓은 시멘트 도로가 나타나고 그곳에서 좌측으로 철계단이 보인다.

 

갈림길에서 정상적인 등로인 좌측 등로를 버리고 우측 수원산쪽으로 방향을 틀어 오르니 다시 군부대 철조망이 앞을 가로막고 우측으로 돌아 그 철조망을 타고 진행해 본다.

서서히 조망이 터지며 잡목 사이로 시야를 가렸던 산하가 일순간 눈앞에 펼쳐지기 시작한다.

작은 언덕을 오르락 내리락하며 철조망을 따라 진행하니 군부대 정문쪽 넓은 시멘트 도로가 나타나고 조금 더 우측으로 진행하니 다시 좌측으로 철계단이 보이고 이정표가 서 있다.

그곳을 타고 올라 능선에서 좌측으로 돌아 오르니 넓은 공터에 하얀 눈이 덮혀 있는 수원산 정상이 나타나고 다시 군부대 막사가 한눈에 들어온다. 

 

수원산 정상에서 바라 본 운악산과 저 멀리 화악 명지산 능선들 그리고 그 앞으로 봉수리 마을

 

수원산 정상에 서니 남서쪽 군부대를 제외한 사방의 조망이 펼쳐지며 잠시 멈춰 지명 맞추는 퍼즐 게임을 시작해 본다.

북동쪽으로 지나회차 내려온 운악산이 보이고 그 뒤쪽으로 화악산과 명지산 그리고 연인산 능선이 아름답게 뻗어 있다.

그 남쪽으로는 천마지맥의 주금산과 축령지맥의 서리산 및 축령산이 존재감을 알리고 있다.

북쪽으로는 군내면과 회현면의 마을들이 드넓은 평야를 사이에 두고 옹기종기 모여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를 나누는 듯 하다. 

 

수원산 정상에 올라 군부대 막사쪽으로 이동해 북쪽으로 바라본 이정표와 정상부

 

한동안 머물며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는 산하를 만끽하고 나머지 세산우님을 내려 보낸 후 우측으로 돌아 수원산 정상부의 군부대 철조망을 따라 한바퀴 돌아 본다.

올라야 할 헬기장 봉우리가 북사면에 하얀 눈발을 간직한채 우람하게 서 있고 그 위로 비추는 햇살이 정겹기까지 하다.

어렵게 그 군부대 철조망을 돌아가니 산우님들이 모여 행동식으로 점심을 들고 있다.

한자리 잡아 그속에 끼여 본다.

 

올라야 할 첫번째 헬기장이 있는 봉우리 전경이 참으로 아름답다

 

한동안 식사를 하며 다시 조각 맞추기에 나서 본다.

동북의 화악산과 명지산 그리고 운악산과 연인산이 남쪽으로 길게 누워 있고 그 앞쪽으로 가평의 마을들이 조용한 시골을 대변하며 그 끝자락을 넘어 주금산에서 시작하는 천마지맥이 또 하나의 산군을 만들어 남으로 달려 가고 있다.

그 옆으로 축령지맥의 축령산과 서리산이 봄 철쭉 계절에 만남이 너무 길다며 빨리 올라오라 손짓하는 모습도 들어온다. 

 

북으로는 군내와 화현면쪽 마을과 평야가 작은 산들을 독립적으로 만들어 마치 남해의 다도해를 연상시킨다

 

고봉준령들만 보이던 산세는 북으로 돌아가며 낮게 평야를 이루고 그 중간중간 사람들이 살며 생활하는 터전을 만들어 놓고 있다.

응달에 보이는 잔설 사이로 작은 산들이 섬을 이루며 또 다른 아름다움을 선사하고 있지만 박무로 인해 시야는 많이 제약당하고 있다.

그래도 이렇게 바라 볼 수 있음에 감사하는 시간이다.

