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정맥산행(완료)/금남정맥(완료)

금남정맥 제6구간 양정고개에서 만학골재까지 산행후기

by 칠갑산 사랑 2010. 5. 6.
728x90

산행지 : 충남 계룡시와 논산시 그리고 공주시의 금남정맥 마루금 일대

산행날자 : 2010년 05월 05일 (수요일)

산행날씨 : 구름끼고 연무가 있었으며 가끔 시원한 바람이 불어주던 초여름 날씨

산행온도 : 영상 11도에서 영상 23도

산행인원 : 칠갑산 포함 총 12명 (칠갑산과 3450온누리산악회 회원 11명)

산행코스 : 양정고개(1번 지방도로)-호남철도 굴다리-엄사초교-엄사리 산행 들머리-305봉 헬기장-

               344봉 헬기장-455봉 (향적산 갈림길)-멘재-454봉-463봉 헬기장-434봉-큰서문다리재-

               444봉(신원사 갈림길)-암봉(좌측으로 우회)-쌀개봉과 천황봉 중간 주능선-

               계룡산 천황봉(845봉, 천단 정상석)-쌀개봉(830봉)-암봉 좌측으로 우회-관음봉고개-

               관음봉(766봉)-자연성능-삼불봉 갈림 삼거리-삼불봉-삼불봉 갈림 삼거리-금잔디고개-

               수정봉(662봉)-612봉-468봉-만학골재(691번 지방도로)-산행종료

산행거리 : 약 22.80 Km

산행시간 : 초여름 날씨로 천천히 쉬며 꾸준한 속도로 10시간 15분

               (04시 00분부터 14시 15분까지 후미 기준)

 

 

가장 멋지면서도 어려웠던 계룡산 구간을 무사히 넘으며

 

 

어제 시원하게 한남금북정맥을 졸업하고 이제 금남정맥에 주력할 시간이다.

금남정맥 산행 중 가장 멋지고 아름다운 계룡산 구간이지만 많은 등로가 출입금지구역으로 묶여 마음 놓고 오르지 못하는 아쉬움이 있는 구간이기도 하다.

조용히 홀로 다녀올까 생각했지만 함께 금남정맥을 타던 산친구가 함께 오르자는 제안에 산악회에 정식 공지를 올려 함께 가는 산행이 되였다.

오랫만에 차량 수배며 참여 신청했다 취소하는 산우님들로 인해 조금은 신경 쓰이는 그런 산행이기도 하였다.

알바없이 정상적인 등로를 찾아 무사히 완주 후 돌아오길 간절히 소망했던 구간이기도 하였다. 

 

새벽 1시, 사당에서 출발해 고속도로 휴게소를 잘못 알아 탄천에서 쉬자는 약속이 그 전에 고속도로를 빠져 나오니 매식할 곳도 없고 물 받을 장소도 마땅치 않아 고민이다.

일단 양정슈퍼쪽으로 가 그 근처에서 24시간 문을 열고 있는 편의점으로 가 필요한 식수를 구매하고 간단히 라면 하나로 새벽 허기를 달래 본다.

산행 준비 후 스트레칭은 능선 들머리에서 실시하기로 하고 헤드렌턴으로 도시 거리를 비추며 장도를 출발하는 시간이 새벽 4시이다.

 

양정슈퍼와 논산개량농협 사이의 포장도로를 타고 한동안 진행하니 호남선 철도가 지나는 굴다리를 넘는다.

새벽에 진행해야 할 도심거리이기에 많은 자료를 찾아 공부를 했지만 역시 다녀오지 않은 등로를 찾아 떠나는 길은 늘 노심초사이다.

저 굴다리를 건너자마자 우측 계단으로 올랐다 다시 좌측으로 돌아 신도과선도교를 건너 진행한다. 

비사벌 아파트를 돌아 엄사초교 담 옆으로 진행하여 엄사리 골목길을 통과하니 산행 들머리인 능선이 가까워지는 느낌이다.

