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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프스 및 종주산행/수도산가야산종주(완료)

수도산에서 가야산까지 종주 산행 후기

by 칠갑산 사랑 2009. 2.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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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지 : 김천, 성주, 거창과 합천에 걸쳐 있는 수도산에서 가야산 마루금 일대

산행날자 : 2009년 1월 30일과 31일 (무박 2일 산행)

산행날씨 : 겨울답지 않은 따뜻한 날씨였으나 심한 바람과 오전중 안개로 시야 제한

산행온도 : 영하 0도에서 영상 10도

산행인원 : 총 8명 (3450온누리산악회 회원)

산행코스 : 수도리-수도암-수도산-단지봉-좌일곡령-1124봉-목통령-분계령-두리봉-부박령-

               가야산 상왕봉-해인사-산행종료

산행거리 : 약 25 Km

산행시간 : 약 12시간 (오전 04시 15분부터 16시 20분까지, 휴식 및 식사 시간 포함)

 

 

자연의 고귀한 선물인 상고대의 경외로움을 느끼며 고통속 종주를 마무리한 시간들

 

 

그동안 가고 싶어 안달을 하면서도 꼭꼭 숨겨 놓았던 수도산에서 가야산까지의 종주 산행에 대한 계획이 잡힌다.

처음 계획에는 홀로가는 산행을 생각했지만 너무나 환상의 능선이기에 가능한 몇분의 산우님들을 모시고 다녀오자 마음 먹고 공지를 올리지만 편안한 공지가 되지를 못한다.

생각보다 높은 고도인 1200미터 대에서 잦은 고도의 변화, 특히 짧아진 겨울철 해와 추위 그리고 예기치 못한 심설이 발목을 잡고 있다.

 

수도산 지나 단지봉 오름길에 만난 환상의 상고대가 어둠속에서도 나뭇가지에 피어 반짝이고 있다 

 

어려움 속에서도 최종 8명으로 잘 짜여진 종주대와 두분의 차량 봉사로 인해 떠나는 시간까지도 큰 걱정은 없다.

다만 안개가 자욱한 새벽과 오전중에 등로를 이탈하지 않고 정상적인 루트를 통해 무탈한 완주가 가능할까 만을 생각하면 될 정도로 완벽한 호흡을 맞춘 종주대들이다.

무거운 배낭을 둘러메고 출발하려 하는데 금비령 아우에게 문자가 들어온다.

함께 차량을 이용해 출발하자는 내용이다.

그저 고맙고 미안한 마음이다.

 

자연만이 만들어 낼 수 있는 선물에 경외로움으로 공포까지 느끼고 

 

사당에 도착해 잠시 기다리니 한분 두분 모여 들고 잠시 더 기다리니 겨울애 운영자님께서 많은 빵을 준비해 성원차 잠시 들리신다.

그냥 보내도 될 것을 신청했다 참여하지 못하는 미안함에 손수 빵까지 준비하여 배웅차 그 늦은 시간에 만나니 괜시리 마음이 짠해지며 함께하지 못하는 내마음이 더욱 아프다.

 

 

 어둠속에 수도암 설명판만 간단히 한장 남기고

 

급할 것 없이 두어번의 고속도로 휴게소에서의 휴식도 잠시 금새 차량 두대는 산행 들머리인 수도암으로 향한다.

그 옛날 대관령 고개를 넘던 고갯길 만큼이나 굴곡이 심한 차도와 좁아진 콘크리트 도로를 타고 수도암 주차장에 도착하는 시간 새벽 3시 40여분, 처음에는 5시경 출발 예정이였지만 도착 시간이 빨라 산행 준비 후 곧바로 등로로 오르기 시작한다.

이 시간 새벽 4시 15분.

 

수도암을 지나며 산행 들머리에 서 있던 수도산 등산 안내도 

 

어둠속 적막속에 청아한 수도암 목탁소리만이 깨어 종주대의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조심스럽게 미끄러운 시멘트 길을 따라 대적광전 쪽으로 오르니 우측으로 등산로 안내 표시기가 달려있고 그 방향을 타고 조금 더 진행하니 수도산 등산 안내도가 서 있다.

마음의 준비를 하고 한사람씩 그 안내도 앞에서 오늘의 무사 완주를 빌며 다녀가는 흔적 한장씩 남긴다.

 

산죽밭을 지나며 서서히 드러나는 경외로운 자연의 선물 상고대가 피어나고 

 

작은 다리를 건너 빠르게 치고 오르니 완만한 등로가 이어지고 그 등로 양쪽으로 허리까지 올라오는 산죽들이 사각거리며 야밤에 오르는 산객들을 맞이해 준다.

아직 등로엔 큰 눈이 없지만 내린 눈이 녹았다 밤이 되어 얼면서 산행에 여간 조심스럽지가 않다.

발자국 몇개가 찍혀있을 뿐 생각보다 많은 등산객들이 찾은 흔적은 보이지 않는다.

 

산행 후 두번째 만난 이정표, 벌써 700미터를 걸어 올라왔다는 반가운 소식 

 

잠시 숨소리가 가빠질쯤 이정표 하나가 서 있고 살펴보니 이제 수도암에서 250미터 올라온 곳이며 우측으로 청암사까지 4400미터 그리고 좌측으로 수도산 정상까지 2240미터 남았다는 표시이다.

사진 한장 남기고 다시 평이한 등로를 따라 오르니 다시 이정표 하나가 서 있고 이제 수도산 정상까지는 1790미터 남았다는 표시이다.

