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지 : 강원도 화천군 상서면과 사내면 일대 한북정맥 마루금
산행날자 : 2008년 10월 18일 (토), 디카의 날짜 선정이 1년 앞으로 당겨짐
산행날씨 : 맑았으나 약간의 박무와 매우 더웠던 날씨
산행인원 : 3450온누리산악회 회원 35명
산행코스 : 수피령-복계산 갈림길-촛대봉-칼바위봉-950봉-945봉-950봉 헬기장-1070봉 임도-복주산-복주산 정상석-1030헬기장-하오현-하오현 터널
산행거리 : 총 약 13.5 Km (정맥 약 12.4 Km과 접속구간 1.1 Km)
산행시간 : 약 7시간 40분 (09시 30분부터 17시 10분까지)
준비한 지형도 : 1:50,000 총 9매, (화천,갈말,일동,포천,문산,성동,서울,김포,개성)
다시 시작된 한북정맥 마루금 이어가기를 만추의 계절에 오르며
한북정맥은 백두대간의 함경남도 안변군과 강원도 평강군의 도계를 이루는 평강군의 추가령(752봉)에서 시작해 백암산(1170봉),적근산(1073봉)을 지나 대성산(1175봉)에서 시작되나 분단의 비극을 안고 있는 북녘 마루금과 백암산,적근산,대성산과 같이 일반 민간인이 출입하지 못하는 군부대 마루금을 제외한 대성산 남쪽 수피령(862봉)에서 시작해 파주 장명산(102봉)에 이르는 도상거리 약 160km에 이르는 한강의 북쪽 울타리와 임진강의 남쪽 울타리를 이루는 마루금을 뜻한다.
수피령 공터위에 있는 대성산지구 전적비
한북정맥을 이루는 큰 봉우리들은 복주산(1151.9봉), 회목봉(1025.8봉), 상해봉(1010봉), 광덕산(1046.3봉), 백운산(903.1봉), 도마치봉(937봉), 신로봉(999봉), 국망봉(1167.2봉), 개이빨산(견치봉1110봉), 민드기봉(민등산1023봉), 강씨봉(830.2봉), 한나무봉(768봉), 원통산(567봉), 청계산(849.1봉), 길마봉(730봉), 운악산(현등산934.5봉), 수원산(709.7봉), 국사봉(547봉), 죽엽산(622봉), 노고산(380봉), 임꺽정봉(445봉), 호명산(423봉), 한강봉(460봉), 챌봉(516봉), 사패산(551봉), 도봉산(자운봉,740봉), 상장봉(512봉), 노고산(486.9봉), 현달산(139봉), 고봉산(206봉), 장명산(102봉) 등이 있으나 일부는 마루금과 떨어져 있어 별도의 산행 시간이 필요하다.
대성산지구 전적비에서 내려와 공터에서 바라 본 56번 지방도로와 화천군 다목리 방향 전경
백두대간 완주 후 마루금 이어가기 산행을 잊지 못하고 다시 나선 한북정맥 산행길, 오래전 의미도 모르고 또 게획된 일정도 없이 다녀온 곳이지만 기록으로 남긴 자료가 없어 늘 아쉬움으로 남아 있던 마루금이였기에 주저없이 따라 나선 산행이다.
지난 약 20여개월 동안 백두대간 산행을 완주하면서 만나왔던 산우님들이 많이 합류하기에 더욱 즐겁고 산뜻하게 출발한 길이기도 하다.
수피령 이정석
단풍철에 토요일이라 약간은 지체되는 국도를 타고 강원도로 들어서니 벌써 싸늘해지는 기온과 꼬깔옷으로 갈아 입은 산하가 또 한해가 저물어 가고 있음을 알려주고 있다.
예상보다 약 30여분 늦게 도착한 수피령, 분단의 아품을 그대로 간직한 그곳에서 잠시 잊혀져 가는 한국동란을 상기시키며 산행준비를 시작한다.