 

수원산 갈림길에서 점심 식사 후 첫 헬기장으로 걸어가는 산우님들의 뒷모습이 잔설과 어우러져 참으로 아름답다

 

짧지는 않는 코스이지만 평이한 등로이기에 어렵지 않게 여유로운 산행을 즐겨 본다.

맛난 식사를 하고 다시 완만한 등로를 타고 눈밭을 걸어 오르니 벌써 첫번째 헬기장에 안착한다.

하지만 잡목들로 인해 주위 조망은 신통치 못하다.

넓은 헬기장엔 하얀 눈들만이 자리를 지키고 휭하니 불어오는 겨울바람에 다시 갈길을 재촉해 본다. 

 

첫번째 헬기장 지나 두번째 헬기장으로 향하다 만난 약수터 갈림길에서 바라 본 약수터쪽 등로

 

한동안 평이한 등로를 타고 진행하니 무명봉 정상에 도착하고 살펴보니 이곳이 약수터 갈림 삼거리이다.

그냥 지나치면 후회될 것 같아 대장님께 말씀 드리고 배낭도 벗어 놓은 채 약수터 정상으로 달려가 본다.

생각보다 먼 등로에 약간은 걱정도 되지만 짧은 산행 시간를 생각해 땀 좀 흘려 본다.

몇몇 산우님들과 빠르게 등로를 치고 내려가니 드넓은 헬기장으로 이루워진 약수터정상이지만 생각보다 조망은 좋지 않다.

그래도 보이는 곳 사진으로 남기고 이정표를 보니 약수터는 이곳에서 약 300미터 아래지점에 있다는 이정표이다. 

 

약수터 정상부 모습과 저 멀리 이정표, 이정표 있는 곳으로 300미터 아래에 약수터가 있으나 얼어있다

 

무언의 약속을 눈빛으로 나누고 다시 가파른 등로를 타고 약수터로 내려가 본다.

이곳은 북사면이라 제법 깊은 눈밭이 되어 있고 간간히 나타나는 암릉과 급경사로 인해 여간 조심스럽지 않다.

그래도 시원한 약수 한모금 마실 수 있다는 희망으로 안전 로프를 타고 진행하니 드디어 약수터안 도착하지만 아쉽게도 약수물은 보이지 않고 두꺼운 얼음만이 산객을 실망시키고 있다.

 

암벽 사이에 만들어진 약수터, 하지만 오늘은 얼음만이 이 산객을 서운하게 만들고 있다

 

모두 꽁꽁 얼어 붙어 있는 약수터에 아쉬운 마음만 전하고 삼ㄴ길을 타고 다시 빠르게 약수터 정상으로 향한다.

등줄기에선 땀방울이 맺히고 입안에선 단내가 풀풀거리고 콧속에선 긴 한숨섞인 하얀 김만이 쉴새없이 뿜어져 나온다.

오랫만에 가슴이 답답할 정도의 가쁜 숨 몰아 쉬며 제대로 된 산행을 즐겨보는 시간이다.

다시 약수터 정상에 올라 심호흡 한번 하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약수터 갈림길로 뒤돌아 올라 온다.

배낭 메고 기다리니 두명의 산우님들이 뒤따라 올라오고 후미도 보이지 않는 정맥길을 찾아 발바닥에 땀이 나도록 달려 본다. 

 

약수터 정상에서 약수터 삼거리로 뒤돌아 올라오며 바라본 전경

 

두분의 산우님들을 앞으로 보내고 사두르지 않고 느긋하게 그러나 꾸준히 걸어본다.

등로 좌측으로 빼곡히 들어 찬 잣나무 숲이 아무리 바쁘더라도 좀 즐기며 가자며 발길을 붙잡는다.

그저 완만한 등로를 따라 특이한 풍경이 없어도 이렇게 멋진 산하를 걸어 갈 수 있음에 감사하는 마음이다.

또 다시 나타나는 헬기장이지만 그 표시를 위한 사진 한장 남기는 것으로 족하다.