이제부터 특별한 것도 보이는 것도 없는 등로를 타고 한동안 땀 흘리며 오르니 등로에 쌓여가는 눈 높이가 깊어지며 서서히 나뭇가지에 달려있는 상고대가 어둠속에서도 환상을 노래하며 종주대의 발걸음을 잡고 있다.

 

상고대가 정말 환상이란 단어 이외엔 적당한 단어를 찾지 못하고 

 

탄성이 여기저기에서 터져 나오고 그 어둠속에서도 약한 헤드렌턴 빛줄기를 의지해 몇장의 사진으로 남기니 오늘 산행이 얼마나 아름다운 상고대와 동행해야 하는지 알려주는 듯 하다.

능선으로 오르기 직전 바람이 잔잔한 곳에서 체인젠과 스패츠를 착용하지만 등줄기에 흐르는 땀방울로 인해 자켓은 벗은 후 다시 등로를 따라 진행한다.

금새 바위지대를 통과하고 부풀어 오를대로 올라있는 환상의 상고대와 이야기 나누다 보니 벌써 수도산 갈림길에 도착한다.

 

어느 예술가가 이보다 더 사실적이고 아름다운 작품을 만들어 낼 수 있을까 

 

이정표 하나가 서 있고 이제 수도산 정상까지는 70미터 거리이다.

몇장의 사진을 찍는 사이 7인의 종주대는 이미 수도산 정상에 도착해 사진 찍기 바쁘고 제일 마지막으로 도착해 보이는 조망은 없지만 상상만으로도 즐겁고 아름다운 정상석과 돌탑에서 잠시 올라오며 힘들었던 시간을 잊어 본다.

다만 단지봉 반대편으로도 양각산과 흰대미산으로 이어지는 장쾌한 능선이 있지만 보지 못함이 안타깝고 아쉬울 뿐이다.

언젠가 시간이 되면 이 수도산을 거쳐 다시 오늘 가야하는 반대방향으로 올라 보리라 마음 먹어 본다.

 

안개 자욱한 수도산 정상에 올라 상고대가 피어 있는 정상석과 돌탑도 담아 보고 

 

수도산

가야산 북서쪽 경북 김천과 경남 거창의 경계에 우뚝 솟은 해발 1,317m의 준봉인 수도산은 불령산, 선령산이라고도 불리운다.

참선 수도장으로 유명한 신라말 때의 수도암이 있기 때문에 산 이름도 수도산이라 붙여진 이름이다.
수도산 동남 능선을 따라가면 단지봉과 목통령을 거쳐 가야산에 이른다.  

청암사와 해인사를 잇는 수도산에서 단지봉 그리고 가야산 능선 종주는 평균 고도 1천2백m 고원에 수림과 초원, 바위길이 어울려 흡사 지리산을 종주하는 느낌이다.

정상부근에는 억새, 싸리등 잡초가 무성하고 진달래 군락이 있으며 정상은 암봉으로 이루어져 있다.

수도산에는 청암사, 영남제일의 선원 수도사, 백련암, 극락암, 수도암  등의 사찰과 암자가 있다.  

수도산 북쪽 기슭의 골짜기를 불령동천이라 하는데 심산유곡을 따라 울창한 수목과 옥류가 어우러진 불령동천의 그윽한 풍치는 비경이다.

 

수도산 정상에서 내려오며 숨어 있던 상고대도 찍어 보고 

 

항상 완벽한 산행은 없다는 사실을 실감하는 시간이다.

환상의 상고대를 준 대신 밤 안개와 어둠이 세상을 가로막고 그저 가까이 있는 종주대의 몸짓 하나 행동 하나만을 의지하며 함께 가라 타이르듯 달래는 시간이다.

바람이 거세어 지고 흘렀던 땀방울들이 식으면서 몸이 오그라질쯤 그곳을 빠져 나와 미끄러운 짧은 암벽을 타고 다시 단지봉 갈림길로 뒤돌아 나온다.

 

수도산 정상 갈림길로 되돌아 내려 와 이제부터 단지봉을 향해 고고 

 

이제까지 수많은 상고대를 봐 왔지만 오늘 이 시간에 보는 상고대가 최고의 상고대로 각인되며 진짜 참모습을 느껴본다.

가느다란 잡목에 달라붙어 낮과 밤 사이의 기온차가 벌어져 녹았다 얼었다를 반복하며 그 나뭇가지보다 몇배는 더 굵게 달라붙어 지나는 산객이 흔들어도 전혀 개의치 않고 착 달라붙어 그 모진 겨울 바람을 함께 이겨내는 아름답다 못해 산객을 취하게 만드는 상고대에 이 필자도 역시 취해 본다.

 

이 시간이 꿈이 아니길... 

 

위험한 암봉에 지난 밤 살짝 내린 눈이 덮혀 더욱 미끄러운 등로를 만들고 그곳을 조심하며 내려오니 여전히 절경의 상고대가 이 세상 어느꽃보다도 더 아름다운 모습으로 종주대를 맞이해 준다.

아무리 빠르고 바삐 진행하는 종주대라 할찌라도 그냥 지나칠 수 없어 지나는 순간순간 많은 사진으로 남겨 본다.

잠시 엉뚱한 생각을 해 보곤 혼자만의 미소를 지어본다.

이곳을 종주가 아닌 수도산 단독 산행이였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엉뚱한 생각 말이다.

 

우측으로 심방 하산 갈림길 근처에 도착하자 고도가 낮아졌는지 거짓말처럼 사라진 상고대 대신 산죽이 반기고 

 

다시 그 상고대에 취해 침묵속에 긴 거리 진행하니 어느 순간부터 그 절경을 자랑하던 상고대는 자취도 없이 사라지고 등로엔 파아란 빛깔을 아직도 간직한채 키작은 산죽이 그 배경을 대신하고 있다.