한국 전쟁 당시 치열했던 전투가 되살아 나는 듯한 여운이 감돌고
육단리와 수피를 거처 56분 지방도로를 타고 수피령에 도착하니 도로 우측으로 제일 먼저 대성산지구 전적비가 눈에 들어오고 잠시 머물며 살펴보니6.25동란이 한창이던 51년 중공군과 맞서 혁혁한 전과를 이룬 장병들의 전적을 기리기 위해 육군 제15사단에서 만든 적전비란 설명이 붙어 있다.
대성산지구 전적비에서 56번 지방도로를 타고 산행 들머리로 오르며, 좌측 옹벽 끝에 임도가 있다
계단을 타고 전적탑이 설치된 곳으로 올라 사진 한장 남기고 주위를 살펴보니 이제 가을이 깊어가며 온 산하를 알록달록한 단풍으로 곱게 물들이고 있다.
남쪽 다목리로 연결되는 도로와 산하에도 온통 단풍들이 형형색색 옷자랑이 한창이고 그 모습 사진에 담고 내려와 스트레칭으로 몸을 풀어 본다.
처음 시작하는 한북정맥 길이다 보니 간단히 산행대장님과 수고와 무사 완주를 위한 축하 케익 하나 자르고 단체 사진 찍은 후 산행 들머리로 오르며 본격적인 한북정맥과의 만남을 이어가 본다.
임도따라 오르다 뒤돌아 본 수피령 반대쪽 절개지
화천군 성서면 다목리와 철원군 금남면 육단리를 연결해 주는 56번 지방도로 위 수피령, 언제 다시 너를 만나러 올 수 있을지 기약없는 이별이 새로운 시작으로 가슴에 남는다.
넓은 임도를 타고 오르니 방금 전 오른 수피령 고개와 그 반대편의 절개지가 한눈에 들어오고 붉게 물들어 가는 등로 옆 고운 단풍이 만추의 계절을 몸으로 알리고 있다.
첫번째 우측 헬기장에서 바라 본 대성산 원경, 언젠가는 오를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고
게속 이어진 임도를 따라 오르며 땀방울이 맺힐쯤 우측으로 헬기장 하나가 나타나고 잠시 들려 뒤돌아 보니 이제 수피령 위쪽 절개지와 동북쪽으로 군사 시설을 머리에 이고 분단의 아품을 굽어보는 대성산이 그리움으로 손짓하고 있다.
저 대성산에 오를 수 있는 날이 꼭 돌아와 이곳 수피령에 다시 서서 오늘의 감회를 회상해 볼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는 시간이기도 하다.
암봉으로 이루워진 촛대봉 갈림길, 우측 복계산쪽 임도를 타고 오른다
이제 좀 가파라지는 등로를 따라 단풍이 낙엽으로 변해가는 산하를 바라보며 고도를 높히니 촛대봉 갈림길 바위가 나타나고 이곳에서 우측 복계산쪽으로 방향을 돌려 가던 길 이어간다.
촛대봉 정상부의 암봉이 살짝 모습을 드러냈다 금새 사라지고 이제 임도와 능선을 번갈아 타며 오르니 복계산 갈림길에 있는 헬기장에 안착한다.
복계산 갈림 헬기장과 그 넘어 복계산 원경
이 시간 10시02분, 북서쪽으로 완만하게 보이는 복계산이 어머니 품처럼 넓은 가슴 드러내고 우뚝 솟아있지만 두번이나 다녀온 곳이기에 오름을 포기하고 좌측 띠지들이 팔랑 거리는 마루금을 따라 정맥길을 이어간다.
생육신의 한사람이였던 김시습이 은거했던 매월대와 시원한 폭포수를 흘러 내려보내는 매월대 폭포 그리고 정상에서 바라보는 가지 못하는 북녘땅이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복계산, 남쪽에서 오를수 있는 산중에 최북단에 위치한 산이란 상징성만으로도 산꾼이라면 한번쯤 올라야할 산중의 하나이다.
어느 방송국에서 임꺽정이란 드라마를 촬영해 더욱 유명세를 타기도 했던 복계산이다.
오르지 못하고 우회해야 하는 촛대봉도 담아보고
촛대봉을 오르려고 시도하지만 너무나 가파른 암봉이라 포기하고 석문을 통해 진행하기로 하고 우측 우회길을 버리고 좌측 가파른 언덕을 올라 본다.
