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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맥산행(완료)/한북정맥(완료)

한북정맥 제7차 산행 후기

by 칠갑산 사랑 2009. 1.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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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지 : 경기도 포천 및 남양주시의 제7차 한북정맥 마루금 일대

산행날자 : 2009년 1월 17일 (토요일)

산행날씨 : 맑았으나 박무로 인한 시야 흐림

산행온도 : 영하 1도에서 영상 8도

산행인원 : 3450온누리산악회 회원 24명

산행코스 : 큰넓은고개 87번 지방도로-작은넓고개-570봉 삼각점-송전탑-입산통제 안내판-헬기장-

               죽엽산(610봉)-운악산 갈림길-작은 임도(점심 식사)-송전탑-비득재, 14번 지방도로-철탑-철탑-

               고모산성 터-노고산-나무터널-임도-천주교 묘역-군 철조망-다름고개 또는 무림리 고개

산행거리 : 약 13.5 Km

산행시간 : 선두 후미 구분 없이 약 6시간 (09시 45분부터 15시 45분까지)

 

 

환상의 상고대와 광릉 숲의 빼곡한 침엽수림에 마음을 빼앗기고

 

 

또 한구간 맥 잇기 산행을 떠나는 날이지만 약간의 걱정도 되는 날이다.

어제 일찍 들어 와 오후에 관악산엘 올랐다 내려왔지만 근 2주 동안 산행다운 산행 한번 못하고 장기 출장을 다녀온 후라 처음부터 후미에서 천천히 체력 확인하며 오르자 생각해 본다. 

 

좀 늦게 출발한 버스가 약간의 정체는 있었지만 대체로 원활한 교통으로 제시간에 지난번 내려온 87번 구지방도로가 아닌 몇채의 공장지대를 지난 신 87번 지방도로에 종주대를 내려 놓는다.

처음에는 낯설은 주위 풍경에 어리둥절 했지만 자세히 살펴보니 87번 구지방도로와 신도로 사이의 공장지대를 넘어 주유소가 서 있는 87번 신지방도로변 산행 들머리였던 것이다.

지난 번 내려온 구 87번 지방도로를 찾아 보지만 온세상을 감추듯 뿌옇게 내려 앉은 안개로 인해 확인은 불가능하다

 

87번 신지방도로 옆 산행 들머리에 지난 밤 내린 엷은 눈이 덮혀 있고 박무가 끼어 있다 

 

잠시 산행 들머리에서 스트레칭으로 몸 풀고 배낭 메고 오르는 시간 09시 45분, 지난 밤 살짝 내린 하얀 눈 위에 앞서 간 산우님들의 발자국이 선명하게 나 있고 그 뒤를 따라 급할 것 없는 발걸음으로 후미를 자청해 본다.

한동안 소나무와 잡목들이 적당하게 어울린 능선을 타고 진행하다 살펴보니 많은 띠지들이 좌측에서 나풀거리지만 산우님들 발자국은 직진으로 나 있다.

약간의 미심쩍은 마음으로 왜 이곳으로 갔을까 잠시 생각하는 사이 앞서간 산우님들이 뒤돌아 내려오고 기다렸다 중간에 낑겨 진행해 본다.

  

정상적인 등로를 지나 쳐 호젓한 등로를 따라 진행하는 산우님의 뒷모습이 아름답게 다가온다

 

산행 전 나마스테대장님이 걱정하던 일이 일어났던 것이다.

낙엽이 수북히 내려 앉아 있던 등로를 찾아 사전답사를 했지만 눈내린 오늘은 또 어떨지 약간은 걱정이 앞선다는 이야기 말이다.

걱정이 현실화 되였지만 사전에 철저한 준비와 답사가 있었기에 어려움 잘 극복하고 정상적인 등로를 찾아 진행하는 마음에는 한결 여유와 즐거움이 묻어 있다. 

 

정상 등로를 찾아 진행하니 금새 좌측으로 몇기의 묘지 넘어 낙엽송 가지에 환상의 상고대가 피어나기 시작한다

 

호젓한 산길이란 단어가 어울리는 등로, 한명 두명 모두 앞으로 보내 드리고 제일 후미로 남아 유유자적 걸어 본다.