벌써 수도산에서 지나온 길이 1300미터 이고 우측으로 심방 탈출로가 있는 갈림길에 도착한 것이다.

그러고 보니 오늘의 상고대는 고도 1100에서 1200미터 고도 사이를 경계로 환상과 평이함을 극명하게 보여주는가 보다.

 

고도 1200미터 이하에서 만난 볼폼없는 상고대가 피어 있는 잡목들이 생채기를 내기 시작하고 

 

이제부터 등로는 잡목들 세상이 되어 있고 한겨울 빳빳하게 고개 처들고 있는 잡목들이 스치는 산객들을 향해 무차별 공격을 해대기 시작한다.

일정한 거리없이 뒤따라 오면 어김없이 잡목 가지들이 얼굴을 강타하며 일정 간격의 유지를 강요하는 시간이다.

그렇게 정신없이 진행하니 주위 마루금의 윤곽이 어둠속에서도 조금씩 구별되기 시작하고 우측으로 중촌마을 하산 갈림길에 도착한다.

이제 단지봉도 그리 멀지 않은 1700미터 거리에 있다.

 

어떻게 이런 경외로운 선물을 받을 수 있었는지 그저 감사하는 마음이다 

 

잠시 물 한모금 마시고 다시 잡목들과 씨름하다 보니 이제 송곡령 하산 갈림길에 도착하고 단지봉은 800미터 거리에 있다.

하지만 이곳부터 가파른 오르막 된비알이 시작되고 등로에 쌓여있는 눈의 깊이도 깊어지며 오늘 산행 최초의 어려움을 안겨준다.

하지만 등로에 피어 있는 상고대는 더욱 환상을 지나 비경으로 다가오고 그 모습에 반해 산우님들에게 선두를 내어주고 제일 후미에서 다시 많은 사진을 담아 본다.

큰 나무에 매달려 있는 잔가지에 쌓여 얼음이 되어 있는 너무나 아름다운 상고대에 내 마음 모두 내려 놓아도 본다.

 

그저 바라보는 자체로 행복감이 밀려오고 

 

다만 오늘 유일하게 종주 산행에 참여한 홍일점이신 우주님이 많이 힘들어 하시고 몸살 감기 기운이 있는 산소리님이 어려움을 토해내시는 모습이 안타까울 뿐이다.

한동안 오르니 다시 큰 나무들이 사라지며 싸리나무가 등로를 메우고 하늘이 열린다.

앞서 오른 산우님들의 목소리가 떨리며 가느다란하게 전해지고 다시 탄성이 되어 메아리 치고 있다.

재빨리 올라가니 드디어 단지봉 바로 직전의 넓은 헬기장이다.

 

단지봉 정상석 직전의 헬기장에 서 있던 이정표에도 어김없이 상고대는 피어있고 

 

잠시 배낭 벗어 놓고 각자 준비한 간식으로 휴식 취하며 몇장의 사진을 찍어 본다.

어둠이 서서히 사라지며 주위 풍경이 들어오는 단지봉 정상부에는 종주대를 반겨주려는 듯 온 세상이 하얀 상고대가 피어 우리가 알고 있는 그 어떤 단어보다도 더 강렬하게 가슴에 남는다.

환상, 절경 그리고 비경 또 어떤 단어가 있을까 잠시 고민하다 모두 잊어 버리고 이 순간 이곳에서 보이는 풍경 그 자체를 음미해 본다.

 

이제 서서히 세상이 밝아오며 온 세상은 은빛 물결로 변하고, 단지봉 헬기장에서 

 

날이 밝아 모두 보이는 세상이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서운함도 잠시 안개 낀 정상에서 자신의 모습을 찾아 돌아다니는 풍경 또한 이곳 이시간이 아니면 만날 수 없는 광경이기에 그저 좋다.

이정표에 내려 앉아 있는 상고대조차 이 작은 산객의 마음을 부풀게 만들고 어렵게 올라 온 시간을 잠시 반추하는 여유 또한 아름답다.

 

상상의 동화나라에서나 봤음직한 은빛세계로 걸어 들어가는 종주대의 뒷모습까지 아름답고 

 

다시 은빛 세계를 타고 좁은 등로 속으로 몸을 밀어 넣으니 금새 아담한 정상석이 서 있는 단지봉이다.

솥단지를 엎어 놓은 듯한 봉우리 모양으로 인해 붙여진 아름처럼 다른 산과 비교해 매우 평평하고 넓은 공터를 가지고 있다.

많은 산우님들이 함께 올라도 충분히 쉴 수 있는 공간이 있지만 오늘만큼은 우리 종주대의 몫이 되어 있다.

찬바람으로 인한 상고대가 다시 산객의 마음을 사로 잡고 있다. 

 

안개가 자욱한 단지봉 정상의 상고대도 역시 환상이다 

 

단지봉

단지봉은 높이 1,327 미터로 동쪽의 가야산과 서쪽의 수도산 및 남동쪽의 매화산 그리고 남서쪽의 덕유산 등과 함께 소백산군에 딸린 고봉의 하나이다.

이 산은 북쪽 비탈면을 흘러 낙동강에 이르는 감천, 남쪽 비탈면을 흘러 역시 낙동강에 이르는 황강의 지류인 가천의 발원지이다.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가야산과 유명한 수도암이 있는 수도산 사이에 위치하고 있어서 관광객이 많다.

 

온 세상이 순백의 나라로 변해 있다 

 

사진 한장씩 남기고 다시 좌측으로 꺽어지는 등로를 타고 내려가니 이곳 또한 설국이 펼쳐지며 너무나 환상의 상고대 나라를 만들어 놓고 있다.