 

한진택배 골목을 지나 국사봉이란 한정식과 춘천유명닭갈비 식당 사잇길을 통해 마지막 등로로 올라서니 좌측으로 민가들이 보이고 우측 옹벽 바로 직전에 능선으로 정맥 들머리가 보인다.

이곳에서 옹기종지 모여 간단히 스트레칭으로 몸을 풀고 곧바로 능선 절개지로 올라 본격적인 산행을 시작해 본다.

 

조금은 가파른 능선을 타고 오르니 소나무인지 잣나무인지 부드러운 등로가 산행하기에 아주 좋은 조건을 만들어 주고 있다.

아직 어둠이 지배하는 시간이지만 곧 멀지 않아 밝음이 찾아오며 이 어둠을 몰아 낼 것이기에 묵묵히 시간의 흐름을 기다려 본다.

땀방울이 이마에 맺힐쯤 엄사리 능선에서 약 1 Km가까이 진행했다는 이정표를 만나 잠시 심호흡을 해 본다.

오늘도 온도가 무척 높게 느껴지지만 어제보다 시원한 바람이 불어주니 살맛나는 산행이다.

 

다시 가파르지만 오르는데 큰 어려움 없이 등로를 타고 진행하다 송전탑을 지나고 305봉 헬기장을 지나 349봉도 넘는다.

어둠이 짙기에 아직 분간하기 어렵지만 꾸준히 올랐기에 제법 고도감을 느끼며 도착한 344봉 헬기장에서 동네 주민 한분을 만나 잠시 인사 나누고 넓은 헬기장을 둘러보며 시원한 물한모금으로 목마름을 달래 본다.

서서히 여명이 밝아오며 헤드렌턴을 벗어버리는 산우님들이 늘어나는 시간이기도 하다.

 

다시 완만한 등로를 타고 진행하니 사거리가 나타나고 바라보니 체육 시설들이 구비되어 있다.

많은 동네 주민들이 휴식을 취하기 좋은 장소로 생각되며 도심에서 멀지 안은 좋은 등로를 가지고 있기에 참으로 복받은 주민들이 아닐까 생각되는 곳이다.

 

다시 가파른 등로를 타고 오르니 향적산으로 갈라지는 455봉 전망암에 도착해 잠시 여명의 빛을 받아 조망을 즐겨 본다.

좌측으로 금강대학교와 대명리쪽 마을이 참으로 고즈넉하게 아름답다.

엷은 안개가 드리워진 마을의 빛깔이 그리고 형형색깔로 치장한 지붕들이 고요한 새벽에 산객의 가슴으로 파고들고 있다.

 

앞으로 올라야 할 계룡산으로 연결된 주능선이 참으로 멋지게 늘어서 있다.

가운데 507봉이 솟아있고 저 멀리 머리에 인공 구조물을 이고 있는 계룡산 천황봉 좌측으로 쌀개봉과 문필봉 그리고 제일 좌측 끝자락의 연천봉까지 왜 닭의 벼슬이라 불려지는지 알려 주는 듯 하다.

이 아름다운 등로를 마음 편히 오르지 못하고 숨어 올라야 하는 것이 마음을 아프게 하지만 이렇게라도 오를 수 있음에 감사하는 시간이다. 

 

등로 우측으로는 우리나라 별들의 집합체인 계룡대가 미국의 펜타곤을 닮아 있는 형상으로 아침을 맞이하고 있다.

요즈음 천안암 사건으로 더욱 주목을 받고 있는 별들의 고향이기에 더욱 눈길이 머무는 시간이 길어진다.

저 계룡대로 인해 계룡시라는 독립된 도시명까지 생긴 마을이다 보니 그 의미가 남다를 것 같기도 하다.

 

이제 서서히 동녘 하늘에선 두꺼운 구름을 뚫고 어렵게 붉은 태양이 떠오르고 있다.

연무가 끼어 깨끗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산상에서 맞이하는 일출은 언제나 탄성과 경외로움 그 자체이다.

오늘도 이렇게 멋진 일출을 바라보며 무사 완주를 빌어 본다.