잠시 오르니 촛대봉 지나 가파른 경사길이 나타난 후 곧이어 석병산 일월문과 닮아 있는 석문이 보이고 그곳을 통과하니 낙엽이 등로를 덮고 있는 미끄러운 사면길이 계속 이어진다.
촛대봉을 우회하여 칼바위로 향하며 넘었던 석문
조심하며 사면길을 지나며 바라보니 앞으로 올라야 할 마루금이 마른나뭇가지 사이로 들어나고 색동옷으로 갈아입은 아름다운 능선이 어서오라 손짓하듯 달려온다.
계절에 따라 변화하는 마루금의 변신에 그저 탄성만 흘러 나온다.
오늘 산행이 정맥산행이긴 하지만 단풍놀이 산행에 비견될만한 멋진 단풍속에 빠지는 하루이길 기원해 보기도 한다.
앞으로 올라야 할 마루금도 색동옷으로 갈아입고
두 어깨를 짓누르던 리딩에 대한 부담이 없어서인지 옮기는 발걸음도 가볍게 주위의 단풍과 한북정맥 마루금이 두눈에 뚜렷이 들어온다.
지나온 복계산과 촛대봉 그리고 칼바위 능선이 너무나 아름답게 펼쳐져 있고 뒤돌아 바라보니 저곳을 내가 방금전 지나왔나 의심이 들 정도로 환상의 마루금이 이어져 있다.
몸으로 느끼는 어려움보다 마음으로 내려 놓은 짐이 얼마나 크고 깊었는지를 실감하는 시간이다.
이 산행을 주관하고 리딩하는 대장님의 마음이야 어떻할까 짐작이 되고도 남음이 있는 산행이다.
칼바위봉 전 제단이 있던 무명봉에서 바라 본 지나온 마루금, 제일 뒤가 복계산 그리고 촛대봉과 칼바위능선
뒤돌아 본 마루금이 빠르게 멀어지는 거리에 비례해 올라야 할 능선이 또한 빠르게 가슴에 들어오며 가슴으로 느끼는 우리 산하에 대한 애정이 깊어간다.
저 멀리 박무속에서 어서오라 손짓이라도 하듯 복주산과 광덕산 마루금이 이제 점점 가깝게 다가오고 있다.
복주산에서 바라보면 인간의 위대한 능력과 의지를 확인하는 시간도 있겠지란 생각이 먼저 가슴을 파고 든다.
칼바위봉에서 바라 본 복주산과 광덕산쪽 원경
한북정맥 이어가기 산행을 하고 있지만 너무나 아름답고 고운 단풍으로 인해 단풍산행을 온듯 마음마저 즐거워진다.
자꾸만 걸음걸이가 늦어지며 그 아름다움을 조금이라도 더 가슴에 담아 보려 노력도 해 본다
많은 산우님들 모습도 담아 드리고 또 잘 찍지 못하는 디카를 들고 작품 하나 건져 보겠다고 이리 뛰고 저리 달리며 여러 각도에서 그 아름다움을 남겨 보지만 컴퓨터에서 또 얼마나 큰 실망과 아쉬움을 표현할지...
하루 빨리 좋은 카메라 메고 천하를 주유하며 즐기는 시간을 상상해 본다.
마루금에 피어난 아름다운 단풍들
눈이 부셔 바라볼 수 없을 정도로 고왔던 단풍들, 지금 보고 있어도 너무나 멋진 모습이다.
올 가을엔 이 산행으로 단풍 구경은 다 했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환상이다.
온몸으로 느끼고 담아 뒀던 기억이 되살아 나며 한발 두발 걸어가는 내 모습을 반추해 본다.
이렇게 기록으로 남길 수 있음이 좋고 또 그 멋들어지고 환상의 기억을 다시 꺼내 바라볼 수 있어 좋은 맥 잇기이다.
하지만 리딩하는 대장의 고뇌가 다시 한번 가슴을 후비며 고통스러움을 참고 봉사하는 모습이 애처롭기까지 하다.
또 다른 아름다움을 선사하고 있던 등로의 단풍들
계속 이어지는 단풍 행렬, 단풍 산행을 갔다고 해도 이보다 더 아름답고 환상의 단풍은 없을 듯한 광경에 그저 탄성만 흘리고 있다.