얇고 가느다란 잔가지 위에 톱날처럼 날을 세운 넓고 얇은 상고대가 자꾸만 산객의 발목을 붙잡고 얼굴에 안기며 차가워진 피부를 자극한다.

그래도 개의치 않고 또 많은 사진 남기며 내려가는 길에 산우님들을 일렬로 세우고 장난기 어린 사진 한장으로 마무리 한다.

 

고도가 낮아지며 상고대의 모습도 변해가고 

 

완만한 등로를 타고 한동안 상고대의 멋스러움에 취하다 보니 하얀 설국이 사라지며 일반 잡목이 무성한 등로가 나타난다.

그러다 갑자기 온세상이 하얀 터널로 뒤덮히며 밝아오는 세상과 어울려 산행의 속도를 늦추고 있다.

아무리 산행을 잘하고 쉼없이 이어가는 종주 산행이지만 누구랄 것도 없이 모두 탄성과 괴성을 지르며 잠시 머물러 사진 몇장 담느라 정신이 없다.

많은 겨울 산행을 해 봤지만 오늘 이 시간 이곳에서 보고 있는 이 상고대야 말로 이 세상 최고의 상고대로 다시 태어나 내 눈앞에 펼쳐져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이다.

 

다시 설국이 펼쳐지며 어느곳을 찍어도 모두 작품이 되어 버린다 

 

걷고 또 진행해도 끝이 보이지 않는 상고대 터널, 그렇게 종주 산행을 즐겨하는 천문님까지도 그 터널에서 한아름 가득 상고대를 안고 사진 한장 남긴다.

다시 산우님들 보내고 후미에서 급할 것 없이 많은 사진 남기다 보니 조금은 무감각 해지는 느낌이 다가온다.

재빨리 디카를 주머니 속에 넣고 아무리 예쁘고 멋스런 상고대라 할지라도 그냥 가슴으로만 담아 둔채 이제 빠르게 진행해 본다.

 

낙엽을 털어낸 낙엽송에는 하얀 상고대 친구가 겨울 찬바람을 막아주고 

 

잠시 큰 나무들이 사라지고 키 작은 잡목이 나타나며 그 위에 천상천하 이보다 더 아름다울 수 없는 풍경화를 그려 놓고 있다.

우측에 잎새를 모두 떨구고 외롭게 서 있는 거대한 낙엽송이 마치 하늘에서 하얀 물감을 뿌려 채색한 듯 아름다움의 극치를 이루고 있다.

이름모를 야생화를 피웠다 떨군 줄기에도 어김없이 하얀 상고대 꽃을 피워 아쉬움을 달래고 이리보고 저리봐도 모두 한폭의 동양화로 뒤살아나는 등로를 따라 걷고 있는 우리 종주대는 진정 복 받은 산꾼이라는 생각이다.

 

마치 사슴 뿔을 닮아 있는 상고대도 만나고 

 

아침 8시를 넘기며 좌일곡령으로 가는 도중 약간의 낮아지는 안부로 들어서자 이번에도 어김없이 키작은 산죽이 등로 양쪽에 도열해 산객에 인사 건네고 주위를 둘러치고 있는 잡목에는 하얀 점들이 박힌 보통의 상고대가 피어 있다.

1200미터 고도 이하로 내려오고 있음을 실감하는 순간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파아란 산죽길 위로 다시 하늘을 가리는 하얀 상고대가 터널을 만들어 은빛세상을 만들어 놓고 있다.

 

고도가 낮아지면 낮아지는 대로 자연의 멋을 알려주고 

 

한동안 정신없이 사진을 찍으며 즐기다 보니 저 멀리 앞서가던 산우님들이 지르는 탄성이 들려온다.

바라보니 안개가 약간 걷히며 조금은 세상의 빛을 보여주고 저 멀리 바위로 이루워진 좌일곡령 위에 올라있는 산우님들이 탄성을 지나 괴성을 지르는 모습이 생생하다.

지금까지 봐왔던 상고대만으로도 충분한 것을 어떤 상고대를 봤기에 저리 호들갑을 떨고 있을까 생각하며 진행하니 이것은 도저히 보면서도 믿기지 않는 거대한 자연의 선물이 거기에서 기다리고 있다.

 

이 사진이 진정 내가 보고 온 상고대인지 눈을 다시 한번 의심해 보고 

 

5미리미터도 안되는 얇은 가지에 붙어 녹았다 얼기를 반복하며 만들어진 십여센티를 넘기는 상고대가 바위 위에 자라고 있는 잡목 가지마다 탐스럽게 흰꽃을 피우고 그 공간이 모자라 그 하얀 꽃들끼리 다시 달라 붙으면서 거대한 상고대 꽃송이를 만들어 놓았다.

그 아래 바위를 지난 지점부터는 온톤 하얀색 뿐인 설국을 만들고 그 설국의 좁은 길로 종주대가 지날 수 있는 좁은 등로만을 열어 놓고 있다.

이것이 진정 설국의 하얀 상고대를 피워 놓은 단지 꿈이 아닌 현실이길 바래 본다.

 

 좌일곡령 지나 상고대 터널을 이루고 있는 등로

 

앞서가던 산우님들이 진행을 못하고 기술없는 사진사를 기다리며 한컷 부탁하는 모습에서 얼마나 아름답고 멋진 풍경이면 종주를 즐기는 산꾼들마저 이 풍경에 감탄해 사진 한장 남길까 생각해 보는 시간이다.