소나무와 잡목이 적당히 섞여 있고 낙엽이 깔린 등로 위엔 지난 밤 내린 얇은 눈이 덮고 있고 그 한가운데에 종주대들의 발자국이 선명하게 찍혀있다.

아름답고 멋진 등로를 따라 무심으로 진행하니 갑자기 좌측으로 하늘이 열리면서 묘지 몇기가 보이고 그 아래 앙상한 낙엽송 가지가 새하얀 눈꽃을 매단채 겨울을 나고 있다

생각지도 못한 환상의 상고대에 정신까지 혼미해져 옴을 느낀다.

무한정 찍고 또 찍어 본다 

 

지나는 등로 위 솔잎에도 숨겨진 보물을 꺼내듯 하나 둘 너무나 환상의 상고대가 매달려 있다

 

앞서가던 산우님들의 환호성이 저 멀리에서 가깝게 다가온다.

정신없이 많은 사진 찍으며 진행하니 앞으로 나아갈수록 더욱 화려하고 절경을 숨겨 놓았던 등로가 열리며 산우님들의 심금을 울리고 있다.

세상사에 찌들었던 마음과 몸이 자연에 동화되며 어린아이가 되어 이 시간만큼은 무아의 세계를 유영하는 것이다.

 

산행을 하다보면 가끔 눈꽃과 상고대의 차이점에 대해 질문을 받곤 한다.

여기에 그 답을 몇자 정리해 보기로 해 본다.

눈꽃은 통상 나뭇가지 따위에 꽃이 핀 것처럼 얹혀있는 눈을 말하고 상고대는 나뭇가지 따위에 묻어있던 물기가 갑자기 추워지는 온도와 바람으로 인해 얼어 붙으면서 얼음 알갱이 형태로 다라 붙어 있는 것을 말한다.

즉 눈꽃은 눈을 말하지만 상고대는 서리처럼 얼어 있는 작은 얼음 알갱이 또는 그것들의 집합체라 이야기하면 맞을 것 같다.

 

앞서간 산우님들이 만들어 놓은 등로 양옆과 위에도 너무나 멋진 상고대가 터널을 이루고 종주대를 맞는다

 

누구랄 것도 없이 한동안 머물며 많은 추억 만들고 어린시절의 순수한 동심으로 돌아 가 자연을 만끽해 보는 시간이다.

그림같은 환상의 눈꽃과 상고대 밭에서 놀다 정신을 차려 살펴보니 이미 또들썩하던 산우님들은 모두 떠나고 초라한 산객 홀로 남아 아직도 꿈속을 헤매고 있다.

그래도 아름다운 상고대가 피어 난 터널 밑으로 정겹도록 그리운 등로가 펼쳐진 그곳에 눈길이 머물자 다시 현실 세계로 뒤돌아 나온다. 

 

모든 잎새를 떨군 앙상한 가지에 눈과 입을 다물지 못할 비경의 눈꽃이 달려있어 걸어가는 발끝이 조심스럽다

 

다시 앞서간 산우님들이 만들어 놓은 우리들만의 등로를 따라 진행하니 온세상의 하얀색으로 칠해져 있다.

처음에는 잡목과 잡풀 위에 만들어져 있던 상고대가 좀 더 북사면으로 갈수록 눈꽃으로 변해있고 그속을 따라가니 울찬한 소나무 군락지가 나타나며 솔잎 위에도 말로 표현하기 힘든 아름다운 상고대 세상이 열려 있다.

여유롭게 많은 추억거리 만들고 따라가니 어느새 등로는 다시 키작은 잡목들 세상이 되어 있고 그 앙상한 가지위에 소담한 눈꽃이 이 세상 어느꽃보다 아름다운 자태를 마음껏 드러내며 뽐내고 있다.

앞으로 진행하기에 어려움이 있지만 그래도 한발 두발 따라가 보니 우측으로 설국이 되어 버린 마을을 두고 작은넓고개가 나타난다.

포천시 가산면과 남양주시 내촌면을 이어주는 작은넓고개는 지금은 광릉숲 우회도로로 이용되는 듯 하다.