설악의 단풍이 부럽지 않은 풍경이다.
그러고 보니 설악의 단풍은 이미 절정을 지나 낙엽으로 바뀌고 있음을 직감해 본다.
조만간 남쪽으로 내려가 아직 남아 있는 가을을 만나 볼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도 해 본다.
계속 이어지는 만추의 단풍과 함께 어려움도 잊고
좁은 등로를 벗어나 넓은 임도를 따라 걸어도 그 임도가 단풍 터널에 덮혀 신비스런 풍경을 만들고 있다.
다만 한가지 군사 지역을 나타내듯 892봉이 아닌 892고지가 눈에 들어오고 한국전쟁의 상처가 아물지 않은 해방촌이 산객의 마음을 아프게 만든다.
아픈 과거를 간직한 산하, 그 모든 고통을 감내하고 또 다른 산객을 맞이하며 깨끗하고 선명한 계절의 변화를 보여주는 그곳에 내가 있음을 행복이라 여겨보기도 한다.
올라 와 느끼고 가슴에 담아내는 자만이 가질 수 있는 특권은 아닐지...
892고지란 이정표가 이곳이 군사지역임을 알리는 듯 하고 임도를 덮고 있는 단풍이 환상의 길을 만들어 준다
점심식사를 약속한 950봉 헬기장이지만 너무나 뜨거운 햇살과 무더위로 인해 선두는 보이지 않고 후미는 그저 등로따라 선두를 �아 빠르게 진행해 본다.
하지만 선두는 이곳 950봉 헬기장 근처에서 식사를 하고 있었지만 후미는 그것도 모르고 진행해 선두와 후미가 역전되는 인생역전이 이루워진 곳이기도 하다.
타는 가슴을 억누르며 지처가는 리딩대장님의 얼굴에서 지난 세월 나를 발견해 본다.
누가 도와줄 수도 없고 또 스스로 극복해야 되는 자신과의 싸움, 꼭 건강하게 시작한 이 맥 잇기를 그저 무탈하게 완주할 수 있도록 산신령에게 빌어 보는 수밖에...
점심식사 약속을 했던 950봉 헬기장, 하지만 이곳에서 이산가족으로 따로국밥이 되고
950봉 헬기장에서 바라보니 앞으로 가야할 복주산과 다음구간 올라야 할 회목봉으로 이어진 마루금이 손에 잡힐 듯 가깝게 다가와 있다.
가야 할 능선은 멀고도 길게 느껴지지만 오르고 난 후 뒤돌아 보면 위대한 종주대의 발자취에 나도 모르게 감동이 밀려오는 맥 잇기 산행, 오늘도 그 감동을 가슴으로 느끼며 멋진 산우님들과 공유하는 시간을 만들고 있다.
올라야 할 복주산이 점점 가깝게 보이고 그 뒤로 회목봉과 상해봉 그리고 광덕산도 아른 거린다
950봉 헬기장에서 내려오니 넓은 공터가 보이고 시원한 바람이 불어 와 산행의 재미를 더해 준다.
또다른 892고지 이정표가 보이고 아름다운 등로를 따라 콧노래를 부르지만 허기란 놈이 더 이상 가기 힘들다며 보채고 있다.
이곳에서 식사를 하였으면 하는 바램이 크지만 아직 선두가 950봉에서 점심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중간과 후미는 그저 선두를 따라 계속 진행할 수 밖에 없음이 아쉽고...
두발에 느껴지는 무게가 점점 더 무거워져 가고 있다.
950봉 헬기장을 지나 내려가자 넓은 공터가 나오고 다시 892고지 이정표가 보인다
계속 이어지는 멋진 단풍들,
그저 환상이란 단어와 즐거운 콧노래를 부르고 있다.
신체적인 고통과 아쉬움도 눈으로 느끼고 보는 감성의 아름다움 앞에 감춰지는 것인지...
그 배고품속에서도 등로 주위를 환하게 밝히는 단풍터널 앞에서는 그저 순수한 문학 청년이 되어 미려구사를 총동원해 스스로를 만족시키려 하고 있다.