좌일곡령 바위를 조심하며 타고 넘자 이번에는 잔가지 뿐만 아니라 거대 나무 기둥에도 표현할 수 없는 형이상학적인 상고대를 피우고 그 위에는 터널을 만들어 글로만 읽었던 신비의 동화나라로 우리를 인도하는 듯한 착각에 빠져 든다.

 

보고 또 봐도 질리지 않는 절경을 자랑하고 있다 

 

이리보고 저리보고 사방팔방 어느곳을 보고 찍어도 모두 작품이 되고 추억이 되는 사진들을 남기며 종주산행에서 느끼지 못하는 여유로움을 맛보기도 한다.

끝나지 않을 것 같던 그 신비스런 상고대 터널이 약 30여분간 지속되고 수없이 많은 사진으로 남긴 후 계속 등로를 따라 진행하니 잠시 다시 하늘이 열리며 은빛 물결이 살랑이고 있다.

온통 갈색의 나뭇가지에 매달린 하얀 상고대 그리고 그 넓은 은빛세계를 비밀스럽게 감추고 있는 아침 안개가 말로 표현하기 힘든 지금까지 이 필자가 봐왔던 세상과는 전혀 다른 세상을 만들어 놓고 있다.

 

너무나 섬세하고 아름다워 입을 다물 수가 없다 

 

시간은 잘도 흘러 이제 8시 40여분을 지나고 그 상고대 터널을 지나며 많은 사진으로 흥얼거리며 진행하니 선두는 우측으로 거창군 가북면의 석가천이 흐르고 용암리에서 몽석리로 이어지는 마을이 내려다 보이는 조그만 전망 바위에 앉아 아침 식사 준비를 하고 있다.

그속에 앉아 환상의 상고대와 함께하면서 잊었던 허기를 달래며 잠시 쉬어가는 시간을 가져 본다.

모두 남이 알아주는 산꾼들이기에 이런 악조간의 등로와 환상의 풍경속에서도 늦지 않게 정상적인 속도로 산행을 이어가고 있음에 내 자신 스스로 놀라움을 감추지 못한다.

 

아침 식사를 하던 전망바위에서 바라 본 가야 할 등로쪽 설경 및 상고대 

 

잠시 식사 후 일어나 앞으로 바라보니 그곳에서 하얀 동화의 나라가 열려있고 그 놓치기 아쉬운 풍경에 다시 등로로 나아가 하늘에 열려있는 상고대를 무한정 찍어 본다.

앞으로 두번 다시 이런 환상의 상고대를 만날 수 없다는 불안감이 잠시 밀려온다.

그만큼 이 작은 산객의 혼백을 완전히 빼앗아 가 버리는 상고대의 아름다움이다.

 

표현 할 수 없는 아름다움이 가슴 속 저 밑바닥에서 부터 끓어 오르고 

 

이곳에서 식사 후 네분의 산우님들 모시고 천천히 출발하여 산죽밭을 넘으니 갈림길이 나타난다.

지금까지의 경험상 직진 등로에 많은 띠지들이 달려있고 우측으로 사면길에는 띠지 한장 붙어있지 않다.

하지만 경험상 이 봉우리를 우회하는 우회길이라 판단하고 우측 등로를 타고 알바아닌 알바를 시작해 본다.

한참 내리막 등로에 수북히 쌓여 있는 낙엽을 밟으며 내려가니 넓은 공터가 나타나고 그곳에서 부터는 안개가 걷히면서 우람하고 당당한 가야산 줄기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용암리 방향으로 알바하며 내려가다 본 저 멀리 웅장산 가야산 원경 

 

몇장의 사진을 남긴 후 발 아래 내려다 보이는 능선을 보니 저 웅장한 가야산으로 가야하는 능선이 잘라지며 어딘지 수상쩍음을 느낀다.

재빨리 산행 지도와 나침판을 꺼내 독도를 해 보니 아까 띠지가 나풀거리던 봉우리로 올라 진행하는 것이 정상 등로이고 우리는 우측으로 꺽어 용암리 방향으로 한참을 내려왔음을 알게 된다.

또한 후미에서 따라오고 있을 산우님들도 보이지 않아 그 네분의 종주대는 정상적인 등로를 타고 진행했으리라 짐작하면서 다시 뒤돌아 올라 본다.

 

1124.9봉쪽으로 다시 올라 와 정상적인 등로를 따라 가다 뒤;돌아 본 풍경이 환상이다 

 

살펴보니 이곳이 1124.9봉 정상으로 그곳에서 등로는 좌측으로 크게 꺽여 내려가도록 되어 있다.

단지 약간의 어려움을 피하려고 우측 사면길을 택한 것이 결국은 약 30여분 잃어 버린 시간이 되어 버린 것이다.

한동안 선두가 되어 버린 후미를 쫒아 빠르게 진행하며 소리 질러 부르지만 대답없는 선두는 선두대로 우리가 보이지 않아 무척 빠르게 진행하는가 보다.

나중에 만나 이야기 나누니 선두였던 우리는 알바 후 뒤바뀐 선두를 쫒아 소리 지르며 부르지만 대답이 없어 선두를 나무랐고 또 후미였다 선두가 된 네분의 산우님들은 후미가 된 선두를 모르고 왜 이리 빨리 진행하는지 모르겠다고 이야기 나누며 우리를 쫒아 땀나도록 달려갔던 것을 알고는 서로가 폭소를 지어 본다.

 

목통령 가는 길에 뒤돌아 본 지나 온 마루금, 저 멀리 1124.9봉까지는 하얀 상고대 밭이였으나 그 이후엔 정상적인 등로이다 

 

이제 목통령 가는 등로가 조금씩 열리며 또 다른 장관을 연출하고 있다.