 

절경의 상고대와 눈꽃에 취해 작은넓고개에 도착해 보니 우측의 마을도 온통 새하얀 설국으로 반기고 있다

 

공사장에서 사용되던 나무판들과 공사하다 만 철구조물 그리고 이곳 저곳에 흩어져 있는 자동차들까지도 오늘은 하얀 눈속에 파묵혀 그저 아름다운 설국의 모습 그 자체이다.

마을 도로옆에 서 있는 나뭇가지마다 모두 하얀 눈꽃과 상고대를 간직하고 저 마다 새롭고 다른 세상으로 산객을 유인하고 있는 듯 하다.

이곳이 마치 내가 태어나 뛰어 놀던 시골 마을인양 착각을 불러 일으키고 잠시 꿈과 희망을 꾸며 살았던 순수한 동심을 그려 본다.

 

작은넓고개 넘어 능선에 오르니 방금 전 봤던 우측 마을쪽 공터에도 새하얀 세상이 열려있다

 

그 작은넓고개를 넘어 오르니 작은 낙엽송 위에 아직 푸르름을 간직한 아기손가락을 닮아 있는 잎새엔 하얀 아기 손가락이 그려져 있고 그 멋스러움이 다시 발길 붙잡아 한동안 머물러 본다.

언제 어느 시간에 사라질지 모르는 자연의 위대함과 아름다움에 그저 콧노래와 탄성만이 흘러 나올 뿐이다.

다시 좀 더진행하니 몇몇 산우님들이 모여 앉아 흥겨 겨웠는지 준비한 막걸리 한잔을 기울이고 있다.

옛날 시골에서 맛보던 시골 동동주 한잔에 우리 모두는 시인이 되기도 해 보는 시간이다.

그곳을 떠나 진행하니 다시 우측으로 넓은 공터가 보이고 그 공터 넘어 방금 전 작은넓고개에서 바라 보았던 마을이 보이지만 박무로 인해 사진으로는 찾아보기 힘들다. 

 

무미건조했을지도 모를 잡목의 등로가 구불구불한 발자취를 남기고 앞서 간 산우님들로 인해 아름다운 산행길로 변해 있다.

 

이런 저런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 나누다 다시 후미로 처져 홀로 자연을 음미하는 시간을 가져 본다.

온세상을 하얗게 변하게 만든 눈이 얇게 쌓여 있고 그 쌓인 눈 사이로 듬성 듬성 서 있는 잡목들이 낙엽을 떨구고 황량한 겨울빛을 발하지만 그 속에 나 있는 뚜렷한 한가닥 등로가 마음을 편하게 만들어 준다.

겨울이 지나면 흔적도 자취도 없이 사라질 등로 위 눈이기에 마음껏 바라보고 느낄 수 있는 이 시간, 나만의 공간으로 만들어 보는 욕심쟁이가 되는 시간이다. 

어찌 이런 평범하지만 뚜렷한 우리들만의 길이 좋은지 내 자신도 모르는 시간이다.

 

이곳이 전방임을 알리는 벙커가 자주 눈에 들어 오지만 오늘만큼은 두꺼비가 입을 벌린 자세이다

 

이제부터 입에서 단내가 나는 시간이다.

아무리 낮고 평범한 산일지라도 산행 구간중 최고봉이란 단어는 그저 얻어지는 것이 아니란 사실을 입증이라도 하듯 죽엽산과의 만남은 멀고기 긴 시간이다.

흐르는 땀방울 훔치며 잠시 멈춰 서서 바라보는 시야엔 입을 크게 벌리고 먹이를 노려보고 있는 듯한 두꺼비 같은 참호들이 자주 눈에 들어 온다.

자연과 눈에 취한 사이 잠시 잃어 버렸던 이곳이 전방이고 군부대가 많이 산재하고 있음을 아려주는 두꺼비 입.

그 옛날 칼바람 속에 잠못 자고 보초서던 파주 끝자락에서의 추억을 떠올리곤 지금의 후배들은 어떤 모습일까 궁금해 하기도 한다. 