앞에서 비추는 햇살이 짧게만 느껴지는 시간, 살갗에 닿는 차가움과 등줄기에서 뿜어져 나오는 뜨거운 땀방울이 지친 몸둥아리를 달래주는 시간으로 남겨 본다. 

 

등로에 쌓인 잔설과 좌측으로 군락을 이루고 있는 잣나무가 인상적이다

 

드디어 마지막 헬기장을 지나고 첫번째 철탑을 지난다.

저 멀리 산우님들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 하다.

이제 후미를 거의 따라 잡은 듯한 느낌이다.

그러자 발끝이 느려지며 세상 풍파에 힘들게 살아가는 소나무도 눈에 들어오며 저 멀리 북쪽으로 다시 깍여 나가는 고통을 감내하는 골프장 공사장이 눈에 들어 온다

공존할 수 없다면 최소화된 흔적이라도 지워주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북쪽으로 다시 골프장을 만드는지 산 하나가 통째로 깍이고 있다. 공사 후 원모습을 되찾기를 바라며...

 

다시 철탑 하나를 넘자 이제 서서히 좌측으로 베어스타운 스키장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몇가닥의 슬로프가 하얀 눈을 깔고 많은 스키어들을 부르고 있다.

그 아래 주차장엔 틈 하나 보이지 않는 차량들이 빼곡히 들어 차 있다.

저 사람들은 이 겨울 산에 오르는 산객들을 부러워나 할까??

 

끝없이 이어진 잣나무 군락지가 산객의 마음을 편하게 만들고

 

이제 마지막 등로 옆 잣나무에 감사하는 인사를 건넨다.

언제 다시 너를 만날 수 있을까???

평이한 등로에 그나마 기억할 수 있는 잣나무 군락지가 있어 위안이 되였던 등로, 겨울 오후 햇살이 잣나무 군락지로 스며들며 환상의 풍경을 기억속에 담아 준다.

나이 들어 이런환상의 잣나무와 함께 할 수 있기를 소망하며...

 

국사봉 근처에 와 뒤돌아 본 수원산 원경

 

앞에 소란스런 목소리가 들려 바라보니 저 멀리 암릉부에 많은 산우님들이 보이고 사진 찍으로 추억 만들기에 바쁜 모습이다.

잠시 뒤돌아 보니 지나온 수원산 정상부에서 이어진 등로가 아름답게 뻗어 있다.

이제 또 한 구간의 마무리를 향해 마지막 피치를 올리는 구간인가 본다.

바삐 걸음걸이 옮기니 몇몇 산우님들이 부르고 그곳에 올라 함께 추억 몇장 만들어 본다. 

 

암봉으로 이루워진 국사봉에 올라 후미와 함께 멋진 조망을 감상해 본다. 지금까지의 산행기에서는 암봉 전망대라 여겨지는 곳에 국사봉 이정표가 붙어 있다

 

멋쟁이 사진사도 기다리며 추억속으로 이 작은 산객을 밀어 놓고 있다.

지나온 등로와 그 등로 좌측으로 조용히 앉아 있는 마을들 그리고 그 줄기를 타고 치솟은 고봉들이 가슴을 때리고 가깝게 다가와 있는 베어스타운 스키장이 손에 잡힐듯 하다.

그곳을 배경으로 아름다운 영화도 찍어 보며 다시 철탑 위 공터로 자리 옮겨 그 영화를 이어 찍어 본다. 

 

등로 좌측 남쪽으로 보이던 베어스타운 스키장과 수많은 차량들, 올 겨울엔 슬로프에 오를 수 있기를 바라며

 

늘 산에 미쳐 아이들과 겨울이면 찾았던 스키장 한번 못가본지가 발써 오래전 일이 되어 버린 지금, 올한해는 아이들과 저 스키장 슬로프에 올라 세상을 미끄럼 타고 돌아 볼 수 있기를 바래 본다.