잠시 등로에 앉아 허기 달래니 다시 고운 단풍이 눈에 들어오고 그 단풍에 빠져 가을을 노래해 본다.
다시 등로를 가득 메우고 있는 아름다운 단풍들
등로를 가득 채운 단풍을 벗어나 오랫만에 본 바위, 하지만 칼로 자른듯한 반듯한 잘림에 자연의 신비와 위대함을 동시에 느껴본다.
한동안 고운 때깔의 단풍을 지나니 황량한 등로에 기대하지 않았던 바위가 나타나며 새로운 구경거리를 만들어 주고 있다.
인공적으로 만들려 해도 만들 수 없는 오묘한 자연 앞에 그저 작아지는 내모습이 투영될 뿐이다.
칼로 자른듯 반듯하게 두 조각난 바위가 눈길을 붙잡고
좁은 등로를 타고 한동안 진행하자 이제 넓은 임도와 만나고 우측으로 돌아 형형색색으로 수놓은 단풍 터널을 통해 가야 할 능선으로 향한다.
복주산이 가까이 와 있는 듯 넓은 임도 갈림길에 들어서고 이곳도 단풍터널로 뒤덮혀 아름다움의 극치를 보이고 있다.
고지란 단어가 아직도 젊은 시절 황폐화 시켰던 군 생활을 상기시키며 가슴을 쿵쾅거림을 알리고...
이제 1070봉 임도를 따라 1050봉까지 진행하고 복주산이 얼마남지 않았다
임도를 걸어가는 중간에 만난 헬기봉과 무명봉, 처음엔 이곳이 복주산 삼각봉이 아닐까 생각했는데 아직 좀 더 올라야 한다며 숨을 몰아 쉬게 만들고 있다.
이곳이 어디인들 무슨 상관이랴.
그저 내가 서 있고 걸어가는 이 길이 나에게 우리 산하에 대한 자랑거리로 남아 있으면 되는 것을...
모든 잡념도 잊고 그저 등줄기에 흐르는 땀방울 털어내며 자연과 하나되려 노력하는 시간이다.
복주산 가기전 바라 본 헬기장과 무명봉 전경
벌써 고도가 높은 정상부엔 단풍을 지나 낙엽이 등로에 가득 깔려 있고 그 옆으로 남아 있는 낙엽과 단풍이 곧 겨울이 오고 있음을 알리고 있다.
오늘 산행 중 가장 높은 고지에 있는 복주산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아직은 걸을만 하다는듯 가볍게 움직이고 있다.
아마도 기대 이상으로 곱게 물들어 가는 가을빛에 내 마음도 녹아들고 있나 보다.
복주산 가는 임도 위에 쌓인 낙엽과 아름다운 단풍이 물들어 가는 등로
오랫만에 만나는 억새와 단풍이 또 다른 매력을 발산하고 그곳에 머물며 내 마음 내려 놓아 본다.
사방팔방 어디를 둘러봐도 사람손이 가지 않은 자연 그 자체의 가을빛이 너무나 황홀하게 다가온다.
언제부터인가 맥 잇는 산행을 하면서 자연 그대로의 빛이 너무나 아름다움을 알았기에 특별한 볼거리가 없어도 지금 이 시간 가슴으로 느끼는 화려하면서도 순수한 이 빛깔이 참으로 좋다.
복주산 가는 임도 옆에 피어난 억새와 등로위 단풍들
이제 복주산 삼각봉 전 헬기장에 도착해 잠시 휴식을 취해 본다.
이곳에서 부터 많은 산우님들이 물부족을 호소하기 시작하고 산행 날머리도 단축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늘 느끼는 점이지만 산행중 물은 생명과 동일한 존재인 것을...
어느 경우에도 조금은 남겨 하산할 수 있는 식수 준비가 필수 이리라...
예기치 못한 무더위 때문에 좀 더 많은 물이 필요했던 것은 사실이지만 맥 잇기 산행을 하다 보면 이보다 더 힘든 상황도 종종 만날 수 있는 산행인 것을 조금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복주산 가기전 헬기장과 삼각봉 전경
옛날엔 깨어진 복주산 정상석이 있었는데 지금은 사라지고 평범한 이정표와 삼각점만이 가장 높은 봉우리임을 알리고 있다.