 

이제 그 암봉을 떠나기 전 북쪽으로 길게 뻗어 있는 계룡 줄기 우측으로 계룡시쪽 마을이 고요하고 어둠을 밝히던 불빛도 태양에 가려 그 빛을 잃어 가고 있다.

참으로 고요하고 아름다운 새벽 풍경이 아닐 수 없다.

 

이제 도둑고양이 신세가 되어 들어가지 말아야 할 능선을 타고 오르는 마음이 편하지 않지만 어쩔 수 없이 들어가는 시간이 괴롭기만 하다.

멘재를 지나고 454봉을 오르니 군사시설보호구역이란 말뚝이 하나 박혀있고 능선은 완만하다.

그 주위에 피어 있는 조팝나무에선 지독히 강한 꿀냄새를 풍기며 꿀벌들을 부르지만 아침 이슬이 맺혀있기에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한듯 하다.

 

454봉 지나 진행하니 좌측으로 마당바위 같은 전망암이 나타나고 그곳에서 잠시 쉬며 목마름을 달래 본다.

좌측으로는 논산의 상도리 마을이 어느 유럽의 고요한 아침처럼 아름답게 느껴진다. 

황톳빛과 푸른빛이 눈의 피로를 달래주고 가옥과 논밭이 부조화속에 조화로운 모습이 환상이다.

 

다시 완만한 능선을 타고 진행하니 금새 507봉에 도착하고 그곳에서 바라 본 계룡산 천황봉 능선이 황홀하다.

울퉁불퉁한 남성미를 자랑하며 갈색에서 푸른 옷으로 갈아입는 계룡의 아침이 산객의 마음을 흔들어 깨우고 있다.

저 능선을 타고 넘어야만이 오늘 산행도 계획대로 잘 진행될 것이리라...

우측으로 헬기장 가는 등로가 확실히 나 있어 알바를 많이 한다고 알기에 자세히 살펴보며 진행하니 정상 바로 밑에 나즈막한 묘지 하나가 보이고 그 앞에 검정 비석하나가 서 있다.

그 비석을 우측에 두고 잡목과 철쭉나무가 우거진 좁은 등로를 타고 정상 마루금을 찾아 어렵게 진행해 본다.

 

507봉에서의 알바없는 정상 등로를 너무나 쉽게 잘 찾아 다시 완만한 등로를 타고 즐거운 이야기를 나누며 급하지 않게 꾸준히 진행하니 군벙커를 지나 463봉 헬기장에 도착한다.

그곳에서 바라보는 계룡산 천황봉 능선이 조금은 가깝게 다가 온 느낌이다.

 

 

다시 463봉 헬기장을 출발해 진행하니 전망바위에 안착하고 그곳에서 후미 기다리며 잠시 쉬어 간다.

생각보다 빠른 산행 속도이지만 자만은 금물이다.

이제부터의 오름길과 우회길이 장난이 아니기 때문이다.

지나온 마루금이 너무나 멋지게 뻗어 있고 오늘 오르지 못하고 눈으로만 만났던 향적산이 저 멀리 끝자락에 빛나고 있다.

 

전망바위에서 쉬면서 바위 틈에 자라며 아름다운 꽃까지 피워낸 강인한 철쭉송이에 마음을 빼앗겨 본다.

참으로 경외로운 삶에 고개가 절로 숙여진다.

바로 이 시기가 아니면 그 고귀한 삶의 현장을 지나칠 수도 있을 작은 나무 한그루가 아름답게 피워낸 꽃으로 다시 한번 세상에 태어나는 순간이다.

 

다시 그곳에서 올려다 보는 계룡산 천황봉이 우람하다.

가깝게 보이는 정상이지만 저곳을 오르기 위해 또 얼마나 많은 땀방울을  흘려야 할지 그리고 또 얼마나 마음을 졸이며 도둑 고양이가 되어야 할지 걱정도 되는 시간이다.