종주대가 지나는 등로가 서에서 동으로 이동하기에 등로 좌측으로는 환상의 상고대가 그대로 남아 절경을 보여주지만 우측 남쪽으로는 따스한 햇살을 받아 상고대는 그만두고 조금 남아 있는 눈조차 모두 녹여 그저 평이한 산등성이 그 자체로 남아 있다.

오늘같이 따스한 날씨에 내린 눈이 아니라면 도저히 만날 수 없는 귀한 선물을 선사 받는 기분이라 마음만은 부자가 되어 간다.

어려워하시는 산우님 조차도 탄성을 부르는 그 환상의 상고대 앞에서는 그저 웃음으로 피로를 이기는 것이다.

 

드디어 목통령에 도착해 잠시 휴식을 퓌해 보고 

 

다시 등로를 타고 진행하다 우측으로 바라보니 방금 전 잘못 내려가며 알바한 능선이 용암리로 뻗어 내리며 시원하게 조망된다.

그래도 재빨리 알바하고 있음을 알고 되돌아 올라 왔으니 다행이란 안도감이 든다.

이제 이름없는 봉우리 몇개를 앞에 두고 좌우측이 완전히 다른 세상을 펼쳐 놓고 서로가 산객의 마음을 잡기 위해 노력하는 등로를 따라 빠르게 진행해 본다.

선두를 잡기 위한 노력이 계속되지만 워낙 날쌘돌이 선두이기에 한동안 진행해도 잡히질 않는다.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정상적인 등로가 묘하게 마음에 풍파를 일으킨다

 

앞으로 진행해야 할 무명봉 넘어 두리봉이 보이고 그 끝자락 정상에 안개를 드리운 가야산 주봉인 우두봉이 산객의 발걸음을 무겁게 만들고 있다.

걷고 또 걸어 왔건만 아직도 가야산은 멀게만 느껴지는 시간, 그래도 백두대간 산행을 하면서 배운 것이 있다면 보이는 봉우리는 금새 또 오를 수 있다는 희망이 있다는 것이다.

이곳에서 보는 저 아득한 가야산도 조만간 이 산객을 반겨줄 시간이 있으리란 믿음으로 한발 두발 뚜벅이 산행을 진행 해 간다.

 

다시 상고대가 반겨주기 시작하고 

 

지나 온 능선이 이제 저 멀리 단지봉부터 시원하게 펼쳐져 있다.

다만 수도산은 단지봉에 가려 그 모습을 아직도 감추고 있다.

중간 중간 하얀 설국이 펼쳐져 있는가 하면 그저 평범하다 못해 지루하게 여겨지는 등로가 혼재하며 우리들 종주대의 발걸음이 위대함을 알려주고 있다.

앞으로 보이는 거대한 가야산과 두리봉을 바라보며 이제 상고대도 없는 밋밋한 낙엽깔린 등로를 따라 무척 빠르게 진행하니 드디어 목통령이다.

 

등로와 나뭇가지가 하늘과 땅만큼이나 다른 세계를 만들어 놓고 

 

우측으로는 거창의 상개금으로 내려가고 좌측으로는 김천의 황점으로 내려가는 갈림길이 있는 안부에 작은 이정표가 달려 있다.

이제 이곳에서 가야산 정상인 우두봉까지는 약 4시간 거리, 아무리 선두를 따라 잡으려 해도 잡히지 않기에 이곳에서 잠시 쉬며 후미 세분을 기다린다.

금새 후미가 합류하고 이야기 나눈 후 다시 먼저 출발해 선두를 따라 잡기 위한 술래잡이 놀이는 계속된다.

 

앞으로 가야 할 두리봉과 저 멀리 안개속에 잠겨 있는 가야산 정상의 우두봉도 보이기 시작하고 

 

낙엽깔린 얕으막한 봉우리에 오르니 말라있는 회색 억새가 반기고 공터를 지나 두리봉이 바라다 보이는 능선에서 앞쪽 능선을 향해 온누리 소리를 지르니 이제서야 앞쪽 선두팀에서 회신이 되돌아 오고 마음의 안심이 되어 간다.

그 사이 온 몸의 힘이 빠지며 갑자기 산행에 어려움을 느낀다.

긴장 후의 노곤함이랄까 ???

이제부터 홀로 급하지 않게 선두와 후미의 중간에 낑겨 산행을 즐겨 본다.

 

지나온 등로를 뒤돌아 보니 상고대가 깔려있는 능선이 참으로 멋지다 

 

한동안 낙엽 깔린 등로를 타고 진행하니 이제 이곳에서 부터 자꾸만 뒤로 잡아 채는 잡목과의 싸움이 시작된다.

아주 좁은 등로만 열어 둔채 잔가지들이 무성히 자란 등로엔 잘못하면 회초리로 다리를 맞던 그 어린 시절로 뒤돌아 가 이제 얼굴에 상처를 내며 후려치고 있다.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기도 하고 머리를 하늘로 치들어 곳곳함을 취해보기도 하며 한동안 된비알 오르니 다시 상고대가 반겨주고 환상의 상고대와 친구를 해 본다.

특히 낙엽속에 내려 앉아 있는 하얀 상고대가 산객의 마음을 잡고 자꾸만 뒤흔들어 놓고 있다.

 

계속 산객을 따라오며 온몸에 생채기를 냈던 잡목등로 

 

작은 봉우리 하나만 넘으면 불기령과 두리봉이 나타나는 능선 위에 선두팀이 휴식을 취하며 후미를 기다리고 있고 이곳에서 다시 간식 먹으며 후미가 도착할 때까지 쉬어 본다.