복주산 정상을 다른 봉우리에 빼앗긴채.
리딩대장님에게 말하고 먼저 홀로 낙엽이 진 황량한 등로를 따라 올라본다.
잡목이 발목 잡고 늘어지지만 가야하는 길이기에 상관하지 않고 오르니 나무판 위에 복주산 이정표가 씌여 있고 삼각점도 보인다.
삼각점을 보니 이곳이 진정 복주산 이거늘 왜 정상석은 다른 봉우리에 남겨져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기 시작한다.
간단히 사진 한장 남기고 다시 얕으막한 안부로 내렸다가 경사도를 높이는 암벽을 타고 마지막 복주산으로 향한다.
실제적인 복주산 정상 이정표와 삼각점, 하지만 복주산 정상석은 조금 더 진행한 봉우리에만 있다
복주산 정상이다.
복을 엎어 놓은 형상이라 이름 붙여졌다는 복주산, 아마도 아래에서 바라보면 복을 잘라 펼쳐진 모양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1152봉으로 오늘 산행지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인 복주산, 남대천과 사내천으로 흐르는 물이 나오는 이곳이 실질적인 한북정맥 남한 구간의 첫번째 이름있는 봉우리가 되리라.
잠시 기다려 많은 산우님들 추억 한장씩 남겨 드리고 리딩대장님을 기다리며 한없이 그늘로 숨어 들어가 쉬어 본다.
복주산 정상석
쉬면서 복주산 정상에서 지나온 능선을 바라보니 붉게 물들은 마루금이 아름답고 그 정상 옆에는 멋진 단풍이 가는 가을을 아쉬워하고 있다.
그래도 변화는 계속 이어져야 하고 또 내년에 같은 모습 같은 열정으로 온 산하를 물들이고 있겠지...
잠시 비탈진 공터에서 벗어나 안부로 내려가 본다.
그곳에 모두 모여 오랫만에 모든 산우님들 만나 최종 목적지와 산행에 대한 설명을 듣고 하오현까지 여유있는 시간을 가져 본다.
복주산 정상석에서 바라본 지나온 삼각봉과 복주산 주변의 아름다운 단풍
복주산 정상에서 하오현으로 하산하는 등로는 온통 세상을 물감칠 해 놓은듯 칼라풀한 단풍 세상을 만들고 그속에 우리가 함께한다.
늘 봐왔던 억새이고 단풍이건만 맥 잇기 산행을 하면서 만나는 자연은 다른 맛과 느낌으로 다가오니 이 또한 그 참뜻을 알기 어려운 시간이다.
그저 평범한 한그루의 억새가 이토록 산객의 마음을 뒤흔들줄이야...
복주산 하산길에 만난 멋진 단풍과 억새들
환상의 단풍들
계속 등로에 이어지는 환상의 단풍을 즐기며 짧아진 날머리로 향하는 발걸음이 가뿐하다.
다만 한가지 오늘 산행 리딩을 맡고 계신 나마스테대장님의 얼굴빛이 어둡고 몸도 무척 무겁게 느껴지며 힘들어 하시는 모습이 안쓰럽다.
몸으로 느끼는 고통보다 마음으로 알아가는 괴로움이 더욱 크다는 것을 다시 한번 알게 되는 시간, 앞으로 얼마나 많은 경험을 더 한 후에나 저런 약하고 어려워하는 모습을 지울 수 있으련지...
남같지 않은 현실에 마음이 아파온다.
복주산 하산길에 만나 환상의 단풍들
다음 구간 올라야 할 마루금이 서산으로 지는 햇살을 받아 반짝이고 있다.
즐기고 또 많은 사진 찍으며 내려오니 드디어 다음 구간 올라야 할 광덕산 능선이 머리위에 다가오고 박무속에서도 오늘 헤어지는 아쉬움을 토해내는 듯 하다.
등로를 밝히는 환상의 단풍과 달리 희미한 겨울빛을 준비하는 능선이 오늘따라 유난히 더 박무에 시달리고 있는 듯 하다.
앞으로 올라야 할 한북정맥 제2구간인 회목봉과 상해봉 그리고 광덕산 원경
산행이 어려워질 정도로 환상의 단풍에 탄성이 저절로 흘러 나오고..