바로 앞에 보이는 암봉은 오르지 않고 저 정상 바로 직전의 암봉을 넘던지 아니면 좌측 등로로 우회하여 한참을 돌아 올라야 하는 코스이지만 오늘은 산행 인원이 있으니 아마도 돌아 올라야 될 것이다.

 

이제 마지막 안부를 지나 부드럽던 등로도 가끔씩 암봉과 바위들이 나타나고 제법 계룡의 참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마지막 계룡산 천황봉 오름길에 만나 길죽한 바위를 걸어 오르며 담아 본다.

아직 봄을 기다리는 시간이 더 필요한 등로이기도 하다.

 

다시 땀방울 흘리며 어렵게 오르니 사면으로 누워있는 전망바위가 나타나고 그곳에서 시원하게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논산쪽 들녘과 계룡 저수지를 조망해 본다.

약간의 연무로 인해 깨끗하지 못한 아쉬움은 있지만 고통속에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바라보는 풍경이 오랫동안 가슴에 남을듯 하다.

 

이제 천황봉이 눈앞에 다가오고 그 천황봉 지난 쌀개봉이 관음봉쪽에서 봤던 모습과는 완전히 다른 거대한 뾰족 암봉으로 코앞에 다가온다.

함께 걸어 온 산우님들이 등로가 좋다며 싱글벙글했던 모습은 모두 어디가고 무지막지하게 다가오는 거대 암봉에 약간은 겁 먹은 표정으로 입을 닫아 버린다.

이제부터가 계룡산의 참모습을 보여주고 있음을 직감하는 눈치들이다.

 

이제 시간을 보니 8시가 넘어가고 산우님들이 허기를 호소하는 아우성이 대단하기에 암봉을 크게 좌측으로 우회하여 바위너덜지대를 지나 쌀개봉이 훤히 올려다 보이는 능선 바로 밑 공터에서 조촐한 아침식사를 즐겨본다.

식사 후 조금만 더 오르면 쌀개봉과 천황봉 사이의 능선으로 오를 수 있는 지근거리의 공터이다.

저 쌀개봉 중간에 뚫려있는 굴 하나가 눈길을 끌지만 왜 저런 굴이 저기에 있는지 알길이 없으니 답답한 시간이기도 하다.

 

드디어 아침 식사를 마치고 짧은 거리의 가파른 오르막 등로를 타고 오르니 우측으로 계룡산 천황봉과 좌측으로 쌀개봉이 시원하게 조망되는 능선에 도착한다.

시원한 바람과 함께 갑자기 터지는 조망으로 일순간 산우님들의 입에선 작은 신음소리가 터져 나온다.

지난 겨울 홀로 심설 산행을 하면서 올랐던 곳이기에 이제부터 조금은 자신감을 가지고 진행이 가능하리란 생각이다.

다만 저 계룡산 천황봉을 아무 탈없이 모두 무사히 올랐다 내려올 수 있기만을 희망해 보는 시간이다.

 

계룡산 정상인 천황봉 천단으로 가는 도중 좌측 뒤돌아 보니 자연성능 지나 삼불봉이 아름답게 서 있고 그 우측 능선을 타고 저 멀리 장군봉 줄기가 구비쳐 흐르고 있다.

몇번인가 올랐지만 오를때마다 다른 모습과 다른 느낌으로 이 산객에게 다가오는 계룡의 아름다움을 오늘도 온몸으로 느낄 수 있음에 감사한다.

 

힘겹게 군 벙커를 지나고 넓은 공터를 지나 군부대 철책을 도둑고양이가 넘듯 소리없이 조용히 넘어 천단오름길을 올려다 보니 무척 가파르다.

지난 겨울에 오를땐 저 가파른 경사면을 타고 올랐다 우측 암봉 위로 나 있는 정상 등로를 타고 하산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오늘은 산우님들과 함께하는 시간이니 조용히 계단을 타고 저 암봉 위쪽 정상 등로를 타고 올라보기로 한다.

 

드디어 계룡산 정상인 천황봉 천단 정상석 앞에 섰다.