하지만 후미도 생각보다 일찍 도착하고 다시 조금 더 여유를 찾은 후 이제부터 내리막 솔밭 등로를 타고 가파른 길을 내려 가 본다.

이제부터 자유 산행으로 가야산에서 만나기로 했지만 거리에는 큰 차이가 벌어지질 않는다.

조금 더 진행해 헬기장에 모여 가야산을 배경으로 단체 사진 한장 남기고 불기령 하산하기 전 마지막 봉우리 지나 불기령을 넘는다.

 

불기령 가기 전 마지막 능선에서 바라 본 두리봉과 저 멀리 안개를 벗고 있는 가야산 원경 

 

오늘 타고 온 등로는 그러고 보니 수도지맥의 주 능선으로 많은 산우님들이 이용했을 법 한데 생각보다 많은 산객들이 지난 흔적은 찾을 길 없다.

잠시 수도지맥을 떠 올려 본다.

수도지맥은 합천군 율곡면 황강의 구슬고개 아래의 청덕교에서 시작하여 대덕산 아래 덕산재까지의 111km의 구간이며 종주에 필요한 지형도는 국토정보지리원에서 발행한 도엽명 무풍,가야,합천,창녕의 1:50,000 또는 대덕,웅양,마상,구정,고령,봉계,쌍책의 1:25,000의 지형도가 필요하다.

 

이제 서서히 지나온 능선이 열리며 저 멀리 단지봉까지 시원하게 보이기 시작한다 

 

코스는 창덕교-성산(250.7m)-318봉-1034지방도-솜등산(271m)-기미재-309봉-시리봉(408m)-지릿재-노태산(498m)-만대산(688.7m)-매화재-토곡산(644m)-마령재-512.3봉-564봉-싸리터재-547.8봉-오도산(1067.1m)-두무산(1036.4m)-산제현-616.2봉-비계산(1130m)-마장재-우두산(1046.3m)-큰재-장자동고개-깃대봉(1112.9.m)-두리봉(1135m)-1124.9봉-1257.6봉(좌일곡령)-단지봉(1326.7m)-구곡령-수도산(1317.1m)-우두령(1099번지방도)-봉산(901.6m)-백학동(3번국도)-신기마을-국사봉(875.1m)-877봉-수도지맥분기점-대덕산(1290.9m)-덕산재(30번국도,백두대간덕산재)로 무박 종주 산행으로 진행하면 6구간 이내로 완주가 가능한 마루금이다.

언제나 이곳에 들려 수도지맥을 완주하는 기쁨을 맛 볼 수 있을련지...

 

이제 상고대 꽃이 활짝 핀 가야산이 손에 잡힐 듯 가깝게 보이는 두리봉도 지나고 

 

다시 완만한 등로를 타고 잠시 오르니 하얀 눈과 상고대를 가득 담고 있는 가야산이 훤히 올려다 보이는 두리봉에 도착한다.

너무나 아름다운 가야산 설경에 취해 다시 잠시 휴식 시간을 가진 후 가야산을 향한 마지막 투혼을 불사른다.

두리봉 지나 조금 더 진행하니 헬기장 하나가 더 나타나고 그곳에서 완만한 능선을 타고 내려가는데 보이는 능선이 이상하게 다가온다.

재빨리 지도와 나침판을 가지고 독도를 해 보니 분명 이곳이 맞는다고 나타나지만 보이는 능선은 이곳이 아닌 우측의 직진 능선처럼 여겨진다.

 

잠시 헷깔리는 등로를 확인하기 위해 독도를 한 후 가야산으로 향한다 

 

두분의 종주대가 다시 헬기장 쪽 봉우리 정상까지 오르며 다른 등로가 있는지 살펴보지만 이곳 이외엔 등로가 없음을 확인하곤 곧바로 다시 진행해 본다.

한동안 북동쪽으로 휘여 내려가던 등로가 안부에서 다시 남동쪽으로 휘며 정상적인 등로의 모습으로 뒤돌아 온다.

능선 봉우리에 올라 바라보니 두리봉에서 이곳으로 오르는 능선이 우측으로 크게 타원형을 그리며 이어져 있고 가운데 능선은 바닥으로 그냥 떨어져 내린다.

역시 보이는 산세와 이어져 오르는 산세가 다름을 다시 한번 절감하는 시간이다.

 

이보다 더 아름다운 설경과 상고대가 또 다시 존재할까 믿기지 않는 비경이 펼쳐지고 

 

이곳부터는 비지정 탐방로로서 통과해서는 안되는 구간이다.

하지만 입산통제 안내문도 없고 또 크게 막아 놓은 등로도 없기에 꾸준히 그 등로를 타고 가야산으로 향한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이곳 두리봉에서 가야산 정상으로 향하는 등로는 비지정 등로로서 들어가서는 안되는 출입금지 구역이였던 것이다.

모르고 진행하며 또한 안내판 하나 없기에 당당히 올랐지만 후답자들은 한번 깊이 생각해 볼 구간으로 남는다.

 

절경을 이루고 있는 가야산 정상부인 상황봉 모습 

 

자연을 사랑하고 산이 좋아 오르지만 악법도 법이라고 지킬 수 있으면 좋았을 것을 그렇지 못한 현실에 아쉬움이 크게 남아 있는 구간으로 기억되고 있다.

잡목 밭을 지나 다시 키보다 더 크게 자란 산죽밭을 지나니 다시 얼굴을 때리는 잡목밭이 나타난다.

그곳을 지나니 완만한 경사가 끝도 없이 이어지고 음지에는 제법 눈이 쌓여 있지만 봄날씨 같은 따스함에 녹으며 자꾸만 체인젠을 붙잡고 늘어지고 있다.