 

아름다운 이런 등로를 걸으며 앞서가는 산우님들은 무슨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까 ???

 

그래도 어느 정도의 고도를 오르면 꼭 나타나는 평이한 등로, 그 위를 걸으며 잠시 휴식을 취하는 시간이 있기에 아무리 높고 험한 산일지라도 오르고 만날 수 있는 진리가 숨어 있는 것이겠지.

S 라인을 그리며 앞서거니 뒷서거니 함께 걸어가는 저 산우님들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또 무슨 이야기를 나누며 웃음꽃을 피우고 있을까 궁금해 진다.

그 산우님들 뒤를 따라 한줄기 나 있는 등로가 뒤따라 가는 듯한 착각을 일으키는 시간이다.

 

입산금지 안내판을 지나자 좌측으로 광릉 침엽수림이 나타나고 그속에 햇살이 비춰 오묘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한동안 평이한 등로를 따라 오르니 모든 산우님들이 잠시 넓은 공터에서 휴식을 취하다 후미가 도착하자마자 야속하게도 배낭 둘러메고 곧바로 시야를 벗어나 버린다.

이곳에서 잠시 배낭 내려놓고 옷정리 한 다음 흐르는 땀방울 닦고 있으니 한기가 몰려오고 다시 갈길을 재촉해 본다.

나즈막한 오름길이 나타나고 정상부엔 바위들이 길을 막아 왔다갔다를 반복하게 만들고 그곳을 지나자 양지에 눈은 사라지고 잠시나마 회색빛 낙엽이 반긴다.

그곳을 넘자 잠시 올라야 할 죽엽산이 시야에 들어 왓다 사라지고 철탑을 지나 내리막 길 내려가니 광릉시험림 출입통제 입간판이 보이지만 해를 끼칠 산우님들이 아니기에 통과해 본다.

갑자기 우측으로 거대한 소나무 군락지가 나타나며 산객의 마음과 몸을 깨끗하게 정화시켜 주고 있다.

 

쭉쭉빵빵 자란 침엽수 한쪽으로 나 있는 등로도 참으로 예쁜 모습으로 가슴에 내려 앉는다

 

조선 제7대 임금인 세조의 능이 있는 곳으로 조선시대 능으로 결정된 후부터 소나무와 전나무 그리고 잣나무등 침엽수림을 심어 철저하게 보호되던 지역을 일제시대에 들어 와 임업 시험장이 생기면서 식물 천국이 된 곳이다.

국내 토종 식물 뿐만이 아니라 외래의 가치있는 수종까지 들여 와 시험하는 시험장으로서 지금은 많은 부분을 일반인에게 공개해 웰빙시대에 건강을 지키는 장소가 된 곳이 바로 이곳인 것이다.

잠시 능과 침엽수림을 생각하다 문득 고개를 드니 저 멀리 끝까지 뻗어 있는 곱고 아름다운 등로가 다시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웃고 즐기다 보니 벌써 죽엽산 정상에 도착하고 앙증맞은 정상 이정표에 입맞춤 해 본다

 

한동안 아름다운 침엽수림을 좌측에 두고 짧은 겨울 오후 햇살이 밀려 들어오는 오묘한 빛을 감상하다 보니 우측으로 북사면을 이룬 잡목들 사이의 하얀 눈이 나도 있다며 간간히 눈길을 사로 잡는다.

등로 위에 어렵게 살아가는 구겨진 나무의 처절한 삶도 만나며 한동안 진행하니 작은 삼각점이 보이고 그곳을 통과해 진행하니 헬기장이 나타난다.

곧이어 죽엽산 정상이 보이고 산우님들이 기다리며 사진 찍기에 바쁘다.

사진 한장 남기고 앞선 산우님들이 모두 빠져 나가길 기다린 후 사진 몇장 남기고 헤어진다.