너무나 장쾌한 주위 조망에 잠시 바람을 맞으며 바라보곤 증명 사진 한장 남겨 본다.

천단 정상석 뒤로 보이는 자연성능과 삼불봉 능선이 아스라히 아름답다.

닭의 벼슬을 용의 머리에 얹은 모양이라 계룡산이라 했다는데 이곳에서 보는 모습보다는 수정봉 넘어 만학골재로 내려가며 바라 본 모습이 꼭 닭의 벼슬처럼 보여 신기하기도 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계룡산 정상인 천황봉 천단 앞에서 바라 본 쌀개봉과 관음봉 그리고 자연성능쪽 풍경이다.

바로 앞에는 군부대 막사도 보이고...

이제 정상에 오를 수 있는 기회를 가졌으니 사고없이 조용히 내려가야 하는 것도 산객들의 몫일 것이다.

많이 지체하지 못하고 내려와 주위 천단 내력과 풍경을 다시 한번 둘러보고 계단을 타고 내려와 방금 전 올라왔던 공터에서 모여 함께 쌀개봉쪽으로 진행한다.

오랫동안 가슴에 남겨질 풍경으로 기억된다.

 

계룡산 천황봉에서 쌀개봉 가는 능선에 피어 있는 예쁜 연분홍 진달래가 마중하고 그 사이를 걸어가는 산우님들의 뒷태가 아름답다.

조금만 더 날씨가 더워지면 민둥같은 이곳을 진행하기에 어려움이 많은 곳이 디리라

이제 이 구간 하이라이트 암봉 구간으로 진행하며 무산 산행을 기원하는 시간이다.

 

쌀개봉 통신탑을 좌측에 두고 우측 칼바위 능선으로 진행하니 절개지 앞으로 거대 암봉이 가로막는다.

저곳으로 진행하기 어렵기에 안부로 내려가 석문 일명 통천문을 통과해 진행하면 될 것이다.

2개월 전 하얀 눈이 소복히 쌓여있던 모습과 대조를 이루며 격세지감을 느껴본다.

 

암봉을 내려가는 산우님들을 보내고 제일 마지막에 남아 계룡의 천황봉과 쌀개봉과의 이별을 아쉬워 해 본다.

저 멀리 앞쪽으로 연천봉과 문필봉이 우뚝하다.

몇년전까지만 해도 문필봉 정상을 올랐는데 이제는 그곳마저 출입금지 구역으로 묶여 오를 수 없는 미지의 봉우리가 되어 버렸다.

그래도 늘 가까이에서 올려다 보았기에 전체 모습을 보지 못했던 아쉬움을 이렇게 바라보는 것으로 만족하는 시간이다.

 

그러다 문득 우측을 바라보니 연두빛 계곡속에 몸을 숨기고 살포시 고개들어 바라보는 동학사가 자리하고 있다.

30여년전 처음 들렸다 무던히도 많이 들렸던 동학사, 젊은 시절 많은 추억과 기억이 남아 있는 곳이기에 다른 어떤 암자보다 정감이 가는 절이다.

가까이 들려도 좋고 이렇게 멀리에서 바라보는 풍경 역시 아름답고 푸근하다.

또한 사시사철 언제 들려도 계절별 즐기고 볼거리가 많으니 그것만으로도 만족할 수 있는 곳이다.

 

가파른 암봉 사이를 조심하며 내려와 비탈 사면을 타고 진행하니 금새 석문이 나타난다.

유명한 산마다 제각각 불려지는 이름은 달라도 정상을 오르기 위해 꼭 통과해야 하는 통천문이라고나 할련지...

이곳에서 쌀개봉 능선과 관음봉 능선이 아닌 동쪽 줄기를 타고 불현듯 달려가고픈 마음은 어인일인지...

석문 사이로 보이는 계룡산 천황봉이 참으로 아름답다.

 

이제 쌀개봉과 석문을 통과해 가장 난해한 암벽 구간에 도착한다.

그곳에서 바라보는 계룡의 고봉들이 너무나 웅장하고 거칠은 산세에 그만 넋이 나가고 만다.