 

자연의 위대함과 경외로움을 동시에 느끼는 시간 

 

한분 두분 종주대를 모두 앞으로 보내고 후미에서 힘겹게 오르지만 아직은 견딜만 하신 두분의 산우님들이 보이는 거리를 유지하며 마지막 된비알 타고 오른다.

오름길의 상고대는 이제 조금씩 녹으며 빗물이 되어 산객의 등산복을 적시고 있지만 그 물방울이 햇살을 받아 더욱 영롱하게 빛을 발하는 모습에선 나도 모르게 탄성이 흘러 나온다.

힘겹게 오르는 산우님의 모습도 담아 드리며 산죽과 바위들이 산재한 등로를 타고 한동안 오르니 하늘이 다시 열리며 천국을 만들어 놓고 있다.

 

표현하지 못하고 그저 몸으로 느껴본다 

 

지금까지 하루 종일 보아왔던 상고대의 마지막 클라이막스를 장식하듯 상고대 꽃이 만발해 있고 그 꽃들 사이로 얼굴을 내밀고 있는 가야산 우두봉과 칠불봉 그리고 그 반대쪽 암봉들이 더 이상 할말을 못하도록 입을 꼭 막아 버린다.

너무나 아름답고 멋진 절경이 숨어 있는 이곳에서 그냥 지나칠 수 없어 잠시 주위 조망 구경하며 기다리니 두분의 산우님들이 올라오고 흔적 한장씩 남겨 드린다.

 

가야산 정상인 우두봉 전경 

 

그리고 다시 두분을 올려 보낸 후 천천히 음미하며 그 아름다움에 취해 본다.

생각지도 못하고 올랐던 종주길에서 이토록 아름답고 절경의 풍경을 볼 수 있음에 감사하는 시간이다.

발에 전해오는 눈의 촉감도 이곳은 뽀드득 거리며 흥겨운 소리를 내고 하늘을 뒤덮은 상고대는 끝없이 터널을 만들어 산객을 흥분시키고 있다.

그 등로를 따라 한동안 오르니 가야산 상황봉 아래 넓은 헬기장이다.

 

가야산 우두봉에서 바라 본 칠불봉 전경 

 

이곳 역시 상상을 초월하는 상고대가 피어 있고 바위에 돋아난 서릿발과 조화를 이루며 산객의 발목을 다시 잡는다.

간단히 사진 촬영 몇장 하고 오르니 마지막 우두봉 오르는 철계단 갈림길이다.

이곳에서 철계단 타고 정상에 올라 눈으로 보면서도 믿어지지 않는 설원과 설국에 다시 마음을 빼앗겨 본다.

동쪽으로 칠불봉이 하얀 설국을 만들며 많은 등산객들에게 그 넓은 품을 내어 주고 있다.

 

가야산 우두봉에서 바라 본 남쪽의 남산제일봉과 그 앞의 톱날같은 오봉산 

 

남쪽으로는 톱날같은 오봉산과 그 옆으로 남산제1봉인 매화산이 우뚝하고 남서쪽으로는 깃대봉 아래 단지봉도 눈에 들어온다.

그리고 수없이 많은 봉우리들이 마치 병풍처럼 도열해 해인사를 감싸고 그 아래 홍류동 계곡도 놓여 있다.

남서쪽 저 멀리 산 중턱에 햇살을 받아 반짝이는 가북저수지가 눈길을 사로 잡는다.

한동안 머물며 많은 사진 찍고 다시 철계단 타고 내려와 해인사에서 기다리는 운전사와 연락되어 칠불봉은 포기하고 해인사로 하산하기 시작한다.

 

가야산 우두령에서 해인사로 내려가며 바라 본 하산길 

 

바위가 계곡을 덮고 있는 그곳을 빠르게 진행하며 내려가자 위험구간에는 어김없이 계단이 설치되어 있고 그 이후부터는 끝없이 이어진 산죽밭을 타고 하염없이 내려가 본다.

내려가도 끝이 없는 넓은 등로를 타고 한시간 가까이 내려가니 저 멀리 해인사가 보이고 일주문에 들려 사진 한장 남긴 후 다시 시멘트 도로를 타고 20여분간 주차장을 향해 달린다.

 

 불영산해인사 일주문

 

수도암까지 다시 되돌아 가 차량 회수를 해야 되기에 운전사 2명을 모시고 내려오며 나머지 5명의 종주대에게 이별의 작별인사를 건넨다.

함께 되돌아 와 저녁 식사하며 하루를 마감하고 싶었지만 가족 모임이 있는 날이다 보니 먼저 자리를 뜰 수 밖에 없는 현실이 미안하다.

 

수도암 가는 길에 무흘구곡중 하나인 정자도 담아보고 

 

해인사에서 수도암으로 돌아오며 무흘구곡의 비경을 담을 수 있는 행운을 얻는다.

다시 수도암에서 차량 회수 후 두분의 산우님과 인사 나누고 김천을 거쳐 대전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묵직하지만 마음만은 풍요로운 가을 수확을 끝낸 농부의 마음이 되어 있다.

 

돌아오는 길에 마지막으로 김천옛날솜씨마을 이정판도 담아본다 

 

늦은 시간 사당동으로 배웅 나오시며 맛난 빵까지 준비해 주신 겨울애 운영잔임께 감사 드리며 차량 봉사를 해 주신 바다사랑님과 금비령대장님에게도 고마운 마음 전해 드림니다.

멋진 종주 산행을 함께 나눈 산우님들 역시 고생 많이 하셨습니다.

다음 기회에 더욱 멋진 공지로 만나도록 하지요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칠갑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