 

조선 선조때 학자인 이지함이 포천 현감으로 있을 때 이곳 마을인 내촌의 진목리 마을에 매년 극심한 수해가 들어 흉년이 들자 직접 마을 뒷산을 찾아 올라 물이 솟는 곳을 대나무 잎으로 덮은 후부터 수해와 흉년이 잦아 들어 이 산을 죽엽산이라 부르고 그 아랫마을을 죽엽산 마을이라 불렸다는 데서 유래된 산으로서 이 마을 아래 참나무쟁이 마을은 이성계가 한양과 함흥을 오고가는 길에 이 참나무 아래에서 쉬어 그렇게 이름이 붙여졌다는 설이 전해져 내려오는 곳이기도 하다.  

 

갈지자로 나 있는 등로의 눈과 낙엽이 절묘한 대조를 이루며 참으로 멋진 풍경을 연출하고 있다

 

죽엽산에서의 시간을 추억속에 남기고 가파른 내리막 따라 내려가니 간간히 벌목한 곳에 자라고 있는 소나무들이 예술품으로 되살아 나고 있다.

그 등로를 타고 내려간 산우님들의 발자국이 아름다운 길로 남아 이 작은 산객에 시인을 만들어 주고 있다.

이 꼬부랑 길을 타고 내려가며 무슨 생각을 했을까 ??? 

 

작은 임도에서 추억의 점심을 먹은 후 아름드리 소나무 밭 급경사를 타고 내려가는 산우님들

 

한동안 꼬불꼬불 등로를 따라 내려가니 저 멀리 작은 임도가 나타나고 그 위에 많은 산우님들이 모여 점심 식사 준비를 하고 있다.

그곳에 하나되어 맛난 식사를 즐긴 후 단체 사진 한장 남기고 다시 아름들이 소나무가 군락을 이루고 있는 멋진 등로를 타고 계속 가파른 내리막을 내려가 본다.

정리되지 않았으면서도 정리된 듯 멋들어진 소나무 군락지를 형형색색 화려한 등산복으로 수 놓으며 내려가는 산우님들의 뒷모습 또한 소나무 군락지와 좋은 매치를 이루며 아름다운 풍경을 선사하고 있다. 

 

다시 만난 임도 양옆의 소나무가 참으로 인상적이다

 

한동안 급경사 내리막 내려가니 철탑 2개가 나란히 서 있고 앞쪽으로 노고산 정상부가 완만한 능선을 이루며 반기고 있다.

그곳을 지나 특별할 것 없는 등로를 타고 계속 진행하니 우측으로 다시 한개의 철탑이 보이고 곧이어 임도가 나타난다.

그 임도를 타고 진행하며 바라보니 양쪽에 도열해 있는 소나무가 눈길을 잡고 다시 한개의 철탑을 지나 환상의 상고대 터널이 다시 자리잡고 있다 

 

비득재로 하산하며 전망이 트이는 곳에서 뒤돌아 보니 방금 전 내려온 죽엽산이 까마득히 멀어져 가고 있다

 

너무나 아름다운 상고대 맡에서 산우님들 사진 찍어 드리고 뒤돌아 보니 방금 전 내려왔다고 생각되는 죽엽산이 까마득히 저 멀리 보인다.

다시 한번 산객의 발걸음이 얼마나 위대한지 느끼는 순간이다.

소나무 위 솔잎에 매달린 상고대가 절경을 이루고 있다.

다만 인간의 이기를 위해 세워진 철탑이 그 아름다운 자연에 약간의 실망감을 얹어 주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실이리라 

 

비득재에 도착해 좁은 도로를 조심하며 건너는 산우님들

 

완만한 등로를 타고 내려오니 금새 비득재에 도착한다.

몇채의 식당 건물들이 보이고 좁은 차도엔 어렵게 교행하는 차량들이 간간히 눈에 띈다.

고개의 모양이 흡사 날아가는 비둘기를 닮았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지만 아무리 돌아 봐도 그 모양을 찾지 못하고 그 포장도로를 건너 다시 능선으로 오른다.

최근에 유명해진 고모리 카페촌이란 이름답게 많은 식당과 커피점이 들어서 있는 이 비득재는 포천시 소흘읍 고모리와 직동리를 연결해 주는 2차선 포장도로이다. 

 

비득재로 내려 와 지방도로를 건너 능선에 오르자 솔잎마다 환상의 상고대가 피어 아름다움을 배가시키고 있다

 

비득재를 남겨두고 능선으로 오르니 다시 멋들어진 아름드리 소나무가 줄지어 서 있고 아름다운 상고대 세상이 열려 있다.