바로 앞에 버티고 서 있는 암봉을 우회해 관음봉에 들렸다 좌측의 문필봉과 연천봉은 다음으로 미루고 우측 자연성능을 따라 진행하다 삼불봉에서 저 멀리 북쪽으로 틀어 다시 아기자기한 능선으로 가야 할 산행이다.

한눈에 들어오는 산줄기가 참으로 멋지게 서 있다.

 

마지막 암봉 구간 내리막 등로이다.

로프 한줄에 매달려 어렵게 진행하다 보니 시간이 좀 지체되지만 견딜만 하다.

다만 공중을 떠다니는 소방헬기에서 자꾸만 사진을 찍으니 그것이 신경을 쓰인다.

이제 조심하며 암벽 구간을 내려가 좌측으로 이어진 급경사면을 타고 내려가 관음봉 고개로 향한다.

 

어렵게 도착한 관음봉 고개이다.

무사히 모든 봉우리를 만나고 이곳에 도착하는 순간 잠시 긴장이 풀리지만 마냥 손놓고 있을 수 없어 다시 가파른 된비알 타고 관음봉 정상으로 향한다.

그곳에서의 달콤한 휴식을 꿈꾸며...

 

관음봉 정상에 오른다.

계룡산 천황봉과 쌀개봉 능선이 출입금지 구역으로 묶이면서 실질적인 계룡산의 주봉으로 대접 받고 있는 관음봉, 이곳에 서면 일망무제 시원하게 펼쳐진 조망에 잠시 팔각정에서 쉬지 않으면 안되는 곳이기도 하다.

특히 자연성능이 내려다 보이는 전망암에 서면 이 세상 모두를 품안에 품은듯 황홀경에 빠지게 된다.

 

그래도 제일 먼저 방금 전 내려온 쌀개봉과 천황봉 능선을 담아 본다.

보는 각도에 따라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다가오는 산세에 스스로도 놀라고 있다.

암봉이지만 순하게 생긴 모습과는 달리 뾰족봉으로 위압감을 주던 쌀개봉의 모습은 찾아 볼 수 없다.

 

조망 해설판이 서 있는 전망 바위에 올라 앞으로 진행해야 할 자연성능과 저 멀리 부처님을 닮은 삼불봉을 바라본다.

언제 올라도 멋지고 아름다운 곳이지만 한겨울 매서운 찬바람이 불때와 가을 단풍이 곱게 질때 보다는 덜하지만 그래도 계룡산에서만 느낄 수 있는 장쾌한 마루금에 가슴까지 시원해짐을 느낀다.

 

가파른 철 계단을 내려와 자연성능을 걸으면서도 잠시 한눈을 팔 겨를도 그 아름다움에 취해 있다.

자꾸만 진행하지 못하고 무거운 카메라 셔터만 눌러대고 있다.

아찔하면서도 그릴 넘치는 자연성능, 꿈길에서도 걸을듯한 그런 등로이다.

 

등로 우측으로는 계속 뒤따라 오며 멀어지는 아쉬움을 달래는 천황봉과 쌀개봉으로 인해 발길을 자주 멈춘다.

쉽게 오를 수도 없고 또 자유롭게 들지도 못하는 곳이기에 더욱 그리움만 쌓이고...

마음 편히 오를 수 있는 날 저 정상에 올라 마음 놓고 목놓아 노래부르고 싶은 곳이기도 하다.

 

이제 앞으로 진행해야 할 정맥 마루금을 가늠해 본다.

이 산객도 수십번 계룡산에 올랐지만 저 정맥 마루금은 처음이기에 많은 주의가 필요한 곳이기도 하다.

나침판과 지도 그리고 상세 산행 후기를 정리한 자료가 있으니 큰 걱정은 없지만 그래도 지칠대로 지친 산우님들을 모시고 완주하는 길목에는 많은 예기치 못한 난관도 있으리란 생각이다.

그래도 지금 이 시간 이렇게 바라보며 즐거워 할 수 있음에 행복한 시간이다.