완만한 슬로프 끝자락엔 끝없이 밀려드는 차량 홍수속에 내 마음도 살짝 머물며 오랫동안 스키를 즐겨본다.

리프트에 올라 타 세상을 바라보며 아름다움을 노래할 사람들 보다 더 높은 이곳에서 바라 보는 세상이 얼마나 넓고 아름다운지 알려 주고 싶은 시간이기도 하다.

 

포천시 내촌면쪽 마을 풍경, 스키장으로 활기찬 겨울을 보내겠지

 

이제 마지막 철탑에 모여 남아 있던 간식 비우고 다시 한번 영화를 찍어 본다.

바람결에 흔들리는 억새와 철탑 그리고 그 넘어로 보이는 스키장 슬로프, 상상만으로도 즐겁고 환상의 모습을 직접 볼 수 있음에 스스로에게 만족감을 표해 본다.

박무속에 오후 햇살을 받아 고즈넉한 내촌을 바라보며 다시 복잡한 세상속으로 밀려 들어가야 하는 시간도 가까워 옴을 알게 되는 시간이다. 

 

날머리로 향하며 걸었던 푹신한 낙엽 등로

 

마지막 철탐을 뒤로 하고 우측으로 크게 둘러 내려가니 이제 하얀 눈을 대신해 푹신한 낙엽이 반겨 준다.

그저 이렇게 스스로 즐기고 밟으며 지날 수 있는 등로만 있어도 좋은 산행, 오늘 하루도 무사히 마감할 수 있기를 빌어 본다.

다시 먼 훗날 이 길을 오르며 느끼는 소감은 또 무엇일까 궁금도 해지는 순간이다.

무심으로 걸어가는 등로 그리고 산행, 오랫동안 기억되는 산행이길 바라며

 

산과 자연이 통째로 잘려 나가는 채석장, 어쩔 수 없다면 사후 관리라도 잘해 주길...

 

하지만 그 풍요롭고 아름다운 등로도 인간이 만들어 놓은 이기심에 송두리째 짓밟히며 소음으로 온몸에 소름이 돋아나는 시간을 맞이해 본다.

갑자기 천지를 진동 시키는 기계음에 놀라 다가가 보니 등로 좌측으로 천길 낭떨어지가 펼쳐져 있고 까마득한 저 아래 심장부까지 파헤쳐진 산하가 가슴을 찟어 놓고 있다.

인간의 풍요로운 삶을 위해 피할 수 없다면 필요한 것을 얻은 후 원상 회복이 되길 바라는 마음은 나뿐일련지...

다시 찾았을 때 이 아픈 흔적이라도 많이 치유되어 있기를 바라며 고통으로 신음하는 자연에 함께 동참해 본다.

 

마지막 산행 날머리로 향하며 만난 잣나무들과 낙엽 등로

 

아픈 마음 쓸어 담으며 계속 진행하니 얕으막한 봉우리가 나타나고 그곳을 넘으니 다시 등로엔 잣나무 숲이 기다리고 있다.

아픈 마음 달래주려는 듯 봄으로도 당당한 그 잣나무 숲을 지나니 산우님들 목소리가 들리며 위령탑이 보인다.

많은 공장 건물들이 보이고 그 앞에 젊은 나이로 산화한 육사생도들의 넋을 기리기 위한 위령탑이 높게 솟아 있다.

그곳에서 산우님들 만나 하루 해를 마감해 본다.

 

육사생도 6.25 참전 기념비를 만나 하루를 마감하는 시간 

 

돌아오는 길에 삼겹살로 행복한 시간 보낸 후 이슬이 한잔 더해 새해 첫 산행을 그렇게 마감해 본다.

늘 수고해 주시는 나마스테대장님의 수고에 감사 드리며 다음 회차에도 뵐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감사합니다.

 

칠갑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