그 상고대 아래 줄지어 이어진 등로가 또 산객의 마음을 흔들고 그 길을 따라 오르다 우측을 바라보니 고모리 마을과 저 멀리 고모저수지가 붉은 흙탕물처럼 희미하게 시야에 들어 온다.

아름다운 등로를 따라 오르니 철탑을 세우기 위한 돌담이 나타나고 그곳을 오르자 거대한 철탑 하나가 서 있다.

그곳에서 잠시 바라보니 지나온 죽엽산과 좌측으로 이곡리 마을이 박무속에 가물거린다.

이곳에서 산우님들 사진 한장 남겨 드리고 가파른 등로를 따라 계속 진행하니 정상부로 보이는 곳에 돌무덤이 산재해 있다.

나중에 알았지만 이곳이 고모산성인 듯 하다. 

 

처음에는 무엇일까 궁금했는데 노고산 정상에 올라 이곳이 고모산성터 였음을 알게 되고

 

해발 380미터인 이곳에 왠 고모산성이 있었을까 하고 자료를 찾아보니 다음과 같은 자료를 찾을 수 있어 올려 본다. 참고로 이 글은 세상을 다 가져라님의 블로그에서 어렵게 찾은 글임을 밝혀 둔다.

 

고모산성은 포천 소홀읍 고모리에 위치한 약11,000평에 이르는 백제초기 산성이로 동네사람들은 "노고산성"이라 부르기도 한다.
대동여지도에 따르면 한북정맥은 백두산에서 지리산까지 이어지는 백두대간 줄기의 철령(금강산 위쪽)부근에서 서울쪽으로 향하는 산줄기를 말한다.

그 한북정맥은 임진강과 한강을 나누는 중요한 산줄기인데 바로 고모산이 그 산줄기에 속해있으니 얼마나 중요한 산인가!
(백두대간-광덕산-백운산-청계산-운악산-죽엽산-고모산-축석고개-고주내-샘내-불국
산-오산삼거리-산성-호명산-울대고개-사패산-도봉산-상장봉-노고산-고봉산-장명산)

광개토대왕이 396년 백제와의 전투때 점령한 58개 성 중 하나로 추정되고 있다(학자들은 동네 빨래판으로 사용했다던 중원 고구려비와 장수왕 2년이던 414년에 세운 광개토대왕비에 등장하는 고모루성을 고모산성으로 추정한다.)
실제로 산성 일대에서는 초기 백제의 토기파편과 기와파편들이 출토되었으며 아직 본격적인 발굴 복원은 되고 있지 않아 아쉽다.

또한 주변에 난립한 묘지와 정상에 서있는 통신설비는 행정당국의 문화 척도를 의심케 한다.

그러함에도 산성일대 아래쪽이 소위 "카페 문화의 거리"라 불리는 것은 한번쯤 생각해 볼 일이다.

한편 산성은 주로 말갈(만주족)족을 막고 성동리산성,고소성,아차산성과 함께 한성백제의 수도(이성산성,풍납토성,몽촌토성)를 방어하기 위해 축성되었으며, 신라가 반월성(구읍리)으로 관아를 옮길 때까지 포천 일대의 행정중심지였다.

또한 광릉에 잠들어 있는 조선 7대왕 세조(수양대군)는 평소에 이곳 일대로 사냥을 자주 나왔다.

한편 광릉으로 인해 이곳일대는 예로부터 벌목이 금지되었고, 당국에서는 수목원으로 지정 보호하고 있다.
현대사속 인물로는 춘원 이광수가 해방후 친일행적 관계로 근처 봉선사에 숨어 지내기도 했다.
산성의 북쪽은 포천-철원, 동편은 죽엽산-가평, 남쪽은 남양주-남한산성이며 서쪽은 양주-파주이고 의정부는 서남쪽이다. 이렇게 볼 때 고모산성은 백두산 정기를 의정부 시민에게 전해주는 징검다리인 셈이고 그 산줄기는 수도서울의 허파인 셈이다.
 