 

이제 삼불봉 바로 직전 전위봉을 바라보며 저렇게 척박한 바위 위에 뿌리 내리고 살아가는 끈질긴 생명력에 감탄하는 시간이다.

고운 식물원이 아닌 투박하고 척박한 땅에서 그래도 고사목보다는 살아 자라는 푸른 잎이 좋아 서 있는 풍경이 마치 인생을 알려 주는 듯 하다.

인간이 도더히 빗어낼 수 없는 자연의 위대함을 다시 한번 느껴본다.

 

이제 삼불봉 바로 직전 전위봉에 올라 지나온 마루금을 뒤돌아 보니 관음봉을 가운데 두고 좌측으로는 쌀개봉과 천황봉이 그리고 우측으로는 문필봉과 연천봉이 쌍을 이루며 멋진 Y자를 그리고 있다.

지금까지 봐왔던 모습과는 또 다른 계룡산의 매력을 보는 기분이다.

 

웃고 즐기며 이야기 나누는 사이 벌써 삼불봉 갈림 삼거리에 도착하고 힘겨워하는 산우님 몇분을 금잔디고개로 하산시키고 어렵게 철계단을 오른다.

늘 느끼는 것이지만 삼불봉은 역시 겨울 하얀 눈이 내린 풍경이 제맛인데 오늘은 정맥 잇는 길이니 어쩔 수 없이 올라 본다.

그렇게나 많은 시간 올랐으면서도 맥 잇기 산행이라 더욱 특별한 기회이다.

 

하얀 설원을 생각해 보지만 이제 갈색에서 분홍빛 진달래가 가끔 보이고 연두빛으로 변색을 시도하는 산하이다.

산 아래 인간 동네에는 벌써 연두빛을 지나 푸른 초록으로 변해 가는데 고도를 높인 이곳은 아직도 긴 겨울잠에서 깨어 날 줄 모르고 있다.

지나온 마루금이 환상을 노래하고 헤어지는 아쉬움을 달래고 있다.

 

약간의 착오와 잘못된 정보로 혼선을 겪은 후 무사히 금잔디고개에 도착한다.

12시가 가까워지면서 땅에서 뿜어져 올라오는 지열이 대단하다.

후끈거리는 열기를 피해 재빨리 능선으로 올라 나머지 맥 잇기 산행을 이어간다.

 

수정봉 정상에 도착하지만 별 특징이 없다.

좌측으로 소나무 몇그루와 돌 몇개가 정상에 박혀 있고 등로는 삼거리에서 우측으로 나 있다.

수정봉 정상이 아닌 우측 진행 방향으로 서 있는 소나무 몇그루를 담아 본다.

 

이제부터는 다시 계룡산 주봉들과는 전혀 다른 등로를 만들어 주고 있다.

곧게 뻗은 소나무는 아니지만 수령이 오래된 나무들이 온 산하를 뒤덮고 간간히 불어오는 봄바람이 흐르는 땀방울을 씻어 준다.

그 소나무 가짓 사이로 조금씩 보이는 좌측의 계룡산이 왜 닭의 벼슬을 이고 있는 용의 모습인지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

 

수정봉에서 조금 더 진행하다 알바하기 쉬운 등로가 있어 주의하라는 선답자들의 후기글이 생각나 조심하지만 역시 절개지 같은 등로에서 희미한 우측 등로를 따르지 않고 평이한 정상 등로를 따르니 한동안 좌측으로 뚝 떨어지다 우측으로 90도 가량 급하게 꺽어 봉우리를 우측에 두고 우회하듯 등로가 형성되어 있다.

다시 정상 등로로 복귀해 한숨 돌리고 계속 진행하니 길을 막고 있는 고사목 안부가 나타난다.

 

멋진 낙엽 등로와 등로 옆에 도열해 있는 소나무 사이를 산책하듯 진행하며 나즈막한 봉우리 몇개를 오르락 내리락하니 등로 좌측으로 소나무 밭에 전망 바위가 보인다.