끝이 없이 펼쳐진 고운 비단길, 붉은 빛깔이 고와 한번 어루만지면 바로 앞에서 노오란 잎새가 흔들리며 앙탈부리고 그 옆 주황의 단풍이 시샘하듯 독립되였다가 어느 순간 하나되어 자연의 빛을 발하고 있다.
한동안 머물며 많은 사진 찍으며 시간을 보내니 드디어 마지막 타이어 계단도 가깝게 다가와 있다.
오늘 산행도 이제 서서히 마무리할 시간인 모양이다.
하오현으로 하산하며 만난 너무나 아름답고 멋진 단풍들
이제 하오현도 막바지에 다다르고, 하오현으로 내려가는 타이어 계단이 보이기 시작하고 그 길을 따라 내 마음도 내려 놓는다.
지루할 것 같았던 타이어 계단도 그 위를 덮고 있는 단풍으로 묻혀 버리고 오랫만에 정맥길에서 만난 생각지도 못했던 단풍에 취해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지 조차 기억하지 못할 환상을 �아 온 기분이다.
한발 두발 내려 놓는 발걸음이 아직도 가볍게 사뿐히 타이어를 타고 하오현에 발도장 찍으니 이렇게 한북정맥 첫 구간 무사히 완주했음을 자축해 주고 있다.
하오현으로 하산하던 길에 만난 타이어 계단과 단풍
하오현에 도착해 내려온 타이어 계단과 다음 구간 올라야 할 산행 들머리를 담아 본다.
길지만 짧게 느껴진 하루 그리고 다시 만남의 지속, 그 속에 피어난 고운 단풍보다 더 진한 우정을 느끼며 다음 산행 들머리에서 반갑게 조우하길 빌어 본다.
후미 기다려 단체 사진 한장 남기며 추억으로 간직하고 우측 넓은 임도를 따라 하오터널로 향한다.
하오현으로 하산해 바라 본 타이어 계단과 다음구간 들머리에 나풀거리는 띠지들
하오현에서 하오터널로 내려오며 바라 본 단풍 또한 등로의 단풍보다 더 고운 자태로 반겨주고 계절과 시간의 변화를 뚜렷히 알려주고 있다.
정상부를 비추는 가을 저녁 햇살이 유난히 반짝이고 그 빛을 받아 선명한 자연의 칼라로 온누리 산객의 마음을 어루 만지니 어둠을 몰고 오는 저녁 바람에 외롭게 하루 햇살이 서산 넘어로 기운다.
하오터널로 내려오며 바라 본 불타는듯한 단풍과 하오터널 상부 모습
하오고개에서 바라 본 하오터널 전경
오늘 산행 날머리이다
하오터널은 강원도 철원군 근남면 잠곡리와 화천군 사내면 사창리 간을 이어주는 터널이다.
이곳을 떠나 서울로 돌아오는 길에 쌈밥집에 들려 맛난 저녁 식사 마치고 다시 막히는 도로를 타고 하루를 마무리해 본다.
463번 지방도로에 만들어진 하오터널 전경
이제 새로 시작한 한북정맥, 앞으로 몇개월은 또 이 한북정맥에 모든 스케줄 맞춰 살아가는 시간이 되겠지.
무탈하게 멋진 완주를 위해 화이팅을 외쳐 본다.
어렵고 힘들게 시작한 한북정맥에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였기에 식사도 제대로 못하며 산행 내낸 어려워 했던 나마스테대장님, 대장님의 수고에 감사 드리며 앞으로 남은 구간도 무탈한 리딩 부탁 드림니다.
어려운 여건속에서도 총무를 맡아 깔끔한 일처리 해 주시는 겨울애 총무님, 앞으로 끝나는 그날까지 나마스테대장님 잘 보필하시어 무탈한 완주 이끌어 주시길 바람니다.
중간과 후미에서 수고해 주신 석불산대장님과 인연님, 늘 감사하는 마음이며 함께한 35인의 정맥 전사님들 만나 반가웠고 남은 구간도 늘 함께 그 길 위에 있기를 바래 봅니다.
수고들 많이 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
칠갑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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