 

노고산 정상에 도착해 앙증맞은 정상석에 인사 전하고

 

드디어 노고산 정상이다.

왜 노고산인지 많은 자료를 찾아 보지만 알 수 없음이 안타까울 뿐이다.

이곳 정상에는 중계탑이 한쪽을 차지하고 그 동쪽으로 바위군이 서 있어 그곳에 오르면 시원한 조망을 볼 수 있다.

동쪽으로 죽엽산이 웅장하게 서 있고 북쪽으로 고모리와 고모 저수지가 지척이고 남쪽으로는 직동리가 서산으로 지는 햇살을 받아 반짝인다.

이곳에서 사진도 찍고 즐거운 시간 보내며 많은 시간 보내지만 딱히 할 일이 없기에 다시 배낭 둘러메고 마지막 하산길로 접어 든다. 

 

고모산성 내역을 적어 놓은 안내판과 노고산 정산을 함께 잡아 본다

 

잠시 노고산을 돌아 가며 뒤돌아 보니 고모산성 내역판이 서 있고 자세히 읽어 본 후 정상의 바위와 함께 한장을 남겨 본다.

언제 다시 오를 수 있는 기회가 올지 모르기에 아쉬운 마음 내려 놓고 떠나는 시간이 안타까운 순간이기도 하다. 

 

자연이 만들어 준 나무 터널도 지나보고

 

잠시 진행하니 사진을 통해 많이도 봐왔던 자연적인 나무 터널이 나타난다.

잠시 살펴보고 사진 한장 남기고 통과하니 산우님들이 뒤따라 오고 사진 몇장 찍어 드린다.

잡목이 우거져 서로 의지하며 만들어 낸 자연의 선물에 그저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이곳을 지나니 삼거리 길이 나타나고 직진 하산길이 정맥길이다.

많은 띠지들이 매달려 나풀거리고 그 길을 따라 내려가니 이곳도 그림같은 등로가 펼쳐져 있다. 

 

오늘은 필자가 좋아하는 이런 아름다운 등로를 많이 보게되어 즐겁다

 

가파른 내리막이라 생각할 쯤 다시 하얀 등로를 치우고 길게 뻗어 있는 아름답고 멋스런 등로가 반긴다.

앞서 가는 산우님들의 뒷모습이 더욱 아름다운 것은 나만의 생각인지.

그저 울창하거나 아름드리 나무가 없어도 이렇게 환상의 느낌으로 다가오는 등로가 있는 한 계속 산행길에 올라 있을 자신을 바라보는 시간이다. 

 

이제 산행도 막바지에 접어 들면서 이런 천주교 묘역도 지나간다

 

한동안 정신없이 아름다운 등로를 따라 가다 보니 어느덧 많은 묘지가 단장된 천주교 묘역이 나타난다.

그 좌측 등로를 타고 진행하는 산우님들과 저 멀리 묘역 한가운데르르 가로질러 오르는 산우님들의 모습이 묘역이란 느낌보다는 공원을 산책한다는 느낌에 더 가깝게 다가온다.

수많은 묘지들이 잠들어 있는 묘역, 종교를 떠나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장소이기도 하다.

자주 유럽을 가는 필자로서는 그곳 장례 문화가 부럽기도 하고 또 아쉽기도 한 부분으로 남아 있다. 

 

천주교 묘역을 지나며 등로 우측으로 보였던 마을도 잡아 보고

 

묘역을 지나며 우측으로 바라보니 무봉리쪽 마을이 고즈넉하게 보이고 특히 파아란 지붕이 눈길을 잡는다.

많은 차량들이 주차되어 있는 건물과 저 멀리 높게 올라간 아파트 건물이 지방 소도시란 농촌 풍경보다는 도시와 다름없는 복잡함을 먼저 떠올리게 만드는 아쉬움이 남는다.

일률적인 집들과 건물 그리고 마을보다는 자기만의 개성을 살린 아름다운 자연에 동화된 곳이길 바라는 마음 또한 강하게 느낀 장소이기도 하다. 