그곳으로 들어가 잠시 지나온 계룡산 주봉들을 담은 후 계곡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쉬어 간다.

이제 산행 마무리가 얼마 남지 않은 거리이지만 이미 많은 산우님들이 지쳐있고 또 맥을 타는 두명을 제외한 나머지 10명의 산우님들에게는 중장고개까지 가는 것이 큰 의미가 없어 아쉽지만 만학골재에서 산행을 접기로 한다.

  

다시 부들운 능선을 타고 진행하다 약간 오르막 된비알을 오르니 넓은 공터로 이뤄진 612봉에 도착한다.

이곳 역시 길주의 표시가 되어 있는 장소이기에 자세히 살펴보니 묘지처럼 볼록 튀어 오른 봉우리를 가운데 두고 좌우측으로 등로 표시가 되어 있다.

하지만 앞에 보이는 바위를 위회한다는 느낌으로 직진하면 큰 어려움 없이 통과될 듯 싶다.

 

다시 솔향기 맡으며 부드러운 솔잎 등로를 타고 진행하니 몸은 피곤하지만 정신적으로는 무척 상쾌하다.

한동안 진행하니 전망바위가 나오고 그곳에서 잠시 좌측 마을과 갑사를 둘러 보지만 연무로 인해 시야는 무척 제한적이다.

그래도 우거진 녹음속에 갑사를 담을 수 있으니 그것만으로도 행운이겠지...

몇번인가 들렸던 곳이기에 그곳 풍경을 머릿속에 그리며 다시 전진한다.

 

다시 조금 더 진행하니 늘 선답자들 후기에서 봤던 분재같은 소나무 한그루가 서 있다.

척박한 바위틈에 자라면서 곧게 뻗지도 못하고 크게 자라지도 못하면서 그 자리 지키며 살아가는 인생에서 느끼는 점이 많다.

그래도 저런 어려운 환경에서 자라고 있기에 앞으로 어떠한 고난과 고통이 따르더라도 영원히 그 자리 지키고 있을 것을 믿어 본다.

  

이제 나즈막한 마지막 봉우리인  468봉 넘어 좌측으로 급하게 꺽어 진행하니 넓은 임도같은 등로가 나타나고 그 편안한 등로를 타고 한동안 이야기꽃을 피운다.

하지만 저 멀리 잡목 사이로 팔재산이 보일쯤 임도같은 넓은 등로를 버리고 우측 소나무 사이로 희미한 정맥길이 보인다.

선답자들이 많이 알바한 장소로서 출입금지 구역이다보니 띠지 한장 없어 알바하기 십상인 곳 같기도 하다.

다행히 정상 정맥 등로를 찾아 이제 마지막 내리막을 타고 내려가다 앞에 보이는 팔재산 능선을 담아 본다.

 

한동안 희미한 등로를 타고 소나무 사이로 내려오니 좌측으로 중장리 마을이 한가롭고 691번 지방도로와 잠시 떨어져 분기된 2차선 지방도로가 내려다 보인다.

절개지 같은 곳에 깔아놓은 그물망을 타고 내려오니 새벽에 타고 내려온 버스가 도로 한켠에 잘 정차되어 있고 사장님이 나와 반갑게 맞이해 주신다.

이렇게 또 한 구간 멋지게 완주함을 자축하며 중장리쪽으로 내려가 두부김치에 막걸리 한잔 마시고 청국장으로 허기를 달랜 후 조용히 서울로 올라 온다.

 

늘 홀로 다니던 맥 잇기 산행을 여러 산우님들과 함께 오르니 참으로 좋은 시간이 되였다.

다만 한가지 계획된 구간만큼 오르지 못한 아쉬움이 있지만 그리 긴 거리가 아니니 다음 구간 오르며 조금만 더 일찍 오르자 마음 먹는다.

이제 두 구간만 오르면 금남정맥도 졸업이다.

유럽 출장 후 5월 중 모두 졸업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는 순간이다.

 

함께한 산우님들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

 

칠갑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