 

이제부터 군 철조망을 타고 간신히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맥 잇기 산행을 해 보는 시간

 

천주교 묘역이 끝나는 지점에 다시 모여 남아 있는 간식 모두 비우고 여유있는 시간으로 휴식을 가져 본다.

다만 그 옆으로 세워져 있는 군철조망이 가슴 아프게 만들지만 어쩔 수 없는 분단 국가의 현실에 고개만 떨구는 순간이기도 하다.

그 군철조망을 따라 지루하지만 의미있는 산행을 이어가 본다.

정맥 산행이 아니라면 결코 오르지 않았을 이곳이기에 또 다른 의미를 두고 진행에 동참해 본다.

 

군부대 철조망과 잠시 헤어지면서 초소옆 갚른 등로를 타고 오르는 산우님들 원경

 

한동안 군 철조망을 타고 가다 앞서 진행하는 산우님들을 바라보니 군철조망 끝지점에서 잠시 벗어나 눈내린 능선을 오르고 있다.

그 모습 또한 너무나 아름답고 환상이다.

사진 한장 남기고 주위 조망 바라 본 후 그 산우님들을 따라 마지막 등로로 향한다

군부대 철조망이 끝나가는 지점에 서 있던 너무나 아름다웠던 X-mas tree를 연상시키던 솔잎 상고대

 

끝없이 이어질 것 같던 군부대 철조망도 이제 그 끝이 보이고 마지막 장소에서 헤어지는 아쉬움을 달래며 바라보니 많은 묘지들이 이곳에도 늘어 서 있다.

앞서가던 산우님들이 진행하지 않고 서성이며 부르고 있다.

달려가 보니 등로 좌측으로 너무나 아름다운 소나무가 줄지어 서 있고 그 위에 하얀 상고대가 절경으로 피어나 있다.

마치 크리스마스 트리를 연상시키는 모습에 그냥 지나칠 수 없어 몇장의 추억을 만들어 본다. 

 

눈이 녹아 있는 양지자락엔 수북한 낙엽이 자리를 대신하고

 

이제 군부대 철조망과도 이별을 고하고 마지막 다름고개로 향하는 길은 하얀 눈 대신 푹신한 낙엽이 깔려 있다.

앞을 봐도 낙엽 밭이고 뒤를 봐도 낙엽 밭의 아름다운 등로를 타고 이제 또 한구간의 마무리를 향한 발걸음을 내딛는다. 

 

 다름고개 또는 무림리 고개 위 묘지에 도착해 바라 본 전경, 이제 산행도 끝이 나고

 

이제 다름고개 아니 무림고개가 빤히 내려다 보이는 묘지 위에 둘러 앉아 산행 장비를 챙기고 배낭을 정리해 본다.

발 밑 바로 아래에는 98번 지방도로가 내려다 보이고 많은 차량들이 오고가고 있다.

잠시 쉬고 있는 사이 종주 산행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이어지고 갑자기 산행 공지에 대한 열망이 강함을 느낀다.

이달 말에는 수도산에서 가야산까지 이어지는 장쾌한 마루금을 밟아 볼 생각이다.

 

바람골님의 찬조로 맛난 생고기를 먹은 식당도 찍어 보고

 

돌아 오는 길, 예상하지 못한 바람골님의 찬조로 맛난 생고기로 허기를 달래니 이미 짧은 햇살은 서쪽 마루금 속으로 숨어 버렸다.

한잔 두잔 나누는 술잔에 산우애는 깊어 가지만 새벽에 떠날 무등산 산행을 위해 힘겨운 절제를 감내해 본다.

약간 막히는 도로를 타고 태릉으로 돌아 와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돌아와 하루를 마감한다. 

 

너무나 아름답고 환상의 등로를 열어 주웠던 상고대인지 눈꽃인지로 마지막을 달래 본다

 

늘 수고해 주시는 나마스테대장님께 감사 드리며 어렵게 진행해 온 사전답사의 수고스러움에도 고개 숙여 고마운 마음 전해 드림니다.

겨울애 총무님 그리고 찬조해 주신 바람골님 감사 드리며 함께한 한북정맥 종주대 여러분에게도 개인적인 고마운 마음 전해 드림니다.

 

감사합니다.

 

칠갑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